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1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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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약을 타다
“씨발, 살살 좀 해.”:“쏘리.”한민혁은 익숙한 동작으로 민도준의 복부에 난 상처를 치료했다. 하지만 상처를 치료하면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상처를 보아하니 그렇게 깊은 건 같지 않은데 왜 이렇게 찢어졌어?”‘어제 그렇게 해댔는데 안 찢어지고 배겨?’민도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입꼬리를 씩 올렸다.하지만 치료를 마치고 민도준이 옷을 입으려고 일어선 그때 한민혁이 갑자기 호들갑을 떨며 다가왔다.“형, 등에 이거 뭐야? 이것도 민재혁 그놈이 보낸 사람이 그런 거야?”이상한 반응에 거울에 등을 비춰보는 순간 등에 난 손톱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민도준은 한심하다는 듯 한민혁의 손을 때렸다.“너 바보냐?”그제야 뭔가를 눈치챈 한민혁이 이번에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달라붙었다.“혹시 여자야?”민도준은 그를 가볍게 무시했다. 하지만 한민혁은 민도준의 싸늘한 반응에 나가떨어지기는 커녕 오히려 흥미진진한 얼굴로 꼬치꼬치 캐물었다.“설마 권씨 집안 그 여자야? 아닌데, 형 지금 막 본가 저택에서 돌아오는 거잖아. 그런데 본가 저택에 있는 권씨 집안 여자면…….”민도준이 말없이 눈빛을 보내자 한민혁은 눈을 크게 뜨며 목소리를 낮췄다.본가 저택에 있는 권씨 집안 여자. 답은 뻔했다. 한민혁은 한 사람을 떠올리고는 민도준에게 존경스러운 눈빛을 보냈다.‘역히 대단해. 놀 줄 안다니까. 평범한 건 취급 안 하고 스릴만 즐긴다 이거야?’“그런데 그 여자도 대단하긴 하네. 어떻게 형 등을 이렇게 만들어?”민도준은 외투를 입으며 낮게 웃었다.“대단하지는 않은데 손톱이 날카롭긴 해.”“형 설마 맛 들였어?”“새롭긴 하지.”‘와, 말투를 감겼네 감겼어.’그러던 그때 마침 민도준의 핸드폰이 울렸다.그의 번호를 갖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그에게 먼저 연락을 해올 사람은 그중에서도 극소수다.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그의 눈빛은 싸늘해졌다.-“쿵.”객실 바닥에 던져진 권하윤은 눈앞이 핑 돌았다.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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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도훈 씨, 도와워죠
“첫째 사모님. 지훈 도련님이 왔습니다.”“뭐?”‘민지훈이 왜 하필 이 시간에 왔지?’원혜정은 권하윤을 힐끗 흘켜보며 명령했다.“위층으로 데려가요. 절대로 소리가 새어 나오지 못하게.”입이 틀어막힌 채 질질 끌려 계단을 오를 때 웃음 섞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수님.”‘누가 왔어.’사람이 온 걸 확인 한 권하윤은 있는 힘껏 버둥거리며 보디가드를 뿌리치려고 애썼다.그 때문에 보디가드는 소리를 막기 위해 하는 수없이 그녀를 바닥에 눌렀다.그 시각 아래층.원혜정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민지훈을 맞이했다.“도련님, 여긴 웬일이에요?”“형 찾으러 왔어요. 형 집에 있어요?”“이걸 어쩌나. 형은 아까 나갔는데.”“그래요?”민지훈은 아무 일 없는 듯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다가 마침 계단 아래에 떨어진 여자 신발에 눈이 고정되었다. 이내 고민되는 듯 주위를 서성거리더니 입을 열었다.“사실 형한테 물건 빌리러 왔거든요. 급하게 쓸 데가 있어서.”“무슨 물건이요? 제가 찾아서 보내드릴게요.”“제가 어떻게 형수님께 막 시키고 그래요? 제가 형 방에서 직접 찾을게요.”원혜정의 대답을 듣기 전 민지훈은 이내 위층으로 올라갔다.“아, 지훈 도련님.”“…….”그리고 2층에 도착한 순간 보디가드들에게 입이 막힌 채로 잡혀 있는 권하윤과 맞닥뜨렸다.뒤에서 따라오던 원혜정의 낯빛은 순간 어두워졌다.권하윤은 깜빡깜빡 점등되는 눈을 애써 부릅뜨며 두 사람의 입모양을 살폈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그 순간 마치 물에서 빠져나온 물고기라도 된 듯 숨 막히고 목마르고 더웠다.