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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Author: 설월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10-13 22:49:54

태건은 사진 속 지후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렸다.

“그 남자가 세린이 곁에 계속 있을 수 있을지 알아봐. 내가 가진 힘으로 어디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지도.”

승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렇게 하시면 윤 대표님은 회장님을 평생 용서하지 않으실 겁니다.”

태건의 손이 멈췄다.

그는 한동안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세린이 자신을 향해 외치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울렸다.

‘회장님은 저를 버린 분이에요.’

‘제가 누구를 만나든 상관하실 자격 없습니다.’

‘제 인생에서 다시 사라져 주세요.’

태건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미 용서하지 않고 있잖아.”

승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늘 그 눈을 봤어.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고, 가까이 가기만 해도 겁부터 내더군.”

태건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

“그런데도 그 남자한테는 웃었어. 내가 다섯 해 동안 한 번만 더 보고 싶었던 얼굴로.”

태건은 사진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내가 뭘 더 잃을 수 있겠어?”

승재는 그 말을 듣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태건은 이미 세린의 사랑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미움이 더 깊어지는 것쯤은 감수할 수 있다고 믿는 듯했다.

그러나 승재가 보기에 태건은 아직 가장 중요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사람은 사랑하지 않는 상대에게서 멀어질 수 있지만, 자신을 두려워하게 만든 사람에게서는 목숨을 걸고 도망치기도 한다는 사실을.

태건은 의자에 앉아 사진 속 세린의 얼굴을 손끝으로 쓸었다.

“내가 다섯 해 동안 잘못 생각했어.”

승재가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

“기다리면 돌아올 줄 알았지. 내가 얼마나 후회했는지 알게 되면, 언젠가는 한 번쯤 나를 만나 줄 거라고 생각했어.”

태건은 낮게 웃었다.

“그런데 아니더군. 그 여자는 나 없이도 잘 살 수 있어. 오늘 그걸 똑똑히 봤어.”

그는 사진을 내려놓고 승재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제는 나 없이 살 수 없게 만들어야겠어.”

승재의 얼굴이 굳어졌다.

“회장님, 제발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온결의 거래처를 하나씩 확인해. 우리 계열사와 연결된 곳이 있다면 우선 보고하고,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곳도 빠짐없이 정리해.”

태건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세린이가 어디에 기대고 있는지 전부 알아야겠어.”

승재는 그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태건은 창밖의 어두운 정원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순간이 오게 만들 거야.”

그는 다시 사진을 집어 들었다. 강지후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세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세린아.”

태건은 사진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이름을 불렀다.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아. 미워해도 되고, 평생 원망해도 상관없어.”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다른 남자 곁에서 행복하게 사는 건 안 돼.”

승재는 문가에 선 채 태건을 바라보았다.

그 목소리는 이상할 만큼 다정했다. 마치 오래 헤어진 연인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가 내린 지시는 조금도 다정하지 않았다.

태건은 세린이 힘들게 세운 회사를 조사하고, 그녀를 지켜 준 남자의 약점을 찾으려 했다. 세린이 자신을 거절할 수 없도록 그녀의 삶을 하나씩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것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태건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멈출 생각이 없었다.

승재가 서류철을 챙겨 나가려던 순간, 태건이 다시 그를 불렀다.

“오 실장.”

“예, 회장님.”

“강지후부터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마.”

승재는 뜻밖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태건은 사진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그 남자를 먼저 건드리면 세린이가 더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들겠지.”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낮게 덧붙였다.

“온결부터야. 세린이가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알아야 해.”

승재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태건은 이제 분노에 휩쓸려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세린을 어떻게 해야 다시 자신의 앞에 세울 수 있을지, 그녀가 무엇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흔들릴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별장은 당분간 그대로 둬.”

“다시 사용하실 계획이십니까?”

태건은 대답 대신 정원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 세린이 도망치려던 대문이 보였다.

“다시 오게 될 거야.”

승재는 차마 그 이유를 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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