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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1 Chapters

제2421화

동방우성과 한바탕 인사를 나눈 뒤, 이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을 고하려 했다. 그런데 막 돌아서려는 순간, 동방우성이 불쑥 이도현을 불러 세웠다.“이봐, 너 잠깐 서 봐!”“선배님, 또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이도현이 걸음을 멈추자, 동방우성이 턱을 치켜들며 말끝을 툭 내뱉었다.“아까 내가 뭐랬지. 너를 들여보낸 사람한테는 천급 경지 돌파시키는 단약 한 알 주기로 했잖아. 이제 약속 지켜라.”“하하. 그거였군요. 마침 그런 단약이 몇 알 있습니다. 선배님께...”“나 말고. 저 아이한테 줘.”동방우성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쪽에는 조금 전 직접 나서서 이도현을 안으로 안내해 준 어린 여자가 서 있었다.이도현은 가볍게 웃더니 음양탑에서 단약 한 알을 꺼내 여자의 손에 쥐여 주었다.“고마워요. 덕분에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이 단약은 이제 당신 겁니다.”여자는 아직도 현실감이 없는 얼굴로 굳어 있었다. 이도현이 손을 잡아 단약을 꼭 쥐여 주고 나서야 이도현은 미련 없이 등을 돌려 훌쩍 떠나 버렸다.이도현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도 여자는 멍하니 서 있었다. 손바닥 안에서 차갑게 느껴지는 단약이 마치 꿈속의 물건처럼 낯설었다.‘정말로... 단약을 받았어.’사람들은 이도현을 살인마라느니, 악마라느니 떠들어 댔다. 그런데 직접 마주한 이도현은 전혀 달랐다. 잔혹하기는커녕 담담했고, 소문처럼 아무나 베어 죽이지도 않았다. 게다가 얼굴은 지나치게 잘생겨서, 한마디로 남신 같은 사람이었다.“야, 멍하니 뭐 해!”그때였다. 어디선가 한 여자가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여자의 앞을 가로막고는 손부터 뻗어 단약을 빼앗으려 했다.“단약을 이리 내놔! 이 단약만 있으면 네 동생이 천급을 뚫는다! 천급만 뚫으면 무도 가문의 딸하고 혼사도 맺을 수 있어! 됐어. 진짜 다 됐어!”여자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며 단약을 등 뒤로 숨겼다.“엄마... 이건 제 단약이에요.”“네 단약? 네가 지금 자기 것이라는 소리가 나와?”여자의 어머니는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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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2화

여자는 눈물이 얼굴을 뒤덮은 채, 목이 찢어질 듯 울부짖었다.“왜요! 대체 왜 저한테만 이러는데요!”그러자 어머니는 비웃듯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으로 여자의 얼굴을 콕콕 찔렀다.“왜냐고? 네가 그걸 물어볼 자격이 있어? 너는 여자야. 결국 시집갈 몸이야. 그런 네가 수련 자원을 많이 가져서 뭐 하겠어? 네가 아무리 강해져 봤자 남의 집으로 가서 애 낳고 살 거잖아. 너랑 네 동생이 같아?”어머니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목소리가 더 커졌다.“네 동생은 우리 집의 희망이야! 네 동생이 천급만 뚫으면 우리 집이 확 뜬다고! 천급이면 최소한 한 지역을 쥐락펴락하는 정도야. 장로가 뭔지 알아? 그건 작은 왕 같은 존재라고! 네 동생이 천급이 되면 우리 집에 떨어질 이득은 끝도 없을 거야. 그런데 너는? 네가 돌파하면 누가 이득을 보겠어? 네 시댁이 이득을 보지! 우리한테는 뭐가 남는데!”어머니는 분노에 취해 침까지 튀기며 소리쳤다.“내가 널 낳아서 먹이고 입히고 키워 줬더니, 내게 돌아오는 게 뭐야? 고맙다는 말은 못 할망정 여기서 말대꾸나 해? 그동안 공짜로 먹고 산값이 얼만데, 이제 와서 나를 열받게 하겠다는 거야? 당장 단약을 내놔!”여자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싫어요. 때려죽여도 안 줘요!”그러더니 여자는 끝내 참아 왔던 말을 쏟아냈다.“엄마, 저는 어릴 때부터 줄곧 동생한테 다 줬어요.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살았고요. 학교도... 엄마가 그만두라 해서 그만뒀어요. 돈 벌어오라 해서 나가서 벌어왔고요. 제가 지급받는 수련 자원도 엄마가 동생 주라 해서 그대로 줬어요!”여자의 눈빛이 흔들렸지만 목소리는 더 단호해졌다.“그런데 엄마도 알잖아요. 동생은 애초에 무인 재목이 아니에요! 그렇게 자원을 쏟아부었는데 지금도 인급 겨우 넘겼잖아요. 그 자원이 저한테만 갔어도 저는 진작 천급까지 갔어요!”여자는 떨리는 손으로 자기 가슴을 쳤다.“저는 평범한 사람에서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제대로 된 자원 한 번 못 받았어요. 스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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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3화

