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효진이 말했다.“예정이는 태윤 씨보다 내가 더 잘 알아요. 감히 장담하는데 걔 절대 그런 짓 안 해요. 그러니까 얼른 돌아오게 놔줘요.”“효진 씨는 예정이가 아니잖아요. 효진 씨 장담 나 못 믿어요.”심효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전태윤은 무슨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심효진이 아무리 떠들어봤자 소용없을 노릇이다.소정남이 재빨리 휴대폰을 가져가며 심효진을 달랬다.“효진 씨가 이해해요. 태윤이 지금 완전히 미쳤어요. 이런 감정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서툰 것도 당연해요. 효진 씨가 화내봤자 몸만 상해요.”심효진은 입을 벌렸지만 딱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평소 전태윤은 성숙하고 듬직해 보였는데, 비록 정색한 표정을 짓고 있어도 대인관계나 업무 처리가 매우 원만했는데 하예정을 감금하고 문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다니!“태윤아, 예정 씨 지금 좀 어때?”소정남이 관심하며 물었다.“네가 예정 씨를 어떻게 했냐고?”“나 아무것도 안 했어. 자꾸 나가고 싶어 하니까 문 잠그고 열쇠를 버렸어. 사다리를 찾아서 담벼락을 뛰어넘으려 하는 걸 내가 아예 사다리를 버렸어. 그리고 지금 화내며 방에 돌아가 문을 잠가버렸어. 정남아, 나 대체 어떻게 해야 해? 넌 지금 나보다 정신이 맑을 거 아니야? 네가 좀 말해봐, 나 어떻게 해야 하지? 뇌가 정지한 거 같아. 뭘 어떻게 하면 될지 모르겠어. 마음만 복잡하고 자꾸 횡설수설하기만 해.”전태윤은 한번 사랑하면 깊이 사랑하는 스타일이다.하예정은 이미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여자가 되었다.그는 하예정을 잃는 고통을 감당할 수가 없다.왜 여태껏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 했냐고? 그녀를 잃을까 봐!예준성이 특별한 날을 골라 하예정의 기분이 좋을 때 다른 방식으로 진지하게 고백해보라고 했고 그는 곧이곧대로 실천에 옮겼다.하지만 폭풍우는 여전히 휘몰아쳤다.전태윤은 폭풍우에 쫄딱 맞았고 눈앞이 캄캄하여 방향조차 잡을 수 없었다.30년 인생에서 이런 무기력함은 처음 겪어보았다.그는 항상 자신감에 차 있었
“태윤아, 일단 나부터 진정해야겠어. 내가 생각을 마치면 그때 다시 연락할게. 단 너 절대 예정 씨 다치게 하는 일 없어야 해! 안 그러면 너희 두 사람 정말 이별할지도 몰라.”소정남은 전태윤의 말을 듣고 울화가 차올라 얼른 전화를 끊고 싶었다. 일단 저 자신부터 마음을 가라앉히고 심효진 앞에서 험한 말을 하는 나쁜 이미지를 남기지 말아야 했으니까.전태윤의 처참한 처지를 보고 있자니 소정남은 애초에 심효진을 속이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진심으로 그녀를 대하고 절대 전태윤처럼 거짓말을 숨 쉬듯이 내뱉지 않기를 너무 잘한 듯싶었다.소정남은 전태윤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전화를 꺼버렸다.“왜 그냥 끊어요? 나 태윤 씨 더 설득해보려 했단 말이에요. 계속 저렇게 나가면 예정이가 점점 더 크게 화낼 거예요. 나중에 한 맺힐까 두려워요.”소정남이 말했다.“효진 씨가 제대로 듣지 못해서 그래요. 나 진짜 한심해서 미쳐버리겠어요. 태윤이 때문에 내가 다 돌아버리겠다고요. 일단 진정 좀 해야겠어요. 효진 씨, 난 왜 하필 이렇게 감정에 서툰 상사를 만나게 된 걸까요? 나 너무 가여워!”소정남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줄곧 전태윤을 도와 어떤 문제든 해결했지만 단 한 번도 불평한 적이 없다.하지만 감정 문제로 도움을 청했을 때 소정남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가장 큰 문제는 전태윤이 일방적으로 살아온 게 습관이 되었는데 겨우 호전됐다가 지금 또다시 완전히 드러나고 말았다.“단언컨대 두 사람 갈등이 몇 개월은 지속할 거예요. 그 사이에 절대 원래처럼 돌아가지 못할 거예요.”심효진도 그의 말에 공감했다.“내가 아는 예정이는 분명 이혼 얘기를 꺼낼 거예요. 하지만 걔는 절대 이 문제를 회피할 사람이 아니에요. 이건 내가 장담해요. 예정이는 반드시 태윤 씨랑 마주 앉아 이혼 문제를 논의할 거예요.”어쩌면 하예정은 지금 이미 이혼합의서를 작성하고 있을지도 모른다.심효진의 말을 들은 소정남이 대답했다.“효진 씨, 부디 예정 씨를 잘 타일러요. 예정 씨가
