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Bab 3591 - Bab 3600

3806 Bab

제3591화

유정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는커녕, 냉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제가 틀린 말 한 건 없잖아요. 표 몇 장 때문에 사과까지 해야 한다면, 숙모는 저를 무시하는 건가요, 아니면 본인을 내려치시는 건가요?”유정은 신화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저녁은 조씨 저택에서 먹고 왔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식사 자리는 오늘은 함께 못 할 것 같으니 먼저 들어갈게요.”그렇게 말한 뒤 유정은 거실을 등지고 돌아섰다. 허리를 곧게 편 채, 느긋하지만 힘 있는 걸음으로 집을 나섰다.조엄화는 빨갛다 못해 자칫 터질 것만 같은 얼굴로 서은혜를 향해 날카롭게 말했다.“방금 저 말 무슨 뜻이에요? 조씨 집안 믿고 나를 겁주겠단 거예요? 그래요, 조씨 집안이 있으니 유정이 저렇게 기고만장하죠.”“그러니 나같은 숙모쯤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보죠.”서은혜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유정이 그냥 밥 먹고 왔다는 말 한 마디 한 거야. 매번 그렇게 과하게 해석할 필요 없잖아. 동서.”“내가 과해요?”조엄화는 헛웃음을 터뜨리자, 신화선이 중간에서 나섰다.“됐어. 어차피 다 한집안 식구인데, 계속 이러면 말싸움만 길어져. 어찌 됐든 표는 신희가 알아봐 줘야지”그 말에 신희는 곧장 부드럽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 표는 이미 언니 몫으로 챙겨놨어요.”하지만 조엄화는 싸늘한 눈빛으로 신희를 쏘아보며 쐐기를 박았다.“굳이 네가 준비할 필요 있니? 지금 유정이는 회사까지 맡아서 돈도 많고, 사람도 많고, 얼마나 잘났는데.”“그깟 전시회 표쯤이야 너 도움 없어도 혼자 알아서 할 수 있겠지. 괜히 정성 들여봤자, 네 마음만 상한다.”뒤끝이 긴 조엄화에 서은혜가 인상을 찌푸렸다.“동서, 신희는 아직 애잖아요. 그런 말은 좀...”조엄화 앞에선 기가 눌린 듯 신희는 고개를 숙였다가 조심스레 서은혜에게 말했다.“큰엄마, 언니더러 우리 엄마한테 사과하라고 하면 돼요. 저희 엄마도 어쨌든 어른이잖아요.”신희는 조엄화와는 달리 항상 말투가 부드럽고 얌전했고, 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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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2화

유정의 의견에 따라 두 사람은 야시장에서 포장마차 하나를 골랐다. 겨울이었지만 포장마차 안은 여전히 북적였고, 어디든 진한 삶의 온기가 가득했다.노천 포장마차 옆에서는 누군가 노래방 기계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숯불에 고기를 굽는 냄새가 공기 가득 퍼져 겨울의 스산함을 밀어냈다.두 사람은 자리를 잡고 앉았고, 유정은 음식을 주문한 뒤 조백림에게 물었다.“맥주 마실래? 여기 맥주는 직접 만든 수제 맥주인데, 맛이 꽤 좋아.”백림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여기 자주 와?”유정은 메뉴를 넘기며 대답했다.“여기 진짜 오래된 집이야. 대학교 다닐 때마다 꼭 왔었거든.”그리고 약간 아쉬운 듯 말했다.“강성은 요즘 이런 노천 포장마차를 엄격하게 단속 중이라서, 이런 풍경도 앞으로는 추억 속에서나 볼 수 있을 거야.”백림은 의자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정책이란 건 언제든 바뀌는 법이야. 너무 비관적으로 보지 마.”유정은 백림에게 뭐 먹고 싶은 게 있는지 물었다. 남자는 이미 저녁을 먹은 상태였지만 유정의 기분을 망치지 않기 위해 몇 가지 음식을 함께 시켰다.음식을 기다리던 중, 유정은 웃으며 말했다.“여기 음식 진짜 맛있어. 오성급 호텔 셰프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아. 이따 먹어보면 알게 될 거야.”백림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곳에서 오랫동안 가게를 할 수 있다는 건, 맛이 보장된다는 뜻이지.”두 사람은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곧 꼬치가 나왔다. 유정은 꼬치를 백림에게 건네며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얼른 먹어봐.”백림은 한 입 베어 물고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기 되게 부드럽고 향도 좋아.”유정은 호탕하게 웃고는, 그녀 역시 배가 고팠는지 큼직하게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게다가 유정은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도 만들어냈다. 육즙이 터지는 구운 청양고추를 식빵 위에 올리고, 그 위에 부드럽게 구워진 양고기꼬치를 얹은 뒤, 돌돌 말아 한입에 넣는 방식이었다.그 맛은 정말이지, 바비큐의 매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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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3화

