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80화

Author: 차라
장소월은 정 집사에게 전화해 먼저 백윤서를 데려가라고 하고, 인시윤 집안의 자가용을 타고 전연우의 회사로 향했다.

인 씨 집안의 인하 그룹에 비해 장 씨 집안은 별 볼 일 없는 벼락부자에 불과했다. 도심에 있는 인하 빌딩은 가치가 수백억이었고, 앞으로 가치가 최소 수십 배는 더 될 것이다.

전연우와 인시윤이 함께 한다면, 전연우에게는 큰 이득이었다.

차 안의 운전기사는 칸막이를 당겼다. 인시윤은 교복을 갈아입고 거울을 보며 틴트를 바르고 머리를 풀어헤치고는 장소월에게 말했다.

“이뻐?”

장소월은 가슴에서 말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 밀려왔지만 내색하지 않고 떠보듯 물었다.

“너... 진짜 우리 오빠 좋아해?”

인시윤은 조금도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고, 맑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당연히 좋아하지, 아니면 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만나러 가겠어.”

“너보다 여덟 살이나 많은데 괜찮아? 너 대학 졸업하면 오빠는 거의 서른이야. 넌 아직 한창이니... 어쩌면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쉽게 마음을 주지 말고 잘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인시윤은 콧방귀를 뀌었다.

“나이가 많긴 하지. 하지만 여덟 살 정도야 뭐. 우리 부모님은 12살 차이 나지만 사이가 아주 좋아. 우리 아빠가 엄마 말을 얼마나 잘 듣는데, 완전 애처가야. 하지만 난 그렇게 멀리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어. 지금은 좋아하지만, 앞으로는 아닐 수 있잖아. 하지만 난 지금까지 나를 이 정도로 안중에 두지 않는 남자를 본 적이 없어.”

인시윤은 장소월을 덥석 잡으려 말했다.

“소월아, 그거 알아? 내가 인 씨 집안의 딸인 걸 알면서도 날 욕한 사람은 처음이야. 다른 사람들처럼 나한테 아부하지도 않아. 내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가식적인 사람을 많이 만나봤는데. 전부 내 신분이 아니면 우리 집안의 돈을 목적으로 접근해왔어. 그런 사람들 진짜 짜증나.”

“...”

“내 스커트 어때? 예뻐? 좀 추울까?”

장소월은 생각에 잠긴 듯 천진난만한 인시윤을 바라보았다.

‘넌 아직 전연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81화

    예전 장소월은 전연우에게 매달리려 자주 이곳에 왔기에 회사 안은 손바닥 보듯 훤했다. 프런트 직원이 장소월을 보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너무나도 까다로운 손님이었으니 말이다.직원이 말했다.“아가씨, 전 대표님을 만나러 오신 건가요? 대표님께선 지금 회의 중이시라 조금 기다리셔야 합니다.”“따뜻한 물 한 잔 주세요. 고마워요.”장소월은 인시윤이 34층으로 올라가자 두 사람을 방해하기 싫어 옆에 있는 휴게실로 들어갔다.“네... 알겠습니다.”프런트 직원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맙다고? 장소월의 입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올 수가 있단 말인가? 그야말로 해가 서쪽에서 솟을 일이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이 아닌지 의심까지 들었다.장소월은 소파에 앉아 탁자 위에 놓여있는 잡지를 들고 무심히 펼쳐보았다.그때 직원이 마침 일 때문에 32층에 도착한 기성은을 불러세웠다.“기 비서님, 이건 대표님에게 드릴 서류입니다.”기성은은 서류를 받은 뒤 휴게실을 힐끗 쳐다보았다. 장소월인가?만약 장소월이라면 조금 전 올라간 건 누구의 뒷모습이란 말인가?기성은이 눈을 축 내리깔았다.“왜 온 거예요?”직원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잘 모르겠어요. 오자마자 저기에 들어가 앉더라고요. 기 비서님, 설마 또 무슨 일 생긴 건 아니죠?”“쓸데없는 곳에 관심 두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해요.”“알겠습니다.”기성은의 말에 직원은 더는 묻지 못하고 멀어져가는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시간은 흐르고 흘러 장소월은 이제 몇 잔의 물을 마셨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갖고 있던 시험지도 모두 다 풀었다.필통을 정리하고 나서 바깥을 쳐다보니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전연우가 이미 퇴근을 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시계를 보니 어느덧 일곱 시 반이었다.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은 장소월 뿐만 아니라 대표 자리에 앉아있는 인시윤도 마찬가지였다.20분을 더 기다리니 여덟 시가 거의 되어갔다.그녀는 더는 기다리지 않고 책가방을 메고 자리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82화

