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진은 이제 노동명의 아내로 되었다.우빈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그는 하예진과 함께 노동명을 따라 주민센터에 들어왔는데 안에 있던 아저씨들과 아주머니들이 모두 환하게 웃으며 하예진 커플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지만 정작 그에게는 아무도 축하하지 않았다.우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엄마, 아저씨는 왜 그렇게 신나게 웃으세요? 종이 안에 뭐가 들어있어요? 저도 좀 보여주세요.”우빈은 고개를 들어 하예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노동명은 서류를 들여다보며 입이 귀에 걸릴 만큼 활짝 웃고 있었는데 아이 눈에는 그 모습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하예진은 노동명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동명 씨, 입꼬리가 귀에 닿겠어요.”“행복해서 그래. 정말 너무 행복해.”노동명의 웃음은 더욱 환해졌다.그날은 흐린 날씨였지만 간혹 햇살이 스며드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햇살도 노동명의 미소만큼 빛나지는 못했다.하예진은 혼인관계증명서를 아들에게 건넸다.“자, 이건 엄마랑 아저씨의 혼인관계증명서란다.”우빈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것을 받아서 보았다. 몇몇 글자는 알아볼 수 있었지만 전체적인 뜻은 이해하지 못했다.“엄마, 저도 있는데 사람들은 왜 저에게는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지 않아요?”“그건 말이지, 우빈아. 이건 엄마랑 아저씨가 혼인 신고를 해서 그래. 이제 엄마랑 아저씨가 부부관계거든.”하예진은 부드럽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아들을 품에 안아 작은 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우빈아, 오늘부터는 우리 셋은 한 가족이야. 엄마랑 아저씨, 그리고 우빈은 이제 진짜 한 집 식구로 된 거야. 좋지? 이제 아저씨를 아빠라고 불러도 된단다.”우빈은 노동명의 얼굴을 한참 바라봤다.종일 웃는 바보 같은 모습의 노동명을 보면서 우빈은 입술만 달싹일 뿐 끝내 아빠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그에겐 이미 아빠가 있었으니까.늘 불러왔던 그 호칭이 입에 익숙했고 하예진 역시 주형인이 그의 친아빠라고 말해주었으니 더욱 그랬다.우빈은 노동명이 하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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