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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1화

그 후로부터 이틀 동안, 이도현과 선배들은 준비를 마치고 이곳을 떠나 무도 대륙으로 향하기로 했다.그 과정에서 이도현은 공인아를 데리고 태허산에 들러 스승을 찾아뵈었다.이도현은 원래 스승까지 함께 모시고 가려 했지만, 태허노도는 고개를 저었다.태허산은 태허산의 전승이 뿌리내린 자리이니, 태허노도는 끝까지 이곳을 지키겠다는 뜻이었다.이도현이 떠나는 만큼, 본래 이도현이 맡아야 할 태허산를 지키는 임무는 이제 자신이 대신하겠다 했다.언젠가 이도현의 제자가 나타나 이 산에서 내려갈 때까지, 전승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겠다는 말이었다.태허산의 역대 전승자는 모두 태허산에서 내려왔다.곤륜옥의 비밀이 남아 있는 한, 태허산은 존재해야 하고, 태허산의 제자는 반드시 산 위를 지켜야 한다.태허노도는 이도현을 두고 태허산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제자라 했다.태허산의 명성을 다시 세우고 세상이 고개를 숙이게 만든 제자라고도 했다.이도현이 이제 더 멀리,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려 하니, 스승으로서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그리고 그 길 끝에서, 태허산의 모든 선배들이 한 번도 밟지 못한 길을 이도현이 반드시 열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이도현은 그 말을 듣자 말문이 막혔다.감사함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지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은, 이 스승이 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예전에 태허노도가 강설미가 시신을 버린 들판을 지나지 않았다면, 그때의 이도현은 이미 짐승 밥이 되었을 것이다.설령 짐승에게 뜯기지 않았다 해도, 며칠 지나 썩어 버렸을 것이다.하지만 스승님은 이도현을 건져 올렸고, 살려 냈고, 무공을 전수했다.죽어 가던 인간을 이도현으로 다시 빚어낸 사람이 바로 태허노도였다.그 뒤의 여덟 해가 있었기에, 이도현은 산을 내려 원수를 갚을 수 있었고 지금처럼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고 자기 길을 걸을 수 있었다.스승의 은혜는 몇 생을 살아도 다 갚지 못하는 법이었다.스승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도현도 없었다.그래서 이도현의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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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2화

태허노도는 이도현과 공인아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봤다. 예전에 이도현이 하산하던 날, 몰래 배웅하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는 또 슬쩍 몸을 숨긴 채 두 제자를 산 아래로 내려보냈다.그러고는 절벽 위에 한참을 서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너무 오래 서 있던 탓인지 어느 순간 그가 태허산과 하나로 녹아든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이도현과 넷째 선배 공인아는 다시 완성의 산장으로 돌아왔다. 그때는 이미 선배들이 전부 복귀한 뒤였다. 염경으로 대선배를 모시러 갔던 쪽도, 서천사국으로 일곱째 선배 서명월을 모시러 갔던 쪽도 모두 돌아와 있었다.다만 대선배 현나연과 일곱째 선배 서명월은 끝내 함께 오지 않았다. 두 사람의 생각은 같았다. 당장은 자리를 비우기 어려우니 이도현과 나머지 선배들이 먼저 떠나고, 자신들은 기회가 생기면 뒤따라가겠다는 거였다.이도현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선배들에게는 자신의 사정이 있으니, 억지로 강요할 수도 없었다.