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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3881 - 챕터 3890

3911 챕터

제3881화

“스스로 넘어져서 아이를 잃었는데... 어휴! 그래도 우리 주씨 집안의 핏줄이었는데.”우빈이가 주씨 집안에 살지 않고 있던 그때 서현주가 임신했을 때였다. 김은희는 서현주에게 여전히 불만이 많았지만 그래도 주씨 집안의 손주를 배 속에 품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차마 괴롭히지 못했다.그러나 서현주는 결국 아이를 유산하고 말았다. 김은희에게도 이는 이름 모를 손주 하나를 잃은 아픔이었다.손주가 하나만 더 있었더라도 이렇게까지 간절히 우빈을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다.전부 그들의 업보였다.“엄마, 다 지난 일이에요. 저도 지금 멀쩡히 잘 살고 있잖아요. 아이가 없으면 없는 거죠. 그 아이는 애초부터 저희와 인연이 없었던 거예요. 그래도 현주는 제 아내예요. 제가 가서 보는 게 당연한 일이에요. 저 때문에 이런 꼴이 된 거잖아요. 제가 해친 거나 다름없어요.”서현주가 그의 비서로 처음 들어왔을 때 그녀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수한 여자였다.주형인이 아니었다면 서현주가 그를 유혹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그가 먼저 흔들렸고 하예진의 아기를 낳고 달라진 몸매에 실증이 난 것이다.게다가 그는 자신이 회사의 관리직에서 일하는 사람이었기에 더는 그런 ‘촌스러운 여자’와 살 필요가 없다고 착각했었다.그런 주형인의 앞에 서현주가 나타났다. 아직 사회에 막 발을 들인 어린 여자애가 경험 많은 그의 은근슬쩍 던지는 말과 시선을 어떻게 버텨낼 수 있었겠는가.결국 서현주는 그에게 빠져들고 말았다.주형인이 아니었더라면 서현주는 분명 더 좋은 남자를 만나 평범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을 것이다. 지금처럼 감옥살이하게 되지도 않았을 테고.감옥으로 들어간 서현주는 여러 차례 죽음을 시도하고 싶었고 손목을 긋고 싶었다.그러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여러 차례 찾아가 대화를 나눈 뒤 겨우 마음을 돌렸다. 하여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걸 포기하고 묵묵히 이 모든 것을 견뎌내기 시작했다.서현주는 사형은 면했다. 비록 현재의 형량이 결코 가볍지 않지만 교도소 생활을 잘 견디고 나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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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2화

“국수 좀 삶아. 형인이도 모처럼 집에서 쉬는데 아들 앞에서 그런 불편한 말을 하지 말고. 솔직히 말하면 우리 아들이 먼저 현주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현주도 지금과 같은 처지에 놓이지도 않았을 거야. 형인이가 유부남이면서도 어린 현주를 꾀어낸 게 잘못이지. 다 자업자득이야.”주형인과 하예진이 이혼한 뒤 그녀가 완전히 새로 태어난 듯 잘 살아가는 모습을 알게 되자 주경진의 마음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후회였다. 그 후회는 주경진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고 그를 완전히 바꿔놓았다.김은희는 뭐라고 더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삼켜버렸다. 그리고 무겁게 한숨을 내쉰 뒤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남편과 아들을 위해 국수를 삶기 시작했다.과거에 하예진이 아직 주씨 집안의 며느리였을 때는 어땠던가. 김은희가 아들 집에 찾아올 때마다 한 번도 주방에 들어가 본 적 없었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저 하예진에게 말하기만 하면 되었다.하예진은 늘 빠짐없이 준비해 주었고 김은희는 그저 받아먹기만 했다.그러면서도 하예진에게 트집을 잡고 헐뜯기 바빴다.정말 못된 인간이었다.그렇게 좋은 며느리를 내쫓고 주형인이 서현주와 엮이도록 눈감아 준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했다.오늘 하예진이 노동명과 혼인 신고하러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주형인은 겉으로는 태연한 듯 보였지만 마음속에서는 요동치고 있었다.그는 방문을 닫고 침대에 누웠다. 손에 들린 휴대폰으로 수없이 하예진에게 전화를 걸어보려 했지만 끝내 걸지 못했다. 감히 할 수도, 이제는 그럴 자격도 없었다.침대 머리맡 탁자 위에는 액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액자 속 사진은 대학 시절 동창들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이었는데 그 속에는 하예진도 들어 있었다.주형인은 하예진과 오랜 동창 사이였다. 연인이 된 후엔 둘만의 사진도 많았지만 이혼할 때 하예진은 그 사진들 속 자신의 모습을 모두 잘라내 버렸다. 결국 남겨진 건 주형인 혼자뿐이었다.오직 이 단체 사진 속에서만 그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서현주 사건으로 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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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3화

