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사위의 모든 챕터: 챕터 31 - 챕터 40
1440 챕터
제31화
강우연이 한지훈의 팔을 잡아당겼다.“얼른 말해 줘요. 초대장은 어디서 받은 거예요? 누가 준 건데요? 설마 할아버지예요?”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에 한지훈이 피식 웃었다.“강희연이 직원 편에 보냈던데?”“언니가요? 언니가 왜...”강우연은 실망스러우면서도 의아했다.강희연이라면 누구보다 그녀를 증오하는 사람인데 왜 굳이 초대장까지 보낸 걸가?“강희연 그 여자는 널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할아버지는 널 아예 내치지 못하시는 게 아닐까? 괜한 걱정하지 마. 초대장도 받았겠다 내일 같이 가자. 너희 가족들한테 할 얘기도 있고.”“같이 가주겠다고요? 정말... 괜찮을까요? 할아버지는 지훈 씨 싫어하시잖아요. 내일 좋은 날인데 할아버지가 화라도 내시면...”강우연의 목소리가 모기 소리가 되어 사라졌다.이에 한지훈이 다정하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괜찮아. 너 아직 다친 데도 다 안 나았고 내가 같이 가고 싶어서 그래.”잠깐 고민하던 강우연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하지만 그럼에도 강우연의 두려움은 딱히 가시지 않았다.지금까지 가족들에게 남자친구 한 번 소개해 준 적 없는 그녀이다.게다가 상대는 한지훈. 5년 전, 한지훈 때문에 강우연과 그 가족들이 당한 수모가 있으니 분명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그리고 한지훈 때문에 지난 5년간 미혼모로 살면서 당했던 모욕과 조롱들까지.솔직히 5년내내 강우연은 한지훈을 원망해 왔었다.하지만 한지훈이 나타난 그 순간, 원망과 증오는 놀랍게도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으니 참 사람 감정이라는 게 덧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한동안 강우연과 시간을 가진 한지훈은 딸 방으로 향했다.창가에 서서 턱을 괸 채 햇살을 쬐고 있는 한고운의 모습은 동화속 백설공주가 현실세계로 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아빠 왔다.”“아빠!”그의 목소리에 쪼르르 달려온 한고운이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딸을 번쩍 안아든 한지훈이 작은 코를 살짝 잡아당겼다.“내일 할아버지 생신이셔. 엄마랑 파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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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아빠, 그만 좀 해! 얼굴 닳겠어!”얼굴을 찡그리는 한고운의 투정도 귀여워 한지훈의 입꼬리는 어느새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채 한고운의 방을 나서는 그를 발견한 용일 역시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왜 실실거려?”“아, 죄송합니다.”저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는 걸 인지한 용일이 바로 항상 보던 포커페이스로 표정을 가다듬었다.“형님께서 이렇게 웃으시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서요.”이에 한지훈은 다시 씨익 웃어 보였다.“그래?”‘하긴 전에는 웃을 일도, 웃을 생각도 없었지.’“참, 내일 우연이 할아버지 생신이래. 우리도 파티에 초대받았으니까 선물 좀 준비해 줘. 사람들이 우리 우연이 절대 무시 못하게 최고의 선물로.”한지훈의 말에 용일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어느 정도 선물이면 될까요?”“네가 알아서 해. 그냥...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 우리 우연이가 주인공이 될 정도의 선물이면 될 것 같아. 그 사람들이 우리 우연이를 내쫓은 거 후회하게 만들 거야. 제발 다시 돌아와달라고 애원하게 만들 거야.”집에서 쫓겨나고 힘들게 살았을 그녀를 생각하니 어느새 한지훈의 입가에 걸렸던 미소가 사라졌다.‘두고 봐...’로열 호텔.오늘 강준상의 생일 잔치는 로열 호텔에서도 가장 럭셔리한 파티홀을 장소로 잡았고 S시의 유명 인사들이 온갖 진귀한 선물들을 들고 참석했다.하지만 강우연과 한지훈이 파티홀에 모습을 드러내자 손님들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그들을 향해 수군대며 조롱의 눈길을 보내왔다.강유리는 남자 때문에 내쫓긴 데다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킨 강씨 집안의 죄인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게다가 남자 때문에 그 망신을 당해 놓고 또 남자와 함께 오다니.“쟤 우연이 아니니? 저 옆에 있는 남자는 또 누구래?”“어르신께서 마음을 돌리신 건가? 쟤한테 초대장을 다 보내시고...”“그래봤자 이미 쫓겨난 애야. 어르신도 나이가 드시니 마음이 약해지신 거지.”“그런데... 저 남자 왠지 낯이 익은데. 한지훈... 아니야? 그 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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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그리고 한지훈의 품에 안긴 한고운과 한지훈을 번갈아 바라보던 강신이 불만스레 물었다.