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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1화

이은화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신경 쓰지 마. 그 애가 누구를 부르든 상관없어.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 과거의 일을 까발려서 망신시키려는 거겠지. 벌써 수십 년째 뒷말이 오가는 인생인데 나에게 무슨 체면이 남아 있겠어?”2년 전 이윤미와 이윤정이 신분을 바뀌었던 일로 이은화와 이씨 가문은 이미 강성의 웃음거리로 되고 말았다.이은화는 자신에게 더 이상 잃을 명예가 없다고 생각했다. 체면 따위 애초에 신경 쓰지 않는데 무슨 망신이 두려우랴.어차피 관성 사람들에게는 증거도 없지 않은가. 모조리 부인해버리면 그만이다.‘오늘 밤이면 그들을 저세상으로 보내주고야 말겠어!’정일범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들 형제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정군호와 같은 생각에 이르렀다. 이은화가 확실한 승부수를 준비하신 모양이라고 말이다.“은화 씨! 은화 씨!”정군호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뛰어 들어왔다. 이은화는 눈살을 찌푸리며 호통쳤다.“70도 넘은 노인네가 왜 그렇게 허둥대나!”정군호는 이윤미를 가리키며 밖을 두리번거렸다.“저, 저기... 내 말은... 윤미가 두 명이... 우리가 낳은 건 한 명뿐이지 않았나?”정군호는 겨우 말을 이었다. 그는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밖에 나갔다가 문 앞에 차가 도착하는 것을 목격했다.이경혜 일행인 줄 알았는데 차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그의 딸 이윤미와 비서 방윤림이었다.정군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이윤미가 세 아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간 모습을 똑똑히 보았는데 어떻게 또 하나의 이윤미가...정군호는 순간 자신의 눈이 고장 난 줄 알았다.방윤림과 함께한 이윤미가 진짜라면 안에 있는 사람은 가짜란 말인가?‘그럼 가짜 윤미는 그 늙은 여자의 계략인가? 아니면 적들이 우리 집에 몰래 들여놓은 스파이인가?’이은화는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헛소리 마! 윤미는 하나뿐이야.”다른 딸 한 명은 양녀였고 이미 죽었다.정군호가 고함질렀다.“정말이에요! 방 비서님과 함께 또 다른 윤미가 들어오고 있어요! 이 사람은 가짜 윤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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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2화

‘산전수전 다 겪은 내가 아직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을 거야. 윤미만 무사하다면 우리 내 혈통은 계속 이어질 수 있어.’이은화는 휘청거렸다.정군호가 다가오는 이윤미를 가리키며 말했다.“봐요! 우리 딸 아니네요? 뒤에 당신이 배정해준 방 비서님도 있고... 그럼 안에 있는 사람은 대체 누구예요? 곁에 방 비서님이 없어서 이상하다고 느꼈는데.”알고 보니 그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활동하고 있던 여자는 가짜 이윤미였다.다들 속은 것이다.가짜 이윤미는 진짜와 너무 비슷해 친아버지 정군호조차도 딸이 아닌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이윤미가 계단을 올라 이은화의 앞에 멈춰 섰다.“엄마. 제가 말했죠. 엄마와 함께하겠다고. 결과가 어떻든 간에 저는 엄마와 함께 맞설 거예요. 자꾸 저를 보내려고 애쓰지 마세요. 저는 도망치지 않아요. 제 인생에 ‘도망'이란 없어요.”이은화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손을 들어 딸을 때리려 했지만 딸은 피하지 않고 똑바로 서 있었다.결국 이은화의 손은 허공에서 멈췄다.“너... 넌 정말 나의 예쁜 딸이로구나!”이은화는 너무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이렇게 고집 센 딸을 왜 낳았는지... 난 제명에 죽지도 못하고 너 때문에 열 받아서 저세상으로 갈 판이야. 내 목숨이 10년은 단축될 것 같다.”이윤미는 눈을 떴다.조금 전 이은화가 손을 높이 드는 모습을 보자 이윤미는 눈을 감고 맞을 준비를 했다.하지만 이은화는 끝내 그녀를 때리지 않았다.“엄마의 마음은 알지만 저는 그런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잘못이 있다면 책임지면 됩니다. 누명이라면 풀면 되고요. 도망은 해답이 아니잖아요.”이은화는 아무 말도 못 하고 화를 참으며 거실을 지나 서재로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정군호는 이제야 모든 것을 이해했다. 지금 집 안의 이윤미는 스파이가 아닌 그의 아내가 준비한 대역이었다.그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이은화는 어떻게든 딸의 목숨은 지켜내려고 애쓰고 있었다.다만 예상하지 못한 점은 이은화가 이미 진짜 딸을 몰래 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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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3화

