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Bab 1981 - Bab 1990

2136 Bab

제1981화

“...”한지영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그날 오전 내내, 백연신과 한지영은 ‘아이돌과는 어디까지 스킨십이 허용되는가’라는 ‘진지한’ 주제로 설전을 이어갔다.오후가 되자, 한지영은 다시 백연신의 사무실 소파에 파묻혀 앉아 간식을 집어 먹고, 따끈한 곰탕을 홀짝이며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했다.이제는 이광경에 익숙해진 고위 임원들과 비서들조차 그녀를 대할 때 조심스럽고 공손했다. 눈치가 조금만 있어도 알 수 있었다. 가까운 미래에 백연신 옆자리는 바로 이 여자의 것이리라는 걸.그러던 중, 사무실이 한동안 조용하던 그때, 한지영의 몸이 문득 굳어버렸다. 그러고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배 쪽으로 향했다.“왜 그래?”책상 앞에 앉아 있던 백연신이 곧바로 눈치채고 물었다. 그는 일하면서도 수시로 그녀를 힐끗거리며 살폈었던 것이었다.한지영은 눈을 껌뻑이며 그를 올려다봤다. 백연신이 어느새 펜을 내려놓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나... 나 지금... 태동이 느껴진 것 같아요.”한지영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순간, 백연신도 그대로 얼어버렸고,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치며 잠시 정적이 흘렀다.“태동...?”그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흔들렸다.물론, 아이가 자라면서 이 시기에 태동이 시작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것이 눈앞의 여자와, 그녀의 뱃속 생명과 연결되자...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정이 몰려왔다.그는 천천히 다가와 그녀 옆에 앉았다. 그리고 시선은 오롯이 그녀의 아직 살짝 볼록해진 배에 고정됐다.“앗, 또 움직였어요! 연신 씨, 손대봐요!”한지영이 흥분된 목소리로 그의 손을 붙잡아 자기 배 위에 얹었다.순간, 얇은 옷자락 너머로 전해지는 아주 미세한 움직임. 가볍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생명의 신호였다.백연신은 그 작은 떨림에 숨이 막히는 듯 가슴이 조여왔다.그녀의 뱃속에... 자신과 그녀의 아이가, 분명히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와... 인터넷에서 봤을 때, 태동이 물속에서 거품이 피어오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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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2화

곧이어 몰려든 구경꾼들로 인해 그 글은 순식간에 핫이슈로 떠올랐다.한지영은 멍하니 그 게시물을 바라봤다. 글 속에는 이름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녀와 백연신의 정체는 낱낱이 파헤쳐진 것이나 다름없었다.더구나 글이 이렇게까지 퍼지고 있는데도 연우진은 아무런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네티즌들의 추측을 당연시하는 듯한 태도였다.한지영은 오늘 낮에 걸려 온 연우진의 그 기묘한 전화가 떠올랐다.그가 말했던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라는 게, 설마 이 일 때문이었단 말인가?하지만... 뱃속의 아이는 연우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그는 왜 그런 말을 한 걸까?!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자, 옆에서 휴대폰을 든 채 같은 뉴스를 보고 있는 백연신이 눈에 들어왔다.그의 잘생긴 얼굴은 짙은 먹구름이 드리운 듯, 한껏 어두워져 있었다.한지영의 심장은 덜컥, 한 박자 놓친 듯 미친 듯이 요동쳤다.“연신 씨, 그게... 내 뱃속 아이는 정말 연우진 씨 아이가 아니에요. 맹세해요. 나, 정말 그 사람하고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는 말이에요...”한지영은 다급하게 변명하려 했다.그러나 백연신은 고개를 들더니 곧장 비서에게 명령을 내렸다.“나가. 그리고 누가 인터뷰 요청을 해도 전부 거절해. 회사 안에서도 뭘 말해야 하고 뭘 말하지 말아야 하는지, 확실히 구분시켜.”“네!”비서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고 사라졌다.넓디넓은 사무실은 곧 고요해졌다. 숨소리와 심장 고동마저 또렷하게 느껴질 만큼.‘연신 씨... 설마 오해한 걸까? 내가 정말로 연우진과 뭔가 있다고? 내가 자기를 속였다고?’한지영의 가슴속에 두려움이 파고들었다.이해할 수 없었다. 예전에 자신을 도와주던 연우진이 왜 이런 짓을 한 건지.하지만 더 무서운 건, 백연신이 자신을 믿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었다.그녀는 그저, 다시는 오해 때문에 갈라서고 싶지 않았다.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무언가 설명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목이 꽉 막혀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그 순간, 백연신이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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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3화

