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처 향수를 훔친 남편에게

시그니처 향수를 훔친 남편에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8-17
作家:  6jayたった今更新されまし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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概要

사이다물

이혼물

복수물

능력녀

후회남

전문직

배신

참교육

여주중심

나는 5년간 남편의 그림자였다. 나는 조향사다. 나는 천재다. 3년을 바친 내 시그니처 향수의 글로벌 론칭 무대, 전광판에는 남편의 첫사랑 이름이 박혀 있었다. “너처럼 연구실 냄새에 찌든 여자는 브랜드 얼굴이 못 돼.” 남편은 특허마저 강탈했지만, 그들이 훔친 것은 시한폭탄이었다. 내 이름을 지워버린 자들에게, 완벽한 파멸의 향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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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1話

01화. 내 향수에 다른 여자의 이름이 붙었다

파리 8구, 르 그랑 살롱의 백스테이지.

암막 커튼 너머로 플래시가 번쩍였다. 프랑스어와 영어, 한국어가 뒤엉킨 웅성거림이 얇은 벽을 타고 밀려왔다.

한여진은 테이블 위의 흑요석빛 보틀을 두 손으로 감쌌다.

〈NOIR 17〉.

베르가모트의 서늘한 첫 향 뒤로 다마스크 로즈와 스모키한 파출리가 겹쳐지는 향수였다. 3년 동안 배합을 바꾸고, 온도와 빛을 달리해 수천 번 안정성을 확인한 끝에 완성한 여진의 첫 시그니처.

처음에는 장미가 너무 빨리 무너졌고, 다음에는 파출리가 거칠게 남았다. 한 방울을 줄이고 반 방울을 더하는 작업을 반복한 끝에야 향은 여진이 그렸던 ‘비 내린 파리의 밤’에 가까워졌다.

그 과정에서 손등은 알코올에 갈라졌고, 휴일과 새벽은 사라졌다. 그래도 완성된 향을 맡을 때마다 견딜 만했다.

사전 블라인드 평가에서는 해외 바이어 최고점을 받았다. 초도 계약 협상액만 200억 원에 가까웠다.

오늘, 그 향을 만든 조향사의 이름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될 예정이었다.

“한 수석님, 5분 뒤 입장입니다.”

스태프가 무선 마이크를 내밀었다.

여진은 옷깃을 정리했다. 손끝에 남은 베티버와 앰버의 잔향이 가볍게 번졌다.

결혼 후 5년.

남편 강태혁이 회사를 키우는 동안 여진은 연구실을 지켰다. 투자 설명회도, 언론 인터뷰도 태혁에게 양보했다. 태혁은 늘 말했다.

‘조금만 더 버티자. 회사가 자리 잡으면 가장 먼저 네 이름부터 세상에 알릴게.’

그 약속을 믿었다. 향만 제대로 만들면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도 함께 빛날 거라 생각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인 줄 알았다.

‘드디어.’

여진이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

암막 커튼이 걷히며 스포트라이트가 무대를 갈랐다.

각국의 뷰티 에디터와 유통사 관계자들이 객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프랑스인 사회자가 미소를 지은 채 마이크를 들었다.

“여러분, 루시엘의 새로운 시대를 열 〈NOIR 17〉을 탄생시킨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박수가 터졌다.

여진은 무대로 발을 내디뎠다.

“루시엘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마스터 퍼퓨머, 윤서린 님입니다!”

발끝이 그대로 굳었다.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간 사람은 윤서린이었다.

석 달 전, 태혁이 해외 명품 마케팅 출신이라며 데려온 여자. 그리고 그의 오래된 첫사랑.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서린이 환한 미소로 마이크를 받았다. 무대용 조명에 맞춰 계산된 각도로 턱을 들고, 객석을 천천히 훑는 모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봉주르. 〈NOIR 17〉은 지난 3년 동안 제 감각과 인생을 쏟아 완성한 향수입니다.”

여진의 손에서 보틀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연구실 문턱도 제대로 밟지 않은 여자가, 3년을 말했다.

서린은 원료 산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고, 관객은 감탄했다. 여진이 작성한 개발 노트를 그대로 외운 듯 배합 과정까지 읊었다. 단어 하나, 쉼표 하나까지 낯익었다.

여진은 VIP석 맨 앞줄을 바라봤다.

태혁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누구보다 크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 순간 여진은 알았다.

