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괜찮아!”사모님은 코끝이 시큰해지며 애써 말했다.“지금 이렇게만 해도, 나한테는 충분해. 지혁이가 날 용서하지 않더라도, 찾아오지 않더라도, 이제는 지혁이가 날 놓아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한테는 이미 큰 발전이야.”권건우가 아내의 어깨를 살며시 토닥이며 위로했다.“됐어, 이제 슬퍼하지 마. 오늘 유진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와 준 게 얼마나 기쁜 일인데!”“맞아... 맞아, 기쁜 일이야!”사모님은 얼른 마음을 다잡고, 얼굴에 웃음을 되찾았다.“며칠 동안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도 해주고, 라온시에서 놀러도 데리고 다녀야겠다.”세 아이는 각기 다른 성격을 지녔다. 현이는 사모님과 가장 가까워, 늘 사모님 주변을 맴돌았고, 반면 율이와 겸이는 거실 한쪽에서 비교적 조용히 있었다.엄밀히 말하면, 율이는 겸이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고, 겸이는 세상 모든 일과 무관한 듯 멍하니 있었다.임유진은 알고 있었다. 겸이는 어린 시절 겪은 경험 때문에 일반 아이들과 달랐고, 그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극복될 것이라는 걸.밤이 되자, 겸이가 임유진을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영상 통화.”임유진은 곧바로 이해했다. 겸이가 혈육 관계는 아니지만, 자신에게 특별한 누나인 하유은과 통화하고 싶다는 의미였다.“좋아.”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하유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하유은의 휴대폰은 임유진이 미리 사준 것이었고, 요금과 데이터도 충분히 충전해 두었다. 그렇기에 통화가 끊길 걱정은 전혀 없었다.화면 속 하유은이 나타나자, 원래 무표정하던 겸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생기를 띠었다.표정은 여전히 크지 않았지만, 눈빛 속에는 빛이 스며 있었다.임유진은 그런 겸이의 변화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하유은은 겸이의 과거 삶에서 유일하게 진심으로 그를 보호하고, 다정하게 대해 준 존재였다.그리고 겸이는 하유은을 마치 갓 태어난 새끼 새가 어미를 따르듯, 하유은을 의지했다.앞으로 이 두 아이가 어떻게 자랄지는 아무도 모른다.겸이가 하유은을 ‘누나’라고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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