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5051 - Chapter 5060

5303 Chapters

제5051화

석유는 차갑게 웃었다.“그러면 여기 앉아 있어요.”명빈은 바위에 비스듬히 기대앉은 채 얌전한 얼굴로 웃었다.“진짜 나 버리고 갈 거예요?”석유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린 뒤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석유 씨.”명빈이 뒤에서 칭얼거리듯 부르자 석유는 뒤돌아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등산은 단타로 하는 게 아니에요. 결국 버티는 사람이 끝까지 가는 거죠.”“처음엔 아무리 힘이 넘쳐도 결국 지치게 되고, 몸이 힘들어지면 뇌는 포기하라고 신호 보내요.”“그러다 결국 멈추게 되는 거죠.”명빈은 순간 멍하니 석유를 바라봤다.그리고 석유 눈빛 너머에 담긴 다른 의미까지 어렴풋이 읽어낸 듯했다.석유는 더 말하지 않고 다시 산길을 올랐다.이번엔 뒤돌아보지도 않았으나 명빈은 곧 다시 따라붙었다.이번엔 괜히 무리하지도 않았고 투덜거리지도 않았다.그저 석유 걸음에 맞춰서 한 계단씩 천천히 올라갔다.석유는 그런 명빈이 전보다 훨씬 조용해졌다는 걸 느꼈다.그런데 이상하게 입가엔 계속 웃음이 걸려 있자 석유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뭐가 그렇게 좋아요?”명빈은 입꼬리를 느긋하게 올렸다.“좋으니까 웃죠.”석유는 의아한 눈빛으로 명빈을 한번 바라봤다.그러다 걸음을 멈추고 배낭을 열고는 물 한 병과 초콜릿 하나를 꺼내 명빈에게 건넸다.명빈은 초콜릿을 받아 반으로 나눈 뒤 절반을 석유에게 내밀었다.이에 석유는 시선을 내린 채 말했다.“괜찮아요. 나도 있어요.”명빈은 굳이 더 권하지 않고 남은 초콜릿을 한입에 넣고 물까지 크게 들이켰다.그러자 확실히 좀 살 것 같았다.명빈은 앞쪽의 가팔라지는 산길을 한번 올려다봤다.그리고 갑자기 석유 앞에 등을 보이며 쪼그려 앉았다.“올라와요. 내가 업어줄게요.”그러나 석유는 바로 거절했다.“안 업혀요.”그리고 그대로 명빈 옆을 지나 앞으로 가려 했지만 명빈이 다시 길을 막아섰다.표정은 여전히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진지했다.“업혀봐요. 내가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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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2화

명빈은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정상은 여러 개일 수도 있죠. 근데 석유 씨 업고 지나가는 길은 지금 이 길 하나뿐인데 뭐가 그렇게 급해요?”석유는 옆눈으로 명빈을 한번 바라봤다.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 아래 남자의 옆얼굴은 선이 또렷하고 매끄러웠다.여자보다 더 짙은 속눈썹 사이로 부서진 빛이 반짝였고, 얼굴은 요염할 만큼 아름다우면서도 묘하게 시원한 남자다운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석유는 순간 자기가 원래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도 잊어버렸다.명빈은 그렇게 한참 동안 석유를 업고 돌계단을 올랐다.걸음은 끝까지 안정적이었고, 힘들다고 하지도 않았고 멈춰 서지도 않았다.석유는 남자 이마 위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이제 쉬었으니까 내려줘요.”명빈은 길게 숨을 내쉬며 계속 걸었다.“정상까지 업어준다고 했잖아요. 중간에 포기는 없어요.”석유는 시선을 내린 채 말했다.“내려줘요. 물 사야 해요.”명빈은 고개를 돌렸다.“배낭 안에 물 없어요?”“다 마셨어요.”마침 앞쪽엔 작은 전망대가 있었다.옆으로는 과일이랑 기념품, 지역 특산품을 파는 가게들도 몇 군데 붙어 있었다.석유는 명빈에게 적당히 쉬고 있으라고 한 뒤 혼자 물을 사러 갔다.가게 안에서 물 두 병을 산 뒤 나오면서 배낭 안에 남아 있던 빈 물병들을 가게 앞 계단 위에 내려놨다.그리고 돌아왔는데 한참을 둘러본 끝에야 구석 쪽에서 명빈을 발견했다.명빈은 원숭이 한 마리랑 놀고 있었다.원숭이는 나뭇가지를 붙잡고 매달린 채 명빈 손에 들린 과자를 빼앗으려고 안달이었다.석유가 묻자 명빈은 웃으며 뒤돌아봤다.“어디서 난 거예요?”“어떤 여자애가 줬어요.”그 말에 석유는 눈썹을 살짝 올렸고, 명빈은 입꼬리를 비틀며 웃었다.“아니면 왜 제가 여기 숨어 있었겠어요?”석유는 팔짱을 낀 채 난간에 기대섰다.그리고 이빨을 드러내며 명빈 손만 노려보는 원숭이를 힐끗 보며 말했다.“그 원숭이 암컷이면 어쩌려고요?”명빈은 순간 멈칫하더니 손에 들고 있던 과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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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3화

