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141 - Chapter 3150

3482 Chapters

제3141화

구은정은 직원들 옆을 지나며 걸음을 멈추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봤나요? 평소에 자주 연습해야 해요. 그래야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유대도 깊어질 수 있죠.”직원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사장님 말씀이 맞아요!”“사장님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완전 프로급이세요!”“우리도 연습 좀 하고, 다음에 한 번 붙어 보시죠!”...은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그가 완전히 사라지자, 직원들은 긴장을 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곧장 링 위로 달려가 쓰러져 있는 최이석을 바라보며 연민 어린 표정을 지었다.“이건 좀 너무 심한 거 아니야?”그들의 얼굴에는 최이석 본부장이 완전히 박살났다는 표정이 역력했다.오후 근무 시작 한 시간 후, 은정은 내선을 눌러 비서 한경아에게 지시했다.“이향석 본부장을 내 사무실로 부르세요.”한경아는 곧바로 이향석의 비서를 통해 그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연락을 받은 이향석은 귀찮다는 듯 짜증을 내며 말했다.“능력은 별로면서 하는 일은 많아. 밖에 나갔다 오느라 땀까지 흘렸는데, 좀 쉬지도 못하게 하네. 지금 당장 가야 할 이유라도 있나? 그냥 기다리라고 해.”비서인 젊은 여성은 차를 따르며 웃으며 말했다.“아마도 오전 회의에서 당한 걸 만회하려고 하실지도 모르죠. 혹시라도 본부장님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면 어쩌시겠어요?”이향석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비웃었다.“구은정은 오래 못 버텨. 결국 쫓겨날 게 뻔하지.”비서는 아첨하듯 맞장구쳤다.“그러니까 신중하게 선택하셔야죠.”이향석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야 물론이지!”그는 차 한 잔을 다 마신 뒤에야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은정을 만나러 갔다. 이향석은 최이석보다 훨씬 노련한 사람이었다.이향석은 겉으로는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면서도, 속으로는 철저히 계산하고 있었다. 사무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오며, 그는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사장님, 찾으셨나요? 고객과 미팅이 있어서 다녀오느라 늦었어요.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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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2화

날카로운 화살촉이 공기를 가르며 빠르게 날아갔다. 강한 힘이 실려 화살이 날아가는 동안 공기마저 떨리는 듯했다.그 순간, 사무실 전체에 서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향석은 자신의 머리 쪽으로 날아오는 화살의 차가운 금속 광채를 바라보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거의 기절할 뻔했다.쾅! 화살은 그의 머리 바로 위 벽에 박혔다. 화살 끝이 벽을 파고들며 울리는 진동음이 사무실을 가득 메웠다.그 소리에 이향석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숨을 몰아쉬며 겨우 정신을 차리려던 순간, 두 번째 화살이 날아왔다.순간적인 공포가 이향석의 몸을 다시 휘감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 번째 화살. 이제 그의 머리 위, 왼쪽 팔 옆, 오른쪽 팔 옆까지 모두 화살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러나 은정은 만족하지 않은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아직도 별로 도전적이지 않네요.”이윽고 그는 옆에 놓인 검은색 안대를 집어 들고 눈을 가렸다. 이향석은 그제야 자신의 심리적 방어선이 완전히 무너졌다.“사장님! 사장님, 제가 잘못했어요! 해성 투자 계획서, 오늘 퇴근 전까지 제출할게요!”은정은 눈을 가린 채로 활을 들고 있었다. 그러다 천천히 안대를 벗고 이향석을 바라보았다.“시간이 너무 부족하지 않나요?”“아니요! 사실 초안은 이미 만들어 둔 상태예요!”이향석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구은정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활을 내려놓았다.“그러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죠. 어서 가서 일 보세요.”은정의 손이 활에서 완전히 떨어지는 순간, 이향석은 비로소 진정한 안도감을 느꼈다. 벽을 짚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운 그는, 다리가 풀려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사, 사장님, 바로 가서 처리할게요!”은정은 활을 정리하며 무심하게 손을 휘저었다.“어서 가세요.”이향석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천천히 뒷걸음질 쳤고, 겨우 문을 열고 나갔다. 이향석이 떠난 뒤, 은정은 한경아를 불러 말했다.“벽을 수리할 사람을 불러요.”경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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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3화

