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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3화

Author: 차라
“현아 아가씨, 왜 내려오셨어요?”

규영은 안타깝게 소현아를 바라보았다. 소현아가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기들이 배고프대요. 뭐 하고 있어요? 왜 예쁜 언니를 괴롭히는 거예요?”

소현아는 눈물범벅으로 그 절세미인을 바라보았다.

여자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선글라스를 벗고 소현아를 향해 몇 걸음 다가왔다.

“누구?”

여자가 물었다. 규영과 미진은 굳은 얼굴로 소현아를 보호하고자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아가씨, 주인님은 지금 정말 안 계십니다. 나가주세요.”

미진이 경계하며 말했다.

여자는 규영과 미진의 말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소현아의 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침부터 왜 이렇게 시끄러워?”

천효연은 어제 입은 잠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몸 군데군데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고 얼굴은 극도로 어두웠다.

소현아 그 계집 때문에 짜증 나 미치겠는데, 아침부터 이 멍청이들이 시끄럽게 구는 바람에 잠에서 깨기까지 했다.

곧이어 그녀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녀는 사람들 속 여자를 위아래로 훑으며 살펴보았다.

다행히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여자였다.

“누구시죠?”

천효연은 턱을 치켜들고 팔짱을 끼며 여주인 행세를 했다.

옆에 서 있던 도우미가 그녀에게 몇 마디 속삭였다. 그녀의 눈동자에 경멸이 차올랐다.

“아, 창녀 주제에 감히 여길 직접 찾아왔다고? 쓸모없는 것들, 이런 걸 제멋대로 들여보내 놓고 무사할 줄 알아?”

안 그래도 화를 분출할 곳을 찾고 있는 천효연이었기에 이런 상황을 놓칠 리 없었다.

여자는 몸을 돌려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눈으로 천효연을 쳐다보았다.

“당신은 누구죠?”

여자는 입술을 한번 슥 핥고는 물었다. 천효연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대답하려던 순간, 돌연 두피에 통증이 밀려왔다.

그 여자가 천효연의 머리카락을 잡아 탁자에 내리찍은 것이다.

쾅 소리와 함께 천효연의 이마가 강하게 부딪혔다. 손끝에 새빨간 피가 묻어나오자 그녀는 하얗게 질린 채 비명을 질렀다.

“이 나쁜 년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

그녀가 죽일 듯 달려들었지만, 상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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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40화

    “여긴 왜 왔어?”강지훈은 문을 열고 나타난 초췌한 천효연의 얼굴을 마주했다.“지훈 씨, 나 때문에 현아 씨 내보낸 거죠?”천효연의 눈가는 붉어져 있었지만, 얼굴에는 좀처럼 숨길 수 없는 광기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강지훈은 미간을 더욱 깊게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그 여잔 안정이 필요해. 너도 마찬가지고.”그 몇 마디 안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천효연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초췌한 그녀의 모습에서는 색다른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지훈 씨, 알아요. 제가 너무 오만했고, 당신이 저에게 베풀어준 호의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분수를 몰랐어요. 현아 씨 일도 제 잘못이고, 어머님 일은 제가 죽어 마땅한 죄를 지었어요. 하지만 제발, 제가 당신을 구한 걸 봐서라도 여기 있게 해줘요. 네?”그녀는 제 옷깃을 잡아 내리고는 높게 솟은 두 봉우리를 강지훈의 가슴에 밀착했다. 강지훈이 천효연의 손을 잡고 침실 쪽으로 가려고 했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그녀가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지훈 씨, 오늘 밤은 여기서 하면 안 돼요?” 그녀가 서재를 가리켰다.강지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확실해?”천효연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깊은 밤, 강지훈은 소파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다.천효연은 조심스레 팔을 문질렀다. 온몸이 쑤시는 듯 욱신거렸다.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몸을 혹사했으니,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물론, 그녀에게는 더욱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그 후 며칠 동안 천효연은 매일 강지훈을 찾아왔고, 강지훈도 이에 대해 일절 거절하지 않았다.한편 소현아는 원래 잘 잊는 성격이라, 고윤정을 따라 집으로 가서는 며칠 동안 연속 잠에만 빠져 있었다.“현아야? 현아야?”소현아는 큰 눈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눈앞 익숙한 얼굴을 보니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엄마?”소현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직도 조금은 확신이 서지 않는지 제 팔을 힘껏 꼬집었다.“아야야, 진짜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39화