실수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자신만 모르게 짜인 무대였다.

대형 LED 화면이 푸른빛으로 바뀌었다. 보틀 영상 아래, 금빛 영문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 MASTER PERFUMER ]

[ CREATED BY SEO-RIN YOON ]

지난 3년의 밤을 삼킨 향수 위에, 다른 여자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여진은 손안의 보틀을 더 세게 쥐었다.

차가운 유리가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그제야 향수보다 먼저 깨진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남편에 대한 믿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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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화. 내 향수에 다른 여자의 이름이 붙었다
파리 8구, 르 그랑 살롱의 백스테이지.암막 커튼 너머로 플래시가 번쩍였다. 프랑스어와 영어, 한국어가 뒤엉킨 웅성거림이 얇은 벽을 타고 밀려왔다.한여진은 테이블 위의 흑요석빛 보틀을 두 손으로 감쌌다.〈NOIR 17〉.베르가모트의 서늘한 첫 향 뒤로 다마스크 로즈와 스모키한 파출리가 겹쳐지는 향수였다. 3년 동안 배합을 바꾸고, 온도와 빛을 달리해 수천 번 안정성을 확인한 끝에 완성한 여진의 첫 시그니처.처음에는 장미가 너무 빨리 무너졌고, 다음에는 파출리가 거칠게 남았다. 한 방울을 줄이고 반 방울을 더하는 작업을 반복한 끝에야 향은 여진이 그렸던 ‘비 내린 파리의 밤’에 가까워졌다.그 과정에서 손등은 알코올에 갈라졌고, 휴일과 새벽은 사라졌다. 그래도 완성된 향을 맡을 때마다 견딜 만했다.사전 블라인드 평가에서는 해외 바이어 최고점을 받았다. 초도 계약 협상액만 200억 원에 가까웠다.오늘, 그 향을 만든 조향사의 이름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될 예정이었다.“한 수석님, 5분 뒤 입장입니다.”스태프가 무선 마이크를 내밀었다.여진은 옷깃을 정리했다. 손끝에 남은 베티버와 앰버의 잔향이 가볍게 번졌다.결혼 후 5년.남편 강태혁이 회사를 키우는 동안 여진은 연구실을 지켰다. 투자 설명회도, 언론 인터뷰도 태혁에게 양보했다. 태혁은 늘 말했다.‘조금만 더 버티자. 회사가 자리 잡으면 가장 먼저 네 이름부터 세상에 알릴게.’그 약속을 믿었다. 향만 제대로 만들면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도 함께 빛날 거라 생각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인 줄 알았다.‘드디어.’여진이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암막 커튼이 걷히며 스포트라이트가 무대를 갈랐다.각국의 뷰티 에디터와 유통사 관계자들이 객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프랑스인 사회자가 미소를 지은 채 마이크를 들었다.“여러분, 루시엘의 새로운 시대를 열 〈NOIR 17〉을 탄생시킨 주인공을 소개합니다.”박수가 터졌다.여진은 무대로 발을 내디뎠다.“루시엘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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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화. 연구실 냄새가 나는 여자
