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1951 - Chapter 1960

1985 Chapters

제1951화

“꽤 괜찮은 아이야.”임유진이 말했다.그녀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영리하면서도 얌전하지. 괜히 떼쓰거나 말썽부리는 일도 없고... 사실 또래 애들은 장난꾸러기일 텐데, 해원이는 오히려 조용해서 가끔은 안쓰럽기까지 해.”강지혁의 눈빛이 살짝 가라앉았다.“그래도... 그 아이가 진세령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임유진은 순간 멈칫했다.“우리가 진세령과 얽힌 원한은... 해원이와는 상관없는 일이잖아.”그녀는 아무리 얽히고설킨 원한일지라도, 아이만큼은 그 그림자 속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껏 의도적으로 그 사실을 덮고 다정히 대하려 했던 것이다.그러나 강지혁은 물러서지 않았다.“네가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해원이는 다르게 느낄 수도 있어. 자기 어머니의 죽음이 너와 무관하다고... 과연 진심으로 믿을 수 있을까?”그의 목소리에는 굳건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면, 어떤 불안 요소도 방치하지 않겠다는 듯이.임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하지만 난 떳떳하게 대할 거야. 적어도 내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해원이에게 최선을 다할 거야. 다만... 만약 언젠가 정말로 나나 강씨 가문을 향해 원망을 품는다면... 그땐 나도 가만있지 않아.”강지혁의 눈빛이 차갑게 좁혀졌다.“차라리 몇 년 뒤, 현이가 해원이에 대한 관심을 잃을 때쯤... 자연스럽게 이유를 만들어 다른 데로 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임유진은 곧장 고개를 저었다.“아니, 현이는 진심으로 해원이를 친구라고 생각해.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둘의 관계는 더 돈독해질 거야.”“친구?”강지혁은 짧은 웃음을 흘렸다.“그 두 아이는 영원히 친구가 될 수 없어.”“하지만...”“됐어.”그는 손을 들어 임유진의 말을 끊었다.“해원이라는 아이가 이 집에 머무는 동안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나설 일은 없을 거야. 게다가... 어쩌면 내가 내치지 않아도, 언젠가 누군가가 직접 그 아이를 데려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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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2화

적어도... 생일 파티가 끝난 뒤엔, 그와 단둘이 케이크 한 조각쯤은 나눠 먹을 수 있지 않을까.한지영은 그렇게 기대했다. 그저 케이크 한 입일 뿐이라면, 백연신도 거절하지는 않겠지.그녀는 커플 곰돌이 모양의 케익을 예약했다.계산을 마친 직원이 주문 내역을 확인한 뒤, 케익 교환권을 건네주었다.한지영은 그것을 받아 가방에 넣고 가게를 나섰다.그런데 막 걸음을 떼려는 순간, 낯선 남자가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한지영 씨 맞으시죠? 저희 사모님께서 뵙고 싶어 하십니다.”말투는 공손했지만, 그 남자의 눈빛에는 예의라곤 없었다. 오히려 얕잡아보는 기색이 스쳐 갔다.“사모님이라니... 누구 말씀이죠?”한지영이 경계하며 물었다.“백 회장님의 어머님 말입니다.”“연신 씨 어머니...?”한지영은 순간 얼어붙었다. 백연신의 어머니는 그와 연애할 때조차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그때 백연신은 늘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내가 백씨 가문에서 자리를 완전히 굳히면, 그때면 우리 어머니께 널 소개할게.’하지만 그 약속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5년이 지난 뒤에서야 그녀에게 찾아온 기회였다.하지만 한지영은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당신이 정말 그분의 지시를 받고 절 찾으러 왔다는 걸, 어떻게 믿죠?”그러자 남자가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곧바로 영상 통화를 연결했다.화면 속에는 기품 있는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곧 차가운 기운이 흐르는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한지영 씨. 나 백연신 엄마 되는 사람이에요. 잠시 얼굴 좀 봅시다.”한지영은 단번에 알아봤다.그녀의 얼굴선은 백연신과 닮아 있었고, 예전에 인터넷 기사에서 본 적 있는 모습 그대로였다.“네, 제가 가겠습니다.”통화는 끝났고, 한지영은 안내를 따라 길가에 세워진 차량에 올랐다.차는 곧장 달려 어느 고급 회원제 클럽 앞에 멈췄다.한지영은 클럽 안으로 걸음을 옮겼고, VIP 룸에서 백연신의 어머니, 최혜연을 마주했다.최혜연은 명품 의상에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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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3화

