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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1화

이도현은 다시 공인아를 업고, 그대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잠시 뒤 두 사람은 고무계로 통하는 결계 앞에 도착했고, 곧바로 결계를 빠져나와 완성의 집으로 돌아왔다.“돌아왔어요. 이 못된 놈이 돌아왔어요. 넷째 선배도 모셔 왔어요.”“다들 나와 봐요. 이 못된 놈이 돌아왔다고요. 넷째 선배도 돌아오셨어요!”이도현이 막 내려서자, 여덟째 선배 신연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도현과 공인아를 보며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수많은 선배 중에서도 신연주는 이도현과 함께한 시간이 가장 길었다.이도현이 산에서 내려온 날부터 줄곧 곁을 지키며 함께 걸어왔고, 이도현이 지금처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강해지기까지 그 과정을 전부 지켜본 사람이었다.그래서인지 신연주는 누구보다 이도현에게 정이 깊었고, 이도현을 가장 먼저 이해한 사람이기도 했다.어떤 의미로든 이도현의 마음속을 꿰뚫어 본 사람도 역시 신연주가 가장 먼저였다.이도현이 자리를 비운 동안, 신연주는 거의 매일 밖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들어가 쉬라고 해도 듣지 않았다.이도현이 넷째 선배를 구하러 나가서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데, 집에 들어가 편히 누워 있을 수가 없다는 얼굴이었다.그리고 이도현이 돌아오는 첫 순간, 문 앞에서 자신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 했다.그 한 장면만으로도 이도현의 마음이 따뜻해질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신연주는 며칠 내내 밖에서 버텼고, 이도현이 도착하자 눈물이 핑 돌 만큼 기뻤다.다만 신연주가 외치는 호칭이 너무 요란해서 이도현은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마치 자신이 무슨 괴물이라도 된 것처럼, 갑자기 나타나면 사람들을 불러 구경시키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도현아, 넷째 선배, 돌아왔구나.”“넷째 선배, 이 못된 놈이 정말 해냈네요. 멀쩡하게 돌아오다니요...”“도현아, 돌아와서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우리 진짜 걱정했어.”신연주의 한마디에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모두가 이도현과 공인아를 보며 얼굴이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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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2화

공인아는 인무쌍의 아들을 바라보며 아이에게 호칭을 시키려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원래라면 셋째 선배 인무쌍의 아이는 공인아를 넷째 이모라고 불러야 맞았다.그런데 방금 윤선아가 이제 너도 엄마라고 말해 버리는 바람에 공인아는 머릿속이 순식간에 하얘졌다.“엄마라고 불러야죠. 넷째 선배님, 멍해졌어요.”인무쌍이 아들을 다정하게 내려다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근데 셋째 선배...”공인아가 눈가의 눈물을 쓱 훔치고는, 금세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이 아이의 아빠가 누구예요. 셋째 선배님처럼 신선 같은 여자가 대체 어떤 남자 때문에 내려와서 결혼까지 하고 아이까지 낳은 거예요.”“그거야. 다 저 못된 자식 탓이지.”인무쌍이 웃으며 이도현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말로는 투덜거렸지만, 인무쌍이 이도현을 보는 눈빛에는 진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헉.”공인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도현아. 진짜 네 아이였어?”“셋째 선배님, 진짜 도현이랑 결혼했어요?”“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윤선아가 웃으며 말했다.