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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9화

Author: 진헤이
하지만 이수연의 말대로, 남자가 수시로 들이닥쳐 진상짓을 했기에 아무도 이수연을 도와주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다들 괜한 화를 부를까 두려워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무감각해졌다.

지난번에도 그 사람이 소은지의 집까지 부쉈으니 모두가 더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보건소를 나온 뒤 소은지가 이수연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금방 끝낼게요.”

“네.”

끝내야 했다. 모든 게 마무리되어야만, 이수연과 그 사람 사이의 악연도 함께 끝날 터였다.

이수연은 그날을 묵묵히 기다리기로 했다.

소은지는 이수연을 집으로 데려왔다.

“당분간 여기에서 지내세요. 제가 윗분들한테 사정을 설명할 테니까요.”

이수연을 그곳으로 다시 돌려보낼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수연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소은지는 말을 잇지 못했다.

“...”

“아직 식사 못 하셨죠? 제가 고기를 좀 구워 드릴게요.”

이렇게 다친 몸으로, 또다시 남을 챙길 생각을 하다니.

소은지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아니에요. 오늘 저녁은 제가 할게요.”

“그럼 전 먼저 돌아갈게요.”

“...”

소은지는 난감했다. 이수연을 데려온 건 거기에 두기 불안해서였는데, 이수연은 스스로의 고집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방금 연행됐습니다. 적어도 사흘은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

사흘. 고작 사흘이다.

그 뒤에 다시 풀려나면 또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이수연 씨.”

“소은지 씨는 이미 너무 많은 걸 도와주셨어요. 제게 첫걸음을 떼게 해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요.”

이수연에게도 본인만의 생각이 있었다.

이수연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사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이수연은 그런 소은지에게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소은지가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랐다.

소은지는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

고작 스물세 살인 이수연이 이렇게 철이 들었을 줄이야.

대견해서, 또 마음이 아파서, 말문이 막혔다.

잡아 두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지만, 이수연의 뜻도 강경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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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연의 세상에는 친구라는 존재가 한 번도 없었다. 친구가 어떤 사이인지 머리로는 알고 있었고 마음속으로는 간절히 바랐지만, 끝내 맺지 못했다.그래서 방금 소은지의 입에서 친구라는 두 글자가 나온 순간, 심장이 뜨겁게 뛰기 시작했다.“친구요?”“네, 친구요.”친구라면 도움을 주고받는 게 당연했다.소은지처럼 높은 자리에서 선 사람이, 자신과 친구가 되어 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좋아요, 친구.”이수연에게 처음으로 생긴 친구이자 가장 특별한 친구다.소은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식사를 마친 뒤, 소은지는 이수연이 이곳에 머물기를 원했다.하지만 이수연은 끝내 고개를 저었다. 이수연은 곧 괜찮아질 테니 돌아가겠다며 뜻을 굳혔다.소은지는 이수연의 뜻을 굽히지 못했기에 직접 데려다주기로 했다. 걸어서 가겠다는 이수연을 막아서서,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밀어붙이자 이수연은 결국 수긍했다.집으로 돌아오니, 현관 앞에 통통한 아주머니가 서 있었다.소은지가 차에서 내리는 걸 보자, 아주머니가 성큼 다가왔다.“저기요.”소은지는 잠깐 멈춰 섰다.평소 서로 인사를 나눌 일은 거의 없었지만, 옆집 건너 사는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무슨 일로 오셨어요?”소은지는 낯을 가리는 편이라 여러 사람과 가까이 섞이는 건 여전히 서툴렀다. 그래도 예의를 갖춰 물었다.아주머니가 바구니를 내밀었다. “방금 구운 빵이에요. 우유도 조금 담았어요.”“아... 괜찮습니다.”이웃이 느닷없이 먹거리를 건네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하지만 아주머니는 바구니를 꼭 쥐여 주었다.“그냥 받으세요.”“저한테 왜 이런 걸 주시나요?”억지로라도 받게 한다면 이유가 있어야 했다.아주머니가 활짝 웃었다.“좋은 사람이니까요. 당신은 용감한 사람이에요.”소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소은지는 모르고 있었다.소은지가 이수연의 소송을 맡았다는 소식이 벌써 마을 전체의 화제가 된걸.이수연의 남편을 향해 발길질을 날린 일도 사람들의 호감을 불러왔다는걸.“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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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수연의 말대로, 남자가 수시로 들이닥쳐 진상짓을 했기에 아무도 이수연을 도와주지 못했다.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다들 괜한 화를 부를까 두려워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무감각해졌다.지난번에도 그 사람이 소은지의 집까지 부쉈으니 모두가 더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보건소를 나온 뒤 소은지가 이수연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금방 끝낼게요.”“네.”끝내야 했다. 모든 게 마무리되어야만, 이수연과 그 사람 사이의 악연도 함께 끝날 터였다.이수연은 그날을 묵묵히 기다리기로 했다.소은지는 이수연을 집으로 데려왔다.“당분간 여기에서 지내세요. 제가 윗분들한테 사정을 설명할 테니까요.”이수연을 그곳으로 다시 돌려보낼 생각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수연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소은지는 말을 잇지 못했다.“...”“아직 식사 못 하셨죠? 제가 고기를 좀 구워 드릴게요.”이렇게 다친 몸으로, 또다시 남을 챙길 생각을 하다니. 소은지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아니에요. 오늘 저녁은 제가 할게요.”“그럼 전 먼저 돌아갈게요.”“...”소은지는 난감했다. 이수연을 데려온 건 거기에 두기 불안해서였는데, 이수연은 스스로의 고집이 있었다.“그 사람은 방금 연행됐습니다. 적어도 사흘은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사흘. 고작 사흘이다.그 뒤에 다시 풀려나면 또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이수연 씨.”“소은지 씨는 이미 너무 많은 걸 도와주셨어요. 제게 첫걸음을 떼게 해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요.”이수연에게도 본인만의 생각이 있었다.이수연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사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이수연은 그런 소은지에게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소은지가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랐다.소은지는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고작 스물세 살인 이수연이 이렇게 철이 들었을 줄이야. 대견해서, 또 마음이 아파서, 말문이 막혔다.잡아 두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지만, 이수연의 뜻도 강경했다.“그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6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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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데스 명우는 소은지가 한 말을 듣고 그대로 폭발했다.‘내가 정할 일이 아니라고? 내가 이 먼 데까지 쫓아온 게 장난하려고 인 줄로 아나?’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한테서 뿜어져 나오는 위협적인 기운을 또렷이 느꼈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그 사람 더는 도와주지 마.”그 사람은 바로 이수연의 남편을 말하는 것이었다.오늘 현장에서 결론이 나지 않은 것도 분명 엔데스 명우가 어딘가 손을 댔기 때문일 거라고 소은지는 의심했다.이수연의 비참한 굴레를 하루라도 빨리 끝내고 싶었다.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엔데스 명우는 남을 도우라는 소리가 나오자 더 들끓었다.“좋아. 그럼 당장 엔데스 현우랑 모든 걸 끝내.”“...”모든 걸 끝내라니.파리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엔데스 현우도 그 자리에서 물러나 소은지를 찾으러 왔다고 이유영이 말했었다.그렇다면 엔데스 현우와의 문제를 단숨에 정리하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마주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하는 냉혹한 사실이다.하지만 이수연에게는 시간이 없다.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바라봤다. 눈 속의 고요함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끝을 모를 원망이 번졌다.“엔데스 현우랑 깔끔히 끊고, 내 곁으로 돌아와. 응?”끊는 건 소은지가 바라던 바였다.하지만 엔데스 명우에게로 돌아가는 건 절대로 불가능했다.결국 지금 내건 두 가지 조건 모두 소은지가 쉽게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그렇다고 이수연을 두고 물러설 수도 없다.“엔데스 명우, 네가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네.”복잡한 생각이 여러 갈래로 흩어졌지만, 알맞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어떤 사람?”“...”그 말에 소은지는 말없이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기만 했다.그런 소은지의 눈빛이 굽히지 않겠다는 고집이라는 걸 엔데스 명우도 알고 있었다.그래도 방법이 없었다.곁으로 조용히 돌아오지 않겠다면 이렇게라도 해야 했다.“내가 엔데스 현우랑 연락해 줄게. 응?”말을 마친 엔데스 명우가 몸을 돌려 나갔다.소은지는 자리에 앉은 채 아무 대꾸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605화

