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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1화

“미안하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흥분했어.”현동자가 멋쩍게 웃으며 연거푸 사과했다.“다른 뜻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세상 돌아가는 꼴 보면 욱하는 성격이 있잖아. 그래 맞아. 난 분노가 많은 타입이라서 그래. 오해하지 마.”현동자도 방금 자신이 선을 넘었다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속에 쌓인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내다 보니 괜히 이도현의 마음까지 같이 긁어 버린 셈이었다.“그래. 너도 알면 다행이야.”이도현이 여전히 심통 난 목소리로 말했다.“난 네 입에 오르내릴 만큼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야.”“맞아, 맞아.”현동자가 고개를 끄덕였다.“너는 그런 개자식들은 아니지. 너는 그냥... 그 개자식들이 누리는 좋은 건 다 누리는 쪽일 뿐이야. 개자식은 아닌데, 개자식들 편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너를 욕하면 안 되지. 내가 실수했네.”“꺼져.”이도현이 단칼에 잘랐다.“알았어. 알았어. 말 안 할게.”현동자가 두 손을 들었다.“이도현, 너는 고결하고 착하고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야. 됐지? 아... 그런데 이런 말은 진짜 입에 안 붙네. 말하면서도 속이 울렁거려. 조상님께서 나를 용서해 주시길...”그 말에 이도현은 하마터면 바로 발끈할 뻔했다.예전 같았으면 현동자의 멱살부터 잡았겠지만 오늘은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곧 떠날 사람인데 친구랍시고 얼굴 한 번 보고 가는 자리에서까지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됐어. 내가 오늘만 봐줄게.”이도현이 한숨을 내쉬었다.“현동자, 하고 싶은 말 다 해. 난 그냥... 개한테 한 번 물린 셈 치지.”“누가 개를 물었다는 거야?”현동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도현 너... 말 함부로 하지 마라. 그건 오해를 부르는 표현이야.”“와, 진짜...”이도현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현동자, 너는 입으로 사람 긁는 실력만 늘었네.”“헛소리하지 마.”현동자가 시치미를 뗐다.“나는 원래 남 욕 안 해.”“하...”이도현은 이를 갈았고 진짜로 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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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2화

“뭐라고?”현동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이도현을 향해 손가락질했다.“야, 이도현 너 지금 나한테 소설 얘기하는 거냐? 세상 밖에 또 세상? 차원? 평행 세계? 그런 거 말하는 거야?”현동자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쏟아냈다.“이도현, 나는 비록 도사지만 과학을 믿는 사람이야. 알겠어? 세상은 물질로 이뤄져 있고, 우리가 사는 곳은 지구야. 지구는 태양계에 있고, 태양계는 은하계 안에 있고, 은하계밖에는 끝도 없는 우주가 펼쳐져 있지.”“그런데 네가 지금 나한테 무슨 판타지 소설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건 그런 소설이야. 고수가 산에서 내려와서 세상에서 일인자가 되는 그런 소설 말이야!”현동자는 괜히 열이 오른 채로 덧붙였다.“예를 들면 어떤 잘생기고 위대한 작가가 쓴 그런 무협 소설 같은 걸 말이야. 이도현, 너도 심심하면 그런 소설이나 좀 봐. 그리고 작가님한테 후원도 좀 하고, 알겠어? 여기서 나한테 이상한 소리 늘어놓지 말고!”현동자는 이도현의 말을 단 한 줄도 믿지 않는 표정이었다.말 그대로 현동자는 도사이면서도 과학을 믿는다고 진심으로 외치는 사람이었다. 다른 세계니, 차원이니 하는 말은 그저 허풍이나 설정으로 들릴 뿐이었다.이도현은 한숨을 내쉬더니 차분히 다시 말했다.“현동자, 내가 지금 하는 말은 전부 사실이야. 너는 모르는 일이니까 안 믿는 거고.”이도현은 예를 들듯 말을 이어 갔다.