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1941 - Chapter 1950

1985 Chapters

제1941화

백연신은 거의 본능적으로 거부했다. 듣고 싶지도, 마주하고 싶지도 않았다.결국 그는 한숨을 내쉬며 한지영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책상 위 서류를 펼쳐 업무에 집중했다.한지영도 백연신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소파 한쪽에 앉았다. 그러고는 가져온 간식을 티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물 한 컵과 함께 간식을 먹으며 휴대폰으로 육아 관련 웹사이트를 살폈다.두 사람은 묘하게 어우러진 평화 속에서, 자연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럼에도 한지영은 곁눈으로 바쁘게 업무에 몰두하는 백연신을 몰래 훔쳐봤다.순간,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른 듯, 두 사람은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그때 그녀가 찾아오면, 백연신은 늘 업무에 정신이 팔려 있었고, 한지영은 그의 사무실 소파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여유를 즐기곤 했다.사무실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간식이 항상 가득했고, 그녀는 장난스레 불평하곤 했다.“봐요, 나 벌써 살쪘잖아요. 사무실에 이렇게 간식만 가득 두면... 나 나중에 진짜 뚱녀 되겠어요.”“뭐 어때, 뚱녀라도 사랑해.”그때 그는 미소를 띠며 그렇게 말했었다.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뚱녀가 되지 않았고, 사무실에는 그녀를 위해 준비된 간식도 없었다.한지영은 여전히 휴대폰으로 육아 웹사이트를 보고 있었지만, 어느새 카메라를 몰래 백연신에게 맞추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설령 앞으로 그와 함께할 수 없다 해도, 이 사진들은 추억으로 남을 테니까.잠시 후, 사무실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고, 백연신의 비서가 들어왔다.그때 백연신은 소파 옆에 서 있었고,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소파 위로 향했다.소파 위에는 한지영이 얇은 담요를 덮고 편안히 누워 있었다.“대표님, 요청하신 보고서입니다.”비서는 손에 든 서류를 조심스럽게 건넸다.그 순간, 우연히 본 휴대폰 화면에는 백연신의 사진이 떠 있었다.“이제 나가 봐.”백연신이 말하자,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려다, 한마디 더 들었다.“문 닫을 때, 조용히 해.”말을 마친 뒤, 백연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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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2화

“잠깐만...”한지영은 문득 무언가 깨달은 듯 손을 내려다봤다.그제야 휴대폰이 자기 손에 없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순간적으로 벌떡 일어나 소파 앞을 살피다, 티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휴대폰을 발견하고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이내 뭔가 떠오른 듯, 잽싸게 휴대폰을 집어 들어 앨범을 열어보았다.그리고...순간, 그녀의 시야가 아득해지며 숨이 턱 막혔다.없다.휴대폰 속에 가득했던 그의 사진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분명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하나하나 바라보던 사진들인데, 지금은 단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았다.“설마...”한지영은 휴대폰을 움켜쥔 채 황급히 백연신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연신 씨, 혹시... 제 휴대폰에 있던 사진들, 다 지운 거예요?”백연신은 태연하게 펜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들었다.“내 사진들만 지운 거야. 내 사진을 어떻게 할지는 내 마음 아닌가.”“...!”순간, 한지영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그게... 얼마나 소중한 건데요. 그건 내...”“내가 아는 건 하나뿐이야.”백연신이 차갑게 말을 끊었다.“그건 다 내 사진이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일할 땐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것.”한지영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힘없이 소파로 돌아가 주저앉았다.조금 전만 해도 담요를 덮어준 그 작은 배려 하나에 마음이 벅차올랐는데... 지금 그 기쁨은 금세 상처로 바뀌어 있었다.그녀에게 그 사진들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둘 사이에 남아 있는 유일한 추억이자 흔적이었다.이마저도 사라져 버린다면... 그녀에겐 도대체 뭐가 남을까.한지영은 휴대폰을 꼭 끌어안은 채 어깨를 움찔거리며, 애써 울음을 삼켰다.결국,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목구멍까지 차오른 울음이 그녀를 짓눌렀다.그런데... 그 모습을 보는 백연신의 가슴은 오히려 더 아프게 저려왔다.눈물을 보이지 않는 그녀의 절제된 슬픔이 오히려 눈물로 범벅된 얼굴보다도 더 가혹하게 다가왔다.백연신은 억지로 시선을 문서에 고정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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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3화

