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가 부자라니: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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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강설아에게 꽉 안긴 임운기는 아마도 긴장한 탓인지 뻣뻣하게 굳어버렸다.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여자 경험 한번 없는 그에게 갑자기 여자가 들러붙었으니 긴장할만도 했다. 물론 전 여자 친구 보람이와 2년 정도 사귀었다지만 뽀뽀도 해보지 않았는데 다른 건 더 말할 것도 없다.그러던 그때 강설아도 임운기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아”하고 짧게 비명을 질러대더니 임운기를 안은 손을 풀며 얼굴을 붉힌 채 시선을 피했다.“저기…… 그게…… 내가 방금 너무 흥분했나 봐. 그래서…… 그래서…….”화끈거리는 얼굴을 만지작대며 설명하려고 애썼지만 말을 더듬는 바람에 오히려 더 엉망이 되어버렸다.“아, 기뻐서 그랬다고? 이해해.”“응, 나도 정말 화정 그룹의 후원을 이렇게 쉽게 받게 될 줄은 몰랐거든. 지금도 꿈만 꾸는 것 같아.”어색하게 웃는 임운기에 반해 강설아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말했잖아.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라고.”당연히 어려울 리 없었다. 왜냐하면 이건 모두 임운기다 사전에 준비해 둔 것이었으니까.만약 임운기가 아직도 예전의 그 가난한 소년이었다면 강설아와 함께 회사 대문도 들어서지 못했을 거다.그러던 그때, 강설아가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임운기를 바라봤다.“임운기, 그런데 왠지 모든 게 너무 순조로운 것 같은데…… 설마 이게 너랑 무슨 관련이 있는 거 아니야?”학생회 대외 협력부에서 일해온 강설아도 일전에 후원을 받아본 경험이 있기에 후원을 받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심지어 몇백만짜리 후원이라 할지라도 노력만으로 끌어당기는 게 불가능 한 일이다. 몸을 팔아 자금을 끌어들이면 모를까. 대외 협력부에 있는 여학생 중에 그런 방법으로 후원을 끌어들이는 학생들은 적지 않다. 물론 강설아는 제외다.하지만 이번 후원은 몸으로 끌어들일 때보다도 더 쉽게 해결됐다. 더욱이 화정 그룹이라는 큰 회사에서 선뜻 돈을 내줬으니 말이다.때문에 강설아는 그 이유를 임운기한테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어찌 됐든 화정 그룹에서 후원을 받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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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왜? 임무가 너무 어려워 빌려고 찾아왔냐?”세 사람을 훑어보는 정해찬의 얼굴에는 승리자의 미소가 걸려있었다.하지만 강설아의 싸늘한 목소리가 그의 미소를 산산이 조각냈다.“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우리 이미 후원 받아냈어.”“뭐? 후원을 받아냈다고?”정해찬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하하, 너희들 정말 재밌네. 임무 맡겨준 지 3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무슨 수로 후원을 받아내? 이것들이 날 바보로 아나?”정해찬은 당연히 믿지 않았다. 짧은 시간 내에 400만이나 되는 후원금을 어떻게 끌어모았다는 건 어불성설이나 다름없었으니까.“안 믿을 줄 알았어. 그런데 괜찮아. 직접 보면 믿겠지.”임운기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들고 있던 트렁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이윽고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트렁크가 열리더니 5만 원짜리 지폐가 우르르 흘러나왔다.“이건!”환한 미소를 짓고 있던 정해찬은 돈을 보는 순간 두 눈이 부릅뜨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이거 위조지폐 아니야? 이 자식이 감히 위조지폐를 들고 와? 이거 범죄야!”정해찬은 마치 자기의 생각을 확신하는 듯 버럭 소리쳤다.아무리 돈을 눈앞에 갖다 놓아도 믿지 않는 눈치였다.“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해 봐.”임운기는 팔짱을 낀 채 삐딱하게 서서 말했다.이에 정해찬도 사양하지 않고 곧바로 지폐의 진위 여부를 확인했다.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얼굴에 걸렸던 미소는 점점 사라졌다.그도 그럴 것이 한 장한 장 제대로 확인해 봐도 가짜 지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정해찬, 어때? 진짜인지 가짜안지 이제 알았지?”“너…… 너희가 이렇게 많은 돌을 어디서 구했어?”정해찬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되물었다.“당연히 후원받았지.”“아니! 그럴 리 없어! 꼴랑 너희 둘이 무슨 수로 400만이나 되는 후원금을 모아? 이거 훔쳐 온 거지? 설마 강도질이라도 했어?”정해찬은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쳤다.“훔쳤다고? 