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1931 - Chapter 1940

1985 Chapters

제1931화

하지만 한지영은 오히려 손을 더 굳게 쥐었다.“연신 씨... 나... 나 할 말이 너무 많아요. 제발, 잠깐만 시간을 줘요. 잠깐이면 돼요.”“나는 이제 할 말이 없는데.”백연신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붙잡은 손을 단번에 떼어냈다.그리고 이미 대기하고 있던 차량을 향해 무심히 걸어갔다.그가 차 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한지영은 마지막 힘을 다해 외쳤다.“연신 씨! 사랑해요!”그 한마디가 울려 퍼지자, 주변의 수행원들뿐 아니라 길을 지나가던 신입 직원들까지 호기심 어린 눈길로 그쪽을 바라봤다.하지만 한지영의 기대와 달리, 백연신은 아무 말 없이 차 안으로 들어갔다.차 문을 닫고,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그 순간, 동정 어린 시선들이 한지영에게 쏠렸다.물론, 비웃는 눈빛도 있었고, 어떤 고위 임원은 조금 떨어진 곳의 경호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이게 뭐 하는 거야? 아무나 회장님 가까이에 접근하게 두는 거야?”경호원들은 얼른 대답하며 한지영을 떼어놓았다.그녀의 몸이 비틀거리며 옆으로 끌려갔지만, 시선은 한순간도 차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백연신이 탄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녀는 오직 한 곳만 바라봤다.옆에서 경호원이 뭐라고 말을 건넸지만, 그녀는 들을 마음조차 없었다.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건, 바로 조금 전 백연신의 시선과 그가 내뱉은 말이었다.사실...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수백 번, 수천 번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하지만 정작 마주하니, 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다.“괜찮아...”한지영은 속으로 자신을 위로했다.과거 백연신이 겪은 고통은 자신이 겪은 것보다 훨씬 컸다.자신은 그저 그가 겪은 고통 일부만 겪는 셈이니, 지금 이 정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이미 재원시에 도착했고, 같은 도시에서 그와 마주했다.그러니 그녀는 반드시 이 사랑을 다시 쟁취할 거라고 다짐했다.그러나... 백연신의 마음속에 사랑이 한 점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한편, 차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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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2화

하지만 백연신이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다.해 질 무렵, 그가 차를 몰고 백선가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저택 밖에서 보안팀에 막혀 있는 한지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그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이었다.그녀가... 정말로 여기까지 찾아오다니.한지영 역시 백연신의 차를 발견했다.그녀가 차를 막으려 달려가려 했지만, 보안팀이 그녀를 막아 가까이 갈 수 없게 했다.한편, 한 경비원은 재빨리 백연신의 차로 달려가 차창 아래에서 말했다.“회장님, 저분이 회장님 친구라고 하시면서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나는 그런 친구 없어. 보내!”백연신이 그렇게 말하자, 차창은 다시 닫혔다.차는 백씨 가문 저택으로 들어갔고, 경비원은 한지영에게 말했다.“회장님 말씀이, 당신 같은 친구는 없다고 하시네요. 그냥 돌아가요. 헛된 꿈 꾸지 말고.”분명, 보안팀은 한지영을 백연신에게 접근하려는, 재벌가에 편승하려는 여성 정도로만 여긴 듯했다.한지영의 얼굴에는 난처함이 스쳤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오히려 가방에서 접이식 작은 의자를 꺼내 펴고, 물과 보온 도시락까지 꺼냈다.이 도시락은 한지영의 엄마, 이해영이 준비한 것이었다.그녀는 저택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다.보안팀은 그녀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보안팀은 그녀를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녀가 있는 곳은 저택 내부가 아닌 공공 도로 위였다.즉, 그들 관할이 아니었다.게다가 한지영은 식사를 마친 뒤, 깨끗이 정리하고 쓰레기를 인근 쓰레기통에 버렸다.흠잡을 데 없는 행동이었다.보안팀은 이런 광경을 처음 보는 터라 당황했다.사람이 도로 위에서 저녁을 먹고 있다니...결국, 한 경비원이 다가와 말했다.“계속 여기 있지 마세요. 설령 해가 뜰 때까지 앉아 있어도, 회장님은 당신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앉아 있으면, 나중에는 다들 의자 들고 와서 앉겠네요.”한지영은 진지하게 답했다.“괜찮아요. 9시가 되면 떠날 거예요.”보안팀은 잠시 멈칫했다.원래는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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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3화

