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내 남편은 억만장자: Bab 811 - Bab 820

3621 Bab

제811화

산 정상 별장에 돌아간 후 전태윤은 하예정을 안고 차에서 내리려 했다.“나 혼자 내릴게요. 안을 필요 없어요. 더는 날 터치하지도 말아요!”하예정은 포옹하려는 그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녀는 전태윤이 더는 건드리지 말기를 바랐다.결국 남편을 매정하게 밀친 후 그녀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이때 장씨 아저씨가 집안에서 걸어 나왔다.그는 하예정을 보자 매우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니 금세 스스럼없이 인사했다.“사모님.”이에 하예정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사모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저는 당신들의 사모님이 아니에요. 제가 어찌 감히 전태윤 도련님을 넘보겠어요!”그녀는 비난하는 어조로 날카롭게 쏘아붙였다.하예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고개를 홱 돌리고 전태윤에게 말했다.“이래놓고 뭐? 혼자 산다고요? 태윤 씨는 이젠 밥 먹듯이 거짓말을 하네요. 어쩜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뻔뻔스럽게 날 속여요?”그의 연기가 너무 완벽하다 보니 단순한 하예정은 감쪽같이 속았다.‘다 내가 멍청해서 그래. 태윤 씨가 몇천만 원짜리 SUV를 타고 다니고 별장이 아닌 아파트에 사니 진짜 일반 직장인인 줄 알았어. 전에 나한테 자신이 만약 갑부라면 믿겠냐고 물은 적 있지? 그땐 아예 안 믿는다고 했어. 갑부는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을 테고 난 연예인 뺨치는 미모를 지닌 것도 아니니 재벌 집 도련님이 나랑 결혼할 리가 없잖아!’애초에 초고속 결혼을 할 때 절친 심효진도 그녀에게 장난치듯 물었지만 하예정은 단호하게 부인했다. 재벌 집 도련님이 길거리에 널린 것도 아닌데 초고속 결혼으로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냐면서, 효진에게 로맨스 소설 좀 그만 보라고 다그쳤었다.하지만 결국 하예정만 뒤통수를 맞은 상황이 돼버렸다.전태윤은 입을 꾹 다물고 그녀를 묵묵히 바라볼 뿐 아무 말도 없었다.하예정을 속인 건 사실이니 그도 딱히 반박할 수 없었다.하예정은 그를 날카롭게 째려보더니 장씨 아저씨를 스쳐지나 홀로 별장에 들어섰다.“도련님, 사모님께서 아시게 된 후 몹시 화나셨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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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하예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곧게 주방으로 들어갔다.전태윤은 집안에 들어오며 마침 주방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그는 하예정을 묵묵히 지켜봤다.하예정은 요리할 줄 몰라서 라면에 달걀 한 개를 넣고 끓인 후 냄비 채로 들고 나왔다.전태윤을 본 그녀는 힐긋 째려보더니 공기 취급하며 식탁 앞에 앉아서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전태윤은 그녀가 홧김에 단식이라도 할까 봐 걱정했는데 라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도 식탁 앞에 앉아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예정아...”“입 닥쳐요! 밥맛 떨어지니까!”아내가 으름장을 놓자 전태윤 도련님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그는 지금 잘못을 저지른 입장이니 땅이 꺼지도록 머리를 숙여야 한다.그녀가 먹는 모습에 전태윤도 배가 고팠다.하지만 감히 자리를 비우지 못했다. 자리를 비운 사이로 그녀가 도망이라도 칠까 봐 배고픔을 꾹 참고 라면 먹는 그녀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봤다. 