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3571 - Chapter 3580

3587 Chapters

제3571화

가로등 불빛 아래, 눈덩이가 사방에서 날아다녔다.맞은 사람은 목덜미로 눈이 스며들어 깡충깡충 뛰며 눈밭 위를 헤집었다. 그 우스꽝스럽고 해맑은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때의 걱정 없는 웃음소리가 아직도 유정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눈은 차가운데, 눈싸움 끝나고 기숙사 들어가면 손이 막 뜨거워지거든. 그게 참 신기했어.”백림은 그녀의 손을 감싸 쥐며 웃었다.“그건 정상 체온이야. 손이 오랫동안 차가웠다가 다시 따뜻해지니까 더 뜨겁게 느껴지는 거지.”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마치 한참 외롭고 소외된 사람이, 아주 작은 친절 하나만 받아도 그게 엄청나게 큰 따뜻함처럼 느껴지는 거네.”백림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비슷한 이치지.”유정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얀 눈송이들이 밤하늘의 불꽃놀이 아래서 더욱 반짝이며 흩날렸다.“그러면 결국 그 따뜻함도 착각이라는 거네.”집으로 돌아오자 백림의 뜨거운 체온이 유정을 포근히 감쌌고, 여자는 장난스럽게 물었다.“이것도 착각이야?”그러자 백림은 고개를 숙여 유정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니? 원래 내가 너보다 체온이 높아.”유정이 고개를 젖히며 숨을 헐떡이자 가늘고 긴 목선이 부드럽게 휘어졌다.“왜?”백림은 유정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속삭였다.“난 남자니까.”...한편, 소강희는 이번 주말 모임을 성의 있게 준비하고 있었다.장소로는 별장을 빌려 몇이 재미있게 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리저리 찾아봐도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위치가 너무 외진 경우뿐이었다.유정은 자신 소유의 별장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전소은이 말렸다.[우리 집에서 너희 별장까지는 너무 멀어. 주말에는 길도 막힐 텐데, 거의 반나절은 도로 위에서 보내야 할걸.]몇 명이 채팅방에서 의논을 이어가던 중, 백림이 위치도 모두에게 무리가 없는 곳으로 적당한 장소를 찾아보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강희는 보내온 주소를 보고 만족했지만, 하루 대여료가 너무 비싸 걱정스러웠다.‘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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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2화

일요일, 별장에서의 식사 모임 날,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소강희였다.유정과 조백림은 요리사까지 대동해 도착했는데, 요리사는 조리 보조와 각종 식재료를 담은 박스를 함께 들고 왔다.그러고는 백림이 강희에게 말했다.“이건 별장 대여에 포함된 서비스예요.”강희는 박스 안을 들여다보다가 조용히 유정을 옆으로 끌고 가 물었다.“설마 이거 네가 다 준비한 거 아니지? 저 해산물만 해도 별장 대여료보다 비싸겠던데. 집주인이 바보도 아니고 이런 걸 그냥 줄까?”유정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여기 원래 파티용으로 대여되면 이렇게 제공된대. 원칙이래.”강희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백림의 소개로 대여료도 할인 받았기에, 원래 가격 기준으로 이런 서비스가 포함되는 건 이해가 됐다.조금 머쓱해진 듯 강희는 말했다.“사실 이번 모임은 너랑 백림 씨한테 고마워서 마련한 건데, 되려 또 신세를 지게 됐네.”유정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걸 신세라니. 다 같이 밥 먹는 거면, 각자 조금씩 정성 들이는 거 당연한 거지. 우리 다 친구잖아, 너무 따지지 마.”강희는 잠시 뜸을 들이다 조심스레 물었다.“그러면 너랑 미스터 임은 진짜 사귀는 거야?”유정은 잠시 머뭇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고 해야겠지.”강희는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근데 너희 집에서 정해준 약혼자는 어쩌고? 미스터 임이 너한테 진심인 건 느껴지더라.”“가능하면 집안이랑 상의해서 정리하고, 미스터 임이랑 잘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유정은 터질 듯한 웃음을 애써 삼켰다. 지금 이 타이밍에 진실을 말해야 할지 고민됐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희는 그런 유정을 오해한 듯했다.“말 못 할 사정이 있구나.”마침 그때, 전소은과 진기호가 도착했다. 기호는 들어오자마자 강희에게 작은 선물을 건넸다.“나쁜 놈들 다 잡혔잖아요. 정말 사회를 위해 큰 공로를 세웠어요. 그런 쓰레기들은 빨리 감방에 처넣어야 했어요.”강희는 웃으며 받았다.“고마워요. 사실 누가 대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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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3화