“노 대표님은 참 좋은 사람이야. 너랑 함께라면 분명 행복할 거야. 예진아, 네가 노 대표님과 백년해로하며 아들딸도 낳고 잘 살기를 진심으로 축복할게.”잠시 말을 멈추던 주형인이 조심스레 덧붙였다.“아니, 그냥 아이는 낳지 않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해. 너희가 친자식을 가지면 우빈이가 소외될까 봐 두려워.”주형인은 여전히 이기적이었다.우빈이가 오직 하예진의 유일한 자식으로 남기를 바라는 것이다.하예진이 노동명과 아이를 낳지 않아야만 훗날 노동명이 일군 모든 것이 결국 자기 아들의 몫이 될 테니까.하지만 지금 하예진의 신분을 생각하면 그런 바람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주형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예진은 분명 또다시 자식을 낳을 것이다.언젠가 이씨 가문을 물려받을 후계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주형인은 문득 두려웠다. 노동명이 친자식을 얻으면 우빈을 친아들처럼 아껴주지 않을까 봐.하여 지난번에 우빈을 만났을 때 주형인은 아들에게 당부했다.앞으로는 꼭 이모 하예정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하예정은 하예진이 낳은 아이, 즉 자신의 외조카라면 그 누구라도 공평하게 대해줄 것임을 주형인은 믿고 있었다.게다가 우빈에 대한 애정은 또 다른 차원이었다.주형인은 하예진과 노동명 사이에서 아이가 생겨도 하예정이 그 아이를 우빈만큼 귀여워할 리 없다고 확신했다.하예정을 거의 친엄마처럼 따라다니며 자란 우빈은 그녀와 뗄 수 없는 유대가 존재했다.우빈 뒤에는 하예정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서 있다는 생각에 주형인은 그제야 안도하며 숨을 내쉬었다.그런 주형인의 속내를 노동명은 알지 못했다. 그저 새로운 시작에 들떠 있을 뿐이었다.노동명은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움직였다.그가 하예진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우빈이 깨어있었다.하예진은 아들을 위해 새 옷을 꺼내 입히고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원래도 잘생긴 아이지만 새 옷을 입으니 더욱 눈에 띄게 빛났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노동명은 하예진과 우빈과 함께 주민센터로 향했다.혼인 신고를 마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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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4화

