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범아,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지만 아빠의 예상이 틀리지 않을 거야. 너희들은 일단 시내를 떠나 우리 고향으로 돌아가거라. 좀 이따가 너희 엄마께 말씀드려.”정군호는 더 이상 늙은 아내의 속셈을 헤아리려 하지 않았다. 일단 자신의 자손들을 보호하는 게 먼저라고 여겼다.“아빠, 괜한 걱정하시는 것 같아요. 분명 아무 일도 없는데...”그들 형제는 떠나고 싶지 않았다.“내가 괜한 걱정을 하는 게 아니야. 때가 되면 너희들도 알게 될 거야. 아직 나를 아버지로 생각한다면 내 말을 좀 들어.”“아빠, 그럼 저는 엄마한테 이혼에 관한 얘기하러 가볼게요.”정일범은 핑계를 대며 먼저 자리를 떴고 두 동생도 각각 핑계를 대며 사라졌다.정군호는 속이 터질 듯 화가 났지만 세 아들에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아들들이 번화한 강성을 떠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본 정군호는 일단 손자들만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계획해 며느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물론 조윤에게는 연락하지 않았다. 정일범의 아이들은 방학을 맞아 외갓집으로 갈 테고 그들 부부는 이혼 소송 중이라 아이들은 어머니를 선택할 것이 분명했다.그렇게 되면 설령 이씨 가문의 주인이 바뀌더라도 아이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하여 정군호는 둘째 아들과 셋째 아들의 아이들만 데려가기로 했다.두 며느리는 별생각 없이 방학이 되면 집안이 시끄러워질 것을 걱정하고 있던 참에 정군호가 아이들을 데려가 방학을 보내게 하겠다고 하자 기쁜 마음으로 아이들을 보냈다.결국 정군호는 아이들만 데리고 강성 시내를 떠났다.하예진은 사무실에서 커피 두 잔을 들고 소파에 앉아 있는 성기현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커피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오빠, 커피 한 잔 드세요.”“고마워.”성기현은 뜨거운 커피를 받아 마시지 않고 테이블 위에 살며시 내려놓았다.하예진이 앉으려는 순간 내선 전화가 울렸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하 대표님, 이 가주님께서 오셨습니다. 대표님을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뭐라고?’하예진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