Share

제3화

Penulis: 교불치
성승호의 차분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당신이 어쩔 수 없이 저를 선택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약속드리겠습니다. 제 능력이 닿는 한, 절대로 당신이 억울한 일을 겪게 두지는 않겠습니다.”

그 말에 나는 무심코 몸을 돌렸다.

그런데 발을 잘못 디디는 바람에 그대로 성승호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순간 은은하면서도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나는 성승호의 눈을 올려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내가 당신을 선택한 건 누구의 강요도 아니에요. 그리고 앞으로는 그냥 유진이라고 불러줘요.”

성승호의 짙은 눈동자에 순간 미세한 흔들림이 스쳤다.

“알겠어.”

사흘 뒤, 예정대로 두 사람의 혼례식이 열렸다.

공교롭게도 늑대족과 뱀족의 혼례는 같은 별당에서 진행됐다.

이번 생의 늑대족 혼례는 전생보다 훨씬 성대했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봉황족까지 초청해 축하 공연을 열었으며, 이름 있는 명문가들도 모두 늑대족의 혼례식을 찾았다.

반면 뱀족 쪽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외부 손님은 거의 없었지만, 뱀족 사람들의 얼굴에는 오히려 기쁨이 가득했다.

인간과의 혼인은 곧 차기 인수 연맹의 주도권을 노려볼 기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혼례가 끝난 뒤, 별당을 나서던 나는 정면으로 백세나와 마주쳤다.

백세나는 일부러 목을 치켜들며 목덜미에 선명하게 남은 붉은 자국을 내게 보여주었다.

“늑대족이 그렇게 정력이 좋은 줄은 몰랐네. 이러다 얼마 안 가 늑대족 후계자를 품게 될 것 같아.”

나는 미소만 지었다.

“그럼 정말 네 바람대로 되길 바랄게.”

하지만 백세나는 임신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인간과 수인은 본래 다른 종족이고, 자연 임신만으로 아이를 갖기 위해서는 아무리 빨라도 1년 이상이 걸렸다.

전생의 백세나는 내가 쉽게 임신한 걸 보고는 자신도 당연히 그럴 수 있으리라 여겼다.

백세나가 늑대족 앞에서 반 년 안에 임신할 수 있다고 장담한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소문이 다 퍼진 상태였다.

백세나가 워낙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바람에 박시경조차 그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내 여유로운 태도는 백세나에게 또 다른 도발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흥, 너랑 이런 얘기 해봐야 소용없지. 어차피 넌 몰락한 가문에 시집갔잖아.”

백세나는 주변에 있는 뱀족 수인들을 혐오스러운 눈길로 한 번 훑고는, 치맛자락을 휘감아 내 곁을 지나치려 했다.

나는 백세나의 팔을 붙잡아 세웠다.

“뱀족에게 사과해.”

백세나는 그대로 내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너 미쳤어?”

우리가 별당 한가운데서 언성을 높이자, 아직 돌아가지 않은 하객들이 하나둘 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결국 백만석이 직접 나서 사정을 들은 뒤에야, 백세나를 다그쳐 뱀족 사람들에게 사과하게 했다.

비록 뱀족은 수인족에서도 가장 약한 부족이었지만, 인간에게 모욕을 당하는 문제 앞에서는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떠나기 전, 백세나는 나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속삭였다.

“이번 생은 내가 반드시 이길 거야.”

신혼 첫날 밤, 나는 옷을 벗은 성승호의 몸을 보자마자 그대로 얼어붙었다.

‘뱀족에게 이런 특징이 있다는 말은 아무도 안 해줬잖아!’

침대 위에 멍하니 굳어 있는 나를 보자 성승호는 뭔가 오해한 듯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성승호는 바닥에 떨어진 옷을 다시 주워 입으려 했다.

“뭐 하는 거야?”

나는 불만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성승호의 손에서 옷을 빼앗았다.

“난 네가 원하지 않는 줄 알았어.”

성승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침대 앞에 서 있었다.

성승호가 먼저 다가오지 못한다면, 내가 먼저 다가가면 될 일이었다.

나는 성승호의 목을 감싸안고 그대로 침대로 끌어당겼다.

몸이 맞닿는 순간, 익숙한 향기가 다시 코끝을 스쳤다.

“너한테서 정말 좋은 향이 나.”

무심코 속마음이 흘러나왔다.