한지영은 짐을 정리한 뒤, 휴대폰으로 택시를 부르려던 찰나 문 앞의 경비원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잠시만요. 회장님이 만나고 싶다고 하십니다. 지금 들어가셔도 됩니다.”그 목소리와 태도는 전과 달리 훨씬 공손했다.한지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곧 얼굴에 놀람과 기쁨이 교차했다.‘연신 씨가... 나를 만나고 싶다고?!’드디어, 그와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다. 용서를 구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하지만... 정말 그가 자신을 용서해 줄까?순간, 백선그룹 건물 앞에서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쳤다.한지영은 얼른 고개를 흔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지금 중요한 건 오직 하나.그와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한지영은 백씨 가문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그리고 집사와 하인들의 안내를 받아 거실에 들어서자, 웅장하고 화려한 공간임에도 왠지 모를 냉기가 흘렀다.그곳, 거실 중앙에 백연신이 서 있었다.날카로운 눈빛과 차갑게 굳은 얼굴.“모두 나가. 내 허락 없이는 누구도 들어오지 마.”명령이 떨어지자, 하인들은 일제히 퇴장했다.순식간에, 드넓은 거실엔 두 사람만 남았다.한지영은 그의 얼굴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낮에 백선그룹 앞에서는 제대로 볼 여유조차 없었으니까.“뭐, 내가 그렇게 잘생겼나? 그렇게 넋을 잃고 보게?”백연신의 차가운 목소리가 고요를 깨뜨렸다.“잘... 잘생겼어요. 너무 잘생겼어요.”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백연신은 곧바로 눈살을 찌푸렸다.“한지영. 내가 너를 들인 건 장난을 치려는 게 아니야. 할 말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럼 말해. 듣고 있을 테니!”그는 천천히 소파로 걸어가 여유롭게 앉았다.다리를 포개고 그녀를 내려다보는 눈빛은, 마치 법정을 주재하는 판관처럼 매서웠다.그 모습에 한지영은 머릿속이 하얘지며 말문이 막혔다.“할 말이 없다면, 지금 당장 나가.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그의 단호한 목소리엔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그녀가 사라진다면, 그의 마음도 더 이상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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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4화

한지영은 급히 달려가 백연신 앞에 섰다.코끝이 시큰거려 목소리가 떨렸다.“알아요... 그때 연신 씨가 날 지키려고 고은채의 조건을 받아들였다는 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날 떠난 거잖아요. 5년이 지난 뒤에도, 또다시 그 여자 손에 휘둘리면서도 나를 지켜줬잖아요. 게다가 그때는 연신 씨 몸에 혈충이 있었고... 그 때문에 나를 만질 때마다 고통스러웠던 거, 그리고 혈충을 없애려다 결국 고은채가 연신 씨 별장에 드나들게 된 거... 전부 다 알아요.”하지만 백연신은 무심한 얼굴로 듣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떨림도, 흐느낌도, 후회도... 이제는 그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그래? 다 알고 있었구나.”그가 내뱉은 건, 겨우 그 담담한 한마디뿐이었다.한지영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그날 내가 별장에 갔던 건, 우리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려고 했던 거예요. 그런데 고은채가 거기서 나오는 걸 보고... 난 당연히 오해했죠. 연신 씨가 그 여자랑 그런 관계인 줄만 알고... 혈충 때문이었다는 건 몰랐어요. 난...”“맞아, 넌 오해했지.”백연신의 목소리가 낮게 흘렀다.“하지만 그렇게 쉽게 오해했다는 건, 결국 넌 날 믿지 않았다는 뜻 아니야?”그 말에 한지영은 숨이 턱 막혀왔다.백연신은 입꼬리가 차갑게 비틀리며 말을 이었다.“그런 네가 어떻게 감히 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어?”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눈빛을 더 깊이 가라앉혔다.“이제 와서? 네가 잘못 오해했다는 걸 알았으니 또다시 나한테 온 거야? 하지만 한지영, 착각하지 마. 네가 돌아오기만 하면 내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예전처럼 바보같이 널 사랑할 거라 믿었어? 그 사랑은... 네가 병원에서 아이를 지우려던 그 순간, 완전히 끝났어.”“...!”한지영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와락 터져 나왔다.“아니에요... 난... 난 아이를 지우지 않았어요. 연신 씨, 정말이에요... 우리 아이, 지금도 내 뱃속에 있어요. 잘 자라고 있다고요. 내가 매일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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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5화