    장소월이 천성 빌딩을 나왔을 때 시간은 이미 늦어 버스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녀는 버스정류장에 서서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렸다. 드디어, 그녀가 기다리는 버스가 눈앞 신호동 앞에 멈춰 섰다.지금은 서울시의 퇴근 시간이라 거리엔 차들이 빼곡히 차 있었다.그녀가 가방에서 차비를 꺼내려던 순간, 검은색 차 한 대가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 고개를 들어보니 전연우가 창문을 내리고 준수한 얼굴로 얼음장같이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타!”인시윤은 왜 차에 없는 거지? 장소월은 의문스러운 얼굴로 잠시 생각하다가 차 뒷자리에 올라탄 뒤 문을 닫았다. 차 안에 전연우와 단둘이 있으니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네가 인시윤을 어떻게 알아?”그가 백미러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장소월이 덤덤히 말했다.“제가 반을 옮겼어요. 그래서 이제 같은 반이에요.”그는 더이상 묻지 않고 회사 문 앞으로 다시 차를 돌렸다. 이어 얇은 치마를 입은 인시윤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저런 차림으로 견디다니.그녀는 타고난 체질이 냉해 겨울만 되면 손발은 항상 차가운 상태이다.인시윤이 재빨리 조수석에 올라탔다.“전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내려왔어요?”“뭘 먹을래요?”전연우는 핸들을 돌리며 운전에 집중하느라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인시윤은 이미 온갖 산해진미를 모두 맛본 사람이다. 가장 즐겨 먹던 것들도 이제 다 질려버려 갑자기 물으니 무엇을 먹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하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먹는 것이니 무엇이든 좋을 것이다.“소월아, 넌 뭘 먹고 싶어? 추천할만한 식당 있어?”그녀는 이 난제를 장소월에게 떠넘겼다.멍하니 앉아있던 장소월이 그녀의 말을 듣고 대답했다.“은평관으로 가요.”“은평관? 거긴 어디야? 왜 난 들어본 적 없지? 그냥 대게 먹으러 가자. 그곳에 가면 따뜻한 자스민 차도 끓여줘. 나 추워죽겠단 말이야.”전연우가 말했다.“주소.”인시윤이 식당 이름을 말했다.“신사처럼 겉옷을 벗어 나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83화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장소월은 그들에게 공간을 양보하며 가장 뒤에서 걸어갔다. 종업원이 문을 열자 정갈한 일본식 다다미가 깔려있었고 바닥엔 보일러가 켜져 있어 얼어붙었던 몸을 녹일 수 있었다.장소월이 목에 걸었던 목도리를 풀어 문 앞 옷걸이에 걸었다.“먼저 주문해요! 난 화장실에 가야겠어요.”“그래. 가!”인시윤은 메뉴판을 전연우에게 밀며 말했다.“같이 주문해요. 뭘 먹고 싶어요? 이번엔 봐주지 않을 거예요.”전연우가 말했다.“좋을 대로 해요.”인시윤의 몸은 어느덧 전연우의 옆자리까지 가 있었다. 그녀가 자주 먹던 세트를 주문하고는 말했다.“일단 이렇게 시키고 소월이가 돌아오면 더 추가하라고 해요.”화장실에서 돌아온 장소월은 룸마다 단독 종업원이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가 주문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종업원이 그녀에게 메뉴판을 건네주었다. 그녀는 평소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아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펼쳐보다가 채소 비빔밥을 시켰다.그녀는 요즘 별로 입맛이 없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체중은 감소하지 않았다.장소월은 안으로 들어가 두 사람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밥상은 그리 크지 않아 다리를 펴면 상대방에 닿을 정도였다.밥상 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화차를 본 그녀는 손으로 유리컵을 감쌌다. 방금전 찬물에 손을 씻어 추웠던 차에 말이다.인시윤은 흥미진진하게 전연우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장소월은 간혹 인시윤의 말에 대꾸를 할 뿐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녀의 성격은 이러하다. 나른하고 가라앉아있으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창밖을 바라보니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것이 당장이라도 눈이 쏟아질 것 같았다.“내일 크리스마스잖아. 소월아, 너 약속 있어?”그 말에 고개를 돌린 장소월은 전연우와 눈이 마주쳤다. 이어 황급히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약속 없어. 학교에서 공부를 하거나 다른 흥취반 수업을 하려고.”“그래? 몇 시쯤 끝나?”“9시쯤에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84화