강도질했다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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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정해찬은 대기업인 화정 그룹에서 이렇게 많은 후원금을 끌어모은 게 얼마나 큰 공로인지 알고 있었다.때문에 이미 마음속으로 후원금 출처를 보고할 때 자기의 공로인 것처럼 자기 이름을 써서 바치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그가 학생회 부회장이 되는 데 큰 도움이 있을 테니까!하지만 그때.“잠깐만!”임운기가 버럭 소리치며 그의 손이 돈과 계약서에 닿지 못하도록 그의 앞을 막아섰다.“뭐 하는 거야? 나 학생회 대외 협력부 부장이야. 강설아는 우리 부서 사람이고. 그러니 이 돈과 계약서는 내가 관리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정해찬의 태도는 당당하다 못해 뻔뻔하기까지 했다.이에 임운기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그건 걱정하지 마. 설아가 직접 위에 보고드릴 거니까.”정해찬이 무슨 속셈인지 알고 있기에 임운기는 당연히 돈과 계약서를 그에게 덜컥 맡길 리 없었다.이윽고 그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뚱보, 강설아, 돈과 계약서 잘 챙겨.”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뚱보는 다급히 돈을 담은 트렁크를 챙겼고 강설아는 옆에 놓인 계약서를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이…… 이것들이!”“뭘 그렇게 당황하고 그래? 아직 계산할 게 남았는데!”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더듬대는 정해찬의 모습에 임운기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옆에 있던 뚱보도 신이 났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댔다.“맞아! 애초에 내기는 네가 먼저 내걸었잖아! 이제 결과가 명확하니 계산은 제대로 해야지!”그가 이곳까지 따라온 이유도 정해찬이 내기에서 지고 대가를 치르는 걸 보기 위해서다.역시나 내기라는 두 글자에 정해찬은 사색이 되었다.애초에 그가 임운기와 그런 내기를 내걸었던 건, 임운기와 강설아가 절대 하루 만에 400억이라는 큰 후원금을 모을 수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백 프로 자신 있는 내기였기에 그렇게 터무니없는 조건까지 내걸었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되어 그가 학교 커뮤니티에서 똥멍박 영상을 찍어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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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곧이어 정해찬은 떠나가는 세 사람의 뒤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너희 셋 잘 들어! 오늘 나 건드린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할 테니까!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두는 게 좋을 거야!”정해찬은 학생회 대외 협력부 부장이라는 것에 자부감을 갖고 있었기에 임운기 일행은 한 손으로도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임운기는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정해찬을 바라봤다.“정해찬, 내가 이렇게 포기할 것 같아? 걱정 마, 그 약속은 꼭 지켜 내게 할 거니까.”임운기의 괴상한 미소는 보는 사람을 섬뜩하게 만들었다.하지만 그 말을 남긴 그는 뚱보와 강설을 데리고 남자 기숙사를 나갔다.“정말 그냥 이대로 넘어갈 거야? 정해찬이 득의양양해하는 꼴을 보면 짜증 나 죽겠어!”“그럴 리가. 그 내기를 없던 일로 치는 건 불가능해!”다급한 듯 발을 동동 구르는 뚱보의 말에 임운기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강설아는 오히려 걱정이 앞섰다.“임운기, 우리 그만하자. 아무리 그래도 정해찬은 대외 협력부 부장이잖아. 우리 걔한테 당해내지 못해. 오늘 한 방 먹인 거면 족해. 정 안되면 내가 학생회 나오고 말지, 나 미련도 없어.”“걱정하지 마, 네가 곤란한 일은 없을 거야.”임운기는 이미 마음속으로 계략을 생각해 둔 터라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남자 기숙사에서 나온 임운기는 강설아를 데리고 학생회를 담당하는 선생님의 사무실로 향했다.“강 주임님, 이건 제가 운동회를 위해 모은 후원금입니다. 도합 400만 원입니다.”강설아는 말하는 동시에 400만 원과 계약서를 강 주임의 사무실 책상 위에 고스란히 올려놓았다.“강설아라고 했던가? 정말 이 400만 원의 후원금을 학생이 받아낸 건가? 정말 대단하네!”놀라는 것도 잠시, 강 주임은 이내 강설아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그도 당연히 400만 원이라는 후원금을 모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다.때문에 이렇게 큰 금액을 덜컥 내준 회사가 어디인지 궁금해 곧바로 옆에 놓인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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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임운기의 기숙사 안.“운기야, 정해찬 그 자식이 내기를 걸었으면서 약속을 안 지키는데 대체 어쩔 생각이야?”