하예정은 라면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수저를 들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예정아, 나 줘. 설거지 내가 할게.”전태윤은 얼른 그녀의 손에서 냄비를 뺏어왔다.하예정도 딱히 거부하지 않았다. 그가 설거지하겠다고 하니 냄비를 식탁에 내려놓고 주방을 나섰다.그녀가 밖에 나가지 않고 소파에 앉아 있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전태윤도 시름 놓고 설거지하러 갔다.그는 가장 빠른 속도로 설거지를 끝내고 그녀에게 과일까지 씻어서 조각으로 잘라 접시에 담아왔다.“여보.”“여보라고 부르지 말아요!”“예정아.”전태윤은 곧바로 호칭을 바꿨다.아내의 분노가 극에 달했으니 모든 걸 아내에게 맞춰야 한다.“과일 좀 먹어.”전태윤은 조각으로 자른 과일 그릇을 하예정 앞에 내려놓았다.“당신한테 배신당한 것만 생각하면 기가 차서 배가 저절로 부른데 과일이 넘어가겠어요?!”전태윤은 과일 그릇을 내려놓으려다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탁자 앞으로 가져갔다.하예정은 라면 한 그릇 뚝딱 비웠으니 당연히 배부를 것이다.“미안해, 예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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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난 애초에 태윤 씨가 재벌 집 도련님인 줄도 몰랐어요! 내가 뭘 노렸는데요? 우리가 처음 싸웠을 때 나도 바라는 게 있다고 똑똑히 말했었죠. 태윤 씨에게 집이 있으니 집 구할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고, 태윤 씨가 성숙하고 듬직한 데다가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어 우리 언니가 만족하고 마음 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잖아요.”전태윤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나도 알아. 넌 처형을 안심시키기 위해 나랑 결혼한 거지 절대 내 돈을 노리거나 신분을 노린 건 아니야. 내가 오해했어. 다 내 잘못이야. 미안해, 예정아. 날 때려도 좋고 욕해도 좋아. 내가 한 잘못이니 무슨 처벌이든 달갑게 받을게.”전태윤은 끝까지 억울하단 말 한마디 없었다.하예정이 그를 째려봤다.“처음엔 너의 성품을 보려고 신분을 숨겼었어. 할머니가 한사코 너랑 결혼하라고 하니 네가 과연 내 평생을 바칠 가치가 있을지 알고 싶었어. 그래서 내 정체를 숨기고 일반인처럼 위장하며 너랑 함께 지냈었어. 지내다 보니 네가 참 좋은 사람이란 걸 알게 됐고 서서히 널 사랑하게 됐어.”전태윤이 하예정의 손을 잡으려 했으나 그녀가 매정하게 뿌리쳤다.“미안해, 예정아.”하예정은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한참 후에야 말을 꺼냈다.“처음엔 날 떠보기 위해서였고 나중에는요? 무려 4개월 동안 속였어요. 4개월 내내 나란 사람을 의심한 거예요? 인제야 내 성품을 인정하게 됐냐고요?!”“나중엔 감히 너한테 고백할 엄두가 안 났어. 네가 진실을 알게 된 후 날 떠날까 봐 너무 두려웠어. 난 널 잃고 싶지 않아.”전태윤이 다시 한번 손을 잡으려 했으나 그녀는 여전히 매정하게 뿌리쳤다. 하지만 이번엔 그가 터프하게 그녀의 손을 확 잡아당겨 입가에 가져가더니 손등에 가볍게 키스했다.전태윤은 짙은 눈빛으로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의 눈가에 자상함과 미안함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예정아, 난 진짜 두려웠어. 여태껏 살아오면서 널 사랑하게 된 이후로 처음 그런 두려움을 느꼈어. 널 잃을까 봐 두렵고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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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4화