“꼬치 먹으러 갔다 왔어!”유정이 시원하게 말하자, 서은혜는 눈을 흘기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분명 네가 고른 데지?”유정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역시 우리 엄마, 날 잘 아시네.”하지만 서은혜는 성이 안 찬 듯 말을 이었다.“다른 집 딸들은 데이트 장소로 양식당이나 호텔 레스토랑 고르지. 촛불 켜놓고 분위기 있게 먹는 저녁, 얼마나 낭만적이야.”“그런데 넌 포장마차? 너 백림이한테 무시당하는 게 안 무섭냐?”유정은 눈을 아래로 내리며 담담하게 말했다.“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 괜히 고상한 척하느니, 차라리 지금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낫지. 그래야 결혼하고 나서 후회할 일 없잖아.”서은혜는 그녀의 말을 듣고 눈빛이 번뜩이며 되물었다.“결혼 얘기까지 나온 거야?”유정은 코를 한번 쓸어내리며 툭 내뱉었다.“아니, 그냥 가정해서 한 말이야.”서은혜는 설렜던 마음이 다시 식어버렸고, 이내 본론으로 돌아왔다.“내일 아침에 네 숙모한테 가서 사과해.”유정은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왜요? 그깟 전시회 티켓 때문에요? 괜히 그 사람만 우쭐하게 만들잖아요. 어차피 이번 전시는 일반 공개로 바뀌었어요.”“티켓 어렵게 구할 것도 없고, 엄마 같은 사람들만 낚인 거예요.”“그 티켓 너 구했어? 나 확인해 봤어. 이미 다 매진됐고, 이번엔 실명제로 판매해서 양도도 안 돼. 그러니까 웃돈 주고도 못 구하는 거야!”서은혜는 유정이 만화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기에, 어떻게든 전시에 가게 해주고 싶었다.이에 유정은 엄마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걱정 마요. 나는 갈 수 있어요. 그러니까 그냥 편하게 주무세요. 고민 많고 늦게 자면 주름 생겨요.”말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갔다.서은혜는 속이 터지는 듯 말했다.“도대체 내가 누구를 위해 이러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니까.”유정은 계단 중간에서 돌아보며 말했다.“외할아버지가 엄마를 위해서 어떻게 계획하고 챙기셨는지, 기억 안 나요?”서은혜는 말문이 막혀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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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4화

한 시간쯤 지나, 유신희는 한창 바쁜 와중에 조엄화의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신희는 맡고 있던 일을 동료에게 넘기고, 가족을 맞이하러 밖으로 나갔다. 후문으로 나가 전시관 복도를 지나던 중, 익숙한 뒷모습이 전시홀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멀찍이서 사람들 사이에 섞인 유정의 모습이었다. 사람도 많고 금세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기에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신희는 유정이 친구들과 함께 전시를 보러 온 줄로 짐작했다.정문 앞에 도착해 신화선과 조엄화 일행을 맞이한 뒤, 함께 전시장 안으로 들어섰다.조엄화는 신희가 목에 걸고 있는 사원증을 보고는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자랑스럽게 말했다.“어머니, 신희가 직접 안내해 준다니까 다들 우릴 쳐다봐요. 체면 너무 서잖아요!”신화선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신희를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전시장 안에 들어서자, 화려한 전시물들에 신화선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외국에서 왔다는 유명 작가들, 아직 안 나왔어?”신희가 차분히 설명했다.“이따가 사인회 같은 게 있어요. 그때 작가분들이 직접 나올 예정이에요.”조엄화도 거들었다.“개막식에 시장님도 오신다던데?”“맞아요. 벌써 도착하셔서 저희 대표님이랑 위층 접견실에서 뵙고 계세요.”신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안쪽으로 이동하던 중, 신희는 조엄화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아까 언니를 본 것 같아요.”“유정이?”조엄화는 눈을 살짝 치켜뜨며 놀랐다.“정말 왔다고? 걔는 표는 어떻게 구한 거야?”“아마 미리 예매해 뒀나 봐요.”신희는 짐작하듯 말하자, 조엄화는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그러니까 그날 그렇게 당당했구나. 이미 표를 손에 쥐고 있었던 거네.”신희는 얕게 웃으며 말했다.“돈만 있으면 못 할 게 없죠. 게다가 언니는 조백림 사장님도 있잖아요.”조엄화는 못마땅한 듯 입술을 깨물며 낮게 말했다.“유정이도 참, 생각보다 든든한 사람 하나 잘 잡았네.”신희는 담담히 말했다.“요즘 주말마다 사장님이 언니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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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5화