이윤미는 집사 말을 듣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몸을 돌려 저택의 대문으로 걸어갔다.방윤림은 당연하다는 듯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정군호는 문득 친딸의 걸음걸이가 당당한 데 반해 대역은 딸과 얼굴은 똑같아도 걸을 때 저절로 풍기는 그 당당함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오늘 집에 있던 딸이 가짜인 줄도 몰랐다니... 늙은 년이 여전히 죽음의 함정을 놓으려 했음을 일찍 눈치챘더라면 아들들을 미리 떠나보냈을 것을...’하지만 이제 와서 도망치자니 너무 늦었다.이윤미는 방금 정군호와 그의 세 아들 앞에서 ‘두려우면 떠나도 좋다’고 말했다.정군호는 딸이 멀어지고 집사마저 자리를 뜨자 아들들에게 씁쓸하게 말했다.“이제 알겠어? 너희 엄마는 윤미 목숨만 챙길 뿐 너희 셋은 안중에도 없어. 오직 아버지만이 너희들을 사랑하고 있지. 고향으로 피하라거나 오늘 밤 연회에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말을 그렇게 안 듣더니... 지금 갈 수 있을 것 같아? 너희들이 떠나면 관성쪽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네놈들 때문에 너희 엄마 계획이 물거품 되면 죽을 각오는 해야 할 거다.”정일범 형제들은 침묵했다.집에 있던 이윤미가 대역이란 사실을 알자 비로소 정군호의 말이 맞았음을 깨달았다.엄마가 지키려는 건 그녀의 후계자인 이윤미뿐이었다!이은화의 행동은 딸을 편애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후계자와 혈통을 지키려는 계산이었다. 그렇게 해야만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가 그녀의 자손들에게 이어질 테니.그들이 아들이라는 사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자식이 많아지면 이은화가 아들들에게 베푸는 사랑의 분량이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아빠, 미안해요. 저희가 아빠의 말을 의심해서...”정일범이 사과하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엄마 계획을 아세요? 계획이 뭐예요? 모두에게 독이라도 탈 건가요?”정군호가 대답하려는 순간 누군가의 차가운 시선을 느꼈다.고개를 돌리니 이은화가 이윤미에게 화가 난 채로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었다.그는 황급히 아들들에게 속삭였다.“너희 엄마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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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4화

이경혜 일행은 이윤미가 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차에서 내렸다.한성근은 나이가 많은 탓에 천천히 내리고 있었다.전태윤과 성기현은 차 문 양쪽에 서 있다가 한성근이 문을 열자 동시에 몸을 기울여 도왔다.“비서 할아버지, 천천히 내리세요. 서두르실 필요 없어요.”전태윤 일행에게 이씨 가문 저택은 단순히 이은화의 집일 뿐이었다. 하지만 한성근에게 이곳은 추억이 서린 공간, 그의 가주님이 평생을 살다 간 곳이다.한성근이 모셨던 가주님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나 결국 가문을 지배하는 자리에 앉았다.그는 비록 저택에 살지는 않았지만 수십 년간 이곳의 대문을 드나들며 주인을 모셨다.오늘은 고향에 돌아온 듯한 날이다.“제가 직접 내릴 수 있어요. 서두르지 않아요... 천천히... 천천히 내릴 거예요.”한성근은 말로는 여유를 부렸지만 속은 자기도 모르게 벅차올랐다.심지어 손발까지 떨렸다. 하지만 이는 감정이 북받쳐서가 아닌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사람은 늙으면 대부분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전태윤과 성기현은 여전히 양쪽에서 조심스럽게 그를 부축했다.한성근이 차에서 내리자 정겨울이 다가와 한성근의 맥을 짚어주었다.한성근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걱정하지 마라. 난 괜찮아. 저 여자의 최후를 보기 전까지는 죽을 수 없지."“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할아버지는 120세까지 사셔야 해요!"이경혜도 고개를 끄덕였다.원래 100세라고 말하려다가 한성근의 현재 나이를 생각해보더니 황급히 생각을 바꾼 것이다.한성근이 빙긋 웃었다.“백 살만 살아도 충분해.”가주님의 원한만 풀고 진범의 최후를 보면 그동안 그를 지탱해온 정신력이 확 풀릴 것만 같았다.지금 생사는 그리 중요치 않았다.계속 살 수 있다면 이경혜의 자손들을 이은숙 대신 지켜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다.이미 그는 누구보다 장수했다.공은호와 이백훈이 다른 차에서 내리며 말을 이었다.“맏형, 꼭 120세까지 사셔야 하오. 우리 형제들 다 같이 오래오래 살아서 이 애들 결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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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5화