“진작부터 알고 있었잖아.”“알고는 있었죠.”공인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근데 진짜로 이렇게 눈앞에서 보니까 완전 다른 문제예요. 너무 말도 안 되게... 현실감이 없어요.”공인아는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인무쌍 품에서 아이를 조심스럽게 받아 안았다.“아가야. 난 네 넷째 엄마야. 우리 아가가 이렇게 컸는데 넷째 엄마는 널 이제야 봤네. 진짜 내가 나빴어.”공인아는 아이를 꼭 안고 볼을 살짝 비비더니, 문득 멋쩍게 웃었다.“아가야, 미안해. 넷째 엄마가 집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지금 가진 게 하나도 없어서 선물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어.”“서운해하지 말고 나중에 넷째 엄마가 꼭 두 배로 해 줄게.”하지만 엄마라는 호칭은 공인아의 입에서 점점 더 자연스럽게 굴러 나왔다. 소녀 같은 수줍음은 이제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선물은 일단 외상으로 해 둬요.”신연주가 웃으며 말했다.“우린 다 줬거든요. 넷째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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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3화

공인아는 온몸이 저릿해질 만큼 멍해졌다.자기 또래의 언니들이 하나같이 선녀처럼 빛나던 사람들인데, 눈도 높고 기준도 까다로워서 웬만한 남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사람들이었다.그런데 어떻게 전부 막내였던 이도현에게 시집을 갔단 말인가.물론 이도현이 대단한 건 맞았다.세상 남자들이 감히 따라설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고 세상 여자들이 한 번쯤 꿈꾸는 남자라는 것도 인정한다.그래서 한 명, 많아야 두 명이 이도현 곁에 남았다고 하면 공인아도 그럴 수도 있다고 넘어갔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첫째 선배와 일곱째 후배, 그리고 공인아만 빼고는 다른 선배, 후배들이 전부 이도현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어떤 전쟁보다 충격이었다.“왜요? 안 돼요?”신연주가 당당하게 말했다.“원래 우리는 다 도현한테 시집갈 사람들이었잖아요. 스승님이 도현이를 받아들일 때부터 그렇게 말씀하셨어요.”“맞아.”윤선아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스승님이 그러셨지. 도현한테 교룡 척추를 갈아 끼워 준 이상, 다른 남자들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될 거라고. 그러니 곁에 여자가 한둘이겠냐고 하셨지.”“스승님은 우리도 마찬가지로 못 피해 갈 거라고 하셨어.”누군가 덧붙였다.“운명이랑 인연이 얽혀 있다고 해야 하나. 그땐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진짜였던 것 같아.”“그러니까.”또 다른 이가 웃었다.“어쩌다 보니 다 도현이 곁으로 모였고 결국 다 도현이 여자가 됐잖아. 이게 다 가장 좋은 상황으로 흘러간 거지.”여자들은 너도나도 떠들며, 이 모든 걸 인연과 운명으로 정리해 버렸다.그 사이, 이도현은 한마디도 못 했다.이도현은 이제 예전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가 아니었다.언제 말을 해야 하고, 언제는 입을 다물고 숨까지 죽여야 하는지, 이도현은 뼈저리게 배웠다.지금 선배들이 웃고 있다고 해서, 이도현이 끼어들어도 된다고 생각하면 그건 오산이었다.이도현은 저 틈에 껴서 무슨 말을 하든, 설령 선배들의 말이 다 맞다고 아첨해도 결말은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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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4화