여자는 석유의 차가운 표정을 보더니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아, 괜찮아요. 괜찮아요!”그 말만 남기고는 얼른 몸을 돌려 자기 일행 쪽으로 뛰어갔다.곧 명빈은 휴대폰을 들어 석유에게 보여줬다.“우리 첫 커플 사진이네요?”지난번 번화가에서도 같이 찍긴 했지만 그땐 애들 둘이 같이 있었으니까 인정 안 한다는 듯한 말투였다.석유는 사진을 한번 흘끗 보더니 명빈을 향해 말했다.“계속 여자친구라고 말 좀 하지 마세요.”명빈은 휴대폰을 집어넣으며 능청스럽게 웃었다.“그러면 뭐라고 해요? 지금 열심히 꼬시는 여자? 아니면 곧 내 여자친구 될 사람? 듣는 사람 입장에선 결국 같은 뜻 아닌가요?”석유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몸을 돌려 다시 산길을 올라가자 명빈은 곧바로 따라붙었다.“제가 또 업어줄게요.”하지만 이번엔 석유가 단호했다.“마지막 구간은 제가 직접 올라갈래요.”명빈은 석유의 깊고 단단한 눈빛을 잠시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좋아요. 그럼 같이 올라가죠.”석유는 시선을 내린 채 고개를 살짝 돌렸다.그리고 멀리 이어진 산맥을 한번 바라본 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정상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명빈은 잠시 멈춰 숨을 골랐다.그러다 석유 손에 들린 등산 스틱을 보며 부러운 듯 말했다.“저거 있으면 훨씬 편해요? 근데 왜 석유 씨는 하나도 안 힘들어 보여요?”석유는 자기 손에 들린 등산 스틱을 한번 내려다봤다.처음에 괜히 허세 부리던 명빈을 놀리진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없는 것보단 낫죠. 빌려줄까요?”명빈은 고개를 젓더니 갑자기 몸을 일으켜 위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누가 먼저 정상 도착하나 내기해 봐요. 먼저 도착한 사람한테 키스해 주는 거로.”석유는 말문이 막혔다.가끔 명빈이 너무 유치해서 할 말을 잃게 했다.더군다나 석유는 딱히 그 보상이 필요하지 않았다.그래서 여전히 자기 페이스대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정상에 도착하자 시야가 단번에 탁 트였고, 끝없이 펼쳐진 장대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운해 사이로 산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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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4화