한성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노력해 볼게. 예정 아가씨의 아기가 태어나는 것도 보고 하린이가 시집가서 아이를 낳는 것도 보고 싶구려. 예전에는 단 한 가지의 생각만 있었지만 이제는 조금 욕심이 생기네...”이경혜의 곁으로 돌아온 지금, 예전에 그가 안아주던 꼬마는 이제 할머니로 되었다.수많은 후배가 존중해주니 한성근은 더 살아서 가주님의 후손들이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그래야 이 세상을 떠나 이은숙을 만났을 때 후손들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이경혜 부부는 전태윤과 성기현을 대신해 한성근을 양쪽에서 부축했다.공은호와 이백훈 형제들이 뒤를 이었고 그 뒤로 젊은 후배들이 따라왔다.“언니, 오셨어요.”이윤미는 방윤림과 집사를 데리고 나와 이경혜 일행을 마중했다.그녀의 밝은 미소에 이경혜 일행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한성근이 이윤미를 바라보았다.이윤미도 그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여전히 웃음 지으며 말했다.“언니, 이분이 바로 큰이모의 특별 비서님이시죠? 우리 어머니께서 최근에야 이야기해 주셨습니다.”한성근은 허약해 보였으나 정신은 맑아 보였고 의외로 백 살 가까이 장수하며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건강을 유지했다.이경혜는 방윤림을 먼저 확인한 뒤 이윤미를 차갑게 노려보았다.“진짜 맞아요? 방 비서님은 확실히 본인인데.”이윤미가 웃으며 답했다.“방 비서님은 오직 저만을 따릅니다. 한 비서님께서 큰이모께 충성하듯이요.”이윤미 본인이 맞다는 뜻이었다.그녀는 문득 긴장되었다.‘내 대역의 존재까지 알고 있다니! 정말 위험한 인물들이야...’한성근이 이윤미를 한참 살펴보더니 이경혜에게 물었다.“이분이 바로 이은화 아가씨의 딸입니까?”한성근이 이경혜에게서 들은 바에 따르면 이은화가 아들 셋과 딸 하나를 낳았으나 딸은 태어나자마자 집사에게 바꿔치기 당했다고 한다. 그 뒤로 집사의 딸이 이씨 가문의 따님으로 자라며 이은화 가족의 예쁨을 한 몸에 받았고 진실은 불과 2, 3년 전에야 밝혀졌다.진짜 이씨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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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6화

이윤미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이은화처럼 마음씨가 사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하느님께서 이은화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신 셈이다. 친딸은 이은화 곁에서 자라지 않아 성격과 가치관이 그녀와 전혀 달랐다.만약 이은화 곁에서 자랐더라면 이윤미가 지금 살아있을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칭찬 감사합니다.”이윤미는 활짝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아는 사람들에게도 인사했고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이경혜가 그 사람들을 소개해주지 않았지만 이윤미는 개의치 않았다. 그들이 아마 한성근의 오랜 친구들이겠거니 생각했다.방윤림이 전한 소식에 의하면 한성근은 예전에 이은화가 보낸 킬러에게 쫓긴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때 누군가가 한성근을 구해주지 않았다면 이은화의 잔인함으로 생각해보면 한성근의 무덤 위 풀은 이미 사람 키만큼 자랐을 것이다.이윤미는 한성근이 수십 년간 소식이 끊겼는데 아마도 구해준 이와 함께 숨어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그런데 이은화가 그렇게 오랫동안 찾아도 소식이 없어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람이 살아서 돌아올 줄이야!이윤미는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하늘은 속일 수 있어도 사람은 속일 수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이은화는 수십 년 전에 저지른 큰 죄와 증인들을 전부 없애면 진실이 묻힐 거로 생각했지만 40, 50년이 지난 지금도 증인이 살아 돌아왔고 그녀의 진실을 폭로하려 들었다.오랫동안 기다리던 기자들은 서로 인사하는 이들을 향해 사진을 마구 찍었다.그들을 불러온 건 고현이었지만 사실은 이경혜가 고현에게 부탁한 것이다.이경혜는 부모님의 원수를 갚으면서도 이은화를 완전히 몰락시키고 싶었지만 강성에서 그녀는 이은숙의 딸일 뿐 아무런 지위도 없었다.현재 후계자인 이윤미조차 강성에서는 평범한 재벌가 후계자 수준에 불과했다.그러나 고현은 달랐다. 그녀는 강성에서 너무나 유명했고 특히 여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진정한 유명인이 되었다.심지어 길거리의 청소부 아줌마조차 고씨 가문의 장남으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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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7화