지금 한지영은 분명히 울고 있었다. 길가에 서서 한 손으로는 얼굴의 눈물을 계속 훔치고, 다른 손으로는 휴대폰을 꼭 쥐고 있었다.“차 세워!”백연신이 갑자기 외쳤다.운전기사가 급히 갓길에 차를 세우자, 백연신은 서둘러 차에서 내려 한지영을 향해 다가갔다.“여기서 뭐 하는 거야, 왜...”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눈을 들어 바라본 그녀의 두 눈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그 눈빛은 단숨에 그의 가슴을 죄어왔다.“우아아아!”한지영이 갑자기 손을 들어 그의 가슴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백연신은 얼굴을 찌푸리며 그녀의 두 손을 붙잡았다.“뭐 하는 거야, 왜 이래?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없어졌어요.... 그 사진들, 다시는 찾을 수가 없대요...”한지영이 흐느끼며 말했다.“수리 기사들이 그러는데, 이미 완전히 삭제돼서 복구가 불가능하대요! 연신 씨, 그 사진이 저한테 얼마나 중요한 건데... 어떻게 그걸 지울 수가 있어요!”백연신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그러고는 차갑게 내뱉었다.“말했잖아. 그건 내 사진이라고. 내가 어떻게 처리하든 내 마음이야.”“하지만 그건 제 추억이에요! 제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고... 제가 가장 사랑했던 남자와의 기억이에요! 연신 씨가 아무리 절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추억마저 다 지워야만 속이 시원해요?”한지영은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 마음속 깊이 눌러두었던 고통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듯했다.그녀는 오후 내내 여러 군데 휴대폰 수리점을 전전했지만, 돌아온 답은 똑같았다. 삭제된 사진은 복구할 수 없다는 것.다시 말해, 그 사진들은 영영 사라진 것이다.백연신의 몸이 굳어졌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울부짖는 게 고작 사진 때문이라고? 정말로 그 사진이, 그토록 중요했던 걸까?그때, 한지영의 울음소리가 끊기더니 고통스러운 신음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얼굴에도 고통의 기색이 드리워졌다.“너... 왜 그래?”백연신이 다급히 물었다.“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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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4화

그래, 그건... 두 사람의 아이였으니까!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백연신은 결국 그 아이를 신경 쓰고 있었다.차가 재원시에서 가장 유명한 산부인과 병원에 도착했을 때, 백연신은 한지영을 품에 안은 채 급히 내렸다.그리고 미리 연락을 받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미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한지영은 곧장 진료실로 옮겨져 검사를 받았다.백연신은 진료실 밖에 서서, 여전히 그녀가 꼭 쥐고 있던 그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었다.그는 몰랐다. 그녀가 사진을 되찾기 위해, 하루 종일 이곳저곳 수리점을 전전했을 만큼, 그토록 그 사진들을 소중히 여겼다는걸.그녀에겐 그게 추억이었을까?백연신의 가슴 어딘가에 알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올랐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엄마’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잠시 망설이던 그는 결국 전화를 받았다.“어머님이시죠? 저, 백연신입니다.”전화기 너머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왜 자네가 전화를 받는가? 지영이는?”“조금 전에 몸이 안 좋아져서 제가 병원으로 데려왔습니다. 지금은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뭐라고?”이해영은 깜짝 놀라 소리를 높이더니, 다급하게 병원 주소를 묻고는 급히 전화를 끊었다.백연신은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벽에 기대어 낮게 중얼거렸다.“한지영... 도대체 내가 널 어떻게 해야 하지?”한 달.그녀가 말한 대로, 한 달 동안은 그의 곁에 머무를 것이다.그러고나면, 정말로 서로 각자의 길을 갈 수 있을까?하지만 이렇게 하루하루 함께 지내면서, 한 달 뒤에 과연 그녀를 놓아줄 수 있을까?아니면 차라리 지금 이대로,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길을 택하는 게 맞을까?그런데 그녀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게 맞을까?아니면 고은채에게 진실을 듣고 난 뒤, 죄책감과 후회 때문에 돌아온 것뿐일까?혹은 단지 아이에게 온전한 가정을 주고 싶어서?만약 그녀의 사랑이 그 정도라면... 앞으로 남은 삶을 끝까지 함께 걸어갈 수 있을까?그저 아이와 죄책감 때문에 곁에 머무른 거라면...검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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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5화