“싫어요.”여자는 이를 악문 채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분노와 결심이 뒤섞인 얼굴로 어머니를 똑바로 바라보며 소리쳤다.“저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엄마 말이면 다 듣고 살았어요. 엄마가 하라는 대로, 엄마가 원하면 무조건 참고... 거의 서른을 그렇게 살았어요. 제 인생인데도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산 적이 없었어요.”여자는 숨을 한 번 삼키더니 더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근데 오늘만큼은... 딱 한 번만, 저를 위해 살 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단약은 절대 못 줘요.”그러자 어머니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그래? 너 지금 나랑 맞서겠다는 거야? 이년이 진짜 감히 반란을 일으켜?”어머니는 소리치며 소매를 거칠게 걷어 올렸다. 그러고는 여자의 옷깃을 움켜쥐더니 손바닥을 번쩍 들어 올렸다.“오늘 네 입 찢어 놓고야 말 거야! 어디서 감히 엄마 말에 대들어? 내가 오늘 널 두들겨 패 죽이지 않으면 난 네 엄마가 아니야!”여자는 도망치기는커녕 고개를 더 들었다.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한 치도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어디 쳐 보세요.”여자는 낮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때릴 거면 오늘 그냥 저를 죽여요. 어릴 때부터 맞은 게 한두 번이에요? 더 맞는다고 제가 무너지겠어요?”여자는 자기 뺨을 내밀 듯 고개를 비틀며 이를 갈았다.“오늘 엄마가 저를 진짜 죽여도... 단약은 못 줘요!”그 순간, 여자의 차갑고 단단한 기세에 어머니가 잠깐 굳어 섰다. 딸이 이렇게까지 정면으로 맞서 본 적이 없었으니 잠시 멍해진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하지만 그 멈칫함은 곧 더 큰 분노로 바뀌었다.‘내가... 내가 이런 애한테 눌렸다고?’어머니는 이를 악물었다. 집에서는 늘 어머니가 왕이었다. 아버지조차 어머니 앞에서 감히 아니라는 말 한마디 못 했고, 집안 사람들은 항상 어머니의 눈치만 봤다. 그런데 그동안 손바닥 안에서 길들여 왔다고 믿었던 딸이 지금 대놓고 소리치며 반기를 들고 있었다.어머니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 결국 손바닥을 내리꽂았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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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4화