“이 남자는 또 누구야? 왜? 여자 혼자 애 키우려니 좀 벅찼나 보지? 시커먼 때깔 보니까 대충 공사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누나도 저 애도 이제 우리 집안 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당장 꺼져.”악담만 잔뜩 내뱉은 채 돌아서려던 강신이 다시 홱 고개를 돌렸다.“허, 누나 설마 돈 떨어진 거야? 설마 구걸하려고 온 건 아니지? 미안한데... 누나한테 줄 돈은 한 푼도 없어. 몰래라도 누나 돕는 사람 역시 내쫓아버릴 거라고 할아버지가 말씀하셨거든.”이복동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가시돋친 반응에 강유리는 실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나... 초대장 받아서 온 거야. 할아버지가 초대해 주셔서 온 거라고...”이와 동시에 강우연이 가방에서 초대장을 꺼내 강신에게 건네주었다.하지만 초대장을 홱 빼앗은 강신은 바로 그것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됐고! 초대장을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나는 여기 올 자격없어. 그러니까 말로 할 때 누나 발로 나가. 경비 부르기 전에 당장 꺼지라고!”“이걸... 이걸 찢으면 어떡해. 이거 할아버지께서 주신 거란 말이야...”바닥에 주저앉은 강우연이 다급하게 초대장 조각을 줍기 시작했다.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평범한 종이쪼가리일 테지만 강우연에겐 의미가 남달랐다.5년만에 처음 가족 행사에 초대받는 자리, 이제 드디어 그녀를 용서해 주는 건가 싶어서 기뻤고 이 초대장이 강우연에게는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의 끈이나 마찬가지였다.그런데 그 희망이 산산조각 나버리다니...한편, 어두운 표정의 한지훈이 바닥에 엎어진 채 종이 조각을 주워모으는 강우연을 일으켜세웠다.하지만 강우연은 그의 손길을 힘껏 뿌리쳤다.“이거 놔요. 할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주신 초대장이란 말이에요...”“나도 알아.”그리고 고개를 돌린 한지훈이 여전히 건방진 표정의 강신을 향해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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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하, 왜 이렇게 착한 거야...’착하다 못해 무르기까지 한 강우연을 힐끗 바라보던 한지훈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결국 손에 힘을 풀어주었다.그러자 덜렁거리는 손목을 움켜잡은 강신이 바로 펄쩍 뛰더니 강우연과 한지훈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강우연! 하, 어디서 남자를 만나도 저런 깡패 같은 자식을... 그래. 안 가겠다 이거지? 여기서 딱 기다려.”말을 마친 강신이 부랴부랴 자리를 뜨고 소란에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저 남자는 누구야? 세상에... 지금 신이 때린 거 맞지?”“하, 신이가 얼마나 독한 애인데... 유리 쟤는 어쩜 남자를 만나도 저딴 애를 만나니?”“그런데 아까 저 남자... 여자애가 자기 딸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설마... 저 자식이 바로 5년 전 그...”누군가의 목소리에 하객들의 술렁거림은 더 커져만 갔다.5년 전, 길시아의 집안에서 거금을 들여 소문이 퍼져나가는 걸 막은 뒤로 한지훈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어찌나 울었는지 어느새 눈시울이 빨개진 강우연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지훈 씨, 괜찮겠죠? 신이는 워낙 자존심이 강한 애라... 아까 사람들 앞에서 그 망신을 당했으니 분명 복수하려고 들 거예요. 우리... 지금이라도 돌아갈까요?”하지만 싱긋 미소를 지은 한지훈은 역시나 똑같은 말로 강우연을 안심시켰다.“괜찮아. 내가 있잖아.”한바탕 소란끝에 세 식구가 드디어 좀 앉아보려던 그때 기세등등한 얼굴의 강신이 중년 남녀와 함께 다시 다가왔다.“엄마, 아빠. 이 자식이야! 이 자식이 내 팔을... 분명 강우연 쟤가 시킨 거라니까? 어떻게 좀 해봐!”강신과 함께 등장한 중년 남자는 근엄한 표정이 인상적인 사람이었고 이목구비가 언뜻 강우연과 많이 닮아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 서 있는 여자는 피부며 몸매며 장성한 아들을 두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 있는데다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딱 봐도 부잣집 사모님 같아 보였다.“강우연! 네가 감히 여기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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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강우연이 이렇게 놀랐으니 강학주를 비롯한 그녀의 가족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게다가 한지훈?