“한지영, 너랑 나는 이미 오래전에 서로를 놓쳤어!”백연신이 차갑게 손을 거두었다.순간, 한지영은 손이 텅 빈 듯했고, 배에서 느꼈던 그 손길의 따스함도 사라졌다.놓쳤다...정말로, 그녀와 그는 이렇게 끝내 서로를 놓치고 만 걸까?“됐어. 만약 네가 계속 나를 만나러 오고, 할 말이 그거뿐이라면... 이제 더 이상 나를 찾을 필요 없어. 필요하면 내 비서에게 연락해.”백연신의 말에는 한 줌의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비서에게...요?”한지영은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양육비가 얼마가 필요하든, 혹은 원하는 돈이 있든, 비서에게 말하면 돼. 금액이 지나치지 않으면 문제없어. 그리고 네 뱃속 아이는, 낳든지 지우든지, 네 마음대로 해.”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고 담담했다.“난... 돈 때문에 온 게 아니에요...”한지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중요한가? 어쨌든...”백연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영은 갑자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그의 목을 양손으로 감싸안았다.그리고 발끝으로 살짝 올라서, 입술로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갑작스러운 키스에 백연신은 온몸이 굳었다.본능적으로 그녀를 밀어내려고 손을 뻗었지만, 손이 닿는 순간 멈춰버렸다.지금 그녀는 평소의 그녀가 아니었다. 임신한 여인이었고, 그의 가벼운 힘만으로도 그녀와 배 속 아이에게 위험이 될 수 있었다.백연신은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몸을 똑바로 세운 채 숨을 삼켰다.‘절대 감정에 휘둘리면 안 돼...’그는 마음속으로 계속 스스로에게 되뇌었다.한지영은 마치 그동안 쌓인 그리움과 후회, 모든 감정을 이 키스에 쏟아붓는 듯했다.하지만 그의 입술은 끝내 굳게 닫혀 있었다.마치, 자신을 받아주고 용서할 수 없다는 듯이.하지만 한지영은 이렇게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정말, 정말 놓치고 싶지 않았다.눈물이 다시금 그녀의 눈을 가득 채웠다.심장은 바닥으로 가라앉는 듯했고, 그녀는 그가 아직도 자신을 조금이라도 사랑해 주길, 가능성이 남아 있길 바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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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6화

백연신의 몸이 순간 움찔하며 떨렸다. 그리고 본능처럼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그때, 한지영의 눈물이 흘러내려 그의 입안에 스며들었다.희미한 짠맛이 번지자, 그의 모든 감각이 송두리째 뒤흔들렸다.예상치 못한, 깊고 강렬한 키스였다.그가 애써 쌓아온 모든 방어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마음과 몸이 그녀에게 완전히 휘말려 들어갔다.곧, 그의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앉았다.이제 그녀가 자신을 껴안고 입술을 맞추고 있어도, 더 이상 혈충의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마치 처음 만났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간 듯했다.그때 둘 사이에는 오직 달콤함만이 있었다.상처도, 배신도 없었다.그녀는 그의 전부였고, 그는 그녀의 전부였다.그 마음은 단 한 순간도 흔들림이 없었다...키스가 끝나자, 한지영의 떨리는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파고들었다.“연신 씨... 아직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거죠? 아직도 나를 사랑하죠?”마치 꿈에서 확 깨어난 듯, 백연신은 눈을 번쩍 뜨고 그녀의 팔을 잡아 목에서 거칠게 떼어냈다.“뭐야... 키스 한 번 했다고 내가 너한테 마음이 있다고 단정하는 거야? 그럼 내가 다른 사람과 키스하면, 그 사람에게도 마음이 있다고 생각할 거야?”그는 미친 듯 뛰는 심장을 억누르며 애써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지금 자신이 내뱉은 말이 얼마나 허망한 거짓인지.한지영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두 손은 헐렁한 옷자락을 꼭 움켜쥔 채, 입술을 꾹 깨물고 있었다.그리고 맑고 큰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작은 사슴처럼 순수하면서도 불쌍하고, 어찌할 바 모르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백연신은 이를 악물며 시선을 돌렸다.“됐어. 난 이미 지쳤어. 더 이상 너와 얽히고 싶지 않아. 예전 일은 오해든 뭐든, 이제 다 지나간 일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내 앞에 나타나지 마!”말을 내뱉자마자, 그는 황급히 계단을 올라갔다.거실에는 한지영만이 홀로 남아 그의 뒷모습을 넋을 잃은 듯 바라보고 있었다.한지영은 눈물을 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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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7화

