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화

Aвтор: 차라
전연우가 떠난 뒤, 장소월은 편하게 잠에 들었다.

환생한 후 백윤서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 더 이상 무서운 악몽에 시달리지 않았다.

다음날, 장소월은 위층의 시끄러운 발소리에 뒤척이다 눈을 떴지만 별로 피곤하진 않았다.

죽기 전 항암치료를 받는 몇 개월 동안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매일 밤 뼈가 끊어질 듯한 아픔에 시달렸고 머리카락이 수도 없이 빠졌다. 그녀도 항암치료 때문에 그렇게 많은 머리카락이 빠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전생에서 그녀는 늦잠을 자는 것을 좋아해서 아침에 시끄럽게 깨우면 짜증을 내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하게도 시끄러워 잠에서 깨도 짜증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핸드폰을 보고 이제야 8시를 조금 넘긴 것을 확인했다.

아줌마는 그녀의 늦잠 자는 습관을 알기에 일반적으로 위층에 올라오지 않았다.

장소월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잠에 들려고 눈을 감았다.

전연우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그녀의 변화가 크다면 분명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시 잠에서 깨니 11시쯤이었다. 장소월은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서 이를 닦았다.

아줌마가 노크하고 말린 이불을 안고 들어왔다.

“아가씨, 점심 준비가 끝났습니다. 연우 도련님께서 잠깐 돌아오셔서 아가씨와 함께 식사하시겠다고 하십니다.”

장소월은 이를 닦으며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차가운 물로 세수하던 그녀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바라보았다. 화장하지 않아도 우유처럼 희고 부드러운 피부에 양쪽 볼은 복숭앗빛이 돌며 젊고 생기 있는 모습이 죽기 전 야위어서 마른 나무껍질처럼 초췌하던 모습과는 비교가 되어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얼굴을 만져 보았다.

사실 그녀는 예쁘장하게 생겼다. 쌍꺼풀 짙은 눈에 맑게 빛나는 눈동자가 무표정일 때는 아련하면서도 괴롭혀 주고 싶을 만큼 순진무구해 보였다.

전생에서 그녀의 성격은 지금 생각해도 미움받을 만큼 안하무인에 제멋대로인 재벌 집 아가씨였다.

장해진의 외동딸이라는 신분으로 가지고 싶은 건 무엇이든 가질 수 있었다. 전연우도 포함되었다.

“알겠어요.”

오늘은 외출할 일이 없어 핑크색에 잔잔한 꽃이 그려진 잠옷 세트에 웨이브 진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냉장고 앞에서 컵에 우유를 따르고 있는데 현관에서 익숙한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렸다. 장소월은 눈을 치켜뜨고 전연우를 뒤따라 들어오는 백윤서를 바라보았다. 오늘 두 사람이 일부러 커플룩이라도 입은 것일까? 어두운 컬러의 옷들만 입던 전연우가 오늘은 흰색 재킷을 입었다.

외국에서 치료받느라 몇 년을 못 본 사이 백윤서는 점점 이뻐지는 것 같았다. 흰색 원피스를 입고, 마치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순결한 선녀가 그림에서 걸어 나온 것 같은 모습이 전연우가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을 만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속 한편이 불편했다. 아직 전연우의 와이프라는 신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나 보다.

장소월은 잠깐 바라보다 시선을 거두었다.

전연우는 백윤서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괜찮아, 밥 먹으러 가자.”

백윤서는 머리를 귀 옆으로 넘기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에 들고 있던 선물을 밥을 먹고 있는 장소월의 옆으로 가져다주었다.

“이건 내가 돌아오면서 너 주려고 사 온 선물이야, 네가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

장소월은 눈이 휘어지며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얼른 앉아서 식사하세요. 오늘 아줌마 요리들이 맛있네요.”

백윤서는 장소월이 자기를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 줄지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만약 예전이라면 장소월은 선물을 바닥에 집어 던지며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내쫓았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연우가 말리면서 그녀를 데리고 나갔을 것이다.