    인시윤이 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전연우는 그녀를 혼자 남겨둔 채 룸을 나왔다. 가게 종업원들이 분명 그녀를 집까지 안전하게 바래다줄 것이다. 그녀의 신분이라면 이곳에서 하룻밤 머무른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장소월은 온몸에 힘이 빠진 채 녹초가 되어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고작 3잔밖에 마시지 않았는데도 이렇게까지 취하다니. 처음엔 마시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향기가 너무 좋아 저도 모르게 연속 마신 것이다. 만약 전연우에 대한 경계심이 없었다면 아마 그녀 역시 인시연처럼 인사불성이 되었을 것이다.그녀는 술을 깨려 창문을 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연우가 매정히 닫아버렸다.“뭐 하는 거예요! 빨리 문을 열어요, 빨리요... 빨리...”그녀가 손으로 창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그 목소리는 솜사탕이라도 삼킨 듯 부드럽고 나른했다.“시끄럽게 굴지 말고 앉아있어.”“짜증 나요! 창문도 안 열어주고! 열어주기 싫으면 말아요. 다음부턴 절대 오빠 차에 앉지 않을 거예요.”장소월은 두 다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무릎에 파묻었다. 순간 차 안에 침묵이 흘렀다.전연우의 시선이 조심스레 옆으로 향했다. 삐진 건가?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조용히 삐졌단 말인가? 예전이었다면 떼를 쓰며 난리를 피웠을 텐데.“바깥이 추워서 그래. 찬바람 맞으면 감기 걸려.”모처럼 부드러운 말투였다.못마땅한 듯 축 가라앉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그런 가식적인 말 믿지 않아요. 오빠는 나한테 상처만 주잖아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오빠예요. 이제 영수를 제외하고, 날 좋아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요...”그녀의 말이 끝나는 순간 몸이 강하게 앞으로 기울었다. 그녀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물었다.“왜 멈춰요?”“너 방금 뭐라고 했어?”차디찬 얼음이 산산조각이라도 난 듯 살을 에일 듯한 한기가 그녀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모든 것을 갈기갈기 찢어발길 듯한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을 마주하니 장소월은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농후했던 취기가 단번에 깨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85화

    장소월이 그의 손목을 잡고 약간 차가움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얼른 집에 돌아가요. 윤서 언니가 집에서 오빠를 기다리고 있잖아요... 저도 피곤해서 돌아가 쉬고 싶어요.”전연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아래턱을 움켜쥐고는 얼굴을 가까이 대고 악마처럼 귓가에 속삭였다.“넌 아직 어려서 사랑이 뭔지 몰라. 소월이가 연애를 하고 싶다고 하면 이 오빤 막지 않아. 너에게 더 좋은 사람을 소개해줄 수도 있어.”장소월은 눈을 감았다. 지금은 그와 맞설 때가 아니니 이 화를 스스로 삼켜낼 수밖에 없다.“알... 알겠어요.”이젠 정말 술은 입에 대지도 말아야겠다. 술에 취해 또 그에게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 말을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장소월은 완전히 취기가 사라졌다.집에 돌아가니 열한 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장소월은 전연우의 뒤를 따라 빛 하나 없는 어두운 거실에 들어가 더듬거리며 벽에 붙어있는 전원을 켰다. 그제야 거실에 불이 들어왔다.장소월은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발을 뗐다. 하지만 등 뒤에서 남자가 입을 열었다.“국수를 삶아.”계단에 발을 디디려던 장소월의 귀에도 그 무례한 요구가 들려왔다.“제... 제가 아주머니를 불러올게요.”“내 말 못 알아들어?”전연우는 괴로운 듯 얼굴을 찌푸린 채 소파에 기대에 앉았다.장소월이 천천히 몸을 돌려 그의 상태를 살펴보니 분명 또다시 위병이 도진 것 같았다. 요즘 자주 공복에 술을 마셔댄 데다 오늘 밤 해산물 요리도 많이 먹었으니... 아프지 않은 게 이상한 거다.장소월은 주방에 들어가 냉장고를 열고 식자재를 찾았다. 그녀는 늦은 시간이라 너무 피곤해 음식을 하는 데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분명 집에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도 기어코 이곳으로 왔다. 최근 들어 전연우는 자주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럴 거면 대체 왜 집을 나갔단 말인가.장소월은 365일 단 하루도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물을 끓이고 채소를 썰고 국수를 넣었다. 그녀는 먹지 않을 테니 일 인분만 끓였다.국수가 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86화

    다음 날 아침, 장소월은 편안하고 꿀맛 같았던 잠에서 깨어났다.그녀는 방을 나서자마자 또 누군가 들어올까 봐 문을 걸어 잠갔다.아침을 먹은 뒤 학교에 가니 여덟 시 정도였고, 남들보다 일찍 도착했다.인시윤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장소월을 찾았다.“소월아, 어제 너와 연우 오빠는 왜 먼저 간 거야? 나 집에 돌아가자마자 엄마한테 호되게 혼났어. 이제 통금시간까지 생겼다니까.”어젯밤 과음을 했던 탓인지 아니면 푹 쉬지 못한 탓인지 인시윤의 얼굴엔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장소월이 덤덤히 말했다.“어제는... 나도 좀 취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어제 가기 전 오빠가 일부러 종업원들에게 널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주라고 신신당부했어. 집에 돌아가는 길에서... 별일 없었지?”인시윤은 희미한 정신으로 고개를 저었다.“별일 없었어. 하지만 어떻게 날 혼자 거기에 남겨두고 갈 수가 있어? 동생만 챙기고 왜 난 안 챙기는데! 만에 하나 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진짜 나쁜 남자야! 신사의 품격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니까!”장소월 또한 전연우가 인시윤을 혼자 내버려 둘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장소월은 최대한 그를 두둔했다.“오빠는... 원래 그랬어. 머릿속엔 온통 일 뿐이야. 당시엔 시간이 너무 늦었잖아. 널 데려다주다가 파파라치한테 걸리기라도 하면 너한테도 안 좋잖아.”인시윤은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네. 그런 생각으로 한 거라면 됐어. 하지만 다음에도 똑같이 행동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수업 종이 울렸다.인시윤은 재빨리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오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마지막 수업이 끝난 뒤 45분의 시험 시간을 추가하니 학생들에겐 15분의 점심시간밖에 남지 않았다.그들은 또 다른 건물에 가야 했다.장소월도 어제의 올림피아드 성적을 확인하러 그들을 따라갔다.그녀는 인시윤과 함께 첫 줄에 앉았다.인시윤이 그녀를 위로했다.“자신을 믿고 마음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87화