조백림이 고개를 들어 한 번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가짜예요. 돈이 되는 게 아니거든요.”진기호가 씻어 온 체리를 들고 다가와 진열장 위의 골동품을 바라보며 하나를 들어 자세히 살펴보았다.“진짜 같은데요? 만약 가짜라면, 너무 정교해서 진짜처럼 보이잖아요!”이때 전소은이 체리를 베어 물며 말했다.“오빠가 뭘 안다고 그래?”기호가 말했다.“우리 아버지가 골동품 수집을 좋아하셔서, 나도 국내외 박물관을 꽤 많이 다녀봤어. 그래서 조금은 알지.”이에 소은이 금세 목소리를 높였다.“아저씨가 골동품 좋아하신다면, 오빠 집에도 골동품 진짜 많겠네?”기호는 겸손하게 웃었다.“그건 아니야. 아버지가 그냥 취미로 좋아하시는 거지. 근데 이런 건 돈이 많이 들어서 아무나 못 해.”소강희도 함께 책장에 진열된 물건들을 구경하며 말했다.“그래도 아버지 진짜 대단하시네요!”기호는 진열대 위에 있는 당삼채 도자기 말 한 점을 보고는 놀란 듯 말했다.“이게 진짜라면, 수백억은 할 거야!”이에 기호는 보면 볼수록 진짜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소은이 확신에 가득 차서 말했다.“그러면 가짜지!”“왜 그렇게 생각해?”기호의 질문에 소은은 웃으며 말했다.“생각해 봐. 진짜라면, 집주인이 이렇게 비싼 걸 거실에 두겠어? 그리고 이 집을 임대까지 해주겠냐고?”기호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는 것 같자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사람들은 별장을 둘러보았고, 주방에서는 음식이 거의 다 준비되어 가고 있었다.밖의 정원 풍경이 좋긴 했지만 날씨가 추워서, 사람들은 결국 안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다들 자리에 앉자, 맛과 향, 색까지 고루 갖춘 요리들이 하나씩 차례로 나왔다.요리사는 손님들에게 음식 이름과 사용된 재료를 설명해 주며, 알레르기나 기피 식재료가 있는지 확인해 주자, 소은은 신이 나서 웃으며 말했다.“서비스 진짜 끝내주네!”강희는 조백림을 향해 고마운 눈빛을 보냈다.“이렇게 좋은 곳 소개해 준 미스터 임 덕분이죠.”백림은 담담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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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4화

