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5121 - 챕터 5130

5233 챕터

제5121화

“아주 잘했어요.”책임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본인 안전도 반드시 신경 써야 해요.”그러고는 곧 말을 이었다.“진 교수님과 학생 이야기는 따로 특집 기사로 내도 되겠네요.”“개인 위험까지 무릅쓰고 문화재를 지킨 정신을 널리 알릴 수도 있고, 동시에 아직도 숨어서 문화재를 노리는 사람들에게 경고 효과도 줄 수 있으니까요.”“그건 안 될 것 같아요.”희유는 곁눈질로 진백호를 바라봤다.진백호 역시 막 반대하려던 참이었다.희유는 얼른 말을 이었다.“기사 나가면 기자들도 오고 인터뷰도 해야 하잖아요. 교수님 지금은 쉬셔야 해요. 그냥 기사 안 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희유는 뉴스에 나오는 것도 싫었고, 이는 진백호 역시 마찬가지일 게 분명했다.거기에 백하도 거들었다.“지금 기사 나가는 건 교수님이나 희유 씨 안전에도 꼭 좋은 일만은 아닐 수 있어요.”책임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 말도 맞네요. 일단은 진 교수님 몸 회복이 제일 중요하니까. 특집 기사 건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죠.”희유는 그제야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곁눈질하니 백하가 몰래 웃고 있었고 희유는 못마땅한 눈으로 한번 흘겨봤다.거의 정오가 다 돼서야 진백호가 쉬어야 한다며 모두를 돌려보냈다.희유와 백하는 함께 밖으로 걸어 나왔다.백하는 자책하듯 말했다.“제 잘못이에요. 교수님이 전부터 문화재 노리는 주민들 조심하라고 하셨는데...”백하는 씁쓸하게 웃었다.“주변에 경비도 있으니까 설마 저렇게 대놓고 나올 줄은 몰랐어요. 제가 방심했어요.”희유는 고개를 저었다.“우리 다 예상 못 했잖아요. 앞으로 조심하면 돼요.”백하는 작게 대답했다.“네.”그러다 문득 희유를 바라보며 감탄하듯 말했다.“근데 진짜 오늘 희유 씨 다시 봤어요. 그렇게 용감할 줄은 몰랐거든요.”백하는 웃으며 물었다.“솔직히 칼 들이댈 때 무섭지 않았어요?”희유는 잠시 생각하다가 솔직하게 웃었다.“죽이겠다고 할 때는 안 무서웠어요. 근데 제 손 자르겠다고 할 때는 좀 무서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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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2화

“너희들도 파낸 다음 몰래 팔아서 돈 챙기는 거 아냐?”“무슨 고상한 척, 도덕적인 척은 다 하고 있어!”“우리 남편 잡아간 년 누구야! 나와봐!”“내가 그 년 얼굴 다 갈겨 버릴 테니까!”“당장 내 남편 풀어줘! 안 그러면 니들 우리 마을에서 못 버티게 될거야!”“어디서 왔으면 거기로 다 꺼져!”...숙소 아래에는 이미 사람들이 새까맣게 몰려 있었다.문화재를 훔치려다 붙잡힌 남자는 이 마을 사람이었고, 사건이 터지자 친척들이 모조리 몰려온 상태였다.삼촌, 고모, 이모, 친척들까지 전부 내려와 숙소 아래에서 악을 쓰며 욕설을 퍼부었다.게다가 점점 말이 더 험해졌다.나린은 원래 오는 길에 멀리서부터 이 사람들을 마주쳤었기에 희유를 숙소 안에 있게 하려 했던 것이다.그런데 결국 사람들까지 숙소 앞으로 몰려와 버렸다.나린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분을 참지 못했다.“적반하장도 정도가 있지. 진짜 무식해도 너무 무식하네요. 말도 안 통하는 사람들이에요.”원래 나린은 조용하고 점잖은 성격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자신이 아는 욕이란 욕은 전부 다 쏟아내고 있었다.경비원들도 급히 달려와 주민들을 몰아내기 시작했지만 주민들은 전혀 겁먹지 않았다.경비원들과 뒤엉켜 고함치며 계속 버텼다.그러고는 고고학 팀에게 남자를 풀어주라고 악을 썼다.안 그러면 여기서 절대 안 떠나겠다고까지 했다.남자는 이곳에 없고 이미 경찰서로 넘겨졌다고 경비원들은 계속 설명했다.게다가 문화재 절도는 중범죄라 자신들이 소란 피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라고 말했다.하지만 사람들은 당연히 들으려 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자기 남편 돌려내라며 소리 질렀다.그중 한 여자는 아마 문화재를 훔친 남자 아내인 듯했다.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더니 자기 허벅지를 치며 울부짖기 시작했다.“우리 남편 잡아가면 앞으로 우리 애들이랑 어떻게 살아!”“우리 남편 잘못되면 우리도 같이 죽어버릴 거야!”“니들이 우리 네 식구 다 죽이려는 거잖아!”얼마 지나지 않아 더 많은 경비 인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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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3화