    마지막 1분, 고건우는 이미 물건을 챙겨 교실에서 나갔다.장소월은 다급히 자신의 책을 가방에 넣고는 인시윤에게 말했다.“오늘은 너 먼저 가. 난 다른 일이 있어.”인시윤은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홀연히 사라져버린 장소월에 멋쩍은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장소월은 고건우를 쫓아가 말했다.“선생님, 잠시만요.”고건우가 걸음을 멈추었다.“장... 장소월?”“네, 맞습니다. 선생님. 저번 시험 성적을 알고 싶어서요.”고건우가 웃으며 말했다.“수업까지 들었으면서 성적이 왜 궁금해? 이미 합격한 거잖아.”장소월은 여전히 께름칙했다.“제 눈으로 제 성적을 보면 안 될까요?”“그건 뭣 하러 봐? 네 시험지는 지금 나한테 없어. 넌 시험 잘 봤어. 특히 마지막 문제에서 세 가지 방법으로 풀었잖아. 그중 두 번째 방법에선 대학 수학 지식을 사용했어. 그 공식을 보고 솔직히 정말 놀랐다니까.”고건우가 감탄하는 듯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하지만...”“고 선생님!”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옆으로 지나가던 선생님 한 명이 그를 불렀다. 고건우가 얼버무리며 그녀에게 말했다.“다음에 다시 얘기하자.”고건우가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행동할수록 장소월은 더더욱 마음이 불편했다. 그녀는 이번 올림피아드 팀에 들어오는 기회를 인시윤 덕분에 얻었을까 봐 불안했다.만약 정말 그랬다면 엽준수에겐 너무나도 불공정한 일이 아니겠는가?인시윤...장소월은 꼭 그 팀에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었다.그녀는 교실에 돌아간 뒤 엽준수와 똑똑히 얘기해보려고 그를 찾았다. 하지만 그는 자리에 있지 않았다.엽준수의 짝꿍인 서기우에게 묻자 그가 대답했다.“오늘 아침에도 오지 않았어.”인시윤이 그녀의 손을 잡고 화장실로 갔다.그녀가 손을 씻으며 거울에 비치는 장소월을 보며 말했다.“너 무슨 일 있어? 하루종일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있잖아. 고 선생님은 왜 내 성적을 발표하지 않으시는 걸까? 혹시 네가 선생님에게 말해 날 올림피아드 팀에 들여 보내준 거야?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88화

    오전 시간은 바삐 이어지는 수업 속에 파묻혀 빠르게 지나갔다.마지막 수업이 끝나면 다른 반은 반급 회의를 조직하거나 영화 보기, 게임을 하기 등 활동을 하지만 1반은 아직 두 시간의 자율 학습 시간이 남아있어 9시 반이 되어서야 하교할 수 있다.성적이 가장 좋은 학생들로 이루어진 반이기 때문에 오락성 활동은 전혀 없다. 대부분 빼곡히 짜인 계획안에서 쉴 틈 없이 돌아친다. 하지만 때로는 서프라이즈도 있다. 오늘은 학생 모두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누어주었다.장소월은 피아노와 댄스 수업을 해야 했기에 야간 자율학습에 참여할 수 없어 숙제로 낸 시험지 두 장을 챙겨 집에 가서 완성해야 했다. 장소월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마침 6반을 지나던 그때, 그들도 마침 수업을 마치고 하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백윤서가 책을 정리하다가 그녀를 보고는 말했다.“소월아...”장소월이 걸음을 멈추었다.“윤서 언니.”두 사람은 창문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었다.백윤서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은 크리스마스라 마침 나도 널 찾으러 가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이건 너한테 줄 크리스마스 카드야. 메리크리스마스.”장소월이 교실을 둘러보니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놓여있었다. 그밖에도 채색 리본, 풍선... 등 장식품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겨냈다. 또한 학생들의 손엔 모두 서로 주고받은 선물들이 쥐어져 있었다.“이건 내가 주는 거야.”서문정이 서랍 안에서 카드와 선물을 꺼내 장소월에게 건네주었다.장소월은 자신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난처한 얼굴로 선물을 받았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책가방을 열고 1반에서 받았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꺼내주었다. 위엔 금색 방울이 달려있었는데 순금으로 만든 것이라 꽤나 값이 나갔다.“난 너희들한테 줄 게 별로 없네. 작지만 이거라도 받아.”인시윤이 자신의 것을 장소월에게 주었기에 그녀는 마침 두 개를 갖고 있어 두 사람에게 나누어줄 수 있었다. 이건 서문정이 장소월에게서 받은 첫