전태윤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 손을 놓으면 그녀는 별장을 떠날 테고 둘은 더이상 만나기 힘들 것이다.그는 누구보다 하예정을 잘 알고 있다.“이거 놔요! 나 지금 태윤 씨랑 말하고 싶지도 않고 쳐다보기도 싫어요!”하예정은 그가 손을 안 놓아주려 하자 고개 숙여 그의 손등을 꽉 깨물었다. 다만 전태윤은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화가 난 하예정이 잔뜩 흥분하며 그에게 발길질해댔다.전태윤은 발악하는 그녀를 강제로 품에 안고 머리 숙여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그는 부드러운 키스로 그녀를 다독이고 싶었다.하지만 하예정이 그의 입술을 가차 없이 깨물었다. 전태윤은 곧바로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그는 어쩔 수 없이 하예정의 뒷목을 타격해 기절시킨 후 축 처진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는 입가에 묻은 피를 쓱 닦고는 허리 숙여 이미 기절한 하예정을 안더니 위층으로 올라갔다.하예정을 침대에 눕힌 후 그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서 묵묵히 바라봤다.그녀가 화낼 거란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전태윤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등에 가볍게 키스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예정아, 내가 다 잘못했어. 날 때려도 좋고 욕해도 좋으니 절대 날 떠나진 마. 난 너랑 이혼 못 해, 안 해!”그는 다시 몸을 숙여 그녀의 얼굴 곳곳에 잔잔한 키스를 남겼다.“띠리링...”이때 전태윤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고 할머니한테서 걸려온 전화인 걸 확인하더니 깊은 한숨을 내쉰 후에야 전화를 받았다.“태윤아, 예정이 좀 어때? 많이 화났지?”“할머니는 아시면서 뭘 물으세요?”전태윤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너한테 그렇게 오랫동안 속았으니 화낼 만도 하지. 네가 많이 양보해줘. 더 싸우지 말고. 네가 먼저 잘못했잖아. 예정이는? 내 전화 받아줄까? 이 할미가 널 위해 좋은 말 몇 마디 해주고 싶은데.”“할머니가 먼저 예정이를 속였다는 걸 잊지 마세요.”할머니는 살짝 마음이 찔린 듯 말을 이었다.“내가 속인 건 맞지만 너까지 속이라고 하진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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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5화

“태윤아, 당황해하지 마. 할머니가 지금 바로 갈게. 너희 어디 있어?”할머니는 전태윤의 마음을 달랬다.손주 부부가 오늘 이 지경에 이른 건 할머니도 불가피한 책임이 있다.전태윤은 고함을 지른 후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말했다.“할머니가 오셔도 아무 소용 없어요. 우리 모두 예정이를 속였어요. 예정이는 우릴 볼 때마다 몇 개월 동안 감쪽같이 속아온 것만 떠올릴 거예요.”할머니는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게 내가 진작 털어놓으랬잖아... 그럼 네가 알아서 방법을 찾아봐. 예정이 잘 달래줘. 전혀 소용없으면 며칠만이라도 진정할 수 있게 놔둬. 너무 다그치지 말고...”“예정이는 우리 집에서 반 발짝도 못 나가요!”전태윤은 지금 이 순간 여느 때보다 일방적이었다.할머니는 말문이 막혀 결국 묵묵히 전화를 끊고는 속으로 손주 녀석을 위해 기도했다. 전태윤이 일방적인 버릇을 못 고치는 한 하예정과 처음처럼 돌아가는 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할머니와 통화를 마친 후 전태윤은 강일구 일행에게 전화해 분부를 내렸다.“내가 예정이한테 준비한 발렌타인 선물들 전부 우리 집으로 가져와. 그리고 장미꽃도 좀 더 사 와서 정원을 예쁘게 꾸며놔.”그가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인터넷에서 기사가 신속하게 퍼져 흘렀고 경호팀도 사모님이 대노하실까 봐 줄곧 가슴을 졸였다.그리고 분노를 터트리는 사모님을 직접 목격하니 입이 쩍 벌어졌다. 사모님은 생각보다 도련님을 모질게 대했다.뭇사람들은 알콩달콩했던 이 부부가 어떤 파국에 치닫을지 몹시 걱정됐다.이때 문득 전태윤의 분부를 받으니 강일구는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 그는 도련님이 사모님을 잘 달랜 줄로 알고 홀가분하게 대답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가서 도련님이 준비한 선물들을 가져올게요.”