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 씨... 그때... 혹시 혈충 제거 과정에서 혹시 살아남지 못할까 봐, 내가 너무 슬플까 봐... 그래서 아무 말도 안 한 거예요?”한지영은 이제서야, 그때 그가 늘 머뭇거리고 말끝을 흐리던 진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백연신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차분하지만,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몸속 혈충을 모두 제거했을 때,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건 뭐였을까? 병원에 있는 너였지. 아이를 지우려던 너였고, 너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내게 감정이 없다며 말했지.”그 한마디, 한마디가 그녀의 얼굴을 세차게 후려치는 것 같았고,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이었다.“미... 미안해요, 연신 씨...”한지영은 눈물을 삼키며 흐느꼈다.“이제 와서 나에게 사과할 필요 없어. 지금처럼, 네가 내게 ‘사랑해’라고 말해도, 역시 의미가 없어.”하지만 한지영의 손은 여전히 그의 얼굴에 닿아 있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부족했는지, 다른 손도 그의 뺨에 가져다 댔다.“의미 없지 않지 않아요. 내가 그때 당신 마음을 차갑게 만들고 식게 했다면, 지금은... 다시 당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싶어요. 연신 씨,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줄래요? 단 한 번만!”한지영은 애절하게 간청했다.백연신은 천천히 눈꺼풀을 내려, 그 안에서 번뜩이는 흔들림을 숨겼다.그녀는 늘 그랬다. 몇 번의 애원, 몇 방울의 눈물만으로도 그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었다.“기회를? 네가 원하는 기회라는 게... 뭘 하라는 거야?”잠시 후, 백연신이 물었다.“예전처럼... 단 한 달만, 연신 씨. 단 한 달만이라도 그 한 달 동안 내가 최선을 다해 연신 씨와 지낼게요. 만약 그 한 달이 지나도, 여전히 용서되지 않고, 함께 하고 싶지 않다면... 그때는 내가 포기하고, 더 이상 연신 씨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이 한 달 동안만이라도, 연신 씨가 나를 피하지 않았으면 해요.”한지영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했다.“한 달?”백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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