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연은 마침 도씨 가문 규수의 어머니와 통화 중이었다.어젯밤의 일을 두고, 잔뜩 웃음을 섞으며 변명하듯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번에 잘 안됐으면, 기회야 또 만들면 되죠. 저야 뭐, 따님이 제 며느리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 아니겠어요? 어제는 그냥... 작은 해프닝이었을 뿐이에요.”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불쑥 집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회, 회장님... 어쩐 일로 이렇게 많은 분을 데리고 오신 겁니까? 무슨 일이...”그리고 곧, 얼음을 깔아놓은 듯한 백연신의 목소리가 격렬하게 울려 퍼졌다.“비켜.”순간, 최혜연의 눈이 크게 떨렸다.현관 쪽을 바라보니, 아들이 건장한 경호원들을 잔뜩 거느리고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저기, 사모님, 죄송해요.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이만 전화를 끊어야겠네요.”최혜연은 급히 통화를 마치며, 억지로 태연한 기색을 유지하려 애썼다.전화를 내려놓자마자, 그녀는 아들을 똑바로 노려보며 물었다.“연신아, 이게 다 뭐니? 이런 식으로 사람을 몰고 오면... 무슨 뜻이야?”백연신은 대답 대신 거실 소파로 걸음을 옮겨 앉았다. 그리고 뒤에 선 경호원들에게 무심하게 지시했다.“너희들은 밖에서 대기해.”“예.”그들이 일제히 물러나자, 거실엔 세 사람만 남았다.백연신, 최혜연, 그리고 불안하게 눈치를 보던 집사.그러던 중, 최혜연은 집사에게 의미심장한 눈짓을 보냈고, 집사 역시 곧 자리를 피해 물러났다.순간, 거실에는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백연신은 태연하게 테이블 위에 있던 신문을 집어 들고, 무심히 페이지를 넘겼다.그 모습이 오히려 최혜연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아들이 대체 무슨 속셈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온 건지...그리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녀는 더 이상 아들을 쉽게 읽을 수 없게 되었다.“연신아.”최혜연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갑자기 사람들을 다 내보내고...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니?”백연신은 마치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도 말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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