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헛소리? 허허.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생각해라.”이도현은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이 신의, 제발 부탁이에요. 제 아내와 아이를 살려주세요. 제발... 제가 무릎이라도 꿇을게요. 부탁이에요. 제 아내와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정말 무고한 사람들이에요. 제발 구해주세요...”조강이 겁을 잔뜩 먹었다. 자신이 죽는 건 견딜 수 있어도 아내와 아이가 조금이라도 다치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최근 몇 년 동안 그는 초심을 잃었고 도덕과 양심이 흐릿해졌다. 하지만 아내와 아이에 대한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였다.“저들을 살려달라고? 내가 아니라 너의 배후자에게 빌어야지. 그자들이 네 아내와 아이의 몸에 넣은 거니까 빼는 것도 쉬울 거야. 왜 나한테 빌어? 게다가 난 저들이 무고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 세상에 진짜로 무고한 사람은 없어. 이 일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니 무고하다? 과연 그럴까? 저들이 네가 저지른 일로 얻은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는데? 이렇게 큰 집에서 일반인이 평생 누리기 힘든 사치를 누리고 있는데?”이도현은 조강의 변명을 비웃었다.많은 사람이 그렇다. 자신이 지은 죄가 있다면 자신만 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가족은 전혀 모르는 일이니 무고하다고 주장한다.하지만 과연 그럴까? 정작 그 가족은 아무 죄의식 없이 모든 걸 누리고 있는데 말이다. 그 일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이득을 보는 이상 어찌 무고하다고 할 수 있단 말인가?“이 신의, 도와주세요. 전부 다 제 잘못이에요. 제 아내와 아이만은 살려주세요. 제가 시키는 건 모두 하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조강이 간절히 빌었다.“네 배후자나 먼저 만나보자. 어쩌면 그들이 날 죽일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넌 또 그자들에게 빌어야 해.”이도현이 냉소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고 조강은 잠시 멍해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전부 이 신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조강은 곧바로 아내에게 아이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
조강은 입을 다물고 어깨의 상처를 움켜쥔 채 이도현을 따라 별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번에 조강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길에서 마주치는 검은 옷 경호원도 감히 이도현을 막지 못했다.정원을 지날 때 이도현은 조강의 아내와 어린아이를 마주쳤다. 여자는 이도현을 보자마자 인사부터 건넸다.이도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모자를 스쳐 지나가던 순간 걸음을 멈추고 잠시 두 사람을 유심히 살폈다.“너 정말 인간말종이구나. 어떻게 자기 아내와 자식에게도 저주를 내려? 지금 두 사람의 몸에 모두 독충이 있어.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야?”이도현이 냉혹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는 모자의 몸에서 이상한 기운과 벌레 몇 마리를 보았다.보아하니 이것이 바로 동남아시아의 악술인 저주와 주술이었다. 이도현은 악술에 놀라지 않았지만 조강이 자기 처자식에게도 손을 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네? 이 신의,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제 아내와 아이에게도 저주와 주술이 걸려있다고요? 그럴 리 없어요... 절대 그럴 리 없어요. 그자들이 제 처자식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조강이 겁에 질려 소리쳤다.“그럴 리 없다고? 흥. 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직접 물어봐.”이도현이 냉소하며 말했다.“아니요. 절대 그럴 리 없어요. 분명 저에게 처자식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저를 속이지 마세요.”조강이 미친 듯이 부정했다. 곧이어 아내와 아이의 몸을 번갈아 만지며 두 사람의 몸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여보, 아들, 괜찮아? 어디 불편한 데 없지? 빨리 말해봐. 아픈 데 없는지...”조강이 울먹이며 말했다.그의 조급한 모습에서 그가 아내와 자식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보아낼 수 있었다.하긴 둘은 학창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당시 조강은 돈도 없고 친구도 없는 빈털터리였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부잣집 딸이었다.아내는 가난한 그를 버리지 않고 늘 함께 있어 준 사람이었다.이제 겨우 출세했는데 어찌 배은망덕할 수 있겠는가? 조강은 그 누구
