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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1화

“바빠.”선우민아는 짧게 답했다.“언니가 항상 바쁜 건 알지만 저녁에 잠깐이라도 전화 한 통 못해요? 가족들 모두 언니 생각에 잔뜩 기다리고 있단 말이에요. 특히 우리 민기가 매일 누나가 언제 돌아오냐고 묻고 있거든요.”그들은 사실 전창빈의 요리 솜씨가 그리웠다.선우민아가 출장을 가면서 전창빈을 데려간 사실이 어린 선우민기에게는 천지가 무너지는 일이었다. 전창빈은 친근한 매력이 넘쳤고 요리 실력도 매우 뛰어났기에 선우씨 가문의 두 아들놈은 특히 그를 좋아했다.물론 이런 진심은 선우민아에게 말할 수 없으니 그냥 그녀가 보고 싶다고 둘러댈 뿐이었다.동생들이 무슨 심보인지 모를 리 없는 선우민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창빈 씨가 만든 요리가 그리운 거겠지.”집에는 전창빈 외에 다른 요리사들도 있었다.엄밀히 말하면 전창빈은 선우민아의 전속 요리사였다. 가족들은 그녀 덕분에 전창빈의 요리를 맛볼 수 있었을 뿐이다. 다른 요리사들은 전창빈만큼 뛰어나지는 않지만 5성급 호텔 셰프에 버금가는 실력이었다.선우씨 가문 사람들도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지만 선우민아만큼 입이 짧지는 않았다.“창빈 씨가 그리운 건 사실이에요. 그분이 만든 디저트도, 푹 고은 국물도, 볶음 요리까지... 언니, 어떻게 그렇게 젊은 나이에 그렇게 잘할 수 있대요?”선우민아가 대답했다.“어렸을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다잖아. 취미로 시작한 일이지. 취미가 아니었다면 우리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거야.”그는 매일 새로운 도전에 열정을 쏟았다. 다양한 요리법을 연구하며 같은 메뉴라도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하여 비슷한 메뉴가 나와도 매번 새로운 맛을 선사했기 때문에 전혀 질리지 않았다.전창빈이 그녀의 전속 요리사가 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전의 어떤 요리사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적어도 지금까지는 그의 요리에 싫증 난 적이 없었고 오히려 매일 어떤 새로운 맛을 선사할지 기대되는 정도였다.“그 사람 자체가 생각나는 건 아니고?”선우민아가 동생을 놀리듯 말했다.“언니, 또 시작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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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2화

선우민아는 가문의 어른들이 그녀와 선우정아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것을 반대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현재 선우씨 가문의 사업은 주로 그녀와 선우정아가 이끌고 있다. 셋째와 넷째는 나이가 어려 아직 가업을 물려받기에는 역량도 부족했고 때가 이르기도 했다. 두 남동생이 가족 사업을 이어받지 않는 한 그녀와 선우정아는 계속 가문을 위해 헌신해야 했다.선우씨 가문에 딸이 많아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그녀 역시 오랜 시간을 들이고 수많은 고생을 겪어야만 업계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다.선우정아가 웃으며 말했다.“언니, 저도 말했잖아요. 저는 정말 창빈 씨를 사랑하지 않는다고요.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죠. 우리가 창빈 씨의 배경을 조사해 봤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 사람을 제대로 아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 거로 고민할 필요 없어요. 요즘 언니는 식사를 잘하고 있죠?”“응. 누군가 밥을 챙겨주니까 속도 편안해졌어. 걱정하지 말고 우리 가문과 회사 일을 잘 챙겨. 문제 생기면 바로바로 전화하고.”선우정아가 말을 이었다.“근처 용씨 가문이 우리에게 협업을 제안했어요. 두 번이나 찾아왔는데 얘기가 잘 안 됐거든요. 그분에 대한 인상이 너무 안 좋아요. 저는 왠지 그분이 좋은 사람 같게 느껴지지 않아요. 저를 볼 때마다 다른 의도가 있는 눈빛이거든요.”선우민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협업을 원치 않는다면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 없지. 용씨 가문은 스캔들도 많고 현임 대표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야. 가문 내부에서도 큰 사건이 있었고 지금 대표도 대리 대표이니... 용씨 가문의 용의 도템도 없고 전용 도장도, 권한 증표도 없어. 그래서 명분도 없는 대리 주인 노릇이나 하는 거지. 가문 내부도 겉보기처럼 단합된 게 아니라 그냥 지금 대표의 폭력에 눌려 있는 것뿐이야. 게다가 여자를 밝히는 놈이야. 예전에 나한테도 접근했었어. 협업하자고 하더니 나를 그의 여자로 만들려고 했었지. 이혼하고 나랑 결혼해준대...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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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3화

