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린 소년이 그림 종이를 들고 장소월 앞에 다가왔다. “송 선생님, 제가 그린 것 좀 봐주세요.”장소월은 소년이 건네준 그림을 보고는 그를 안아 자신의 자리에 앉혔다. 그 후 소년의 손을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가르쳐줄게.”“감사합니다, 송 선생님.”4시 30분이 되자, 장소월은 학생들을 학교로 데려다주고, 허름한 사무실로 돌아왔다.이곳의 교장은 강영수 외할아버지의 제자이자, 장소월의 선배인 박원근이었다.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다니, 박원근이 이곳에 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박원근이 물었다. “정말 돌아가지 않을 거야?”장소월은 고개를 저었다. “네, 여기도 친구를 찾으러 온 거였어요. 이제 그 사람이 잘 지내는 걸 봤으니, 곧 떠날 생각이에요. 여기에 오래 있을 이유도 없으니까요.”박원근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간다고? 어디로 가려고? 혹시 내가 있는 게 불편해서 그래?”“선배님,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을 수가 있어요? 예전 외국에 있을 때, 선배님이 절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스승님께도 잘 말씀드릴게요.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너랑 좀 더 오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떠나겠다고 할 줄이야! 어디에 갈 생각이야?”“아직 결정 못 했어요. 사실 지금 삶 마음에 들어요. 자유롭고, 어디든 가고 싶으면 갈 수 있으니까요.”어차피 그녀에겐 이제 집도 없고, 그리워할 가족도 없다.혼자의 몸이라면 어디든 똑같을 것이다.“오늘 저녁 우리 집에서 밥 먹을래? 내 여자 친구가 서울 음식을 엄청 많이 보내줬어. 너도 좋아할 거야.”장소월은 잠시 망설이다가 거절했다. “아니에요. 오늘은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요.” 그녀가 가방을 메고 일어섰다. 박원근은 그녀가 자신을 피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더는 붙잡지 않았다. 장소월이 사무실에서 나선 순간, 증오와 원망으로 가득 찬 얼굴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유화의 언니, 유월이었다.그녀의 눈은 시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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