태허산 제자는 대대로 곤륜옥의 비밀을 지켜왔지만, 아무도 그 비밀이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다.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세상 사람들이 탐내고 있었다.이제는 그것 때문에 자신의 일반인 친구까지 위험에 빠지고 말았다.이 생각이 스치자 이도현의 눈빛에 살기가 번뜩였다. 동남아시아에 가서 이번 일과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 처리해야 하나 고민했다.사실 이도현은 동남아시아와 약간의 악연이 있었다. 정확히 말해 간접적인 원수 관계가 있었다.여덟째 선배가 이끌던 봉황팀의 요원 단한별이 동남아시아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원나라 사람에게 괴롭힘당한 적이 있었다.원래도 얼음 미녀였던 단한별이 몇 년 동안 음양추에 시달려 더욱 냉혹해졌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생명에 지장까지 생겼다.단한별이 여덟째 선배의 부하인 만큼 이도현은 이 일을 결코 외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제는 더 이상 간접적인 원수 관계가 아니라 직접적인 원수가 되었다.이도현을 노리고 이도현의 일반인 친구까지 끌어들였다. 이건 분명히 넘어서는 안 될 선을 건드린 것이다.비록 아직 그 어떤 어긋난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 이도현은 장담할 수 없었다. 자신이 떠난 뒤 이 사람들이 주현진이나 노문호 가족을 해치지 않을지.그들은 이미 조강에게 노영식을 통해 곤륜옥의 비밀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니 이도현이 태허산 제자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이도현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내가 떠난 후 원나라 사람들이 형수님과 노 선생 가족을 건드리면 어떡해? 가만있을 사람들이 절대 아닌데...’이도현은 떠나기 전에 이 사람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견딜 것 같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조강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그 사람들, 지금 별장 안에 있어?”“네. 이 신의.”“들어가서 확인해보자.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이 신의, 꼭 조심하셔야 해요. 다들 위험한 사람이에요. 수법도 다양해서 조금만 방심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어요. 저자들과 함께 있으면 숨 쉴 때도 조심해야 해요
조강은 5, 6년 전의 일을 떠올리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는 자신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조차 몰랐다. 아마도 동남아시아에 간 순간부터 모든 것이 바뀐 게 아닐까 싶었다.“문헌을 조회하고 동남아시아에서 수소문한 끝에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곳에 저주 인형과 주술을 결합한 악술이 있는데 그 악술의 창시자가 바로 우리가 파헤친 그 무덤의 주인이었어요. 창시자가 비록 죽었지만 수많은 제자를 남겼다고 해요. 게다가 그 악술은 익히기 쉽고 위력이 강해서 심보 나쁜 자들이 많이 배웠다고 해요. 문외한도 쉽게 배울 수 있어서 지금까지도 비교적 완전한 행태로 전해졌고요. 몇 달간의 수색 끝에 원나라에서 이 악술을 사용하는 파벌을 찾아냈어요. 그 파벌은 심지어 봉왕을 시조로 모시고 있었어요. 그곳에서 저는 우리 몸에 들어간 벌레의 정체를 알게 되었어요. 바로 봉왕의 최강 저주 인형 주술인 용충이었어요.”“그 파벌의 우두머리는 저의 의도를 파악한 후 놀랍게도 저를 치료해주겠다고 했어요. 당시 저는 너무 기뻐서 상대방의 도움을 넙죽 받아들였어요. 하지만 나중에야 알게 되었어요. 이게 다 그자들의 음모였다는 것을. 그자들은 제 몸속의 독충이 어디서 난 건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용충은 사라진 지 오래된 독충이라 오직 그 왕릉에만 존재했거든요. 그래서 그자들은 제 몸속의 독충을 보자마자 제가 봉왕의 무덤을 파헤쳤다는 사실을 알아챘어요. 결국 저는 그자들을 봉왕의 무덤으로 데려갔고 그자들은 거기서 용충과 관련된 물건들을 얻었어요. 그리고 약속대로 제 몸의 독충도 제거해줬어요. 그런데 제가 장인어른과 노영식 씨의 독충도 제거해 달라고 부탁하자 차갑게 거절하면서 진짜 속셈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저는 그자들의 말을 듣고 시키는 일을 해야 했어요. 그리고 우리 염국에서 곤륜옥의 비밀을 찾으라는 임무도 받았어요. 만약 제가 곤륜옥의 비밀을 찾아낸다면 신선이 될 수 있을뿐더러 장인어른과 노영식 씨의 독충도 제거할 수 있다고 했어요. 저의 신임을 얻기 위해 그자들은 저