강우연에게 못된 짓을 저질러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킨 그 썩을 자식이 아닌가?“너 미쳤어! 저 범죄자 자식 경찰에 신고는 못할망정 뭐? 남편? 저 자식 때문에 우리가 무슨 수모를 당했는지 잊은 거야? 너... 설마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니?”서경희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표정이 안 좋긴 강학주 역시 마찬가지였다.“강우연,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꺼져. 우리 가족 중에 네 얼굴 보고 싶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니까1”말을 마친 강학주가 돌아서려 했지만 부리나케 달려나간 강우연이 그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애원했다.“아빠, 제발... 제발 내쫓지만 말아주세요. 제가... 제가 다 잘못했어요.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가족들을 잊어본 적 없어요. 그러니까... 제발...”가뜩이나 작은 그녀의 등이 더 불쌍하게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하고...그 모습을 바라보는 한지훈은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강학주는 매정하게도 딸의 손을 내쳤다.“가족? 그래. 가족이니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마. 저 자식더러 우리 신이한테 사과하라고 해!”쿠궁!‘사과? 지훈 씨가 잘못한 게 아닌데 사과를 어떻게... 하지만 여기서 거절하면 정말 영원히 집에서 쫓겨날지도 몰라...’혼란스러운 마음에 강우연은 말없이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흥. 지금 남자 때문에 가족을 버리겠다는 거니? 좋아. 오늘부터 집은 물론이고 강운그룹이 운영하는 그 어떤 곳에도 발을 들이지 못할 거다. 앞으로 딸 하나 잃었다 생각하고 살면 그만이야!”말을 마친 강학주가 단호하게 돌아서고 서경희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강우연을 향해 비웃음을 날려주었다.“그래. 지금 그 자리가 네게 어울리는 곳이야. 기어오르지 말고 평생 그렇게 살아.”그리고 복수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강신은 심지어 그녀에게 침을 뱉기까지 했다.“퉷, 나 참 더러워서...”“아빠! 안 돼요! 제발 저 버리지 마세요... 제발...”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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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하지만 강신은 한지훈의 사과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한 술 더 뜨기 시작했다.“그냥 말로 미안합니다라면 끝이야? 당장 무릎 꿇어. 그리고 내 팔 이렇게 만들었지? 너도 똑같에 만들어줄게.”이에 고개를 번쩍 든 한지훈의 눈에서 살기가 내뿜겨져 나왔다.“적당히 해...”‘뭐야? 저 눈빛은?’그 눈빛만으로도 숨이 멎는 것 같은 기분에 강신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한편, 한 기업의 총수인 강학주는 바로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5년 전에 먼 발치에서 봤을 땐 분명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분위기가 아예 바뀌었잖아?’“신아, 그만! 일단 병원부터 가봐. 그리고 너희도 앉아. 경고하는데 조용히 밥만 먹고 가라. 또 소란을 일으키면 그땐 정말 가만히 안 둘 거니까.”이에 한지훈은 너무 울어 비틀거리는 강우연을 부축해 자리에 착석했다.잠시 후, 생일 파티가 시작되고 너도 나도 강준상에게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할아버지, 관우 씨가 어렵게 구한 백년근 인삼이에요.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깔끔한 검은색 드레스 차림의 강희연이 정교한 상자에 담긴 인삼을 건넸다.“아이고, 이 귀한 걸. 역시 이 할아비 생각해 주는 건 우리 손녀밖에 없네.”생일을 맞이해 한복까지 곱게 차려입은 강준상이 호탕하게 웃더니 미리 준비한 봉투를 건넸다.“자, 이 할아버지가 주는 용돈이다.”이때 강희연 옆에 서 있던 남자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허리를 숙였다.“할아버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오관우라고 합니다.”“어머? 오관우? 오찬그룹 회장 오관우? 어머, 희연이 남자 하나 잘 물었네.”“그러니까. 기업 시가 총액만 아마 500억이 넘지 않아?”“강 대표 사업에 큰 도움이 되겠어.”오관우의 자기소개에 하객들이 술렁대기 시작하고 오관우도, 강희연도 어깨가 으쓱해졌다.‘그래. 바로 이 느낌이야. 다들 나만 바라봐주는 이 느낌...’“아이고, 이 늙은이 생일이 뭐라고 여기까지. 어서 앉게.”