희유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문화재를 훔치다 잡힌 남자 가족들이 또 찾아왔다는 생각이었다.하지만 경비원도 곁에 있었기에 크게 두려울 건 없다고 생각했다.희유는 대답하고는 손에 들고 있던 도구를 내려놓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사무동 밖으로 나오자 거센 바람과 모래바람이 정면으로 몰아쳤다.희유는 옷깃을 조금 더 끌어올린 뒤 경비원을 따라 자신을 찾는 사람 쪽으로 향했다.잎 하나 남지 않은 포플러나무 아래 한 남자가 서 있었다.거센 바람 속에서도 남자 모습은 소나무처럼 곧고 단단했고, 차갑고 날카로운 얼굴선은 깊고 선명했다.단지 눈빛 하나만으로도 사람 마음을 이상하게 안심시키는 남자였다.희유 걸음이 순간 멈췄다가 멍하니 그 남자를 바라봤다.살을 에는 추위 속인데도 온몸 피가 심장 쪽으로 한꺼번에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광활한 하늘 아래, 핏빛 석양 속에 서 있는 그 사람의 빛을 머금은 검은 눈동자까지.희유 꿈속에서 보던 모습과 완전히 똑같았다.바람은 점점 더 거세졌고 모래가 눈 안으로 들어와 눈시울을 금세 젖게 했다.남자는 곧 희유 쪽으로 걸어왔다.그러다 희유 얼굴 위 상처를 보자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명우는 손을 들어 희유 얼굴을 조심스럽게 쓸면서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거야?”평소 명우 손은 늘 서늘하고 거칠었는데 지금 희유의 얼굴 위에 닿은 손바닥은 이상할 만큼 따뜻했다.거센 바람도,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도, 모두 그 손끝 아래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희유는 목이 멘 듯 숨을 삼키고는 쉰 목소리로 불렀다.“명우 씨...”명우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누가 괴롭혔어?”명우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무슨 일 있었던 거야?”하지만 희유는 결국 웃고 말았다.그저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그러고는 작게 물었다.“근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요?”그러자 명우는 낮게 웃었다.“보러 왔지.”“설마 지나가다 들른 줄 알았어?”희유 가슴은 또다시 시큰하고 따뜻해졌다.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온기가 차오르는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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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4화

희유는 곧바로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는 급히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쉿. 명우 씨, 평범한 분도 아니면서 그런 말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괜히 분위기 해치는 말이라고 찍히면 어떡해요.”명우는 진지한 얼굴이었다.“난 그런 말 못 할 이유 없어. 나한테는 아무리 귀한 문화재라도 너보다 중요하지 않아.”희유 가슴이 순간 따뜻하게 흔들렸지만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나도 생각 없이 덤빈 건 아니에요. 그 사람 눈빛이 엄청나게 흔들리는 게 보였거든요. 겁먹은 상태라는 거 바로 알 수 있었어요.”희유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게다가 말투 보니까 현지 사람이었고요. 목숨 걸고 문화재 훔치러 온 건 결국 가족 때문일 거예요.”“가족이 있는 사람은 행동할 때 결국 망설이게 되거든요. 그래서 진짜 사람 죽일 생각은 없었을 거예요. 그냥 겁주려고 칼 꺼낸 거죠.”명우 눈빛은 깊고 날카로웠다.마치 희유 마음속까지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했다.“그 상황에서 정말 그렇게까지 생각했어?”희유는 순간 들킨 듯 얼굴이 붉어졌고 급히 젓가락을 집어 명우에게 건넸다.“얼른 먹어요. 다 식겠어요. 식으면 맛없단 말이에요.”명우는 젓가락을 들고 식사를 시작했다.그러다 문득 다시 고개를 들었다.“그 사람 가족들이 와서 난동 부리진 않았어?”희유는 눈을 크게 떴다.“와, 어떻게 그것까지 맞히는 거예요?”명우는 차분한 얼굴로 말했다.“이 지역 사람들은 오랫동안 반폐쇄적인 환경에서 살아왔어. 생각도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편이지 “외지 사람들한테 적대감 가지는 경우도 많고.”“현지 경찰들을 무서워해도 너희 같은 외부 사람들은 안 무서워하니까. 당연히 여기 와서 소란 피우는 거야.”희유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난 잘못한 거 없잖아요. 떠들고 싶으면 떠들라 하죠. 게다가 주변에 경비도 많아서 진짜 무리한 짓은 못 해요.”명우는 별말 하지 않고 대신 조용히 물었다.“진백호 교수님은 좀 어떠셔?”“머리 쪽 상처가 꽤 심하긴 했는데 병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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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5화

