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1961 - Chapter 1970

1985 Chapters

제1961화

잠시 후, 그녀의 나지막한 속삭임이 그의 귀 끝을 간질였다.“연신 씨, 나... 그냥 연신 씨 생일까지 있다가 갈게요. 그때면 얼굴 부기도 빠질 테고, 생일 끝나고 돌아오면 같이 케익도 먹을 수 있잖아요.”“...”백연신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다.그러나 한지영의 가슴은 알 수 없는 희열로 부풀어 올랐다. 거절이 아니라는 건, 곧 동의와 다름없으니까....백연신의 생일 파티는 이미 재원시 전체의 화젯거리가 되어 있었다.특히, 그날 초대받은 이들 대부분이 재원시 명문가의 미혼 규수라는 소식이 퍼지자, 사람들은 이 잔치를 두고 ‘생일 파티’가 아닌 ‘간택 잔치’라며 수군거렸다.물론 그의 어머니 최혜연이 본처가 아닌 첩 출신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귀족 사회에선 껄끄러운 꼬리표였다. 그러나 그런 과거조차 백선 그룹의 압도적인 위세 앞에서는 사소한 흠에 불과했다.게다가, 백연신은 현재 백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주인.그와 혼인하는 순간, 여자의 가문까지도 막대한 이익을 얻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그래서 파티장은 화려한 드레스와 보석으로 눈부시게 빛났고, 최혜연은 더욱 공들여 치장한 모습으로 나타났다.그녀는 백씨 가문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비취 장신구를 목에 걸고, 스스로를 ‘진짜 안주인’이라 선언하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백연신은 그런 어머니 곁에서, 그녀가 한 명씩 소개해 주는 귀족 규수들의 이름을 건성으로 들었다.모두가 잘 가꿔진 미모와 기품 있는 태도로 무장한 여인들이었고, 저마다 내세울 만한 가문을 배경으로 두고 있었다.과거의 그였다면, 얼굴보다 가문을 먼저 따졌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의 머릿속에 스치는 얼굴은 오직 단 한 사람... 한지영뿐이었다.“어때, 이 아가씨들...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이 하나도 없니?”잠시 틈을 내어, 최혜연이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어머니, 제 혼사는 제가 정합니다. 어떤 여자를 아내로 맞을지는 제 몫이에요.”백연신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그 안에는 ‘더 이상 이런 자리를 만들지 마라’는 뜻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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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2화

파티는 여전히 화려하게 이어지고 있었다.그때, 최혜연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술기운이 옅게 오른 백연신의 얼굴, 이윽고 그가 2층 휴게실 쪽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그녀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모든 게 계획대로였다.이미 도씨 가문의 규수는 그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터. 오늘 밤만 무사히 지나면, 백씨 가문과 도씨 가문의 혼담은 굳혀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그렇게 되면 한지영 따위는 더 이상 발붙일 자리가 없었다.최혜연은 손님들과 건배를 나누며 상냥한 웃음을 이어갔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시계추처럼 시간을 재고 있었다.그러던 순간...2층에서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그리고 곧, 아무 일 없었던 듯 다시 고요가 흘렀다.순간 파티장은 술렁였다.손님들이 서로 눈치를 주고받으며 웅성거렸고,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위를 바라보았다.최혜연은 억지 미소를 띠며 곧장 2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하지만 그곳에서 그녀가 마주한 광경은 뜻밖이었다.원래 자신이 붙여 둔 경호원이 있어야 할 휴게실 앞에는 낯선 두 명의 경호원이 서 있었고, 자신이 붙여 둔 경호원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당신들... 이게 무슨 짓이죠?”최혜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백 회장님께서 지시하셨습니다. 도씨 아가씨와 사모님께서 배치한 인원들 모두, 안에서 편히 쉬게 해드리라고요. 너무 피곤해 보이셨거든요.”“뭐라고...?”최혜연은 재빨리 문을 열어젖혔다.눈앞에 보인 것은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도씨 가문 규수는 옷매무새 하나 흐트러짐 없이 소파에 기절한 듯 누워 있었고, 그녀가 붙인 경비원 둘은 오히려 결박당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휴게실 안에 있어야 할 아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연신이는 어디 있지?!”최혜연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갈라졌다.“백 회장님께서는 먼저 돌아가셨습니다.”경호원의 대답은 담담했다.“그리고... 앞으로 이런 하찮은 일은 부디 삼가 달라고 전해 달라시더군요.”“...!”최혜연은 이를 악물었다.아들이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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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3화