전생에서 장소월은 실제로도 백윤서의 얼굴을 할퀸 적도 있었다.

아마도 그때 전연우가 어떻게 그녀를 욕했는지 시간이 오래되니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아무튼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다.

백윤서는 살금살금 전연우의 눈치를 살폈는데 아무런 기색도 없었다.

전연우는 조심스럽게 백윤서에게 밥그릇을 전해주며 담백하게 말했다.

“얼른 밥 먹어. 조금 있다가 너 필요한 것들 사러 가자.”

백윤서는 그릇을 받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별로 살 것도 없어요, 오빠 바쁜 거 나도 아는데, 나 신경 쓰지 말고 오빠 할 일 해요. 나는 집에서 오빠 퇴근하고 나 데리러 오면 그걸로 만족해요.”

전연우는 그녀의 밥그릇에 반찬을 올려주며 말했다.

“괜찮아, 나 오늘 휴가받았어. 어렵게 너랑 하루 같이 보낼 수 있는데. 이후엔 이런 기회 많지 않을 거야.”

그들은 나란히 앉아 얘기를 나누며 밥을 먹었고 장소월은 맞은편에 혼자 앉아서 밥을 먹었다.

둘의 대화에도 장소월은 하나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저 밥을 먹고 있는데 그릇에 고기 한 점이 올려졌다. 전연우가 짚어 준 것이였다.

“오늘 정말 우리랑 같이 안 갈 거야?”

‘우리?’

전연우는 자기와 백윤서를 우리라고 칭했다. 장소월은 그들한테 영원한 타인인것이다. ‘둘 사이에 내가 껴서 뭘 하지?'

이번 생에 그녀는 목표를 세웠다. 첫째, 전연우를 멀리한다!

그래서 그녀는 거절했다.

장소월은 싱긋 웃으며 가벼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아, 난 복습할 게 있어.”

그녀는 많이 먹지도 않고 티슈로 입을 닦고 몸을 일으켜 위층으로 올라갔다.

몸을 돌리는 순간 유지하고 있던 포커페이스가 와르르 무너졌다.

‘전연우, 전생에선 내가 집착이 심해서 널 내 목숨보다 중요하게 생각했어.

결혼으로 널 내 옆에 붙잡아 둔 내 잘못이야.

이번 생엔 널 놓아줄게, 그리고 나 자신도 놓아줄 거야.

너희 여생에 평안하고 즐거운 행복만 가득하길 바라...'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710화

    연속 사흘 동안 병원에서 하성재를 돌보며 장소월은 눈에 띄게 야위었다. 그녀가 하성재에게 지나치게 신경 쓰는 모습이 전연우는 마음에 걸렸다.퇴원하는 날, 장소월은 하성재를 집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물었다.“하성재 씨, 집이 어디예요?”하성재는 그 질문에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대답했다.“원래 친구랑 같이 세 들어 살았었는데 요즘 돈이 빠듯해서... 바 손님들이 다 떠나면 거기서 자고 있어요.”며칠간의 대화를 통해 장소월은 하성재가 바에서 노래하며 생계를 이어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형편이 궁핍했을 줄이야.전연우는 뭔가 잘못됐음을 감지했다. 두 사람의 더이상의 접촉은 막고 싶었다. 책임은 이미 충분히 다했다. 이젠 그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한다고?장소월은 잠시 생각하다 하성재를 돕기로 했다.“그러면 일단...”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연우가 끼어들었다.“우리가 살 곳 마련해줄게요.”그는 장소월이 하성재를 집에 데려오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건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전연우에겐 부동산이 많아 하성재에게 아무거나 하나 던져주면 될 것이다.하성재는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고마워요, 누님, 형님. 그래도 폐는 끼치고 싶지 않아요.”그가 이런 말을 할수록 돕고 싶다는 장소월의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집이라도 있으면 마음이 많이 안정될 테니 말이다.“우리한테 예의 차릴 거 없어요. 성재 씨가 날 누나라고 불렀잖아요. 나도 이미 성재 씨를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어요.”전연우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장소월은 모든 면에서 훌륭했지만 마음이 너무 여리고 사람을 쉽게 믿는 게 문제였다.장소월은 하성재를 집에 데려오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남원 별장은 충분히 넓으니 사람 한 명이 더 산다고 해도 상관없지 않나? 하지만 전연우는 그럴 의지가 전혀 없었다.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아까 말을 끊지도 않았을 것이다.결국 하성재는 장소월과 전연우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바 근처에 있는 아파트에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709화