전태윤이 목소리를 내리깔았다.“빨리 진행시켜.”하예정이 곧바로 깨날 테니까.경호팀은 가장 빠른 속도로 전태윤이 아내를 위해 준비한 발렌타인 선물을 집안에 들여놓고 위층까지 가져왔다. 그들은 전태윤의 방문을 노크하고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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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6화

“예정아.”전태윤은 아무 말 없는 그녀가 걱정돼 조심스럽게 불러보았다.“너 괜찮아?”‘내가 너무 심하게 기절시켰나? 바보 된 건 아니겠지?’“전태윤!”하예정은 정신을 차리고 이를 악물며 고함을 질렀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앉더니 포효하는 사자처럼 전태윤에게 덮쳐들어 한 손으로 그의 옷깃을 잡고 다른 손으로 그의 목덜미를 잡았다.그리고 분노에 찬 욕설을 퍼부었다.“전태윤 이 나쁜 놈아, 너 진짜 나빠. 어떻게 날 기절시킬 수 있어?!”그녀는 뒷목이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다!‘나쁜 자식, 날 사랑한다면서 기절시켜? 이건 분명 날 더 아프게 만드는 거잖아! 젠장, 이젠 당신이 하는 말 한마디도 안 믿으래. 지난 4개월 동안 네가 지어낸 거짓말 속에서 지내왔어. 너에 대한 믿음이 1도 없어!’“예정아, 예정아.”전태윤은 그녀에게 잡힌 목덜미를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예정이 정말 자신을 기절시키고 도망이라도 칠까 봐 두려웠다.드디어 그녀의 손에서 벗어난 전태윤은 좀 전처럼 터프하게 두 팔을 벌려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하예정은 그의 품에 안겨 꼼짝할 수 없었다.“예정아, 널 기절시켜서 미안해. 하지만 그땐 널 어떻게 남겨둘지 몰라서 그랬어. 날 떠나지 마 제발, 응? 맹세할게, 이젠 더는 널 속이지 않아! 그러니까 제발 날 떠나지 말아줘, 예정아!”전태윤은 그녀가 없는 나날을 감히 상상할 엄두가 안 났다. 그때의 전태윤은 과연 어떤 몰골을 하고 있을까?“이거 놔요, 태윤 씨! 이젠 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가 없어요. 내 앞에서 한 맹세 개나 줘버려요! 내게 수없이 맹세해놓고 번마다 속였잖아요! 내가 말했죠, 수없이 날 속이는 날엔 우리 무조건 이별이라고! 난 이렇게 거짓말에 둘러싸인 삶을 살고 싶지 않아요. 어떤 게 진짜 당신인지 모르겠어요. 어느 말이 진심인지 모르겠다고요. 그러니까 날 그만 놔줘요. 안 그러면 당신 평생 용서 안 할지도 몰라! 감히 날 기절시켜? 기절을... 아파 죽겠네, 나쁜 자식. 항상 날 아프게만 하지.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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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이게 바로 당신 성격이죠. 무릇 자기중심적이고 모든 걸 지배하는 것에 적응되었어요. 일방적이고 횡포하며 자만하고 심지어 극단적이기까지 하잖아요!”하예정의 말에 야유가 가득 담겨 있었다.전태윤의 성격이 바로 이러했다.초고속 결혼 초기에 그는 이런 모습이었다. 아무리 일반인인 척 해보아도 이미 형성된 성격이라 고칠 수 없었다.하여 부부의 감정이 무르익을 때 두 번 갈등을 빚기도 했다. 냉전을 끝낸 후 전태윤의 거만하고 일방적인 성격도 조금 호전되었다.다만 지금 또다시 본모습을 드러냈다.이런 전태윤과 함께 지내는 건 실로 힘든 일이다.게다가 하예정은 워낙 독립적인 여자다 보니 전태윤과 갈등을 빚을 때 종종 충돌이 더 커진다.전태윤은 분명 하예정의 화를 풀어주고 싶지만 잦은 실수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되어 결국 하예정의 분노만 더 커져갔다.“예정아...”전태윤은 괴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풀어주고 살며시 그녀 얼굴을 어루만지며 겨우 말을 이었다.“김진우 찾아가지 마! 내가 힘겹게 그를 관성에서 내쫓았어. 더는 널 찾아오지 못하게 말이야. 그러니까 제발 김진우한테 가지 마.”“진우를 관성에서 내쫓았다고요? 