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371 - Chapter 3380

3438 Chapters

제3371화

은정은 본래 저격수였다. 평생 가장 잘해온 게 침착과 인내였는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런 본능 따위 다 말아먹어 버리고 싶었다.무슨 명분이고 뭐고, 더는 따질 것도 없었다. 임유진은 자신을 좋아하고, 언젠가는 자기 사람이 될 테니까.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모든 걸 내던져도 괜찮을 것만 같았다.그러나 그 순간, 유진은 한 걸음 물러서더니 뒤돌아서며 중얼거렸다.“됐어요, 이제 가도 돼요.”은정은 강한 자제력으로 돌아서 문을 닫고 나왔다. 그리고 문을 나서는 순간에서야 숨이 거칠게 흘러나왔다.은정은 곧장 떠나지 못하고, 문 앞에 서서 방 안의 기척을 듣고 있었다. 혹시라도 유진이 넘어진다든지, 무슨 사고라도 날까 봐 몸은 계속 긴장 상태였다.지금 은정을 붙들고 있는 이 팽팽한 끈이 언제 뚝 끊어져 버릴지도 몰랐다. 안에서 물소리가 들렸다.그리고 유진이 노래까지 흥얼거리는 소리에, 그는 기대고 있던 문에 살짝 이마를 붙인 채 웃음이 흘러나왔다.‘세상에 어떻게 이런 귀여운 여자애가 있을까?’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안에서 옷 입는 소리가 났고, 은정은 잠시 기다린 뒤 문을 열었다.유진은 온몸에 김이 감도는 채로 나왔다. 촉촉한 얼굴엔 물방울이 맺혀 있었고, 머리는 아직 젖은 채 흘러내려 있었다.유진은 은정을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혹시 나 목욕하는 거 훔쳐본 거 아니에요?”은정은 취한 사람에게 굳이 대응하지 않았다. 그저 유진의 손에 들린 수건을 받아 들고는 대충 그녀 머리를 닦으며 말했다.“유진아, 다음에 또 이렇게 취하면 너 애옹이 집에 던져놓고 나 혼자 잘 거야.”유진은 금세 눈가가 촉촉해지더니, 고개를 들고 서운하게 말했다.“또 나 밀어낼 거예요? 또 날 거절하는 거예요?”“아니야.”은정은 유진의 입술에 거칠게 입을 맞췄다.“머리 말리고 얼른 자.”유진은 금방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럼 말려줘요.”은정은 유진을 안아 침대에 눕히고, 드라이기를 가져와 머리를 말려주기 시작했다. 그는 이런 섬세한 일을 해본 적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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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2화

다음 날 아침, 유진은 은정의 품에서 눈을 떴다. 햇살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좋은 아침이에요, 사장님!”은정은 거의 잠을 못 잔 듯한 눈빛이었다. 눈가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고, 입꼬리를 간신히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굿모닝, 유진아.”유진은 눈웃음을 지으며 은정의 턱 밑 까슬한 수염을 손끝으로 살짝 문질렀다.“어젯밤 잠 잘 못 잤어요?”은정은 몸을 옆으로 돌려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유진아, 오늘 밤부터는 네 집 가서 자.”유진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놀란 듯 되물었다.“왜요?”은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그걸 내가 말해야 해? 계속 이러면 내가 진짜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아?”유진은 한참 있다가야 눈을 아래로 내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나 어젯밤에 너무 심했어요?”“응. 거의 나 강제로 넘어갈 뻔했어.”은정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눈빛은 말보다 더 많은 걸 말하고 있었다. 유진은 순간 숨을 들이켰다.‘내가 술에 취하면 그렇게 대담해지는 건가?’부끄러움과 묘한 자부심이 동시에 올라왔고, 유진은 이불을 끌어 올려 머리까지 덮고는 침대 위에서 데굴데굴 굴렀다.“안 가요. 사장님 침대가 훨씬 좋아요!”은정은 이불까지 뒤집어쓴 유진을 통째로 들어 안았다.“그러면 침대는 너 줄게.”유진은 빛의 속도로 이불을 젖히며 은정을 노려봤다.“나랑 자는 게 그렇게 싫어요?”“좋지.”은정은 깊고 짙은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래서 더 무서운 거야. 너무 원하니까, 지금은 떨어져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유진은 얼굴을 붉히며 조용히 말했다.“그날 본인이 했던 말, 잊은 거 아니죠?”“무슨 말?”은정이 물었다.“어차피 넌 내 사람이야. 그러니까 서두르지 마. 그 말, 내가 그대로 돌려줄게요.”은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유진은 웃음을 터뜨리며 은정의 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운동하러 가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군만두 잊지 말고 사 와줘요. 고마워요!”은정은 유진의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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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3화