    하성재는 장소월이 떠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전연우의 위압적인 기세에 눌려 어쩔 수 없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장소월 또한 하성재는 누군가의 관심과 위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정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고, 지금 하성재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병원을 떠나기 전, 장소월은 간병인에게 주의할 점을 꼼꼼히 당부한 뒤 전연우의 팔을 잡고 나왔다.돌아가는 길, 장소월은 여전히 하성재 얘기를 늘어놓았다.“하성재 씨 너무 오랫동안 억눌려 있었던 것 같아. 혼자 외롭게 지내기 쉽지 않았을 거야.”말을 하면 할수록 장소월은 마음이 저릿해졌다. 급기야 하성재를 의남매로 삼고 싶다는 충동까지 들었다.전연우는 그녀의 말이 단 한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장소월이 하성재에게 마음을 쓰고 있다는 사실만 인지해 두었다.다음 날 아침, 장소월은 주방 아주머니에게 하성재의 아침 식사를 부탁했다. 그러고는 일부러 병원에 전화해 끼니를 가져다주라고 당부했다.“하루 세끼 다요.”그렇게 신신당부한 뒤에야 장소월은 식탁에 앉았다.별이는 오전에 수업이 없어 오랜만에 외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장소월이 병원에 간다고 하자 어두워진 얼굴로 머뭇거렸다. 필경 병원은 좋은 곳이 아니니 말이다.장소월은 웃으며 말했다.“거기 입원한 형이 있어. 어젯밤에 엄마를 도와준 형이야.”그 말을 들은 별이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를 도운 사람이라면 당연히 좋은 형일 테니 직접 만나고 싶었다. 전연우는 아무 말도 없이 질투로 부글거리는 마음을 참아내고 있었다. 그놈에게 이렇게까지 잘해주다니! 왠지 자신에게보다 더 잘해주는 것 같았다.병원으로 가는 길에서도 전연우는 말이 없었다. 반면 장소월은 별이에게 하성재의 사연을 자세히 이야기해주고 있었다.별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형이 그렇게 불쌍할 줄은 몰랐어요.”가엾은 사람들에게 별이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운전기사가 장소월과 별이를 병원에 내려주자 전연우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708화

    장소월이 뒤로 물러서며 종업원을 부르려 할 때, 아까 기타를 쳤던 젊은 남자가 다가왔다.“이거 성추행이에요.”중년 남자는 눈앞 매끈한 피부의 청년이 감히 자신을 막아서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넌 뭐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감히 날 가르치려 들어?”그는 테이블 위 유리컵을 집어 청년에게 던졌다. 힘 조절을 제대로 못 한 탓에 청년의 이마가 찢기며 피가 흘러나왔다.전화를 끝내고 들어온 전연우의 눈에 장소월 쪽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빠르게 다가가 보니 장소월은 젊은 청년을 부축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대각선에 있는 중년 남자를 붙잡고 있었다.청년은 왠지 낯익어 보였다. 현장 상황을 보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치밀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전연우는 종업원과 경비원을 불렀다.중년 남자는 두 명의 경비원에게 붙잡힌 채 다리를 버둥거리며 알아듣기 힘든 말을 중얼거렸다.장소월은 품에 있는 청년에게만 신경을 쓰느라 전연우에겐 눈길도 주지 못했다.“괜찮아요?”장소월의 얼굴엔 다급함과 걱정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이후 전연우를 발견한 그녀는 청년을 부축한 손에 약간 힘을 풀며 말했다.“전연우, 의사 좀 불러줘.”청년은 자신을 돕다 다쳤으니 끝까지 책임져야 마땅했다.전연우는 일찌감치 사람을 불러놓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계속 무언가 대화하는 바람에 끼어들기 어려웠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그의 냉랭한 목소리를 듣고서야 장소월은 그가 이미 꽤나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것을 깨달았다.청년은 두 명의 종업원에게 부축을 받으며 문을 나섰고 장소월도 뒤따라갔다.전연우는 장소월은 은혜를 입은 사람에겐 책임을 다하는 성격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질투심이 타올랐지만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청년의 머리는 붕대로 감겨 있었고 손엔 링거 바늘이 꽂혀 있었다. 큰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의사는 3일간 입원 관찰을 권했다.장소월은 간병인을 구한 뒤 전연우의 손을 잡고 병실로 들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707화