한지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끼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이 아이... 저는 지우지 않을 겁니다.“뭐라고? 설마... 다음 말이 ‘돈 때문이 아니라 정말 연신 씨를 사랑해서’라는 말, 아니겠지?”최혜연은 비웃듯 날을 세웠다.“나, 지영 씨 같은 여자 수없이 봐왔어. 애 하나 갖는다고 해서 무슨 대단한 신분이 되는 줄 아나?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에서 제일 흔한 게 뭔 줄 알아? 바로 자식이야. 지영 씨가 애를 낳는다고 해서 백씨 가문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해? 더군다나, 지영 씨 뱃속의 애가 정말 연신이 아이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은데 말이야.”한지영은 꾹 다문 입술을 풀며, 오히려 옅게 웃어 보였다.“저 같은 여자라니요? 아니면... 지금 어머니 자신을 말씀하시는 건가요?”지금은 차라리 고개 숙이고 물러서는 게 현명할지도 모른다.상대는 백연신의 어머니, 함부로 맞서는 건 그녀 스스로를 더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하지만...이렇게까지 더럽게 모욕을 당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참아야 할까?그녀는 분명 백연신을 사랑하지만, 그게 자신이 억울한 모함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역시나, 말이 끝나자 최혜연의 얼굴빛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그녀는 과거, 남의 가정을 무너뜨리며까지 백씨 가문의 문턱을 넘어보려 했다.하지만 아이를 낳고도, 결국 정식 아내로 인정받지 못한 채 ‘첩’으로만 남았던 그녀...백연신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끝내 본처와 이혼하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한지영의 말은 옛날의 치욕을 고스란히 비춘 셈이었다.“버릇없이 자란 것 같으니!”최혜연이 차갑게 내뱉었다.하지만 한지영은 오히려 차분히 받아쳤다.“교양이요? 그건 누구를 상대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어머니께서 절 이토록 못마땅해하시니... 더는 대화할 필요가 없는 것 같네요.”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떼려 했다.“잠깐!”최혜연이 이를 갈며 막아섰다.“아이는 지워. 대신 내가 20억을 줄 테니. 그 돈이면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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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4화