쇼가 끝난 직후, 리셉션 홀 안쪽 프라이빗 룸.여진은 문을 밀어젖혔다. 안쪽에서는 파리 지사 임원들이 막 자리를 뜨고 있었다. 문이 닫히자 샴페인 잔을 들고 있던 강태혁이 느긋하게 고개를 돌렸다.테이블에는 계약서와 꽃다발, 여진이 들었어야 할 〈NOIR 17〉 보틀이 놓여 있었다.“이게 무슨 짓이야?”“목소리부터 낮춰.”“〈NOIR 17〉은 내가 만들었어. 그런데 왜 윤서린이 내 향수의 주인으로 무대에 서?”태혁은 잔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잘못을 들킨 사람이 아니라, 철없는 항의를 듣는 사람 같은 표정이었다.“네가 향을 만들었다고 사람들이 30만 원짜리 향수를 사는 게 아니야.”“뭐?”“사람들은 향이 아니라 환상을 사. 서린이는 그 환상을 팔 줄 알고.”태혁의 시선이 여진의 검은 수트와 굳은 손끝을 훑었다.“반면 넌 하루 종일 알코올이랑 원료 냄새에 찌들어 있잖아. 네가 무대에 서면 럭셔리 이미지가 살아나겠어?”여진의 목이 바짝 말랐다.결혼 뒤 태혁이 투자자를 만나고 해외를 돌 수 있도록, 여진은 연구실에서 하루 3시간씩 자며 버텼다. 그 결과를 두고 남편은 이제 ‘냄새에 찌들었다’고 말했다.“내가 그렇게 된 게 누구 때문인데.”“성과급은 챙겨준다고 했잖아.”“연봉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줄 거야. 네가 손해 볼 게 뭐가 있어?”“내 이름과 경력을 빼앗겼는데 돈만 더 주면 손해가 아니야?”태혁은 당연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넌 뒤에서 연구하고, 서린이는 앞에서 브랜드를 키우는 거야. 회사 매출이 오르면 대표 아내인 너한테도 이득이지.”“모델을 세운 게 아니잖아.”여진이 한 걸음 다가갔다.“전광판에 ‘CREATED BY’라고 적었어. 내 작업을 윤서린이 만들었다고 발표한 거야.”“마케팅 문구 하나에 왜 이렇게 예민해?”“문구 하나가 경력이 되고, 그 경력이 다음 특허와 다음 계약을 가져와. 당신은 그걸 모르는 사람이 아니잖아.”태혁의 눈빛이 잠시 굳었다. 몰라서 저지른 일이 아니라는 뜻이었다.***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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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화. 발명자란에서 내 이름이 사라졌다
새벽 2시, 파리의 호텔 스위트룸.여진은 침대 대신 창가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루시엘 사내망과 특허 관리 시스템에 차례로 접속했다.무대의 이름은 홍보용일 수 있었다.직함도 서류상 꼼수일 수 있었다.하지만 특허만큼은 달랐다.화면에 떠오른 최종 출원 문서를 확인한 순간, 여진의 손끝이 식었다.회사 소유의 직무발명이라 해도 실제 발명자의 이름은 지울 수 없었다. 발명자 표시는 명예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누가 기술을 만들었는지 증명하고, 정당한 보상과 다음 연구의 신뢰를 이어 주는 경력의 뿌리였다.[ 특허출원 제10-2026-008912호 ]- 발명의 명칭: 천연 향료의 산화 억제 및 장기 발향 안정화 조성물- 출원인: 주식회사 루시엘- 발명자: 윤서린2년 동안 온도 주기 시험과 광안정성 평가를 반복해 완성한 기술이었다. 천연 향료가 빛과 열에 노출됐을 때 변색과 산패취가 생기는 문제를 줄이는 핵심 배합.최초 발명 신고서에는 분명 한여진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그런데 최종 제출본에서만 사라졌다.수정 이력을 열자 관리자 권한으로 발명자가 교체된 기록이 남아 있었다.최초 기안본, 특허팀 검토본, 최종 제출본. 세 문서를 나란히 띄우자 조작은 더 선명했다. 기술 설명과 실험 데이터는 여진이 작성한 그대로였고, 바뀐 것은 발명자 이름 한 줄뿐이었다.***현관문이 열렸다.위스키와 낯선 향수 냄새를 묻힌 태혁이 넥타이를 풀며 들어왔다.“유럽 쪽 추가 계약 분위기 좋아. 이번 쇼 제대로 터졌어.”여진은 노트북을 돌려 보였다.“이건 뭐야?”태혁이 화면을 흘끗 보더니 재킷을 벗었다.“아, 발명자 명의? 서린이로 정리했어.”“정리?”“출원인은 회사잖아. 기술은 어차피 루시엘 자산이고.”“출원인이 회사여도 실제 발명자는 바꿀 수 없어. 내가 만든 기술을 윤서린이 발명했다고 적는 건 허위야.”여진의 목소리가 떨리자 태혁이 미간을 찌푸렸다.“또 법 타령이네. 글로벌 브랜드는 조향사 개인 서사가 중요해. 서린이가 만든 시그니처라는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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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화. 양산 절대 금지