대선배와 일곱째 선배가 동행하지 않는 것 말고도, 또 한 사람이 따라가지 않겠다고 했다. 바로 지국의 야노 요시코였다. 이유는 단순했다.자기 실력이 이미 주인님의 걸음을 따라가기엔 한참 모자라지만, 이 세계에서는 지국을 붙잡아 두며 주인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거였다.하지만 무도 대륙으로 가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차나 따라 올리는 것뿐이고 오히려 주인님의 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요시코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주인님 곁에 붙어 있고 싶어도 무능 때문에 폐를 끼치고 싶진 않았다.그래서 야노 요시코는 지국에 남아서 이도현을 위해 계속 일을 하겠다고 했다. 선학신침의 행방과 이도현 스승님의 딸에 대한 행방도 계속 찾겠다고 했다.이도현도 요시코의 결정이 의외로 생각했다. 야노 요시코는 원래 늘 그의 곁을 따라다니길 원했고 특히 초반엔 대놓고 이도현의 몸을 탐내던 여자였으니까 말이다.이도현은 그동안 충성심도 확실했고, 일 처리도 믿음직스러웠던 만큼, 떠날 때 데리고 가 더 높은 세계에서 살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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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3화

이도현이 첫 번째로 찾아가려 한 사람은 동방우성, 즉 스승님의 큰처남이었다. 예전에 이도현이 그를 죽이러 갔을 때 많은 진실을 알려 주기도 했고, 자신을 두둔해 준 적도 있는 엄연히 어른으로 대할 만한 사람이었다.동방 가문과 한 번 헤어진 뒤로는 동방우성을 다시 보지 못했다. 이제 이곳을 떠나려는 마당에 작별 인사는 하고 가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동방우성 말고도 또 한 사람은 꼭 들러야 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유부녀며 아가씨며 개광을 해 준다며 속여 먹는 무량 노도, 현동자였다.완전한 친구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반쯤은 친구라고 할 수 있는 놈이었다.이도현은 기억이 또렷했다. 막 하산했을 때, 여덟째 선배 신연주가 그를 데리고 지하 거래 시장에 갔었다. 무기를 구하고 은침을 맞추려고 그 무량한 늙은 도사를 찾았다.처음 현동자를 봤을 때 이도현은 진심으로 패 주고 싶었다. 그 개자식이 신연주와 함께 온 이도현을 보자마자, 신연주가 키우는 애인이라고 떠들어댔으니까.애인 소리쯤은 참고 넘길 수 있었다. 여덟째 선배 애인이라면 이도현도 딱히 손해 보는 느낌은 아니었다.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 무량한 도사가 이어서 내뱉은 말들이 진짜 사람 이를 갈게 만들었고, 이도현은 그 자리에서 폭발할 뻔했다.그래도 돌이켜 보면 그놈이 도움을 준 적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반쯤은 친구라는 말이 딱 맞았다.이별을 앞두고 옛사람들을 떠올리다 보니, 이상하게도 그 무량한 가짜 도사가 먼저 생각났다. 그래서 이도현은 그 죽일 놈의 얼굴을 한 번 보고 가기로 했다.다행히 현동자는 완성에 있었다. 산장에서도 멀지 않은 지하 거래 시장 안, 늘 그 자리에서 장사를 했다.지하 거래 시장은 이도현에게 이번이 세 번째였다. 익숙하다고 하긴 애매하지만 낯설지도 않았다.사람들의 틈을 헤집고 걸어 들어간 이도현은 곧장 현동자의 가게 앞에 섰다.그런데 역시나 그 가짜 도사는 또 나쁜 짓을 하고 있었다.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통통한 유부녀의 손을 잡고는 손금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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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4화