희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역시 모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진백호는 희유를 한번 바라보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이런 일도 있었군요.”장국철은 의자에 앉으며 설명했다.“사실 진백호 교수님 사고 나기 전부터 위험한 일을 겪는 경우가 계속 있었어요.”“그래서 저희도 교수님들 안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고요.”“면적은 넓은데 경비 인력은 부족하죠. 게다가 고고학 팀은 현지인들만큼 지형에 익숙하지도 않고요.”“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 고려해야 했거든요.”장국철은 말을 이어갔다.“한창 골머리 앓고 있을 때 위에서 명우 씨를 보내주셨어요.”“최신 감시 장비와 정찰 장비도 함께 들어왔고 사복 경찰 오십 명도 같이 배치됐고요.”“좋은 소식 전해드리려고 급히 오던 길이었는데 오는 도중 교수님 사고 소식을 들었고요.”장국철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생명에는 지장이 없어서 정말 천만다행이에요. 아니었으면 저도 책임 피하기 어려웠겠죠.”진백호는 국가 최고급 문화재 복원사이자 고고학자였고, 사실상 국보급 인물이었다.만약 자신 담당 지역에서 진백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장국철 자리 역시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진백호는 웃으며 말했다.“전 괜찮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그러고는 다시 명우를 바라봤다.“그래도 명우 씨가 여기 온 건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진백호 웃음에는 묘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고생 많네요.”명우는 깊고 차분한 눈빛으로 답했다.“맡은 임무일 뿐이지 고생이라 할 건 없어요.”희유 심장은 계속 쿵쿵 뛰고 있었다.희유는 몰래 니트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자기 팔을 살짝 꼬집었다.아픈 감각에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마음속 기쁨은 도저히 숨길 수 없었다.‘명우가 왔어. 그리고 이제 떠나지 않아!’물론 진백호가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 의미도 알고 있었다.명우는 결국 희유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밤이 완전히 내려앉은 뒤, 사람들은 하나둘씩 진백호 숙소를 떠났다.백하는 장국철을 비롯한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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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6화

희유는 그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됐다.석유가 갑자기 강화주에 오지 않겠다고 한 이유도 이제 알 것 같았다.그러고 보니 자신과 명빈도 몰래 작당했다고 생각하니,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왔다.자기랑 명빈만 몰래 계획 세운 줄 알았더니, 명우와 석유도 이미 다 이야기를 끝낸 상태였던 것이다.희유는 웃으며 물었다.“언니한테는 언제 말한 거예요?”명우는 보육원에서의 그날 오후를 떠올렸다.희유를 기다리며 석유와 함께 벤치에 앉아 있을 때, 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희유가 자신 없는 지난 몇 년 동안 어떻게 변해왔는지.그리고 석유가 희유를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그때 석유가 물었었다.“희유가 정말 2, 3년 뒤에야 돌아온다면 기다릴 건가요?”그때 명우는 이렇게 대답했다.“기다릴 필요 없어요. 희유가 있는 곳으로 제가 가면 되니까요.”석유는 잠시 멍하니 명우를 바라보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앞으로는 명우 씨가 희유 곁에 있어 주세요.”석유 목소리에는 묘한 안도감과 홀가분함이 섞여 있었다.마치 이제야 명우의 감정을 완전히 믿게 된 사람 같았고 이제야 정말 마음 놓고 뒤로 물러난 듯했다.명우는 낮게 말했다.“석유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이번엔 명빈이 제대로 붙잡았으면 좋겠네.”희유는 확신에 찬 얼굴로 웃었다.“잘될 거예요.”“명빈 씨가 언니를 강성에 남게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반은 성공한 거예요.”석유의 성격상 정말 아무 감정도 없는 사람 때문에 남을 리 없었다.석유는 늘 자기 감정과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행동하는 사람이었다.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고 어떤 관계에도 얽매이지 않았다.그러니까 석유가 명빈의 곁에 남은 건, 고마워서도 아니고 빚 갚으려는 것도 아니었다.석유는 자기 선택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두 사람은 어느새 숙소 건물 근처까지 걸어왔다.희유가 물었다.“어디서 지낼 거예요?”숙소는 앞뒤 두 동으로 나뉘어 있었다.앞쪽은 남자 숙소, 뒤쪽은 여자 숙소였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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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7화

