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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7화

작가: 유애
우문호는 여전히 태자에게 섭정을 맡겼다. 그리고 이 일을 무상황에게 서둘러 말하지 않고, 먼저 상황을 지켜본 뒤 말하려 했다. 너무 큰일이라 섣불리 결정할 수 없었다.

사실 우문호는 젊을 때 조금 일찍 물러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역대 군주들을 보더라도, 젊을 때는 힘써 정사를 돌보다가도, 말년이 되면 독단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은 늙으면 죽음과 잃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며, 손에 쥔 권력을 어떻게든 놓지 않으려 하기에 남의 도전조차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태상황도 당시 그런 기미가 보였다. 게다가 처리하는 일에도 조금씩 방향이 틀어지기 시작했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자신이 지금 그저 변명거리만 찾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만약 변명이라면, 조금은 부끄러운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어찌 원 선생이 꼭 그를 위해 희생해야 한단 말인가? 그녀의 부모와 친척들은 다른 시공간에 있고, 그곳에서의 삶과 일도 있는데, 북당의 가족들이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어쩌면 강제로 그녀를 남겨두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뻔뻔할 수는 없었다.

이후 반 달쯤 태자를 관찰하자, 그는 물러나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고, 결국 궁을 나와 무상황과 상의하기로 결심했다.

삼대 거두는 항상 함께 지내며, 서로 비밀이 없었다. 그래서 우문호는 무상황만 따로 만나지 않고, 다른 두 사람도 함께 부르게 했다.

무상황은 우문호 말을 듣자, 진지한 표정으로 오랫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머지 두 사람 역시 침묵했다. 주 어르신은 깊이 사색하며 머리를 빠르게 굴리고 있었다. 이내 무상황과 소요공도 주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조정의 상황을 그보다 더 잘 아는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주 어르신은 비록 겉으로는 조정 일에 손을 떼겠다고 했지만, 여유를 부릴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시간만 생기면 유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빌비를 찾아 신하들의 집을 찾아갔다. 게다가 옛 신하들과도 계속 알고 지냈다.

게다가 태자의 동궁에 어떤 사람이 드나드는지도 주목했으며, 상대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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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717화

    우문호는 여전히 태자에게 섭정을 맡겼다. 그리고 이 일을 무상황에게 서둘러 말하지 않고, 먼저 상황을 지켜본 뒤 말하려 했다. 너무 큰일이라 섣불리 결정할 수 없었다.사실 우문호는 젊을 때 조금 일찍 물러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역대 군주들을 보더라도, 젊을 때는 힘써 정사를 돌보다가도, 말년이 되면 독단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사람은 늙으면 죽음과 잃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며, 손에 쥔 권력을 어떻게든 놓지 않으려 하기에 남의 도전조차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태상황도 당시 그런 기미가 보였다. 게다가 처리하는 일에도 조금씩 방향이 틀어지기 시작했었다.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자신이 지금 그저 변명거리만 찾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만약 변명이라면, 조금은 부끄러운 일이었으니 말이다.하지만 따지고 보면, 어찌 원 선생이 꼭 그를 위해 희생해야 한단 말인가? 그녀의 부모와 친척들은 다른 시공간에 있고, 그곳에서의 삶과 일도 있는데, 북당의 가족들이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어쩌면 강제로 그녀를 남겨두는 것이 아닌가?그렇게 뻔뻔할 수는 없었다.이후 반 달쯤 태자를 관찰하자, 그는 물러나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고, 결국 궁을 나와 무상황과 상의하기로 결심했다.삼대 거두는 항상 함께 지내며, 서로 비밀이 없었다. 그래서 우문호는 무상황만 따로 만나지 않고, 다른 두 사람도 함께 부르게 했다.무상황은 우문호 말을 듣자, 진지한 표정으로 오랫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머지 두 사람 역시 침묵했다. 주 어르신은 깊이 사색하며 머리를 빠르게 굴리고 있었다. 이내 무상황과 소요공도 주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조정의 상황을 그보다 더 잘 아는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주 어르신은 비록 겉으로는 조정 일에 손을 떼겠다고 했지만, 여유를 부릴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시간만 생기면 유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빌비를 찾아 신하들의 집을 찾아갔다. 게다가 옛 신하들과도 계속 알고 지냈다.게다가 태자의 동궁에 어떤 사람이 드나드는지도 주목했으며, 상대의 집