전태윤은 겉으로는 태연하게 하예정과 이야기했지만 속으로는 벌써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관성의 몇몇 가문 중에 유난히 뛰어난 아이가 있으면 눈여겨봐야겠군. 나중에 우리 딸이 태어나면 그 남자아이와 함께 자라도록 해야지. 그러면 내 딸이 멀리 시집가지 않고 곁에 두고 지낼 수 있을 테니까.’그는 속으로 만족스레 중얼거렸다.전태윤은 딸이 생긴다 해도 쉽게 시집보낼 마음은 없었다. 서른 살이 넘어가도 상관없었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손에 잡히는 데 두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이윽고 전태윤은 아내 하예정을 태우고 성씨 가문의 저택으로 향했다.정원에서는 이경혜가 한성근의 팔을 붙들고 천천히 산책하고 있었다.오늘은 날씨가 따뜻해졌다. 그동안 차가운 바람을 쐬면 안 된다며 집 안에만 갇혀 있어야 했던 한성근이 모처럼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성소현은 예준하와 함께 A시로 내려가 설을 지내고 있었고 성주현은 부모님의 결혼 재촉이 두려워 연휴가 시작되자마자 서둘러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도망쳐 버렸다. 또다시 부모님의 잔소리로 인해 괴로운 명절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지금 성씨 가문의 저택에는 이경혜 부부와 한성근만 남아 있었다. 장남 성기현은 아내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처가 집으로 갔고 저녁이 되어야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이경혜는 이미 성기현에게 당부해 두었다. 오늘은 하예진과 노동명이 혼인 신고하는 날이니 친정 식구로서 마땅히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이다.무엇보다 노씨 가문이 하예진을 가볍게 여기지 않게끔 해야 했다.성기현은 어머니가 두 외조카를 걱정할 때마다 늘 한심하기만 했다. 하예진 자매는 똑똑한 사람으로 호락호락게 당하고만 사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게다가 전태윤과 노동명은 일편단심 민들레였고 전태윤 또한 아내 바보로 관성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전태윤의 차가 대문 앞에 들어서자 이경혜가 환히 웃으며 한성근에게 말했다.“아저씨, 잠시 여기 앉아 계세요. 태윤이랑 예정이가 왔는데 제가 가서 문을 열어주고 올게요.”이경혜는 한성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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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5화

“저 녀석, 이제 나이도 있는데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다니! 재촉하면 도망만 가고.”결혼할 생각이 없는 성주현을 떠올리자 이경혜는 골치가 아팠다.세 자녀 중 그녀를 가장 골치 아프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닌 성주현이었다.하예정은 이경혜 곁으로 다가가 친근하게 팔짱을 끼며 부드럽게 웃었다.“이모,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우리 둘째 오빠도 참 괜찮은 분이에요. 인연이 오면 자연스레 결혼하게 돼 있어요.”“그랬으면 좋겠구나. 이제 나이도 꽤 됐는데. 자식이라는 건 참 끝이 없는 빚과도 같아. 늘 걱정뿐이야. 우빈은? 왜 따라오지 않았어?”이경혜가 물었다.“너 방금 예진의 집에서 온 거 아니었어?”“맞아요. 언니가 우빈이랑 형부랑 함께 주민센터에 갔어요. 세 식구가 같이 가야 한다면서.”이경혜가 살짝 웃으며 덧붙였다.“이제 앞으로 한 가족이 될 사람인데 함께 가는 것도 좋겠네.”세 사람은 함께 한성근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한성근은 흐뭇한 미소를 띠었다.젊은 세대의 눈에는 한성근은 더없이 자상하고 누구에게든 편애 없이 따뜻하게 대하며 작은 것 하나에도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다.“할아버지.”한성근이 비록 이은숙의 비서이지만 하예정 일행은 여전히 그를 할아버지라고 불렀다.한성근은 어떻게 부르든 개의치 않았다. 단지 자신을 부르는 것임을 알면 그뿐이었다.“오셨어요?”한성근은 미소를 띠며 물었다.“우빈은요? 왜 함께 오지 않았어요?”이경혜가 앞서 설명했던 것과 같은 질문이었다.하예정이 다시 한번 상황을 전하자 한성근은 안심하며 말했다.“그렇군요. 그렇게 하는 것도 좋겠네요. 노동명 씨는 의리 있고 마음씨도 좋은 사람이죠. 제가 젊었을 때 동명 씨의 할머니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 있었는데 정말 훌륭한 분이라고 하더군요. 손자라고 해서 크게 다를 바 없을 거예요.”같은 시대를 살아온 그들은 설령 같은 도시에 살지 않더라도 사업 때문에 전국을 누비곤 했다.한성근 역시 전임 가주 이은숙을 따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업을 했기에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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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6화