그들이 직접 손을 쓰려 드는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럼 처벌받으실 텐데요!”한지영이 필사적으로 외쳤다.“그야 우연히 부딪힌 정도로 하면 되지. 고의가 아니면 고의 상해까지는 안 갈 거야. 걱정하지 마, 여기 두 사람은 그런 일 감당할 각오까지 되어 있어.”최혜연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녀의 얼굴은 냉담했고, 그 말투엔 지금 막 사라질 한 생명에 대한 애잔함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더군다나 그 생명은 바로 자기 친혈육과 얽힌 것이었는데 말이다...최혜연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차를 홀짝이며, 곧 벌어질 장면을 관람하듯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한지영은 절박하게 문을 박차고 나가려 했지만 이미 한 남자가 그녀의 팔을 꽉 잡았다. 다른 한 남자는 주먹을 움켜쥐고 그녀의 배를 향해 휘둘렀다.“안 돼요!”한지영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배를 가리며, 다가오는 주먹을 바라볼 때 눈앞은 절망으로 가득 찼다.이 아이가... 이렇게 떠나가면 어떡하나.이미 몇 차례 위기를 넘겼고, 두 번이나 유산 직전까지 갔던 아이였다. 어떻게 포기할 수 있단 말인가?‘아니야, 절대 안 돼. 이 아이는 연신 씨와 내 아이야!’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힘이 솟구쳤다. 그녀는 몸을 비틀어 반쯤 숙였고, 제압되지 않은 손으로 날아오는 주먹을 붙잡더니, 이성 따위는 잊은 채 상대의 손을 맹렬히 물어버렸다.그 순간, 그녀에겐 단 하나의 생각, 아이를 지키겠다는 엄마의 본능뿐이었다.찰싹!누군가 그녀의 볼을 강하게 때렸다.그럼에도 그녀는 손을 놓지 않았다. 비록 이 행동이 무모하고 결국엔 소용없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마저도 그녀의 본능이었다.탁!탁!탁...!연신 이어지는 따귀 소리가 방 안을 메웠다.한지영이 얼굴이 마비될 듯 아플 때쯤, 바깥에서 문을 열려는 소리가 들렸다.그 문은 안에서 자물쇠를 채워둔 상태라 밖에서 당장 열 수는 없었다.누구지? 누가 문 앞에 있는 걸까.그 순간, 바깥에서 문이 홱 발로 걷어차이며 열렸고, 긴 실루엣 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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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5화

백연신은 한지영을 품에 꼭 안은 채 급히 방을 빠져나왔다.그 모습을 뒤로한 채, 최혜연은 화가 치밀어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내리 깨뜨렸다.‘백연신... 아직까지도 한지영을 신경 쓰고 있어. 정말로... 그 아이를 낳겠다는 말인가?’‘정말로 한지영과 결혼할 생각인 건가?’아니, 절대 한지영 같은 여자를 백씨 가문으로 들일 수는 없었다!자기 아들의 아내가 될 사람은 반드시 이 도시의 명문가 규수여야지, 어디서 굴러들어 온 평범한 여자 따위일 리가 없었다.만약 한지영이 정말 백씨 가문의 며느리로 들어온다면... 최혜연은 앞으로 이 사회에서 고개조차 들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이며, 이미 마음속에 단단한 결심이 선 모양이었다.한편 백연신은 재빨리 차에 올라 한지영을 조심스럽게 안아 뒷좌석에 눕혔다.그가 기사에게 병원으로 달리라 명령하자, 차는 곧 속력을 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많이 아파?”백연신이 다급히 물었지만, 한지영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뭘 그렇게 보고 있어.”그는 또 다그치듯 말했다.“연신 씨가... 날 구했네요. 연신 씨, 어머니가 나를 불렀다는 걸 알고... 혹시 어머니가 나한테 해를 가할까 봐 온 거예요?”한지영은 볼이 부어올라 말할 때마다 찌릿한 통증이 느껴져 말을 더듬거렸다.백연신은 그녀의 고통스러운 얼굴을 보며 이내 굳은 표정을 지었다.“됐어, 말하지 마. 조용히 있어.”속으로는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일렁거렸다.사실 그는 이미 알았던 것이었다. 어머니가 그녀를 불렀다는 사실을.그래서 이렇게 급히 달려온 것이었다.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처참한 몰골로 그의 눈앞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병원 응급실에서 의사는 침착하게 상태를 점검했다. 초음파로 아기의 심박을 확인하자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아이는 안전했다. 다행히 태아엔 이상이 없었고, 한지영의 부상도 대부분 외상이었다. 볼의 멍과 입가의 찢김, 그리고 여기저기 난 멍 자국들. 큰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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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6화