혹시 효진의 고모를 찾아갔어요?”하예정이 질문하더니 곧바로 저 자신을 비웃듯이 말했다.“놀랄 게 뭐야? 당신이 내 뒤에서 한 짓들 난 전혀 모르잖아. 태윤 씨는 날 가족으로 생각하긴 했나요? 가족이라니, 내가 무슨 자격으로 당신 가족이 되겠어요? 여자는 이래요, 시댁에서는 남 취급당하고 친정에 가면 손님 취급당하죠. 내가 어찌 감히 당신 가족이 되길 바라겠어요... 당신은 나 몰래 그렇게 많은 짓을 꾸몄고 4개월씩이나 속여왔어요. 나를 아예 남남으로 본 거죠!”하예정은 말하면서 속상한 듯 눈시울이 빨개졌지만 애써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버텼다.전태윤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았다.그의 가식적인 위로를 받고 싶지 않았다.“예정아, 넌 내 가족이야. 나랑 평생 함께할 아내란 말이야. 내가 미안해. 네 마음을 아프게 했어. 날 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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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8화

하예정이 방문을 나섰다.전태윤은 감히 아무 말도 못 한 채 묵묵히 그녀를 따라갔다.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전태윤도 조심스럽게 뒤따라갔다.그녀가 밖에 나가자 전태윤도 함께 따라 나갔다.그는 어느덧 하예정의 그림자가 돼버렸다.하예정이 별장 입구에 다다라 대문을 열려고 했지만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전태윤에게 차갑게 쏘아붙였다.“키 내놔요!”장씨 아저씨와 경호팀들, 그리고 도우미들까지 저 멀리서 따라오며 아무도 감히 선뜻 나서지 못했다.사모님이 대노하시는데 누가 감히 나서서 타이르겠는가!사모님의 말투는 한없이 차가웠고 한편 그들의 도련님은 어느덧 사모님의 그림자가 돼버렸다.전태윤은 키를 꺼냈지만 하예정에게 건넨 게 아니라 한 꾸러미 키를 힘껏 밖에 내던졌다.그는 키 뭉치를 저 멀리 버리고 텅 빈 두 손을 들어 하예정에게 보여줬다.“난 키 없어.”하예정은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당장이라도 그의 멱살을 잡고 한바탕 두들겨 패고 싶었다.하예정은 또다시 장씨 아저씨 일행에게 시선을 돌렸다.이에 장씨 아저씨가 황급히 말했다.“사모님, 저 보실 필요 없어요. 저도 키 없어요.”있어도 사모님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서둘러 고개를 내저었다.“저희도 키 없어요, 저희 보지 마세요, 사모님.”‘제발 저희 좀 놔주세요!’하예정도 다 알고 있다. 전태윤이 그녀를 집 밖에 내보내려 하지 않는 한 저들은 키가 있어도 그녀를 도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하예정은 높은 담벼락을 올려다보았다.문이 너무 높아 담벼락을 넘는 건 무리수였다.담벼락은 대충 봐도 2미터 높이가 되었다.별장 정원의 담벼락은 전부 그 정도로 높았다!물론 이 또한 전태윤다운 인테리어였다. 그는 남들이 훔쳐보는 걸 싫어하니까.담벼락이 높으면 외부의 감시를 차단하고 그의 사생활을 잘 보호할 수 있다.하예정은 주먹다짐을 할 줄 알지만 경공을 습득한 건 아니다. 2미터 높이가 되는 담벼락을 그녀는 도무지 뛰어넘을 수 없었다.하예정은 몸을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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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하예정은 분노가 극에 달했지만 밖에 나갈 수 없어 결국 방에 돌아가 문을 잠갔다. 그녀는 하예진이나 친구들한테 도움을 청하려고 휴대폰을 꺼냈지만 배터리가 다 돼서 꺼진 상태였다.“날 죽이려고 작정했네!”하예정이 방문을 잠그고 있는 동안 전태윤도 더는 그녀를 집착하지 않았다.그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도와줄 상대를 찾고 있었다.전태윤은 습관적으로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소정남은 이제 막 심효진을 서점에 데려다주었다.심효진은 충전기를 꺼내 스쿠터를 충전했다.“정남 씨, 태윤 씨가 예정이를 어떻게 했는지 여쭤봐 봐요.”심효진은 전태윤이 강제적으로 하예정을 끌고 간 게 마음에 걸렸다.소정남이 알겠다며 답했다.