성승호는 잠시 말을 잃더니 이내 귓가가 옅은 분홍빛으로 물들었고, 입맞춤도 조금 더 뜨겁고 강렬해졌다.

이마에 닿았던 입맞춤은 천천히 아래로 이어졌고, 우리는 손을 맞잡은 채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전생에는 늑대족이 강인한 육체를 지녔으니 단연코 최고의 배우자일 거라 믿었다.

하지만 막상 함께해 보니, 뱀족도 나름 매력이 있었다.

동이 틀 무렵이 되어서야 성승호는 나를 놓아주었다.

석 달 뒤, 본가에서 백세나가 임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수천 년 동안 인간과 수인이 단 석 달 만에 임신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부풀어 오른 백세나의 배를 보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늑대족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위해 성대한 축하연까지 열었고, 각 명문가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박시경은 술잔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우리 늑대족 선조께서 강림하신 덕분인지, 고작 석 달 만에 자손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축하를 건넸다.

이제 차기 인수 연맹의 지배자는 늑대족이 될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지금이야말로 얼굴을 익히고 인맥을 쌓기 가장 좋은 기회였다.

원래 서열대로라면 나는 성승호를 따라 좌석 가장 구석에 앉아야 했다.

하지만 백세나는 일부러 박시경에게 부탁해 나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백세나는 나에게 잘난 척할 이 기회를 절대 놓칠 리 없었다.

백세나는 배를 쓰다듬으며 나를 비웃었다.

“언니는 석 달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네? 역시 우리 백씨 가문의 순수한 혈통이 아니라 그런지, 배도 말을 안 듣네.”

반수인은 특별한 체질 덕분에 불과 두 달 만에 태어날 수 있다.

계산해 보면 다음 달이면 아이가 태어날 시기였다.

백세나는 이미 체중이 꽤 불어 있었고 배도 크게 나와 있었다.

백세나는 반수인 태아가 선천적으로 몸집이 크다는 사실을 몰랐다.

지금처럼 식단 조절에 신경 쓰지 않으면, 출산할 때 엄청난 고통을 겪을 것이다.

전생에 나는 체중을 최대한 관리했음에도, 하루 밤낮을 꼬박 진통한 끝에 겨우 천빈을 낳았다.

그때 느꼈던 통증은 차라리 죽어 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 내 품에서 곤히 잠든 모습을 보는 순간, 그 모든 고통도 후회되지 않았다.

나는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담담하게 말했다.

“역사상 가장 빠른 임신도 1년은 걸렸어. 그런데 넌 고작 석 달 만에 아이를 가졌네. 그 사이 무슨 방법을 썼는지는... 너만 알겠지.”

백세나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보며, 눈빛이 흔들렸다.

“무슨 뜻이야?”

살짝 떠본 것만으로 바로 허둥대기 시작하다니, 백세나는 여전히 속을 다스리지 못했다.

나는 술잔을 들어 백세나를 향해 웃어 보였다.

“무사히 순산하길 바랄게.”

말을 마친 나는 성승호를 찾아 함께 자리를 떠났다.

한 달 뒤, 백세나는 사흘 밤낮 진통한 끝에 겨우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출산 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늑대족은 아이를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고, 심지어 백만석이 백세나를 보러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당했다.

분명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다.

보름쯤 지나 백만석이 나를 본가로 불렀다.

집을 나서기 전, 성승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에 나는 먼저 입을 열었다.

“같이 가줘.”

거실에서는 백세나가 붉은 털을 가진 반수인 새끼 늑대를 품에 안고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이 아이는 분명 저와 시경의 아이예요! 털색이 돌연변이로 태어나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요?”

백세나는 끝까지 붉은 늑대가 박시경의 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백세나는 몰랐다.

박시경은 순혈 흰늑대였고, 박시경의 가문에는 대대로 붉은 늑대의 혈통이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baru