백연신이 백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뜻밖에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어머니를 거실에서 마주쳤다.화려한 드레스를 걸치고 값비싼 보석을 몸에 두른 모습은, 지금 백씨 가문의 주인이 자신임을 과시하려는 듯했다.그녀는 백연신을 딱히 잘 대해주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 해주는 것도 아니었다.백연신과 어머니의 관계는 모자관계라기보다는 차라리 ‘협력자’에 가까웠다.그녀는 그에게 생명을 주었고 생활에 부족함이 없도록 길러냈으며 심지어 큰집 쪽에서 백연신을 해치려 했을 때도 앞장서 막아주었다.오늘 그가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엔 어머니의 공도 컸다.그러나 동시에, 어머니는 그를 단지 자신의 인생을 역전시킬 수단으로 여겼다.그녀는 남편에 대한 사랑도 그리 크지 않았다.그저 부유한 삶을 위해 기꺼이 첩의 자리를 선택했고 욕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끝내 아들을 낳아, 온 힘을 다해 그를 키워냈다.어릴 적 어머니가 가장 자주 했던 말은 이것이었다.“넌 백씨 가문의 피를 이은 아이다. 큰집 자식들이랑 똑같이 백씨 가문의 피가 흐른다. 만약 장차 네가 백씨 가문을 잇지 못한다면, 우리 모자는 그들에게 짓밟히고 말 거야. 살고 싶다면 위로 올라가. 그리고 계속 올라가라. 네 아버지가 너를 후계자로 인정할 때까지!”그래서 그는 오직 위로만 향해 달려왔다. 그것이 살아가는 유일한 의미라 믿었으니까.그러나 한지영을 만난 순간, 그는 깨달았다.살아간다는 건, 꼭 권력 다툼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사람은 아마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것을 갈망하는 법일 것이다.늘 음모와 계산 속에 살던 그는 꾸밈없이 솔직한 지영에게 끌렸다. 그 앞에서만큼은 그녀가 무슨 속셈을 품었는지 따져 묻지 않아도 되었으니까.그 단순함이 오히려 무엇보다도 강하게 그를 붙잡았다.그리고 뒤늦게 깨달았다. 그는 이미 한지영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만약... 그때, 그렇게 많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그는 그녀와 함께였을지도 모른다.“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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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6화

아들이 고씨 가문을 무너뜨리기 위해 짜놓은 계략은 고리마다 빈틈이 없었다.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최혜연은 잠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두려움을 느꼈다.몇 년 동안 아들이 그렇게 치밀하게 판을 깔아, 결국 단번에 고씨 가문을 무너뜨린 것이다.그만큼 아들의 마음은 예전보다 훨씬 깊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다행인 건, 백연신은 그녀의 아들이라는 점이었다.그러니 두려워할 이유는 없었다. 그저 아들이 가져온 부와 권세를 누리며 편히 살면 그뿐이었다.“어머니, 다른 일이 없으시면 저 좀 일찍 쉬고 싶어요.”백연신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 눌러가며 피곤한 기색을 드러냈다.최혜연은 아들의 얼굴을 잠시 살펴보다가, 지쳐 보이는 기색이 역력하자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푹 쉬어라. 나는 먼저 돌아가마. 며칠 뒤가 네 생일이지? 이번엔 내가 정성껏 준비했어. 이 도시의 명망 있는 인사들도 잔뜩 초대했으니, 꼭 시간 맞춰서 와야 한다.”올해 아들이 고은채와 혼인을 정리하고, 백씨 가문이 고씨 가문의 재산 절반을 집어삼켰다.이제 더 이상 고씨 가문을 의식하며 억지웃음을 지을 필요가 없었다.진정한 승리의 순간을 맞이한 지금, 아들의 생일을 성대히 치러 대외적으로 과시할 절호의 기회였다.더불어 자신이 마음에 둔 며느릿감들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이니 의미는 더욱 컸다.“알겠어요.”백연신은 담담하게 답했다.어머니가 떠난 뒤, 그는 싸늘하게 가라앉은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피식, 낮게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이토록 차갑고 공허한 공간... 이것이 과거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목표였던가?백선그룹을 손에 넣고 백씨 가문의 진정한 주인이 되었다 한들, 그의 마음속은 여전히 공허하기만 했다.마치 부평초처럼, 뿌리 내리지 못한 채 떠도는 기분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병실에서는 한지영의 부모가 딸에게 연신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토록 감정이 격해져 또다시 유산 위험이 찾아온 것이냐고.그제야 한지영은 깜짝 놀라며 깨달았다. 휴대폰이 곁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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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7화