    그녀의 모습에 강지훈의 얼굴빛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는 거친 손바닥으로 그녀의 배를 부드럽게 문질렀다.“네 입에서는 항상 좋은 말이 나오는 법이 없으니 아예 막아 버리는 게 낫겠어.”강지훈의 손길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자 소현아는 몸을 몇 번 뒤틀었다.“싫어요, 싫어요! 안 돼요!”소현아가 소리치며 더욱 강하게 거부했다. 그는 싸늘하게 코웃음 치며 손바닥으로 소현아의 엉덩이를 세게 때렸다.“내일이면 떠나잖아. 그러니까 오늘 밤엔 자지 말고 대신 내일 하루 종일 자. 착하지.”강지훈은 말을 마치고는 다시 몸을 숙였다.그날 밤, 방안은 내내 조용할 틈이 없었다.이튿날 아침이 밝자 소현아는 강지훈의 손에 의해 이불 속에서 끄집어내졌다. 그녀는 눈을 뜬 순간 눈앞의 남자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강지훈 씨! 또 저 아프게 하려고요?”소현아는 어젯밤 너무 심하게 시달린 탓에 눈가는 푸르스름했고 얼굴도 잔뜩 부어올라 꼭 자그마한 만두 같았다. 그녀는 작은 손으로 강지훈의 팔을 툭툭 쳤다.“무슨 생각하는 거야? 이제 일어나야지. 안 그럼 늦어. 설마 또 하고 싶은 거야?” 강지훈은 소현아의 귓불을 가볍게 꼬집었다.“아니요. 그럴 리가요. 저 놀리지 말아요. 전 바보니까 놀리면 안 돼요.”강지훈은 더 이상 그녀에게 장난을 치지 않고 준비된 옷으로 갈아입히고는 그녀를 아래층으로 데리고 내려갔다. 고윤정은 일찌감치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예쁜 언니!”소현아는 고윤정을 보자 강지훈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잔뜩 들뜬 채 고윤정에게 달려갔다. 소현아는 어떤 사람에게도 경계심이 없었고 특히 예쁘게 생긴 사람에게는 더 그랬다.“어젯밤엔 잘 잤니?”고윤정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나지막이 물었다.“아뇨, 잘 못 잤어요. 강지훈 씨가 저를 계속 괴롭혔어요!”거실 전체에 그녀의 일러바치는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고윤정도 소현아가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내뱉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다만 당사자인 강지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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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언니, 예쁜 언니!”소현아는 신이 나 벌떡 일어섰다. 고윤정은 웃으며 그녀의 코끝을 톡톡 건드렸다.“마음에 드니?”고윤정이 케이크를 흘긋 보며 말했다. 소현아의 눈은 케이크에 고정되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좋아요, 좋아요! 저 주시는 거예요?”고윤정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현아는 더없이 행복한 얼굴로 케이크를 살짝 핥았다.“어머니.”강지훈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의 얼굴엔 복잡한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의 시선이 고윤정으로부터 소현아의 입술에 옮겨졌다. 소현아는 강지훈을 보자마자 재빨리 케이크를 등 뒤로 숨겼다. 토끼가 먹이를 지키려는 듯한 그 귀여운 모습에 강지훈의 눈동자 속 차가움이 조금 녹아내렸다.“소현아, 이리 와 봐. 할 얘기가 있어.”강지훈이 소현아에게 손짓했다. 소현아는 케이크와 그를 번갈아 보다가 케이크를 내려놓고 그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 그네가 있는 곳까지 가서야 멈춰 섰다.강지훈은 소현아의 허리를 감싸 안고 그네에 앉았다. 강지훈이 그녀 입가에 묻은 케이크를 부드럽게 닦아 주며 물었다.“현아야, 바깥에 나가서 놀고 싶어?”강지훈의 목소리는 가득 쉬어 있었다. 단어 하나하나도 목구멍에서 겨우 쥐어짜 간신히 나오는 듯했다. 그는 몸을 돌려 품 안의 소현아를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정말요?”소현아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강지훈이 바깥에 나가도 좋다고 허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는 본래 바깥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자유분방한 성격이다. 예전 장소월과 함께 있을 때는 그녀와 좋은 시간을 보냈었지만, 여기에서 말동무는 규영과 미진이 전부다. 강지훈이 정말로 허락해 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하얀 팔로 강지훈을 와락 감싸 안았다.“와, 너무 좋아요. 너무 좋아요!”그녀는 너무 신이 나 폴짝폴짝 뛰기까지 했다. 그전 축 늘어져 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그럼 엄마도 만날 수 있어요?”소현아가 다시 물었다. 강지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37화