주준은 갑자기 몸을 돌려 앞쪽으로 몇 걸음 내달리더니 벽 뒤로 몸을 숨겼다. 가늘고 긴 눈매에는 차가운 빛이 스쳤다.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숨을 죽인 주준은 계단 쪽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오전 열 시, 전시홀 내 강당에서는 여러 만화가가 팬들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었다. 아직 아홉 시 반도 되지 않았지만, 앞 세 줄을 제외한 객석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고, 각종 응원봉과 현수막이 번쩍이며 시선을 어지럽혔다.유신희는 주준을 찾지 못한 채, 유씨 집안 식구들을 2열 자리에 앉히고 먼저 착석했다. 작가와 팬의 만남이 끝나면 그때 주준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서은혜는 전시장에 들어선 뒤부터 내내 사진을 찍어 유정에게 보내느라 분주했다. 이에 유정은 메시지를 보냈다.[인제 그만 찍고 전시 좀 제대로 봐요.]서은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세계 종말 생존 법칙」이라는 만화가 엄청 인기래! 주변에 팬들도 엄청 많아. 너도 분명 좋아할 거야.][캐릭터 굿즈도 샀고, 한정판 외전도 샀어! 이건 구하기 정말 어려운 거라더라!][근데 직접 봤어요?]유정의 질문에 서은혜는 답했다.[좀 훑어봤는데 그림 진짜 잘 그렸더라. 내용도 참신하고. 작가가 그 얼마 전에 논란 많았던 칠성이래. 너도 그 사람 팬이잖아?]유정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서은혜는 자리에 앉아 외전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걸 다시 사진으로 찍어 유정에게 보냈다.이때 유정이 물었다.[그렇게 오래 돌아다녔으면 목 안 말라요?]서은혜가 답했다.[좀 그렇긴 하네.]사실 전시장을 돌아다녀서가 아니라, 사람들 틈에서 「세계 종말 생존 법칙」에 대해 얘기 나누다 보니 목이 말랐던 것이다.몇 분 후, 한 직원이 트레이를 들고 다가왔다. 커피, 주스, 따뜻한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직원은 서은혜와 신화선에게 무엇을 드릴지 물었다.이에 서은혜는 순간 멍해졌다.조금 전, 유정이 목마르냐고 물었고. 바로 음료가 나왔다.‘설마 유정이 지금 전시장 안에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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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6화

“실제로도 정말 재능 있는 사람인 건 맞아요. 아니었으면 주준 씨랑 협업할 수 있었겠어요?”유신희가 조용히 감탄하듯 말했다.갤러리 중앙센터에는 원로 만화가 윌리엄이 자리했다. 어설픈 말투로 팬들에게 인사하며 자리에 앉았고, 그 뒤를 따라 다른 만화가들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신희의 눈에 드디어 주준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순간 여자의 눈동자에는 물결이 일렁이고, 온 얼굴에 동경이 번졌다.주준은 흰색 니트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키는 훤칠했고,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잔잔한 미소가 떠 있었다. 예의 바르고 단정한 태도, 그 자체로 예술가다운 감성이 배어 있었고,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자아냈다.그런 주준을 바라보던 신희는, 그 뒤편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을 보자 그대로 굳어버렸다.그 사람은 바로 유정이었다.‘언니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주준은 유정이 한 걸음 느리게 나오는 걸 보곤 일부러 멈춰 서서 유정을 기다렸다.그 눈빛은 다정하고 부드러웠으며, 쉽게 설명되지 않는 따스함이 담겨 있었다. 유정이 자리에 앉자, 주준도 함께 걸음을 옮겼다.유정이 무대 위에 등장한 걸 본 유씨 집안 사람들 모두,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유정이 칠성이라 적힌 자리에 앉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표정은 마치 돌처럼 굳어졌다.서은혜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우리 유정이가 칠성이었어?”신화선은 숨을 가늘게 들이쉬며 중얼거렸다.“이건 정말, 뜻밖이네.”조엄화는 이미 굳은 얼굴로 입술을 깨물며 신희에게 낮게 물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유정이가 칠성이라고?”신희는 유정을 멍하니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너, 아예 몰랐어?”조엄화가 날을 세운 목소리로 묻자, 신희는 고개를 저었다.“아예 몰랐어요.”분명 칠성은 전시에 참여한다고 했지만, 개막 전까지 단 한 번도 갤러리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신희는 실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그저 그 정체가 누군지 혼자 여러 번 추측했을 뿐이었다.그때 유정이 자신과 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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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7화