한밤중, 간병인은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에 몸을 바짝 굳혔다.곧이어 키 큰 한 남자의 실루엣이 병실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저... 선생님, 누구신지 여쭤봐도 될까요?”“잠깐 나가 주세요. 저 혼자 보고 싶습니다.”백연신이 담담히 말했다.“하지만...”간병인은 잠시 망설였다.“내가 백연신입니다. 이 정도면 안심이 되겠습니까?”간병인은 순간 놀란 듯 굳어졌다.백연신?!오늘 자신에게 이 일을 맡기면서 ‘이 임산부를 잘 보살펴라’라고 지시한 사람은 바로 백선그룹에서 보낸 이였다.그리고 지금, 백선그룹의 실권자가 바로 백연신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를 이렇게 눈앞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간병인은 더 말하지 않고, 서둘러 병실을 빠져나가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백연신은 창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달빛이 유리창을 통해 들어와 깊이 잠든 한지영의 얼굴을 은은히 비추고 있었다.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순간, 온종일 불안하고 뒤숭숭했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는 듯했다.“한지영... 넌 날 얼마나 사랑하는 거지? 네가 했던 말들... 그중 얼마나 진심이었을까?”그는 나지막이 중얼거렸지만, 대답해 줄 사람은 없었다.잠시 후, 그는 주머니에서 한지영의 휴대폰을 꺼내 그녀의 침대 머리맡 테이블에 올려두고, 미련을 남긴 채 병실을 떠났다....다음 날 아침, 한지영이 눈을 떴을 때,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자신의 휴대폰을 발견하고 순간 멍해졌다.“어? 이게 왜 여기 있지?”그녀는 놀란 듯 간병인에게 다가가 물었다.“혹시 어젯밤에 누가 다녀갔나요?”예상대로, 간병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백연신’이었다.‘어젯밤 내가 너무 깊이 잠들지만 않았더라면... 연신 씨를 직접 볼 수 있었을 텐데.’한지영은 아쉬움을 삼키며 곧장 휴대폰을 켰다.그리고 무심결에 사진첩을 열어본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없어진 줄 알았던 사진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되살아나 있었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많아졌다.‘연신 씨가 복구해 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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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8화

“단 한 달뿐이야?”이해영은 걱정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물었다.시간이 너무 짧았다. 과연 그 짧은 기간 안에 백연신과 딸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그러나 한지영은 잔잔히 미소 지어 보였다.“연신 씨 마음에 아직 제가 남아 있다면, 한 달이면 충분해요. 하지만 그 마음이 이미 사라졌다면... 1년이든 10년이든 아무 의미 없겠죠.”이해영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알겠다. 너희 일에 더는 끼어들지 않을게. 다만 한 달이 지난 뒤,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린 그 선택을 따라갈 거야.”한종훈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아내의 말에 동의했다.한지영은 손에 쥔 휴대폰을 더욱 꽉 움켜쥐었다.‘한 달 후... 나와 연신 씨 사이에도 분명한 답이 내려지겠지.’...교도소 접견실.강지혁은 눈앞에 앉은 김재호를 차갑게 노려봤다.“당신이었군. 내 기억을 조작한 게. 최면으로 기억을 바꿔놓은 것도 전부 당신 짓이었지.”김재호는 미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보아하니 이제 다 알아차리셨군요, 회장님.”“그딴 짓을 한 이유가 뭐야? 또 다 할아버지를 위해서, 강씨 가문을 위해서였다고?”강지혁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싸늘했다.“물론입니다.”김재호는 죄책감 한 점 없는 얼굴로 태연히 답했다.“하... 할아버지를 위해서라... 강씨 가문을 위해서라니, 웃기지도 않는군. 사실은 남의 인생을 주무르면서 느끼는 기괴한 쾌감 때문이잖아!”강지혁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하지만 이제 끝이야. 당신은 여기서 영영 썩게 될 거야. 어떤 모범수 흉내를 내든, 감형 같은 건 절대 없을 거니까. 그리고 분명히 알아둬. 내 아내는, 강씨 가문의 안주인은... 언제까지나 임유진, 단 한 사람뿐이라는 걸.”김재호의 표정이 순간 흔들렸다.그러다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회장님, 원래 성격이 의심이 많으시잖습니까. 정말 임유진을 그렇게 전적으로 믿는 겁니까? 회장님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3년이나 감옥살이한 여잔데, 마음속에 티끌만큼의 원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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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9화