소은의 투정에 기호는 억울했다. 평소엔 둘이 밥 먹을 때 서로 반찬을 집어주는 일이 흔했는데, 근데 소은은 왜 모임 자리에서는 괜히 트집을 잡는 걸까?고수는 단 한 가지 음식에만 들어 있었고, 기호는 그것도 피해 가며 소은이 좋아하는 반찬만 골라 집어줬다.한두 번은 애교로 넘길 수 있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사람들 앞에서 터무니없이 구는 소은의 태도에 자기 체면이 깎이는 것 같아 점점 짜증이 났다.그럼에도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너그러운 척할 수밖에 없었다.백림은 눈꼬리로 슬쩍 쳐다본 뒤, 뼈를 발라낸 양갈비를 유정에게 건넸다.유정은 고개를 들어 소은을 바라보며 가볍게 나무랐다.“그러면 네가 먹어. 그렇게 까다롭게 굴지 말고. 기호 씨는 너 챙기느라 제대로 먹지도 않았잖아. 너무 심하네.”소은이 코웃음 쳤다.“그러게 누가 그렇게 눈치 없이 굴어래? 미스터 임처럼 섬세하게 굴면 내가 뭐라 했겠냐고?”기호의 얼굴에 잠깐 어두운 기색이 스쳤지만,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앞으로 미스터 임한테 많이 배워야겠네.”백림이 고개를 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배워도 소용없어요. 제일 중요한 건 우리 유정처럼 뭐든 잘 먹어야죠. 뭘 줘도 맛있게 먹잖아요.”결국 소은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그게 상관이 있는 게 아니라, 강희가 유정의 입맛을 잘 아니까 그런 요리를 준비한 거잖아요.”강희는 소은의 기분을 눈치채지 못하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말하면, 내가 안다기보다는 집주인이 잘 아는 거지. 이 식재료는 다 이 집에서 제공된 거야.”“원래 내가 따로 주문했는데, 여기서 다 준비해 줬다길래 그건 취소하고, 대신에 디저트로 바꿨어.”소은은 강희의 설명에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고 기호는 놀라며 말했다.“그럼 이 집 주인 진짜 통 크네요. 이런 비싼 재료를 그냥 준비해 줬다고요?”유정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음식을 먹으며, 누가 준비했는지 짐작하면서도 그 마음에 따뜻함을 느꼈다.이야기 도중 작은 오해와 갈등은 자연스럽게 풀어지고, 분위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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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5화

유정은 고개를 돌려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해?”이에 소은은 어딘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 사람이 네가 약혼한 걸 뻔히 아는데도 곁에 있는 거잖아? 그럼 너희 둘이 진짜 잘될 거라고는 생각 안 하는 거지.”“그러면 뭔가 다른 목적이 있다는 얘기야. 유정이 넌 또 그렇게 부자잖아. 분명 돈 보고 접근한 거야!”유정은 소은을 바라보며 웃음이 터지려는 걸 겨우 참았다. 그러나 진지한 소은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분석을 이어갔다.“봐봐, 그 미스터 임, 딱 봐도 잘생긴 남자잖아. 다정하고 세심하고, 겉으로는 부자처럼, 고급스러운 척하면서 품위 있는 이미지를 쫙 깔고 있지.”“단점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이잖아? 근데 이게 다 그쪽 애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야. 널 유혹하려고 일부러 그런 이미지를 만든 거라고!”“너무 완벽한 사람일수록, 그건 가짜야. 목적은 오직 하나, 네 돈이지!”유정은 속으로 백림이 이런 말을 듣는 걸 상상하며 웃음을 참았다. 만약 백림이 알게 된다면 기가 막혀 할 것이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소은이 말한 부분 중 자기 돈을 노리고 접근했다는 부분만 빼면 몇몇은 꽤 일리가 있었다. “음...” 유정은 일부러 고민하는 척하자, 소은은 진지한 표정으로 덧붙였다.“유정아, 진짜 속으면 안 돼!”두 사람이 거실로 돌아오자, 백림이 유정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정은 아까 들은 소은의 말을 떠올리며 입을 꾹 다물고 웃음을 참았다.유정이 자리에 앉자, 백림이 물었다.“왜 웃어?”유정은 백림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갑자기 알게 됐어. 미스터 임이 이렇게 장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백림은 유정의 느닷없는 칭찬에 꽤 어리둥절해졌다.“무슨 장점? 자세히 좀 말해봐.”그러자 유정은 고개를 돌리며 웃기만 하고,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소강희가 분위기를 띄우며 제안했다.“우리 카드 게임 하거나 진실게임, 벌칙 게임 같은 거 어때요?”결국 모두 진실게임을 선택했다.첫 번째 라운드에서는 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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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6화

