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알았어요. 아빠한테 꼭 말씀드려서 물건을 잘 숨겨 놓으라고 할게요. 그런데 고모가 왜 그렇게 아빠 집에서 자꾸 물건을 가져가시는 걸까요?”그는 잠시 입술을 내밀더니 기억 속의 이야기를 꺼냈다.“예전에 정한 형도 제 장난감을 가져갔어요. 제가 울었는데 할머니는 그냥 형이 조금만 가지고 놀다 돌려줄 거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결국 안 돌려주셨어요.”불과 두 살 무렵 일이었지만 그 편애의 기억은 우빈의 마음에 깊이 남았다.“큰고모에 관한 일은 어른들의 문제야. 너는 아직 어리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주서인의 탐욕스러운 습관은 그녀의 부모가 잘못 길러낸 것이었고 주형인의 공도 컸다.주형인은 늘 주서인의 편을 들뿐 하예진의 불만은 외면해 왔다.주서인이 집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주형인은 비싼 음식이라도 상관없이 원하는 것을 차려 주라고 요구했다. 그것도 넉넉히, 마음껏 먹도록 말이다.특히 주서인이 즐겨 먹는 음식은 값비싼 해물, 랍스터와 대게였다. 그녀는 온 가족을 이끌고 와서 실컷 먹고 빈손으로 와서 배부르게 먹은 뒤에는 남은 음식까지 챙겨 가곤 했다.하예진은 언젠가 동생 하예정에게 하소연한 적이 있었다. 주서인이 집에 올 때마다 우유 한 상자조차 가져오는 걸 본 적이 없다고.늘 빈손으로 와서 두 손에 가득 채워서 돌아갔다.그러나 하예진이 이 불만을 주형인에게 털어놓으면 오히려 그건 그의 돈을 쓰는 거지 하예진의 돈을 쓰는 게 아니라면서, 누나가 먹고 싶다는데 사 주면 그뿐이라며 꾸짖었다.하지만 막상 하예진이 생활비를 요구하는 순간이 다가오면 주형인은 그녀의 낭비를 거세게 꾸짖었다. 돈을 물 쓰듯 하고 비싼 것만 고르는 그녀가 자신의 고된 노력을 전혀 생각해 주지 않는다면서 말이다.그의 누나가 집에 와서 얼마만큼 먹어 치우는지는 눈감아주면서 아내에게만 인색했던 그였다.하예진은 고개를 저으며 지난 기억을 털어냈다. 이제는 다 끝난 일이다.주형인과 이혼한 지 벌써 2년, 지금 그녀는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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