구은정이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서성이 갑자기 말을 끊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사장님, 최이석 본부장 얼굴의 상처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은정은 시선을 살짝 들어 그를 바라보더니, 태연하게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리고 의자를 뒤로 젖히며 무심한 목소리로 답했다.“내가 때렸죠.”서성은 순간적으로 숨이 막혔다. 은정이 이토록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태도, 오만하면서도 냉정한 태도에 그는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사장님, 이유 없이 직원을 폭행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에요. 이미 상해가 발생했다면, 최이석 본부장은 신고할 권리가 있어요!”쾅! 순간, 은정이 책상 위로 한쪽 다리를 올려놓았다. 묵직한 소리가 회의실에 울려 퍼지자, 참석자들의 얼굴이 일제히 경직되었다. 너무나도 대범하고 거침없는 행동이었다.그러더니 은정은 태연하게 다른 쪽 다리까지 책상 위에 올린 채 의자에 몸을 기댔다. 자연스럽고도 오만한 태도였다.“링에서 진 사람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은정은 비웃듯 짧게 코웃음을 치며 최이석을 바라보았다.“최이석 본부장, 신고할건가요? 그렇다면 내가 충분히 협조하죠. 필요하면 헬스장 CCTV까지 확인해 보죠.”최이석은 잽싸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서성 본부장님께서 상황을 잘 모르셔서 그러신 거예요. 제가 직접 설명해 드리죠!”서성은 당황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서성은 한마디도 못 한 채 입을 다물고 말았다.“좋아요, 그럼 계속하죠.”은정은 여전히 다리를 책상 위에 올린 채 태연하게 말했다.“해성 프로젝트의 기획안, 이향석 본부장이 제출했어요. 대략 검토해 봤는데, 꽤 잘 만들었더라고요. 다만 몇 가지 사소한 문제점이 보여서 말이죠.”은정이 말을 마치자, 서성은 더욱 경악했다.‘이향석까지 항복한 거야?’아침까지만 해도 꼿꼿하던 사람들이 이렇게 순식간에 태도를 바꿔버릴 줄이야. 그러나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은정이 제기하는 문제점들이었다.서성은 원래 구은정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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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4화

구은정은 한경아의 말을 듣고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집에 가세요. 조심해서 가시고요.”“네, 사장님!”한경아는 정중히 인사한 뒤,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덧붙였다.“사장님도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일찍 귀가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건강도 챙기셔야죠.”그러나 은정은 흥미 없는 듯 가볍게 대답했다.“네.”은정은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사무실 안은 다시 적막이 감돌았다. 은정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손으로 이마를 지그시 눌렀다. 그리고 의자를 돌려 넓은 창문 너머의 야경을 바라보았다.은정은 그렇게까지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을 뿐이었다.구씨 저택에 돌아가면 서선영의 가식적인 얼굴이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샤부샤부 가게에 가면, 그곳에는 여전히 임유진의 흔적이 가득했다.이전에는 그냥 가게 사장이었기에 그곳이 자신의 터전이라 느껴졌지만, 이제는 구씨 그룹의 사장이 되고도 갈 곳이 없었다.은정은 사무실이 위치한 빌딩 최상층에서 강성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어딘가에서 마음이 소란스러워졌다.그러나 끝내 은정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유진은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목욕을 마친 뒤, 머리를 말리지 않은 채 창가에 앉아 있었는데 전화 통화 중이었다. 유진은 여진구와 업무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통화를 마친 유진은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유진의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저택의 정문 앞, 차 한 대가 서 있었다. 그리고 차 옆에는, 누군가가 기대어 서 있었다.저택과 정문 사이에는 꽤 거리가 있었고, 무성한 나무들이 시야를 가렸다. 유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자세히 보려 했다.그러나 그 순간, 도우미인 노하숙 아주머니가 다가와 유진의 휠체어를 밀었다.“아가씨, 머리도 덜 말랐는데 창문가에 앉아 있으면 감기 걸려요.”유진은 다시 한번 창밖을 돌아보았지만 이제는 더 흐릿하게 보였다. 창문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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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5화

