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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2화

Author: 차라
한 학기가 반쯤 지났을 때, 교수님은 그동안의 수업 결과를 확인하고자 각자 작품 하나씩 제출하라고 말씀하셨다.

장소월은 영감을 찾기 위해 전연우를 끌고 거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오후 내내 뛰어다녔지만 영감은커녕 피곤함만 쌓여갔다. 커피숍에 앉아 잠시 쉬려던 때, 진무희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같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진무희가 커피숍에 도착했을 때, 전연우는 이미 자리를 떴는지 보이지 않았다.

“너 남자친구는?”

진무희는 여전히 무심한 척 물었지만, 눈동자는 몰래 커피숍 안을 훑고 있었다.

장소월은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방금 갔어.”

진무희를 부른 건 그녀와 함께 있으면 창의적인 생각들을 많이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굳이 전연우를 끌고 다닐 필요는 없다.

진무희는 속으론 실망했지만, 겉으론 태연한 척하며 장소월과 석조 조각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예술을 사랑했던 진무희는 대학교 졸업 후 망설임 없이 이 전공을 선택했고, 먼바다를 건너 켄핀 대학교까지 왔다.

유학 생활이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이를 악물고 버텨왔다. 하지만 때로는 현실적 생활고 문제에 직면해 무너질 때도 있었다.

장소월은 영감이 고갈된 상태였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황무지’라는 주제를 어떻게 석조 조각으로 풀어야 할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진무희의 분석을 들은 순간 머릿속에 어렴풋한 윤곽이 잡혔다.

“파괴의 표현 방식도 예술이야.”

진무희는 이 말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평소 전공 지식에 관해선 장소월이 진무희에게 자주 묻는 편이었다. 하지만 완성된 작품을 제출했을 땐 장소월이 더 높은 점수를 받곤 했다.

그 순간 장소월은 진무희를 더욱 높이 평가했다.

“진무희, 역시 넌 정말 대단해!”

진무희는 속으로 우쭐했지만 겸손하게 웃으며 말했다.

“뭘, 그냥 나온 대로 말한 거야.”

진무희는 가끔 장소월에게 질투의 마음이 들었다. 출발점은 자신이 더 높았지만, 천부적 재능은 장소월이 훨씬 월등했으니 말이다.

장소월이 이전에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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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614화