유부녀는 얼굴이 환해져서 손뼉까지 치며 말했다.“아이고, 그럼 정말 다행이네요. 역시 도사님은 방법이 있으실 줄 알았어요. 제가 여기 온 것도 제 절친이 소개해 준 거예요. 그 친구가 전에는 진짜 하루 종일 멍하니 있고, 기운도 없고, 뭘 해도 안 됐거든요. 남들이야 멀쩡히 해내는 일도 그 친구가 손대면 꼭 망했고요. 몇 년 동안은 정말... 돼지 키우면 돼지열병, 양 키우면 양이 죽고, 밭을 일구면 밭이 황폐해지고... 하여튼 뭐든지 다 꼬였어요.”그러다 갑자기 유부녀가 현동자를 쳐다보며 말을 끊었다.“그런데요. 도사님, 그 뒤에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현동자는 바로 맞장구를 쳤다.“어떻게 됐겠습니까. 효과가 나타난 거겠지요?”“맞아요. 도사님께서 그 친구 액운 풀어 주고 나서요... 글쎄 임신까지 했어요!”유부녀는 목소리를 낮추지도 않고 신나서 떠들었다.“도사님, 그 친구가 시집간 뒤로 한 번도 임신을 못 했거든요. 그 일 때문에 시댁에서 늘 눈칫밥 먹고, 말도 못 하고 살았어요. 게다가 계속 운이 안 좋으니까 더더욱 무시당했고요.”“그 몇 년은 진짜... 말이 아니게 재수 없었어요. 그런데 도사님을 만나고 나서, 그토록 바라던 애가 생겼다니까요? 도사님은 진짜 너무 영험하신 거 아니에요?”유부녀가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웠다.현동자는 순간 표정이 아주 살짝 굳었다가, 곧바로 도사다운 표정을 지었다.“무량도존... 그건 다 부인님께서 원래부터 지니고 있던 복이 드러난 겁니다. 빈도가 한 일이라곤... 길을 조금 열어 드린 것뿐이지요.”“도사님은 정말 겸손하시네요!”유부녀는 더 흥분해서 말을 쏟아냈다.“제 친구가 임신하려고 약을 얼마나 먹었는지 아세요? 병원을 몇 군데나 돌았고, 민간요법도 다 해 봤는데... 진짜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근데 도사님께서 개광 한번 해 주셨다고 하니까 바로 애를 가졌어요. 도사님은 정말 너무 대단해요.”“그뿐만이 아니에요. 개광 받고 나서 액운이 싹 걷힌 건지, 하는 일마다 술술 풀리고요. 시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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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5화

그 뚱뚱한 유부녀는 말할수록 더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말하다가 급기야 소리까지 높이며 현동자에게 당장 개광해 달라고 재촉했다.“무량도존, 아미타불... 부인님, 개광은 물론 해야지요. 다만 개광이란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현동자는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개광을 하기 전에는... 준비할 게 좀 많습니다. 부인님, 마음의 준비는 다 되었습니까?”“네. 이미 됐어요.”유부녀는 숨도 안 고르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도사님, 저는 진작에 준비됐어요. 오늘, 아니 지금 당장 저한테 개광해 주세요. 저도 더 이상은 못 기다리겠어요. 저도 돈 많이 벌고, 저도 대운 터지고 싶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제발... 도사님께서 제 몸에 개광해 주세요.”유부녀는 자기가 한 말에 스스로 더 취해 버린 얼굴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행운이 들이닥칠 것처럼 눈빛이 번들거렸다.현동자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부인님께서 끝까지 원하시고, 준비도 되셨다고 하니... 빈도가 십 년의 수련을 희생하여 부인님의 재앙을 막아 드리겠습니다. 자, 부인님, 지금 저와 함께 이층으로 올라가시지요. 그곳에서 개광 법사를 진행하겠습니다.”“네! 좋아요, 좋아요!”유부녀는 신이 나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도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면 우리 빨리 가요, 빨리요!”유부녀는 이미 머릿속에서 결말까지 다 써 놓은 사람 같았다. 절친이 개광을 한 번 받고 인생길이 쫙 펴졌다면, 자기야말로 원래 금수저니 개광을 받는 순간 더 큰 행운이 터질 거라고 믿는 눈치였다.게다가 유부녀의 속내는 더 단순했다.‘친구가 잘되는 건 좋아... 다만 나보다 잘되면 절대 안 돼.’유부녀는 그런 심리가 목까지 차오른 표정이었다. 예전에는 자기 자랑을 들으며 고개만 끄덕이던 절친이 요즘은 비슷한 브랜드의 옷을 걸치고 비슷한 말투로 웃고 다니기 시작했으니까. 유부녀는 그런 상황이 너무 거슬렸다.‘네가 뭐라고 어디서 감히 나대는 거야.’그런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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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6화