    “맞아. 내가 듣기로는 현아 아가씨를 여기에 두는 이유가 단지 임신했기 때문이래. 아이를 낳고 나면 효연 아가씨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더라고. 현아 아가씨는 너무 어수룩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같잖아. 주인님도 그 점이 잠깐 새롭게 느껴져서 곁에 둔 걸 거야.”다른 도우미가 맞장구쳤다.소현아는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 도우미 둘이 청소를 마치고 막 자리를 뜨려다 그 자리에 꼿꼿하게 서 있는 소현아를 발견했다. 둘의 얼굴빛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무릎을 꿇었다.“현아 아가씨...”그들은 소현아와 달리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주인님의 일을 함부로 입에 올렸다는 것이 발각되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게 되기 십상이었다.소현아는 그들을 바라보며 바로 그들 앞에 쪼그려 앉았다.“방금 한 얘기 정말이에요?”소현아는 반드시 대답을 듣겠다는 듯 그들을 똑바로 응시했다.둘은 서로 눈치만 살필 뿐,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아래층 대문이 열리고 불청객이 나타났다. 강지훈이 피투성이 여자를 안고 들어선 것이었다.여자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그 얼굴은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 소현아에게 시선을 돌리게 했다.바로 천효연이었다.강지훈의 얼굴은 누구도 감히 방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소현아를 지나쳐 바로 위층 침실로 향했다.소현아는 강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코를 훌쩍였다.‘정말 역겨운 냄새야.'그 후 며칠 동안, 강지훈은 소현아에게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천효연의 곁만 지켰다. 예전 소현아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아래층 도우미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많아졌다. 가끔 그 말을 들었을 때에도 소현아는 방긋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도우미들은 속으로 소현아를 안쓰러워하고 있었다.다만 소현아만은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못난이 언니가 자신 때문에 쫓겨났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못난이 언니가 다시 돌아왔으니 기쁜 것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36화

    그 후 며칠 동안 강지훈은 계속 바깥에 머물렀다.“현아 아가씨, 뭐라도 좀 드세요.”규영과 미진이 맛있는 고기를 들고 있었지만, 소현아는 너무나 입맛이 없었다.“안 먹을래요. 못 넘기겠어요. 안 먹어요, 안 먹어요.”소현아는 어린아이 응석 부리듯 이불로 몸을 칭칭 감쌌다.벌써 며칠째 그 나쁜 자식을 보지 못해서 그런지 괜히 마음이 심란했다.‘예전엔 그 나쁜 자식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었는데 왜...’소현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작은 주먹으로 제 머리를 콩콩 두드렸다.옆편에서 이를 지켜보던 규영과 미진은 순식간에 얼굴이 굳어졌다.“현아 아가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미진이 소현아의 손을 잡았다.소현아는 새끼 고양이처럼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머릿속에 나쁜 자식이 들어 있어요. 그놈이 여기 있는 게 싫어요. 쫓아내고 싶어요.”소현아는 촉촉하게 반짝이는 눈망울로 그들을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그때 문 앞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문이 열렸다.규영과 미진이 일제히 뒤돌아보았다.문가에 서 있는 강지훈의 모습이 보였다.두 사람의 손에 들려 있는 접시를 보고 영문을 알아차린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조용히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규영과 미진이 물러났다.그는 침대 위 불룩 솟아오른 이불 뭉치를 바라보며 미간을 문질렀다. 넓고 투박한 손으로 이불 속에 숨은 병아리 같은 그녀를 능숙하게 끄집어냈다.“악! 강지훈 씨!”소현아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얼굴은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그녀는 어느새 강지훈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응? 전엔 그렇게 먹고 싶다고 떼를 쓰더니, 왜 이제는 또 안 먹겠다는 거야?”강지훈은 참을성을 가지고 물었다.소현아는 강지훈의 품에 수줍게 안겨 동그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아기가 배를 차서 너무 아파요. 먹고 싶지 않아요. 강지훈 씨, 저 좀 놔주세요. 아기가 기분이 안 좋대요.”그 말에 강지훈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리며 조금 힘을 풀었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35화