    장소월의 친구들은 모두 전연우와 일면식이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모두 노는 데 집중하느라 아무도 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음료를 마시러 오다 그를 본 마이가 황급히 장소월을 불렀다.장소월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에이빈과 다른 친구들과 바닷물을 튀기며 놀고 있었다.전연우는 인내심을 가지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장소월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장소월은 지칠 정도로 놀고 나서야 뒤늦게 그를 발견하고는 황급히 뛰어갔다.전연우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분명 화가 난 모습이었다.장소월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와있는 줄 몰랐어.”방금 친구들과 노느라 정신이 없어 정말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었으면 진작 달려갔을 것이다...해변에서 남학생들과 어울렸던 일 때문에, 전연우는 사흘째 장소월을 데리러 오지 않고 있었다.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계속 죄책감을 안고 있던 마이가 장소월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소월아, 내가 너 남자친구한테 가서 설명할게, 어때?”장소월은 최근 이 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크고 작은 싸움은 보통 부부들에게도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최근 전연우는 너무나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따지고 보면 마이 탓도 아니었다. 그저 그녀가 소리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던 진무희의 귀에 마이의 말이 들려왔다. 순간 흥미가 차올랐다. 역시 싸운 것 때문에 남자친구가 장소월을 데리러 오지 않은 것이다!장소월은 잔뜩 풀이 죽어 있는 마이를 위로했다.“마이,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너무 신경 쓰지 마.”에이빈은 며칠 전 해변에서 장소월에게 선물을 주려 했었다. 하지만 당시 장소월이 먼저 떠나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었다.최근 그녀의 남자친구가 보이지 않자, 그는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에이빈은 켄핀 대학교에서 손꼽히는 우수한 학생이었다.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오만한 사람이었지만, 장소월이 반에 전학 오면서 백팔십도 달라졌다.처음엔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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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월은 진무희가 집에 오는 게 싫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녀가 사는 곳을 알게 될 테니 실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전화기 너머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진무희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장소월, 이 위선적인 년!’“미안해, 무희야. 나... 나중에 보면 안 될까?”장소월은 진무희를 진심으로 친구로 여겼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었고, 그녀가 이해해주길 바랐다.진무희는 마음이 불편했지만,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아직 완성하지 못한 작품을 보고 있으니 진무희는 무척이나 고뇌스러웠다. 분명 거의 동시에 시작했는데, 장소월은 벌써 완성했다니.최근 교수님이 장기적인 과제를 내주셨기에 수업이 별로 많지 않았다. 하여 작품을 완성한 학생들은 신나게 휴가를 즐기고 있었고, 미완성한 학생들은 여전히 고군분투하며 다듬고 있었다.오후 수업을 마친 뒤, 몇몇 친구들이 저녁에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자고 제안했다. 장소월은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연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우리랑 같이 가, 소월아! 힘들게 작업했으니 이제 쉬어야지!”장소월을 설득하는 외국인 친구들의 말소리가 교실 문을 나서던 진무희의 귀에 흘러들어왔다. 그녀는 말없이 조용히 자리를 떴다. 그녀는 과제를 완성하지도 못했을뿐더러 설사 완성했다 해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으니 그런 여유는 그녀에게 허락되지 않았다.장소월은 외국인 동기들의 열정적인 초대에 결국 동의했다. 전연우에게 간단히 메시지만 보낸 뒤 친한 마이와 팔짱을 끼고 꺄르르 웃으며 해변으로 향했다.해변에 도착한 뒤, 장소월은 수영복 매장에서 안개빛 파란색에 잔꽃 무늬가 있는 클래식 디자인의 수영복을 골랐다.하지만 마이가 밝은 노란색의 로우컷 수영복을 건넸다.“소월아! 이게 너한테 더 잘 어울려!”장소월은 연신 손을 내젓고는 수영복을 갈아입으러 탈의실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반 남학생 에이빈이 마이에게 다가가 물었다.“소월이 어딨어?”마이는 수영복을 고르며 대답했다.“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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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611화

    장소월이 수업을 마친 뒤, 전연우는 매일 그녀를 데리러 걸음 했다. 이는 수많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자아냈다.“소월아, 너 남자친구 또 데리러 왔어!”동기들이 웃으며 장소월에게 말했다.장소월은 앳된 동안의 얼굴을 갖고 있어 모두 그녀가 미혼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에 대해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무희야, 그럼 나 먼저 갈게.”장소월은 진무희와 주변 외국인 동기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는 곧바로 전연우에게로 뛰어갔다.진무희는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해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드디어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났건만,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것도 이토록 출중한 외모에 재력까지 갖추고 있는 남자친구다. 멀리 떨어진 거리였지만, 전연우는 장소월의 친구들의 부러움 섞인 목소리를 들었다. 다만 한 단어가 그의 귀에 거슬렸다.“지금 나한테 네 남자친구라고 한 거야?”장소월은 전공 서적을 넘기며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그게 뭐 어때서?”그녀가 순간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자 전연우는 곧바로 그녀를 부축했다. 그의 시선을 마주한 순간, 그가 ‘남자친구’라는 호칭에 신경 쓰고 있음을 감지했다.장소월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나 아직 학생이잖아. 남자친구라고 하는 게 딱 맞지.”지금은 학업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어야 할 때다.전연우는 반년 가까이 켄핀 대학교에 장소월을 출퇴근시켜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큰 위기감이 느껴졌다. 그녀가 해외에 나온 뒤로 예전의 자신감을 되찾았기 때문이었다.물론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그녀의 빛나는 매력을 수많은 남자들이 알아버렸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녀의 교과서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러브레터를 발견했는지 모른다!학업이 바쁜 탓에 최근 두 사람은 제대로 된 식사 시간도 갖지 못했다.전연우는 오늘 저녁 특별히 해변에서 촛불 디너를 준비했다. 장소월은 몇 번 망설였지만, 그의 성의를 생각해 결국 초대에 응했다.해가 지기 직전의 해변은 신비로운 분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610화

