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린이 전화를 받았다. 별이가 사라졌다는 소식에 그녀도 다급해졌다.“대표님, 저도 갈까요?”장소월은 급히 전연우의 핸드폰을 낚아채 말했다.“메이린,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별이 소식 있으면 바로 전화해요!”전화를 끊은 뒤 장소월은 급히 뛰어다니며 별이를 찾기 시작했다. 시간이 너무나 촉박했다. 지체할수록 별이는 더 위험해질 것이다.전연우는 부하들에게 빠르게 몇 마디 지시한 뒤 장소월을 쫓아갔다. 이런 때 그녀를 혼자 둘 수 없기 때문이었다.장소월은 거리를 뛰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몇몇이 별이를 봤다고 했지만, 자세히 물으면 다들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지하철 입구에서 누군가가 한적한 골목을 가리키며 말했다.“저쪽으로 간 것 같아요. 근데 옆에 어른 몇 명이 더 있었어요.”장소월의 심장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서 있을 힘도 없어 휘청거리자 전연우가 그녀를 붙잡았다.“찾을 수 있을 거야.”전연우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본 순간 장소월에게도 아이를 찾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하지만 이내 다시 혼란에 빠져버렸다. 만에 하나... 전연우는 그녀를 진정시키려 품에 끌어안았다.장소월은 그의 품에 얼굴을 깊이 파묻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안 돼, 별이 꼭 찾아야 해! 하지만 누가 때렸으면 어떻게 하지?’장소월은 다시 피가 끓는 듯 거리를 뛰어다니며 별이의 행방을 물었다. 전연우는 이렇게 찾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에 몇 번이나 그녀를 멈추려 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전연우도 다급해져 결국 장소월과 함께 뛰어다녔다. 한편으론 부하들에게 상황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았음에도 둘은 별이를 찾지 못했다. 마이가 전화했을 때에도 장소월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묻고 다녔다. 전연우가 그녀 대신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아직이요... 네... 괜찮아요... 우리가 찾을게요.”전화를 끊고 전연우는 장소월을 붙잡으며 말했다.“해가 졌어.”장소월은 배도 고프고 지칠 대로 지쳐버렸지만, 별이를 찾지
“마이야, 무슨 일이야?”장소월은 마이를 흘끗 보고는 선글라스를 낀 하얀 얼굴의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마이는 급히 장소월에게 눈짓하며 차에 오르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선글라스 남자도 그녀를 발견했는지 얼굴에 환희가 차올랐다.“마이 씨!”남자는 선글라스를 벗고 잔뜩 흥분하며 꽃다발을 들고 다가왔다.마이는 다급히 장소월을 끌고 차에 오르려 했지만 선글라스 남자가 막아섰다.장소월은 상황을 눈치채고 마이의 옷깃을 잡고 전연우의 뒤로 숨었다.마이는 어쩔 수 없이 선글라스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빨리 돌아가요!”불쑥 찾아와 다짜고짜 막아서는 그의 모습에 마이는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이제 배우이자 모델인데, 사람들이 모여들면 어찌한단 말인가?그 생각을 하는 순간, 주변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 섞인 얼굴로 서 있었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마이의 이름을 열정적으로 부르고 있었다.장소월은 보안요원을 불렀다. 간신히 사람들을 막아냈지만, 이대로 있다간 팬들이 더 몰려들지도 모른다.마이는 해외에서 조금 유명한 편이었고, 국내에서도 팬을 꽤나 모았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상했어야 했다.사람은 많고 보안요원은 적어 현장은 여전히 통제되지 못하고 혼란스러웠다. 몇몇은 전연우의 잘생긴 외모에 끌려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 심지어 어떤 여자는 “오빠! 오빠!”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평소 사람 많은 곳에 있으면 장소월은 어지러움을 느꼈다. 어떻게 사람들을 돌려보내 이 혼란을 끝낼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별이는 보안요원이 오기 전에 이미 사람들 속으로 밀려 들어갔다. 별이는 사람들을 뚫으려 안간힘을 쓰며 엄마 아빠를 불렀지만 주변 소음에 묻혀버렸다.장소월과 전연우는 마이를 차에 태우는 데만 신경 쓰느라 별이가 사라졌다는 걸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선글라스 남자가 따라오려 하자 장소월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또 따라오려고요? 당신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잖아요!”마이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용기를 내어 대담하게 구애한 건 잘못은