“난 오해하지 않아. 네 뱃속 아이는 분명 내 아이야. 그리고 넌 연우진과 그런 관계일 리 없잖아.”백연신이 몸을 숙여 한지영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정말... 오해하지 않는 거예요?”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렇지. 왜냐하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나뿐이니까. 맞지?”그 말에 지영은 참아왔던 감정이 무너져 내린 듯, 와락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나... 나 연신 씨만 사랑해요. 줄곧, 언제나 연신 씨뿐이었어요. 나 다른 사람과... 그런 적 단 한 번도 없어요. 없어...”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며 매달렸다.백연신은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낮게 속삭였다.“알아, 다 알아. 네 말 믿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이 일은 내가 정리할 거야. 네가 억울한 일 당하게 두지 않아. 그만 울어. 의사도 말했잖아, 지금은 기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그래야 우리 아이도 편안하대.”‘우리 아이’라는 말에 지영은 눈물범벅 속에서도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울지 않을게요. 나, 안 울게요...”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어깨의 떨림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결국 그녀는 울음을 그치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백연신은 잠든 그녀를 내려다보며 눈빛에는 깊은 연민이 스쳤다.그는 조심스레 그녀를 소파에 눕히고, 얇은 담요를 덮어주었다.그러고 나서야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겉으로는 단순히 연우진의 글 한 줄 같았지만, 그것이 곧바로 실검에 오를 정도라면 분명 우연이 아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연우진 뒤에 누가 있는 건가?대체 누가 한지영에게 이런 더러운 누명을 씌우려는 거지?그가 자리를 뜨려는 순간, 한지영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순간,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연신 씨... 우리... 오해하지 말아요... 인터넷에 떠도는 거... 다 거짓말이에요...”꿈결 같은 목소리였지만, 찌푸린 그녀의 미간은 고스란히 불안을 드러내고 있었다.백연신은 잠시 말없이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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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4화

그 순간, 그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마치 식사 시간을 놓쳤다고 항의하는 듯했다.“배고프지? 내가 벌써 저택 주방에 연락해 놨어. 지금 가면 도착하자마자 저녁 먹을 수 있을 거야.”백연신이 휴대폰을 꺼내 저택 쪽에 전화를 걸어 식사 메뉴를 간단히 지시한 뒤, 한지영의 손을 꼭 잡고 사무실을 나섰다.그러나 평소처럼 정문으로 나서지 않고, 곧장 측문으로 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측문 쪽은 이미 기자들로 인산인해였다. 다행히 백연신이 미리 배치해 둔 경비들이 강력하게 길을 막고 있었다.기자들은 끊임없이 틈을 노렸지만, 가까이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백연신은 온몸으로 한지영을 가리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사이,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빗발쳤다.그러던 중, 한 여성 기자의 목소리가 유독 크게 울려 퍼졌다.“회장님! 한지영 씨는 5년 전 회장님의 옛 연인이었다는 게 사실입니까? 혹시 그때의 죄책감 때문에 이번에도 한지영 씨를 감싸고 계신 건가요? 한지영 씨가 혹시 대표님을 속였다 해도, 대중 앞에서는 체면을 지켜주려는 겁니까?”순간, 백연신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의 시선이 차갑게 기자를 꿰뚫자, 그녀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마치 숨을 곳조차 없다는 듯, 그 냉정한 눈빛 앞에서 모든 위장과 거짓이 드러난 느낌이었다.“제 말이 맞는 건가요?”기자가 간신히 목소리를 이어갔다.한지영은 백연신의 손을 꼭 움켜쥐고 고개를 숙였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떨림과 차가움이 긴장감과 불안을 고스란히 전했다. 손바닥은 젖어 있었고, 손가락 힘은 절박하게 세차게 떨리고 있었다.그녀의 모습은 백연신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과거,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녀가 상처받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를 지켜야만 했다.백연신이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선언했다.“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하겠습니다. 한지영 씨가 가진 아이는 내 아이입니다. 앞으로 태어날 이 아이는 백씨 가문의 정당한 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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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5화