한지영은 재빨리 다가가,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붉어진 백연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연신 씨, 왜 그래요? 어디 아픈 거예요?”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그의 이마에 닿으려 했다.그러나 그 순간...그는 거칠게 손을 휘두르며 한지영의 손길을 뿌리쳤다.“신경 쓸 필요 없어. 오늘 밤... 내 방에는 오지 마.”그 말에 한지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틀째, 그녀는 늘 그 커다란 임산부 베개를 끌어안고 그의 방을 찾아왔다.만약 오늘 밤도 그렇게 한다면... 그 자신조차 버텨내지 못할 것 같았다.“정확히 어디가 안 좋은 거예요? 파티에서 술이라도 과하게 마신 거예요, 아니면... 다른 무슨 문제예요?”한지영은 그의 팔을 붙잡았다.그가 아무 설명도 없이 도망치듯 떠나는 건 견딜 수 없었다.게다가 오늘은 그의 생일이었다.그녀가 애써 준비한 케익, 아직 함께 한 입도 먹지 못했는데...백연신의 몸은 돌처럼 굳어 있었다.“만지지 마...”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어둡게 가라앉았다.하지만 그는 거리를 둘수록, 그녀의 걱정은 더욱 짙어졌다.“제발 말 좀 해줘요. 정말 상태가 안 좋으면, 제가 같이 병원에 가줄게요. 아니면... 지금 바로 주치의를 부를게요.”“필요 없어.”단호한 목소리였다.“하지만...”“필요 없다고 했잖아!”그의 고함이 날카롭게 터져 나왔다.그러고는 갑자기, 그녀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더니 강제로 입술을 덮쳤다.“연신 씨... 연신 씨! 왜 이래요?!”한지영은 놀라 외쳤다.그녀는 몸을 비틀며 어떻게든 그에게서 벗어나려 애썼다.아직 뱃속의 아이가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무리하면 안 됐다.그러나 백연신은 마치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처럼,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안 돼요... 연신 씨, 제발! 제발 그러지 마요... 무서워요...”눈물이 와락 쏟아졌다.굵은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려, 턱을 거쳐 목선을 타고 흘렀다.그리고 몇 방울은 그대로 그들의 입술 사이로 스며들었다.짠맛이 입안에 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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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4화

한지영은 닫힌 문 앞에서 손을 들어 두드렸다.“연신 씨, 괜찮아요? 제가 집사한테 말해서 주치의를 부를까요?”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드디어, 갈라진 듯한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새어 나왔다.“나... 괜찮아. 의사... 필요 없어.”한 마디 한 마디가, 벽을 긁는 듯 힘겹게 흘러나왔다.한지영이 다시 말을 꺼내려 하자, 이번에는 거의 애원에 가까운 목소리가 들렸다.“그만... 더는 말하지 마. 나 그냥... 혼자 있고 싶어. 제발, 지영아... 부탁이야.”그 말에, 그녀는 결국 더 묻지 못했다.다만 그가 있는 문 앞을 지키듯 그 자리에 조용히 주저앉았다....그렇게 밤은 길고도 고요하게 흘러갔다.백연신은 자신이 어떻게 그 긴 밤을 버텼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그의 어머니가, 친아들을 대하는 방식이었다.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스며들자, 비로소 그의 두 눈이 떨리며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초라했다.정말 오랜만에 이렇게까지 무너진 몰골이었다.백연신은 새 옷을 챙겨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따뜻한 물줄기가 몸을 덮쳤지만, 어제의 장면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되감겼다.어제... 그는 거의 그녀와 뱃속의 아이를 해칠 뻔했다.그리고 어제... 자신을 가장 깊이 상처 낸 이가, 다름 아닌 친어머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내가 어머니를 너무 봐준 건가. 그래서 나를 마음대로 흔들 수 있다고 착각한 거야?’하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어린 시절의 그 백연신이 아니었다.더는 어머니의 손아귀에서 흔들리는 체스말이 아니었다.그녀의 계산은 완전히 빗나갔다.아마 지금쯤, 어머니는 분노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겠지.백연신은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침실 문을 열었다.그 순간... 그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문 앞에서, 한지영이 임산부 베개를 끌어안은 채 잠들어 있었다.그녀는 바닥에 담요를 깔고, 그 위에 기대듯 앉아, 몸 위에는 이불이 덮여 있었다.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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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5화