  • 환생: 인수 혼인식 그날로   제8화

    백세나의 말이 떨어지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사건의 전말을 이해했다.만약 백세나가 정해진 규칙대로 약을 복용했다면, 정상적인 아이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백세나는 지나치게 욕심을 부렸다.이 일은 늑대족을 다시 한번 세상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박시경이 얼마나 무능하면 아내가 아이를 가지겠다고 외도까지 하고, 쥐족 민간요법까지 먹었겠어.”박시경의 심기가 몹시 불편해졌으니, 늑대족에서 백세나가 맞이할 나날은 더욱 비참해질 수밖에 없었다.한 달 뒤, 나는 아이들 옷을 만들 천을 사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바로 그때 백세나가 광주리를 가슴에 꼭 안고, 누가 볼세라 이 좁은 골목 안으로 살금살금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일찍이 백세나가 괴롭힘에 완전히 미쳐서, 날마다 늑대족 안에서 남의 아이들을 빼앗고 다닌다는 소문은 들었다.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머지않아 알을 깨고 나올 내 아기들을 맞이하러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하지만 내 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보옥함 안에 있던 세 개의 뱀 알은 모두 그림자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혼란스러운 와중에 문득 떠올랐다.백세나가 안고 가던 광주리 위를 덮은 초록빛 천은, 분명 내가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손수건과 똑같았다.나는 성승호가 나에게 호신용으로 선물한 비수를 집어 들고, 미친 듯이 달려 백세나가 사라진 골목 안으로 뛰어들었다.골목 깊숙한 곳에 다다르자 낡고 황폐한 뜰이 하나 나왔고, 그 안쪽에서 백세나의 뒤틀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아가야, 엄마가 함께 있어 줄게. 무서워하지 마.”나는 백세나가 미처 방비하지 못한 틈을 타, 곧바로 비수를 백세나의 목덜미에 들이댔다.내 목소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내 아이 당장 돌려줘.”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살펴본 나는 경악했다.광주리 안의 세 개의 뱀 알은 이미 모조리 깨져 있었고, 세 마리 새끼 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죽은 걸까, 아니면 도망친 걸까?내가 멍하니 굳어 있는 사이, 백세나가 나를 밀쳐내며

  • 환생: 인수 혼인식 그날로   제7화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옆 보옥함 안에는 어느새 세 개의 알이 놓여 있었다.성승호는 수건으로 내 몸에 맺힌 식은땀을 조심스럽게 닦아주고 있었다.입을 열어 말하려던 순간, 비명이 들려왔다.백세나의 목소리였다.“안 낳을래! 더는 못 낳겠어! 차라리 날 죽여! 제발 죽여 달라고!”“조금만 더 버티세요. 이제 거의 다 끝났습니다!”백세나의 울부짖음과 산파의 북돋우는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우리가 있는 산실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뿐, 백세나는 아직도 출산 중이었다.“많이 힘들었지?”성승호가 내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추며, 걱정과 자책, 그리고 한없는 사랑이 담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여긴 너무 시끄럽지 않아? 아니면 내가 당신과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푹 쉴까?”전생의 박시경에게 중요한 건 오직 아이뿐이었다.박시경은 꼬박 하루하고도 밤이 넘도록 고생한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아이를 내 품에 안기며 당장 젖을 먹이라고 다그쳤다.내 몸 상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자신에게 권력을 가져다줄 반수인만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성승호는 시작부터 끝까지 오직 나만 바라봐 주었다.그 세 개의 뱀 알도 내가 직접 품어 부화시키라고 하지 않고, 보옥함에 그대로 둔 채 자신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괜찮아. 백세나의 출산 상황을 좀 보고 올게.”이번에 나는 출산의 고통을 전혀 겪지 않았다.세 개의 작은 뱀 알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쉽게 나왔고, 그저 잠시 잠든 사이에 모든 게 끝나 있었다.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방 산실로 향하며, 성승호를 방에 남겨 뱀 알을 지키게 했다.백세나는 침대에 누워 목이 찢어질 듯 울부짖고 있었다.백세나가 통증으로 정신을 잃으려 할 때마다 산파가 억지로 백세나의 눈꺼풀을 벌려 깨우며, 고함을 질러 의식을 붙잡아 두었다.한참이 지난 뒤, 마침내 아이가 무사히 모습을 드러냈다.하지만 산파가 아이의 생김새를 확인한 순간, 경악하며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괴, 괴물이야! 둘째 아가씨가

