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 큰일 났어요. 은지수가 피를 토하고 있어요. 기운이 완전히 흐트러졌는데, 제 원력으로는 도저히 눌러지지 않아요. 언니들, 얼른 들어가서 봐 주세요.”등자월이 다급하게 외친 한마디가, 여자들의 논쟁을 단번에 끊어 버렸다.조금 전까지 여자들은 왜 이도현에게 시집가게 됐는지 따지다가, 급기야 정은 같이 지내다 보면 생긴다는 얘기까지 해가면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그러다 같이 지내도 정이 안 생기면 어떡하냐는 질문이 나오자 어떤 여자들은 정이 안 생기면 그건 같이 지낸 시간이 부족한 거라고 우겼다.반대쪽은 곧장 받아쳤다.“1년 같이 지내도 안 되면 2년을 더 같이 지내고, 2년이 부족하면 2년, 3년, 4년... 평생을 같이 살아도 정이 안 생기면 그땐 어떡해요. 그럼 남자 바꿔서 다시 시작해야 해요?”그런 말로 한창 불이 붙은 순간, 등자월이 뛰쳐나와 그 얼마나 오래 같이 지내야 정이 생기냐는 주제를 그대로 멈춰 세운 것이었다.“뭐라고? 은지수가...”공인아가 정신을 번쩍 차리더니, 곧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다른 여자들도 뒤따라 들어갔고, 그렇게 이도현만 뒤에 덩그러니 남겨졌다.이도현은 순간, 자신이 마치 아무리 오래 같이 있어도 정이 안 생기는 쪽으로 찍힌 기분이 들어 씁쓸해졌다.그래도 이도현은 불평할 수 없었다.감히 불평할 생각도 못 했다.전부 자기 아내들이고 또 자기 선배들이었다.이도현이 이렇게 악착같이 버티고 달려온 이유도 결국 선배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고 한 일이었다.선배들이 웃기만 하면 이도현은 뭐든 할 수 있었다.게다가 선배들의 마음이 전부 이도현에게 있다는 건, 이도현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선배들과 아내들은 누구든 이도현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사람들이었다.이도현 역시 그녀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었다.모두가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가자, 침상 위에 누운 공인아의 시녀 은지수가 보였다.은지수는 이미 숨이 가늘어져 있었고, 얼굴엔 핏기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아까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쇠약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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