귀국 이틀 뒤, 성수동 루시엘 본사 R&D 퍼퓸랩.여진의 연구실 문에는 금빛 명패가 새로 붙어 있었다.[ 총괄 디렉터 윤서린 ]여진은 명패를 지나쳐 보안 토큰을 태그했다. 자신이 작성한 연구 기록과 특허 변경 이력을 법적 절차에 맞게 보전하기 위해서였다.생산 공정 관리 시스템을 확인하던 여진의 손이 멈췄다.생산팀 메신저에는 지난 일주일 동안 긴급 지시가 쏟아져 있었다. 충전 라인은 24시간 가동됐고, 품질팀의 보류 요청은 대표이사 지시라는 이유로 묵살돼 있었다.[ NOIR17_v0.84_BATCH_TEST ]양산 라인에 투입된 것은 최종 마스터 포뮬러가 아니었다.석 달 전, 향의 골격만 맞춘 뒤 장기 안정성 시험을 진행하던 테스트 버전이었다. 광산화 방지제와 금속이온 억제제의 최종 비율도 확정되지 않은 처방.“이걸 왜 생산에 넣었지?”상세 결재 이력을 열자 답이 나왔다.여진이 원본 문서에 남겨 둔 경고문이 통째로 삭제돼 있었다.[ 고온·자외선 노출 시 변색 및 산패 가능성 있음. 6개월 장기 안정성 시험 미완료. 최종 검증 전 양산 절대 금지. ]삭제된 자리에는 대표이사 강태혁과 윤서린의 승인 서명이 찍혀 있었다.[ 파리 론칭 일정 준수를 위해 시험 기간 단축. 즉시 양산 진행. ]문서 수정 시각은 여진이 파리행 비행기에 오른 직후였다. 반박하거나 생산을 멈출 사람을 의도적으로 비운 뒤 승인한 셈이었다.그뿐만이 아니었다.여진이 지정한 차광 코팅 보틀은 원가가 낮은 반투명 용기로 바뀌어 있었다. 불안정한 천연 향료를 빛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선택이었다.***이 처방은 처음 2주 정도는 멀쩡하다. 출고 검사에서도 기준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았다. 향수의 안정성 사고가 무서운 이유였다. 공장을 떠날 때가 아니라 소비자의 화장대 위에 오른 뒤 문제가 드러난다.베르가모트와 장미 향도 유지된다.문제는 그다음이었다.빛과 열을 받은 원료가 빠르게 산화하면 변색과 침전이 시작되고, 상큼한 탑노트는 금속 냄새와 시큼한 산패취로 뒤틀린다.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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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화. 사직서와 이혼 소장
연구실 안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여진은 서랍 깊숙이 넣어 둔 갈색 수기 노트 세 권을 꺼냈다. 공식 실험값은 전자 연구노트에 남겼지만, 원료를 처음 맡았을 때의 인상과 미세한 조정 이유는 늘 손으로 적었다.지난 5년의 감각과 판단이 고스란히 쌓인 기록이었다.첫 장에는 직원 다섯 명이던 시절의 향이, 마지막 장에는 〈NOIR 17〉의 향조가 적혀 있었다. 회사가 커질수록 여진의 자리는 줄었다.여진은 개인 노트와 자격증, 원료 견본만 챙겼다. 회사 자료는 증거보전 절차에 맡겼다. 태혁에게 빌미를 줄 생각은 없었다.개인 물품을 상자에 담던 여진은 결혼 5주년 사진 액자 앞에서 멈췄다. 웃고 있는 태혁의 얼굴을 잠깐 바라본 뒤 사진만 빼서 찢었다.액자는 쓰레기통에 내려놓았다.깨뜨릴 필요도 없었다.이미 끝난 관계에 더 쓸 감정은 없었다.***대표이사실에서는 태혁이 해외 바이어와 통화 중이었다.“런던과 도쿄 동시 입점, 문제없습니다. 네. 다음 분기 물량도 맞추겠습니다.”전화를 끊은 태혁이 의기양양하게 웃었다.“들었지? 선적하자마자 추가 주문이야. 이번 분기 매출만 수백억이야. 서린이를 앞에 세운 내 판단이 맞았어.”여진은 흰 봉투를 책상 위에 놓았다.[ 사직서 ]태혁의 미소가 멎었다.“이게 뭐야?”“오늘부로 퇴사할게.”“지금 회사가 어떤 시기인데 사직서를 내? 삐친 것도 정도가 있지.”“내 성과를 윤서린에게 넘기고, 발명자 이름을 바꾸고, 양산 금지 경고까지 지운 사람이 공과 사를 말해?”태혁의 표정이 굳었다.“그 파일 봤어?”태혁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여진은 그 반응만으로도 그가 모든 위험을 알고 있었다는 확신을 얻었다.