숙소로 돌아왔을 때도 희유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볼은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었고 맑은 눈동자에는 물빛 같은 윤기가 어려 있었다.나린은 책상에 앉아 작업 일지를 쓰고 있었다.이윽고 고개를 돌려 희유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물었다.“무슨 좋은 일 있어요? 마을 사람들 난리 친 건 해결됐어요?”희유는 웃으며 되물었다.“그렇게 티 났어요?”나린은 피식 웃었다.“그걸 꼭 봐야 알아요? 희유 씨 들어온 순간부터 방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는데.”희유는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고 그저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저 샤워하고 올게요.”나린은 조심스럽게 당부했다.“얼굴 상처에 뜨거운 물 닿지 않게 조심해요.”“알겠어요.”희유는 겉옷을 벗고 잠옷을 챙겨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마침 휴대폰에 명우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숙소 정리 다 끝났어. 걱정하지 마.]희유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내가 언제 걱정했어요? 일부러 핑계 만들어서 연락하는 것 같은데요?]명우 답장은 금방 도착했다.[들켰네? 우리 희유 진짜 똑똑하네?]희유는 휴대폰을 들고 혼자 바보처럼 웃었다.나린은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희유를 바라봤다.희유가 평소보다 훨씬 이상하다고 느껴졌다.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눈 뒤, 희유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책상 앞에 앉았다.오늘 작업하면서 따로 정리해 둔 기록 노트를 펼쳐 테이블 위에 올렸다.“나린 언니. 저 몇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전문 분야는 사람마다 달랐다.희유는 벽화나 회화 복원 쪽에 강했고 나린은 옥기 복원이 전문이었다.오늘 희유는 출토된 옥기를 접하면서 모르는 부분들을 따로 기록해 뒀다.돌아와서 나린에게 물어보려고 남겨둔 것이었다.나린은 차분하게 웃었다.“내가 가르침 까지는 못드리는데...”그러고는 웃으며 말했다.“마침 저도 희유 씨한테 물어보고 싶은 거 있었어요.”두 사람은 각자 노트를 펼쳤다.휴대폰으로 찍어둔 사진까지 함께 비교해 가며 이야기를 나눴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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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8화

두 사람은 진백호에게서 나온 뒤 묘지로 향할 준비를 했다.희유는 속으로 명우에게 전화라도 해볼까 고민했다.아직 명우의 구체적인 업무 배치가 어떻게 된 건지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주차된 차 쪽으로 갔을 때, SUV 창문이 내려가고 남자가 고개를 돌려 바라본 순간 희유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백하가 반갑게 외쳤다.“형님! 오늘은 형님이 직접 저희 태워서 묘까지 가는 거예요?”명우 시선이 희유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더니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앞으로 아마 계속 내가 맡게 될 거예요. 타세요.”그제야 희유는 상황을 이해했다.희유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남자를 향해 웃고는 곧바로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백하는 조수석에 앉으며 과장되게 말했다.“와. 명우 형님이 직접 운전까지 해주시다니. 이거 저 무슨 대우받는 거 같아요.”백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진짜 몸 둘 바를 모르겠는데요?”명우는 검은색 아웃도어 재킷 차림이라 차분하고 냉한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졌다.두 손으로 안정감 있게 핸들을 잡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평범하게 받아들이세요.”백하는 고개를 돌려 희유를 바라보고는 씩 웃었다.“최대한 노력해 볼게요.”차는 마을을 빠져나와 긴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희유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다 문득 다시 명우와 함께했던 그 무인지대 여행을 떠올렸다.하지만 이번 감정은 며칠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지금 희유의 시야 끝에는 그 남자가 있었다.3년 전처럼, 명우는 정말로 다시 희유의 곁에 와 있었다.백하는 명우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명우가 딱히 대답을 많이 하지 않아도 혼자 신나서 떠들어댔다.닫힌 차 안에서는 백하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그러다 잠시 후 백하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희유를 돌아봤다.“근데 희유 씨 왜 이렇게 조용해요? 명우 형님 보면 제일 먼저 난리 칠 줄 알았는데...”“오늘 왜 이렇게 얌전해요? 나 있다고 부끄러운 거예요? 그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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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9화