강준상 역시 오관우를 바로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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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하객들의 조롱이 날카롭게 강우연의 귀를 파고들자 땅만 내려다보며 걷던 강우연의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시간이 지나면 조금이나마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적대감은 여전했다.‘내가...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지?’5년 동안 가족들 도움 하나 받지 않고 혼자 힘으로 고운이를 키워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났다.그리고 이 모든 건 전부 한지훈 때문이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그와 한발 멀어졌다.‘무서워... 오늘처럼 중요한 날, 5년 전 그날처럼 또 지훈 씨 때문에 사람들의 비난을 받게 될까 봐. 또 다시 부모님에게, 할아버지에게, 다른 가족들, 친척들에게 죄인이 되어버릴까 봐...’오만가지 생각에 강우연의 머릿속에 어지러워질 때쯤, 따뜻하고 큰 손이 핏기 하나 없이 차게 식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깜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어보니 역시나, 한지훈의 맑지만 단단한 눈이 그녀를 마주보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한지훈이 나지막히 속삭였다.짧은 한 마디였지만 사랑이 뚝뚝 흘러넘치는 두 눈과 손끝에서 전달되는 따뜻한 온기가 상처투성이인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했다.‘그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모두가 날 버렸을 때 내 곁에 있어준 사람은 지훈 씨뿐이야. 이제 내 가족은 지훈 씨랑, 고운이라고.’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던 강우연 역시 손을 꼭 잡았다.이때,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파티홀의 분위기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강우연? 네가 여길 어떻게... 게다가 저 자식까지. 너, 할아버지 쓰러지시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강우연이 등장하는 순간, 짐짓 마음에 안 드는 척 미간을 찌푸렸지만 사실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던 강희연이었다.‘그래... 너라면 무조건 올 줄 알았어.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오늘 제대로 밟아줄게. 다시는 얼굴 들고 살지 못하도록.’‘뭐지? 지훈 씨가 분명 초대장은 언니가 보낸 거라고 했는데.’강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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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으아악! 너... 지금 날 때린 거야?!”따귀의 충격에 잠깐 멍하니 서 있던 강희연이 바로 길길이 날뛰었다.“네가 뭔데 날 때려! 네가 뭔데!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라고!”놀란 건 강희연뿐만이 아니었다.가족들도 초대받은 하객들도 눈이 휘둥그레졌다.강희연은 오늘의 주인공인 강준상 회장이 가장 아끼는 손녀, 그런 그녀의 뺨을 때렸다는 건 강준상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관우 씨, 가만히 있지 말고 좀 와봐! 저 자식이 날 때렸잖아. 내 코... 얼마 전에 바로 한 건데. 어떻게 할 거야!”여자친구의 불호령에 역시 멍하니 앉아있던 오관우가 부리나케 달려와 강희연을 뒤로 숨겼다.“야, 너 뭐야? 미쳤어? 감히 내 여자한테 손을 대? 너 내가 누군지 몰라? 내 말 한 마디면 너 당장 죽여버릴 수도 있어. 당장 사과해. 안 그럼 너희 세 식구한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뭔지 보여줄 테니까.”하지만 곱게 자란 부잣집 도련님의 협박 따위가 한지훈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가차없이 킥을 날려 오관우를 털썩 주저앉게 만든 한지훈이 그를 내려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그래, 이래야 눈높이가 맞지.”“허!”“세상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사람들이 술렁대고 강우연 역시 단단히 충격을 받았는지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멍하니 자리에 서있을 뿐이었다.오히려 어린 딸 한고운이 아빠를 향해 외쳤다.“아빠 멋있어!”“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겨우 정신을 차린 강우연이 아이의 입을 막고는 한지훈의 팔을 잡아끌었다.“지훈 씨, 이게 지금 무슨 짓이에요?”그리곤 부랴부랴 강희연, 오관우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죄, 죄송합니다... 저 사람이 너무 화가 나서...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 테니까 제발 용서해 주세요. 치료비든 뭐든 보상해 드릴게요.”“보상? 뭘 어떻게 보상할 건데?”