뚱보는 궁금한 듯 다그쳐 묻자 임운기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악인은 악인으로 다스려야 한다잖아. 그러면 내가 걔보다 더 악해지면 그만이야. 이미 전화해서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까 넌 그냥 기다리기만 해. 내 생각에…… 우리 학교 커뮤니티에 이제 곧 똥 먹는 생방송이 뜰 거야.”“와! 정말?”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이미 전화로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임운기의 말에 뚱보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한편.남자 기숙사, 415호 실.방금 학생회 다른 부서의 부장들에게 전화를 돌려 임운기와 강설아를 골탕 먹일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한 정해찬은 핸드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씨발, 강설아와 그 두 놈이 뭔데 감히 나한테 개겨? 흥, 꿈도 야무지지. 어디 두고 봐. 얼마 지나지 않으면 너희들 퇴학당할 테니까!”하지만 혼자 중얼거리며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던 그때.“쾅쾅쾅!”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와 정해찬은 생각도 없이 문을 열었다.하지만 문을 열기 바쁘게 6명의 낯선 남자가 갑자기 안으로 우르르 들어왔다.“당신들 누구야?”정해찬은 낯선 남자들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닥쳐!”그중의 한 남자가 다리를 들어 정해찬에게 발차기를 날리자 정해찬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뒤로 붕 뜨더니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이윽고 두 남자가 앞으로 다가가 그의 양 팔을 들어 대롱대롱 화장실로 끌고 갔고 나머지 네 명의 남자는 정해찬의 나머지 세 명의 룸메이트에게 달려들어 그들의 목에 칼을 겨눴다. 그들이 전화로 외부에 도움을 청할 수조차도 없게 하려는 속셈인 것 같았다.아직도 사회의 쓴맛을 보지 못한 세 명의 룸메이트는 갑자기 목에 겨눠진 칼을 보자 겁에 질려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그 시각, 화장실 안.“당신들 누구야?”정해찬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로 악을 쓰며 소리쳤다.그러던 그때.“널 도와주러 온 사람들이야.”그중의 한 남자가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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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아쉬운 듯 발을 동동 구르는 뚱보의 모습에 임운기는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나한테 방법이 있어.”“음? 무슨 방법?”“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을까? 그게 안 먹힌다면 돈이 너무 적다는 뜻이겠지.”임운기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그와 동시에 그는 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이윽고 그는 커뮤니티를 통해 글을 게재한 사람한테 바로 DM을 보냈다.…….모 기숙사 내.청양대 커뮤니티 관리자인 준이도 방금 올라온 “똥 먹방” 게시물을 확인했다.“정말 미친 거 아니야? 이런 영상을 어떻게 함부로 학교 커뮤니티에 올릴 수 있지?”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게시물을 삭제하려고 마우스를 움직였다.하지만 그때 띠링 하는 메시지 알람음이 울리더니 xx로부터 온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xx: 관리자님, 안녕하세요? 부탁드릴 게 있는데 현재 커뮤니티에 올라온 ‘똥 먹방’ 게시물을 삭제하는 대신 메인으로 걸어 주세요!]그 문자를 받기 무섭게 준이는 곧바로 회신했다.[J: 미쳤어요? 제가 왜 그래야 하죠?][xx: 제가 돈 드릴 테니까요.]상대의 문자를 보자 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건 확실히 유혹적인 딜이긴 했다.[xx: 1억에 해당 게시물 메인으로 걸어주는 거 어때요?]“1억?”상당한 금액에 놀란 준이는 참지 못하고 침을 꼴깍 넘겼다. 이건 그에게 확실히 큰돈이었다. 심지어 다른 관리자에게 조금씩 나눠준다 해도 적지 않은 금액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때문에 한참 고민하던 준이는 끝내 그의 문자에 회신했다.[J: 혹시 저 놀리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걸 어떻게 믿죠?][xx: 간단하네요. 계좌 보내 봐요.]1억이라는 큰 금액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그는 상대가 진짜로 돈을 보낼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안고 계좌번호를 보냈다.어찌 됐든 대학생한테 1억이라는 돈은 큰 금액이었으니 말이다.그러던 그때.“띵!”[신한은행 입금: 100,000,000원.]…….한편, 임운기의 숙사 안.“와! 이 게시물 삭제 안 된 것도 모자라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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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해찬아, 게시물에 댓글이 벌서 400개가 넘게 달렸어.