  • 명의 왕비   제3716화

    북당으로 돌아온 후, 우문호는 곧장 어서방으로 돌아가 밀려 있는 상소문을 확인하려고 했다.무려 열흘이나 자리를 비웠으니, 분명히 탁자 위에 상소문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그저 몇 권만 남아 있었다. 게다가 모두 이미 주필이 되어 있었고, 그가 그냥 도장만 찍으면 되는 상태였다.내용은 각지의 수리 공사와 관련된 상소문이었는데, 평가도 아주 훌륭했다. 처음에는 수보가 처리한 줄 알았지만, 필적을 자세히 보니 태자의 필적이었다.우문호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즉시 목여 태감에게 수보를 불러오게 했다.어서방에서 냉 수보와 한 시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우문호는 자리를 비운 열흘 동안 조정에서 일어난 일들과 태자의 섭정 상황을 들었다. 우문호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아들이 유능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심지어 어떤 부분은 자신보다 더 탁월했다.그렇게 그날 밤, 우문호는 한 가지 문제를 곱씹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하지마 원 선생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면, 이기적이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태자가 정말 훌륭하다고 느꼈다. 비록 아직 미숙한 면도 있긴 하지만, 오래 연습하면 훨씬 나아질 것 같았다. 비록 우문호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안, 태자가 마음 놓고 단련할 수는 있지만, 진정한 단련은 권력을 직접 쥐어야만 가능하다.한참 생각에 빠져 있다가, 원 선생이 계속 방에 돌아오지 않자, 그제야 서재에서 바삐 일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원 선생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돌아올 때, 그녀는 새로 개발한 약의 실험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예전에 실험한 약도 판매가 곧 시작될 수 있었기에, 자료를 한 아름이나 들고 왔다.이런 생각이 들수록, 그는 점점 더 권력을 태자에게 바로 내어주고 싶어졌다. 그래야 원 선생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원 선생은 늘 그 때문에 희생하고 있다. 그녀처럼 똑똑하고 재능 있는 사람은 마땅히 그

  • 명의 왕비   제3715화

    다섯째는 분량을 빨리 끝낸 덕분에 며칠 여유가 생겼다. 그는 효성 깊은 사위가 되어, 장인 장모를 모시고 거리 구경을 나섰다.물론 삼대 거두도 함께였다.그들은 사흘 동안 검진을 받고 퇴원했다. 다들 결과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무상황의 간에 작은 혹이 있었으나 심각하지 않아 재검만 하면 되었다. 심장도 썩 좋지 않았지만, 예전부터 앓고 있던 병인 데다 원경릉이 계속 그의 상황을 챙겨온 덕에 악화하지는 않았다.소요공은 지방간이 있었다. 예전 검사에서도 이미 발견했던 것이라 원 할머니가 술과 고기를 금하게 했다.주 어르신은 새로 빈혈이 발견되었다. 비록 주 어르신은 의술을 잘 모르지만, 지방간인 십팔매와 빈혈인 자기를 보기만 해도, 지난 세월 누가 여유롭게 고기와 술을 즐겼고, 누가 조정일에 진을 다했는지 충분히 증명된다고 여겼다.이 일로 주 어르신은 화까지 냈었다. 자신과 여섯째는 일에 치여 큰 병까지 얻었는데, 십팔매는 그저 지방간 뿐이라니 말이다. 같이 고생하고 복을 누린다더니, 십팔매만 복을 누린 셈이었다.소요공은 어깨를 으쓱하며 바르지 않은 태도로 말했다.“사람마다 뜻이 있는 법이지. 나는 때 맞춰 물러났고, 자네는 힘든 것을 알면서도 맞섰네. 그래서 역사에 자네의 공이 기록되었고, 난 그저 소요공으로만 기록되지 않았나?”무상황은 가슴을 움켜쥐고 눈을 흘겼다.“나를 자극하지 말거라. 당장이라도 심장병을 발작할 수도 있으니.”소요공이 말했다.“아이고, 그만! 앞으로 10년 동안 내가 자네들한테 보신탕을 끓여주면 되는 것 아닌가?”“희 상궁도 잊지 마시게.”주 어르신이 그를 노려보았다.“걱정하지 마시게. 난 돈이 많으니.”소요공은 여유롭게 주머니에서 금덩이를 두 개 꺼내 보였다. 그는 요즘 어딜 가든 이걸 챙겨 다녔다. 특히 이곳에서는 금덩이가 꽤 값어치가 있었다.소요공은 늘 모두에게 잘해주고 싶었다. 돈 내고 힘쓰는 것도 개의치 않았지만, 재물은 드러내면 안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돈이 많은 걸 알게 되면 도둑맞기 십상이