“나, 이제 괜찮아.”백연신의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한지영은 그의 이마에 손을 얹은 채, 정상 체온임을 확인하고서야 긴장이 풀린 듯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럼... 어제는 대체 뭐였어요? 혹시... 뭘 잘못 먹은 건가요?”조심스럽게, 그러나 은근한 뉘앙스를 담은 목소리에 백연신의 눈빛이 가늘게 좁혀졌다.순간, 한지영의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나, 나는 그냥 추측한 거예요! 그런데... 어제 그 모습이 좀... 소설이나 만화에서 나오는... 그런 느낌 같아서요. 혹시 누가 일부러 함정 파놓은 거 아니에요? 억지로 기정사실 만들어서... 강제로 혼인이라도 엮으려는?”그녀의 말에, 백연신의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이 여자가 똑똑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평소엔 어처구니없이 순진하다가도, 꼭 이럴 때는 정곡을 찔렀으니까.“그래. 함정이었어.”그는 낮게 읊조렸다.“하지만... 두 번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야.”말을 잇는 그의 얼굴에,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 눈빛마저 서늘하게 빛나, 마치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무참히 짓밟아버릴 수 있는 맹수 같았다.한지영은 본능적으로 숨을 삼켰다. 그 순간의 백연신은 가까이하기조차 두려운 존재였다.“왜 그래?”그가 미묘한 기색을 감지하고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한지영은 작게 중얼거렸다.“방금... 좀 무서웠어요. 연신 씨가.”백연신은 피식 웃었다.“지영아, 난 원래 무서운 남자야. 겁난다면, 당장 S 시로 돌아가.”“안 가요!”그녀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연신 씨가 무서운 건 다른 사람들한테 그렇지, 저한테는 아니잖아요. 제가 뭐가 무섭겠어요?”그 당당하고 똑 부러진 대답이 그의 마음을 묘하게 흔들었다.“참... 자만도 심하네. 뭐가 그렇게 자신 있어? 내가 널 상처 주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네.”비아냥이 섞인 말이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파문이 이는 듯 떨렸다.한지영은 한발 다가서며, 주저 없는 눈빛으로 그를 꿰뚫듯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어제는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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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6화

“그대로 두면 돼.”백연신이 조용히 말했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어제 꽂혀 있던 숫자 초 두 개에 가볍게 불을 붙였다.작은 불꽃이 흔들리며 케익 위를 환히 비추었다.한지영은 얼떨결에 그 불빛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소원은 안 빌어요?”말이 입 밖에 나오자마자, 한지영은 스스로도 우스웠다. 이미 생일이 하루 지난 사람에게 무슨 소원이냐고.“소원을 빈다고, 정말 이루어질까?”그의 시선이 케익에서 천천히 한지영에게로 옮겨졌다.“혹시 몰라요. 진짜... 이루어질지도요.”그녀는 애써 태연하게 웃었지만, 속마음은 조심스레 떨리고 있었다.백연신은 말없이 케익을 바라보았다.지난 5년 동안, 매년 생일마다 그가 빌었던 단 하나의 소원... 언젠가 그녀와 다시 함께하는 것.그 소원이...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그때 그녀가 자신과 선을 긋지 않았다면, 아이까지 지우려 하지 않았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지영아, 네 생각에는... 내 소원, 정말 이뤄질까?”그의 목소리가 낮고 깊게 울려 퍼졌다.한지영은 순간 숨이 막혀왔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부디...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그 말에, 그는 천천히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그녀는 숨조차 삼킨 채, 그가 무슨 소원을 빌었을지 추측하며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이내 눈을 뜬 백연신은, 얼굴에 한점의 미소도 없이 촛불을 불어 껐다.그러고는 케익을 잘라내 조용히 한 입, 또 한입 베어 물었다.한지영도 급히 한 조각을 잘라 들고, 서둘러 먹기 시작했다.하룻밤 지난 케이크였지만, 맛은 여전히 괜찮았다.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지던 그때, 백연신의 목소리가 불쑥 파고들었다.“한 달 뒤... 내가 널 용서하지 않는다면, 넌 정말 S시로 돌아갈 거야?”순간, 한지영은 손을 멈칫하더니 포크가 그대로 케익 위에 멈췄다.그녀는 얼굴빛이 희미하게 어두워졌지만, 곧 억지로 웃음을 지어 올렸다.무엇보다, 그의 생일 케익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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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7화