하예진은 이제 노동명의 아내로 되었다.우빈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그는 하예진과 함께 노동명을 따라 주민센터에 들어왔는데 안에 있던 아저씨들과 아주머니들이 모두 환하게 웃으며 하예진 커플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지만 정작 그에게는 아무도 축하하지 않았다.우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엄마, 아저씨는 왜 그렇게 신나게 웃으세요? 종이 안에 뭐가 들어있어요? 저도 좀 보여주세요.”우빈은 고개를 들어 하예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노동명은 서류를 들여다보며 입이 귀에 걸릴 만큼 활짝 웃고 있었는데 아이 눈에는 그 모습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하예진은 노동명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동명 씨, 입꼬리가 귀에 닿겠어요.”“행복해서 그래. 정말 너무 행복해.”노동명의 웃음은 더욱 환해졌다.그날은 흐린 날씨였지만 간혹 햇살이 스며드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햇살도 노동명의 미소만큼 빛나지는 못했다.하예진은 혼인관계증명서를 아들에게 건넸다.“자, 이건 엄마랑 아저씨의 혼인관계증명서란다.”우빈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것을 받아서 보았다. 몇몇 글자는 알아볼 수 있었지만 전체적인 뜻은 이해하지 못했다.“엄마, 저도 있는데 사람들은 왜 저에게는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지 않아요?”“그건 말이지, 우빈아. 이건 엄마랑 아저씨가 혼인 신고를 해서 그래. 이제 엄마랑 아저씨가 부부관계거든.”하예진은 부드럽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아들을 품에 안아 작은 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우빈아, 오늘부터는 우리 셋은 한 가족이야. 엄마랑 아저씨, 그리고 우빈은 이제 진짜 한 집 식구로 된 거야. 좋지? 이제 아저씨를 아빠라고 불러도 된단다.”우빈은 노동명의 얼굴을 한참 바라봤다.종일 웃는 바보 같은 모습의 노동명을 보면서 우빈은 입술만 달싹일 뿐 끝내 아빠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그에겐 이미 아빠가 있었으니까.늘 불러왔던 그 호칭이 입에 익숙했고 하예진 역시 주형인이 그의 친아빠라고 말해주었으니 더욱 그랬다.우빈은 노동명이 하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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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7화

하예진은 경호원들에게 남편 휠체어를 밀어 달라고 하지 않고 직접 밀고 갔다. 그리고 차 앞으로 데려가서야 경호원 한 명이 그를 부축해 차에 태웠다.곧 세 식구를 태운 검은색 고급 차가 주민센터를 빠져나와 도로의 차들 속으로 스며들며 멀리 사라졌다.그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주민센터의 맞은편에 조용히 세워져 있던 한 대의 차가 천천히 움직였다. 운전석에는 주형인이 앉아 있었다.그는 하예진과 노동명이 혼인 신고하는 것을 막을 생각도, 막을 자격도 없었다.심심했던 주형인은 차를 몰며 시간을 보내려 했다. 요즘은 손님도 없었기에 목적지도 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주민센터 앞에 와 있었던 것이다. 그의 차는 꽤 멀리 주차되어 있었고 주민센터 입구에는 차량이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이혼 후 하예진은 전남편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주형인의 차가 이미 그곳에 주차된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주형인 본인조차 왜 이곳에 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서현주를 보러 가겠다고 김은희에게 말해 놓고서는 정작 발길은 주민센터 앞으로 향했다.그리고 반 시간 넘게 차 안에서 기다려서야 하예진과 노동명이 나타났다.오늘의 하예진은 단정한 옷차림에 날씬한 몸매로 우아하면서도 또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결혼 전에 회사에서 당당하게 일하던 그 모습이 그대로 되살아난 듯했다.사실 주형인은 늘 속으로 그녀를 질투했다. 회사에서 누구보다 빛나던 그녀가 자신보다 잘 나가는 것이 못마땅했다.하여 결혼한 뒤로 하예진을 달래어 직장을 그만두게 했다. 그리고 임신을 권하고 아이를 낳게 하여 집에 묶어 두면서 사회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전업주부로 살아가게 했다.주형인은 내심 통쾌했다.임신과 출산으로 관리할 틈이 없던 하예진은 살이 쪄서 예전의 날씬함을 잃었고 수입도 끊기면서 생활비를 달라고 하면서 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매달 돈을 받아 쓰는 모습에서 그는 우월감을 느꼈다. 그러다가 그 우월감은 금세 불만으로 바뀌었고 결국 외도로 이어졌다. 수년간의 사랑과 결혼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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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8화