“현동자, 너도 예전에는 무인이니 뭐니 하면서 소설처럼 한 손바닥으로 산을 날리고 하늘을 뒤집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어? 처음에는 다들 말도 안 된다고 했지.”이도현은 현동자의 눈을 똑바로 보며 한 마디씩 박았다.“그런데 지금은 어때? 너도 무인을 봤고, 무인이 뭔지 알게 됐고, 네 몸도 그 경지에 발을 들였잖아.”이도현은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었다.“인급, 지급, 천급...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이것만으로도 이미 말이 안 되는 수준이야. 특히 천급은... 보통 사람들한테는 거의 신선처럼 보이는 경지지.”이도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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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3화

이도현은 떠났다.이도현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현동자는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방금 들은 말들을 소화하지 못했다.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그때는 이미 이도현이 멀리 가 버린 뒤였다.“결국... 우리는 평생 우물 안 개구리였던 거지.”현동자가 헛웃음을 흘렸다.“모른다고 해도 삶에 지장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에서야 제대로 깨달았네. 나도 참 늙어서야 눈이 트이냐.”현동자는 잠깐 감탄이 스쳤다가 곧 자조가 따라붙었다.“근데 깨달으면 뭐 하겠어?”“내가 지금 다시 수련한다고 이도현처럼 될 수 있나? 하하... 세상에 다 이도현 같은 놈만 있는 게 아니잖아. 다들 그 녀석처럼 타고난 것도 아니고...”현동자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말하자면 자신을 다그치듯 툭 내뱉었다.“에이, 됐다. 내가 뭘... 나는 그냥 평범한 인간이야. 쓸데없는 생각 말고 밥이나 해 먹자. 아까 진짜 허리 끊어질 뻔했는데, 뭐라도 든든하게 보충 안 하면 다음에 어떻게 또 주문받겠어!”현동자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손에 닿지 않는 일로 머리 싸매 봐야 쓸데없다는 걸 아는 묘하게 영리한 인간이었다. 괜히 걱정을 끌어안고 살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고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는 게 훨씬 낫다고 믿는 타입이었다.그래서 현동자는 금세 마음을 털어냈다. 오히려 혼잣말로 분위기까지 띄웠다.“밥! 그래. 밥이나 하자! 오늘은 배추에 두부 넣고 푹 끓여 먹어야지.”“배추두부국 한 그릇이면 세상 근심은 다 날아갈 거야. 에휴, 편하다... 편해.”현동자는 정말로 그 얘기를 끝으로 다른 세계 같은 건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지금 현동자에게 중요한 건 배추두부국을 몇 년 더 먹을 수 있느냐, 그리고 가끔 찾아오는 아줌마들을 개운하게 해 주면서 적당히 벌고 살 수 있느냐였다. 그게 전부였다.어차피 현동자는 남에게 깊게 마음을 주는 성격도 아니었다. 친구가 멀리 떠난다고 해서 가슴을 쥐어뜯거나 밤새 그리워하는 타입과는 거리가 멀었다.자기가 도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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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4화

만약 이도현이 고무 세가들의 원수가 아니었다면 이 흐름은 분명 좋은 일이었을 것이다. 고무 세가들이 다시 흥하는 조짐이 보였으니까 말이다.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런 수련 열풍은 두려움에 떠밀려 만들어진 것이었고, 그 바람을 일으킨 사람부터가 하필 고무 세가들의 원수인 이도현이었다. 정말 언젠가 이도현이 다시 나타나기라도 하면 그때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누구도 답을 내리지 못했다....정작 이도현은 고무 세가들 사이에서 자기 이름이 그런 식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이도현은 동방 가문의 산장에 도착하자마자 안으로 들어섰는데, 입구를 지키던 제자 둘이 곧장 길을 막아섰다.