장효성은 몸을 돌려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선배!”“유진이가 불렀어? 이제 막 왔는데 왜 나가려고 해? 나 보기 싫어?”여진구는 반쯤 장난조로 물었다. “그럴 리 없죠. 갑자기 생각났는데 차를 제대로 안 세워놔서요.”효성은 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괜찮아요, 레스토랑 대리주차하는 분이 전화 줄 거야.”방연하는 말없이 담배를 꺼서 눌러 껐다. 이윽고 진구는 효성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뭐 마실래?”효성은 연하를 쳐다보지 않고, 진구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아무거나 괜찮아요.”“꽃차 마셔. 마음도 가라앉고 좋잖아.”진구는 꽃차를 따라 건넸다.“고마워요, 선배.”진구는 자리에 앉으며,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효성아, 저번에 연하네 집에서 있었던 일은 네가 오해한 거야.”“그날 연하가 술자리에서 누군가랑 말다툼이 있었는데, 마침 내가 같이 있어서 경찰서에 함께 갔어.”“조사 끝나고 나올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고, 연하가 내가 술 마시고 혼자 집에 가는 거 위험하다고 해서 하룻밤 신세 진 거야.”“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어. 네가 본 그대로가 아니야.”효성은 눈꼬리로 연하를 스윽 훑고는, 어색하게 말했다.“미안해. 난 유진이가 상처받을까 봐 그랬어.”말을 마치고도 다시 덧붙였다.“어차피 예전에도 연하가 우리 친구 남자친구 뺏은 적 있었잖아. 다들 아는 사실인데.”연하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장효성!”효성은 비웃으며 말했다.“내가 틀린 말 했어? 우정한이 왜 해외로 나갔는데? 왜 몇 년 동안 한 번도 안 돌아왔는데? 네가 제일 잘 알잖아.”연하는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그래서 넌 지금 정한을 위해 그러는 거야? 아니면 유진이가 나한테 실망할까 봐? 아니면 그냥 너 자신을 위해서?”효성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당연히 유진이를 위한 거야.”연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효성아, 난 차라리 네가 솔직하게 네 감정 말해줬으면 좋겠어. 이렇게 가식적으로 구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효성의 얼굴이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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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4화

식사 도중 은정은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비웠고, 진구도 화장실로 향했다. 그 틈을 타 연하가 유진 옆으로 자리를 옮겨 다가앉았다.“너희 둘 어떻게 갑자기 사귀게 된 거야?”연하는 살짝 떠보듯 물었다.“유진아, 예전 기억 되살아난 거야?”유진은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연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사장님 좀 더 고생시키지 그랬어!”그 말에 유진은 웃으며 말했다.“원래는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중간에 일이 좀 생겨서 어쩔 수 없이 말하게 됐어.”연하는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작에 네가 사장님 좋아했던 거 알았으면, 난 절대 그 사람 쫓아다니지 않았을 거야.”유진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웃었다.“그건 네 눈이 좋다는 뜻이잖아.”이에 연하는 웃음을 터뜨렸다.“너 진짜 팔은 안으로 굽는다더니, 말은 나 칭찬인 척하면서 결국은 사장님 칭찬이네?”유진은 당당하게 말했다.“어쩌겠어,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인데.”연하는 익살스럽게 한탄했다.“결국 그 남성분만 이득 봤네!”유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깔깔댔다.그때 효성도 옆으로 와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축하해, 유진아. 사장님이랑 잘됐다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마워.”유진은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너희는 이제 안정됐으니, 나도 하나 발표할 게 있어. 회사에서 M 국 지사에 직원을 파견하는데, 내가 신청해서 승인 받았어.”“일주일 뒤에 떠나. 아마 1년은 그쪽에 있어야 할 것 같아.”연하의 말에 효성은 놀란 눈으로 바라봤고, 유진은 더욱 놀라며 말했다.“전에 말한 적 없잖아?”“아직 확정된 게 아니었으니까 말 안 했지.”연하는 웃으며 말했다.“좋은 기회야. 외국에서 더 많은 걸 배우고 올 수 있고, 돌아오면 복지나 승진 기회도 좋아져. 너희도 나 응원해 줘야지.”유진이 물었다.“부모님은 아셔?”“아직 몰라. 아시면 절대 못 가게 하실걸? 날 허리에 묶어서 데리고 다니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라.”연하는 어깨를 으쓱했다.“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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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5화