두 번째 라운드 게임이 시작됐다. 이번엔 전소은이 졌고, 역시 진실을 선택했다.이에 소강희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너랑 진기호, 처음은 만난 지 얼마 만에 한 거야?”소은의 얼굴에 금세 수줍은 기색이 스쳤다.“질문의 수위가 너무 높은 거 아니야?”“그런 게 궁금하니까 묻는 거지!” 강희가 웃으며 말하자, 소은은 얼버무리듯 말했다.“기억 안 나!”“말도 안 돼, 빨리 말해!” 강희가 재촉했다.“진실게임인데 숨기면 게임이 아니지.”백림이 유정의 품에서 몸을 일으켰다.“피자 굽는 냄새 나는데? 가져올게.”백림은 그렇게 말하고는 일어나 성큼성큼 거실을 나섰다.소은은 백림의 길고 반듯한 뒷모습을 힐끔 바라보며, 실망인지 안도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러고는 강희에게 슬쩍 말했다.“아마도 사귀고 한 달쯤 지나서?”“괜찮은데?” 강희는 기호를 향해 놀리듯 눈짓을 보내자, 기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자, 자, 계속하자!”백림이 피자를 들고 돌아왔고, 사람들은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몇 라운드를 거듭하던 중, 소은이 백림과 유정이 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냐며 의문을 제기했다.그리고 마침 그 라운드에 백림이 졌다.유정이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의심하더니? 어때?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닌게 밝혀졌네?”소은은 신이 나서 물었다.“미스터 임은 뭐 고르실래요?”백림은 벌칙을 골랐고, 벌칙 책자를 꺼낸 뒤 주사위를 던졌다. 선택된 벌칙은 이성과 함께 작은 방에 10분간 갇히기였다.이 집엔 작은 방이 없었기에, 거실 옆의 작은 서재를 대신 사용하기로 했고, 백림이 데려갈 사람이야 당연히 유정이었다.서재로 들어가 문을 닫자, 백림은 유정을 문에 가볍게 밀어 키스했다. 그리곤 여자를 안고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서재는 심플하게 꾸며져 있었다. 한쪽 벽엔 책장이 있고, 창가 쪽에는 책상이 놓여 있었으며, 책상 옆엔 리클라이너 의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백림은 유정을 조심스레 의자에 앉히자, 여자는 경계하듯 물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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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7화

유정이 기지개 켠 팔이 조백림의 어깨 위에 자연스레 얹혔다.두 사람은 서재 안에서 한참 더 머물렀고, 십여 분이 지나서야 문을 열고 나왔다.때마침 소강희, 전소은, 진기호가 영화를 다 보고 2층에서 내려오는 중이었다.소은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유정을 바라봤다.“내가 본 것 중에 제일 오래 걸린 작은 방 갇히기였네?”이에 유정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미안, 잠들어버렸어.”“잠든 거 맞아?”소은의 웃음은 더욱 장난스러워졌다.“확실히 해줘야겠는걸?”이때, 조백림이 유정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장난은 그만하죠. 저녁엔 셰프가 모닥불이랑 바비큐 준비해 뒀대요. 지금부터 시작하면 될 것 같네요.”강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와, 완전 완벽하네! 직접 구워도 돼요?”유정도 웃으며 말했다.“물론이지. 네가 원하면 얼마든지.”강희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마당 쪽으로 향했고,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너희 알지? 우리 엄마가 억지로 공부시키지만 않았으면, 내 인생의 꿈은 바비큐 가게 차리는 거라는 걸!”소은이 웃으며 말했다.“너 그 얘기 어머님 들으면 감동해서 울었겠는걸?”강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울었지! 울면서 뭐 들고 와서 나 엄청 때렸어!”“하하하!”소은은 기호의 팔에 매달린 채 배를 잡고 웃었다.마당은 이미 정성스럽게 준비되어 있었다. 크고 멋진 천막 아래에는 긴 테이블이 놓였고, 한쪽에는 바비큐 그릴이, 다른 한쪽에는 화로가 있어 날씨는 추워도 전혀 춥지 않았다.강희는 바비큐 그릴 앞으로 가 셰프에게 굽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어떤 식재료를 어떻게 굽는지, 소스를 어떻게 바르는지 하나하나 진지하게 배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유정은 강희가 셰프용 앞치마까지 챙겨 입은 걸 보고 미소 지으며, 휴대폰을 들어 그녀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햇빛이 지평선 아래로 기울며 정원 전체를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이는 마치 겨울의 쓸쓸함마저 따스한 기운으로 감싸 안은 듯했다.어둠이 서서히 내려앉고, 정원의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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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8화