“잃는 게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제 드디어 거짓말을 한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서 그런 거예요.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생긴 거죠. 다만 지금 잠시 두려움에 휩싸여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실수를 범하고 있는 것 같아요.”심효진이 한숨을 내쉬었다.“우리는 당사자가 아니라서 이해가 되지만 절대 예정의 서러움과 분노를 체감할 수 없어요. 아무튼 난 예정이를 설득하지 않을 거예요. 설득한다고 해도 나중에 다시 할래요. 지금은 애가 서러워 죽을 지경인데 내가 왜 태윤 씨를 도와야 하죠? 그러면 예정이만 더 속상할 거라고요! 남편한테 감쪽같이 속은 건 예정인데 우리가 화풀이해주지 못할뿐더러 태윤 씨를 용서하게 설득하라고요? 그런 일은 나 절대 못 해요. 정말이지 능력만 된다면 내가 대신 태윤 씨를 한바탕 두들겨 패고 싶다니까요. 성기현 대표님은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네요. 아마 사촌오빠로서 태윤 씨를 두들겨 패고 싶을 걸요. 그럼 나도 화가 조금은 풀릴 것 같아요.”소정남은 말을 잇지 못했다.전태윤은 본인 노력으로 너무 많은 사람을 건드렸다.“어머, 소현 씨 어떡해요? 이틀 뒤에 돌아온다고 했는데 오자마자 예정의 남편이 전씨 그룹 도련님이란 걸 알게 되면 과연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어요! 한때 미치도록 좋아했던 도련님이 정작 예정이랑 초고속 결혼을 한 남편이라니, 이게 말이 돼요?”심효진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찔거렸다.“이게 대체 다 무슨 일이래? 소설 속 전개가 현실에서 일어나다니. 이래서 소설은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는 거였네.”소정남이 재빨리 물었다.“대체 어느 소설에서 이런 전개가 나오나요? 남자 주인공은 결국 어떻게 여자 주인공의 용서를 구했대요? 태윤이한테 추천해서 배우라고 해야겠어요.”심효진이 솔직하게 대답했다.“연재소설이라 작가가 아직 거기까지 쓰지 못해서 나도 결말은 몰라요. 여자 주인공이 과연 어떻게 남자 주인공을 용서했을까요?”소정남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막막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날 봐도 소용없어요. 내가 쓴 것도 아닌데 답안을 얻을
홀로 방에 갇힌 하예정은 뭘 하고 있을까?그녀는 방에서 펜과 종이를 찾더니 소파에 앉아 열심히 이혼합의서를 작성했다.결혼 후 부부는 따로 집을 구매하지 않아 딱히 재산분할을 할 게 없었다.전태윤은 전에 이혼하게 되면 발렌시아 아파트와 SUV를 하예정에게 주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하예정은 전혀 갖고 싶지 않았다.그건 전부 전태윤이 그녀를 속이려고 일부러 구한 집이니까!차도 갖고 싶지 않았다.하예정이 지금 몰고 다니는 차는 전태윤이 사준 차이기에 이혼할 때 일전 한 푼 빚지지 않고 모조리 돌려줄 것이다.그와 재산분할을 하지 않고 그에게 4개월 청춘을 손해 본 배상금도 받지 않을 것이다. 각자 명의 하의 재산은 각자 가져갈 것이니 서로 빚진 것도 없다. 전태윤이 이혼 서류에 사인만 해주면 된다.한편 전태윤이 도리어 그녀에게 청춘 손해배상금을 물으라면 그녀도 조금은 줄 의향이 있다. 어쨌거나 상대는 전씨 그룹 도련님인데 초라한 자신과 함께 살아줬으니 고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예정은 당연히 그에게 배상금을 조금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요구하면 그녀도 거부할 것이다.그녀의 능력 범위 내에서만 돈을 줄 수 있다.“똑똑.”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예정아, 나 문 좀 열어줄 수 있어?”상대는 다름 아닌 전태윤이었다.하예정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지금 전태윤의 얼굴만 봐도 분노가 차오르니까.“예정아, 방에 그렇게 오래 있었는데 안 갑갑해? 나와서 나랑 함께 정원 산책해. 우리 집 앞마당에 꽃이 엄청 많이 피었어. 내려와서 예쁜 꽃구경 하자. 널 위해 일부러 사람들을 시켜서 가꾼 거야.”하예정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고 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예정아, 배고프지? 내가 사람들 시켜서 너 좋아하는 요리를 많이 만들어오라고 했으니 문만 조금 열면 감칠맛 나는 음식 향이 퍼질 거야. 너도 분명 배고플 거잖아.”전태윤은 또 맛있는 음식들로 그녀가 문을 열게끔 달래보았다.방안에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그가 계속 말했다.