연하는 진구에게 알겠다는 듯한 눈빛을 보냈고, 진구는 조금 민망한 듯 고개를 돌렸다.밤 10시, 모두 식당에서 나와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연하는 유진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배웅했고, 유진은 은정의 차에 올라탔다.진구는 술을 꽤 마셔 반쯤 취해 있었고, 장효성이 곁에서 그를 챙기고 있었다. 연하는 그 모습을 한번 힐끔 보더니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자신의 차로 향했다.그런데 대리기사가 도착해 차에 막 타려던 찰나, 진구가 갑자기 문을 열고 올라타더니 의자에 등을 기대고 말했다.“집에 가기 싫어. 너희 집 갈래.”연하는 눈썹을 찌푸렸다.“효성은요?”진구는 눈도 뜨지 않고 대답했다.“내 기사한테 데려다주라고 했어.”연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은근히 다정하네요? 여자한테는 자기 차 내주고, 본인은 남의 차 얻어 타고요?”진구는 반쯤 눈을 뜨며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피한 거야. 그걸 몰라?”연하는 담담하게 말했다.“싫으면 솔직하게 말해요. 괜히 기대하게 만들고 또 실망하게 하지 말고요.”“응.”진구는 작게 대답했다.그 순간, 연하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는데, 유진이었다.[선배 술 많이 마셨어. 네가 좀 챙겨줘.]‘허허.’이건 거의 임무였다. 안 챙기고는 못 배길 상황이었다. 집에 도착하자, 연하는 진구를 소파에 앉히고 자신은 꿀물을 끓여왔다.“오늘 여기서 잘 거예요? 안방은 안 되고, 내가 작은 방 정리해 줄게요.”진구는 꿀물을 밀어냈다.“꿀물은 됐고, 술 없어?”“선배, 오늘 이미 충분히 마셨어요.”연하는 단호하게 말했다.“오히려 취해야 자. 안 그러면 잠 안 와.”그 말에 연하는 한숨을 쉬었다.“오늘 실연당한 거 생각해서 특별히 봐줄게요. 가져올게요.”연하는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잠시 뒤, 여진구는 베란다에 나가 있었다. 아이처럼 난간에 팔을 걸고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연하는 묘한 안쓰러움을 느꼈다.시간이 지나면서 연하도 진구를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어릴 적부터 유진을 알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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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6화

연하는 와인 한 모금을 천천히 마신 뒤 입을 열었다.“우정한은 나랑 유진이, 그리고 장효성이 함께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어요. 그중에서도 효성이랑 좀 더 가까웠고요.”“일은 간단해. 대학교 3학년 때였나, 정한이 남자친구가 생겼어요. 생긴 건 괜찮았는데 엄청 바람둥이였지.”“그 남자가 정한이랑 사귀면서도, 우리끼리 모임 가질 때마다 슬쩍슬쩍 나한테 작업 걸었어요. 은근히 문자를 보내고, 말도 이상하게 하고요.”“정한이한테 말하면 안 믿을까 봐, 그 남자가 나한테 약속 잡자고 했을 때 일부러 받아줬어요.”“우정한이 그 장면을 보게 하려고, 일부러. 걔한테 진실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근데 얘가 완전 연애에 눈이 멀어 있었어요. 남자친구 말만 믿고, 내가 본인 남자친구를 꼬셨다고 믿은 거예요.”“나랑은 그 자리에서 끝났고, 학교에다 대고 내가 남자친구를 뺏었다고 소문까지 내더라고요.”“졸업하고 둘이 같이 해외로 나갔어요.”진구는 놀란 듯 말했다.“너한테 그런 치욕스러운 일이 있었어?”연하는 고개를 젖히며 와인을 한 잔 털어 넣었다.“여자가 연애에 눈이 멀면 얼마나 무서운지 그때 제대로 느꼈죠.”“그럼, 둘이 외국 가서는 잘 살았어? 사이 좋게?”진구가 묻자, 연하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그럴 리가요. 얼마 안 가서 그 남자, 게이라더라고요. 심지어 자기 남자친구랑 짜고 정한을 집단으로 강간했대요.”진구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건 완전 인간쓰레기잖아! 그 얘기 들었을 때 진짜 많이 마음 아팠겠다.”연하는 코웃음을 쳤다.“내가 그런 사람이에요? 난 오히려 통쾌했어요. 그날 밤 기분 좋아서 잠도 안 왔다니까요.”“자기가 뿌린 씨는 자기가 거둔 거야. 하늘이 진짜 공평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진구는 엄지를 치켜세우고는, 잔을 들어 그녀와 부딪쳤다.“정말 대단하다, 연하야.”연하는 한 번에 와인을 비웠다.한편, 구은정과 임유진은 함께 이경 아파트에 도착했다. 27층 엘리베이터를 내리던 중, 유진은 아침의 대화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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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7화