“나... 나도 그냥 따나려는 건 아니에요. 그저... 연신 씨가 끝까지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니까요. 우리, 원래 한 달만 시간을 주기로 약속했잖아요.”한지영은 어색하게 웃으며 변명했지만, 그의 날 선 시선 앞에서는 괜히 가슴이 쪼그라드는 듯 위축되었다.“그래, 한 달. 하지만 고작 한 달뿐이야. 그게 끝나면 넌 손쉽게 포기할 거라는 거야?”백연신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터졌다.“넌 정말 그렇게 쉽게 돌아설 수 있어? 끝까지 매달릴 생각은 없어? 아니면, 백연신이라는 남자는 네가 죽을힘을 다해 매달릴 가치조차 없다는 말이야?!”그는 그녀가 ‘다른 남자와 새 가정을 꾸릴지도 모른다’라고 말했을 때, 속이 까맣게 뒤틀렸다.그녀가 다른 남자를 남편이라 부르고, 자기 아이가 다른 남자를 아빠라고 부른다면...그 끔찍한 장면을 그는 단 1초도 견딜 수 없었다.한지영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그가 한 말의 의미는... 자신이 끝까지 매달리길 바란다는 건가?“저, 저기... 그게 무슨 뜻이에요? 제가 잘 못 알아들었나 본데, 조금만... 더 분명하게 말해주면 안 돼요?”그녀는 더듬으며 조심스레 물었다.백연신은 거칠게 숨을 고르며 그녀를 노려보았다.“들어. 지영아. 넌 이 생이 끝날 때까지 나한테서 도망칠 생각 하지 마. 죽는 날까지... 계속 나한테 매달려. 평생, 절대 떠날 수 없어!”그녀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평생... 절대 떠날 수 없다니, 그건, 곧...그녀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그는 긴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숨결이 가까워지고, 이내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로 내려앉았다.달콤한 케이크 향이 그대로 전해졌다.한지영은 눈을 크게 뜬 채, 그의 얼굴을 코앞에서 바라보다가... 결국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워졌다.그 짧고도 강렬한 입맞춤이 끝났을 때에도, 그녀는 여전히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연신 씨... 방금... 왜 키스한 거예요?”“네가 생각해 봐.”그는 짧게 내뱉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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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8화

최혜연은 마침 도씨 가문 규수의 어머니와 통화 중이었다.어젯밤의 일을 두고, 잔뜩 웃음을 섞으며 변명하듯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번에 잘 안됐으면, 기회야 또 만들면 되죠. 저야 뭐, 따님이 제 며느리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 아니겠어요? 어제는 그냥... 작은 해프닝이었을 뿐이에요.”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불쑥 집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회, 회장님... 어쩐 일로 이렇게 많은 분을 데리고 오신 겁니까? 무슨 일이...”그리고 곧, 얼음을 깔아놓은 듯한 백연신의 목소리가 격렬하게 울려 퍼졌다.“비켜.”순간, 최혜연의 눈이 크게 떨렸다.현관 쪽을 바라보니, 아들이 건장한 경호원들을 잔뜩 거느리고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저기, 사모님, 죄송해요.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이만 전화를 끊어야겠네요.”최혜연은 급히 통화를 마치며, 억지로 태연한 기색을 유지하려 애썼다.전화를 내려놓자마자, 그녀는 아들을 똑바로 노려보며 물었다.“연신아, 이게 다 뭐니? 이런 식으로 사람을 몰고 오면... 무슨 뜻이야?”백연신은 대답 대신 거실 소파로 걸음을 옮겨 앉았다. 그리고 뒤에 선 경호원들에게 무심하게 지시했다.“너희들은 밖에서 대기해.”“예.”그들이 일제히 물러나자, 거실엔 세 사람만 남았다.백연신, 최혜연, 그리고 불안하게 눈치를 보던 집사.그러던 중, 최혜연은 집사에게 의미심장한 눈짓을 보냈고, 집사 역시 곧 자리를 피해 물러났다.순간, 거실에는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백연신은 태연하게 테이블 위에 있던 신문을 집어 들고, 무심히 페이지를 넘겼다.그 모습이 오히려 최혜연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아들이 대체 무슨 속셈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온 건지...그리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녀는 더 이상 아들을 쉽게 읽을 수 없게 되었다.“연신아.”최혜연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갑자기 사람들을 다 내보내고...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니?”백연신은 마치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도 말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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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9화