석유는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어디 있어요?”[석유 씨 서 있는 데서 왼쪽으로 계속 와봐요. 그러다 보면 작은 길 하나 보일 거예요. 그 길 따라 내려오면 돼요.]석유는 명빈이 알려준 방향대로 걸어갔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절벽 아래쪽 바위 근처에 앉아 있는 명빈을 발견했다.절벽 자체가 아주 높은 건 아니었지만 경사가 꽤 가팔랐고 아래쪽에선 물 흐르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왔다.위험한 곳이라 그런지 주변엔 사람도 거의 없었다.이윽고 석유가 물었다.“왜 여기 앉아 있어요?”이에 명빈은 손을 흔들었다.“와봐요. 여기 풍경 진짜 예뻐요.”석유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걸어가 명빈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명빈 말대로 이곳 풍경은 훨씬 더 좋았다.앞쪽으로 깊은 골짜기가 펼쳐져 시야가 탁 트여 있었고 구름바다가 산 아래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노을빛은 구름 물결 따라 천천히 흘렀고 여러 겹으로 겹친 색채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구름은 끊임없이 밀려왔고 사람 마음까지 들뜨게 했다.대자연 앞에 서면 언제나 말이 사라졌다.명빈은 느긋하게 바위에 기대앉아 석유의 옆얼굴을 바라봤는데 맑고 단정한 얼굴선이었다.곧 명빈이 낮게 이름을 불렀다.“석유 씨.”석유가 고개를 돌렸다.산속 계곡물처럼 맑고 차가운 눈빛이 그대로 명빈을 향했다.그 깨끗하고 담백한 얼굴이 또 한 번 명빈의 심장을 세게 움켜쥐었다.사실 명빈도 자기가 왜 이렇게까지 석유를 좋아하는 건지 정확히 설명할 순 없었다.차갑고 아름다운 여자를 처음 본 것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계속 곁에 있고 싶었다.안고 싶었고 입 맞추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다.허공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는데 명빈의 눈빛은 지나치게 뜨거웠다.이에 석유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하며 담담하게 말했다.“이제 내려가야 해요. 곧 어두워질 것 같아요.”그 말을 남긴 석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명빈이 손목을 붙잡고 그대로 몸을 기울여 다가왔다.커다란 체격이 눈앞 풍경을 가려버렸고, 잘생긴 얼굴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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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5화

그 말에 석유는 걸음을 멈췄다.절벽 아래쪽에 선 석유의 모습은 유난히 작고 외로워 보였다.잠시 뒤 석유는 뒤돌아 명빈을 바라봤는데, 표정은 이미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그건 그냥 명빈 씨를 좋아하는 마음이 아직 저 자신을 바꿀 정도까진 아니라는 뜻이에요.”명빈은 깊은 눈빛으로 석유를 바라봤다.한참 뒤 명빈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그래요?”석유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산에서 내려갈 땐 사람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명빈은 석유가 올라왔던 길 그대로 걸어서 내려갈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여자는 바로 케이블카 쪽으로 향했다.곧 명빈이 물었다.“왜 걸어서 안 내려가요?”석유는 담담하게 답했다.“내려가는 건 목적이 아래로 가는 거잖아요. 그러면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으로 가면 되죠.”명빈은 석유의 진지한 얼굴을 보다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곧 석유가 고개를 돌렸다.“왜 웃어요?”명빈은 눈을 접어 웃었다.“귀여워서요.”석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마침 케이블카가 도착했고 석유는 몇 걸음 빠르게 걸어가 먼저 올라탔다.명빈은 석유 맞은편에 앉았다.해는 이미 산 너머로 넘어가고 있었고 빛은 점점 어두워졌다.산 풍경도 이제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대신 산 아래 곳곳에 불빛이 켜지기 시작했다.그 또한 또 다른 풍경이었다.그때 케이블카가 공중에서 갑자기 한번 크게 흔들렸고, 명빈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석유 옆으로 와 앉더니 손을 내밀었다.“무서우면 내 손잡아요.”그 말에 석유는 비웃듯 말했다.“무서운 건 명빈 씨겠죠.”명빈은 순순히 인정했다.“맞아요. 엄청 무서워요.”그러면서 먼저 석유 손을 붙잡았다.“이렇게 잡고 있으니까 좀 낫네요.”석유 얼굴이 차갑게 굳으며 손을 빼내려 하자 명빈이 곧바로 말했다.“계속 움직이면 케이블카 또 흔들릴 수도 있는데 그럼 제가 어지러워서 손만 잡는 걸로 안 끝날 수도 있어요.”석유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명빈 씨는 무조건 떼쓰는 것밖에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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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6화