“언니들, 큰일 났어요. 은지수가 피를 토하고 있어요. 기운이 완전히 흐트러졌는데, 제 원력으로는 도저히 눌러지지 않아요. 언니들, 얼른 들어가서 봐 주세요.”등자월이 다급하게 외친 한마디가, 여자들의 논쟁을 단번에 끊어 버렸다.조금 전까지 여자들은 왜 이도현에게 시집가게 됐는지 따지다가, 급기야 정은 같이 지내다 보면 생긴다는 얘기까지 해가면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그러다 같이 지내도 정이 안 생기면 어떡하냐는 질문이 나오자 어떤 여자들은 정이 안 생기면 그건 같이 지낸 시간이 부족한 거라고 우겼다.반대쪽은 곧장 받아쳤다.“1년 같이 지내도 안 되면 2년을 더 같이 지내고, 2년이 부족하면 2년, 3년, 4년... 평생을 같이 살아도 정이 안 생기면 그땐 어떡해요. 그럼 남자 바꿔서 다시 시작해야 해요?”그런 말로 한창 불이 붙은 순간, 등자월이 뛰쳐나와 그 얼마나 오래 같이 지내야 정이 생기냐는 주제를 그대로 멈춰 세운 것이었다.“뭐라고? 은지수가...”공인아가 정신을 번쩍 차리더니, 곧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다른 여자들도 뒤따라 들어갔고, 그렇게 이도현만 뒤에 덩그러니 남겨졌다.이도현은 순간, 자신이 마치 아무리 오래 같이 있어도 정이 안 생기는 쪽으로 찍힌 기분이 들어 씁쓸해졌다.그래도 이도현은 불평할 수 없었다.감히 불평할 생각도 못 했다.전부 자기 아내들이고 또 자기 선배들이었다.이도현이 이렇게 악착같이 버티고 달려온 이유도 결국 선배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고 한 일이었다.선배들이 웃기만 하면 이도현은 뭐든 할 수 있었다.게다가 선배들의 마음이 전부 이도현에게 있다는 건, 이도현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선배들과 아내들은 누구든 이도현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사람들이었다.이도현 역시 그녀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었다.모두가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가자, 침상 위에 누운 공인아의 시녀 은지수가 보였다.은지수는 이미 숨이 가늘어져 있었고, 얼굴엔 핏기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아까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쇠약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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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5화

이도현이 은지수의 상태를 확인해 보니 상황은 아주 심각했다. 말 그대로 생명의 기운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이게 보통 사람에게 벌어진 일이었다면 누구든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고 죽기만 기다렸을 것이다.하지만 이도현 앞에서는 은지수가 죽고 싶어도 쉽게 죽을 수가 없었다.이도현의 수련이 깊어질수록 그의 의술 또한 함께 성장했다. 예전에는 다루지 못했던 술법과 침법들까지 이제는 완전히 손에 익었다. 이도현의 의술은 이미 신묘한 경지에 닿아 있었다. 전설 속의 신선처럼 죽은 이를 되살릴 수는 없지만 아직 숨이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다시 붙잡아 살려낼 수 있었다.은지수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뒤, 이도현은 곧바로 침을 준비했다.“넷째 선배,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괜찮아요. 제가 은지수를 치료할게요. 금방 안정될 거예요. 다만...”이도현은 말끝을 흐리며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다만 뭐?”공인아가 다급히 물었다.“어려운 게 있어? 있으면 말해.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그래. 도현아.”다른 선배들도 잇달아 거들었다.“필요한 게 있으면 말만 해. 우리도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이도현이 다만이라는 말을 꺼내자, 선배들은 한꺼번에 긴장했다. 마치 이도현이 정말 난관에 봉착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도현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어떻게 말해야 할지 정말 난감했다.소설을 많이 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였다. 남자가 여자에게 치료하든, 내공으로 독을 풀든, 병을 보든, 함께 수련을 하든 꼭 빠지지 않는 게 있었다.