백연신이 슬쩍 그녀를 곁눈질했다.한지영의 속마음은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그는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곧장 차를 백씨 가문 저택으로 향하게 했다.“여기...?”한지영은 순간 얼어붙었고, 얼굴에는 망설임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스쳤다.“걱정하지 마.”백연신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어머니는 이 집에 살지 않아. 평소에도 거의 오지 않고. 게다가 오늘, 내가 분명히 경고했잖아. 그러니까 적어도 당분간은 널 건드리지 못할 거야.”“당분간...?”한지영은 입술을 깨물었다.그렇다면, 시간이 지나면 결국 또 그녀를 찾아와 괴롭히겠다는 뜻 아닌가.자기야 상관없다 쳐도, 뱃속의 아이까지 위험해질까 두려웠다.그때, 백연신의 목소리가 차 안을 울렸다.“뱃속 아이는... 네가 지우지만 않는다면, 무사히 태어날 거야.”한지영은 그 말을 듣고 멍하니 눈을 떴다.그리고 조심스럽게, 기대 섞인 시선을 그에게로 향했다.“그럼... 연신 씨, 이 아이를 받아들이겠다는 거예요? 그렇다면....”“그 아이는 내 핏줄이니까. 당연히 받아들여야지.”백연신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러나 곧 이어진 말이 차갑게 내리꽂혔다.“하지만, 그게 곧 너까지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는 아니야.”그 한마디는 차가운 물 한 양동이를 뒤집어쓴 듯, 한지영의 눈빛에서 피어난 희망을 단숨에 꺼뜨려 버렸다.그럼에도 그녀는 속으로 자신을 다독였다.아직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처음 재원시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 그의 태도는 훨씬 나아진 게 분명했다.백연신의 마음에 아직 그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차가 멈추고, 두 사람은 함께 백씨 가문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한지영의 얼굴은 여전히 부어 있었지만, 집안의 하인들은 그 어떤 놀란 기색도 은근한 눈빛조차도 보이지 않았다.그저 집주인이 손님을 데려온 듯 무심하고 담담했다.오히려 그 덕분에 한지영은 마음이 조금 놓였다.역시 백씨 가문의 하인들이라 그런지, 훈련이 잘되어 있는 듯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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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7화

‘설마... 회장님 아이...?’그 순간, 집사의 손끝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재원시를 발칵 뒤집을 또 하나의 폭탄 같은 소식이 될 터였다.그 시각, 한지영은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물론 자신이 맞아 얼굴이 부은 사실은 숨기고, 그저 오늘은 백연신의 집에서 묵게 됐다고만 알렸다. 방은 따로 쓰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곧 운전기사가 임산부용 베개를 가지러 갈 테니, 꼭 챙겨주십사 부탁했다.한종훈과 이해영은 도대체 딸이 어쩌다 하룻밤 사이에 백씨 가문 저택에서 묵게 됐는지 캐묻고 또 물었지만, 끝내 속사정은 알 수 없었다.다만 한지영의 목소리에 한결 여유가 느껴지자, 두 사람은 오히려 안도하며 좋은 일이라 여기려고 했다.잠시 뒤, 집사가 임산부용 베개를 받아 들고 돌아왔다. 그런데 그건 단순한 베개가 아니었다. 옆으로 누울 때 안는 전용 쿠션과 등 뒤를 받쳐주는 보조 베개까지 세트로 된, 그야말로 ‘작은 요새’ 같은 베개였다.백연신은 그것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런 걸... 꼭 써야 돼?”“그럼요.”한지영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임신 개월 수가 늘어날수록 똑바로 누우면 답답해서 잠을 못 자요. 옆으로 누워야 편한데, 이거 안으면 진짜 포근해요. 마치... 연신 씨 안고 자는 것처럼요.”순간, 백연신의 귓볼이 붉게 물들었다.‘도대체 이 여자는 왜 이렇게 거침이 없지? 꼭 날 매일 안고 자는 사람처럼 말하잖아.’그 모습에 한지영은 재빨리 화제를 돌리듯, 집에서 건너온 작은 도시락을 열었다.“맞다, 이거 먹어볼래요? 전에 연신 씨가 우리 집에 왔을 때, 우리 엄마가 해주신 전 정말 좋아했잖아요.”말과 함께 그녀가 건네온 건 동그랗게 빚은 조그마한 전.백연신은 그걸 보자, 예전의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늘 차갑고 계산적인 백씨 가문과 달리, 한지영의 집은 따뜻했다.그곳에서는 의심할 것도 긴장할 것도 없었다. 웃고 싶을 때 웃으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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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8화