명빈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회사 그만두자마자 이렇게 궁핍해진 거예요? 그러니까 얼른 다시 출근하라니까요.”석유는 여전히 차갑고 담담한 눈빛으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궁핍해도 마음은 편해요. 높은 빌딩 안에서 남 시키는 대로 끌려다니는 것보단 훨씬 낫죠.”고성거리의 불빛 아래 명빈은 그림 같은 웃음을 지었다.“진짜 뒤끝 엄청나네요. 내가 잘못했다고 했는데도 아직도 안 풀린 거예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다시 돌아올 건데요?”석유는 눈빛을 살짝 내리깔며 말했다.“농담이에요. 그만둔 건 나름 이유가 있어서예요.”“무슨 이유요?”“명빈 씨랑은 상관없어요.”명빈의 질문에 석유는 시선을 피하며 얼버무렸다.석유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린 명빈은 더 묻지 않았다.어차피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었고 강성만 떠나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곧 명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아까 그 식당으로 갈까요? 거긴 줄 안 서고 들어갈 수 있던데요?”석유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명빈 씨는 길거리 음식 안 먹어봤어요?”말투에 은근한 핀잔이 섞여 있자 명빈은 곧바로 말했다.“왜요? 저도 먹어봤거든요? 근데 우리 오늘 산도 탔잖아요. 국수 한 그릇으론 배 안 찰 것 같아서요.”석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것도 맞네요.”그러더니 바로 사장을 불렀다.“다른 테이블에서 시킨 거 전부 하나씩 주세요.”사장은 깜짝 놀랐다.“전부요? 두 분이 다 못 드실 텐데.”석유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먹을 수 있어요. 주세요.”사장은 다시 주방 쪽으로 들어갔고 명빈은 완전히 포기한 얼굴이 됐다.먼저 나온 건 국수 두 그릇이었다.명빈은 정말 배가 고팠는지 젓가락을 들자마자 크게 한입 먹고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생각보다 맛있는데요?”석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조용히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잠시 후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둘씩 계속 올라오기 시작했다.연근, 장조림, 육전, 누룽지, 삼계탕, 동그랑땡, 거기에 꽤 사이즈가 있는 소고기국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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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7화

전화를 끊고 돌아오자 명빈은 새로 온 손님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다.“이 연근 저희 한 입도 안 먹었거든요. 필요하면 가져가세요.”맞은편은 여자 둘이었다.명빈은 잘생겼고 분위기까지 좋아 보였기에 두 사람도 경계 없이 웃으며 다가와 연근 접시를 받아갔다.그중 한 여자가 물었다.“그럼 이 동그랑땡도 안 드실 거예요?”명빈은 아주 친절하게 웃었다.“먹고 싶은 거 있으면 편하게 그냥 가져가세요.”여자들은 얼굴을 붉히며 휴대폰을 꺼냈다.“그러면 연락처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저희도 그냥 받기 그러니까 얼마이면 그대로 보내드릴게요.”명빈은 웃으며 거절했다.“괜찮아요. 여자친구가 너무 많이 시켜서 남은 건데 그냥 버리긴 아깝잖아요.”두 사람은 명빈의 웃는 얼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하지만 여자친구라는 말이 나오자 더 이상 연락처 얘기는 못 하고 연신 감사하다는 말만 했다.마침 그때 석유가 돌아왔고, 명빈은 곧바로 두 여자에게 말했다.“제 여자친구예요. 감사 인사는 이분한테 하세요.”두 사람은 석유의 차갑고 도도한 아우라를 느끼자마자, 괜히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이라는 걸 직감한 듯 꽤 조심히 행동했다.그래서 간단히 인사만 남긴 채 얼른 돌아갔고 명빈은 괜히 해명하듯 말했다.“저 사람들이 먼저 먹고 싶다고 한 거예요.”석유는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굳이 들추지 않았다.그냥 다시 자리에 앉아 조용히 국수를 먹었다.꽤 많이 나눠줬는데도 음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석유는 다시 몇 가지를 추가 주문한 뒤 사장에게 각각 따로 포장해달라고 말하자, 명빈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아직도 부족해요?”석유는 담담하게 말했다.“남은 건 명빈 씨 가져가요. 야식으로 먹든 아침으로 먹든 알아서 하고요. 어쨌든 다 먹어요.”명빈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새로 시킨 건 희유 씨 거예요?”명빈은 일부러 한숨까지 쉬며 억울한 얼굴을 했다.“남은 건 저 주고 새 음식은 희유 씨 거라니. 역시 석유 씨한텐 아직 희유 씨가 더 중요하네요.”“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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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8화