바로 특정된 절차와 조건이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었다.그런 조건이 아니라면 치료도, 해독도, 수련도 전부 물거품이 될 터였다.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병도 볼 수 없고, 수련도 할 수 없고, 독도 풀 수 없었다. 그러니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선제 조건은 정말 중요했다. 그리고 지금 이도현이 딱 그런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었다. 은지수를 살리려면 필요한 조건이었다.바로 먼저 옷을 벗기는 것이었다.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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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6화

게다가 이도현은 치료한다고 남의 여자 몸을 다 봐 버리면, 혹시 책임지라고 달려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괜히 오해라도 생기면 더 난처해지는 건 뻔한 일이었다.이런 일에는 전례도 있었다. 형수가 가장 좋은 예였다. 지금도 이도현은 형수와 관련된 증거를 몸에 지니고 있었다.“그게 전부야?”“다른 건 없어?”“설마 그 이유로 고민한 거야?”“진짜 그 따위 이유로 이러는 거야?”...이도현이 이유를 털어놓자 선배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저기... 선배들, 왜 그렇게 저를 보는 건가요? 제가 뭐 잘못 말했나요.”“아니. 틀린 말은 아니지. 근데 너... 연기 진짜 잘한다.”“이 자식아, 넌 정말... 이제 우리 앞에서까지 연기를 하는 거야? 무슨 고민을 하는 척이야. 여자 옷 좀 벗기는 게 뭐가 어렵다고...”“맞아. 의사가 환자의 몸을 보는 건 당연한 거야. 괜히 쓸데없는 말로 우리 앞에서 꾸미지 마.”“네가 그럴수록 더 수상한 거지. 이렇게 말이 많다는 건 분명히 마음에 꿍꿍이가 있다는 뜻이야.”“설마 넷째 선배 시녀인 은지수까지 노리는 거야?”“진짜 할 말이 없네... 선배들까지 다 네 여자가 됐는데도 모자라서 다른 여자까지 건드릴 셈이야.”“냄비 안에 있는 것도 먹고, 그릇에 담긴 것도 먹겠다는 거잖아. 넌 왜 끝이 없는 거야?”“염치도 없네. 딴 여자를 마음에 품어 놓고서는 뭘 그렇게 난처한 척을 해. 우리가 여기 없었으면 넌 어차피 벌써 손댔을 거잖아.”순식간에 이도현은 벌집을 건드린 꼴이 됐다. 선배들은 이도현을 가운데 세워 놓고 단체로 성토를 시작했다.“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선배들, 저 억울해요. 은지수는 넷째 선배의 사람이라서 더 조심스러웠던 거고, 게다가 저분은 의식도 없잖아요. 본인이 제가 살려 주는 걸 원한다는 것을 확인도 못 했는데, 어떻게 제 마음대로 옷을 벗기겠어요. 제가 의사라서 그렇지, 의사와 환자 사이도 결국 서로 동의가 있어야 거리낌이 없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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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7화

이도현은 결국 설명을 끝까지 해냈다. 고비 하나는 넘긴 셈이었지만 솔직히 말해 심장이 너덜너덜해졌다. 이도현은 지금 고통과 행복이 동시에 굴러다니는 상태였다.행복한 건 분명했다. 저렇게 예쁘고 대단한 선배들이 자신을 좋아해 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으니까 말이다. 남들은 한 사람만 곁에 둬도 꿈같을 텐데, 이도현은 선배들의 마음까지 받았다. 그래서 스스로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라고 느끼기도 했다.문제는 고통 쪽이었다. 선배 중에 만만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장난 한번 시작하면 사람 잡는 수준이었고, 특히 이런 종류의 일에서는 이도현이 입이 백 개라도 해명으로는 못 이겼다. 더 미치는 건, 해명도 마음껏 하면 안 된다는 거였다. 그러니 안 힘들 수가 있겠는가.“됐어. 이 자식아, 넷째 선배가 보증까지 섰잖아. 그러니까 이제 은지수 치료나 해.” 신연주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도현아, 얼른 시작해.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너 혼자 왜 이렇게 질질 끌어.”누군가가 혀를 찼다.