간질간질한 느낌이 자꾸만 스멀스멀 올라와 고통스럽고 기분이 이상했다.흐릿한 의식 속에 권하윤은 누군가 자신을 품에 안고 밖으로 나가는 걸 느꼈다.무의식적으로 상대의 목을 끌어안고 차가운 피부에 닿으면 편안하겠다는 생각으로 손을 갖다 댔지만 상대가 먼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안 돼요. 이러면 저 형한테 맞아 죽어요.”민지훈은 권하윤을 방 침대에 눕히고는 마치 농락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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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돈이면 뭐든 가능하다
갑자기 들려오는 호통에 권하윤은 억울했는지 나지막하게 흐느끼기 시작했다.그 목소리는 전화를 통해 민도준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씨발, 기다려.”곧이어 낮은 욕지거리가 입술 사이로 튀어나왔다.“민지훈!”“응, 형. 무슨 일이야?”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민지훈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권하윤 데리고 집에서 나와.”“뭐? 본가 저택이 어떤 곳인지 형도 알잖아. 보는 눈이 그렇게나 많은데 내가 무슨 수로 사람 하나를 빼돌려?”“흥. 뭐라도 얻어내겠다는 꼼수냐?”“에이, 내가 설마 그러겠어?”민지훈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그런데 내가 오늘 큰 형수님한테 원한을 산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남평 건물 네가 가져.”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민지훈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오케이 콜. 사람은 걱정 마. 내가 무조건 빼돌릴게.”-돈이면 뭐든 가능하다는 말이 다른 사람한테는 어떨지 몰라도 민지훈한테는 그야말로 진리였다.반 시간 후, 마대에 꽁꽁 싸맨 사람 하나가 아무도 모르게 민 씨 저택을 빠져나왔다.그리고 사람을 실은 순간 차는 쌩하고 떠나버렸다.미처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민지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헤실 거리며 떠나가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 시각 차 안.대충 맨 마대를 홱 풀어버리자 뜨거운 열기와 함께 습기가 얼굴을 뒤덮었다. 원래도 더워 미칠 지경이었는데 안에 묶여있은지라 권하윤은 이미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검은 머리칼은 젖은 채로 얼굴에 들러붙어 있고 눈은 흐릿했으며 양 볼은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런 그녀는 민도준을 보자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품에 폭 안겨왔다.지금껏 긴장하고 부끄럼을 타며 어색해하던 모습과는 달리 주동적인 모습이었다.민도준은 권하윤을 자기 무릎에 눕히며 외투를 벗어 여자의 몸을 덮었다. 앞쪽에서 슬쩍슬쩍 보내는 시선을 차단하기 위함이었다.“한 번 더 봤다가 눈알 뽑아버리는 수가 있어!”민도준이 슬쩍 눈을 들며 경고하자 앞에서 운전하던 한민혁이 이내 고개를 돌리며 어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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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사람
권하윤은 무의식적으로 이불을 끌어 몸을 가렸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을 때 비로소 옷차림이 단정하고 온몸의 끈적거림이 사라졌다는 걸 발견했다.‘씻겨줬나 보네.’“그쪽…….”“저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전 계속 저쪽에서 게임했어요.”