그 말에 유정은 눈살을 찌푸렸다.“왜요? 그 사람들이 원하는 건 작품이지, 작가가 아니잖아요?”윤우현이 말했다.[전시회 책임자의 요구예요. 나도 솔직히 잘 이해는 안 돼요. 그래서 이렇게 계속 전화 드리는 거예요.][그 많은 마스터 급 작가들과 함께 전시할 기회, 얼마나 드물다는 거 칠성도 잘 알잖아요.]유정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가슴속이 쪼개지는 듯한 통증에, 마치 몸이 반으로 갈라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 번도 이렇게까지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멀리서 모닥불 주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유정은 고개를 돌리자, 희미한 안개가 내려앉은 황혼 속에서, 백림은 유정을 바라보고 있는 듯 보였다.이미 선택한 길이라면, 끝까지 가야 했다. 마음을 바꾸는 건 자신만 상처 입는 일이 아니니까. 남도 다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미안해요.”유정은 낮고 단호하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밤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자신이 앉았던 의자 위엔 양털 담요가 덮여 있었고, 잠시 비워뒀을 뿐인데 여전히 따뜻했다.백림은 유정에게 따뜻한 핫초코 한 잔을 건네며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이미 거절한 상황에서 유정은 더 이상 말을 늘어놓고 싶지 않아, 그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별거 아니야.”백림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유정의 손을 잡고, 따뜻하게 감싸주었다.한쪽에선 진기호가 백림에게 물었다.“미스터 임은 무슨 일 하세요?”백림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글쎄, 관리하는 일 정도?”기호는 곧바로 맞장구쳤다.“그럼 저랑 비슷하네요!”기호는 자신이 전공한 분야와 최근 회사들의 경영 철학에 대한 소견을 설명하기 시작했다.생각보다 꽤 해박했고, 자신만의 분석과 시각도 갖추고 있었다.기호는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고, 백림은 줄곧 잔잔한 미소를 띠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주는 정도였다.백림의 눈빛은 밤처럼 깊고 잔잔했고, 말수는 적었지만 경청의 자세는 흔들림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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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9화