선우민아가 입을 열었다.“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면 이렇게 전해. 우리 선우씨 가문과 협력하고 싶다면 진짜 대표님을 보내서 얘기하자고. 그 사람은 대리 대표일 뿐 진짜 주인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아무런 결정권도 없잖아.”선우정아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언니, 그 말을 용 대표님에게 했다간 그 자리에서 폭발할걸요! 알다시피 그놈은 진짜 대표가 되는 꿈만 꾸고 있잖아요. 하지만 아쉽게도 도템도 전용 도장도 없으니.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매수해도 진짜 주인이 될 수는 없죠. 명분도 없고 정당성도 없으니까.”용씨 가문 쪽에서는 지난 몇 년간 용태호에게 아첨하는 자들은 그를 ‘용 대표님'이라고 불렀지만 양심적인 사람들은 그가 진짜 대표가 아니라고 일갈했다.몇 년 전에 전직 대표의 온 가족이 몰살당했는데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는 다들 알고도 모른 척할 뿐이다.“그자가 이렇게까지 발버둥 치는 이유는 도템과 권한 증표, 그리고 전용 도장을 찾으려는 거야. 전직 대표가 가져갔을 것 같은데...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는데 온 가족이 전부 죽었을 리 없어.”분명 도망친 사람이 있을 것이다.소문에 따르면 전직 대표의 어린 아들이 보모의 도움으로 탈출했다고 한다. 다만 그 아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를 뿐이다.사건이 발생한 지 몇 년밖에 안 됐으니 그 아이는 당시 한 살이 채 되었을까 말까 한 상태였기에 현재 살아있다 해도 많아야 서너 살 정도일 터였다.서너 살짜리 아이는 막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다. 그런 아이가 가문의 짐을 질 수 있을 리 없고 과거의 비극을 밝힐 힘도 없을 것이다.오히려 선우민아는 그 아이가 평생 진실을 모른 채 살기를 바랐다. 부모의 보호도 없이 모든 것을 잃은 아이가 설사 누군가에게 거두어져 훌륭하게 자란다 해도 지금의 용태호를 상대하기는 어려웠다.조금만 실수하면 그 아이는 가족과 다시 재회할 위험에 처할 것이다. 그의 부모와 가족들이 목숨을 걸고 그를 탈출시킨 이유는 단지 그가 평범하게 자라서 행복한 삶을 살기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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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4화

선우민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전창빈이 그녀를 위한 점심 식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왔다.“아가씨, 점심시간입니다.”전창빈은 방금 만든 요리를 하나씩 테이블 위에 펼쳐 놓았다.선우민아가 혼자 먹을 거라 세 가지 반찬과 국 하나만 준비했다.딱 한 사람 분량이었다.선우민아는 입맛이 까다로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지 않았고 따라서 많이 먹지도 못하는 편이었다.선우민아는 오늘의 요리들을 살펴보았다. 어제와는 또 다른 요리들이었지만 여전히 색과 향이 조화를 이루며 완벽함을 뽐내고 있었다.전창빈은 세심하게 그녀를 위해 국물을 떠주며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도록 국물부터 마시라고 권했다.실내는 따뜻해 선우민아는 평소 입던 양복만으로도 충분했기에 두꺼운 외투는 필요 없었다. 밖에 나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엘리베이터로 지하 주차장까지 내려가면 차에도 난방이 되어 있었기에 전혀 춥지 않았다.다만 공장을 시찰할 때만큼은 두꺼운 외투를 걸쳐야 했다.“한성에 볼만한 곳이 많은데 시간 나면 가끔 나가서 산책도 좀 해요. 매일 호텔에만 있지 말고.”전창빈은 단순한 요리사가 아닌 성공한 사업가이기도 했기에 선우민아는 그를 호텔에만 가두는 것이 좀 미안했다.선우씨 가문을 벗어나면 전창빈은 다른 이들에게 ‘전 대표님'이라 불리는 인물이었으니까.전창빈의 진짜 배경을 알게 된 후 선우민아는 그를 대하는 태도마저 달라졌다.그녀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사업을 일으킨 성공한 사람들을 존경했다.전창빈도 그중 하나였다.선우민아 본인도 능력은 있었지만 운이 좋아 금수저를 물고 선우씨 가문에서 태어나 최고의 교육을 받고 선조들이 일군 거대한 기업을 물려받았다고 생각했다. 만약 스스로 창업해 백수에서 시작한다면 자신이 몇 년이나 걸려야 일어설 수 있을지, 언제쯤 자신만의 천하를 가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전창빈이 말을 이었다.“시내에 볼만한 곳은 한가할 때 다 돌아봤어요. 교외 관광지는 다니지 않을 생각이에요. 여기에서 너무 멀어서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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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5화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특산품도 사 오셨어요? 저는 가끔 시간 내어 나가서 산책은 해도 특산품을 사볼 생각은 안 했는데. 제가 입맛이 까다로워서 맛있다고 느끼지 않으면 사고 싶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여러 지역의 특색 요리나 간식 중에서도 선우민아가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았다.전창빈이 말을 이었다.“저는 어디로 가든지 항상 현지 특산품을 사서 가족들에게 맛보게 하려고 집에 가져가요. 가끔 많이 사면 친척이나 친구들한테도 나눠주죠.”전창빈은 말을 할 때면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가 웃으며 바라보는 눈빛을 받으면 선우민아는 그가 마치 자신을 좋아하는 것만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선우민아처럼 냉철한 성격의 사람도 부드러운 전창빈을 마주하면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선우정아가 전창빈을 처음 만났을 때 그에게 특별한 호감을 느끼며 자주 칭찬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의 이런 모습을 지켜본 선우민아는 동생이 전창빈을 좋아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식사는 하셨나요?”선우민아는 시선을 거두며 전창빈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그녀는 우아한 자세로 점심을 즐기고 있었는데 얼굴에는 전창빈이 준비한 점심에 대한 만족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저는 좀 이따가 먹을 거예요.”전창빈은 자신의 미래 아내가 그녀를 위해 준비한 음식을 우아하게 맛보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그는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가 아마도 선우민아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전씨 할머니도 대단하셨다. 천릿길도 마다하지 않고 이곳까지 와서 그토록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손녀 며느리를 골라주셨으니 말이다.전창빈의 요리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다면 선우민아의 마음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심지어 전이혁처럼 전씨 할머니가 정해주신 미래의 아내를 포기하고 스스로 여자를 찾아다녀야 했을지도 모른다.전창빈은 스스로 마음에 드는 상대를 고르고 그녀에게 애정 공세 하는 것은 시간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았기에 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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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6화

