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 닭은 영원히 닭일 뿐이야. 아무리 화려하게 꾸며도, 결코 봉황이 될 수 없어.”허은비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순간 이소비는 화가 나서 숨을 헐떡이며 얼굴이 창백해졌고, 옆에 있던 서청청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 버렸다. 하지만 문제는, 허은비의 뒤에는 화산 천도원이 있었다.화산에는 여섯 개의 원이 존재하는데, 천도원은 그중에서도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이소비와 서청청 따위의 배경으로는, 아무리 백 명이 한데 모인다고 해도 허은비를 감히 건드릴 수 없었다.아까까지 한지훈에게는 거침없이 큰소리를 치던 그들이, 허은비 앞에서는 숨을 죽인 채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옆에 있던 진선마저 멍하니 굳어버렸다.그녀가 아는 바로는, 이소비와 서청청은 이런 사람들이 아니었다.그러나 그들의 표정을 보니 허은비의 말이 뼈를 찌른 것이 분명했다. 두 사람의 오장은 거의 뒤틀릴 지경이었다.하지만 허은비는 그 둘의 몰골 따위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곧바로 한지훈에게 말했다.“은인님, 여자 친구를 남에게 갖다 바치는 쓰레기랑 같이 식사하는 건 너무 격 떨어져요!”“차라리, 제가 따로 모시죠!”말을 마치자마자, 허은비는 한지훈의 손을 확 끌어당겨 밖으로 향했다.연회장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만큼 정적에 휩싸였다.모두가 경악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한지훈과 허은비는 그대로 연회장을 빠져나갔다.호텔을 나서자마자, 허은비는 고개를 돌려 한지훈에게 물었다.“저... 방금, 제가 너무 숙녀답지 못했나요?”그러자 한지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사람을 보면 사람 말을 하고, 귀신을 보면 귀신 말을 해야지요.”“은인님... 사실 이 모든 세월 동안, 전 줄곧 은인님을 찾고 있었어요. 몇 년 전, 뉴스에서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실례를 무릅쓰고 여쭙겠습니다, 혹시 북양왕이신가요?”허은비는 끝내 이 물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이 세상에는 비슷한 얼굴이 너무 많았다.게다가, 그녀는 믿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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