“아니, 너 진짜 웃기네. 혹시 나중에 너 혼자 밖에 나가 있다가 예쁜 여자가 쓰러져서 침 맞아야 하면, 옆에서 허락해 줄 사람이 없다고 치료를 안 할 거야? 그럼 그 여자는 그냥 죽게 내버려둘 거야?”“그러니까. 의사는 의사고 환자는 환자지, 무슨 뒷일을 그렇게까지 상상해. 의술이라는 게 원래 잡념 버리고 하는 거야. 도현아, 넌 의덕 수련을 좀 더 해야겠어.”“맞아. 괜히 혼자 다른 생각이 많은 편이야. 그런 말도 있잖아. 마음에 이상한 생각이 있으면 괜히 말수가 길어진다고...”“그러니까, 너 혹시 진짜... 마음속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 아니야?”이도현은 이제 안팎으로 완전히 욕받이가 됐다. 아까 옷을 안 벗기겠다고 설명했을 땐 오해가 생길까 봐 조심하는 거라더니, 선배들은 이도현의 마음속에 딴생각이 있어서 그렇다면서 이도현을 몰아붙였다. 지금은 또 의덕이 부족하다느니,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 많다느니 하면서 말을 바꾸었다. 결국 이도현이 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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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8화

“왜? 내가 꼬마 신랑이라 부르면 안 돼? 넌 내 꼬마 신랑 맞잖아. 난 네 마누라고...”윤선아가 요염하게 웃었다.“그거야... 맞는데요. 그런데 선배가 그런 식으로 저를 부른 적이 없잖아요. 갑자기 그러니까 제가 적응 안 돼서요.”이도현은 얼굴이 붉어졌다.“적응은 무슨... 그날 밤 네가 내 방으로 기어들어 왔을 땐, 정말 익숙하던데? 손도 빠르고, 기술도 좋고... 단 몇 번 만에 나를 그냥 녹여 놨으면서...”윤선아가 파릇한 손가락으로 이도현의 이마를 톡 짚었다. 눈빛에는 애틋함이 가득했다.“이제는 부부나 다름없는데, 뭘 쑥스러워해. 그땐 능숙하게 잘하더니... 이제 와서 적응이 안 된다니. 이 못된 녀석아.”이도현은 선배의 장난스러운 도발에 속이 확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지금 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버티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장난은 그만해. 딴생각하지 말고, 은지수부터 치료해. 밤에 내가 널 진짜로 혼내 줄 테니까.”윤선아가 이도현의 시선을 따라가다 말고, 귀까지 붉힌 채 낮게 웃었다.이도현은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었다.“좋아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선배님이 은지수 씨 옷을 전부 벗겨 주세요. 한 벌도 남기면 안 돼요.”이도현은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구구조화침을 쓸 겁니다. 주침은 선학신침 열여덟 매, 음양 각 아홉 매씩입니다. 그리고 보조침이 백여덟 개 더 들어가요.”“이 침법은 한 번에 이어서 끝내야 합니다. 중간에 조금이라도 끊기면 전부 허사가 돼요. 반작용이 오면 그땐 정말 저라도 손을 못 씁니다.”“그러니 저는 한순간도 정신을 돌릴 수 없어요. 선배님은 문을 지켜 주세요. 누구도 들어오게 하면 안 됩니다.”윤선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웃었다.“알았어. 아무도 못 들어와. 너는 침만 놓아.”곧 윤선아가 이도현의 말대로 은지수의 옷을 모두 벗겼다. 잠시 뒤, 희고 여린 몸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이도현의 눈빛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도현은 그저 환자와 혈자리를 확인하는 의사의 눈빛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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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9화