차는 잔디밭 위에 멈춰 있었고, 임유진의 몇몇 친구들은 놀란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몇몇은 차에 올라 직접 운전석에 앉아 보기도 했는데, 그 느낌이 엄청났다.방연하는 운전석에 앉아 차 내부의 호화로운 인테리어를 살펴보며 감탄했다.“유진이는 정말 행운아야. 임씨 집안에서 태어난 것도 모자라, 사귀는 남자친구까지 이렇게 돈이 많다니!”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진짜 공주님이 따로 없었다.장효성은 룸미러를 통해 유진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 여진구를 힐끗 보더니 중얼거렸다. “지난번에 유진이가 그러지 않았나? 저 남자는 자기 남자친구가 아니라 그냥 친구이자 상사라고.”연하가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는 분명 남자친구가 될걸?”효성이 한숨을 쉬었다.“그러게. 유진이를 좋아하는 게 눈에 훤하잖아.”연하가 고개를 돌려 효성을 놀리듯 말했다.“너는 왜 한숨 쉬는데? 혹시 너도 저분 좋아하는 거 아냐?”효성의 눈빛이 흔들렸지만, 솔직하게 답했다.“잘생겼지, 돈 많지, 게다가 자상하고 배려심까지 깊어. 안 좋아할 사람이 어딨어? 너도 사실 좋아하는 거 아냐?”방연하는 며칠 전 서점에서 마주쳤던 한 사람을 떠올리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아니, 난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누군데?” 효성이 즉시 호기심을 보이며 다그쳤다.“아직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으니까 비밀!” 연하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유진에게 다가갔다.“유진아, 이 차 진짜 멋지다!”유진은 진구를 바라보며 물었다.“나한테 차가 얼마나 많은데, 왜 또 선물해요? 원래는 내가 원하는 게 따로 있었잖아요.”진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걱정하지 마, 그것도 준비해 놨으니까.”“와, 진짜 로맨틱하다!” 연하는 유진을 보며 웃었다.“내가 유진이었으면 감동해서 울었을 거야!”이에 진구가 태연하게 말했다.“유진인 감동 안 해요. 면허를 따고 난 이후로, 유진의 삼촌이 매년 한 대씩 차를 선물해 줬거든요. 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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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6화

장시원이 비웃음을 흘리며 임구택을 바라보았다.“어떻게 갚을 건데? 네가 감히 서인의 문제를 건드리면, 소희도 널 가만두지 않을걸?”구택이 눈살을 찌푸렸다.“네 말은, 소희가 나보다 그 사람이랑 더 친하다는 뜻이야?”“난 아무 말도 안 했어. 괜히 질투해서 화풀이하지 마.” 시원은 고개를 돌려 요요를 바라보며 마치 구택과 선을 긋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구택의 얼굴에 짜증이 스쳤고, 그는 손을 뻗어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시원이 다시 고개를 돌려 쳐다보며 말했다.“너 감히 담배 피울 수 있겠어?”구택이 담배를 손에 쥐고 잠시 멈칫하더니 태연하게 말했다.“그냥 꺼내서 보려던 거야.”“삼촌, 시원 삼촌!” 임유민이 다가오자, 시원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유민이 또 키가 컸네!”유민이 씩 웃으며 말했다.“삼촌도 더 멋있어졌어요!”시원이 기분 좋게 웃었다.“네가 하는 말이 네 삼촌이 하는 말보다 훨씬 듣기 좋아!”이에 유민이 장난스럽게 말했다.“다들 제가 삼촌을 닮았다고 해요!”시원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말도 안 돼. 넌 훨씬 귀엽거든!”구택이 흘끗 그를 바라보았다.“유민 오빠!”그네에 앉아 있던 요요가 신나게 뛰어와 유민에게 달려갔다. 이에 유민이 시원에게 물었다.“삼촌, 요요랑 놀러 가도 돼요?”요요도 기대에 찬 눈빛으로 시원을 바라보자, 시원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래, 다녀와. 하지만 유진이 케이크 자르기 전에 꼭 돌아와야 해.”유민이 자신 있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요요 잘 돌볼게요.”요요가 스스로 그의 손을 잡으며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다.“유민 오빠, 우리 어디 가서 놀아요?”유민은 요요의 손을 잡고 잔디밭을 따라 걸으며 말했다.“내 친구들도 왔어. 같이 가서 놀자!”유민의 친구 다섯 명이 한쪽에서 탄산음료를 마시며 앉아 있었다. 멀리서 유민이 어린 여자아이를 손에 이끌고 오는 모습을 보고 한 명이 휘파람을 불었다.회색 운동복 차림의 유민은 키가 훤칠하고 균형 잡힌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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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7화