  • 명의 왕비   제3714화

    다음날, 파지옥은 병원으로 발령받아 삼대 거두와 함께 건강 검진을 받게 되었다.하지만 그는 건강 검진을 너무도 싫어했기에, 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어젯밤 보래 호텔 사건은 전적으로 부장이 멋대로 한 짓이지, 그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설명했다.나이가 들면 아이처럼 단순해지는 법이다. 파지옥은 해명만 하면, 황제가 반드시 믿어줄 것이라 여겼다.게다가 황제도 그를 꽤 존중해 주지 않았는가?하지만 황후는 아무 말도 없이 입원 수속을 밟아버렸기에, 황제도 굳은 안색으로 호되게 명을 내렸다.“명을 두 번 내리진 않을 것이니, 바로 따르는 게 좋을 것이네.”파지옥은 황제에게 끌려, 병원 화장실에서 이야기를 들었고, 어명도 화장실에서 내려졌다. 그는 억울한 듯 화장실 바닥을 내려다보며, 무릎을 꿇고 어명을 받으려 했다.그러자 우문호가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명을 따르기만 하면 되네. 일 봤으면, 이제 병실에 가서 누워 있게.”“감사드립니다!”파지옥은 마지못해 응했다. 하지만 황제가 나가자마자, 그는 곧바로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부장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자 화가 치밀어, 전화기 너머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이런 상황이라면 전 사직하겠습니다. 더는 못하겠습니다. 저도 가슴속에 꿈을 품은 사람인데, 그저 엉뚱한 일만 시키시고, 큰 권한은 쥐여주지도 않으시는데 제가 어떻게 일을 합니까?”부장은 말을 마치자마자, 퍽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파 회장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감히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다니? 더구나 사직이라니?아직 자기가 해고하겠다는 말도 먼저 꺼내지 않았는데?안 된다. 부장을 해고하면 몰라도, 사직 따위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파 회장은 다시 전화를 걸어 더 큰 소리로 윽박질렀다.“사직 신청해도 결재는 안 할 거야. 만약 출근하지 않으면 계약 위반으로 고소할 테니, 두고 보자고!”한편, 부장은 전화를 끊고 울음을 터트릴 뻔했다. 다행히 파 회장의 성격을 미리 파악했기에, 강하게 나오면 오히려 세게 대하지 않는 것을