    그녀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소현아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됐어, 이제 다음.”고윤정은 한숨을 내쉬며 구석에서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천효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때의 천효연은 줄곧 어둠 속에 갇혀 있었던지라 눈이 부셔 눈물을 흘리는 건지, 아니면 겁에 질려 우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텅 빈 공허한 눈빛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당시 그 사건 이후, 강지훈은 단 한 번도 그녀를 보러 가지 않았고, 심지어 한마디 변명도 들어주지 않은 채 골방에 가둬 두기까지 했다. 그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니.“강지훈, 네가 끼고 살던 여자가 바로 이년이야? 네 안목이 이렇게 형편없었단 말이야?”여자는 싸늘하게 코웃음 치며 돌아선 뒤 소파에 앉았다. 그녀의 눈빛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어머니, 제가 버릇을 잘못 들였어요. 걱정 마세요. 이 일은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강지훈은 미간을 문질렀다. 그 말에 고윤정은 얼굴빛이 살짝 어두워지며 그를 싸늘하게 노려보았다.“됐어, 감히 나를 모욕한 건 그냥 넘어가도 상관없어. 하지만 현아의 일은 그러면 안 돼. 듣기로 네놈은 저 천한 계집년한테 빠져서 네 아이를 품은 현아를 내팽개치고 살았다면서?”강지훈의 부모님은 모두 후대 자손을 중시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강지훈은 그들의 뜻에 따라주지 않았다. 수년간 여자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 어떤 여자도 그의 아이를 갖지 못했고, 어느 누구와도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부모님들 또한 강지훈의 생각을 모를 리 없었기에 수없이 타이르고 설득했었다. 설령 그 여자들에게 아이를 갖게 할 생각은 없더라도, 최소한 한 명 정도는 남겨두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화제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강지훈은 그저 이 한 마디만 퉁명스럽게 던질 뿐이었다. “걔들은 그럴 자격이 없어요.” 그들은 말문이 막혀버렸다.며칠 전, 부부는 우연히 소식을 접하고는 바로 달려왔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하마터면 귀한 손주를 잃을 뻔했다!“내보내.”강지훈이 말했다. 자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34화

    오랜 시간 동안 힘들게 품고 있던 아이를 떠나보내고 싶지는 않았다.“안심해, 아기는 무사하니까.”강지훈은 잠긴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소현아가 남긴 물을 벌컥 삼켰다. 아이가 무사한 건 그야말로 천만다행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이는 물론이고 산모까지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흔히들 바보에게는 복이 따른다고 하지 않는가. 딱 이 경우였다.강지훈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소현아의 허리에 팔을 넣어 들어 올렸다. 소현아가 창백해진 얼굴로 그의 옷자락을 잡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강지훈 씨, 저 너무 피곤해요.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싫어요.”그녀가 눈을 내리깔았다.강지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가 그렇게까지 막돼먹진 않았어.”“아니요. 당신 그런 사람 맞아요.” 소현아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빤히 그를 쳐다보며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강지훈은 말없이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됐다,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를 상대로 뭘 따지겠는가. 그저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되는 거지...소현아를 씻기고 난 뒤, 강지훈은 찬물로 샤워를 하고 서둘러 옷을 걸쳐 입고는 그녀를 데리고 거실로 나왔다.소현아는 사람들 틈에서 그 예쁜 언니를 발견했다. 그녀 곁에는 매서운 눈매와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남자가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이 강지훈과 꽤나 닮아 있었다.그녀는 강지훈의 소매를 잡아끌고 그의 귓가에 바짝 다가가 속삭였다.“저기 저 예쁜 언니 곁에 있는 남자, 강지훈 씨랑 닮았어요.”그녀는 코를 훌쩍였다. 강지훈이 흘긋 보더니 물었다.“예쁜 언니?”소현아는 진지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그때, 그 예쁜 언니가 소현아에게 성큼성큼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소현아는 겁에 질려 눈만 빼꼼 내밀고 강지훈의 등 뒤로 얼른 몸을 숨겼다. 외모는 확실히 예쁘긴 했지만, 그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는 이미 경험해 봤기 때문이었다.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어머니, 애 놀라게 하지 마세요.”강지훈이 입을 열자 여자가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33화