조백림은 몸에 꼭 맞는 정장을 입고 주윤숙 옆에 앉아 있었다. 유신희 자리에서 딱 보이는 그 남자의 옆얼굴은 단정하고 냉철해 보였고, 그녀의 마음속 질투심은 마치 끓는 물처럼 들끓었다.유정이 당했던 온라인 악플 사건도 결국 조백림이 손을 써서 정리한 걸까?어떻게 저런 난봉꾼으로 알려진 남자가 유정 앞에서는 이렇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단 말인가?조엄화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는지, 신화선 옆에 몸을 기울이며 낮게 속삭였다.“봐요, 조씨 집안 사람들은 이미 유정이가 칠성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잖아요. 그런데 정작 자기 식구들한테는 하나도 말 안 했어요.”“출가외인이라더니,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 조씨 집안 식구는 챙기고, 우리 쪽은 뒷전이잖아요.”그 말에 신화선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졌다.“유정이가 우리한텐 숨긴 건, 그건 확실히 잘못했네.”조엄화는 눈꼬리를 찡긋거리며 날을 세운 말투로 말했다.“어머님, 형님은 알고 있었을까요? 유정이 자기 딸인데, 그걸 몰랐을 리 없잖아요. 그래도 연기 한 번 기가 막히게 하네요.”신화선은 고개를 돌려 여전히 흥분해 있는 서은혜를 힐끗 바라보았다. 도무지 꾸며낸 표정 같지 않았다.조엄화는 이어 말했다.“형님네는 겉보기엔 순진한 것처럼 보여도 뭐든 다 속으로 감추고 있어요. 우리처럼 솔직하지 않다고요. 신희는 무슨 일이든 가장 먼저 어머님한테 말하잖아요.”신화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단 전시나 보자꾸나.”그때 또 다른 직원이 다가와 차를 리필해 주었다. 서은혜는 문득 유정이 아까 했던 말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전시 정말 서비스가 끝내주네요!”직원은 공손하게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칠성 작가님께서 특별히 부탁하셨어요. 가족분들 편하게 지내시라고 제가 전담으로 모시게 됐어요.”서은혜는 얼굴에 뿌듯함이 가득한 채 말했다.“아이고, 고마워요!”조엄화는 손에 들고 있던 주스 컵을 탁 소리 나게 트레이 위에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 얼굴은 창백하게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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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8화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는데, 곧 조백림과 주윤숙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서은혜가 먼저 반갑게 맞이하며 인사를 나눴고,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전환되었다.백림은 방 안을 둘러보다 유정과 눈이 마주쳤다. 남자의 시선은 깊고 뜨거웠고, 얕게 웃으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우리 유정, 정말 멋져.”양가 부모가 함께 있는 자리였다. 유정은 얼굴이 살짝 붉어졌고, 몸을 돌려 주윤숙에게 차를 따르러 갔다.방 안에서는 담소가 이어지던 와중 백림의 휴대폰이 울렸다. 이에 남자는 유정에게 조용히 말하고 방을 나가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마친 뒤 몸을 돌리자, 그 뒤에 서 있던 주준과 마주쳤다.시안은 순백의 니트를 입고 있었지만, 그 맑은 색감도 그의 눈빛 속 그늘을 지우지 못했다. 남자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칠성이 전시에 참여한다니까 형도 따라왔네. 형은 칠성이가 걱정돼서 온 거야? 아니면 나 때문에?”백림은 키도 크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에 차가운 눈빛으로 낮게 말했다.“네 속셈, 내가 모를 줄 알았어? 갖지 못한 거에 집착하는 성질은 어릴 때부터 질리게 봤어.”“그 버릇 아직도 못 고친 거야? 그렇게 기를 쓰고 또 한 번 똑같은 실패를 맛보고 싶어? 그 기분, 어떤데?”시안은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난 그냥 그 사람 얼굴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기뻐.”이에 백림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고, 망설임 없이 주준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그 바람에 주준은 휘청이며 뒷걸음질 쳤고,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서늘하게 웃었다.“형, 내기 하나 할래? 형은 절대 그 사람을 못 얻어.”그렇게 말한 주준은 뒷걸음질 치며 유령처럼 조용하고 빠르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백림은 주준의 말이 마음에 걸렸는지 저도 모르게 이마를 찌푸렸다. 뭔가 불길한 기운이 스며드는 것 같았지만 이내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괜히 쓸데없는 수에 말려들 필요는 없어.’한편, 유신희는 휴게실에서 주준을 찾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남자가 자리를 뜨려던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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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9화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주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등을 돌려 나갔다.남자의 뒷모습이 복도 끝에 사라진 후에야 유신희는 발걸음을 돌렸다.유씨 집안 식구들은 팬미팅이 끝나자 곧장 전시장을 빠져나왔다.가는 길 내내 조엄화는 부글부글 끓는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씩씩거리며 입을 열었다.“유정이 정말 대단하네!”서은혜는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유정이가 칠성이었다는 게 뭐가 문제야? 인기 있는 만화가라는 거, 자랑스러운 일 아니야?”“동서는 왜 이렇게 화가 나 있는 거야? 설마 우리 딸이 너무 잘나서?”조엄화는 눈을 피하며 어색하게 말했다.“아니요, 그냥 유정이가 우리한테까지 숨겼다는 게, 그게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그렇죠.”서은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는 뭔데? 난 엄마인데도 몰랐는데, 나보다 더 열 내는 동서가 더 이상하지 않나?”조엄화는 곧바로 또 말을 돌렸다.“그럼 칠성이가 유정이라면, 왜 그땐 신희한테 사과하게 만든 거예요?”서은혜는 단호한 눈빛으로 쏘아붙였다.“나도 그게 궁금해. 혹시 신희가 유정이가 칠성이인 걸 미리 알고, 고의로 흠집 내려 했던 건 아니야?”“그럴 리가 없어요!”조엄화는 즉각 부인하자, 서은혜는 여자를 한 번 쓱 훑어보며 말했다.“이 일은 그냥 여기서 덮지? 괜히 더 파다간 누가 더 창피해질지 모르니까.”그 말만 남긴 채 서은혜는 말없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조엄화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고, 이를 악다물며 분을 삭였다. 부들부들 떠는데 이를 갈 듯한 표정이었다.그날 저녁, 유정과 백림은 함께 아파트에 도착했다.유정은 자신이 좋아하던 만화가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낸 터라,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 온 얼굴이 밝게 빛났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그런 유정의 모습을 본 백림은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왜 이렇게 신났어?”유정은 백림이 잘생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올려다보다, 손으로 남자의 얼굴을 감싸고는 살짝 입술에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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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0화