늘 그렇듯 어떤 일은 다들 속으로 알고 있었다. 진짜가 뭔지, 저 뒤에 숨은 목적이 뭔지 모두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사람들은 모르는 척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 핑계 하나로 하고 싶지만 들키긴 싫은 일을 해 버리려고 말이다.예를 들면 어떤 여자 연예인들은 빨리 뜨려면 소위의 대사를 찾아가 개광을 받고는 했다. 그게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본인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망설임 없이 가는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그러니 이런 건 대체로 너 좋고 나 좋고, 서로 눈치껏 맞춰 가는 거래였다. 이도현이 끼어들어 막아 봤자 오히려 분위기만 깨진다. 그래서 이도현은 굳이 방해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이층으로 올라가자, 이도현은 현동자의 가게 안으로 들어가 의자 하나를 끌어다 앉았다.그런데 딱 2분이 지났다.이도현은 다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기분 탓인지 뭔지, 가게 안에 묘하게 욕망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밖에 앉아 있던 이도현의 귀에 얼마 안 가 이층에서 쾅당쾅당 소리가 들려왔다.이어지는 건 여자의 목소리와 숨넘어갈 것 같은 신음, 울먹이는 비명, 끊어질 듯한 탄성이었다.말 안 해도 안다.현동자의 ‘개광 의식’이 시작된 거였다.여자의 소리가 그렇게 처절한 걸 보면 의식이 꽤 철저하게 진행되는 모양이었다.아예 온몸으로 인생이 바뀌는 느낌이라도 받는 듯,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이도현은 속으로 혀를 찼다.‘저 마른 늙은 도사는 볼품없어 보여도... 도력 하나는 확실하네.’뚱뚱한 유부녀를 저렇게 울리고 소리 지르게 할 정도면 확실히 어느 정도 실력은 있었다.이도현은 그 상상만으로도 열이 오를까 봐 귀를 막아 버리면서 신경을 꾹 눌렀다.그렇게 십여 분이 지났다.이층의 요란한 소리가 마침내 뚝 끊겼다.또 몇 분이 지나서야, 계단에서 발소리가 내려왔다.현동자와 유부녀가 앞뒤로 내려왔다.유부녀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피부에 윤기까지 돌았으며 눈빛도 번들거렸다. 딱 봐도 원하던 효과를 봤다는 표정이었다.반면 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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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7화

현동자는 이번에 진짜 겁이 났다.유부녀는 너무 거칠었다. 개광을 운운하며 버티던 비장의 수법도 버거워서 허리를 두어 번 틀어대는 것만으로도 자기 목숨이 반 토막 난 기분이었다.현동자는 평소에도 여자들 상대로 별걸 다 했다. 사주를 봐 주고, 액운을 풀어 주고, 손금을 보고, 꿈을 풀이하고, 글자로 점을 치고, 뼈를 만져 보고, 풍수까지 봐왔다.그런데도 솔직히 말해, 가끔 현동자는 본인도 속으로 겁이 날 때가 있었다.현동자가 제일 무서워하는 손님이 딱 두 부류였다.하나는 욕심 때문에 끝도 없이 요구하는 사람이었다.다른 하나는 체격이 큰 사람이었다.진짜로 둘 중 하나만 걸려도 버거웠다.그런데 지금 눈앞의 이 유부녀는 그 두 가지를 전부 갖춘 사람이었다. 평소에는 십여 분이면 대충 마무리되던 일이, 이 부인 앞에선 꼭 두 배로 늘어졌다.