국내에서 열리는 모델 쇼에 초청받은 마이는 장소월에게 미리 연락했다.“그럼 오늘 저녁에 같이 밥 먹을까?”장소월은 옆에 있는 전연우에게 눈을 깜박이며 그의 의견을 구했다.U그룹 사람들과 직접 접촉해야 했기에, 장소월은 전연우와 함께 U그룹 회의실에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 회의가 끝나면 점심시간이 지나 있을 거라 저녁으로 정했다.핸드폰 너머 마이는 일부러 망설이는 척하다가 웃음을 터뜨렸다.“당연히 괜찮지!”U그룹과의 미팅을 마치고 장소월은 마이를 만나러 가려 전연우의 팔을 끌어당겼다.전연우가 그녀를 일깨웠다.“별이 데리러 가야 한다는 거 잊었어?”사실 그날 스케줄은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장소월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침 전연우에게 끌려 나오기 전, 별이는 수업이 끝나면 꼭 데리러 오라고 신신당부했었다. 그걸 깜빡하다니! 수치스럽기 그지없었다.장소월은 애교를 부리며 전연우를 붙잡았다.“아, 나 방금 정신이 너무 없었어!”전연우는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럼 갈까?”“당연히 가야지!”장소월은 곧바로 대답했다. 엄마로서 아이와의 약속을 잊어버린 것도 미안한데, 지키지 않기까지 하면 무슨 낯으로 아이를 본단 말인가.게다가 최근 두 사람은 바깥에 나갈 때에도 별이를 데리고 가지 못했다. 하여 아이는 이미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었다.수학 수업 중인 별이를 데리러 가는 차 안에서 장소월은 마이 이야기를 꺼냈다.“지난번 헤어진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네. 마이가 여기 자주 출장 와서 다행이야!”장소월은 마이가 얼마나 회복됐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별이를 먼저 집에 데려다주려 했지만 아이는 완강히 거부했다.“싫어요! 엄마 아빠랑 외식한 지 너무 오래됐어요!”상심한 듯한 별이의 모습에 장소월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마이 누나가 왔어. 오늘 저녁에 같이 밥 먹을 거야.”별이도 마이 누나를 좋아했기에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엄마 아빠의 말투로 보아 그를 데려갈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장소월과
장소월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자신을 놀린다는 생각에 화가 나 얼굴까지 새빨개졌다.“지금 나 놀리는 거지!”생각이 너무 많다는 건 장소월 본인 역시 잘 알고 있어 몇 차례 반성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본성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았다.“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이야. 하나뿐인 그 단점은 별거 아니니까 내가 감당하면 돼.”전연우의 애정 어린 눈빛에 장소월은 가슴이 따뜻해졌다. 이토록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게 참 행복했다.별이는 메이린과 함께 수족관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부모님이 옆에서 대화만 나누고 자신을 신경 쓰지 않자 급히 달려와 두 사람을 붙잡았다.“아빠, 엄마! 왜 둘만 얘기해요! 별이랑도 놀아줘요!”전에도 몇 번 이런 적이 있었다. 아이와 놀아주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그냥 데리고 나온 것뿐이었다!별이는 두 사람을 유리관 앞으로 끌고 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두 분한텐 제가 필요 없는 거죠?”장소월은 별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아이의 순수함에 저도 모르게 치유받는 느낌이었다.그녀는 웃으며 다가가 별이의 부드러운 볼을 쓰다듬었다.“아가, 네가 왜 필요 없겠어! 아빠 엄마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장소월이 전연우에게 눈짓하자 그는 즉시 다가와 맞장구쳤다.“네 엄마 말이 맞아.”별이는 여전히 허리에 손을 얹고 화난 척 고개를 돌렸다.장소월과 전연우가 별이의 팔을 하나씩 잡자, 그는 참지 못하고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은방울 같은 웃음소리에 장소월과 전연우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유리관 안에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별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돌고래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면 돌고래와 가까이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별이는 장소월의 손을 잡고 돌고래의 시원하고도 매끄러운 감촉을 느끼게 했다.전연우는 한쪽에 앉아 두 사람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이었다.며칠 후, 장소월은 전연우의 비즈니스 파트너