희유는 명우와 백하가 사람들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봤다.열려 있는 차창 사이로 사람들 속에서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왔다.“이 길 공사할 때 우리 남편도 같이 일했어!”“이 길은 사실상 우리 남편이 만든 거나 다름없다고!”“당신들이 이 길 지나가는 것도 다 우리 남편 덕인 줄 알아야지!”“근데 지금 당신들 때문에 우리 남편이 잡혀갔어!”“양심에 안 찔려? 밤에 악몽도 안 꿔?”“우리 남편 안 풀어주면 앞으로 이 길 못 지나가게 할 거야!”“앞으로 우리 매일 여기 와서 막을 거니까!”...희유는 듣다 미간을 찌푸렸다.대체 무슨 같잖은 논리인가 싶었다.그런데도 저 여자는 너무도 당당하게 말하고 있었다.백하가 앞으로 나가 따지기 시작했지만, 아무리 말재주가 좋아도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게다가 상대는 혼자가 아니라 한 무리였다.길이 막힌 고고학팀 사람들도 모두 초조해하고 있었다.계속해서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언쟁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그때, 고고학팀 사람들 사이에서 겨자색 패딩을 입은 여자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남편 잡은 건 진희유 씨인데 왜 우리를 붙잡고 난리예요? 진희유 씨를 찾아가요!”“이건 우리랑 아무 상관도 없는데 왜 우리까지 못 가게 막는 거예요? 이 추운 날씨에 사람 얼어 죽겠네! 진짜!”백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고개를 홱 돌려 그 여자를 바라봤다.여자 이름은 유영선이었고, 경성 박물관에서 파견 나온 사람이었다.이곳에 온 사람들 대부분은 자원해서 지원한 경우였지만, 일부는 경력 한 줄 채우려고 온 경우도 있었다.유영선은 딱 후자였다.평소에도 식당만 가면 불평을 늘어놓곤 했다.날씨가 춥다느니, 바람이 너무 세다느니, 음식이 입에 안 맞는다느니.오늘은 아마 이 마을 사람들에게 길이 막혀 밖에 오래 서 있게 되자, 추위 때문에 쌓여 있던 짜증이 한꺼번에 터진 모양이었다.결국 희유 이름까지 그대로 내뱉어버렸다.주변 사람들 표정도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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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0화

“제 말 이해했어요?”이 사람들은 악랄하긴 했지만 바보는 아니었다.말뜻을 알아듣자마자 표정이 제각각 변했다.그중 한 남자가 곧바로 앞장서 난동을 피우던 여자에게 말했다.“형수님, 일단 돌아가는 게 낫지 않겠어요?”“맞아요, 맞아요.”“지금 저 안에 있는 거 아니잖아요. 여기 사람들 막아봤자 소용없어요.”심지어 다른 여자 친척들 태도도 아까와 달라지더니 다들 여자를 말리기 시작했다.이에 여자는 화가 치민 얼굴로 소리쳤다.“다들 겁난 거예요? 그러면 우리 남편은 어떡하라고요!”“형수님, 저 먼저 가볼게요.”여자 옆에 있던 남자가 머쓱하게 한마디 남겼다.그는 감히 명우 쪽은 쳐다보지도 못한 채 사람들 틈을 밀치고 허겁지겁 도망쳤다.다른 사람들도 그 모습을 보자 하나둘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떴다.순식간에 여자는 혼자만 남게 됐고 주변 모든 고고학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곧 백하가 차갑게 웃었다.“다 갔는데 아직도 안 가세요? 남편분 진짜 중형 받게 하고 싶으세요?”여자는 눈을 부릅뜬 채 사납고 억센 얼굴로 소리쳤다.“겁주지 마! 오늘 나한테 설명 안 해주고 진희유가 누군지도 안 알려주면 다들 여기 못 지나가!”그러나 명우는 여자 고함 따위는 아예 무시하고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다들 차에 타세요.”사람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명우 말을 따랐다.더 이상 여자에게 신경 쓰지 않고 각자 자기 차로 향했다.여자는 허리에 손을 얹고 길 한가운데 버티고 섰다.“이 길 지나가고 싶으면 내 몸부터 밟고 지나가!”사람들 걸음이 잠시 멈췄지만 명우만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기 차로 향했다.차가운 목소리가 칼날처럼 모래바람을 가르며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차들 전부 옆으로 붙이세요. 제 차가 선두로 지나갈 거예요. 무슨 일이 생기든 책임은 내가 져요.”백하는 존경 어린 눈빛으로 명우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얼른 뒤를 따라갔다.다른 사람들도 곧 차를 시동 걸어 길 양쪽으로 붙였다.도로 한가운데 통로가 생겨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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