    2주에 한 번씩 전연우의 옷장은 전부 비워지고 전문가가 맞춘 옷으로 새로 채워 졌다.전연우의 팔을 잡고 남성복 매장에 들어선 장소월은 갑자기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 아내가 되어 남편에게 뭘 사줄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부족한 게 없는 것 같았다.반면 그가 그녀에게 사준 선물은 집에 쌓여 넘칠 지경이었다.주기적으로 잘 쓰지 않는 보석과 옷을 정리해야 할 정도였다. 값비싼 최고급의 물건들일지라도 말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전연우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더 안 돌아?”장소월은 맥없이 대답했다.“너무 많아... 집에 다 있는 물건들이잖아...”일상에서 쓰는 물건은 전연우가 늘 최고급으로 보냈다. 게다가 고객들이 선물한 것 또한 전부 최상품이니 쇼핑몰 물건들은 모두 평범해 보였다.전연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언제나 보석과 옷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의 여자 아닌가? 그런데 장소월 이 바보 같은 여자는 너무나 쉽게 만족한다.“그럼 바에 가서 조금 앉아 있을까?”전연우는 장소월의 기분이 적잖이 들떴다는 것을 알았지만 바에까지 가고 싶어 할 줄은 몰랐다.“술 마시고 싶어?”그녀의 건강을 위해 전연우는 술을 마시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한다면 조금은 너그러워질 여지는 있었다.사실 장소월은 그저 바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뿐이었다. 오랜만에 전연우와 함께 가보고 싶었다. 지난번 마이와 가기로 했지만 일 때문에 미뤄졌었다.전연우의 날카로운 눈빛을 마주하며 장소월은 솔직히 말했다.“술 마시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앉아서 분위기만 느끼고 싶어.”아직은 이른 시간이다. 집에 가면 그림만 그릴 텐데, 바에 가서 노래를 듣는 게 더 편안할 것 같았다.가까운 바에 도착한 뒤 장소월과 전연우는 밤바람을 느낄 수 있는 강변에 자리 잡았다. 커튼 너머로 기타를 치는 잘생긴 청년과 어깨까지 드리운 긴 머리의 가수가 보였다. 한 명은 노래하고, 한 명은 연주를 하는 듯했다.가수의 음색은 맑고 깨끗했다. 정확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706화