‘왜 눈물이 나지?’주형인은 스스로 잘 알면서도 그 이유를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결국 그는 이마를 운전대에 붙인 채 슬프게 눈물을 쏟아냈다.그리고 기분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나서야 겨우 운전대를 잡고 주민센터 앞을 떠나 교도소로 향했다.그가 면회를 청하자 서현주는 유리창 너머로 다가왔다.주형인의 두 눈이 붉게 부어 있는 걸 본 순간 서현주는 깜짝 놀라 수화기를 움켜쥐었다.“왜 그래요? 울었어요? 설마... 부모님한테 무슨 일 생긴 건 아니죠?”서현주의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김은희와 주서인에 대한 원망이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심지어 속으로 그 모녀가 차라리 사고라도 당해버렸으면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김은희가 저승사자에게 끌려가면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애당초 칼로 주형인을 찔렀을 때 주서인이 동생을 구하려 달려들었을 적에 그대로 찔러 죽여야 했다.모든 화근은 주서인에게서 비롯되었다. 늘 시비를 걸고 이간질을 일삼던 주서인 탓에 서현주와 주형인이 결국 이런 지경까지 내몰린 것이다.오늘의 이 파국, 그 뿌리에는 김은희 모녀가 있었다.서현주는 지금도 굳게 믿고 있었다. 그 두 여자 때문에 자신과 주형인이 이렇게까지 처참한 지옥에 내던져진 것이라고.“아니야. 다들 멀쩡해.”주형인도 잘 알고 있었다. 서현주가 세상 모든 걸 다 내려놓을 수 있을지언정 그의 어머니와 누나에 대한 원망만큼은 내려놓지 못한다는 것을.그녀들이 과거에 얼마나 지나치게 행동했는지 알기에 주형인은 감히 그녀들 편을 들 수도 없었다.“그럼 대체 왜 울었어요? 울다 울다 눈이 이렇게 붓도록... 저의 부모님께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서현주는 다시 다급하게 물었다.그녀의 부모 역시 나이가 들어가고 있었다. 딸의 일로 고향 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오랫동안 교도소로 찾아와 주었지만 어느 순간 발길이 뚝 끊겼다.대신 가끔 누군가를 시켜 음식이나 옷 같은 것을 건네면서 전하고 싶었던 말을 함께 전하곤 했다.그것도 서현주의 오빠와 새언니가 그녀를 부끄럽게 여기며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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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9화