은정은 유진의 턱을 살며시 쥐고, 부드럽게 손끝으로 쓸며 말했다.“저격수였을 땐, 죽음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사람들을 자주 봤어. 하지만 결국, 그 사람들은 내 총알 한 발로 끝났지.”유진은 얼굴이 서서히 붉어졌지만, 전혀 위축되지 않고 은정의 품 안으로 몸을 더 가까이 밀어붙였다. 그녀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갑자기 물었다.“연애는 해본 적 있어요?”은정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유진은 거의 그 위에 올라탄 듯한 자세로 그의 입술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연애하는 사람들은 서로 잘 자라고 하고, 굿나잇 키스도 한다던데, 사장님은 못 하니까, 내가 가르쳐줄게요.”그 말과 동시에, 유진은 조심스럽게 은정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늘 그의 예상 밖에서 치고 들어오는 여자였다.은정은 곧바로 몸을 뒤집어 유진을 눌러 눕히고, 거칠게 키스했다. 갓 씻은 유진의 몸에서 퍼지는 은은한 향, 달콤한 입술의 감촉, 유진의 모든 것이 그를 미치도록 집착하게 만들고 있었다.유진은 은정을 꼭 껴안고 낮게 속삭였다.“어떡하지? 떨어져 있는 게 너무 괴로워요. 밤새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게 너무 길게 느껴져요.”은정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낮게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데?”유진의 속눈썹이 나비처럼 떨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했지만, 눈빛만큼은 단호했다.“그냥 서로 참지 말아요.”과거 주민과 있을 땐 끝까지 지키려 했던 선이 있었고, 유진은 언제나 절제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은정의 앞에서는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다. 목숨까지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상대에게 뭘 더 아껴야 한단 말인가?유진은 너무나도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은 단 한 명, 바로 은정이라는 걸. 하지만 은정은 유진을 부드럽게 끌어안고 속삭였다.“조금만 더 기다리자.”“뭘 기다려요?” 유진이 물었다.“네 가족이 허락해 줄 때까지.”유진은 잠시 침묵하다 그의 어깨에 기대어 조용히 말했다.“그건 그냥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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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8화

연하는 눈이 흐릿하게 풀린 채 술기운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누나가 술 친구 해줬는데, 너도 뭐라도 보상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보상?”진구는 어리둥절했다.‘그리고 얘가 누구한테 누나라고 해. 이거 꽤 많이 취했는데?’“누나, 남자 손 안 잡아본 지 오래됐단 말이야.”연하는 몸을 숙이며 진구에게 눈을 찡긋했다. 화사한 얼굴에 은근한 유혹이 번졌다.“오늘 밤은 누나가 널 예쁘게 아껴줄게.”그 말을 하며 이미 진구의 허리춤에 손을 댔고,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 진구는 깜짝 놀라 손발이 바빠졌다.“야, 연하야! 너 진짜 술에 취해서 미친 거야?”연하는 고개를 들어 진구를 바라보며 놀란 듯 말했다.“설마, 너 혹시 경험이 없어?”진구는 그 말에 얼어붙었고,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진짜네!”연하는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너 같은 애는 조선시대였으면 황금값이었어. 경매 붙었을걸?”‘얘는 대체 나를 뭐로 보는 거지?’연하는 손놀림을 멈추지 않았다.“움직이지 마. 누나가 너한테 신세계를 열어줄게!”진구는 아까까지만 해도 기운 하나 없던 여자가 이럴 땐 어쩜 그렇게 힘이 넘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막고, 위는 막지 못하고, 결국 셔츠는 풀렸고, 벨트까지 푼 상태였다.진구는 여전히 저항하고 있었지만, 연하는 어느새 진구의 무릎 위에 올라타고 있었고, 자기 옷까지 벗어버렸다.그 순간, 진구의 머릿속은 웅하고 멈춰버렸다. 겨우 정신을 차리려는 순간, 이미 모든 건 돌이킬 수 없었다.다음 날 아침진구는 눈을 떴다.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 10초쯤 정적이 흘렀다. 서서히 기억이 돌아오고, 상황이 정리되기 시작했다.진구가 이불을 들췄고,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베란다에서 통화 중인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연하는 진구의 셔츠를 걸쳐 입고 있었고, 그 헐렁한 셔츠는 그녀의 몸을 거의 다 가렸지만, 가늘고 긴 다리만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아침 햇살 아래, 그 다리는 유난히 눈부셨고, 진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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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9화

