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전이혁 부부의 뜻을 먼저 확인한 뒤 그의 부탁을 받아들였고 집사 한 명을 보내 주기로 했는데 도착하려면 아무래도 2, 3일은 더 걸릴 듯했다.그 시각 전이혁의 별장은 사람 기척 하나 없이 조용했다.불도 켜지지 않아 집 안은 온통 어둠뿐이었다.도아영은 별장 앞에 차를 세운 뒤 몸을 기울여 전이혁의 바지 주머니를 더듬었다.양쪽을 모두 확인한 끝에 오른쪽 주머니에서 열쇠 묶음을 찾아냈다.그녀는 열쇠를 들고 차에서 내려 먼저 대문을 열었고 집 안으로 들어가 불부터 켰다.불이 환히 밝혀진 것을 확인한 뒤에야 다시 밖으로 나왔다.그리고 다시 차를 몰고 안으로 들어가 집 문 앞에 차를 세워두었다. 전이혁을 부축하여 집안으로 들이기 수월하도록 일부러 가까이 세운 것이다.전이혁은 깊이 잠든 사람처럼 내내 눈을 뜨지 않았다.차를 세우는 동안에도, 집 앞으로 들어오는 동안에도 아무 말이 없었다.술을 가장 많이 마신 쪽은 김태경이었고 전이혁은 몇 잔밖에 마시지 않았다.그런데도 저렇게 취해 있는 모습이 도아영에게는 어딘가 미심쩍었다.어쩌면 연기일지도 모른다.다만 너무 자연스러워서 어디가 수상한지 짚어 내기가 어려웠을 뿐이었다.전이혁은 손님들을 만나며 술자리를 수없이 치르는 사람인데 주량이 이렇게 약할 리가 있겠는가.“전이혁 씨, 일어나세요. 집이에요.”도아영은 그를 바로 부축해 내리지 않고 몸을 숙여 그의 얼굴을 흔들어 보며 깨우려 했다.몇 번이고 흔든 뒤에야 전이혁이 느릿하게 눈을 떴다.“아영 씨.”눈을 뜨자마자 그는 도아영의 손을 붙잡았다.그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아영 씨, 저 당신을 너무 사랑해요. 이렇게 꿈에서도 보다니 너무 행복하네요.”“아영 씨, 사랑해요. 정말 많이 사랑해요. 당신이 어떤 모습으로 있든, 얼마나 많은 얼굴을 숨기고 있든 상관없어요. 전부 당신이니까. ‘여우’여도 좋고, 도아영이라도 좋고 민지영이어도 좋아요. 전부 당신이잖아요.”그 사실을 알고 난 뒤로 전이혁에게는 이름이나 겉모습의 차이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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