  • 환생: 인수 혼인식 그날로   제6화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성승호는 벌떡 침대에서 뛰어내려 옷을 걸치고는 의원을 찾으러 뛰쳐나갔다.채 반 각도 지나지 않아 의원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의원이 내 맥을 짚으며 미간을 찌푸렸다.때로는 고개를 내저었다가, 때로는 끄덕이길 반복했다.방 안은 숨 막히게 조용했고, 성승호는 얼굴 가득 걱정을 띤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이윽고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축하합니다. 부인께서는 이미 임신 두 달째입니다. 며칠 안으로 알을 낳으실 것 같습니다.”처음 내뱉는 말까지는 태연하게 듣고 있었는데, 마지막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아이를 낳는 게 아니라... 알을 낳는다고?”성승호는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뱀족은 다른 종족과 조금 달라. 우린 알을 낳고, 그 알이 부화해야 아이를 만날 수 있어.”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안 후로, 성승호는 날마다 내 곁을 맴돌며 온갖 보약을 챙겨 먹였고, 손끝 하나 까딱하지 못하게 했다.심지어 어느 날은 값이 천금과도 같은 선밀과 세 알까지 사 와 내 손에 쥐여 주었다.선밀과는 그 값이 엄청나, 임산부라면 임신 기간 내내 손에 넣고 싶어 하는 보약 중의 보약이었다.전생에 임신했을 때 박시경도 나에게 겨우 반 알만 먹여 줬을 뿐이다.그런데 늘 가난하다고 알려진 뱀족이 한 번에 세 알이나 사 왔다니.“이걸 살 돈이 어디 있었어? 뱀족은 원래 가난한 거 아니었어?”성승호는 내 곁에 앉아 깨끗하게 씻은 선밀과를 내 입가로 내밀었다.“누가 당신에게 우리 뱀족이 가난하다고 그랬어? 방 안의 배치를 한번 잘 봐. 바닥에서부터 꽃병까지, 어느 하나 값비싸지 않은 게 없잖아.”방은 소박하고 깔끔하게 꾸며져 있어 나는 지금껏 유심히 관찰해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렇게 놓고 보니, 모든 물건이 하나같이 값나가 보였다.“그런데 다들 뱀족은 명문가 최하위라 자원도 제대로 못 받는다고 하던데?”성승호가 조용히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뱀족은 원래 조용히 지내는 걸 좋아해. 돈

  • 환생: 인수 혼인식 그날로   제5화

    두 사람은 서로 주고받으며 백세나의 말을 번갈아 부정했다.“우린 저 반수인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차기 연맹의 지배자는 인간 명문가의 장녀와 수인 명문가 장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여야 한다고.”“늑대족이 이런 식으로 규칙을 어긴다면 혈통은 엉망이 될 겁니다. 나중엔 누가 누구와 아이를 낳았는지도 모른 채 괴물 같은 존재가 태어날 수도 있어요.”“이 일은 나머지 네 명문 수인 가문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용족과 여우족은 절대 찬성하지 않겠습니다.”옆에 서 있던 봉황족도 곧바로 입장을 밝혔다.“봉황족은 오래전부터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겠습니다.”사대 가문 중 하나는 기권, 둘은 반대, 그러니 남은 말석의 뱀족 의견은 물어볼 필요조차 없었다.백세나의 말에 조금은 마음이 움직였던 박시경은 다시 분노를 터뜨렸다.“네가 저지른 짓을 똑똑히 봐! 늑대족의 얼굴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집으로 돌아가는 길, 성승호는 평소와 달리 말이 거의 없었다.몇 번이나 이유를 묻자, 성승호는 한참 망설이다 겨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조금 전 네가 그 붉은 늑대를 보느라 정신이 팔렸던데, 내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성승호가 질투하는 모습에 나는 순간 짓궂은 마음이 들었다.“내 눈엔 네가 제일 멋져. 특히 밤에 침대에서...”그리고 그 뒤로 나는 꼬박 하루 동안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한 달 뒤, 백세나가 온몸에 상처를 입고 뱀족을 찾아와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백세나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울며 하소연했다.“제발 좀 도와줘. 박시경이 완전히 미쳐버렸어. 자기 핏줄의 아이를 낳지 못하면 평생 나를 괴롭히겠대. 나 이제 더는 버틸 수 없어. 다시 임신하지 못하면 정말 죽을 것 같아. 언니, 혹시 도와줄 만한 비술 같은 거 몰라?”백세나의 그 말을 듣고도 나는 전혀 놀랍지 않았다.전생에 그 모든 일을 직접 겪은 사람은 바로 나였으니까.백세나가 겉으로 드러낸 팔과 다리에