    웨딩드레스 디자인 전시회는 그 포문을 염과 동시에 업계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들은 앞다퉈 장소월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장소월은 공개적으로 나서는 걸 그리 선호하지 않았다. 이번 전시회의 대부분 과정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각 단계 세심한 작업은 전문가들이 도맡았다.장소월은 하고 싶었던 말을 카드에 적어 전시회 책임자에게 맡겼다.전연우가 책임자로 선택한 이는 웨딩드레스 디자인계 명성이 자자한 인물인 얀이었다. “사모님, 이 웨딩드레스들은 모두 사모님께서 디자인한 거잖아요.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직접 하셔야죠.”얀은 장소월이 청한 도움을 거부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진짜 생각을 알고 싶었다. 필경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심혈을 기울인 자신의 작품에 자부심을 갖기 마련이니 말이다.장소월은 솔직하게 말했다.“처음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지금 이 정도면 이미 충분히 만족해요.”전문 웨딩드레스 디자이너가 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우연히 떠오른 영감으로 준비한 이 전시회가 이렇게까지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얀은 예전 전연우가 했던 말을 떠올리니 어느 정도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전시회의 규모는 꽤나 컸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은 전문 디자이너들까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비행기 안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디자인에 대한 강렬한 흥미 때문에 장소월은 더 깊은 배움을 얻으려 해외로 떠나기로 결정했다.몇 시간의 비행 끝에 두 사람은 유럽에 도착했다. 시차 적응 때문에 일단 첫날은 호텔에서 하루 쉬기로 했다.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밖으로 나갔다.유럽에 처음 와본 장소월은 모든 것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특히 거리의 예술적인 분위기가 담긴 석조 조각들이 그녀를 매료시켰다.곳곳에서 만난 떠돌이 화가, 가수, 배낭여행자 등도 그녀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전연우는 그녀를 위해 디자인계의 거장 알렉스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장소월은 너무 놀라 입도 다물지 못했다.“뭐라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609화

    걱정스러움과 다급함이 가득 묻어나 있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도, 장소월은 너무나 괴로워 좀처럼 입을 떼지 못했다.전연우는 곧바로 서철용을 불러 장소월을 진찰하게 했다. 그의 얼굴엔 극심한 불안함이 역력했다. 부정적인 감정과 정서가 그녀의 몸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서철용이 침실에서 나오자, 별이와 전연우는 초조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다행히 저혈당일 뿐이야. 최근 식사가 너무 부실했나 봐?”장소월은 저녁 9시가 지나도록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전연우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줄곧 그녀의 곁을 지켰다.얼마 후, 드디어 깨어난 장소월은 정신이 한결 맑아지는 것 같았다. 잠시 눈만 붙인 줄로 알았던 그녀는 어느새 깜깜해진 바깥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벌써 날이 저물었네...”전연우는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목구멍에 걸려버린 듯 좀처럼 뱉어낼 수가 없었다.장소월이 이불을 걷고 일어나려 하자 전연우는 급히 다가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두 사람은 조용히 마주 보며 시선을 주고받았다.먼저 입을 연 건 전연우였다.“좀 더 쉬어.”늘 그랬듯 담담한 어조였지만, 장소월은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녀가 하품을 하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충분히 쉬었어. 이제 좀 움직이고 싶네.”냉전이 이어진 며칠 동안 장소월은 줄곧 불편한 마음을 안고 있었다. 전연우에게 말을 걸고 싶을 때마다 애써 참아왔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자연스럽게 말이 나왔다.생각해보면 장소월과 전연우 사이의 문제는 그리 크지 않았다. 단지 서로와의 소통이 필요할 뿐인데, 뭐가 그리 어렵단 말인가?전연우는 장소월을 부축했다. 그녀가 움직이고 싶다면 그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복도에서 나는 소리에 별이가 침대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와 달려오고는 다급히 물었다.“엄마, 괜찮아요?”장소월은 고개를 저으며 사랑스러운 손길로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전연우와 별이의 성화에 못 이겨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죽 한 그릇을 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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