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이러다가…… 이러다가 학교 전체 학생들이 이 일을 알게 될 수도 있어.”“닥쳐! 닥치라고!”말라깽이의 말에 정해찬은 버럭 화를 냈다.이미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당장이라도 폭발할 지경이었다. ‘만약 그 밀이 학교 전체에 퍼지면 앞으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니지?’“씨발! 임운기, 강설아, 다 너희들 때문이야! 이거 분명 그 자식들 때문이라고! 감히 내 명예에 흠집을 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정해찬은 미친 듯이 고함을 질러댔다.…….저녁 6시 20분.청양대 문 앞.“임운기, 여기!”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설아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임운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왜 이렇게 빨리 왔어?”임운기는 말하면서 강설아 앞으로 걸어가며 시간을 확인했다. 6시 20분, 약속 시간보다 10분 이른 시간이었다.때문에 임운기는 당연히 자기가 10분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강설아가 먼저 기다리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너 오래 기다릴까 봐.”싱긋 웃으며 말하는 강설아의 모습에 잠깐 넋을 잃은 그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너 처럼 착하고 남자를 오히려 배려하는 여학생도 참 드문데.”예전에 보람이와 연애할 때 그는 매번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그에 반해 상대는 오히려 한참 지나서야 도착하곤 했었다. 가끔은 반 시간 넘게 늦을 때도 있고 말이다.그리고 언제나 여자들은 반 시간씩 늦는 게 정상이라며 남자가 돼서 기다려야 한다고 궤변을 늘어놓곤 했다.그런데 그가 기다릴까 봐 먼저 나와 기다리며 자기에게 배려하는 강설아를 보니 그는 저도 모르게 감동했다.“얼른 가자. 네 음식 솜씨 기대되네.”지나가듯 가볍게 뱉은 한마디에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는 강설아의 모습에 임운기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강설아는 매번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곤 한다. 때문에 임운기도 말없이 그녀를 따라 버스에 올라탔다.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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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그럴 리가 없잖아. 난 비싼 레스토랑 음식보다 네가 직접 해준 요리를 먹고 싶어. 네 마음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잖아. 안 그래?”“응.”임운기의 웃음기 섞인 말에 강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놓으며 앞쪽을 가리켰다.“저기 앞이 우리 집이야.”막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옆집 문이 갑자기 활짝 열리더니 잠옷 차림의 중년 여성이 쓰레기를 버리려는 듯 밖으로 걸어 나오더니 임운기를 위아래로 훑어봤다.“설아구나. 그런데 왜 낯선 남자를 데리고 왔어?”“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얘는 제 동기예요.”“동기? 아닌 것 같은데? 어린 것이 어쩜 벌써 돈에 눈을 써서는. 손님을 집까지 끌어들이면 어쩌겠다는 거야?”중년 여성은 마치 아랫사람을 교육하는 것처럼 도도한 자세를 취했다.그녀의 비아냥거리는 모욕에 강설아는 순간 화가 치밀어 억울한 표정으로 맞받아쳤다.“아주머니! 어떻게 사람을 함부로 모욕할 수 있어요?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임운기도 일순 눈살을 찌푸렸다.자기가 성매매하러 온 손님으로 오해받는 건 괜찮았지만 강설아를 몸이나 파는 여자로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설아야, 변명하지 마. 돈이 궁하면 손님도 받고 그럴 수 있지. 아줌마 다 이해해.”“아줌마! 어떻게…… 어떻게…….”마치 이해한다는 듯 괴상야릇한 말투로 비꼬는 중년여성의 모습에 강설아는 억울한 나머지 눈시울을 붉혔다.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그녀를 보자 임운기는 끝내 폭발했다.“사람이 어쩜 그래요? 설아가 아무리 그래도 그쪽 이웃인데 여자애를 그렇게 더럽히며 모욕하다니 정말 이해가 안 되네요!”“어린 것이 어디서 어른한테 따박따박 말대꾸야? 우리 딸이 누군지 알기나 해?”인상을 팍 쓰며 소리 지르는 임운기의 모습에 놀랐는지 잠깐 움찔하던 여성은 이내 포악스럽게 소리쳤다.이에 임운기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그녀를 바라봤다.“아줌마 딸이 뭔지는 관심 없고 저 건드리지나 마세요. 안 그러면 그 결과를 감당하지 못할 테니까!”