전시회가 끝난 뒤 곧바로 새해를 맞이했다.유정과 조백림은 새해 연휴를 맞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출발일은 12월 31일, 첫 번째 목적지는 NY 시였다.다들 타임스퀘어 한복판에서 수많은 인파와 함께 새해 카운트다운을 외쳤고, 귀청이 터질 듯한 환호 속에서 마지막 1초가 지나갔다. 이때 폭죽이 밤하늘을 찢으며 터졌고, 백림은 고개를 숙여 유정의 입술에 깁게 입을 맞췄다.유정의 눈동자에는 흥분이 머물러 있다가, 이내 놀라움으로 바뀌었고, 곧 그 맑은 눈에 펼쳐지는 불꽃들이 반사되어 온 세상이 반짝였다.두 번째 목적지는 FL 국이었다. 헬싱키의 템프리아키온 성당을 지나던 중, 그들은 우연히 한 성대한 결혼식과 마주쳤다.두 사람은 가만히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 구경할 겸 맨 뒤 자리에 앉았다.하얗고 웅장한 기둥, 고풍스럽고 절제된 인테리어가 자연스레 사람의 마음을 경건하게 만들었다.신부가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그렇겠다고 말하던 순간, 유정은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눈가에는 이내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결혼이란, 사랑의 완성이자 또 다른 시작일 수도 있겠지.’‘친구가 되어도, 가족이 되어도, 그저 평생 손을 놓지 않고 함께 있어 줄 사람. 그것이면 충분해.’그때 백림이 유정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 따뜻한 손바닥과 고동치는 맥박은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다.지금, 백림이 마음속에 생각하는 사람은 오직 유정뿐이라는 것을.결혼식이 끝나고, 신부가 부케를 던지는 순간, 백림은 유정의 손을 붙잡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나 낯선 사람인데! 부케까지 받으면 민폐 아냐? 조백림, 미쳤어?!”유정이 낮게 외쳤지만, 백림은 이미 분위기에 푹 빠져 있었다. 더 어이없는 건 진짜로 백림이 부케를 받아버린 것이다.유정은 깜짝 놀라 달아났고, 백림은 한 손에 부케를 들고 헐떡이며 뒤따라갔다.“자기야!”둘의 주변엔 어느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결혼하라거나 키스를 하라는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유정은 난감한 듯 웃으며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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