그 남자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끝내 버린 듯했다.‘앞으로는 집안 어린 여자애들이 먼저 들러붙어 아첨하겠지, 권세는 손에 쥐고, 돈은 써도 써도 남고, 예쁜 여자들은 줄을 설 테고...’그런데 그 황금 같은 미래가 아까 자신이 내뱉은 몇 마디 때문에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미쳤어... 난 진짜 미쳤어...’남자는 자기 뺨을 세게 두 번이나 후려쳤다. 이어 주먹을 쥐고 가슴을 쿵쿵 두드리며 그대로 바닥이 꺼질 듯 후회했다.그는 인생을 뒤집을 기회를 놓쳤다. 사람 위에 올라서서 군림할 기회를 딱 손 뻗으면 잡을 수 있었는데 놓쳤다.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인가.단약은 이미 남의 손에 들어갔다.“으아아!”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남자는 끝내 버티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그런데 아무도 남자를 달래지 않았고 안쓰럽게 봐 주는 사람도 없었다. 있는 건 비웃는 시선뿐이었다. 남자의 후회가 커질수록, 그걸 구경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속이 시원해졌다.‘나도 못 받았는데, 너도 그렇게 망가져 봐.’누군가의 후회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도 했다.하지만 남자의 통곡도 금세 흥미를 잃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결국 하나였다.‘단약은 과연 누구 손에 남을까?’그때, 여자의 어머니가 붉게 부어오른 딸의 얼굴을 보며 옷깃을 더 거칠게 움켜쥐었다. 여자는 뺨이 퉁퉁 부어 있었고 입가에는 피가 흘렀다.어머니는 이를 갈며 딸을 몰아붙였다.“이년이 지금 나랑 끝까지 가겠다는 거지? 어디서 엄마한테 덤비는 거야!”어머니는 딸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다. 주변의 시선이 어떻든 상관없다는 듯, 더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좋아. 마지막으로 묻는다. 단약 내놔. 안 내놓으면... 여기서 네 옷을 다 찢어버리고, 남자들 앞에 세워 놓을 거야. 내가 널 키워 놓고도 네 속이 이렇게 시커먼지, 다들 똑똑히 보게 해 주마.”말 그대로였다. 어머니는 협박이 아니라 바로 실행할 얼굴이었다.주변 사람들은 숨만 죽이고 지켜봤다. 말릴 생각도, 말릴 용기도 없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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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5화

분노가 실린 고함이 터져 나오자, 마당 안의 소란이 거짓말처럼 멎었다. 방금 전까지 딸의 옷을 찢어 벗기려던 어머니도 손을 멈췄고, 사람들은 일제히 그 목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차가운 기운을 두른 채, 동방우성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고, 눈빛에는 살기가 번뜩였다. 그는 여자의 어머니 옆까지 다가서서 멈춰 섰다.“지금 네가 뭘 하고 있는지 알아?”동방우성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가라앉았다.“망할 년아, 네가 그래도 어미냐? 네 딸을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기겠다고? 그게 사람으로서 할 짓이냐!”말끝이 갈수록 거칠어졌다. 동방우성은 진심으로 손이 들썩였다. 지금이라도 뺨이 아니라 목숨을 거둬 버리고 싶은 얼굴이었다.동방우성은 믿을 수가 없었다.‘동방 가문이 이렇게까지 썩었어?’자신의 눈앞에서, 그것도 동방 가문의 마당 한복판에서 이런 악독하고 미친 짓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딸의 얼굴은 이미 피투성이였다. 그런데도 그 어머니는 옷을 찢어 남자들 앞에 세우려 했다.짐승도 제 새끼는 안 물어뜯는다. 그런데 저 어머니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 가죽을 뒤집어쓴 짐승 같았다.여인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변명했다.“조상님... 제... 제가 애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저게 제 말을 안 들어서... 제가 훈육을...”동방우성이 눈을 부릅떴다.“교육?”동방우성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네가 그렇게까지 해야 할 만큼, 저 아이가 무슨 큰 죄라도 지었느냐?”여인은 입술을 깨물고 시선을 피했다가, 또 변명부터 늘어놓았다.“그게... 그냥... 제 말을 안 들어서요. 그래서 제가...”“그냥?”동방우성은 그 말을 믿을 생각이 없었다. 방금 본 장면만으로도 충분했다.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어머니가 딸을 사람들 앞에서 벗기려 드는 건 변명으로 덮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래서 네가...”동방우성이 이를 악물고 한 자 한 자 찍어 말했다.“어미란 년이, 딸 옷을 찢어 벗기겠다고 달려든 게 너한테는 아무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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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6화