    영화가 시작되기 전, 주변의 여대생 몇 명이 자꾸만 이쪽을 힐끔거렸다. 심지어 장소월에게 자리를 바꾸자고 요청하는 이도 있었다.그야말로 어이가 없었다. 전연우의 매력은 정말이지 너무나 치명적이다.두 사람이 산 자리는 가운데 자리였다. 장소월의 옆에는 젊은 남자가, 전연우 옆에는 여대생 몇 명이 앉았다.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다른 자리로 바꿨다.하지만 전연우의 옆자리도 한 여학생으로 바뀌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여학생은 영화엔 눈길도 주지 않고 줄곧 전연우만 쳐다보았다.전연우는 짜증이 차올라 몇 번이나 장소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 무심한 여자는 영화 스크린에 푹 빠져 팝콘을 먹으며 즐기고 있었다.참으로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전연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장소월은 점점 더 영화에 몰입했다. 영화 속 사람들이 재난을 겪는 장면에서는 잔뜩 긴장하며 그의 손을 꽉 잡았다.긴장되는 장면이 지나가면 그 손은 다시 팝콘을 집으러 향했다... 전연우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옆 여학생의 뜨거운 시선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영화는 하나도 보지 못했지만, 장소월을 보는 건 꽤나 즐거웠다.영화 스크린 빛이 장소월의 옆얼굴에 비쳤다. 정교하게 빚어진 얼굴 윤곽과 영화 줄거리에 따라 변하는 풍부한 표정이 영화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장소월은 처음부터 끝까지 만족스럽게 영화를 즐겼다. 끝난 뒤에도 진한 여운이 남았다.그녀가 일어나 전연우의 팔을 잡았다. 하지만 그는 아직 멍하니 앉아 있었다.“왜 그래?”그제야 장소월은 그에게 눈을 떼지 않고 빤히 쳐다보는 옆자리 여학생을 발견했다. 그녀는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고 전연우만 쳐다본 게 분명했다.장소월은 살짝 몸을 숙이고 애교 어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여보, 이제 갈까?”남자라면 누구나 사르르 녹을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학생들은 그녀에게 분노의 눈초리를 보냈다.장소월은 이런 질투 어린 적대적인 시선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있었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705화

    장소월은 무언가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곧바로 쇼핑몰의 먹거리들이 떠올라 군침이 돌았다.전연우는 차를 몰고 장소월을 쇼핑몰로 데려갔다. 그녀는 곧장 전에 눈여겨보았던 훠궈집으로 향했다. 훠궈집에 이미 발을 들여놓았으니 이제 와 후회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는 커튼이 드리워진 의자에 자리 잡았다.장소월은 신나게 메뉴판을 두어 번 훑어보더니 이내 먹고 싶은 걸 정하고는 전연우에게 건넸다. 그가 좀처럼 결정하지 못하자 그녀가 말했다.“뭘 먹을지 모르겠어?”“그럼 내가 주문할게.”훠궈 육수와 고기, 그리고 채소까지 주문한 뒤, 장소월은 턱을 괴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단정하고 기품 있는 모습의 전연우를 바라보았다.“다 먹고 영화 보러 갈까?”대부분 연인들의 단골 데이트 코스다. 장소월은 이 시간이 꽤 달콤하다고 느꼈다.전연우 또한 반대하지 않고 그녀의 뜻을 받아들였다.장소월은 접시 두 개를 들고 양념을 뜨러 자리를 떴다. 돌아와 보니 훠궈 육수, 고기와 채소가 차례로 테이블에 올랐다. 육수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그녀는 젓가락을 들고 먼저 곱창을 데쳐 전연우에게 건넸다.전연우는 곱창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어두운 눈빛으로 무언가 생각하더니 양념 접시에 두어 번 담갔다가 입에 넣어 천천히 씹었다.장소월은 전연우의 밥 먹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했다. 그 우아하고 여유만만한 모습은 그야말로 신사 같았다.“어때?”장소월은 자신이 데친 곱창이 분명 맛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전연우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괜찮네.”그의 입에서 나오는 ‘괜찮다’는 평가는 꽤 높은 점수를 의미했다. 장소월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젓가락을 들어 다른 음식을 안에 넣었다.훠궈 한 끼에 장소월은 마음이 뿌듯해졌다. 많이 주문하지는 않았지만, 전연우는 그녀가 집어준 음식을 모두 먹었다. 테이블 위 모든 접시가 깡그리 비어져 있었다.평소엔 전연우와 둘이서 먹든 별이와 함께 외식할 때든 항상 음식이 많이 남았었는데, 오늘은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