차 문이 닫히자, 외부의 모든 소란이 단숨에 차단되었다.차는 묵직하게 움직이며 천천히 도시를 벗어나고 있었다.하지만 한지영은 여전히 멍하니 백연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마음이 아직도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 듯했다.“왜 그래, 그렇게 나만 뚫어져라 보고 있어?”백연신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스며들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한지영이 고개를 들었다.“사실, 연신 씨... 굳이 기자들 입을 막으려고까지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었잖아요. ‘백씨 가문의 후계자’라니... 이건 너무...”말을 잇던 그녀는 끝내 목이 메어, 더 이상 설명하지 못했다.그 순간, 백연신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만약 네 아이가 백씨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라면, 그럼 누구 아이가 후계자가 되길 바라는 거야?”순간, 한지영은 숨이 턱 막히듯 멈칫했다.그리고 이어진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단호함으로 가득했다.“한지영, 이 세상에서 내 아이의 엄마는 너 하나뿐이야. 그리고 네 아이의 아빠도 오직 나뿐이지. 그러니 네 아이는 반드시, 영원히 백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거야. 이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아.”한지영의 눈가가 이내 촉촉해졌다.이 남자는 언제나 ‘용서한다’라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으면서도, 행동으로는 매 순간 그녀에게 전하고 있었다.그가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 그리고 두 사람의 미래가 결국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연신 씨, 당신을 사랑하게 된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그녀의 진심 어린 고백에, 백연신은 살며시 손을 들어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었다.“좋아, 앞으로 며칠간은 저택에서 편히 있어.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 내가 모든 걸 처리할 테니까.”“응.”한지영의 시선 속엔 그를 향한 굳건한 믿음만이 가득했다.잠시 후, 그녀는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왜 우진 씨가 이런 짓을 한 걸까요? 사실 우진 씨가 저를 그렇게까지 좋아했던 건 아니잖아요. 그냥 조금... 호감 정도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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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6화

“알았어. 그럼 정말 미안해하지 않고 부탁할게.”한지영이 장난스레 웃다가,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을 이었다.“아, 맞다. 아까 유미 언니한테서도 전화가 왔어. 내 일 때문에 걱정돼서 연락한 거였는데... 이야기하다가 윤이 얘기가 나왔거든. 근데 언니 목소리가 조금 이상했어. 혹시 윤이한테 무슨 일 생긴 건 아닐까, 불안해.”임유진은 그 말을 듣자 곧장 며칠 전 초등학교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다.한 여자아이가 윤이를 협박하듯 몰아붙이던 모습이었다.“그럼 내가 직접 언니한테 가볼게. 윤이한테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겠다.”“응, 고마워. 내가 괜히 너무 예민한 걸 수도 있는데...”한지영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오해가 풀린 걸 다행이라 여기고 있었지만,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최혜연이 여전히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뉴스 화면에 고정돼 있었다.수많은 기자와 카메라 앞에서, 아들이 당당하게 내뱉은 그 한마디.‘한지영이 낳을 아이는 성별과 상관없이 백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것이다.’그 말은 곧 세상에 선포하는 선언이었다.‘누구도 한지영을 건드릴 수 없다. 그녀의 신분은 이미 확정됐다.’‘한지영은 미래의 백씨 가문의 안주인이다.’순간, 최혜연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가슴 속에서는 불길 같은 격노가 타올랐다.‘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회장님, 이건 최근에 연우진과 접촉한 인물들 명단입니다.”탁자 위에 한 뭉치의 서류가 올려졌다.“또 확인 결과, 그는 문제가 된 글을 게시하기 전 이미 회사를 그만뒀고, 출국 티켓까지 끊어둔 상태였습니다. 마치 이번 사태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백연신은 묵묵히 서류를 넘기다가 어느 한 이름에서 시선을 멈췄다.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는다.‘역시... 지영이에게 이 불필요한 화를 끌어들인 배후가 따로 있었군.’그리고 이어진 보고서 뒷부분을 읽던 그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예상치 못한 문구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이건... 의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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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7화