연하는 머리를 말린 뒤, 바닥에 떨어진 셔츠 단추를 주워 진구에게 건넸다.“신경 쓰지 마요. 성인 남녀가 술에 취해서 한 번 같이 잤다고 이상해할 거 없어요.”진구는 연하의 손을 흘깃 보고는 받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난 너처럼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사람 아냐.”연하는 어깨를 으쓱였다.“그럼 미안하단 말밖에 할 수 없네요. 그렇게 불편하면 우리 이제 안 봐도 되죠 뭐.”어차피 곧 해외로 나갈 예정이었다. 진구는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려 문을 열고 나갔다.거실을 지나던 진구는 문득 눈에 들어온 테이블 위의 담배를 보곤 멈춰 섰다.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그 물건이 떠올랐다.진구가 떠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연하는 나왔다. 침대에서 벗겨낸 시트를 세탁기에 넣고 거실을 지나던 중, 탁자 위의 담배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자신이 놓아둔 담배 대신, 처음 보는 여성용 박하 향 담배가 놓여 있었다. 새 제품,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상태.연하는 담뱃갑을 집어 들고는 손가락에 힘을 줘 꼭 쥐었다. 다른 손안엔, 조개껍질 무늬가 박힌 셔츠 단추 두 개가 꼭 쥐어져 있었다....연하가 출근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장효성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그녀는 머뭇거리며 말했다.[연하야, 미안해. 어제 선배 얘기 듣고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내가 너무 섣불렀던 것 같아. 혹시 우리 다시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연하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담담하게 웃었다.“사과가 좀 늦었네?”효성은 당황해하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야? 용서 안 하겠다는 거야?]“아니, 이미 네 바람대로 됐잖아. 나, 어젯밤에 선배랑 잤거든.”연하는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숫자를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효성은 이내 이를 악물고 욕을 내뱉었다.[방연하, 너 진짜 쓰레...]연하는 전화를 끊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그녀는 아무 말 없이 타고 안으로 들어섰다.한편, 오늘은 출근할 필요 없었던 임유진은 애착 베개를 끌어안고 침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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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0화

임지언은 안경을 밀어 올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로서 정말 부끄럽네. 유진이 마음을 전혀 몰랐어.”임구택이 덧붙였다.“형수는 알고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둘 사이에 진전이 없다고 생각해서 형한텐 말 안 했던 거죠.”임시호는 구택의 말에서 무언가를 느꼈지만, 당장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노정순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 나이 차가 열 살은 되지 않아?”구은태가 급히 말했다.“열 살은 안 돼요.”그때 은정이 노크를 하고 들어섰고, 방 안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은정은 아버지 구은태를 한번 바라보고, 소파에 앉아 있는 임시호 부부를 향해 정중히 말했다.“죄송해요, 어르신. 좀 더 일찍 찾아뵙고 유진이와의 관계를 말씀드렸어야 했어요.”임시호는 가볍게 웃었다.“말은 해야지. 우리 손녀딸을 언제 그렇게 홀랑 데려갔어?”은정은 약간 당황했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유진이에게 진심이에요.”임시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혹시 우리 유진이한테 억지로 떠밀린 건 아니고?”은정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지만, 그 한마디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곧이어 임시호는 진지하게 물었다.“근데 너희 둘이 이렇게 되면 족보는 어떻게 되는 거냐?”은정은 바로 대답했다.“제가 맞출게요. 하지만 어르신과 저희 아버지 사이의 호칭은 예전 그대로 유지하세요.”임시호는 고개를 돌려 구은태를 보며 물었다.“이거 괜찮겠나?”구은태는 여유롭게 웃었다.“은정이가 스스로 족보 문제를 뛰어넘은 걸 보니, 진심이라는 게 느껴지네. 그게 아니었다면 저도 이 자리에 오지 않았겠지.”구택은 부모님과 형의 의견을 물었다.“아버지,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시호는 눈앞에 선 단단하고 성숙한 청년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자식들 인생에 우리도 일정 부분만 관여할 뿐이지, 다 간섭할 순 없지. 임지언이랑 자네만 괜찮다면 난 반대 안 하네.”구은태는 그 말을 듣고 안도하며 미소 지었다. 임지언은 차분한 말투로 농을 섞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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