“내가 감당하지 못한다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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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관심해 줘서 고마운데, 그런 건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강설아는 대화를 끝내려는 듯 차갑게 말했지만 링링은 멈추지 않고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설아야, 너 돈 없다고 하지 않았어? 친구 좋다는 게 뭐겠어? 내가 러브 바 매니저라는 건 알지? 네가 원한다면 우리 바에서 데스크 좀 봐줘. 내가 한 달에 천만 정도 벌게 해줄게.”“마음은 고맙지만, 필요 없어. 운기야 들어가자.”이미 문을 열고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던 강설아는 이 말만 남긴 채 임운기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집 안.“설아야, 저 사람들 네 이웃 아니야? 왜 말을 저따위로 해?”임운기는 두 모녀가 했던 말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만약 강설아가 그를 말리지만 않았다면 그는 그 자리에서 두 사람에게 본때를 보여줬을 거다.“사실 링링은 나랑 어릴 때부터 함께 큰 소꿉친구이자 동창이었어.”“응? 그런데 왜…….”아무리 봐도 링링은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강설아를 모욕하고 적대시하는 것 같았는데 그게 어딜 봐서 소꿉친구인지 임운기는 알 수 없었다.의아한 표정을 짓는 그를 보자 강설아는 고개를 숙이더니 지난 일을 회상했다.“고등학교 때 링링이 남자친구를 사귄 적 있었거든. 그런데 그 남자애가 어느 날 갑자기 나한테 몰래 고백하고 내가 거절하자 링링한테 내가 자기를 꼬셨다고 말했거든. 그 일로 링링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설명도 듣지 않은 채 나를 천한 년이라며 모욕했고 그때부터 관계가 악화했어.”그제야 모든 의문이 해결되는 것 같았다.그러던 그때, 강설아가 말을 이었다.“우리 둘 사이가 악화하고 난 뒤 링링과 걔 어머니는 저렇게 자주 날 모욕하곤 해. 내 흉을 보기도 하고. 특히 링링이 술집 매니저가 된 뒤로부터 아주머니는 내가 자기 딸보다 못하다면서 계속 비꼬았어.”한참을 말하던 강설아는 억울한지 눈시울을 붉히며 눈가에 핑그르르 돈 눈물을 애써 참았다.“젠장!”이 모든 걸 들은 임운기는 눈을 가늘게 접었다.그저 나약하기만 한 여자애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모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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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너 그때 술집에서 노래하며 돈 벌던 것도 병원비 마련하려고 했던 거였지? 장학금에 그렇게 목매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고.”이제야 강설아의 모든 행동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아니나 다를까 강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이라고 낮게 대답했다.“그동안 많이 힘들었겠네.”이건 저도 모르게 나온 한마디였다.임운기는 강설아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심지어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오고 어릴 적에 아버지를 여윈 경험은 강설아와 같았기에 그녀의 상황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다른 건 그는 지금 강설아보다 많이 행복하다는 거다. 어머니가 앓아눕지 않은 데다가 일도 하고 계셔서 그가 부담을 끌어안을 필요도 없는 데다가 가장 큰 행운인 류충재의 외손자라는 신분을 얻었기 때문이다.“힘들긴 힘들지만 이젠 익숙해졌어.”강설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엄마가 대학만은 꼭 졸업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 벌써 그만두고 일자리 찾았을 거야.”강설아의 경험들과 그녀의 불행을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그녀가 안쓰러워졌다.여자애가 이런 일들을 겪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지금껏 어떻게 버텨왔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하지만 강설아가 이런 어려움들을 겪었기에 다른 여자애들에 비해 특별하고 철이 들었는지도 모른다.“설아야. 모든 게 다 잘될 거야. 내 말 믿어.”임운기는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강설아가 불행하다지만 불행 중 다행인 건 그를 만난 거다.“모든 게 다 잘될 거라고? 그러길 빌어야지.”강설아는 고개를 쳐들고 천장을 바라봤다.하지만 이 모든 게 잘 되는 게 하늘의 별을 따기보다 더 어렵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는 데 드는 돈만 하더라도 너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깨끗하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벌면 모를까,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한다고 해도 그 돈을 마련하는 건 평생 가도 가능성 없는 일이었다.때문에 그녀는 그렇게 많은 걸 바라지도 않는다.“됐어. 무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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