“지금 바로 전화해서 두 사람 어떻게 됐는지 물어볼게요.”말은 이렇게 해도 소정남은 진작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는 전태윤을 너무 잘 알고 있다.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전태윤은 아마 하예정에게 버림받을 것이다.한순간의 거짓말은 짜릿해도 아내를 잃는 슬픔은 죽는 것만 못할 텐데, 아무튼 모든 게 자업자득인 것을.애초에 그가 신분을 숨기고 하예정의 성품을 지켜보겠다고 할 때 모두가 이해했다. 하지만 그 후로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었지만 전태윤은 줄곧 우유부단하고 온갖 걱정에 휩싸여 여태껏 지체했다.이러니 하예정이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소정남이 전화를 걸려고 할 때 마침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심효진에게 말했다.“태윤이가 전화 왔네요.”“얼른 받아요.”심효진이 조급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대신해서 전화를 받고 싶을 지경이었다.소정남이 전화를 받자 그녀는 바짝 다가와 귀를 쫑긋 세우고 전태윤의 목소리를 들었다.“정남아, 도와줘.”전태윤이 지친 말투로 말했다.“예정이가 엄청 화났어. 나 달래지 못하겠어, 어떡해 이젠? 정남아, 나 인제 어떡하냐고? 날 떠난대, 분명 날 떠날 거야. 예정이 성격 내가 잘 알아. 날 뻥 차버려서 궁지로 몰아넣을 게 뻔해. 아까는 또 내가 전씨 그룹 도련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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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심효진이 말했다.“예정이는 태윤 씨보다 내가 더 잘 알아요. 감히 장담하는데 걔 절대 그런 짓 안 해요. 그러니까 얼른 돌아오게 놔줘요.”“효진 씨는 예정이가 아니잖아요. 효진 씨 장담 나 못 믿어요.”심효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전태윤은 무슨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심효진이 아무리 떠들어봤자 소용없을 노릇이다.소정남이 재빨리 휴대폰을 가져가며 심효진을 달랬다.“효진 씨가 이해해요. 태윤이 지금 완전히 미쳤어요. 이런 감정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서툰 것도 당연해요. 효진 씨가 화내봤자 몸만 상해요.”심효진은 입을 벌렸지만 딱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평소 전태윤은 성숙하고 듬직해 보였는데, 비록 정색한 표정을 짓고 있어도 대인관계나 업무 처리가 매우 원만했는데 하예정을 감금하고 문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다니!“태윤아, 예정 씨 지금 좀 어때?”소정남이 관심하며 물었다.“네가 예정 씨를 어떻게 했냐고?”“나 아무것도 안 했어. 자꾸 나가고 싶어 하니까 문 잠그고 열쇠를 버렸어. 사다리를 찾아서 담벼락을 뛰어넘으려 하는 걸 내가 아예 사다리를 버렸어. 그리고 지금 화내며 방에 돌아가 문을 잠가버렸어. 정남아, 나 대체 어떻게 해야 해? 넌 지금 나보다 정신이 맑을 거 아니야? 네가 좀 말해봐, 나 어떻게 해야 하지? 뇌가 정지한 거 같아. 뭘 어떻게 하면 될지 모르겠어. 마음만 복잡하고 자꾸 횡설수설하기만 해.”전태윤은 한번 사랑하면 깊이 사랑하는 스타일이다.하예정은 이미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여자가 되었다.그는 하예정을 잃는 고통을 감당할 수가 없다.왜 여태껏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 했냐고? 그녀를 잃을까 봐!예준성이 특별한 날을 골라 하예정의 기분이 좋을 때 다른 방식으로 진지하게 고백해보라고 했고 그는 곧이곧대로 실천에 옮겼다.하지만 폭풍우는 여전히 휘몰아쳤다.전태윤은 폭풍우에 쫄딱 맞았고 눈앞이 캄캄하여 방향조차 잡을 수 없었다.30년 인생에서 이런 무기력함은 처음 겪어보았다.그는 항상 자신감에 차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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