    “...”“파리에 있을 때부터 나를 놓아주지 않았잖아. 널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쓰레기? 쓰레기로도 부족한데.”“...”가뜩이나 어두웠던 표정이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엔데스 명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소은지를 바라보면서 당장이라도 소은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엔데스 명우가 빠르게 소은지 곁으로 와서 소은지를 소파로 밀어버렸다. 붉어진 눈과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은지를 노려보는 엔데스 명우에게서는 위험하고 차가운 기운이 차고 넘쳐흘렀다.엔데스 명우의 곁에 오랜 시간 있었던 사람으로서 소은지는 이런 엔데스 명우의 모습이 뭘 뜻하는지 알았다.이런 엔데스 명우는 아주 위험했다.“왜? 날 죽이려고?”소은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리고 그 미소에 엔데스 명우의 이성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엔데스 명우는 번뜩이는 눈으로 몸을 숙여 소은지의 입술을 거칠게 머금었다.소은지는 고통을 느끼고 엔데스 명우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엔데스 명우가 이미 소은지의 두 손을 꽉 묶어두었다.소파와 엔데스 명우 사이에 갇힌 소은지는 움직일 수도 없었다.소은지는 화가 나서 엔데스 명우를 보면서 말했다.“이거 놔!”“이혼해. 응?”엔데스 현우의 아내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한다는 건 엔데스 명우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아직도 엔데스 현우한테 마음이 남아있는 거야?”도발적인 소은지의 모습을 보면서 엔데스 명우의 눈에서 위험이 아른거렸다.“내가 누구를 좋아하던지 너랑 무슨 상관인데!”무슨 상관인가. 소은지가 두 번이나 연속해 물은 질문이다.엔데스 명우는 그 질문에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소은지 입가에 걸린 미소를 봤을 때는 당장이라도 소은지의 목숨을 끊어버리고 싶었다.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대치했다.소은지가 팔이 시큰거린다고 생각할 때, 엔데스 명우가 소은지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다시 담배에 불을 피웠다.엔데스 명우가 담배를 태운다는 것은 엔데스 명우의 마음이 복잡하다는 뜻이었다.소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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