하지만 그는 또다시, 너무나도 쉽게 그녀에게 휘둘리고 말았다.도무지 벗어날 수가 없었다.순간, 백연신은 손에 쥐고 있던 연고를 한지영 손에 쥐여주듯 내던졌다.“네가 알아서 발라.”단호한 목소리를 남기고는 그녀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은 채, 그대로 계단을 올라가 자기 방문을 닫아버렸다.쾅!묵직한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자, 그는 문에 등을 기대어 선 채 머리를 마구 쓸어내렸다.심장이 요동쳤다.‘왜 지영이 앞에서는 늘 이렇게 무력해지는 거지...?’한지영 앞에 서면, 마치 모든 걸 내맡겨도 괜찮다는 듯, 스스로 무너지고, 또 무너진다....저녁, 백씨 가문 저택의 식탁.차려진 음식은 놀랍게도 한지영의 입맛에 꼭 맞는 것들이었다.예전 그녀가 살던 S 시의 가정식 요리들이 그대로였고, 그 사이사이에는 재원시 특유의 로컬 요리도 곁들여져 있었다.S 시의 요리를 이만큼 낼 수 있다는 건, 분명 그 지역 음식을 잘 아는 요리사를 일부러 불러온 게 분명했다.한지영은 눈을 반짝이며 젓가락을 들었다.처음에는 몰래 백연신을 곁눈질하다가, 결국에는 대놓고 그를 바라보며 밥을 먹었다.‘좋다... 연신 씨 옆에서, 이렇게 밥을 먹을 수 있다니.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머릿속에는 자연스레 장면이 그려졌다.둘만의 저녁상이 아니라, 언젠가 태어날 아이가 함께 앉아 환하게 웃는 모습. 하루 동안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나누며 웃고 떠드는 풍경.그림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아니, 아이가 하나가 아니라 둘, 셋... 많으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그렇게 상상에 빠진 채 입꼬리를 올리고 웃고 있으니, 아직 부어 있는 두 볼 위에 피어난 미소가 한층 더 어리숙해 보였다.백연신이 시선을 들어 그녀를 흘깃 보았다.“뭐가 그렇게 좋아서 실실 웃는 거지?”“우리... 나중에 아이 몇 명 낳을까, 그거 생각했어요.”한지영은 아무렇지 않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대답했다.백연신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그리고 이내, 씁쓸한 미소가 그의 입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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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9화