강지혁이 차갑디차가운 접견실을 나서자, 김재호의 얼굴에는 처음으로 흔들림이 비쳤다.“약점이 있어야 사람이 된다니... 말도 안 돼! 약점이 있다는 게 어떻게 나쁜 게 아닐 수 있지? 어떻게...”그는 짜증 난 얼굴로 중얼거리며 헛웃음을 흘렸다.“내가 이렇게까지 한 건 다 강씨 가문을 위해서였어! 다 강문철 회장님을 위해서였다고...!”하지만 그 절규는 허공을 메아리칠 뿐이었다.강지혁은 이미 떠났고, 설령 그 소리를 들었다 해도 더는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한편, 교도소 밖.검은색 세단이 강지혁을 기다리고 있었고, 고이준은 공손하게 문을 열었다.“돌아가지.”강지혁이 짧게 지시를 내렸고, 차량은 곧 강씨 저택을 향해 서서히 움직였다.잠시 후, 고이준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회장님, 최근 누군가가 진세령 씨에 대해 은밀히 조사 중입니다.”강지혁의 눈빛이 번뜩이며 예리하게 좁혀졌다.“누가... 진세령을 조사한다고?”진세령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진씨 가문조차도 더 이상 그녀를 입에 올리려 하지 않았다.그런데도 감히 과거를 파헤치는 자가 있다니.“녹원시의 신씨 가문 쪽입니다.”고이준이 답했다.“신씨 가문... 신정우?”강지혁의 입에서 나지막이 튀어나온 말이었다.고이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예상대로라면 틀림없이 신정우일 겁니다. 신씨 가문에서 진세령 씨와 강씨 가문 사이의 앙금을 모를 리 없을 텐데도 이런 조사를 하는 건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신정우의 지시 없이는 신씨 가문 사람들 누구도 감히 나서지 못했을 겁니다.”강지혁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신씨 가문에서 진세령을 파헤치려는 이유가 뭐지?”“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최근 5년간 그녀의 행적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으며... 동시에 진세령 씨가 혹시 아이를 낳았는지도 알아보는 듯합니다.”강지혁의 눈빛은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계속 주시해. 신씨 가문이 노리는 게 뭔지 반드시 밝혀내.”“예, 회장님.”...저택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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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0화

“아빠, 아빠! 나 좀 봐!”현이가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그러더니 임유진의 동작을 흉내 내며 고무줄 위를 깡충깡충 뛰기 시작했다.강지혁은 딸아이의 천진한 모습에 눈가가 저절로 풀어지면서도, 곁눈질로 진해원을 흘끗 바라봤다.녹원시 신씨 가문이 진세령을 조사하고 있다... 그것과 지금 눈앞의 이 아이,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진세령이 어떻게 신씨 가문과 얽히게 된 거지?’만약 그녀가 신씨 가문과 관계가 있었다면, 그녀의 성격상 감옥에서 그렇게 허무하게 자살을 선택했을 리 없다.분명 어떤 수를 써서라도 신씨 가문을 발판으로 재기하려 했을 터였다.그렇지 않았다는 건, 어쩌면 그녀 자신조차 신씨 가문과의 연관성을 전혀 알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그런 생각이 스치자, 강지혁의 눈빛은 한층 깊어졌다.그때, 현이는 아직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에 고무줄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앗!”옆에 있던 임유진이 재빨리 달려와 아이를 부축했다.무릎을 살펴보니 바지가 찢어져 피가 조금 배어 나오는 상처가 보였다. 그녀는 조심스레 바지를 걷어 올려 확인했다.율이와 진해원도 다급히 달려와 동생을 둘러쌌다.“많이 아파?” 율이가 묻자, 현이는 애써 태연한 척 대답했지만, 귀여운 얼굴은 금세 일그러져 진짜 고통을 숨기지 못했다.“조금... 조금만 아파.”약을 바르는 순간, 현이는 결국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눈물로 가득 찬 눈이 임유진을 꼭 닮아, 보는 이의 마음을 저릿하게 만들었다.강지혁은 딸의 울음소리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차라리 자신이 대신 아픔을 겪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을 정도였다.임유진이 조심스레 상처에 약을 바르고 마무리하자, 율이와 진해원이 동시에 손을 뻗어 현이의 눈물을 닦아주려 했다.하지만 율이의 손길이 먼저 닿았고, 현이의 뺨에 흐른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앞으로는 밑에 매트 같은 거 깔고 놀자. 그러면 넘어져도 덜 아플 거야.”율이가 다정하게 말했다.진해원은 조심스레 손을 거둬들이며 눈빛을 내리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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