“당신이 지운 문서 말이야?”“봐야 할 건 다 봤어.”여진은 그가 대답할 틈을 주지 않았다.“내가 작성한 문서와 변경 로그는 적법하게 증거 보전했어. 감사팀과 품질책임자에게도 다시 통보했고.”“한여진, 너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협박이 아니라 통보야. 내 이름을 돌려달라는 게 협박이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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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화. 선주문 200억
〈NOIR 17〉 공식 출시일.루시엘은 하루 종일 포털과 SNS를 뒤덮었다.파리 쁘랭땅과 런던 해러즈 팝업 앞에는 개점 전부터 줄이 늘어섰다. 국내 백화점 온라인몰은 접속자가 몰려 한때 결제가 지연됐다.준비된 1차 판매 물량 10만 병은 3시간 만에 동났다.백화점 직원들은 빈 진열대 앞에서 다음 입고 일정을 안내하느라 진땀을 뺐고,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정가의 두 배가 붙은 미개봉 제품까지 올라왔다.[ #NOIR17 #윤서린향수 #천재조향사 #품절 ]구매자들은 흑요석빛 보틀과 시향지를 찍어 올렸다.- 베르가모트 뒤에 장미가 올라오는 순간이 미쳤다. - 파리의 밤을 병에 담았다는 설명이 과장이 아니었음.해외 유통사들의 추가 주문까지 이어지며 누적 선주문은 200억 원을 넘어섰다.루시엘 본사는 축제 분위기였다.직원들은 윤서린의 개인 오피스로 몰려가 꽃다발과 샴페인을 건넸다.“윤 수석님, 이번 뷰티 어워드는 무조건입니다.”“다 같이 만든 결과예요.”서린은 우아하게 웃으며 잔을 들었다.“앞으로도 제 이름을 건 향을 계속 보여드릴게요.”누군가 한여진의 이름을 꺼내려다 주변 눈치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일주일 전까지 연구실을 지키던 사람은 이미 사내 게시판의 퇴사자 명단으로 밀려나 있었다.서린의 책상 뒤에는 ‘MASTER PERFUMER’라고 적힌 새 명패가 놓였다. 그녀는 사진이 잘 나오도록 보틀의 각도를 직접 고치면서도, 생산팀이 올린 안정성 재검토 메일은 읽지 않은 채 보관함으로 넘겼다.***그날 저녁, 경제 매거진 인터뷰.“창립 5년 만에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한 비결이 무엇입니까?”기자의 질문에 태혁은 망설이지 않았다.“안목과 결단입니다. 좋은 기술이 있어도 시장을 읽지 못하면 상품이 되지 못합니다. 윤서린 디렉터의 감각과 제 경영 판단이 〈NOIR 17〉을 200억 원의 가치로 만들었습니다.”“초기 R&D를 이끈 연구 인력의 공로도 크다는 평가가 있습니다.”“제조 기술자는 어디에나 있습니다.”태혁은 미소를 유지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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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화. 이혼 소장을 받은 남편
월요일 오전, 루시엘 대표이사실.태혁은 주간 매출 보고서를 넘기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NOIR 17〉의 흥행으로 투자 유치 조건도 유리해졌다.비서가 노란 봉투를 들고 들어왔다.“대표님, 법원 특별송달입니다.”“법원?”태혁은 계약 분쟁쯤으로 여기고 봉투를 뜯었다. 첫 장을 읽는 순간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소장에는 파리 론칭 당일의 녹취와 특허 발명자 변경 기록, 반복된 인격 모독 정황이 증거 목록으로 붙어 있었다. 여진이 그날 밤부터 움직였다는 뜻이었다.[ 서울가정법원 ] [ 이혼 및 위자료·재산분할 청구의 소 ] 원고 한여진 / 피고 강태혁청구 내용은 구체적이었다.혼인 파탄에 대한 위자료 1억 원.강태혁 명의의 루시엘 주식과 부동산 등 혼인 중 형성 재산 40%에 대한 분할.특허 명의 도용과 명예훼손에 대한 별도 민사소송 예고.“이 미친…….”태혁은 마지막 장까지 넘겼다. 자신이 ‘대표 아내도 이득’이라고 말한 녹취 요약까지 보이자 종이가 구겨졌다.