권하윤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한민혁은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권하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 끝으로 가더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일어서기 바쁘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한민혁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가 다시 거둬들이며 입을 열었다.“혼자 걸을 수 있겠어요?”“네.”권하윤은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가요.”그리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자기가 있었던 곳이 정원이 달린 단독 주택이라는 걸 발견했다. 환경은 아름다웠으나 아무도 살지 않은 것처럼 썰렁했다.묻지도 않았는데 속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듯 한민혁이 입을 열었다.“이건 도준 형 별장이에요. 민씨 저택과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권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그 고요함은 한민혁이 그녀를 민씨 저택으로 데려갈 때까지 계속됐다.그리고 거의 도착할 무렵 한민혁은 의아한 듯 물었다.“왜 도준 형이 어디 갔는지 물어보지 않아요?”“그걸 저한테 알려주고 싶었다면 민혁 씨를 대신 보내진 않았겠죠.”돌아오는 대답에 한민혁은 말없이 어깨를 으쓱했다. 마치 그녀의 말을 묵인하기라도 하듯.권하윤은 창밖으로 고요한 거리를 바라봤다.민도준이 어렵사리 자기를 꺼내준 걸 생각하면 감동받지 않았다는 게 거짓말이다.하지만 이렇게 다시 집으로 보낸다는 건 뜻이 아주 명확했기에 더 이상 굴욕을 자초할 수 없었다.게다가 민도준이 사람을 시켜 원혜정 손에서 그녀를 구출하고 도와줬으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큰 호의를 베풀어 준거나 다름없었다.‘처음부터 지나가는 인연이었어. 상대가 이렇게 명확한 의사를 표현했으니 더 이상 얽히지 말자.’권하윤은 스스로를 충고했다. 민도준은 원래부터 건드리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이었기에 오히려 이렇게 관계를 끝내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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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의심을 품다
하지만 생각 밖의 일이 벌어졌다.이불을 걷은 순간 권하윤이 세상모르고 자고 있느게 아니겠는가?소리에 놀란 그녀는 흐릿한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앉았다.“어머님, 형님, 왜 다들 여기 계세요?”권하윤은 잠옷을 입은 채 방금 잠에서 깬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불 아래 하반신은 여전히 들어올 때 입고 있던 바지를 입고 있었고 신발도 미처 벗지 못했다.원혜정은 놀란 눈으로 권하윤을 살피더니 다시 미소를 지었다.“아니에요. 동서가 갈 때 상태가 많이 안 좋았던 것 같아 보여 보러 왔어요.”“흥, 잠이나 퍼자고 있었어?”강수연은 아니꼬운 말투로 권하윤을 쏘아붙이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두리번거렸다.“근데 왜 너 혼자뿐이니? 승현은?”“엄마, 저 여기 있어요.”얘기를 듣고 달려온 민승현은 뭔가 찔리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원혜정은 권하윤과 민승현을 번갈아 보면서 농담 섞인 말투로 말했다.“도련님, 어디 갔다 이제 오세요? 동서 혼자 외로웠겠어요.”“네? 아…… 그게, 민정이 보러 갔다 왔어요.”강수연은 민승현이 횡설수설하는 모습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이런 야밤에 민정이 방엔 무슨 일로 갔지?’“아까 민정 씨가 아파 보여서 제가 갔다 오라고 했어요.”생각지도 못한 권하윤의 말에 민승현은 이상함을 느낀 것도 잠시 곧바로 맞장구쳤다.“맞아요. 민정이가 구급상자를 찾지 못하겠다고 해서 찾아주고 오는 길이에요.”그리고 더 확실히 하기 위해 한 마디를 더 보탰다.“하윤이도 저랑 같이 가겠다고 했는데 피곤해하는 것 같아서 먼저 휴식하라고 했어요.”그 소리에 원혜정은 낮게 웅얼거리더니 활짝 웃었다.“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동서가 괜찮다니 다행이네요.”그 모습은 마치 권하윤이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무해하고 상냥했다.하지만 그런 일이 있고 난 뒤 원혜정을 다시 보니 구역질이 났다.다행히 일은 머물다간 바람처럼 훅하고 지나갔다.원혜정이 간 뒤 강수연은 의외로 권하윤에게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오히려 민승현을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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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마음이 움직이다