Latest chapter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6화

    배가 고픈 데다 아기들이 발길질까지 하니 더욱 아팠다. “아가들아, 제발 차지 마. 규영 언니랑 미진 언니가 곧 맛있는 거 가져다줄 거야.” 그녀가 배를 쓰다듬으며 아이들을 달랬다. 규영과 미진은 그녀의 애처로운 눈빛을 견뎌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뱃속 두 녀석들이 워낙 시끄럽게 움직이고 있으니 더는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알았어요, 아가씨. 간단히 드실 걸 가져다드릴게요. 여기 앉아서 절대 움직이지 마세요.” 그들은 걱정되는 마음에 거듭 당부했다. 소현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여기 이렇게 많은 언니들이 지켜보고 있잖아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절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게요.” 규영과 미진은 사람들에게 다시 신신당부한 뒤에야 먹을 것을 가지러 자리를 떴다. 지난번 일 이후로 다른 사람은 믿을 수 없게 되어 소현아의 음식은 반드시 그들이 직접 준비해야 했다.소현아는 혼자 소파에 앉아서 작게 아기들과 이야기했다. “아가들아, 소월 이모가 전연우 그 나쁜 놈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내 전화를 왜 안 받은 거지?” “나 소월이가 너무 걱정돼. 근데 너희가 너무 무거워서 몰래 도망갈 수도 없어.” 그녀에게 돌아오는 답은 점점 잦아드는 태동뿐이었다. 소현아는 아기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못마땅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 누군가 문을 열었는지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었다. 얇은 연노랑 잠옷만 입고 있던 소현아는 추위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곧이어 도우미들의 공손한 인사 소리가 들렸다. “효연 아가씨.” 천효연은 거만한 눈빛으로 그들을 훑어 보고는 곧장 위층으로 향했다. “여기 뒀던 내 꽃병은 어디 갔어?” 계단 모퉁이에 있던 꽃병이 사라진 걸 발견한 천효연이 불쾌한 얼굴로 물었다.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현아 아가씨가 다치실까 봐 잠시 장식품들을 다 치웠습니다.” 소현아?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천효연의 눈동자에 냉기가 스쳤다. “그 바보는 지훈 씨가 방에 가둬놨잖아?” 도우미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5화

    엄마와 통화를 마친 뒤, 소현아는 장소월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전연우 그 나쁜 놈이 소월이를 괴롭히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혹시 소월이는 강용 소식을 알지 않을까... 소현아는 강지훈이 강용의 행방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장소월의 당부를 기억하며 감히 묻지 못했다. 통화음이 두 번 울린 뒤 전화가 연결되었다. 상대가 말하기도 전에 소현아는 흥분해서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소월아! 드디어 전화 받았네! 있잖아, 강지훈 그 나쁜 놈이 나 계속 방에 가둬놓고 문밖으로 못 나오게 했어. 나 진짜 답답해 미치겠어!” “널 여기 데려와 같이 놀려고 했는데, 강지훈의 말이 전연우 그 나쁜 놈이 너 안 보낸다고 하더라고. 둘 다 진짜 짜증 나! 내가 간신히 휴대폰 구해서 전화한 거야. 소월아, 그 나쁜 놈한테 말하고 이쪽으로 놀러 와줄 수 있어?” 한참을 떠들었을 때, 저쪽에서 낮고 위험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지훈이 내가 소월이를 나가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고? 언제 나한테 물어봤는데?” 소현아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몇 초 뒤에야 머뭇거리며 다시 말을 꺼냈다. “전... 전연우 씨? 왜 당신이 전화를 받아요?” 전연우가 차갑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쁜 놈이 전화를 받아서 많이 실망했나?” 소현아는 겁을 먹고 눈알만 뒤룩뒤룩 굴렸다. “저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잘못 들었어요! 소월이는요? 이거 소월이 폰이잖아요. 빨리 소월이한테 돌려줘요!” 전연우가 말했다. “소월이는 전화 안 받아. 다시 전화하지 마.” “소월이한테 나라고 말해줘요. 소월이가 제 전화 안 받을 리 없어요.”소현아는 다급함을 감추지 못했다. “앞으로 다시는 소월이 찾지 마. 바빠서 너랑 소꿉놀이할 시간 없으니까.” “그리고 강지훈한테 전해. 내게 터무니없는 누명 씌우지 말라고.” 전연우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소현아가 다시 걸어봤지만, 상대는 받지 않았다. “현아 아가씨, 이제 일어나서 운동할 시간이에요.” 규영과 미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4화