잠시 뒤, 이도현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은지수의 몸에 꽂혀 있던 은침이 전부 뽑혀 나와, 그대로 음양탑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후... 됐. 둘째 선배, 은지수에게 옷 좀 입혀 주세요. 조금 있으면 깨어날 거예요. 이따가 제가 약 한 첩 지어 줄 테니 이틀만 먹이면 멀쩡해질 겁니다.”이도현이 길게 숨을 내쉬면서 말했다.“많이 힘들었지, 이 못된 놈아, 어서 쉬어. 나머지는 내가 할게.”윤선아는 이도현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주며 안쓰럽게 말했다.“괜찮아요. 둘째 선배, 며칠 내내 싸워서 소모가 컸던 데다가 방금 구구조화침 쓰느라 정신력이 좀 빠진 것뿐이에요. 조금만 쉬면 괜찮아져요.” 이도현이 윤선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윤선아는 눈매를 가늘게 접으며 요염하게 웃었다.“수고했어. 나중에 넷째 선배가 널 제대로 보상하게 해. 내가 기회 만들어 줄 테니까. 그날 밤 네가 나를 제대로 굴렸던 것처럼, 이번엔 네가 넷째를 마음껏 굴려 버려.”“어... 그건...”이도현은 말문이 막혔다. 둘째 선배의 이런 험한 장난은 언제나 사람을 순식간에 난감하게 만들었다.“자, 자. 멍하니 있지 말고 얼른 쉬어.”윤선아가 이도현의 볼에 가볍게 입 맞추며 얼굴을 붉혔다.“밤에 내가 보상해 줄게...”“좋아요. 그럼 나갈게요. 우리 여보.”이도현이 씩 웃더니, 윤선아의 허리를 손끝으로 거칠게 한 번 움켜쥐었다.“아! 이 못된 것이...”윤선아는 몸이 나른해지며 이도현의 뒷모습을 보며 웃으면서 욕했다.이도현이 이런 말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다. 보통은 침대 위에서나 가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는 정도였는데 오늘따라 저 한마디가 묘하게 가슴을 간질였다.늘 윤선아 쪽이 이도현을 놀려 먹는 입장이었는데, 막상 이렇게 역으로 당하니 윤선아는 이상하게도 기분이 달랐다. 달콤했고 괜히 마음이 간질간질했다.그래서인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사람들이 나쁜 남자한테 흔들리는지, 윤선아는 조금은 알 것 같았다.말을 툭툭 던지고, 상대 마음을 슬쩍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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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0화

아니면 정인군자나 순진한 사람의 결말은 결국 뒷수습 담당이 되는 것이었다.양아치나 건달이 여자를 가지고 놀다 질리면 여자는 울고불고 찾아와서 순진한 사람한테 자기 사정을 늘어놓는다.속았느니, 눈이 멀었느니, 불행하게 지냈느니 하면서 원망하면 순진한 사람이 그런 여자를 받아준다.진짜로 이게 현실이다.순진한 사람은 여자가 다 즐기고 난 뒤에야 고르는 차선이지, 한창 빛날 때의 선택이 아니었다.예전에는 첫 아이를 남편에게 준다고 했지만 이제 여자들은 만신창이가 된 몸이랑,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긴 배를 남편에게 떠넘기고, 남편의 돈을 가지고 치료까지 한다.이게 현실이다.세상 제일 억울한 사람은 순진한 사람이다.“도현아. 어땠어? 지수는 괜찮아?”이도현이 나오자 공인아가 다급하게 물었다.“걱정하지 마세요. 넷째 선배, 괜찮아요. 은지수는 조금 있으면 깨어날 거예요.”“정말 다행이구나. 지수는 날 살리려고 목숨 걸고 뛰쳐나온 애야. 지수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나 평생 마음 편히 못 살아. 도현아, 고마워.”“넷째 선배, 우리 사이에 뭘 그렇게까지 말하는 거예요. 들어가서 얼굴 한번 보세요.”“그래. 너도 얼른 좀 쉬어. 고생 많았어. 많이 지쳤을 거야.”“전 괜찮아요. 선배, 어서 들어가세요.”공인아는 고맙다는 눈빛으로 이도현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다른 사람들은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그들에게는 결국 이도현이 더 걱정이었다.“도현아, 너 잠깐이라도 쉬어. 너 봐, 땀으로 흠뻑 젖었잖아. 진짜 무리했네.”인무쌍이 아이를 안은 채로 이도현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저 괜찮아요. 셋째 선배, 이리 와요. 우리 아기 좀 보자고요. 들어오자마자 정신이 없어서 얘 얼굴도 제대로 못 봤어요.”이도현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아이 태어난 뒤로 제대로 안아 준 적이 거의 없다는 게, 생각할수록 마음에 걸렸다.“자. 네 아들을 한번 안아 봐.”인무쌍이 다정하게 웃으며 아이를 이도현에게 건넸다.“우리 아가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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