백림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안방은 실내 온도를 좀 더 높이고, 소강희 씨는 혼자 왔으니까, 객실은 다른 방이랑 좀 떨어진 곳으로 배정해 줘요.”집사는 즉시 고개를 숙였다.“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또 다른 지시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백림이 손을 살짝 흔들자, 집사는 예를 갖추어 돌아섰다.기둥 뒤에 숨어 있던 소은은 속으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두 사람의 말투와 태도는 전혀 손님과 직원 같지 않았고, 오히려 백림이 이 집의 주인처럼 보였다.며칠 전 식당에서 백림이 매니저와 이야기하던 모습까지 떠오르며, 소은은 문득 깨달았다.‘미스터 임, 절대 보통 남자가 아니야. 유정이 돈 보고 접근했다는 내 생각 어쩌면 틀렸을지도 몰라.’그런데도 의문이 들었다.‘그렇게 돈 많고 지위도 있어 보이는 사람이 왜 약혼자 있는 여자와 엮이는 걸까?’백림이 담배를 다 피우고 돌아간 뒤에야, 소은은 아무 일 없었던 듯 마당으로 돌아왔다.그때 강희가 시계를 보고 말했다.“나는 낮에만 빌렸는데 진짜 돌아가기 싫다. 집주인이랑 연락해서 추가로 돈 내고 하룻밤 더 머무를 수 있을지 물어봐야겠다.”백림이 가볍게 말을 받았다.“괜찮아요. 집주인이랑 얘기할 때 애초에 하룻밤 포함된 거였어요. 자고 가도 돼요.”“진짜요?”강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하룻밤까지 포함이라니, 이 가격에 완전 대박이네요!”유정은 옆에서 백림을 곁눈질로 바라봤고, 조용히 웃기만 했다.소은도 다시 백림을 흘끗 바라보며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였다.숙박 문제까지 해결되자 사람들은 훨씬 편한 마음으로 즐기기 시작했다.밤 11시가 넘고, 자정 무렵이 되자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고, 모두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안으로 들어가 각자 방으로 향했다.백림은 유정을 데리고 3층으로 올라가자, 유정이 돌아보며 물었다.“다들 2층에 자는데 우리만 3층이면 너무 티 나는 거 아니야?”백림은 태연하게 웃었다.“2층 객실이 부족하다고 하면 그럴싸하잖아.”유정은 백림의 손을 꼭 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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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0화

다음 날 아침, 유정이 눈을 떴을 때 조백림은 아직 잠들어 있었다. 여자가 몸을 조금 움직이자, 백림이 허리를 감싸 안으며 물었다.“어디 가?”유정은 조용히 말했다.“강희가 아침 뭐 먹을지 물어봤어. 벌써 일어났나 봐. 나 먼저 내려가 볼게. 넌 좀 더 자.”창밖은 이미 훤히 밝아 있었지만, 방 안은 커튼이 쳐져 있어 빛이 희미하게 들어올 뿐이었다.백림은 이마를 유정의 이마에 맞대고, 손끝으로 유정의 입술을 어루만지며 낮게,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속삭였다.“유정아, 나 꿈꿨어. 우리가 결혼하는 꿈. 진짜 행복했어.”아침 햇살 아래, 유정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그야 꿈이니까.”백림은 유정의 장난스러운 말투를 무시하고, 반쯤 감긴 눈으로 여자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그리고 신혼 첫날밤이었어. 넌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내가 그걸 벗길 새도 없이 널 문에 밀어붙였지.”이에 유정은 바로 손으로 백림의 입을 틀어막았다. 볼이 붉게 달아오른 채, 살짝 화난 얼굴로 말했다.“됐어, 거기까지! 그 꿈, 이제 깨!”백림은 그녀 손바닥에 살짝 입을 맞추며, 이마를 다시 맞대고 낮게 웃었다.“그 뒤는 말 안 할게. 나 혼자 기억할게.”유정은 손을 내려놓으며 인상을 찌푸렸고 이불 위에 그 손을 문질러 닦듯 쓱쓱 훑었다.“머릿속이 온통 상상으로 가득하네.”백림은 다시 유정을 안아 이불 안으로 끌어당겼다.“근데 말이야, 꿈에서 깼는데 현실도 그 꿈이랑 같아서 너무 다행이야.”유정은 대답하지 않았다.백림의 손길이 점점 장난스러워지며 현실을 꿈처럼 만들려 하자, 유정은 재빨리 남자의 품에서 벗어났다.“나 진짜 강희 보러 갈거야. 넌 더 자!”백림은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친구가 더 중요해, 남편이 더 중요해?”이에 유정은 돌아서며 웃었다.“침대에서 내려온 순간, 친구가 더 중요하지!”백림은 유정의 살짝 치켜든 눈꼬리를 바라보다가 푹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유정도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욕실 쪽으로 걸어갔다.1층으로 내려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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