어머니의 말에 민승현은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공씨 가문 셋째의 오만하고 잔인한 성격은 이미 그들 사이에서 소문이 파다했다. 게다가 해원에서의 공씨 가문 세력은 경성에서 민씨 가문 세력에 맞먹기에 그 여자가 얼마나 막 나가는지 안 봐도 뻔했다.‘그런 여자와 결혼하면 남은 평생 잡혀살게 뻔해.’“원래도 제 차례가 오지 않거든요. 할아버지가 도준 형의 짝으로 그 여자를 점찍어 두셨잖아요.”“됐다 그래. 민도준이 어떤 사람인데 네 할아버지 체면도 생각하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할아버지 말을 듣겠어?”“하긴.”민도준의 얘기를 하자 갑자기 자기를 바라보던 민도준의 눈빛이 떠올라 민승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깊은 밤 밖에서는 여전히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한민혁이 권하윤을 데려다주고 돌아왔을 때 민도준은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며 느긋하게 물었다.“잘 바래다줬어?”흐트러진 가운과 몸 이곳저곳에 여전히 남아있는 흔적에 나지막한 목소리까지 더해지자 한민혁의 얼굴이 오히려 화끈 달아올랐다.“응. 지금쯤 매원에 있을 거야.”“음.”민도준은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짧게 대답했다.하지만 그때 한민혁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그런데 그렇게 어렵게 사람을 빼냈으면서 왜 다시 돌려보냈는데? 이 기회에 확 낚아채면 좋았잖아.”“왜? 네가 낚아채고 싶어?”“하하하하.”애매모호한 표정으로 덤덤하게 말하는 민도준의 말에 한민혁은 자기 얼굴을 살짝 때리며 헤실 웃었다.“내가 막 말 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마.”그리고 민도준의 낯빛을 살폈다.“그런데 형. 아무리 그래도 권하윤 씨가 민승현 약혼녀인데 괜찮겠어? 민승현이 아무리 등신이라고 해도 민재혁이 만약 뭔가 눈치채면 큰일 나는 거 아니야?”“뭔 말이 하고 싶은데?”“내가 형 곁에 몇 년 있으면서 형이 밑지는 장사하는 건 처음 봐서 말이야.”다른 사람은 몰라도 민지훈처럼 이익을 따지는 놈이 민도준을 도와주고 아무것도 받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됐다.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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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한 통의 전화
권하윤은 낮게 깐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왜 지금 전화해요? 별원 쪽 사람들에게 들킨 건 아니죠?”“…….”“뭐라고요?”권하윤의 머리는 아직 반응하지 못했지만 가슴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깨어났다고요? 제가 당장 갈게요!”갑자기 밀려오는 기쁨에 권하윤은 손마저 떨렸다. 차 키가 자꾸만 손에서 미끌어 떨어지는 바람에 한참이 지나서야 동네를 나섰다.2년 전 집에 그런 일이 있고 난 뒤 그녀의 아버지는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했고 유일하게 내막을 아는 오빠는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 판정을 받았다.만약 그녀의 얼굴이 권미란의 눈에 들어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그래서 죽은 것처럼 꾸며 경성으로 도망치지 못했다면 그의 가족은 모두 해원에서 죽었을 거다.그렇게 남은 생명을 허비하면서 평생 지옥 속에서 살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오빠가 깨어났단다.권하윤은 기쁜 소식에 당장이라도 오빠한테로 날아가고 싶었다.