“야, 넌 뭐 하는 놈이야! 당장 꺼져. 우리 산장은 아무나 못 들어와. 빨리 나가!”하지만 이도현은 최대한 예의를 갖춰 말했다.“동방우성 선배님을 뵈러 왔습니다. 번거롭겠지만 전해 주세요. 옛친구가 찾아왔다고요.”그러자 제자 하나가 비웃으며 받아쳤다.“옛친구는 무슨 옛친구야. 이런 소리 할 거면 그럴듯하게라도 준비하고 오든가. 우리 가문 조상님께서는 연세가 몇인데, 너 같은 애송이가 옛친구 타령을 해?”다른 제자도 거들었다.“우리 가문 조상님이 은거하실 때 너는 태어나지도 않았어. 너랑 무슨 옛친구냐고. 헛소리 그만하고 꺼져. 더 떠들면 진짜 죽여버릴 테니까.”두 제자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다. 이도현은 아무리 봐도 서른도 안 돼 보였고, 동방 가문의 조상님은 이미 이삼백 년을 산 사람이었다. 수백 년 차이가 나는데 옛친구라니, 장난도 정도가 있었다.이도현은 표정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다시 말했다.“장난이 아닙니다. 한 번만 전해 주세요. 동방우성 선배님이 직접 들으면 들어오라고 하실 겁니다.”하지만 제자는 더 성질을 냈다.“야, 말귀 못 알아들어? 당장 꺼지라니까... 계속 버티면 진짜 가만 안 둔다!”다른 제자도 툭 덧붙였다.“운 좋은 줄 알아. 예전 같았으면 너처럼 고집 센 놈은 진작에 이빨부터 털렸어. 빨리 꺼져.”이도현은 마음 한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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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5화

이도현은 산장 안쪽에서 들려오는 돼지 멱 따는 듯한 비명을 듣고는 정말 말문이 막혔다.이도현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대체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무서운 존재가 된 거지? 난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도 아니고, 생김새가 괴상한 것도 아닌데 왜 다들 이렇게 질겁하는 걸까.’물론 이도현이 사람을 많이 죽인 건 맞았다. 고무 세가들을 상대로 칼을 휘둘렀고, 하마터면 고무 세가들을 거의 쓸어버릴 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이도현이 원해서가 아니었다. 이도현도 끝까지 몰려서 어쩔 수 없이 움직였을 뿐이었다.게다가 이도현은 복수를 한 거고, 인과를 갚은 것이었다. 예전에 그 인간들이 스승님을 몰아붙이려고 남궁 가문 사람들을 전부 죽여버렸다. 그런 인간들이라면 죽어도 마땅하지 않겠는가.남의 피를 묻혀 놓고도 아무렇지 않게 굴던 자들이라면 죗값을 치르는 게 당연했다. 이도현은 그들에게 당한 만큼 되갚았을 뿐인데 이게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오히려 이도현이 정의 쪽이고 영웅이 아니겠는가.그런데 현실은 완전히 정반대였다. 모두가 이도현을 영웅이 아니라 재앙처럼 여겼다.속이 뒤집힌 이도현은 정말 기분이 더러웠다.동방 가문의 산장 안은 더 심각했다. 문지기 제자 두 명이 이도현이 왔다는 한마디를 외친 순간, 안쪽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어른들은 허둥지둥 뛰어다니고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리고, 그 꼴이 꼭 세상이 끝나는 것 같았다.그때였다.“뭐 하는 짓이냐! 왜 이렇게 시끄럽게 굴어! 어디로 도망을 가는 거야. 뭘 그리 겁을 먹어!”우렁찬 호통이 산장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위엄이 실린 한마디에 아수라장이던 분위기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다들 제자리로 돌아가. 여기는 너희가 나설 일 없어. 하늘이 무너져도 동방 가문은 안 무너질 거야. 설령 정말 무너진다고 해도, 그건 늙은 내가 먼저 떠받칠 테니 겁낼 거면 집 안으로 들어가!”목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이도현이 찾고 있던 동방우성이었다.동방우성은 한 치도 흔들리지 않는 얼굴로 뒤쪽 제자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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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6화