    “현아 아가씨, 왜 내려오셨어요?”규영은 안타깝게 소현아를 바라보았다. 소현아가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아기들이 배고프대요. 뭐 하고 있어요? 왜 예쁜 언니를 괴롭히는 거예요?”소현아는 눈물범벅으로 그 절세미인을 바라보았다.여자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선글라스를 벗고 소현아를 향해 몇 걸음 다가왔다.“누구?”여자가 물었다. 규영과 미진은 굳은 얼굴로 소현아를 보호하고자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아가씨, 주인님은 지금 정말 안 계십니다. 나가주세요.”미진이 경계하며 말했다.여자는 규영과 미진의 말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소현아의 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아침부터 왜 이렇게 시끄러워?”천효연은 어제 입은 잠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몸 군데군데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고 얼굴은 극도로 어두웠다.소현아 그 계집 때문에 짜증 나 미치겠는데, 아침부터 이 멍청이들이 시끄럽게 구는 바람에 잠에서 깨기까지 했다.곧이어 그녀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녀는 사람들 속 여자를 위아래로 훑으며 살펴보았다.다행히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여자였다.“누구시죠?”천효연은 턱을 치켜들고 팔짱을 끼며 여주인 행세를 했다.옆에 서 있던 도우미가 그녀에게 몇 마디 속삭였다. 그녀의 눈동자에 경멸이 차올랐다.“아, 창녀 주제에 감히 여길 직접 찾아왔다고? 쓸모없는 것들, 이런 걸 제멋대로 들여보내 놓고 무사할 줄 알아?”안 그래도 화를 분출할 곳을 찾고 있는 천효연이었기에 이런 상황을 놓칠 리 없었다.여자는 몸을 돌려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눈으로 천효연을 쳐다보았다.“당신은 누구죠?”여자는 입술을 한번 슥 핥고는 물었다. 천효연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대답하려던 순간, 돌연 두피에 통증이 밀려왔다.그 여자가 천효연의 머리카락을 잡아 탁자에 내리찍은 것이다.쾅 소리와 함께 천효연의 이마가 강하게 부딪혔다. 손끝에 새빨간 피가 묻어나오자 그녀는 하얗게 질린 채 비명을 질렀다.“이 나쁜 년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그녀가 죽일 듯 달려들었지만, 상처만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32화

    “도대체 무슨 일이야?”강지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속을 알 수 없는 눈동자로 규영과 미진을 쳐다보았다. 미진이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강지훈의 마음속에서 누가 더 중요한지 알 수 없었지만, 말하지 않으면 강지훈과 소현아 사이에 오해가 생길까 두려웠다.또한 조금 전 정원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면 주인님이 아가씨를 꽤 아끼시는 것 같았기에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다.“효연 아가씨가 아가씨를 촌스럽다고 욕하고 애완동물이라고 비난하셨습니다. 하지만...”미진은 잠시 머뭇거렸다. 사실 소현아가 진짜 화난 건 그 때문이 아니었다.“알았어.”강지훈은 몸을 기울여 옆의 도우미에게 천효연을 불러오라고 지시했다.곧 빨간 실크 잠옷 차림의 천효연이 도착했다. 옷깃이 너무 깊게 파여 움직일 때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그녀는 도착하자마자 강지훈의 팔을 끌어안고 교태를 부렸다.“지훈 씨, 아까 일은 내가 설명할게요. 우리가 함께 지낸 시간을 생각해서라도 제 말 좀 들어줘요. 이것 봐요... 소현아가 이렇게 만들었어요.”그녀는 강지훈을 야릇하게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그의 목울대를 어루만졌다. 천효연은 늘 이런 행동을 해왔기에 옆의 도우미는 무표정한 얼굴로 태연하게 서 있었다.강지훈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에 천효연은 더욱 의기양양해졌다.그녀의 손은 더 대담해졌고 급기야 강지훈의 민감한 부위로 뻗었다. 강지훈이 돌연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그 손 조금만 더 움직이면 잘라버릴 거야.”그의 섬뜩하고 싸늘한 눈빛에 천효연은 온몸이 부르르 떨려왔다.강지훈은 영리한 사람이다. 온전히 자신의 뛰어난 능력으로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그는 고개를 돌려 천효연의 머리카락 냄새를 킁킁 맡고는 말했다.“천효연, 너도 애완동물에 불과해. 애완동물이 자기 분수를 잊고 주인 행세를 하면 어떻게 될까?”그의 서늘한 목소리에 천효연은 온몸이 경직되는 것 같았다.“알겠어요.”그녀는 애써 두려움을 참아내며 말했다.강지훈은 손을 흔들어 도우미들을 물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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