감속 구간에 진입한 권하윤은 1분이 1년처럼 느껴졌다. 다급한 마음에 경적을 울렸지만 매번 빨간불에 걸렸다.별원은 교외에 위치해 있었지만 북적거리는 시내 못지않았다. 요양원도 많았고 리조트도 많았다.별원은 밖에서 볼 때 평범한 요양원과 다를 바 없지만 사실은 권씨 가문의 산업 중 하나다. 대외로는 개방되지 않은.하지만 권하윤이 문밖에서 반나절을 기다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이곳에 처음 온 것도 아니고 경비가 그녀를 모르는 것도 아니기에 들여보내지 않는 게 이상했다.권하윤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차에서 내리기 바쁘게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멸 걸음 걷지 않았을 때 경비가 그녀를 막아 나섰다.“아가씨.”권하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죄송하지만 저희는 통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들어갈 수 없습니다.”“누구 통지요?”“사모님이요.”권하윤은 멈칫했다 그제야 별원은 권씨 가문이 관리하는 곳이며 권미란이 자기보다 더 빨리 소식을 접했을 거라는 걸 알아차렸다.게다가 얼마 전 이번 달 내로 가족 방문을 허락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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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민도준에게 여자를 소개하게 하다
“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고.”권미란의 차가운 말투에 권하윤은 말을 잃었다.그녀가 권씨 가문에 들어선 그때부터 권미란은 그녀에게 경고했었다. 신분을 들키면 절대로 도와주지 않을 거라고. 가족들이 모두 죽어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권씨 집안 넷째 아가씨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라고 말이다.“내일 입을 드레스 챙겨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내일 일찍 보낼 테니까 그전에 다른 준비는 다 마치고.”“네, 어머니.”권하윤이 파티에 참석할 때 입는 드레스는 매번 권미란이 선택해 줬다. 심지어 약혼식을 할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하지만 이건 그녀뿐만 아니라 권씨 가문의 모든 여자애들이 똑같았다.권씨 가문에서 여자애는 사람이 아닌 상품이다. 아름다운 포장지에 곱게 포장해 내다 팔고 가끔 진열대에 올려놓고 가문을 위해 홍보까지 해야 하는 그런 물건.볼일도 끝났겠다 인사를 하고 가보려고 자리에서 일어선 그때 권미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민도준이랑 사이가 어때?”권하윤은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털썩 주저앉았다.가장 먼저 든 생각은 권미란이 자기와 민도준의 관계를 눈치챈 건 아닌가 하는 거였지만 그 일은 민씨 가문 사람들조차 모르는 일이기에 아닐 거라고 스스로 부정했다.그리고 최대한 담담한 척 입을 열었다.“민 사장님은 성격이 괴팍하여 민씨 저택에서 만나긴 했지만 말은 섞지 못했습니다.”권하윤은 말하면서 권미란의 반응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얼굴에는 조금 실망한 기색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것도 생각했던 반응이었다.‘보아하니 그냥 물어본 거였네.’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렸다.“내일 연회에 참석할 대 기회를 봐서 둘째를 민도준한테 소개해 줘.”“네?”권하윤은 자기 귀를 믿을 수 없었다.“뭔 호들갑이야. 예의 없게.”그제야 자기의 실수를 눈치챈 권하윤은 놀란 가슴을 달래며 입을 열었다.“민 사장님은 가까이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가까이하기 쉽지 않은 거 누가 몰라서 그래? 그런데 둘째의 명성은 들어봤을 것 아니니? 남자라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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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동의할까?