요요가 대답하기도 전에, 임유민이 팔꿈치로 진우지를 밀쳐냈다.“넌 왜 우지 오빠라고 하고 미친 오빠라고 안 하냐? 요요 놀라게 하지 말고 저리 가!”“이름이 요요구나!”우지가 다시 요요 쪽으로 다가갔다.“요요야, 몇 살이야?”유민은 바로 요요를 안아 올리며 말했다.“저 사람은 정신이 좀 이상하니까 신경 쓰지 마!”요요는 유민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가 우지 오빠가 자기를 향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 걸 보고 깔깔 웃었다.유민의 친구들은 모두 열세 살에서 열네 살 정도로, 장난기 많고 활발한 아이들이었다. 다만 악의 없이 그저 요요가 귀여워서 놀려주고 싶을 뿐이었다.임씨 저택의 후원에는 어릴 적 유민을 위해 만들어 놓은 놀이터가 있었다. 미끄럼틀, 작은 성채 같은 놀이 기구뿐만 아니라 이후에 새롭게 추가된 장애물 코스도 있었다. 암벽 등반, 하늘 사다리, 철봉 건너기 등 다양한 장비들이 마련되어 있었다.아이들은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곧 있을 유진의 생일 파티를 위한 깜짝 이벤트 준비를 시작했다. 요요는 그들이 무언가를 조립하는 모습을 보며 신기한 듯 이리저리 돌아다녔다.우지는 원래부터 여동생을 좋아했지만, 집에서는 동생이 남자아이뿐이라 늘 아쉬웠다.자기가 맡은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친 후, 요요에게 다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요요야, 내가 미끄럼틀 태워줄게! 저기 제일 높은 미끄럼틀 보여?”요요는 유민의 소매를 꼭 잡고 큰 눈으로 우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순진한 의존과 신뢰감이 유민에게 큰 만족감을 주었다.유민은 우지에게 자기 물건을 던지듯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나 요요의 손을 잡았다.“오빠가 데려가 줄게!”그러자 요요는 유민의 손을 잡고 신이 나서 깡충깡충 뛰며 앞으로 나아갔다. 미끄럼틀은 꽤 높았고, 계단뿐만 아니라 암벽 등반용 그물도 함께 설치되어 있었다.유민은 요요와 함께 그물을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요요는 장난기가 많고 겁이 없어서 손발을 바쁘게 움직이며 오르는 모습이 꽤 익살맞았다. 그 모습에 임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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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8화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다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시간이 거의 다 됨에 따라, 임유진을 위한 깜짝 생일 이벤트 준비를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잔디밭에 일렬로 정렬된 드론들이 차례로 이륙하여 정원 한가운데로 향했다.유민을 포함한 여섯 명의 아이는 각자 두세 개의 리모컨을 조작하며, 한쪽으로는 화면을 확인하고 한쪽으로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풋풋하고 앳된 얼굴들이 진지하게 집중하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드론들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공중에서 멈췄고, 이후 서서히 변형되더니 마침내 한 사람의 형상이 완성되었다.특수한 조명 효과 덕분에, 지상에서 올려다보면 패션 감각이 돋보이는 댄서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처럼 보였다.정원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을 터뜨렸다. 경쾌한 음악이 공중에 울려 퍼졌고, 드론으로 형성된 댄서는 힘차게 몸을 흔들었다.때로는 열정적이고 때로는 익살스럽게, 현대무용과 전통무용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춤을 췄다. 과학기술 느낌이 물씬 나는 로봇이 갑자기 우아한 전통 무용을 추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렸다.유진 역시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돌려 유민을 찾았다. 멀리서 장시원이 공중에서 펼쳐지는 멋진 공연을 바라보다가 임구택을 향해 말했다.“이거 유민이가 준비한 거지?”구택이 힐끗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게다가 직접 프로그램까지 짜서 만든 거야.”시원이 감탄하며 혀를 찼다.“역시 네 조카답네!”‘이 집안은 대체 얼마나 머리가 좋은 거야? 인정할 수밖에 없네!’춤이 끝나자 드론들은 원래 형태로 돌아왔고, 공중에서 몇 바퀴 회전하더니 색색의 리본과 꽃을 뿌리며 마지막을 장식했다.모든 사람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박수를 보냈다. 이에 유진은 바로 유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디야? 빨리 나와서 칭찬 좀 받아!”유민이 웃으며 말했다.[마음에 들었어?]유진도 웃으며 대답했다.“완전 좋았어! 이거 나를 위해 특별히 만든 거야?”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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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9화