‘동방 가문의 놈들은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맥이 빠졌지?’이 정도면 거세당한 세대라는 말이 나와도 할 말이 없었다. 사내대장부가 우르르 서 있으면서도 어린 여자아이 하나만도 못하다니. 대체 누가 진짜 남자란 말인가.동방우성이 이를 갈며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역시 동방 가문의 후손이네. 너는 저 한심한 남자들보다 훨씬 낫구나. 동방 가문의 체면을 살린 건 너고 저놈들은 남자 꼴도 못 하니 차라리 죽어라!”동방우성은 손가락으로 소녀를 가리키며 선언했다.“오늘부로 여기 있는 남자들 전원 매달 받는 수련 자원과 지급 금액을 반으로 줄인다. 줄인 절반은 전부 이 아이에게 줄 거야.”그 순간, 사방에서 술렁임이 터졌다.“아니, 조상님... 그게... 왜요?”누군가 불만을 못 참고 물었다.동방우성은 분노를 억누르듯 이를 악물었다가 한 번에 폭발하듯 쏘아붙였다.“왜냐고? 너희가 남자가 아니라서다. 동방 가문은 너희 같은 폐물 안 키운다! 한마디라도 더 지껄이면 당장 가문에서 내쫓을 거야. 꺼질 거면 멀리 꺼져!”그 말에 잠시 숨을 죽이던 가운데, 한 남자가 얼굴을 벌겋게 달군 채 앞으로 튀어나왔다.“저는... 저는 못 받아들이겠습니다! 왜 우리 자원을 반으로 깎습니까? 돈도 반으로 줄이면 우리 집 식구들은 뭘 먹고 삽니까? 저는 인정 못 합니다!”동방우성의 눈빛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인정 못 해? 좋아. 기회 줄게.”동방우성은 문 쪽을 턱짓했다.“지금 나가서 밖에 있는 사람을 네 손으로 모셔 와라.”그러자 조금 전까지 고래고래 소리치던 남자는 그대로 얼어붙었다.“저... 저는... 제 실력이 낮아서... 그건... 제가 못 합니다. 조상님, 다른 사람을...”남자는 말끝이 흐려지며 목소리도 작아졌다. 순식간에 꼬리를 내린 것이다.동방우성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겁나면 입을 다물어. 명령대로 자원과 돈을 반 토막 받아.”그러고는 그 남자를 콕 집어 더 잔인하게 못 박았다.“너는 반이 아니야. 너는 여덟 할 깎는다.”남자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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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7화

동방 가문의 제자 중에 동방우성 조상님의 말을 믿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제자들이 아는 이도현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베는 악마였고 사람을 통째로 집어삼켜 뼈조차 남기지 않는 괴물이었다. 그런데 이도현이 너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건 네 몸과 살이 너무 썩어서 손도 대기 싫었던 것뿐이라는 식으로 떠들어 대는 판이었다. 그런 이도현이 단약을 준다니 무슨 헛된 꿈이냐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사람은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서 꿈도 잘 안 꾼다더니, 조상님도 대낮부터 백일몽을 꾸기 시작했나 보네.’제자들은 속으로 이렇게 비꼬며 혀를 찼다.겉으로는 감히 반항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에서는 다들 한바탕 실컷 욕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속으로는 은근히 기대했다. 사람 정 한 줌 없는 조상님이 잠시 뒤 어떻게 큰코다치는지, 제자들은 그 장면을 꼭 보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그제야 속이 좀 시원해질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원래는 이도현이 온다는 소식만으로도 다리가 풀려 죽을 것 같던 동방 가문의 제자들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속에 쌓인 화를 풀겠다고 겁도 잊은 채, 이도현이 동방우성 얼굴을 어떻게 후려치는지 구경할 생각으로 버티고 있었다.바로 그때, 아까 나섰던 그 여자아이가 이도현을 모시고 안으로 들어왔다.이도현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동방 가문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마치 사람 잡아먹는 마왕을 눈앞에서 마주한 것처럼 말이다.