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한은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주서인이 집에 돌아와 혼낼까 봐 꼼짝 못 했지만 주서인이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우빈과 한바탕 붙었을 것이다.그는 속으로 이를 갈며 다짐했다. 어른들이 제각기 할 일로 흩어지면 그때 꼭 우빈에게 복수하겠다고.‘고작 이틀 동안 머무는 것뿐인데 왕자처럼 대접받다니...’임정한의 눈빛에는 질투와 억울함이 뒤섞여 있었다.주서인은 곁에서 입을 열었다.“우빈아, 왜 아빠랑 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한테만 선물을 준비했어? 고모는 해물을 좋아하는 거 알잖아. 네 엄마도 알 텐데... 왜 커다란 해물 세트를 안 챙겨왔을까?”주서인은 어느새 우빈의 작은 여행 가방을 마음대로 열어젖혔다. 안에는 갈아입을 옷과 몇 개의 장난감만 들어 있었다.그리고 또 세 세트의 영양제에 손대려 했지만 그 순간 주형인이 손을 탁 쳐내며 날카롭게 말했다.“그건 우빈이가 나랑 부모님께 드리려고 가져온 영양제야.”말을 마치자마자 주형인은 서둘러 영양제들을 집어 들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주서인은 기회만 생기면 무엇이든 빼앗아 가는 사람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다.잠시라도 거실에 두면 눈 깜짝할 새 사라질 터였다.“뭐가 대단한 영양제라고! 우빈이가 부모님께 드리라고 한 거면 부모님 몫은 내가 갖고 있어도 되잖아. 왜 네가 다 가져가!”주서인은 씩씩거리며 소리쳤다.하지만 더는 따라가지 못했다. 주형인의 눈빛은 예전 같지 않았다.그가 더는 누나라고 봐주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완전히 등을 돌리게 만들면 친정에 출입하는 것조차 힘들어질 수 있었다.주형인은 누나를 본체하지도 않았다.쿵!방문이 소리를 내며 닫혔다.거실은 잠시 조용해졌다.주경진과 김은희도 감히 소리를 내지 못했다.주서인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소파로 돌아와 우빈의 곁에 앉았다. 그리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팔을 벌렸다.“우빈, 고모가 안아 줄까?”하지만 우빈은 몸을 움츠리며 할아버지 품으로 파고들었다.“할아버지, 저는 고모한테 안기기 싫어요.”주경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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