그렇다고 무섭다고 손님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한 번 거절했다가 소문이라도 나면, 이 장사는 앞으로 끝장날 것이다. 일이 끊기는 건... 솔직히 목이 잘리는 것보다 더 괴로웠다.돈이야, 벌든 말든 그게 핵심이 아니었다.현동자도 혈기 왕성한 남자였다. 자기 손으로 개광이라도 해 주면서 여자들을 상대 해야 숨이 트였다. 그걸 못 하면 진짜로 못 살 것 같았다.결국 현동자는 이를 악물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말 그대로 죽을 맛이었다.매번 이런 순간에는 현동자도 괴롭기도 하고, 또 이상하게 즐겁기도 해서, 더더욱 사람을 미치게 했다.그때, 붉게 달아오른 얼굴의 통통한 유부녀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그럼... 이 효과는 얼마나 가요? 정말 너무 잘 느꼈어요. 아직도 몸이 붕 뜨는 것 같고, 답답하던 게 다 사라진 느낌이에요. 이건 완전 운이 트이는 거 맞죠?”유부녀의 눈빛에는 아직도 물기가 어른거렸다. 현동자를 바라보는 눈이 아까랑 확 달라져 있었다.현동자는 더 말을 이어 가는 게 무서워 서둘러 딱 잘라 말했다.“효과가 있을 겁니다. 제가 십 년 공력이나 써 가며 액운을 풀고 개광을 해 드렸는데,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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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8화

“그건... 그건... 나중에 얘기하죠. 나중에요!”현동자는 흥분한 탓인지 말이 꼬여 더듬거리며 얼버무렸다.“도사님은 진짜 나빠요. 무슨 나중에요... 아, 싫어요. 에잇... 저도... 저도 너무 기대돼요.”통통한 유부녀는 현동자의 말을 다른 뜻으로 받아들인 듯,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져서 달아나듯 뛰어가 버렸다.“어... 빈도는... 제가 뭘 잘못 말했나요?”현동자는 부인의 반응이 너무 갑작스러워 멍해졌다.현동자는 한참을 곱씹어 봐도 도무지 이유를 몰랐다. 그냥 나중에 얘기하자고 했을 뿐인데 왜 유부녀가 저렇게 들뜬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현동자는 머리를 굴리다가도 끝내 답을 못 찾고 혼잣말로 결론을 내렸다.“수련만 하며 살다 보니 세상 감각이 완전히 뒤처진 모양이군. 무량도존은 무슨... 나도 이제 늙은 거야?”현동자는 유부녀가 사라진 쪽을 보며 중얼거렸다.“아직 수련이 부족한 것 같아. 개광을 더 많이 해야겠어. 앞으로는 장사를 더 키우고 더 배워야겠네. 그래야 세상 흐름을 따라가고 이런 말장난에도 헤매지 않겠지.”현동자는 그러고는 유부녀가 두고 간 돈뭉치를 집어 들고 손바닥에 착착 두 번 쳐 보였다.“오늘도 한 건 했군. 이게 다 피땀 흘려 번 돈이야.”현동자는 괜히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요즘은 돈 벌기가 점점 더 힘들어. 나이 들수록 더 그렇네.”현동자는 한숨을 섞어 중얼거렸다.“몸보신하고 버티는 법을 좀 익혀 둔 게 아니었으면 진작에 몸이 못 버텼을 거야.”“휴... 이거 또한 수련이겠지.”현동자는 스스로를 납득시키듯 고개를 끄덕였다.“수련이라는 게 원래 하늘을 거스르는 길인데 어쩌겠어. 내가 지옥에 안 내려가면 누가 내려가겠어. 수많은 젊은 부인들과 여자들을 구제하려면, 난 더 노력해야 해. 사람들이 나를 무량한 도사, 가짜 도사라고 욕하지만, 나처럼 남의 고통을 덜어 주겠다고 몸을 이렇게 혹사하는 도사가 또 몇이나 되겠어.”현동자는 혼자 감동한 얼굴로 코끝을 훔쳤다.“감동이네. 진짜 너무 감동이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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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9화