전창빈은 따뜻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아가씨께서 괜찮으시다면 그럼 영광스럽게 동석하겠습니다.”“창빈 씨는 보기에도 교양과 소질이 모두 뛰어나고 부드러운 인상을 주고 있어요. 아직 함께 식사를 해 본 적 없지만 식사 매너도 나쁘지 않을 거로 생각해요.”전창빈은 미소를 지으며 선우민아를 마음속으로 칭찬했다.‘과연 내 아내군... 눈썰미가 빼어나네!'“아, 뭐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전창빈은 여전히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질문이 끝나기를 기다렸다.“설날에 고향에 내려가실 건가요? 우리 지역에서 관성까지는 꽤 먼데. 듣자 하니 관성은 겨울에도 춥지 않다고 하던데.”전창빈이 답했다.“제가 고향에 가면 아가씨의 삼시 세끼는 어떻게 해결하시려고요? 해결방안이 있다면 한 번쯤은 돌아가려 합니다. 우리 할머니께서 연로하셔서 명절마다 형제들이 모두 집에 오기만을 바라시거든요. 평소에는 각자 생계를 위해 흩어져 지내다 보니 형제들이 모두 모이기 쉽지 않아요.”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전창빈을 조사해본 선우민아는 그에게 친형제 둘과 사촌 형제 일곱 명, 총 아홉 형제가 있었다.그녀 집안과는 정반대였다.선우씨 가문에는 딸이 많고 아들이 적은 편인데 전씨 가문은 그 반대였다.선우씨 가문의 어른들께서 만약 전씨 가문의 상황을 아시게 된다면 부러워서 뒷목을 잡을 판이다.“지금도 모두 함께 사시나요?”선우민아는 모르는 척 물었다.“네. 고향에 돌아가면 조상님들로부터 물려받은 저택에서 함께 삽니다. 평소에는 각자 직장 근처에 아파트를 사거나 세 들어 생활하죠. 출근하기 편하게요.”선우민아가 다시 물었다.“형제자매는 모두 몇 분이세요?”“저희 이번 세대는 형제만 아홉 명입니다. 제가 여섯째고요. 여자 형제는 없어요. 집안을 몇 대 거슬러 올라가도 딸이 태어난 적이 없거든요. 딸이 태어나도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고 해요. 우리 할머니께서는 늘 세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들이 손자 아홉 명이나 낳았다고 한탄하세요. 며느리 중 단 한 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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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7화