유진은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눈을 감았다. 속눈썹이 가늘게 떨리며, 조용히 소원을 빌었다. 그러고 나서 촛불을 불어 껐다.순간 주위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여진구가 유진과 함께 케이크를 잘랐다. 반대편에 서 있던 우정숙은 온화한 미소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곁에 있던 임지언에게 부드럽게 말했다.“여진구, 참 괜찮은 아이예요. 유진이한테도 정말 잘하고요.”이에 임지언은 온화한 눈빛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유진이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우정숙의 시선이 유진의 순수한 미소에 머물렀다.“진구는 늘 유진의 곁에 있어 주고, 유진이도 행복해 보여요. 아마 좋아하지 않을까요?”임지언은 담담하게 말했다.“유진이가 행복하면, 난 상관없어.”우정숙은 갑자기 구은정을 떠올렸다. 예전에 유진이가 은정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때도, 유진이가 행복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은정은 유진을 향한 감정을 확신하지 못했고, 그것이 결국 그 사고로 이어졌다.며칠 전, 우정숙은 의사와 상담을 했다. 의사는 유진의 기억 상실이 심리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했다.혹시 유진이 기억을 억지로 지워버림으로써 마음의 상처를 남기지는 않을지, 감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걱정스러웠다.의사는 유진과 자주 대화하며 현재 상태를 면밀히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유진은 최근 출장도 줄이고,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에게 집중했다. 그랬기에 온 가족이 평소보다 더 신경을 쓰고 유진을 챙겼다.하지만 유진은 정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기억을 잃은 유진은 전혀 흔들림 없이 평온했고, 은정을 잊은 이후로 아무런 미련도 없어 보였다.어쩌면, 은정은 유진에게 정말로 지나간 사람이 된 걸지도 모른다. 유진은 언젠가 진구를 사랑하게 될 것이고, 그리고 그 순간이 오면, 잊힌 기억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오후, 손님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고, 유진도 피곤해져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도우미들은 모든 선물을 그녀의 방으로 옮겨놓았다. 유진은 몇 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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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0화

생일이 지나고 나서, 임유진의 일상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방 안에서 천천히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여진구는 여전히 자주 찾아왔고, 두 사람은 장난치고 티격태격하며 더 가까워졌다.금요일 오후, 서점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임유진 씨, 주문하신 다른 버전의 책이 도착했어요.]지난번 재고가 없어 전화번호를 남겼는데, 마침 입고가 된 것이었다. 유진은 옷을 갈아입고 운전기사에게 서점으로 가자고 했다.평일이라 그런지 서점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잔잔한 커피 향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시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유진은 주문했던 책을 찾고, 책장을 둘러보며 한동안 머물렀다. 그러다가 오랫동안 책을 살펴보다가 목이 마르다는 생각이 들었다.유진은 책을 안은 채 휠체어를 움직여 카페 구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자, 창가 소파에 앉아 있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이에 유진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남자는 훤칠한 몸을 소파에 편안하게 기댄 채 앉아 있었다.길게 뻗은 다리 위에는 펼쳐진 책이 놓여 있었고, 한쪽 팔은 소파 팔걸이에 걸쳐 둔 채 손가락 끝을 입가에 살짝 대고 있었다. 창밖을 응시하며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했다.그때 작은 소리가 들리자,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유진을 보자마자,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짙은 눈빛이 더 깊어지며,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유진은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삼촌, 또 마주치네요? 정말 우연이에요!”은정은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긴 다리를 성큼성큼 움직여 다가왔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도와줄까?”카페 구역은 바닥보다 한 단 높은 곳에 있어, 휠체어로는 올라갈 수 없었다.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제 걸을 수 있어요. 다만 오래 서 있지는 못해요.”그러면서 책을 내려놓고 팔걸이를 잡고 천천히 일어섰다. 너무 오래 앉아 있었던 탓인지 다리가 저려서 움직임이 더뎠다.은정은 유진의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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