“이 자식아, 웬일이냐? 너였어?”현동자는 이도현을 알아보는 순간, 욕부터 튀어나왔다.“깜짝이야. 진짜 너 오랜만이다. 너는 또 어떻게 여기까지 굴러들어 왔냐.”현동자의 얼굴에 걸려 있던 긴장이 한순간에 풀렸다.사실 현동자가 저렇게 잘 놀라는 건 구린 짓을 워낙 많이 해 와서였다.현동자가 제일 무서워하는 건 따로 있었다.개광 받았던 여자들 남편이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였다.힘들게 개광까지 해 줬는데, 돌아오는 건 남편한테 두들겨 맞는 거라면 억울하지 않겠냐는 거다.물론 그런 일은 대개 들키지 않는다.그런데 바로 그 대개가 문제였다.한 번 들키기만 하면, 그건 작은 소문이 아니라 인생이 끝나는 사건이었다.한 사람만 알아도 끝장날 터였다.그 집의 남편이 알면, 주변 가족이 다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예전에 개광 받았던 여자들의 남편들까지 줄줄이 알아챌 것이다.그때부터는 한꺼번에 몰려와서 현동자를 찾아낼 테니... 그러면 현동자는 살아남을 수가 없을 것이다.쉽게 말해 현동자가 하는 일은 리스크가 큰 장사였고 잘못 걸리면 그대로 목이 날아가는 장사였다.게다가 현동자는 이제 가게까지 갖고 있다.예전처럼 한탕 치고 다른 데로 옮겨 가는 것도 할 수가 없었다.솔직히 말할 수만 있다면 현동자는 온 세상을 떠돌며 필요한 여자들만 골라 개광해 주는 유랑 도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그게 얼마나 편할 것인가.하지만 지금은 이 가게가 있고 게다가 몇 년이나 지켜 온 자리였다.여기는 현동자의 집이나 다름없었다.사람도 짐승도 똑같다.집이 생기면 정이 붙고, 정이 붙으면 웬만해서는 떠나지 못한다.현동자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여기서 계속 장사를 하는 이유도 그거였다.떠나기 싫으니까 결국 여기서 버티는 거다.그러다 현동자가 문득 생각난 듯 말을 돌렸다.“그런데...”“신연수 아가씨는 왜 안 보이냐? 신연수 씨는 요즘 통 얼굴도 안 비추더라. 오래된 친구인 나를 보는 척도 안 하고 말이야.”현동자는 갑자기 서운함을 잔뜩 담아 투덜댔다.그러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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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0화

“꺼져. 이 자식아, 네가 뭘 안다고 주둥이를 털어.”현동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염국 사람들이 다 이도현 너처럼 아무도 못 건드리고, 건드릴 수도 없는 줄 알아? 나도 그냥 평범한 인간이야. 염국 국법은 일부일처만 허용해. 여자 하나 더 들이는 것도 안 되는 세상인데, 돈이 많으면 뭐가 달라지겠어? 권력이 없으면 다 소용없어.”“게다가 나 같은 신분으로는 여러 여자는커녕, 여자 한 명 얻는 것도 쉽지 않아.”현동자는 화가 나서 언성을 높였다.“그런데 이도현... 너는 뭐야? 여자 몇 명을 데리고 살아도 아무도 뭐라 안 하잖아. 네 대선배가 염황인데 누가 네 입에 뭐 재갈을 물리겠냐. 그리고 염국 국법도, 어느 경지 이상 올라간 무인들한테는 사실상 손도 못 대잖아. 그런 주제에 여기서 나한테 대단한 척 훈계나 하고 있으니... 정말 어이가 없네.”현동자가 손사래를 치며 쏘아붙였다.“결국 이도현 너는 배불러서 남 사정은 안중에도 없는 거야. 그러니까 입 닥치고 있어. 너는 남을 평가할 자격이 없어. 남을 가르치고 싶으면 너도 남이랑 똑같은 조건에서 살아 보고 떠들어. 너는 혼자 실컷 누리면서 남한테는 그건 안 돼, 저건 하지 마... 이 지랄을 하니까 더 역겨운 거야.”현동자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꼭 세상에 그런 개똥 같은 전문가들이 있지. 자기들은 뭐든 다 해도 되고, 남들한테만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며 떠들어 대는 놈들 말이야. 남들한테는 애 낳지 말라, 적게 낳아라 해 놓고, 자기들은 일곱 여덟씩 낳는 꼴을 보면 얼굴에 철판을 깔았나 싶어. 좋은 음식 먹고 좋은 옷 입고 골프 치면서, 서민들한테는 물 아껴라, 환경 지켜라 떠들어 대는 것도 똑같아.”“지켜야 할 건 자기들이나 지켜. 뭘 지키라고 훈계질이야.”현동자은 욕설을 섞어 가며 더 거칠게 몰아쳤다.“그런 놈들은 이도현 너랑 똑같아. 자기들은 하루 종일 고급 차 타고 다니면서, 서민이 전기자전거 하나 타면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다며 지랄하지... 입만 열면 서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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