전창빈이 말했다.“남동생이 자란다고 해도 꼭 가업을 잇는 능력이 있다는 보장은 없죠. 민아 씨는 여자지만 선우씨 가문의 일원이기도 하고 가업을 이을 능력도 갖추었는데 왜 남녀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전씨 가문에는 그런 생각이 없었다.전씨 할머니의 말씀대로 능력이 있다면 장남이 가업을 잇고 장남에게 능력이 없으면 가장 유능한 자손이 이어야 한다고 했다. 꼭 장손일 필요는 없다는 의미였다.만약 딸이 가업을 이을 능력이 있고 원한다면 가능한 일이지만 원하지 않는다면 억지로 시키지는 않는다.전씨 가문의 어른들이 손녀를 갈망하는 정도로 보면 전창빈은 앞으로 조카딸이나 딸이 생겨도 가업을 맡기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가문을 이끄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보물 같은 자식을 힘들게 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선우민아는 배불리 먹고 나서 수저를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담담히 말했다.“만약 정말로 가업을 이을 능력이 없다면 회사는 여전히 우리가 관리하겠지만 지분 대부분은 두 동생에게로 돌아갈 거예요. 우리 자매들은 조금밖에 받지 못하죠. 공짜로 일만 시키지는 않겠지만 가업을 완전히 물려받을 수는 없어요. 지분은 결국 동생들이 그들의 자손들에게 물려줄 테니까요.”현재 선우씨 가문 회사 지분 대부분은 여전히 어른들 손에 있었다. 선우민아와 선우정아는 작은 부분만을 보유하고 있고 그나마 그녀가 선우정아보다 조금 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저는 그런 건 신경도 안 써요. 이미 경험도 쌓았고 자금도 있어 이미 직접 회사를 차렸어요. 동생이 가업을 이을 때쯤이면 선우씨 가문을 떠나더라도 여전히 업계에서 우뚝 설 수 있을 거예요.”선우민아는 남동생 선우민기와의 경쟁을 피하려고 원림성 A시가 아닌 다른 대도시에 자리 잡고 있는 회사에 투자했다.현재 그녀의 개인 자산도 상당하여 여자 재벌 반열에 올라 있었다.물론, 선우씨 가문의 모든 것을 계속 관리하는 것도 가능했다. 선우민기가 아직 어려서 10년 이상은 더 있어야 가업을 이을 수 있었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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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8화

전씨 가문의 형제 중에서 나이가 어릴수록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막내인 전지율은 학교에서도 전씨 가문의 아홉째 도련님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상류 사회에서 그를 본 사람 또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전씨 할머니는 그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까지는 외부의 어떤 간섭도 받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하셨다. 그리고 그들이 더 이상 공부를 계속하지 않고 일을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그들을 데리고 여러 중요한 연회에 참석시켜 몇 번 모습을 드러내게 했고 전씨 가문의 손자인지를 알게 했다.하지만 사람들이 그들을 기억할지는 전적으로 그들의 능력과 관성에서의 영향력에 달려 있었다.만약 형제들이 밑바닥부터 시작하고 싶어 하면 전씨 할머니는 그들을 연회에 데려가지 않으시고 평범한 사람으로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도록 지켜보셨다.이 말을 들은 선우민아는 상당히 흥미로웠다.“그렇다면 관성에는 큰 사업에 관한 기회가 많다는 말이군요.”“어떤 업종에 관련되느냐에 따라 다르죠. 최근 2년간은 사업하기 좀 어려워졌어요. 모든 업종이 포화 상태라서 동업자들과 협력하지 않는 한 관성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거든요.”선우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그렇군요. 우리 지역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다 먹었어요. 오늘 음식은 문제없이 맛있었고 지난번에 지적한 부분도 모두 고쳐주셔서 아주 만족스러웠어요.”전창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수저와 그릇들을 치웠다.그녀의 만족스럽다는 말 한마디에 잘생긴 전창빈의 얼굴에는 미소로 가득했다.“감사합니다. 더 노력해서 매번 만드는 요리마다 아가씨를 만족시키고 먹고 또 먹고 싶게 노력하겠습니다.”그릇과 수저를 다 정리한 전창빈은 곧바로 선우민아의 사무실을 떠나 호텔로 돌아가 식사하려고 했다.선우민아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그는 항상 그녀의 음식을 따로 준비했다. 그녀가 배불리 먹은 후에야 호텔로 돌아가서 식사하곤 했다.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을 맛보는 것도 괜찮았지만 가끔은 스스로 요리 한두 가지를 만들어 간단히 먹기도 했다.전창빈은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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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9화