서현주가 입을 열었다.“눈이 그렇게 부은 건 예진 씨가 다시 결혼해서예요? 이제는 예진이와 재혼할 기회가 완전히 사라졌으니까?”주형인은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변명했다.“현주야, 난 한 번도 예진과 재혼할 생각을 해본 적 없어.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난 오직 너만 기다릴 거야. 네가 몇 년이 걸려 나오든, 언제 나오든 나는 널 기다릴 거야.”그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덧붙였다.“예진이가 다시 시집가는 걸 보면 정말 힘들어. 더군다나 내 아들을 데리고 시집을 갔으니까. 앞으로 내 아들이 다른 남자를 아빠라고 부르겠지. 나랑은 자주 함께 있지도 못하는데 우빈이가 점점 그 사람만 따르고 날 멀리할까 봐 두려워.”서현주는 잠시 주형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렇다면 당신은 시간이 날 때마다 더 자주 우빈의 곁에 있어야죠. 친부자 관계라도 정은 쌓아야 유지되는 건데... 예진은 누구한테 시집간 거예요? 노동명 씨한테요?”“그 사람 말고 누가 있겠어? 늘 예진이를 독차지하려고 했는데. 예진의 곁에 다른 남자만 오면 어떻게든 쫓아내어 지금 곁에 남은 사람은 그 사람뿐이야. 이제야 겨우 원하는 대로 됐네. 결국 예진을 끝까지 지켰지.”서현주의 입술이 가볍게 떨렸다.“예진이가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네요. 노동명 씨는 믿고 의지할 만한 남자예요. 예진은 저보다 훨씬 더 복이 많은 여자예요. 예진의 선택은 결코 틀리지 않았어요. 잘못된 건 오히려 저였어요.”그 말을 끝으로 서현주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형인을 돌아보지도 않고 떠나버렸다.주형인은 그녀의 등을 바라보다가 황급히 일어나며 이름을 불렀지만 서현주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서현주! 난 널 기다릴 거야. 나에게는 이제 너뿐이야. 끝까지 널 기다릴 거야.”서현주는 교도관에게 이끌려 사라졌고 그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들었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듣지 못했다 해도 역시 달라질 건 없었다. 이미 그녀의 마음은 산산이 부서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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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0화

우빈은 하예진을 올려다보며 물었다.“엄마, 그래도 돼요? 오늘 밤 여기에서 자고 싶어요. 내일 엄마가 여기로 와서 저를 아빠 집으로 데려다주시면 안 돼요?”하예진은 전 시어머니에게서 전화 받은 뒤 우빈의 생각을 먼저 물었다. 우빈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며칠 동안 주씨 집안에 가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곁에 있어 드리고 싶다고 했다. 하여 내일 아들을 그 집안에 보낼 계획이었다.하예진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래, 오늘은 여기에서 자. 내일 엄마가 데리러 올게. 그리고 아빠 집까지 데려다줄게.”그녀는 조금 뒤 주형인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아침 일찍 보내는 것이 아니라고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주씨 집안 사람들이 새벽부터 기다리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다.엄마의 허락을 받자 우빈은 기쁜 듯 팔짝 뛰며 이경혜에게 달려갔다.“엄마가 허락하셨어요! 저 오늘 밤 여기에서 잘래요. 동생이랑 같이 놀 거예요!”말을 마치자 우빈은 신나게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요즘 작은 동생은 나날이 귀여워지고 있었다. 우빈이가 무슨 말을 하면 동생도 옹알옹알 대답하듯 반응해 주니 그 모습이 매우 재미있었다.하예진은 웃으며 말했다.“이모, 그럼 우빈을 잘 부탁드려요. 하루만 신세 질게요.”그녀는 이경혜가 자신과 노동명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주려는 의도를 알고 있었다. 오늘은 두 사람이 합법적으로 맺어진 첫날 밤이었다.우빈과 함께 있으면 그저 눈빛만 주고받으며 참아야 했을 터였다.오늘 우빈은 유난히도 신나 보였다. 이렇게 흥분한 날에는 잠들기까지 시간이 한참 걸려 어쩔 수 없이 품에 안아 오랫동안 재워주어야 했다.하여 우빈을 집으로 데려가지 않으면 그들도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작은 방해꾼이 불쑥 튀어나오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합법적인 부부가 된 이상 당연히 아이 앞에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들도 이제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었다.이경혜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우빈이가 집에 있으면 우리가 더 기뻐. 너의 비서 할아버지도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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