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세워.”차태건이 내뱉은 한마디에 달리던 세단이 급격히 속도를 줄였다. 오승재 실장이 안전벨트에 몸을 부딪치며 돌아보았지만, 태건은 이미 태블릿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댄 채였다.“찾았다.”그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낮았다. 그러나 화면을 움켜쥔 손은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태블릿 속에는 청담동 호텔 연회장에서 촬영된 사진이 떠 있었다. 베이지색 정장을 입은 여자가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었다. 귀 뒤로 넘긴 짧은 머리카락, 펜을 쥘 때 조금 굽어지는 검지, 상대의 말을 들을 때 한쪽 눈썹을 먼저 들어 올리는 버릇까지.윤세린이었다.그가 다섯 해 동안 찾아 헤매다 끝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여자였다.태건은 화면을 확대했다. 여자가 웃었다. 사진에 소리가 있을 리 없는데도 그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숨을 들이마시자 가슴 안쪽이 날카롭게 저렸다.살아 있었다.다섯 해 전 마지막으로 본 얼굴보다 조금 성숙해졌을 뿐, 그녀는 분명 살아 있었다.그가 달려갔던 영안실에서 흰 천을 들춰 보던 순간의 냉기가 아직도 손끝에 남아 있었다. 다행히 그 아래에 세린은 없었다. 낯선 나라의 거리에서 세린과 닮은 뒷모습을 붙잡았다가 사과했던 밤에도, 그녀는 거기 없었다. 끊어진 번호에 수천 번 전화를 걸고, 그녀의 생일마다 포장을 뜯지 않은 선물을 쌓아 두고, 비어 있는 침대의 한쪽을 바라보며 새벽을 맞아도 돌아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저렇게 웃고 있었다.태건은 사진 속 여자의 옆자리를 보았다. 젊은 남자가 그녀의 의자를 빼 주고 있었다. 세린은 자연스럽게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무언가를 말했다. 낯선 남자에게 허물없이 웃는 얼굴이 태건의 눈을 찔렀다.“어디야.”“로얄크라운 호텔입니다. 온결이라는 브랜드의 백화점 입점 계약 행사에 참석했습니다.”오승재는 다른 화면을 띄웠다. 법인 대표 윤세린. 회사 설립 삼 년. 제품 사진과 기사, 대표 인터뷰까지 차례로 나타났다.“본인이 확실해?”“확인했습니다. 현재도
Last Updated : 2026-10-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