어느새 일어선 오관우가 정장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좀 더 널브러져 있지 그래? 어차피 한 방이면 또 나가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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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한지훈의 승낙에 사람들의 반응은...“허.”“말도 안 되는 소리!”비웃음뿐이었다.“지금 웬만한 기업들은 다들 그것만 노리고 있는데 자기가 아직도 한정그룹 도련님인 줄 아나봐?”강준상의 태도 역시 사람들과 별 다르지 않았다.“지난 5년 동안 뭘 하면서 지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운영하는 기업은커녕 인맥 하나 없는 네가 무슨 수로? S시의 웬만한 기업들은 전부 금조그룹의 남긴 프로젝트를 노리고 있을 텐데? 그래, 네가 그렇게 자신만만하다면 5일 안에 해내. 그럼 우연이뿐만 아니라 너도 내 손주사위로 인정해 줄 테니까.”만약 한지훈이 실패한다면 강우연이라는 오점을 영원히 지울 수 있을 테고 만약 성공하여 금조그룹 프로젝트만 따낸다면 강운그룹의 주가 역시 치솟을 것이다. 이건 강운그룹이 한 단계 더 상승하여 재계 50위권 기업에 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가슴속에 능구렁이 100마리는 넘게 키우고 있는 강준상이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게다가 한지훈을 사위로 받아들인다면 5년 전 그 치욕을 두 사람이 첫 눈에 서로에게 반했다쯤으로 무마할 수 있을 테니 어느 쪽이나 그에게 나쁠 것이 없었다.‘뭐 그래도 지까짓 게 무슨 수로 5일 안에 해내겠어...’하지만 한지훈의 대답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5일이나 필요없습니다. 하루면 충분합니다.”“지금 그 프로젝트를 손에 쥐고 있는 누구인지 알긴 해? 너 같은 건 평생 말도 못 붙일 분이셔!”강희연이 팅팅 부은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할아버지, 지훈 씨 S시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요. 아는 사람 한 명 없는데 무슨 수로...”강우연이 애원을 해봤지만 강준상의 태도는 단호했다.“억지로 강요한 적 없어. 사내라면 자기가 하겠다고 한 일은 무조건 해내야지. 이 험한 세상에서 정말 너희 모녀를 지켜낼 수 있는지 검증하는 테스트 정도라고 생각해라.”강우연의 다급함을 눈치챈 한지훈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나 믿어.”“하지만...”“몸 깨나 쓰는 거 보니까 어디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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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우연이 대신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선물을 보낸이로 온갖 그룹 회장 이름이 언급되던 그때, 한지훈이 입을 열었다.“네가?”잠깐 흠칫하던 강준상이 바로 호통을 쳤다.“거짓말도 정도껏 쳐야지. 너희 가문이 몰락했다는 건 이 세상 사람들 다 아는 사실이야. 네가 무슨 수로 이걸 구해?”“하, 프로젝트도 따내겠다 그러더니 이제 저 선물도 자기가 보낸 거라고 그러네? 이건 뭐... 리플리 증후군인가?”“강우연 쟤도 참 불쌍해. 어쩌다 저런 남자랑 얽혀서는...”사람들의 비아냥거림이 비수처럼 강우연의 가슴이 꽂히고 결국 그녀는 다시 한지훈의 손목을 잡았다.“제발... 제발 그만 좀 해요.”한지훈이야말로 제발 자기를 믿어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리가 자리인만큼 일단 한 발 물러서기로 한다.한고운을 번쩍 안아든 한지훈이 말했다.“내일 저택으로 계약서가 도착할 겁니다. 약속... 꼭 지키십시오, 회장님.”말을 마친 한지훈은 강우연의 손을 잡고 파티홀을 벗어났다.물론 사람들은 그의 말 따위에 신경도 쓰지 않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보물상자를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말이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우연은 결국 또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미안해요. 나 때문에 지훈 씨까지...”“미안하다는 말 하지 말라니까. 저 사람들이 나한테 뭐라고 하든 난 전혀 신경 안 써. 그리고 너,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그런데... 금조그룹 프로젝트라니... 누구한테 이걸 부탁해야 하는지 감도 안 잡히는 걸요...”한지훈의 위로에도 강우연의 얼굴에는 수심으로 가득했다.“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니까. S시 친구들한테 부탁하려고.”“정말... 가능할까요?”너무나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에 강우연의 눈동자에 조금의 희망이 스쳤다.“그럼.”하지만 잠시 후, 뭔가 떠올린 듯한 강유리가 커다래진 눈으로 물었다.“설마... 금조그룹... 지훈 씨 때문에 파산한 거예요?”사실 한지훈을 다시 만난 뒤로 강우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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