최혜연은 온몸이 덜덜 떨렸다.그녀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자, 손가락을 곧장 아들의 얼굴 앞으로 내질렀다.“너... 너 설마 잊었니? 누가 널 낳아 길렀는지! 내가 없었으면 네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겠어? 이제 네가 좀 컸다고, 제 날개 단 새처럼 나한테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야?!”백연신의 눈빛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전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저란 존재는, 어머니에게 그저 하나의 ‘말’일 뿐이었죠. 하지만 과거에 제가 ‘말’이었다 해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렇게 취급받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끝내 저를 또다시 체스판 위에 올리려 하시네요. 그렇다면... 저 역시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뭐... 뭐라고?”최혜연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더니, 두려움이 번쩍 스쳐 지나갔다.백연신은 차갑게 코웃음을 흘렸다.“제가 집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어머니는 이미 눈치채셨을 겁니다. 굳이 더 설명해야 할까요? 설마 제가 제 입으로, 어머니께서 제게 무슨 짓을 했는지 말해야 하겠습니까?”그의 목소리는 한층 더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제가... 제 친어머니가 탄 약을 먹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아직도 날 어릴 적처럼,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고 착각하시는군요.”“...”이렇게 들통이 난 이상, 최혜연은 더 이상 숨길 생각도 하지 않았다.“그래! 내가 그랬다. 하지만 다 너 잘 되라고 한 거야! 도씨 가문이 뭐가 나쁘니? 백씨 가문이 도씨 가문과 혼인으로 손을 잡으면, 이 도시에서 백씨 가문은 단연 최고가 될 수 있어! 그런데 네가 고작 한지영 같은 애한테서 뭘 얻을 수 있는데? 그 아이가 널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고작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뿐이야! 그런 게 어떻게 백씨 가문 안주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겠니?!”백연신은 눈을 가늘게 뜨며 어머니를 노려보았다.“어머니. 정작 잊으신 분은 어머니 같군요. 어머니 출신이 어떤지, 또 제가 어떤 신분으로 태어났는지... 어머니도 지금은 ‘백씨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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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0화

“그럼... 혹시 연신 씨, 아직도 나를 사랑하는 거죠? 그런데 그냥 바로 용서하긴 좀 자존심 상하니까, 그래서... 한 달이 지나도 내가 계속 붙잡길 바라는 거 맞죠?”백연신은 눈을 치켜떴다.이 여자, 이런 말까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야 하나.하지만... 사실 그녀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맞죠?”한지영은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그 눈빛이 계속 자신을 파고드는 순간, 더 버티면 무너질 것만 같아 백연신은 고개를 돌렸다.“정말 맞는 거죠?!”그녀는 재빠르게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두 눈을 마주쳤다. 게다가 그의 팔까지 꼭 붙잡았다.“내가 잘못 이해한 거 아니죠?”백연신은 이를 악물었다.이 여자는 언제나 이렇게 피할 수 없게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다.“그래...”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낮게 내뱉더니, 곧장 책상 앞으로 걸어가 서류를 집어 들었다.한지영의 얼굴이 환히 빛났다.백연신이 드디어 인정했다! 정말 그녀가 생각한 그대로였다.그는 여전히 그녀를 마음속에 두고 있었던 것이었다.“연신 씨, 그럼 언제쯤 날 용서해 줄 거예요? 두 달? 세 달? 아니면 반년? 반년은 너무 긴데... 그때는 애도 다 태어나잖아요.”한지영은 그 앞으로 다가서며 숨 돌릴 틈 없이 물었다.“그래도 대략 언제인진 말해줘야 마음의 준비라도 하죠.”“아! 그리고, 용서하는 날엔 우리 파티를 열어요. 이름은... ‘화해 파티’ 어때요? 기념도 되고, 다시는 같은 오해 안 하게 상기시킬 수도 있잖아요.”끝없는 재잘거림에, 백연신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용서 날짜를 흥정하질 않나, 화해 파티라니... 정말 기가 막힌 발상이었다.“맞다, 연신 씨. 나 진짜 사랑해요. 정말, 정말 연신 씨를 사랑해요.”한지영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단도직입적으로 고백했다.백연신의 얼굴이 순간 붉게 달아올랐다.“어머, 연신 씨. 얼굴 빨개졌어요...”한지영은 신기하다는 듯 그의 뺨에 살짝 손을 올렸다.그는 당장이라도 그녀의 손을 뿌리쳐야 하는데... 이상하게 그럴 수가 없었다.머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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