장소민은 막내를 격려했다.“호감은 곧 좋아함의 시작이란다. 잘해주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면서 먼저 그녀의 입맛을 사로잡아. 그러면 점점 너 없이는 못 살게 될 거고 네가 아내를 얻는 데 성공한 셈이지. 너희 할머니께서 왜 그렇게 입맛 까다로운 여자를 골라주셨는지 모르겠구나. 내 생각에는 할머니께서 너희 형제들에게 정해주신 여자들은 다 먹보들인 것 같아. 할머니 본인이 미식가라서 음식에 철저하시다 보니 너희들에게도 먹보를 골라주신 모양이야.”장소민은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하예정, 여운초, 고현는 전부 먹보였다. 넷째 전이혁은 전씨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여자를 포기했으니 지금 그가 좋아하는 여자가 먹보일지는 아직 미지수였다.만약 손자 아홉 명이 전부 먹보 여자와 결혼한다면?명절 때마다 그야말로 진수성찬 천지가 될 것이다.장소민은 먹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나왔다.먹보들은 먹는 것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요리도 잘하는 법이다.다만 여운초는 예전에 눈이 안 보여서 요리를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볼 수 있게 되었어도 전이진이 그녀가 부엌에 들게 하지 않아 그저 먹기만 할 뿐이다.전창빈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먹보라도 나쁠 건 없어요. 민아 씨 같은 경우는 입맛이 까다롭지 않았다면 제가 이렇게 진보하지도 못했을 거예요. 엄마, 제가 처음에 민아 씨게 만들어 준 음식은 정말 매일같이 지적당했거든요. 고쳐보라고 조언해 주더니 심지어 제가 지은 밥까지도 트집을 잡더라니까요. 민아 씨가 일할 때면 저는 틈틈이 요리 연습을 하고 그녀가 지적한 부분을 고치곤 했어요. 오늘은 점심을 먹는데 아무런 지적도 없이 오히려 고친 부분이 더 맛있다고 칭찬해 주시더라고요.”요리 이야기가 나오자 전창빈은 말이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떠들었다.선우민아가 자신의 요리 실력을 인정해준 것이 전창빈에게는 무척 기쁜 일이었다.심지어 평범한 사람이 5백만 원 복권에 당첨된 것보다 더 큰 기쁨일지도 모른다.그는 선우민아가 입맛이 까다롭고 음식에 철저하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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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0화

전창빈은 잠자코 말이 없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엄마, 민아 씨가 우리 집에 태어났으면 어쩌시려고요? 그럼 엄마 막내며느리가 없는데... 엄마가 안쓰러워하시면 나중에 시집온 뒤에 잘 대해주시면 되잖아요. 친딸처럼 아껴주시면 되죠. 큰형수님 대하듯이요.”전창빈이 눈에는 부모님은 큰형수님을 친딸처럼 대하셨다.비록 장소민 부부와 하예정이 자주 만나지는 않고 함께 살지도 않지만 명절 때마다 하예정 부부가 돌아와 어른들과 만날 때면 모두가 화목하게 지냈고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도 전혀 없었다.하여 전창빈은 그의 부모님이 시부모로서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결코 하예정 부부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으셨고 아들 앞에서 며느리의 험담을 하지도 않으셨으며 항상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셨다.하긴, 거리가 아름다움을 만드는 법이니까.장소민이 말을 이었다.“엄마는 평생 너희 형제 둘만 낳았단다. 딸은 바라지도 못하겠고 손녀가 있을지도 미지수야. 며느리 둘밖에 없으니 며느리를 딸처럼 키울 수밖에 없지. 민아 씨가 네 큰형수님처럼만 한다면 엄마도 함부로 대하지는 않을 거야. 민아 씨와 네 큰형수님을 똑같이 대해줄게.”현재 장소민은 하예정이라는 며느리에 상당히 만족해하고 있었다.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가 지나치게 친밀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가까운 사이였다.하예정은 비록 출신은 약간 부족한 편이지만 열심히 배우려는 자세가 있어 전씨 가문에 시집온 초기보다 훨씬 나아졌다.장소민은 가끔 하예정에게 조언해주곤 했는데 하예정이 점점 더 훌륭해지는 모습을 보며 제자를 가르친 듯한 성취감마저 느끼고 있었다.“엄마는 할머니의 안목을 믿어. 할머니께서 우리를 해치지는 않으실 거야. 너희는 할머니의 친손자들이잖아.”전창빈도 단 한 번도 할머니의 안목을 의심한 적 없었다. 그는 할머니께서 마음에 들어 하신 사람이라면 반드시 훌륭하고 자신과 잘 맞을 거라고 믿었고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할머니께서 애초에 소개해주시지도 않으셨을 것이다.전창빈은 그와 다른 선택을 한 전이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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