사직서를 내고 나간 지 열흘밖에 되지 않았다. 홧김에 짐을 싼 줄 알았던 아내는 증거를 정리하고 소송부터 제기했다.태혁은 여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할 수 없습니다.차단이었다.그는 소장에 적힌 법무법인으로 곧장 전화를 돌렸다.“강태혁입니다. 한여진 바꿔요.”- 의뢰인은 직접 연락을 원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모든 연락은 대리인을 통해 서면으로 주십시오.“부부싸움 좀 했다고 회사 주식 40%를 내놓으라고요? 이게 협박이지 소송입니까?”- 법정에서 혼인재산 형성 기여도와 증거를 확인하시면 됩니다.통화는 짧게 끝났다.태혁은 회사 법무팀장을 불러 소장을 던졌다.“당장 반소 준비해. 퇴사하면서 회사 기밀을 빼돌렸다고 걸어.”“대표님, 현재 자료만으로는 오히려 전산 조작 경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누구 편이야?”법무팀장은 입을 다물었다. 태혁은 그 침묵조차 배신으로 받아들였다.***윤서린이 커피를 들고 대표실로 들어왔다.“얼굴이 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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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화. 향이 썩기 시작했다
출시 3주 차 수요일 오후.루시엘 고객서비스팀에 비슷한 문의가 연달아 접수됐다.[ 3주 전에 산 〈NOIR 17〉에서 시큼한 냄새가 납니다. ] [ 병 바닥에 갈색 침전물이 생겼어요. ] [ 손목에 뿌린 뒤 붉은 반점이 올라왔습니다. ]처음에는 보관 부주의로 분류됐다. 상담원들은 정해진 답변에 따라 사용 환경을 묻고 교환을 거절했다. 그러나 접수 지역도, 구매처도 다른 고객들이 같은 냄새와 같은 침전물을 말하고 있었다.CS팀장이 긴급 보고서를 들고 윤서린의 오피스를 찾았을 때도 서린은 태연했다.“차 안에 뒀거나 햇빛을 오래 받은 거겠죠. 천연 원료가 많으면 온도에 예민하다고 안내하세요.”“오늘만 같은 내용이 20건 넘게 들어왔습니다. 해외 접수까지 합치면 더 많습니다.”“10만 병 중 20병이에요. 일부 고객 때문에 전량 결함처럼 대응하면 브랜드만 손해예요.”“우선 동일 배치 제품이라도 회수해서 확인해야 합니다.”서린은 서류를 밀어냈다.“교환 불가로 정리하세요. 보관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다고요.”그 결정은 하루도 버티지 못했다.점심 무렵에는 접수 건수가 80건을 넘었다. 품질팀은 즉시 판매 중단과 샘플 회수를 요청했지만, 대표이사실은 ‘온라인 이슈 확대 금지’라는 한 줄짜리 답만 보냈다.***다음 날 아침, 팔로워 200만 명을 보유한 프랑스 뷰티 크리에이터가 영상을 올렸다.[ 〈NOIR 17〉 3주 사용 후기 — 구매를 중단하세요 ]영상 속 보틀은 처음의 맑은 보랏빛을 잃고 갈색으로 흐려져 있었다. 바닥에는 검은 침전물이 뭉쳐 떠다녔다.“처음에는 장미와 젖은 숲 향이 났습니다. 지금은 산화된 기름과 금속 냄새만 남았습니다. 손목에는 발진도 생겼어요.”그가 향수를 분사하자 옆에 있던 스태프가 얼굴을 찌푸리며 물러났다.영상은 반나절 만에 150만 회를 넘겼다.더 치명적인 것은 그가 제품의 배치 번호를 공개했다는 점이었다. 다른 국가에서 변질된 제품과 같은 생산일자였다. 개인의 보관 실수라는 루시엘의 설명은 그 순간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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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화. 가짜 조향사의 민낯