백연신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눈을 감았다.그러고는 자신에게 속삭이듯 물었다.“조금 전, 날 ‘사랑한다’고 말한 게... 진짜 사랑이었일까? 아니면 단지, 아이에게 온전한 가정을 주고 싶은 마음뿐인 걸까...”...한지영은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한종훈, 이해영 부부는 불안한 표정으로 딸을 기다리고 있었다.한지영이 들어서자 두 사람은 동시에 달려와 물었다.“어땠어? 백연신이 뭐래...?”“아빠, 엄마... 그 사람은 여전히 저를 용서하지 않고, 받아들이지도 않아요.”한지영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흔들림 없는 결심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내일도 그 사람을 찾아갈 거예요.”한종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이해영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그 사람이 계속 받아주지 않는다면... 너는 어떻게 할 거니?”“엄마, 걱정하지 마세요.”한지영이 조심스럽게 이해영의 손을 잡으며 안심시켰다.“저는 죽기 살기로 매달리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는데도 연신 씨가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때는 부모님 곁으로 돌아가서, 아이와 함께 잘 살면서 행복하게 살 거예요.”이해영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그런 말 하면 안 돼! 평생 혼자 아이만 키우겠다는 거야? 혹시라도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할 수도 있는 거고, 요즘 여자들은 아이 데리고 재혼하는 경우도 많아!”그녀는 딸이 평생 상처만 안고 살아갈까 걱정했다.한지영은 씁쓸하게 웃었다.이미 한 번, 그리고 백연신 같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던 자신에게, 이제 다른 남자를 사랑할 마음이 남아 있을 리 없었다.그토록 강렬하게 새겨진 기억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테니까.“좋아요, 엄마. 앞으로 일은 천천히 생각할게요.”한지영은 걱정을 덜어주려 화제를 돌렸다....다음 날, 한지영은 아침을 먹고 곧바로 백선그룹으로 향했다.하지만, 보안요원은 그녀를 보자마자 급히 막았다.“여기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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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8화

회사의 분위기를 조금만 살펴보면, 백연신의 과거에 대해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그의 전 여자친구가 바로 한지영이라는 사실은 이미 사내에 퍼져 있었고, 인터넷에 둘의 영상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기자들이 한지영을 둘러싸고 ‘불륜녀’라고 손가락질하던 그때, 백연신은 직접 그녀를 끌어내며 지켜주었다.그 당당하고 단호한 모습은 한동안 회사 안팎의 화제가 되었고, 사람들은 은근히 수군거렸다.“혹시 저 여자가 곧 자리라도 차지하는 건 아닐까?” 하고.하지만 결국, 백연신은 홀로 재원시에 돌아갔다.그 순간부터 모두는 확신했다.‘그 여자는 끝났구나.’그러나 예상과 달리, 지금 그녀는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나 있었다....한지영은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백연신을 바라보았다.“저기... 우리, 사무실에서 얘기하는 게 어때요? 연신 씨도 제가 뭘 두고 갔는지, 남들이 알게 되는 건 원치 않잖아요?”하지만 백연신은 싸늘하게 되물었다.“만약 내가 신경 쓰지 않는다면? 도대체 뭘 두고 갔다는 건데?”“정말... 여기서 말해도 돼요?”한지영은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말해.”그녀는 작게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그때... 연신 씨가 저 대신 사다 준 생강 홍차랑... 그... 생리대요. 제가 떠날 때 못 챙겨갔잖아요. 그리고 또...”“그만해!”순간, 백연신의 얼굴이 굳어졌다.결국 그는 이마를 짚으며 짧게 말을 끊었다.“내 사무실로 가자.”그녀와 마주하기만 하면, 그의 감정은 늘 요동쳤다.어찌 된 일인지, 그녀는 그를 흔드는 법을 알고 있었다.한지영은 입가에 작게 미소를 띠며, 얼른 그의 뒤를 따라섰다.그러고는 걸음을 옮기며 테이블에 있던 간식까지 챙겨 들었다.백선그룹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무료 간식... 생각보다 꽤 맛있었다.그때 주변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직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대표님이... 생강 홍차랑... 생리대를 사줬다고?”머릿속에 그려진 모습은 도저히 평소의 냉철한 그의 이미지와는 겹쳐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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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9화