“설아가 살아서 들어왔네? 이상하네. 진짜 이상해. 저 마왕이 사람을 안 죽였어? 뭔가 수상해!”“그러니까. 소문대로면 이도현은 사람만 보면 베어 버린다며! 그런데 어떻게 설아를 살려 둬? 설마... 안으로 들여보낸 다음에 죽이려는 건가?”“맞아, 맞아. 한꺼번에 다 죽이려고 그런 거야. 귀찮으니까 한 번에 쓸어버리려는 거지!”“미친... 귀찮긴 뭐가 귀찮아. 우리가 뭐 호박이야? 썰면 툭툭 나가는 줄 알아? 우리를 죽이는 게 그렇게 쉬워?”“그래도... 그건 사실이잖아. 다른 고무 가문들이 어떻게 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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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8화

이도현의 눈에는 그게 딱 그런 논리였다. 저쪽이 자신을 죽이려 드는 건 당연히 옳은 일이고, 자신이 반격해서 저쪽을 죽이면 그때부터는 자신이 잘못한 놈이 된다. 결국 이도현이 손을 들고 맞서기만 하면, 그 순간부터 죄는 전부 자신 몫이 되는 셈이다.그래서 사람이라는 존재는 무슨 일을 해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가 없다. 어떤 일에도 양면이 있고, 하물며 사람이 하는 일이야 더 말해 뭐하랴.“동방 선배님,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무사하셨습니까?”이도현이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춰 인사하자, 동방우성은 콧방귀를 뀌듯 입가를 비틀었다.“네가 안 와서 놀라 죽진 않았지. 멀쩡히 살아 있다. 그런데 너 이 자식아, 요즘은 이름값이 하늘을 찌르더라. 네 이름만 들려도 우리 가문의 이 쓸모없는 것들이 벌벌 떨면서 혼비백산하다니! 하마터면 진짜 기절할 뻔했다니까.”동방우성은 말은 거칠게 했지만 속이 상한 이유는 이도현이 아니라 자기 가문의 후손들이었다. 같은 젊은 사람인데 왜 남의 제자는 이도현처럼 대단하고, 자기 가문 제자들은 이름만 들어도 오줌을 지리냐는 거였다. 동방 가문에서 이도현 같은 인물 하나만 나왔어도, 동방우성은 눈 감는 날까지 웃으며 살았을 텐데 말이다.“동방 선배님은 예나 지금이나 말씀에 재치가 있으십니다. 저는 그저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보든 그건 제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요.”이도현은 담담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는 제 양심에 부끄러운 게 없습니다. 억울한 사람을 죽인 적도 없고, 제가 베어 넘긴 건 죽어 마땅한 자들이거나, 저를 죽이려 달려든 자들뿐이었습니다. 저는 산에서 내려온 뒤로 단 한 번도 죄 없는 사람을 죽인 적이 없다고, 그건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그래, 그래. 네가 제일 잘났어.”동방우성은 입을 삐죽 내밀며 손을 휘휘 저었다.“그래서... 이번에는 왜 왔냐?”동방우성의 말투가 이렇게 까칠한 건, 결국 속이 복잡해서였다. 저렇게 뛰어난 젊은이가 하필이면 자기 동생을 내팽개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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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9화

“어디로 가는 게 아니라... 저는 정말로 떠나야 합니다. 앞으로는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서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동방 선배님도 시간 나실 때 제 스승님이랑... 가끔은 이야기 좀 나눠 주십시오. 스승님도 사실 어쩔 수 없었던 때가 많으셨습니다.”“퉤! 내 앞에서 네 스승 얘기 꺼내지도 마라. 입 열면 내가 욕부터 나온다. 네 스승 그 인간은 생각할수록 속 뒤집히는 늙은 개자식이야!”동방우성이 침을 튀기듯 내뱉더니 이를 악물고 덧붙였다.“잘 들어. 네 스승이 내 조카를 못 찾아오면, 나는 그 인간 절대 용서 못 해. 젠장!”태허노도 이야기가 나오기만 하면, 동방우성은 반사적으로 폭발했다.“동방 선배님, 제 스승님은 정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정이 있었어요. 스승님은 선배님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선배님이랑 스승님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 아닙니까. 