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연신은 거의 본능적으로 거부했다. 듣고 싶지도, 마주하고 싶지도 않았다.결국 그는 한숨을 내쉬며 한지영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책상 위 서류를 펼쳐 업무에 집중했다.한지영도 백연신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소파 한쪽에 앉았다. 그러고는 가져온 간식을 티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물 한 컵과 함께 간식을 먹으며 휴대폰으로 육아 관련 웹사이트를 살폈다.두 사람은 묘하게 어우러진 평화 속에서, 자연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럼에도 한지영은 곁눈으로 바쁘게 업무에 몰두하는 백연신을 몰래 훔쳐봤다.순간,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른 듯, 두 사람은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그때 그녀가 찾아오면, 백연신은 늘 업무에 정신이 팔려 있었고, 한지영은 그의 사무실 소파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여유를 즐기곤 했다.사무실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간식이 항상 가득했고, 그녀는 장난스레 불평하곤 했다.“봐요, 나 벌써 살쪘잖아요. 사무실에 이렇게 간식만 가득 두면... 나 나중에 진짜 뚱녀 되겠어요.”“뭐 어때, 뚱녀라도 사랑해.”그때 그는 미소를 띠며 그렇게 말했었다.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뚱녀가 되지 않았고, 사무실에는 그녀를 위해 준비된 간식도 없었다.한지영은 여전히 휴대폰으로 육아 웹사이트를 보고 있었지만, 어느새 카메라를 몰래 백연신에게 맞추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설령 앞으로 그와 함께할 수 없다 해도, 이 사진들은 추억으로 남을 테니까.잠시 후, 사무실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고, 백연신의 비서가 들어왔다.그때 백연신은 소파 옆에 서 있었고,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소파 위로 향했다.소파 위에는 한지영이 얇은 담요를 덮고 편안히 누워 있었다.“대표님, 요청하신 보고서입니다.”비서는 손에 든 서류를 조심스럽게 건넸다.그 순간, 우연히 본 휴대폰 화면에는 백연신의 사진이 떠 있었다.“이제 나가 봐.”백연신이 말하자,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려다, 한마디 더 들었다.“문 닫을 때, 조용히 해.”말을 마친 뒤, 백연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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