조강은 말할수록 감정이 북받쳤다. 그의 말투에서 고고학자에 대한 불만이 얼마나 큰지 보아낼 수 있었다.사실 이도현도 조강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했다. 수련자로서 그는 죽은 자에 대한 존중을 매우 중요시했다.옛날부터 무덤 파는 행위는 타인의 손가락질을 받았고 시신을 건드리는 것은 더욱 큰 죄로 여겨졌다. 그래서 사람들이 도굴꾼을 꺼렸다.그런데 고고학자는 도굴꾼보다도 훨씬 더 지나쳤다. 도굴꾼은 재물만 훔치지만 고고학자들은 시신까지 건드리곤 했다.물론 역사를 발굴하는 의미가 있겠지만 이도현은 그 말이 전부 헛소리로 들렸다.다른 사람들은 과학을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하는데 고고학자들만 과거를 파헤치고 있었다.무덤을 통해 조상이 무엇을 입고 썼는지 연구하고 심지어 조상의 시신을 꺼내 박물관에 전시해서 관람료까지 받았다.이도현은 그런 행동이 진짜로 역겹고 비도덕적으로 느껴졌다. 만약 자신의 조상이 그런 식으로 발굴되어 전시된다면 이도현은 그 고고학자들의 조상 대대로 복수했을 것이다.‘고고학자들은 자기 조상의 무덤에 값나가는 물건이 묻혀 있으면 스스로 파서 돈 벌지 않을까?’이도현은 가끔 이런 생각도 했다.“됐어. 고고학자에 대한 불만을 그만 쏟아붓고 네 이야기나 마저 해. 인과응보는 하늘에서 처리할 일이야. 나도 어쩔 수 없어. 정말로 천벌이 있다면 그놈들도 언젠가 마땅한 벌을 받겠지. 하지만 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네 업보는 자초한 거니까 다른 사람 탓하지 마라.”이도현이 조강의 말을 끊었다.“죄송합니다. 이 신의, 억울해서 몇 마디 더 했습니다.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저희가 관을 여는 순간 가늘고 붉은 머리카락 같은 것이 세 가닥 날아와 몸속으로 빠르게 파고들었어요. 하지만 그때 몸에 아무 이상이 없어서 딱히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관에 새겨진 글을 보고 우리 몸속으로 들어간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그 글에는 이 관의 주인이 독충을 다스리는 주술을 익혔다고 했어요. 심지어 직접 용충이라는 독충을 길렀고요. 왕이 죽기 진전
조강이 천천히 말했다. 왕릉을 열던 순간이 마치 어제 일처럼 기억에 생생한지 조강의 얼굴에 다시금 공포가 서렸다.그의 인생은 바로 그때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무덤을 열기까지 모든 것이 순조로웠어요. 그런데... 관을 여는 순간 불행이 시작되었어요.”이 일이 벌써 5, 6년이 지났건만 지금 생각해도 조강은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두려웠다.“그러게 왜 남의 무덤을 파고 그러냐? 무덤을 파헤친 것만으로도 이미 큰 잘못인데 거기에 부장품까지 훔쳤으니 말이야. 게다가 부장품을 훔치는 것도 모자라 관까지 열었잖아. 그건 정말 몹쓸 짓이야. 관은 죽은 사람의 쉼터이고 마지막 존엄이 담긴 곳이야. 관에 들어갈 수 있는 물건은 주인이 살아생전 가장 아끼던 것들이고. 그런데 너희가 그걸 탐내고 빼앗으려고 했으니... 죽어 마땅하지.”이도현이 비웃듯이 말했다.“저희도 처음에는 예의를 지켰어요... 그래서 도굴할 때 관 안의 물건에 절대 손대지 않았어요. 그런데 텔레비전에 나오는 고고학자들의 행동을 보면서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죠. 그자들은 무덤 안의 모든 걸 털어가고 심지어 시신까지 꺼내 박물관에 전시해 돈을 벌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저희도 마음이 점점 바뀌었죠. 왜 우리는 그러면 안 될까? 심지어 우리는 시신을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몹쓸 짓을 했다면 그자들은 천벌을 받아야 마땅해요. 그자들은 물건만 가져간 게 아니라 시신마저 건드렸잖아요. 부장품을 전시해 돈 버는 것도 모자라 시신까지 이용해 수익을 냈잖아요. 만약 진짜로 인과응보가 있다면 왜 그자들은 멀쩡하게 잘 살아 있는 거죠?”“바로 그때부터 우리 도굴꾼도 예의 따위 지키지 않았어요. 나중에는 시신만 건드리지 않을 뿐 값나가는 건 뭐든지 모조리 챙겨 갔어요. 우리는 이 모든 걸 고고학자들에게 배웠어요. 무덤을 털고 그곳을 관광지로 만들어버리는 사람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선량한지 몰라요. 다만 우리는 도굴꾼으로 불리고 그자들은 고고학자로 불리죠. 하지만 하는 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