월요일 오전 9시, 루시엘 대회의실.테이블 중앙에는 변질된 〈NOIR 17〉 샘플과 품질 분석표가 늘어서 있었다. 뚜껑을 닫아 두었는데도 시큼한 냄새가 새어 나왔다.생산총괄 박 전무가 화면을 띄웠다.“프랑스, 영국, 일본에서 회수한 50개 샘플을 분석했습니다. 모두 같은 배치입니다. 빛과 열에 노출되면서 천연 향료의 산화 수치가 기준치를 넘었고, 침전과 변색을 일으키는 분해산물이 확인됐습니다.”화면에는 출시 직후 샘플과 3주 뒤 샘플의 크로마토그램이 겹쳐졌다. 안정된 제품이라면 유지돼야 할 주요 피크가 무너져 있었고, 산화 부산물 수치는 가파르게 치솟아 있었다.그의 시선이 윤서린에게 향했다.“윤 수석님. 특허에 기재된 산화 억제 시스템이 양산 처방에서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설명해 주십시오.”서린은 분석표를 들었다. 종이를 훑는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천연 원료는 원래 산지와 기후에 따라 편차가 있잖아요. 생산 라인에서 교반 속도를 잘못 맞춘 것 아닐까요?”품질팀장이 즉시 고개를 저었다.“교반 문제가 아닙니다. 시험 중이던 처방에서 안정화제 비율을 확정하지 않은 채 양산한 게 원인으로 보입니다. 최종 조정값이 있다면 지금 주셔야 합니다.”“그런 건 연구원들이 계산하면 되죠.”“윤 수석님이 발명자입니다.”누군가 헛기침을 했다. 지금까지는 모두가 알면서도 묻지 않았던 문제였다. 서린이 실제 개발자라면 당연히 답해야 했고, 아니라면 회사가 전 세계를 속인 셈이었다.회의실이 조용해졌다.품질팀장은 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적어도 어떤 조건에서 처방을 바꿨는지는 알고 계셔야 합니다. 원본 실험 설계와 최종 안정화 기준을 말씀해 주십시오.”***서린의 손에 들린 종이가 구겨졌다.그녀가 아는 것은 향을 ‘새벽 안개에 젖은 장미’라고 포장하는 법뿐이었다. 시향지에 적힌 문구는 외울 수 있어도, 그 향이 왜 유지되는지는 알지 못했다.“지금 저를 몰아세우는 거예요?”“제품을 고치려는 겁니다.”“원료 공급사 잘못일 수도 있잖아요! 구매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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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아내에게 매달린 대표
한남동, 한여진 퍼퓸 아틀리에.여진은 정밀 스포이트로 새 베이스 오일을 한 방울씩 계량하고 있었다. 아이리스의 차분한 향 뒤로 샌들우드가 얇게 남았다.작업대 옆 유선 전화가 울렸다.개인 휴대전화에서는 태혁과 루시엘 번호를 모두 차단했지만, 아틀리에 사업자 번호는 외부에 공개돼 있었다.여진은 장갑을 벗고 수화기를 들었다.“한여진 퍼퓸 아틀리에입니다.”- 여진아, 나야.갈라진 목소리와 거친 숨.태혁은 오전 내내 거래처를 돌며 이 번호를 찾았다고 했다. 사정이 얼마나 급한지 알 수 있었다.여진의 표정이 가라앉았다.“업무용 번호입니다. 용건만 말하세요, 강태혁 씨.”- 회사에 문제가 생겼어. 〈NOIR 17〉이 변질되고 있어. 유럽 유통사들이 전부 판매를 멈추겠대.“그래서요?”- 잠깐만 회사로 와. 30분이면 돼. 포뮬러에서 뭘 고쳐야 하는지만 알려주고 가면 돼.여진은 비커를 천천히 흔들었다. 액체 표면이 잔잔한 원을 만들었다.“내가 왜 그 일을 해야 하죠?”- 네가 만든 향수잖아! 네가 제일 잘 알잖아.불과 몇 주 전, 태혁은 제조 기술자는 어디에나 있다고 말했다. 루시엘 간판이 없으면 여진은 아무것도 아니라고도 했다.이제는 그 ‘아무것도 아닌 연구원’에게 회사를 살려 달라고 매달리고 있었다.여진은 놀랍도록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태혁의 다급한 목소리에 먼저 해결책을 찾았을 것이다. 회사가 곧 태혁이고, 태혁이 곧 자신의 가정이라고 믿었으니까.그 믿음은 파리에서 끝났다.***“이상하네요.”여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파리 무대에서 3년간 영혼을 쏟았다고 말한 사람은 윤서린 씨였는데요. 특허 발명자도, 수석 조향사도 윤서린 씨고요.”- 그건 마케팅이었잖아. 지금 따질 때가 아니야.“저한테는 인생과 경력의 문제였습니다.”- 여진아, 회사가 망하면 너도 손해야. 재산분할로 받을 돈도 없어질 수 있어!태혁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그건 제 변호사가 판단할 일입니다.”- 제발. 네가 원하는 조건 다 들어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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