그날, 최혜연은 기자회견을 열고 단호히 목소리를 높였다.“한지영의 뱃속 아이가 백씨 가문의 후계자가 된다는 건 절대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 아이가 정말 제 아들의 아이인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한지영은 허영심에 눈이 멀어 아이를 빌미로 권세를 얻으려는 여자일 뿐입니다. 제 아들이 더 이상 속지 않기를 바랍니다.”그녀의 발언은 날카롭고 거침없었다. 만약 아들이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자신이 가진 백선 그룹 10%의 지분을 무기로 다른 주주들과 손잡고, 아들이 이사장 자리를 계속 유지하지 못하도록 막아내겠다는 선언이었다.“여자 하나에게 휘둘리는 남자가 어떻게 그룹을 이끌 수 있겠습니까. 그런 사람은 자격이 없습니다.”최혜연의 눈빛은 불타올랐다. 남편이 남긴 백선 그룹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집념, 친아들이라 할지라도 회사를 망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그녀의 전신을 감쌌다....사무실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백연신은 화면 속 기자회견을 무표정하게 응시했다. 그리고 곧 입가에 서늘한 비웃음이 번졌다.‘역시... 올 일이 오고야 마는군. 말을 듣지 않는 말은 버리고, 더 잘 길들여진 새 말을 찾겠다는 거지.’그는 천천히 생각을 정리했다.‘이제 어머니는 내 권력을 빼앗고 백선 그룹의 지배권까지 가져가려는 건가?’그러나 최혜연은 간과하고 있었다. 그녀가 가진 10%의 지분은 애초에 백연신이 준 것이란 사실을.그가 내준 이상, 이미 모든 결과와 가능성을 예상해 두었음은 당연했다....한편, 백씨 저택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던 한지영도 그 기자회견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백연신이 돌아오자, 그녀는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다 제 탓이죠. 제 일 때문에 연신 씨랑 어머니까지 이렇게 되신 거잖아요.”그녀가 최혜연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는 그녀의 어머니였다.“넌 단지 도화선일 뿐이야.”백연신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네가 없었어도 언젠가 어머니와 나는 결국 이 자리에 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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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8화

백연신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그는 품에 안긴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그래, 한지영과 어머니는 끝내 다를 수밖에 없었다.어머니는 권력과 부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자신을 말처럼 부려 먹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하지만 한지영은... 아니었다.우연히 만난 한 청년이든, 아니면 백선 그룹의 회장이든...그녀에게 그는 언제나 그저‘백연신이라는 사람’일 뿐이었다.“지영아...”그가 나지막하게 속삭이며, 두 팔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고마워.”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다.“갑자기... 뭐가 고마운 건데요?”“나를 찾아와 줘서.”그는 숨을 고르듯 속삭였다.“네가 오지 않았다면... 우리, 정말 영영 어긋났을지도 몰라.”...며칠 동안, 언론은 연일 백선 그룹의 ‘큰 파란’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모자의 정면충돌이라는 자극적인 구도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사람들의 시선은 다가올 회장 재선임 투표에 쏠려 있었다.과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보도에 따르면, 오래된 주주들의 지지가 점점 최혜연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표면적으로는 백연신이 35%라는 압도적인 지분을 쥐고 있었지만, 나머지 주주 다수가 어머니 편에 선다면... 그 역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터였다....그 무렵, 임유진 역시 뉴스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며칠 전 라온시에 다녀온 일은 남편 강지혁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다.아이들에게도 당부했다.“이건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이야.”강지혁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마치 그녀가 아이들과 함께 며칠간 떠났던 일이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늘 그렇듯 담담하게 곁을 지켜줬다.“혁아, 네 생각엔... 백연신 씨가 이길 수 있을까?”임유진이 조심스레 물었다.“장담 못 해. 끝까지 가봐야 알지. 누가 쓰러지고, 누가 살아남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니까.”강지혁의 대답은 담담했지만, 묘한 무게가 실려 있었다.“만약... 정말 백연신 씨가 어머니에게 밀려난다면, 우리 도와줄까?”임유진의 눈빛엔 걱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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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9화