희유는 석유의 팔짱을 끼며 맑은 눈으로 석유를 바라봤다.“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요. 그냥 언니가 행복하면 되는 거잖아요.”그 말에 석유는 어깨를 으쓱했다.“가끔은 좀 귀찮기도 해.”희유는 명빈의 능청스러운 얼굴이 떠올랐는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석유는 희유를 위해 야식까지 사 왔기에 먼저 희유가 사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두 사람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고 우한이 다가와 희유에게 물었다.“너 아까부터 쓰레기 버린다고 네다섯 번은 내려간 것 같은데? 집에 쓰레기가 그렇게 많았어?”희유는 다급하게 눈짓했지만 우한은 여전히 영문을 몰랐다.“왜 그래?”석유는 희유를 한번 흘겨보더니 피식 웃었다.“됐어. 내가 널 모를 줄 알아?”희유는 애교 섞인 웃음을 지었다.“언니가 사실대로 말 안 하니까 그렇죠? 걱정됐단 말이에요.”상황을 전혀 모르는 건 우한뿐이었다.“아니 대체 무슨 일인데요? 아무 일 없어.”석유는 두 사람을 불렀다.“와서 먹기나 해.”그렇게 세 사람은 야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한 30분쯤 지났을 때 석유 휴대폰에 명빈의 메시지가 도착했는데 여러 사진이었다.명빈은 집에 도착했다고 하면서 포장해 온 음식들을 하나하나 밀폐용기에 담아 정리해 둔 사진까지 보냈다.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은 마치 엄청 귀한 진수성찬이라도 되는 듯했다.[다 먹을게요. 약속해요.]석유는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다 조용히 휴대폰을 내려놨다.위층으로 올라간 석유는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다시 명빈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산에서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 찍었던 그 사진이었다.명빈은 석유 머리를 감싸안은 채 이마를 맞대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리고 무표정한 석유 얼굴과는 달리 사진 속 분위기는 이상할 만큼 다정했다.[보고 싶어요.][전화하고 싶어요.]석유는 단호하게 답했다.[안 돼요. 자야 해요.]명빈도 바로 답했다.[알겠어요.][그럼 내일 아침에 다시 전화할게요.]그 문자에 석유는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잠시 후 어떤 앱을 켠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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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9화