장소월의 의문은 점점 더 커져갔다. 거듭 물어본 끝에 에문도 진무희가 범인임을 알아냈다는 걸 알게 됐다.전연우는 이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어떻게 할까?”혼자만의 일이 아니었기에 모두의 의견을 묻는 게 마이에게도 좋을 것이다.장소월은 분개했지만 진무희에게 직접 복수하는 건 어려웠다.“이미 사람을 시켜 혼내줬어.”에문의 말투는 가벼웠지만 그 눈빛은 드물게 단호했다. 장소월에겐 색다른 모습이었다.평소 온화하고 부드럽기만 했던 에문이 친구를 위해 망설임 없이 칼을 빼 들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장소월은 자신의 성격이 너무 약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장소월은 죄책감까지 느껴졌다. ‘마이는 날 위해 팔 걷고 나서줬는데, 난 지금 뭘 하고 있단 말인가?’마이는 민망해하며 말했다.“소월아, 숨겨서 미안해.”친구로서 마이도 솔직하고 싶었지만 장소월이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 알았기에 말을 꺼내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번 일은 그녀가 먼저 일으킨 것이지 않은가.장소월은 고개를 숙였다.“마이야, 넌 날 위해 충분히 많은 것들을 했어.”전연우는 장소월의 가라앉은 기분을 알아채고는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걸 준비해 두었다.귀국 일정이 확정됐고 장소월은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었다. 다행히 마이도 이제 곧 퇴원한다고 한다.마이의 상처는 거의 회복되었고 머리를 감고 있던 흰 붕대도 제거됐다.귀국 비행기 안에서 장소월은 전연우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그럼 진무희는...”장소월은 전연우의 처사가 다소 가혹하다고 느꼈다. 적어도 약간의 살길은 남겨줘야 하지 않은가.알고 보니 이번 학기에 얻은 모든 성과와 명예는 지도교수와의 부적절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사실이 폭로되며 진무희와 교수는 학교에서 쫓겨났다.진무희가 최근 석조계에서 이룬 성취 또한 모두 부정당했다. 업계는 늘 부정당한 수단을 이용한 사람은 가차 없이 퇴출시켰으니 말이다.학교에도 갈 수 없게 된 진무희는 결국 초라하게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장소월은 마음속에 여전히 의심이 남아 있었지만, 얼른 일정을 정해야 했기에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럼 며칠 늦게 돌아가는 거지?”장소월은 마이가 퇴원하는 것을 보고 난 뒤 귀국하고 싶었다. 하지만 먼저 전연우의 의견을 물어야 했다.전연우는 마이가 그녀에게 중요한 존재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문과 전연우는 거의 동시에 마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입원하기 이틀 전날 밤, 그녀는 술집 밖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CCTV 사각지대라 누가 마이를 때렸는지는 볼 수 없었다. 주변 CCTV까지 확인해보니, 야구 모자를 쓴 남자 몇 명이 그쪽으로 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CCTV 영상과 그들의 옷차림만으로는 구체적인 신원을 특정할 수 없었다. 결국 마이의 주변에서 단서를 찾아야 했다.전연우는 우선 마이의 동창들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첫 타깃은 진무희였다.그는 장소월을 위해 마이의 일을 빨리 해결해야 했다.장소월은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었다. 마이와의 통화, 그리고 동창들의 수상한 태도에서 일이 단순하지 않음을 느꼈다.병실 문 앞에서 장소월은 고민에 빠져 머리를 감싸 쥐었다.“뭔가 잘못된 게 분명해.”이제 더는 숨길 수 없어 전연우가 말했다.“진무희 짓이 거의 확실해.”“뭐라고?”장소월 또한 그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런 배짱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그녀의 기억 속 진무희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이었고, 마이와도 예의를 지키며 지냈다. 지난번 지나친 행동으로 혼난 걸 제외하면... 그 생각에 장소월은 마음이 무거워졌다.진무희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걸까? ‘하긴, 친구 남편까지 유혹하는 그녀가 못 할 짓이 뭐가 있겠는가?’모든 걸 깨닫자 장소월은 분노가 치밀었다.전연우는 진무희를 처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선 장소월에게 묻기로 했다.“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장소월은 너무나 막막했다. 마이를 위해 진무희를 혼내주고 싶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