“누나.”“누나.”정일범 형제들이 차례로 이경혜에게 인사했다.그러나 이경혜는 눈길만 흘깃 주었을 뿐이다.한성근도 그들이 이은화의 아들들이란 것을 눈치채며 유심히 살펴보았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가운 반응을 받은 정일범 형제들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강성에서 그들의 위치는 애매하기 그지없었다. 이씨 가문의 아들이라 하자니 성이 정씨였고 정씨 집안의 아들이라 하자니 내세울 게 아무것도 없었다.만약 그들 집안에 뭐라도 자랑할 만한 것이 있었다면 애초에 그들의 아버지가 이씨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씨 집안이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근본적으로 이씨 가문을 통해 얻은 것들이었다.이는 정군호가 이은화 곁에서 온갖 굴욕을 참고 억지로 웃음을 지어가며 얻어낸 성과이기도 했다.모두가 지나간 뒤에야 정일범이 동생들을 이끌고 뒤따랐다.곧이어 집사가 나타나 기자들을 저택 안으로 안내했다. 그러나 실내에는 들이지 않고 하인들만 남겨둔 채 사라져 버렸다.곧 가족 연회가 열렸다. 실내와 정원 모두 꼼꼼히 준비해야 했는데 실내에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매번 정원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이경혜 일행이 저택에 도착하자 이윤미가 그들을 안내해 실내로 들어가려 했다.그러나 한성근이 갑자기 가로막았다.“아가씨, 정원을 좀 돌아보고 싶습니다.”“그럼 제가 모시겠습니다. 어릴 적 우리가 가장 좋아하던 곳이라고 아저씨께서 말씀해 주셨잖아요.”이경혜가 고개를 돌렸다.“윤미 씨, 어르신들 모시는 일은 윤미 씨한테 부탁드릴게요.”공은호 일행이 재빨리 입을 모았다.“우리는 큰형을 따라다닐 거요. 이 여사가 실내에 폭탄이라도 설치한다던가 휘발유를 퍼부어 우리를 태워버릴지 누가 알겠소?”이윤미의 얼굴이 굳었다.“어르신, 제 어머니가 어떻게 그런 짓을... 오늘 우리 저택에 오신 손님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 가족 전부가 오늘 가족 연회에 참석했는걸요.”공은호가 이백훈을 쿡 찔렀다.“형, 어떻게 생각해?”이백훈이 진지하게 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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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8화

전태윤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전태윤과 눈을 마주친 하예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이경혜는 이씨 가문의 가족들과 몇 마디 나눈 뒤 하예진을 특별히 소개했다.이씨 가문의 일족들이 웃으며 말했다.“하예진 아가씨는 우리도 잘 알아요.”하예진도 웃으며 미소로 회답했다. 강성에서 그녀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암암리 편을 든 이들도 적지 않았다.그때 이은화의 목소리가 갑자기 터져 나왔다.“다들 왜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여기 있어요? 추운데.”실내에서 기다리던 이은화 부부는 이상함을 느꼈다.알고 보니 이경혜 일행은 정원을 어슬렁거리며 집 안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고 휘발유가 뿌려져 있다는 말을 늘어놓으면서 정원이 더 안전하니 목숨을 부지하려면 도망치기 쉽다고 말하고 있었다.그 소리를 들은 이은화는 너무 화가 나서 얼굴이 파랗게 변했다.그녀는 한때 폭탄을 숨겨둘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도혁찬이 폭탄은 너무 눈에 띄어 계획이 성공하기도 전에 경찰에 발각될 위험이 있다며 반대했다. 그렇게 되면 이경혜 일행을 죽이는 데 실패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이 먼저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결국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기로 했다. 실내든 정원이든 누구도 탈출하지 못하게 말이다.저택 변두리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붙이고 정원 안으로도 잘 타고 쉽게 터지는 물건들을 던져 넣기로 하면 정원에 있던 사람들도 살아남기 어렵게 될 터였다.화재가 일어나면 대부분의 사망 원인이 연기에 질식된 후 불에 타 죽는 것이라는 점을 계산에 넣었다.이은화는 자신의 계획이 누출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하지만 곧 그럴 리 없다고 생각을 고쳤다. 만약 이경혜가 이 계획을 알았다면 어찌 감히 친척들을 거느리고 연회에 오겠는가. 그녀라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이은화 부부가 나타나자 분위기가 싸해졌다.“엄마.”이윤미가 인사하자 이은화가 딸을 타박했다.“가족분들이 오셨는데 밖에서 맞이하다니, 얼른 안으로 모셔. 밖이 얼마나 추운데.”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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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9화