    소현아는 얼굴에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이빨 자국을 달고서 원망 어린 눈빛으로 강지훈을 바라보았다. 강지훈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 말을 들은 순간 소현아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내가 소월이한테 전화해도 돼요?” “그쪽에서 받기만 한다면야.” 소현아는 이제 아침에 있었던 불쾌한 일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 “저 밖에 나가서 놀고 싶어요!” 강지훈은 단칼에 거절했다. “안 돼.” 신이 나 붕방거리던 소현아는 김빠진 공처럼 순식간에 축 처져버렸다. “하지만 방에만 계속 있는 건 너무 따분하단 말이에요.” “절대 도망 안 갈게요. 여기 아기들도 있잖아요. 그냥 아래층에서 좀 돌아다니게만 해줘요, 네?” 그녀가 지금 머무는 방은 집에 있던 침실을 완벽하게 똑같이 복원한 곳이었다. 소현아는 이곳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근 며칠 동안 줄곧 악몽에 시달렸다. 꿈속에서 그녀는 방안을 끝없이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방은 갑자기 창고로 변해버렸고, 아무리 깨려고 해도 도저히 깨어날 수가 없었다. 강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현아는 못마땅한 얼굴로 밥을 한입 삼키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전연우 그 나쁜 놈도 소월이가 마당에서 그림 그리는 건 허락하던데... 강지훈 씨는 날 침실 밖에도 나가지 못하게 하네. 전연우보다도 더 나빠.” “...” “아래층에서만 놀아. 방을 나서면 규영과 미진이 따라갈 거야.”결국 강지훈이 한발 물러섰다. 소현아의 눈에 다시 별빛이 들어왔다. “음, 당신은 전연우 그 나쁜 놈보다 조금 나아요. 정말 아주 조금.” 아침을 먹고 난 뒤 소현아는 바로 휴대폰을 요구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거의 즉시 연결되었다. “현아니?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명세진의 목소리는 흥분을 애써 억누르고 있는 듯 조심스러웠다.오랜만에 엄마 목소리를 들으니 소현아는 코끝이 시큰해졌다. “엄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3화

    강지훈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짙은 피비린내를 풍기며 돌아왔다.옆방에서 샤워를 마친 강지훈은 잠옷을 입고 소현아의 방으로 들어갔다.소현아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2.2미터나 되는 퀸사이즈 침대에서 편안하게 팔다리를 쭉 뻗은 채 말이다. 무슨 꿈을 꾸는지 웅얼거리며 입가에 흘린 침을 닦고 있었다.곤히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강지훈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침대 곁으로 다가간 그는 이불을 끌어다 그녀의 배를 덮어주고는 코를 꼬집었다.“윽...”잠시 후 소현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편한 듯 눈을 떴다.“강지훈 씨 너무 싫어요. 숨을 쉴 수가 없잖아요. 빨리 놔줘요.”침대 곁에 있는 사람을 본 소현아는 두 손으로 그의 손목을 잡고 떼어내려 했다.강지훈이 말했다. “말해 봐.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제대로 말하면 놔줄게.”소현아는 씩씩거리며 눈을 감고 어쩔 수 없이 입으로 숨을 쉬었다. 가슴이 뻐끔뻐끔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마치 복어 같았다.강지훈은 몸을 기울여 그녀의 입까지 막아버렸다.몇 초 지나지 않아 소현아는 다시 웅얼거리며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강지훈은 그저 잠시 그녀에게 장난을 치고 싶었을 뿐이지만, 한번 맛을 보니 멈출 수가 없었다.그는 손을 떼어 그녀의 허리에 얹고 반바지를 벗기려 했다.소현아는 필사적으로 바지를 붙잡고 엉덩이를 비틀며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다.강지훈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손 놔. 살살할게.”“저 졸려요. 자고 싶으니까 강지훈 씨도 빨리 자요.”그녀는 강지훈이 또 키스하려 할까 봐 입술을 굳게 다물고 낑낑거리며 그를 밀치고는 죽은 척 눈을 감았다.강지훈이 어떻게 하든 소현아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정말로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곤히 잠든 그녀를 바라보는 강지훈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다음 날 아침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강지훈의 몸에 꼭 안겨있었다. 그녀의 코끝에 그의 단단한 가슴이 닿아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어젯밤 일이 떠오른 소현아는 그의 가슴을 힘껏 깨물었다.곧이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2화