  • 명의 왕비   제3713화

    파 회장은 이런 일을 자기가 처리하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대신 딱 맞는 인물이 있었는데, 그 인물은 바로 부장이었다.부장은 파 회장의 얘기를 듣자마자 가슴을 치며 당당하게 말했다.“저한테 맡기십시오.”파 회장은 환한 그의 표정을 보며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그럼 자네에게 맡기지.”파 회장은 두 손을 뒤로 하고 걸어가며 속으로 부장을 더는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회사 일에는 마음을 쓰지 않으면서, 이런 이상한 일에 신나서 달려드니, 그는 일이 끝나자마자 부장을 잘라야겠다고 생각했다.회사에서는 이런 더러운 일을 용납할 수 없었다.개막식이 끝난 후, 부장은 곧장 이보인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우문 선생님께서 내일 밤 보래 호텔에서 보의 씨를 만나, 시나리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배역에 빨리 몰입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하시네요.”전화를 끊은 매니저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무슨 시나리오 얘기를 호텔에서 해? 이미 촬영 들어갔으니 그냥 현장에서 하면 되지, 이건 딴마음이 있는 게 분명해!”그러자 이보인이 물었다.“그 투자자 우문 선생님 말씀인가요?”“당연히 그 사람이겠지. 설마 작가겠어? 심지어 작가는 아직 학생이라, 나이가 어리다던데.”“근데 우문 선생님은 나쁜 분 같지 않아요. 인상이 반듯하고 눈빛도 올곧고, 저한테도 따뜻하게 대해주셨잖아요. 어쩌면 진짜 시나리오 얘기만 하려는 걸 수도 있죠.”“너 참 순진하구나? 시나리오 얘기하려고 호텔에 가는 경우는 없어. 호텔로 부른다는 건 다…”매니저는 순수한 표정의 그녀와 마주치자, 자연스레 말끝을 흐렸다. 업계의 어두운 면을 이보인에게까지 알려주고 싶지 않았지만,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진실을 알아야 했다. 결국 그녀는 이보인을 앉히고 업계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조심히 이야기해 주었다.다 듣고 난 이보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 얘기들 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전 우문 선생님이 그런 사람 같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요.”“

  • 명의 왕비   제3712화

    우문호는 곧장 그를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파 회장은 걸음을 옮기다 말고 잠시 멈췄다. 어찌 황제가 직접 배우들을 만나러 간다는 말인가? 그들이 황제를 뵈러 와야 맞는 것 아닌가?황제는 북당을 이끄는 사람인데, 어찌 신분을 낮춘단 말인가? 절대 안 되는 법이었다. 우문호는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어찌 안 가는 것인가?”“차라리 제가 그들을 불러, 여기로 오게 하는 게 어떨까요?”“앞장서게.”우문호는 웃으며 답했다. 어찌 저렇게 고지식한 생각을 하는 거지?두 주연 배우는 막 의상을 갈아입은 참이었다. 의상과 소품이 제법 잘 만들어져 있었기에, 우문호는 멀리서 보고 흡족해했다.주연 배우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파 회장이 먼저 소개를 해주었다.“우문 선생님, 이 두 분이 바로 우리 드라마의 주연인 호준 씨와 이보인 씨입니다.”이어서 두 배우에게도 소개했다.“이분은 우문 선생님으로, 우문 작가의 아버님이자 이번 작품의 최대 투자자이십니다.”호준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우문 선생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그의 미소는 친절했고, 대스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동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화려한 관복 차림이 그를 더욱 위엄 있어 보이게 했다.우문호는 그를 바라보았다. 비록 고조부와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막상 연기에 몰입하면 비슷한 기운이 느껴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파 회장은 다시 여주인공 이보인을 소개했다. 그리고 귀띔하듯 우문호의 귀에 속삭였다.“보인 씨는 대스타는 아닙니다. 신인이라 가격이 저렴해서 가성비가 좋고, 가능성도 크죠.”이보인은 최대 투자자가 왔다는 사실에 잔뜩 긴장했다. 사실 이번에 주연으로 뽑힌 것도 그녀는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라 생각하고 있었다.그래서인지 그녀는 어색하게 인사를 올리며, 땀으로 가득 찬 손을 내밀었다.우문호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긴장 말고, 열심히 하거라. 짐… 나는 네가 잘 해낼 거라 믿는다.”우문호는 이 소녀를 보니, 왠지 조카 안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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