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백연신은 놀라 그대로 굳었다.그러고는 마치 시간이 한 박자 늦춰진 것처럼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지영아... 어떻게... 왜 여기 있어?”억지로 미소를 걸어 보였지만 목소리는 메마르고 거칠었다.한편 한지영은 그의 얼굴을 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눈 밑은 깊게 꺼져 있었고 안색은 창백했고 평소의 단정함과 여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해외에서 돌아오자마자 너무 무리한 거 아니에요?”한지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얼굴이 너무 안 좋아요. 오늘은 그냥 집에 가서 쉬어요. 일은 몸 좀 회복한 뒤에 해도 되잖아요.”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백연신 앞으로 다가섰다.“오늘 몇 시에 도착했어요? 비행기에서 내리면 전화라도 했어야죠.”하지만 백연신은 대답 대신 갑자기 한지영의 허리를 끌어안았다.그리고 얼굴을 그대로 그녀의 배에 묻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순간 한지영은 숨을 삼켰다.“왜 그래요?”그러곤 목소리를 최대한 부드럽게 낮췄다.“무슨 일 있어요...?”한지영의 말투는 평온했지만 백연신의 가슴을 짓누르는 그 감정은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그는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한지영과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뻔한 진짜 배후가 바로 자신의 어머니 최혜연이라는 사실을.그리고 그가 선택한 결말이 완전한 처벌도 통쾌한 응징도 아닌 그저 평생의 격리였다는 사실을.그는 끝까지 모든 것을 바로잡지 못했고 그 사실이 숨을 막히게 했다.‘지영이는 나를 원망할까...’그 생각이 가슴 깊은 곳에 눌어붙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게 만들었다.한지영은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직감했다.이건 단순한 피로나 업무 스트레스가 아니라는 걸.“연신 씨.”한지영은 백연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우린 부부잖아요. 무슨 일이든 말해줘요.”손길은 조심스럽고 목소리는 단단했다.“내가 해결해 줄 수 없어도 괜찮아요. 적어도 혼자 감당하게 두지는 않을게요.”그러고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덧붙였다.“결혼할 때 했던 약속...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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