황영상은 더욱 처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전 그냥 하석유 씨한테 부탁 한 번만 해보려는 거예요. 다른 얘기 안 해요.][저희 부모님 몸 안 좋은 거 아시잖아요. 제가 일자리까지 잃고 나니까 집안 형편도 완전히 어려워졌어요.][아내는 매일 불평만 하고 이혼 얘기까지 꺼내고 있고요. 저도 방법이 없어서 본부장님께 부탁드리는 거예요.][전무님, 제가 회사 다닐 때 욕은 많이 먹었어도 못되게 굴었던 적은 없었잖아요.][승진할 때마다 사장님 앞에서 좋게 말해준 것도 다 저였어요.]황영상은 말을 이어갔다.[걱정 안 해도 돼요. 설령 사장님이 예전 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다 해도 전 HM그룹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 없어요.][전무님한테 위협될 일도 없고요. 전 그냥 강성에서 밥벌이 정도는 하게만 해달라는 거예요.]말이 여기까지 나오자 엄계훈도 더는 단호하게 거절하기 어려웠다.“일단 하석유 씨한테 연락은 해볼게요. 근데 나와줄지는 장담 못 해요.”황영상은 급히 말했다.[전무님만 도와주시면 하석유 씨는 분명 나올 거예요. 일 끝나면 꼭 제대로 사례할게요.]“별일도 아닌데요, 뭐.”엄계훈은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결국 받아들였다.전화를 끊은 황영상은 곧바로 민래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민래 씨, 전화는 해놨어요. 아마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그러자 민래는 만족스럽게 웃었다.[역시 전무님은 일처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르시네요.]민래의 칭찬에 황영상은 머쓱하게 웃었다.“제가 민래 씨 말씀대로 다 했으니까 결과가 어떻든 약속은 지켜주셔야 해요.”이에 민래도 시원스럽게 답했다.[걱정 마세요. 아버지한테도 미리 얘기해 뒀고 해외 시장 쪽에서 사람 필요하던 참이었어요. 전무님이 오시면 절대 손해 보게 안 할게요.]황영상은 곧장 비위를 맞췄다.“민래 씨는 예쁘기만 할 뿐만 아니라 성격도 화끈하시네요. 명빈 사장님도 결국 다시 민래 씨한테 돌아올 거예요.”“하석유 씨한테 관심 가지는 것도 그냥 잠깐 신선해서 그런 거죠. 남자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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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0화

명빈 얼굴에는 노골적인 짜증이 가득했다.“무슨 일이야?”민래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나 용서해주면 안 돼?”“안 돼.”명빈은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조금 전까지 참아오던 민래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혹시 석유 씨 좋아하게 된 거야?”이번에는 명빈도 망설이지 않고,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말했다.“응.”민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아까까지의 서운함은 반쯤 연기였지만 이번에는 정말 눈물이 터졌다.“일부러 나 약 올리려고 그러는 거지? 예전에는 나처럼 석유 씨 싫어했잖아. 근데 왜 갑자기 좋아하게 됐어?”“석유 씨는 나한테 복수하려고 일부러 널 유혹한 거야. 그 여자는 원래 그런 여자야. 임자 있는 남자까지 빼앗는 수준 낮은 여자라고.”순간 명빈 표정이 차갑게 굳더니 눈빛까지 서늘해지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석유 씨는 그렇게 한심한 사람 아니야. 복수하려고 그런 짓 할 사람도 아니고. 먼저 좋아한 건 나야. 쫓아다닌 것도 내가 먼저고.”민래는 여전히 믿지 못한 얼굴이었다.석유는 차갑고 독한 데다 강압적이기까지 했기에, 민래의 눈에는 전혀 여자답지 않은 사람이었다.예전에 명빈도 석유를 두고 남자 같다고 했었다.“근데 왜 좋아하는데?”그러자 명빈은 피식 웃었다.“내가 왜 석유 씨를 좋아하면 안 되는데? 난 그 사람이 나랑 잘 맞는다고 생각해.”민래는 명빈이 석유의 일처리 능력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급히 말했다.“나도 너 도와줄 수 있어. 우리 아빠도 있고. 아빠 회사가 임씨그룹만큼 크진 않아도 상장사는 맞잖아. 근데 석유 씨는 뭐가 있는데?”그러자 명빈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석유 씨는 본인 아버지 힘 안 빌려. 오로지 자기 힘으로 여기까지 온 사람이야.”원래도 찔리는 게 많았던 민래는 그 말이 마치 비꼬는 것처럼 들렸다.명빈이 뭔가 눈치챈 줄 알고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설마 H3 프로젝트 기획안 석유 씨가 만들었다고 들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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