공씨 가문이 경성에서의 영향력은 해원에서보다는 못했지만 여전히 명문가는 명문가인 모양이다. 연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제국 호텔 주위의 교통이 마비됐으니 말이다.호텔 주위의 경비들도 질서 유지를 위해 움직이는 것으로 보였으나 실제로는 귀빈들에게 길을 터주고 있었다.권하윤은 자차를 끌고 호텔에 나타났다. 하지만 경비는 BMW mini를 보자마자 그녀에게 경멸하는 눈빛을 보냈다.“고객님, 죄송하지만 주차 구역이 남지 않았으니 길 옆에 세워두세요.”“저런 차를 끌고 오다니.”하지만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마세라티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권하윤은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힐끗 살폈다. 차 안에 앉은 여자는 화끈한 몸매에 달라붙는 V넥 드레스를 입은 채로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그리고 권하윤이 눈빛을 보내오자 불쾌했는지 째려보고 다시 립스틱을 발랐다.“여기요.”권하윤은 이내 시선을 거두고 초대장을 건넸다.초대장에 적힌 민씨 가문이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경비의 태도는 바로 공손하게 바뀌었다.“이쪽으로 가시면 저희 직원이 주차를 도와줄 겁니다.”“고마워요.’권하윤이 들어가자 마세리티를 운전하던 여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그녀도 방금 길가에 주차하라고 들었는데 저런 차를 타고 안으로 들어가 주차하는 게 못내 아니꼬웠다.“이봐요! 방금 주차 구역이 없다고 하지 않았어요?”“죄송하지만 방금 들어가신 고객님은 민씨 가문 다섯째 작은 사모님이셔서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허리 숙여 설명하는 경비의 말에 여자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순간 방금까지 보였던 행동이 후회됐다.한편 권하윤은 주차를 마친 뒤 민승현에게 전화했다.하지만 상대는 헐떡이는 소리로 혼자 들어가라는 말만 남겼다.권하윤의 눈살은 저도 모르게 찡그러졌다. 솔직히 민승현이 무슨 짓을 하든 관심이 없었지만 약혼을 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고 약혼 후 함께 바깥 행사에 나오는 것이기에 함께 동행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게 뻔했다.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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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지인을 만나다
그리고 입구에 파티의 주인공이 나타났다.자기 구역이 아니지만 그녀는 당당하고 시원시원한 태도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바닥을 끄는 긴 드레스에는 보석이 수도 없이 달려 있었고 옆에 있는 남자의 손을 잡은 채 천천히 내려오는 모습은 영락없는 여왕님이었다.여자의 눈에 띄는 행동에 권희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아니꼬운 듯 고개를 돌려 권하윤과 뭔가를 얘기하려 할 때 옆에 있는 권하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걸 발견했다.“하윤아, 너 왜 그래?”“하윤아?”권하윤은 권희연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몸이 저도 모르게 떨렸고 위경련이 일어나는 듯 헛구역질이 올라왔다.그녀가 잘못 보지 않았다면 공씨 가문 셋째 아가씨 옆에 있는 남자는 문태훈이다.‘문태훈이 왔다는 건 설마 그 사람도 왔다는 뜻인가? 해원에서 항상 둘이 붙어 다녔으니까.’“하윤아?”권희연의 소리가 그녀를 다시 현실로 끌어냈다.“네?”“너 왜 그래? 안색이 안 좋은데.”“저 속이 좀 안 좋아서요.”변명을 대며 자리를 떠나려 할 때 옆에서 다른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그런데 공씨 가문 가주는 안 왔대요?”“안 왔을걸요. 들리는 데 의하면 병 때문에 입원해 있대요. 그래서 딸을 문 씨 가문 도련님과 함께 보냈다 것 같더라고요.”“그래요?”두 사람의 무심한 대화에 권하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 사람이 오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권하윤의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렸다.하지만 이대로 안심하기는 일렀다. 왜냐하면 문태훈은 그녀를 만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몇 번이나.권하윤이 온갖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권희연의 팔이 앞으로 쑥 나오더니 그녀의 팔을 둘렀다.“하윤아, 민도준 씨 왔어.”권희연에게 이끌려 도착한 곳에는 아니나 다를까 민도준이 서 있었고 준비할 새도 없이 두 사람의 눈은 마주쳤다.그 순간 권하윤의 심장이 미세하게 떨렸다.하지만 곧바로 시선이 흔들거리더니 누군가 그녀 앞을 막아섰다.방금 전 마세라티를 타고 문 앞에서 만났던 여자였다.여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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