  • 환생: 인수 혼인식 그날로   제4화

    박시경의 얼굴은 음침하게 가라앉았고, 몸에서는 살기 어린 분노가 흘러나왔다.“도대체 누구와 몸을 섞고 이런 아이를 낳은 거야?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이 애비 없는 자식부터 죽여 버리겠어.”백만석이 다급히 박시경을 말렸다.“일단 진정하게. 이 일에는 뭔가 오해가 있을 수도 있어. 세나가 그렇게 너를 좋아하는데 어찌 너를 배신하겠어?”백만석이 자신을 감싸주자, 백세나는 얼른 아이를 안고 박시경 앞으로 다가가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잘 봐. 우리 아이가 얼마나 당신을 닮았는지. 특히 눈은 당신이랑 똑같잖아.”박시경은 무표정한 얼굴로 새끼 늑대를 받아 들었다.그런데 방금 전까지 백세나 품에서 얌전히 자고 있던 새끼 늑대가 박시경의 얼굴을 보자마자, 갑자기 목이 터져라 울기 시작했다.그 처절한 울음소리에, 나는 전생 불길 속에서 몸부림치던 천빈의 모습이 떠올랐다.가슴 한복판이 숨이 막힐 듯 조여들며,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 모습을 본 성승호는 내가 아이 울음소리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지, 조용히 내 귀를 감싸 주었다.“애비 없는 새끼!”박시경이 증오스러운 듯 내뱉으며, 새끼 늑대를 높이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힘껏 내리쳤다.아이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나와 성승호는 동시에 손을 뻗었다.결국 새끼 늑대는 성승호의 품에 무사히 안겼다.나는 백세나와 박시경을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했다.하지만 이 아이에게는 아무 죄도 없었다.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충격에 얼어붙었다.특히 백세나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온몸을 떨었다.“당신 너무 잔인해.”박시경이 백세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더는 예전의 사랑이 남아 있지 않았다.“늑대족은 반려자에게 충성하고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것을 숭상하는 종족이야. 그런데 너는 당당하게 나를 배신했어. 그런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날 잔인하다고 하는 거지?”박시경에게서 굳이 장점을 찾자면, 한 사람에게 끝까지 충실하다는 점 하나뿐일 것이다.전생에서 내가 반 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

  • 환생: 인수 혼인식 그날로   제3화

    성승호의 차분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당신이 어쩔 수 없이 저를 선택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약속드리겠습니다. 제 능력이 닿는 한, 절대로 당신이 억울한 일을 겪게 두지는 않겠습니다.”그 말에 나는 무심코 몸을 돌렸다.그런데 발을 잘못 디디는 바람에 그대로 성승호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순간 은은하면서도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나는 성승호의 눈을 올려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내가 당신을 선택한 건 누구의 강요도 아니에요. 그리고 앞으로는 그냥 유진이라고 불러줘요.”성승호의 짙은 눈동자에 순간 미세한 흔들림이 스쳤다.“알겠어.”사흘 뒤, 예정대로 두 사람의 혼례식이 열렸다.공교롭게도 늑대족과 뱀족의 혼례는 같은 별당에서 진행됐다.이번 생의 늑대족 혼례는 전생보다 훨씬 성대했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봉황족까지 초청해 축하 공연을 열었으며, 이름 있는 명문가들도 모두 늑대족의 혼례식을 찾았다.반면 뱀족 쪽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외부 손님은 거의 없었지만, 뱀족 사람들의 얼굴에는 오히려 기쁨이 가득했다.인간과의 혼인은 곧 차기 인수 연맹의 주도권을 노려볼 기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혼례가 끝난 뒤, 별당을 나서던 나는 정면으로 백세나와 마주쳤다.백세나는 일부러 목을 치켜들며 목덜미에 선명하게 남은 붉은 자국을 내게 보여주었다.“늑대족이 그렇게 정력이 좋은 줄은 몰랐네. 이러다 얼마 안 가 늑대족 후계자를 품게 될 것 같아.”나는 미소만 지었다.“그럼 정말 네 바람대로 되길 바랄게.”하지만 백세나는 임신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인간과 수인은 본래 다른 종족이고, 자연 임신만으로 아이를 갖기 위해서는 아무리 빨라도 1년 이상이 걸렸다.전생의 백세나는 내가 쉽게 임신한 걸 보고는 자신도 당연히 그럴 수 있으리라 여겼다.백세나가 늑대족 앞에서 반 년 안에 임신할 수 있다고 장담한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소문이 다 퍼진 상태였다.백세나가 워낙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바람에 박시경조차 그 말을 믿어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