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떠나고 집안에는 인무쌍, 등자월, 윤선아, 신연주, 이추영, 그리고 연진이만 남아있었다.집안일을 다 정리한 후 이도현은 마을로 내려가 영제당을 찾아가기로 했다. 주현진이 그를 찾아온 데는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었을 터였다.이전까지 시간이 없어서 연락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여유가 생겼으니 확인해야 했다. 어쨌든 그들은 이도현의 은인들이니까.영제당의 노문호 의사는 매우 덕망 있는 노자였다. 그와 함께 지낸 시간 동안 이도현은 많은 진리를 깨달았다.주현진 역시 이도현에게 다른 여성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미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이도현의 영향으로 의학을 공부하게 된 노문호의 아들 노강인과 순진한 주현진의 남편 노영식 또한 이도현에게 깊은 영향을 남겼다.이들은 누구보다도 근면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백성이었다.이도현을 만나기 전 노영식과 노강인은 막노동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던 농촌 청년들이었다. 매년 설이 지나면 나가서 막노동하고 그다음 설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일 년 내내 힘들게 일했지만, 마음속에 희망을 저버리지 않았다. 언젠가 큰돈 벌어 집 한 채 짓고 온 집안이 편안하게 살아가는 꿈 말이다.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그들의 부모 세대도 같은 꿈을 품었고 평생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고생 끝에 낙이 온다지만, 수천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근면 성실한 노동으로 부자가 되었는가?열 명? 아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애초에 일반인은 부자가 될 기회조차 없다.이것이 바로 현실이다. 일반인들은 결코 부유해질 수 없다. 그리고 상위권에 있는 사람들은 결코 일반인이 진정으로 부유해지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그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일반인이 단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도록 만든다. 일반인의 손에 조금이라도 돈이 생기면 기를 쓰고 그 돈을 빼앗으려 든다. 거주, 의료, 생활 등 면에 손을 대는가 하면 아예 상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주머니를 깨끗하게 털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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