한때 그녀는 웃으며 백연신에게 말했었다.“연신 씨, 앞으로 매년 생일은 내가 케익 준비할게요. 우리 매년 같이 한 조각씩 먹어요. 흰머리 날 때까지, 이가 닳고 닳아서 다 빠질 때까지도요.”“매년이라니, 그럼 너는 정말 내가 늙을 때까지 옆에 있겠다는 거야?”“연신 씨가 먼저 한 말이잖아요. 사귀기로 했으면 헤어지면 안 된다고요. 나, 당신 못 떠날걸요. 평생 연신 씨 붙들고 살 거예요!”“좋아. 평생 찰싹 붙어서 떨어지지 마, 알겠지?”그때의 다정한 말투와 웃음소리가 그의 귓가에 아직도 맴도는 듯했다.당시엔 그도 그들이 결국 헤어질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그 결별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더욱 묵직한 자책감이 밀려왔다.“기다릴 수 있으면 기다려. 하지만 나도 내가 언제 돌아올지 몰라.”백연신은 마음과는 다르게 거칠게 내뱉었다.그 말에 한지영의 창백한 얼굴에는 금세 핏기가 돌았고, 애처롭던 표정은 사라지고 환한 미소가 번졌다.“난 기다릴 거예요. 아무리 오래 걸려도 연신 씨를 기다릴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활짝 웃었다. 부어오른 볼 때문에 그 웃음은 여전히 어리숙해 보였다.하지만 백연신은 그 웃음을 보고 한동안 넋을 잃었다....밤이 깊어갈수록 백연신은 잠들 수 없었다.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도 머릿속은 온통 한지영의 얼굴과 목소리로 가득 찼다.집사가 정성껏 배려해 그녀의 방을 그의 침실 맞은편, 벽 하나를 사이에 둔 곳으로 정해놓았다는 사실이 어쩐지 마음을 더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숨소리만으로도 가슴이 요동치는 기분이었다.그때, 아주 조용히 문이 밀리며 누군가 살금살금 들어왔다.‘이 시간에 감히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라...’그는 곧장 알아챘다. 이 시간에 문을 열고 들어올 용기가 있는 사람은... 바로 한지영뿐이었다.“연신 씨, 안 자요?”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눈을 감고 잠자는 척하려 했지만, 그녀는 이미 커다란 임산부 베개를 품에 안고서 그의 침대 옆에 와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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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0화

이 여자... 이미 임산부 베개를 안고 있는데도, 왜 또 이렇게 그의 방으로 기어 들어 온 걸까.한밤중, 이 시간에 남자의 방에 슬쩍 들어와 다리를 걸치고 옆에 눕는 행위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그녀는 진짜 모르는 걸까?그가 나무토막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그 순간, 한지영이 다시금 백연신 쪽으로 몸을 밀어붙였다.그의 코끝에선 그녀의 은은한 향기가 희미하게 감돌았고, 그녀의 호흡이 그의 목덜미와 귓볼에 닿으며, 훨씬 더 가깝게 느껴졌다.이건 그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시험이었다.스스로 ‘더는 아무 감정이 없다’라고 반복해 말해도, 이 순간만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원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한지영, 넌 진짜 나를 남자로 보지 않는 거야?”백연신이 갑자기 몸을 일으켜 눈을 뜨며, 옆에 기대어 있던 그녀를 노려보았다.그의 눈에 든 건, 임산부 베개를 옆에 두고도 자기 쪽으로 몸을 뻗은 그녀의 누운 자세였다.그의 목소리에 한지영도 놀라 잠에서 깼다.“연신 씨... 안 잤어요?”그녀가 얼떨결에 물었다.“잠 들었다고 해도, 너 때문에 깨지!”그가 투덜거리듯 말했지만, 그 말투마저 불만과 다정함이 뒤섞여 있었다.창문을 통해 들어온 달빛이 그녀의 부어오른 뺨을 은은하게 비췄다. 동그란 눈, 작은 코, 붉어진 입술... 부어 있던 볼이 조금 누그러져서 오히려 통통한 햄스터 같은 귀여움이 배어 나왔다.그 모습이 그를 더 자극했다.이 여자... 일부러 유혹하려는 것 아닌가.“나느... 연신 씨가 깰줄 몰랐어요. 그저 잠이 안 와서, 여기서 자도 될까요? 우리가... 좀 편하잖아요. 혹시 옆에 있으면 잘 잘 수 있을까 해서...”한지영이 쭈뼛거리며 변명을 늘어놓았다.“편하다고?”백연신이 냉소를 흘겼다.“그럼 만약 네 옆방에 다른 ‘편한 남자’가 누워 있으면, 그 남자 침대에도 올라가 자겠다는 거야?”그 질문에 그녀의 눈에는 상처받은 기색이 슬며시 스쳤다.“나랑 이렇게 가까이서 같은 침대에 누울 수 있는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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