그때 백연신은 커피를 마실 때면, 그녀가 사준 커플 컵을 썼고, 소파에 앉아 책을 읽을 때면 늘 그 커플 쿠션에 몸을 기대곤 했다. 발에는 그녀가 사준 복슬복슬한 커플 슬리퍼를 신었고, 그녀 역시 커플 슬리퍼를 신고는 했다.그때 한지영은 농담처럼 말했었다.“나중에 우리 아기 생기면, 꼭 같이 놀이공원 가요.”하지만...“버렸어.”백정신은 차가운 말투로 주저 없이 잘라 말했다.한그 말에 지영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입술을 세게 깨물던 그녀는 금세 억지로 다시 미소를 지어 올렸다.“괜찮아.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사면 되지, 뭐.”백연신은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더니 언짢다는 듯 물었다.“넌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 어제 이미 충분히 말했잖아. 돈이 필요하면 내 비서한테 말해. 돈이 필요 없는 거라면, 그냥 재원시를 떠나서 네 고향으로 돌아가. 더 이상 내 앞에 나타나지 마.”안그러면, 그녀가 나타날 때마다 자신의 감정과 일상이 심하게 흔들릴 게 뻔했으니까.그의 단호한 말에도 한지영은 조심스럽게 그의 셔츠 소매를 살짝 붙들었다.“연신 씨... 정말 저를 용서할 수 없는 거예요? 저... 그때 연신 씨가 혈충에 걸려 있었다는 걸 전혀 몰랐어요. 또 당신이 저를 위해 고은채 앞에서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는 것도... 저는 그저, 당신이 고은채와 가까이 지낸 게 백선그룹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진짜 이유가... 저를 살리려던 거였다니...”그녀의 목소리는 죄책감으로 떨리고 있었다.그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감내했는지,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된 것이다.그 말에 백연신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그 순간에도 한지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 순간에도 한지영은 나지막이 말을 이어갔다.“그때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 저는 정말 아이를 지울까 고민했어요. 연신 씨가 없는 세상에서 아이를 키운다면, 매 순간 연신 씨를 떠올릴까 두려웠거든요. 하지만...”한지영은 깊이 숨을 들이쉬며 그의 눈을 똑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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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0화

“연신 씨... 그때... 혹시 혈충 제거 과정에서 혹시 살아남지 못할까 봐, 내가 너무 슬플까 봐... 그래서 아무 말도 안 한 거예요?”한지영은 이제서야, 그때 그가 늘 머뭇거리고 말끝을 흐리던 진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백연신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차분하지만,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몸속 혈충을 모두 제거했을 때,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건 뭐였을까? 병원에 있는 너였지. 아이를 지우려던 너였고, 너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내게 감정이 없다며 말했지.”그 한마디, 한마디가 그녀의 얼굴을 세차게 후려치는 것 같았고,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이었다.“미... 미안해요, 연신 씨...”한지영은 눈물을 삼키며 흐느꼈다.“이제 와서 나에게 사과할 필요 없어. 지금처럼, 네가 내게 ‘사랑해’라고 말해도, 역시 의미가 없어.”하지만 한지영의 손은 여전히 그의 얼굴에 닿아 있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부족했는지, 다른 손도 그의 뺨에 가져다 댔다.“의미 없지 않지 않아요. 내가 그때 당신 마음을 차갑게 만들고 식게 했다면, 지금은... 다시 당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싶어요. 연신 씨,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줄래요? 단 한 번만!”한지영은 애절하게 간청했다.백연신은 천천히 눈꺼풀을 내려, 그 안에서 번뜩이는 흔들림을 숨겼다.그녀는 늘 그랬다. 몇 번의 애원, 몇 방울의 눈물만으로도 그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었다.“기회를? 네가 원하는 기회라는 게... 뭘 하라는 거야?”잠시 후, 백연신이 물었다.“예전처럼... 단 한 달만, 연신 씨. 단 한 달만이라도 그 한 달 동안 내가 최선을 다해 연신 씨와 지낼게요. 만약 그 한 달이 지나도, 여전히 용서되지 않고, 함께 하고 싶지 않다면... 그때는 내가 포기하고, 더 이상 연신 씨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이 한 달 동안만이라도, 연신 씨가 나를 피하지 않았으면 해요.”한지영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했다.“한 달?”백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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