그땐 그녀도 전태윤을 사랑하지 않아서 아무렇지가 않다.하지만 이젠 사랑하게 되었는데 진실을 알게 되니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았다.요즘 들어 그가 늘 옆에 있어 주고 자상하게 챙겨준 걸 생각하면 하예정은 더 속상하고 화났다.‘나에 대한 자상함도 거짓이 섞여 있지 않을까? 이것도 다 속임수야? 아, 내 뒷목! 전태윤 이 나쁜 자식, 망할 자식! 목 아파 죽겠네.’정연 아주머니 일행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도련님은 애초에 사모님을 속였고 이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삼성 충전기 누가 갖고 있어요? 휴대폰 배터리가 다 돼서 충전기 좀 빌려주세요.”정연이 대답하려 할 때 옆에 있던 동료가 재빨리 그녀를 툭 찔렀다. 그녀는 뒤늦게 눈치채고 하예정에게 말했다.“도련님이 삼성 휴대폰을 한 대 갖고 계시는데 사모님 그럼 도련님께 충전기 좀 빌려달라고 말해보세요.”하예정은 그들의 작은 꼼수를 놓칠 리가 없었다.전태윤의 허락 없이 그녀는 휴대폰 충전조차 할 기회가 없다.전태윤은 그녀를 이 별장에 가두고 아예 외부와 연락을 차단하려는 속셈인가?이렇게 하면 그녀를 남겨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몸만 남아있을 뿐 마음은 절대 남겨둘 수 없다!하예정은 더는 도우미들과 말하지 않고 다 작성한 이혼합의서를 들고 아래층에 내려갔다.계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전태윤이 소파에 앉아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 같았다.그녀의 발소리를 들은 전태윤은 재빨리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활짝 미소 지었다.“여보.”“여보라고 부르지 말아요!”하예정의 낯빛이 또다시 어두워졌다.그녀는 지금 전태윤 이 인간만 보면 저절로 표정이 일그러지니 어쩔 수가 없다.“예정아.”전태윤이 호칭을 바꿨다.“배고프지, 얼른 가서 밥 먹자.”그는 자상하게 말하며 하예정의 손을 잡으려고 팔을 뻗었지만 그녀가 매정하게 뿌리쳤다.하예정은 그를 스쳐지나 소파 앞으로 걸어가더니 다 작성한 이혼합의서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차갑게 쏘아붙였다.“태윤 씨, 이건 내가
하예정은 힘껏 몸부림치며 가까스로 밀어냈지만 전태윤은 계속하려 했고 화가 난 하예정은 그의 뺨을 내리쳤다.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장씨 아저씨와 도우미들이 전부 경악을 금치 못했다.전태윤도 어안이 벙벙해졌다.하예정은 분노가 차올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를 째려보는 두 눈도 서서히 충혈되어갔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고 전태윤은 자책하기 시작했다.‘내가 또 예정이를 화나게 했어, 예정이가 속상해하고 있잖아. 내가 부드럽게 다가가면 예정이도 차분해질 줄 알았는데...’장씨 아저씨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박씨 아저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박씨 아저씨야말로 이 집안의 진짜 집사이지만 일이 있어 휴가를 낸 바람에 장씨 아저씨가 임시로 와서 집사 노릇을 하고 있다. 이젠 더는 버틸 수가 없으니 얼른 박씨 아저씨를 불러와야 한다.사모님이 도련님을 때리다니, 이게 웬 말인가!다들 전씨 일가에서 수년간 일하면서 이런 광경은 처음 목격하는 일이다.전씨 일가의 남자들은 아내 사랑이 지극하여 결혼만 하면 부부의 감정도 안정적이고 더없이 알콩달콩하게 지낸다. 가끔 작은 오해와 말다툼이 있지만 금세 해결되는데 사모님은 오늘 도련님의 뺨을 후려쳤다.“예정아.”전태윤은 자신의 뺨을 때린 그녀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물었다.“손 안 아파?”하예정은 힘껏 손을 빼내고 머리를 홱 돌리고는 눈을 살짝 비비더니 다시 전태윤을 노려봤다.“태윤 씨, 미안해요. 하지만 태윤 씨도 날 좀 존중해주면 안 돼요?”그녀는 자신이 화낼 때 전태윤이 강제 키스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그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 드니까.전태윤은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방금 하예정이 작성한 이혼합의서를 보고 눈이 발칵 뒤집혀 순식간에 분노를 터트렸다.그가 먼저 거짓말한 건 잘못된 일이지만 그녀가 일말의 여지도 없이 이혼합의서를 작성하니 전태윤도 점점 더 충동하게 되었다.“만약 바람피우고 가정폭력을 행사하고 내게 수없이 거짓말을 한다면 당신을 떠난다고 했었죠.”이는 하예정이 애초에 한 말