    분개하고 있던 천효연의 시야에 문득 옆 방문 앞에 놓인 목욕 가운이 들어왔다.목욕 가운 허리띠에는 검은색 은은한 무늬가 수 놓여 있었는데 누가 봐도 강지훈의 것이었다!강지훈이 그녀를 침대에 버려두고 저 바보 같은 여자를 찾아온 것이다!그 사실을 깨달은 천효연은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었다.강지훈은 바람기가 있긴 했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천효연은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하여 그녀는 강지훈이 바깥에서 몇 명의 여자를 만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저 바보 같은 여자가 나타난 이후로, 강지훈은 그녀를 안고 있으면서도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그 바보를 위해 그녀에게 손찌검까지 했다!설상가상으로 그 바보는 강지훈의 아이까지 가졌다...천효연은 간신히 벽에 몸을 기댄 채 바닥에 놓인 목욕 가운을 쏘아보았다. 동시에 숨을 죽이고 방 안에서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하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도우미가 다가오자 천효연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어서 요염한 자태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아.”소현아는 입을 크게 벌리고 미진이 밥을 먹여주기를 기다렸다.그녀도 남의 손을 빌려 밥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부터 손목이 끊어질 듯이 아파 어쩔 수가 없었다.아침밥은 강지훈이 직접 먹여주었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규영과 미진에게 밥을 먹여주라고 지시하고 서둘러 떠났다.“아가씨, 오늘은 어디 불편한 곳 없으신가요?”어제 주인님의 모습은 너무나 무서웠다. 그가 아이를 해치지는 않았을까, 규영과 미진은 걱정이 태산이었다.그들의 마음을 알 리 만무한 소현아는 고개를 흔들었다가 다시 끄덕였다.“손목이 너무 아파요. 어떡하죠?”두 사람은 안도하며 미소를 띤 채 그녀를 달랬다. “이따가 저희가 마사지해 드리면 괜찮아지실 거예요.”소현아는 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점심 식사를 마친 후, 규영과 미진은 의사의 말에 따라 소현아를 데리고 방안을 걸어 다녔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1화

    강지훈의 움직임은 이전 그 어느 때보다 격렬했다.소현아는 배가 짓눌리는 느낌에 불안해졌다. 또한 콧속으로 불쾌한 향수 냄새가 흘러들어왔다.“윽...”너무나 불편하니 그만해달라고 강지훈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가 입을 틀어막고 있어 다급해진 소현아는 그의 입술을 꽉 깨물어 버렸다.순간 입안에 비릿한 피 냄새가 퍼져나갔다.강지훈이 통증에 약간 뒤로 물러섰다.“강지훈 씨 때문에 아기가 눌렸어요. 그리고 당신한테서 이상한 냄새 나요. 토할 것 같아요.”소현아는 찡그린 얼굴로 몸을 일으켜 앉아 퉤퉤 침을 뱉었다.강지훈의 서늘한 표정을 본 소현아는 토끼처럼 재빨리 배를 감싸 안고 구석으로 도망쳤다.험악한 인상에 입가에 피까지 묻히고 음침한 눈빛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사납기 그지없었다.소현아는 겁을 먹고 몸을 웅크렸다.“의사 선생님이 아기 다칠 수도 있다고 이러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다른 사람 찾아가서 같이 자요. 하지만 자고 나서는 깨끗하게 씻고 저 찾아와야 해요. 낯선 냄새가 나면 토할 것 같단 말이에요.”그녀가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지금 당신 옷에서 이상한 냄새 나요. 도우미 언니들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 같아요. 저도 싫고 아기들도 싫어할 거예요.”강지훈은 그녀의 천진난만한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의 욕망은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격렬하게 끓어올랐다.눈앞의 이 토끼 같은 여자를 당장이라도 삼켜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는 몸에 걸치고 있던 목욕 가운을 벗어 던지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옷 벗으니까 냄새 안 나지? 이리 와.”소현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갈래요. 당신 때문에 아기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다른 사람 찾아가세요.”강지훈의 눈빛이 험악하게 변했다. “네가 올래, 아니면 내가 갈까?”소현아는 밖으로 도망쳐 나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지만 문까지 도착하기도 전에 강지훈에게 붙잡혀 다시 끌려가고 말았다.그의 무릎에 앉혀진 소현아가 또 울먹거리기 시작하자 강지훈이 소리쳤다.“울지 마!”강지훈도 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0화

    “지훈 씨, 아랫부분으로 도와줄게요...”그녀의 말은 파편처럼 흩어져버렸다. 강지훈은 끝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천효연은 더 이상 요염한 표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손가락으로 강지훈의 다리를 꽉 움켜쥐어 길게 할퀸 자국까지 남겼다.죽을 것 같이 괴로워하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도 강지훈의 마음속엔 조금의 파동도 일지 않았다.여전히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그는 짜증 섞인 얼굴로 천효연의 입에서 물건을 빼내고 그녀를 잡아 벽에 밀어붙인 다음 다시 아래로 밀어 넣었다.질식하기 직전, 천효연은 삽입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허리를 비틀며 그에게 맞춰 움직였다.“지훈 씨, 정말 대단하네요...”강지훈의 붉게 충혈된 두 눈엔 살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천 조각을 그녀의 입에 쑤셔 넣었다.천효연의 목소리는 입안에 갇혀버렸다. 쾌감에 찡그려졌던 미간이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왜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걸까? 예전에는 분명 신음소리를 내는 걸 좋아했었는데...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천효연은 기진맥진하여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제서야 강지훈은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흥분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다.그는 침대에 널브러진 여자를 힐끗 보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일어나 욕실에서 간단히 씻은 뒤, 침대 머리맡에 놓인 새 잠옷을 아무렇게나 집어 들고 소현아의 방으로 향했다.소현아는 간신히 울음을 그치고 규영과 미진의 보살핌을 받으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강지훈이 옆에서 방해하지 않으니 밥상에 차려진 맛있는 음식을 와구와구 먹고 있었다.규영과 미진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아가씨, 오늘 너무 많이 드셨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조금만 드시라고 하셨잖아요...”소현아는 퉁퉁 부은 눈으로 그들을 가련하게 바라봤다.“이번 한 번만 먹을게요. 강지훈 씨가 먹으라고 했어요.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보세요.”확실히 강지훈이 시킨 것이다. 하여 더 이상 말을 하진 않았지만, 걱정스러움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그때 강지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99화