스승님의 됨됨이가 어떤지 선배님이야말로 제일 잘 아시잖아요.”이도현이 애써 변호해 보려 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어쩔 수 없긴 뭐가 어쩔 수 없어! 사정은 개뿔... 그 인간은 그냥 여자 몸이 탐나서 그랬던 거야. 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사정, 무슨 고충이야!”동방우성은 더 크게 성을 냈다.“내가 네 스승이랑 같이 자랐으니까 더 잘 알아. 요즘 말로 딱 정리해 줄까? 네 스승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쓰레기 같은 남자였어. 알아들었어? 쓰레기 같은 남자라고!”“그 정도까지는... 동방 선배님, 진정하세요.”이도현은 난처하게 웃었다.“닥쳐. 할 말 있으면 하고, 없으면 꺼져. 네 스승 얘기 한마디라도 더 꺼내면 당장 사람 불러서 너 쫓아낼 거야. 너도 네 스승이랑 똑같이 성질 더러운 놈이야. 까불면 나도 가만 안 둔다고!”동방우성은 끝까지 날이 서 있었다.“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선배님, 흥분하실 거 없습니다. 저도 선배님을 위해서 말씀드린 거니까요. 그리고 선배님 조카는... 제가 언젠가 반드시 찾아오겠습니다.”이도현은 더는 스승 이야기를 붙잡지 않고 본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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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0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천지의 영기가 서서히 말라갔고, 무인이 수련을 이어 가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졌어. 많은 사람은 아예 수련할 자질 자체를 잃어버렸지. 그러다 보니 수련이라는 것도 차츰 미신 같은 전설로 취급되었고, 끝까지 버틴 건 일부뿐이었어!”“이도현, 너도 봤잖나. 세상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무인은 도합 얼마나 되겠어? 대부분 사람의 눈에는 한 인간이 산을 밀어내고 바다를 뒤흔들 힘을 갖는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되고, 하늘을 날고 땅속을 누비는 건 더더욱 불가능한 이야기가 되어버렸어. 그런데 정말 아무도 그런 걸 해낼 수 없었을까?”“말법의 시대는 모든 게 참담해.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오히려 인간이 가진 본래의 힘이 틀어막혀 버렸지. 요즘 평범한 사람을 봐라. 몸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조금만 큰 짐승 하나에도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가 되어버렸어. 감기 같은 작은 병 하나에도 사람이 죽어 나가느니 말이다! 지금 사람의 수명은 백 년도 채 안 돼. 먼 옛날에는 평균 수명이 수백 년을 넘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물론 그 시절에는 천지의 영기가 짙었고, 사람도 수련하기가 쉬웠지. 어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지급 경지의 힘을 지녔고, 재능이 타고난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천급 경지에 닿아 있기도 했지. 그때는 사람마다 수련한다는 말이 전설이 아니라 일상이었고, 거의 누구나 스스로 공법 하나쯤은 만들어 낼 수 있었어. 무도가 성행해서 모두가 우쭐대던 시절이었지.”“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련을 가로막는 제약이 늘어났어. 천지의 영기가 점점 옅어지더니 마침내는 많은 사람이 수련 자체를 못 하게 되어 버렸지. 그래도 수련의 맥을 이어 온 곳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야. 오래된 문파와 가문들이 깊은 산속에 숨어, 영기가 비교적 좋은 곳을 차지하고 간신히 수련을 이어 왔어.”“그래도 그 과정은 쉽지 않았어. 수련 몇십 년을 쏟아붓고서야 겨우 천급 경지를 넘기는 경우가 허다했지. 이 세계에서는 천급만 되어도 이미 고수 취급을 받고 있어. 그러니 언제부터인지 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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