장 씨 아저씨와 도우미들은 긴장한 분위기 속에 질식하는 것만 같았다.한참 후, 전태윤은 언성을 높여 분부했다.“사모님에게 충전기를 가져다줘!”“네”장 씨 아저씨는 얼른 하예정을 도와 충전기를 가져왔다.‘큰 도련님의 이 거동은 사모님을 보내주시겠다는 뜻은 아닐까?’사실 장 씨 아저씨도 속으로 큰 사모님을 집에 감금하는 것보다, 둘이 서로 거리를 두고 차분하게 사고하는 편이 더 좋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장 씨 아저씨는 마음속의 말을 감히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큰 도련님에게 있어 큰 사모님은 너무나도 중요한 존재이다. 큰 도련님은 혹시라도 큰 사모님을 놓아준 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그래서 이렇게 옆에 강제로 남겨두고 있는데, 부부의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장 씨 아저씨는 충전기를 가져와 전태윤에게 건네주었다.전태윤은 충전기를 하예정에게 건네주었고, 그녀가 건네받는 순간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애걸했다.“예정아, 다시는 이혼에 관한 얘기 꺼내지 마, 제발.”하예정은 손을 뒤로 빼더니 충전기를 들고 몸을 돌려 핸드폰을 충전하러 갔다.그녀의 침묵은 전태윤을 당황하게 했다. 그녀는 떠나려는 생각을 접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그는 그녀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진실을 알게 된 후에 이혼하려고 했는데, 만약 보통 사람이 자기 남편이 억만 부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기뻐서 날뛸 것이 분명하다.전태윤은 아직도 하예정이 화를 내는 이유가 그가 그녀를 속여서, 믿지 않아서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의 분노에 대한 그의 행동은 그녀를 더 괴롭게 했다.그는 입으론 해명하기는 하였지만, 행동으로는 그녀를 기절시키지 않으면, 못 떠나가게 일부러 키를 던졌고, 사다리도 던지며 온몸으로 그녀가 이 별장을 못 떠나가게 막고 있다.이것은 그녀를 감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그의 일련의 행동은 그녀의 불난 마음에 부채질하였고, 그녀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적어도 당분간은 그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전태윤도 한결 마음이 놓였다.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부엌으로 들어가 하예정의 맞은편에 앉았다.전태윤은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하예정의 그릇에 놓아주려 했지만, 그녀는 그릇을 들고 피하였고, 그는 하는 수 없이 손을 돌려 집어 든 음식을 자신의 그릇에 놓았다.“예정아, 이것들은 모두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야, 많이 먹어.”전태윤은 부드럽게 말했다.하예정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를 쳐다보지도 않으며 혼자 계속하여 먹었다.“당신 새우 제일 좋아하잖아, 내가 껍질을 벗겨줄게.”전태윤은 일회용 장갑을 끼고 새우 껍질을 벗겨 하예정에게 주었지만, 그녀는 다른 새우를 집어 껍질째 먹었다.“....”와이프는 그에게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고 있다.딩동! 딩동!초인종이 울렸다.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기온도 차가운데 누가 이 시간에 방문한 거지?“제가 가서 문을 열겠습니다.”장 씨 아저씨가 직접 문을 열러 나갔다.별장 입구에 차 한 대가 서 있었는데, 눈에 익은 차량이 아니니 전씨 가문의 어르신은 아니었다.온 가족이 함께 하예정을 속였으니, 지금은 쑥스러워 찾아오지 못할 거다.가족들은 전태윤이 하예정의 용서를 구하는 데 실패하면, 그때 다시 대책을 상의할 생각이었다.“접니다.”차에서 내린 사람은 숙희 아주머니였다.그녀는 장 씨 아저씨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장 씨 아저씨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키를 꺼내 문을 열면서 물었다.“여긴 어떻게...?”“하예진 씨를 데려왔어요, 바로 큰 사모님의 언니분이세요.”하예정의 휴대폰이 배터리가 나가고 전원이 꺼져 연락할 수 없자 하예진은 못내 걱정되었다. 둘 다 고집이 센 부부가 어떻게 싸우고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숙희 아주머니에게 연락해 이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마침 하예정은 낮에 전 씨 그룹 입구에 차를 차 키째로 남겨두었고, 하예진은 동생을 도와 집으로 몰고 갔다가 그 차로 다시 이곳에 왔다.“큰 사모님께선 어떠세요?”장 씨 아저씨는 숙희 아주머니 뒤에 있는 차를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