    소현아의 울음은 좀처럼 멈출 줄을 몰랐다. 강지훈은 잠시 달래주다가 금세 인내심이 바닥났다.그는 탈옥수를 쫓느라 며칠 동안 뜬눈으로 지새웠음에도 부랴부랴 먼 길을 달려 집에 돌아왔다. 한시라도 빨리 이 여자를 품에 안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이토록 난동을 부릴 줄이야.“아직도 다 못 울었어?”강지훈은 그녀를 품에 가두고 한 손으로 턱을 쥐어 억지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소현아의 속눈썹은 눈물에 젖어 엉겨 붙어 있었다. 너무 심하게 울어서인지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 괴로워진 그녀는 힘껏 입술을 깨물었다.딸꾹질을 멈추려는 그녀의 생각을 알아챈 강지훈은 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의 입술을 벌리고 안에 집어넣었다.조금씩 훌쩍거리던 소현아가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당신 싫어요. 당신은 전연우랑 똑같이 나쁜 놈이에요! 소월이한테 갈 거예요. 소월이는 나 굶기지 않을 거라고요...”“흐엉, 소월이가 해주는 밥 먹고 싶어요. 소월이가 만든 밥이 제일 맛있는데...”한참을 울고 나서도 머릿속엔 여전히 먹을 것뿐이다.강지훈은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고는 한 손으로 그녀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요리사한테 다시 음식을 만들어 가져오라고 해!”잠시 후 따뜻한 음식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향긋한 냄새를 맡자 소현아의 울음소리가 서서히 멈추었다. 그녀는 강지훈의 몸에서 내려와 식탁에 앉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분명 아까 일이 기분을 상하게 한 듯했다.“주인님, 아가씨께선 임신 중이십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임산부는 정서가 불안정하기에 기분을 잘 살펴줘야 한다고 하셨어요.”규영과 미진은 소현아의 붉어진 눈과 코를 보고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강지훈에게 말했다.강지훈은 섬뜩한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복도에서 여자 도우미가 새 목욕 가운을 들고 안방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한 아름다운 여인이 그녀 앞에 나타나 손에 들린 옷을 빼앗았다.“줘. 내가 가져다줄게.”도우미는 당황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98화

    소현아는 접시를 끌어안고 좀처럼 내려놓지 않았다.“오늘 모처럼 입맛이 돈다고요. 규영 씨, 미진 씨, 저 조금만 더 먹으면 안 될까요? 아주 조금만 먹고 강지훈 씨에게는 말 안 할게요.”규영과 미진의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이 가득했다.그들 역시 소현아를 좋아하는지라 마음껏 먹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 때문에 주인님에게 혼나는 건 더더욱 싫었다.“아가씨, 배고프시면 제가 과일 좀 가져다드릴까요? 과일은 아기에게 좋을 거예요.”규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와 협상했다.소현아는 고기가 가득 담긴 접시를 눈앞에 두고도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까지 왈칵 차올랐다.하지만 배에서 또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자 더는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결국 접시를 내려놓았다.“알겠어요. 그럼 과일 많이 먹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저녁에 배가 고파서 잠이 안 오거든요.”규영과 미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식기를 치우고 과일을 잘라 가져다주었다. 그러고는 맛있게 먹고 있는 소현아의 모습을 지켜보았다.사실 소현아는 살이 잘 찌는 체질은 아니었다. 많이 먹어도 과도하게 뚱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글동글 귀여운 편이었다. 식사량을 줄이자 며칠 만에 눈에 띄게 체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밖에서 돌아온 강지훈은 한눈에 그녀의 얼굴이 핼쑥해졌음을 알아챘다. 살이 빠져 더 커진 눈은 전보다 더욱 청순하고 순진무구해 보였다.“그동안 제대로 못 먹었어?”그가 손을 뻗어 뺨을 꼬집었다. 감촉도 예전만큼 부드럽지 않았고 손에 잡히는 살도 별로 없었다.소현아의 얼굴이 그의 손에 일그러졌다. 그녀는 배고픔에 가련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강지훈 씨, 저 배가 너무 고파요. 아기 낳는 거 너무 힘들어요. 그만두면 안 될까요? 아기 그냥 다시 돌아가게 해줘요!”강지훈은 어이없음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돌아가? 어디로 돌아가?”소현아는 눈알만 이리저리 굴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 역시 아기가 어디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알 리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