임유진은 알고 있었다.사모님이 지난 세월을 어떻게든 메우고 싶어 한다는 걸.하지만... 어떤 일들은 끝내 돌이킬 수 없는 법이었다.강지혁의 아버지는 다시 살아올 수 없고, 한 번 지나가 버린 삶 또한 두 번 다시 시작할 수 없었다.라온시에 머무는 내내, 임유진은 사모님을 볼 때마다 스스로 다짐했다.앞으로는 절대, 혁이가 다치는 일만큼은 없게 하리라.백연신은 언제나 사람들 앞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남자였다.높은 자리에 서서 모두의 시선을 받는 존재. 하지만 그 화려한 겉모습 뒤에 감춰진 고통을 아는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그래서 그녀는 결심했다.남은 생을 다 바쳐, 그가 잃은 사랑을 끝까지 채워주리라.“얼마나... 그리웠는데?”그 순간, 강지혁이 그녀를 품에 꼭 안은 채 나지막하게 물었다.“많이... 아주 많이.”임유진은 그의 목을 스스로 감싸안고, 조심스럽게 입술을 맞추려고 했다.“혁아, 넌 내가 평생 사랑할 사람이야. 죽어서도 사랑할 거야.”하지만 그의 손가락이 곧장 그녀의 입술 위를 막았다.“죽는다니... 그런 말은 함부로 하지 마. 넌 오래도록 살아야 해. 영원히 내 곁에서.”그때, 그의 눈빛엔 순간적인 두려움이 스쳤다.순간, 임유진의 몸이 굳어졌다.그가 떠올린 건 아마도... 그날이었다. 자신이 바다에 빠져 죽을 뻔했던 그 사건.그 사고로 인해 두 사람은 무려 5년이라는 세월 동안 생이별해야 했다.그때 그들은 서로를 잃었고, 서로를 잊었다.하지만... 인생에 몇 번이나 그런 5년이 허락될까.“혁아, 난 쉽게 죽지 않아. 살아 있을 거야. 네가 세상에 있는 한, 나도 반드시 살아 있을 거야.”임유진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단호했다.그 말에, 백연신의 눈동자가 물빛처럼 젖어 들었다.그리고 그는 그녀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다행이야... 네가 살아 있어서.”그는 김재호에 대한 증오를 끝내 버리지 못했다.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마지막 순간에 임유진과 아이들을 살려준 것만큼은 감사했다.그래서 차마 죽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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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0화

진해원은 요 며칠 내내 알 수 없는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마치 누군가가 그림자 속에서 자신을 몰래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그러나 고개를 돌려 살펴보면, 언제나 허공뿐.착각일까?하지만, 정말로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면... 과연 누구일까?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현이가 몸을 뒤척였다.작은 이불이 스르르 흘러내렸고, 현이는 무의식중에 손을 뻗어 허공을 더듬었다.그러다 진해원의 손끝을 스치자, 안도한 듯 움직임을 멈추고 고요히 잠들었다.해원은 숨을 죽이며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흘러내린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잠든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이불 속, 두 아이의 손이 서로를 꼭 붙잡고 있었다.해원은 알고 있었다.이렇게 함께 잠드는 시간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걸.자신은 남자아이, 현이는 여자아이.언젠가는 떨어져야 한다는 걸.게다가... 자신의 엄마는, 바로 현이 집안을 무너뜨렸던 장본인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바랐다. 이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게 이어지기를.현이가 곁에 누워 숨 고르게 잠든 모습이 좋았다.그리고 잠든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자신의 손을 찾아 꼭 쥐고서야 비로소 안도하는 모습이... 무엇보다 좋았다.마치, 자신이 세상에서 필요한 존재가 된 것 같았으니까.세상 누구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지 모른다.스스로 무거운 짐일 뿐, 아무런 가치도 없는 아이일지도 모른다.하지만 현이만은, 자신을 필요로 했다.그것만으로 충분했다....그 시각, 도심의 한 호텔.대통령 스위트룸의 거대한 창 앞에서 한 남자가 서 있었다.화려한 네온 불빛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차갑고 묵직했다.뒤쪽 티 테이블 위에는 한 장의 DNA 감정서가 놓여 있었다.두 개의 혈액 샘플.그리고 그 아래, 선명한 결론.[친자 관계 99.99%]“진해원이라... 그 아이가 내 아들이었군.”낮게 흘러나온 목소리엔 무거운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누가 상상했겠는가.수년 전, 절망적인 하루를 보냈던 그 밤...그때의 일이 이렇게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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