“아저씨, 계속 구경합시다.”이경혜는 한성근의 팔을 잡은 채 이은화를 뒤로 두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더 이상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태도가 분명했다.비록 이곳에서 태어나 일곱 살까지 살았지만 5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이 집에 대한 기억은 희미할 수밖에 없었다.이은화는 굳은 표정으로 그들을 따라갔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이씨 가문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이 있었고 주인으로서 손님을 모시는 것은 당연한 예의라고 생각했다.“왜 따라오세요?”이경혜가 차갑게 물었다.“경혜야, 그게 어른께 하는 말투냐? 난 너의 이모다!”이은화가 딱딱하게 대답했다.“이모이시기 전에 제 부모님을 죽인 원수죠. 부모님의 원수에게 정중하게 대할 필요가 있어요?”“이경혜!”거듭된 도발에 이은화의 참을성이 한계에 달했다. 수십 년간 가문을 이끌어온 그녀도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다들 내가 내 언니를 죽였다고 하는데 증거라도 있어? 있다면 당장 내놔봐! 여기에서 수군거리지 말고! 잘 들어! 증거 없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명예훼손이다. 고소당할 각오를 해야 할 거야! 네가 부축하고 있는 이 남자는 원래 내 언니의 비서였어. 언니가 죽자마자 사라져 버린 수상쩍은 인물이라고. 왜 도망쳤는지, 왜 수십 년간 모습을 감추었는지 알기나 해? 죄책감에 떨고 있거든! 우리 큰언니 차를 이 남자가 조작한 거야. 그래서 사고 나서 돌아가신 거고. 내가 그걸 알아채고 추적하니까 꼬리 내리고 도망갔잖아. 이제 와서는 거꾸로 뒤집어씌우고 우리 사이 갈라놓으려고 이러는 거라고!”이은화는 한성근에게 그 죄를 덮어씌우려고 했다.모두가 예상했던 대로였다.이경혜는 침착하게 아들에게 지시했다.“기현아, 아저씨께서 가져온 증거를 꺼내 모두에게 보여줘.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분들께 우리 사랑하는 이모이자 우리 엄마가 손수 키운 동생이... 어떻게 늑대 같은 심장으로 우리 엄마를 죽였는지, 어떻게 여동생을 살해했는지 똑똑히 보여주자고!”“이모, 증거는 저에게 있어요.”하예진이 핸드백에서 한성근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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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0화

그러나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었다.‘도 비서! 빨리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다 태워버리지 않고 뭐해!'안타깝게도 그녀가 몇 번이나 속으로 외쳤지만 밖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도혁찬이 아직 때가 이르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이은화는 모두가 증거물을 보고 수군거리며 정신이 산만해진 이때가 불을 질러 모두를 태우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도혁찬이 계획을 실행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가 수하들을 시켜 저택 주변에 휘발유를 뿌리려고 할 때 차량 연료 탱크에서 빼낸 여러 통의 휘발유가 어느새 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통 뚜껑을 열어보니 휘발유 냄새조차 나지 않았다.도혁찬은 한 통을 땅에 부어 불을 붙여봤지만 불이 붙지 않자 휘발유가 바뀌었다는 것을 확신했다.도혁찬은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이 계획은 그와 이은화가 함께 세운 것으로 그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오늘 밤 함께하는 이들조차도 완전한 계획을 이제야 알게 된 터라 그들이 이렇게 많은 휘발유를 전부 교체할 기회조차 없었다.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말이다!‘누구지? 대체 누가 휘발유를 바꿔놓은 거지?’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이경혜 일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도혁찬은 그들이 관성에서 의지할 만한 건 소씨 가문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소씨 가문만 철저히 막으면 된다고 여겼다. 소씨 가문은 신이 아닌 만큼 할 수 없는 일이 많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소균성과 소지훈은 물론 소정남조차도 강성에 나타나지 않았다.도혁찬은 소씨 가문이 이렇게 많은 휘발유를 아무도 모르게 교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소씨 가문이 아니라면 누구지? 관성에서 온 이들 중에 또 다른 숨은 세력이 있는 건가? 남씨 가주님인가?’하지만 남씨 가문의 가주 남우현은 아내와 함께 이제야 강성에 도착한 터라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일 텐데 휘발유를 바꿀 시간은 없을 터였다.정원에서 사람들의 의심 어린 시선을 받으며 서 있던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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