동방우성은 여인을 한 번 쓸어보듯 노려보고는 차갑게 잘라 말했다.“입 닥치라고 했는데, 못 들었느냐.”동방우성의 눈빛이 칼날처럼 여인에게 꽂혔다.“지금 나는 너한테 묻는 게 아니야. 저 아이에게 묻고 있다. 네가 한 마디라도 더 보태면... 그땐 날 무정하다고 탓하지 마.”동방우성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확 퍼졌다. 여인은 등골이 서늘해져 반사적으로 두 걸음 물러섰고 더는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방우성이 다시 여자아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얘야, 계속 말하거라. 억울한 게 있으면 다 털어놔라. 동방 가문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을 눈감는 가문은 아니야.”그제야 여자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조상님... 제 어머니는 이도현 씨가 제게 준 단약을 제 동생한테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제가 싫다고 하니까... 저를 때렸어요.”여자아이는 숨을 한번 들이켜고는 억눌러 둔 말을 한꺼번에 쏟아냈다.“그뿐만이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제 수련 자원은 늘 동생에게 빼앗겼습니다. 예전에 집에서 주던 것들도, 나중에 가문에서 배정해 준 것들도... 전부 어머니가 가져가서 동생에게 몰아줬습니다.”여자는 말하면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저는 지금 지급 경지의 중기입니다. 단약을 먹으면... 천급 경지로 올라갈 수 있어요. 그런데 제 어머니는 제가 천급이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무조건 동생이 먼저라고 했습니다. 제가 주지 않겠다고 했더니... 이렇게 때렸습니다.”여자아이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쿵 하고 동방우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조상님... 제발... 제 억울함을 좀 풀어 주세요...”여자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동방우성의 얼굴이 순식간에 더 차갑게 굳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좋다... 참 잘하는구나.”동방우성의 목소리에는 살기가 섞여 있었다.“어미라는 년이, 자기 딸의 수련 자원을 빼앗아 아들놈에게 쏟아붓고도... 그게 당연하다고 우기다니.”동방우성은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듯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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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7화

“조상님... 됐습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동방설아는 끝내 마음을 독하게 먹지 못했다. 자기의 어머니가 가문에서 쫓겨나는 모습을 차마 두고 볼 수가 없었다.“저 사람이 저한테 어떤 짓을 했든... 그래도 제 어머니잖아요. 저를 낳았고, 키운 사람이고요. 어머니가 앞으로 길바닥을 떠돌게 되는 꼴은... 저는 못 봅니다. 대신 앞으로는 다시는 마주치지 않겠습니다. 그 정도면 됐어요.”동방설아는 바깥세상에서 살아 본 적이 있었다. 가문의 자제들은 학교를 마치면 가문의 사업을 도맡아 하거나,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하며, 세상 사는 법을 배우는 게 당연했다. 동방설아도 몇 년이나 밖에서 버텨 봤기에 밖에서 산다는 게 얼마나 팍팍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필 어머니는 성미가 그 모양이었다. 밖으로 내쫓기면 정말 한 발짝도 못 나가고 무너질 게 뻔했다.그래서 동방설아는 더 괴로웠고 더 미웠다. 하지만 미움 하나로 어머니를 완전히 버리는 일은... 동방설아에게는 끝내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었다.동방우성이 한참 동방설아를 바라보더니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좋다... 얘야.”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그렇게 당하고도 여기까지 말할 수 있다면, 너는 앞으로 크게 될 아이야. 마음이 곧은 재목은... 결말이 다르지.”동방우성은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네 체면을 봐서 이번만은 살려 두겠다. 하지만 다시는 이런 짓을 못 하게 할 것이다. 한 번이라도 또 망나니짓을 하면... 그때는 가법으로 다스린다. 그땐 누구도 날 말리지 못할 거야.”동방우성의 목소리는 단호했다.“그리고 또...”동방우성은 시선을 돌려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을 한 번 훑었다.“그동안 동방설아가 이렇게 짓밟히는 걸 가문이 몰랐다는 건, 우리 잘못이야. 하마터면 가문이 천재 하나를 잃을 뻔했다.”동방우성은 동방설아에게 손짓했다.“이제부터 너는 내 곁에서 수련해라. 내가 직접 널 가르칠 테다.”동방설아의 눈이 크게 떴다. 기쁨이 한꺼번에 올라와 동방설아는 다시 무릎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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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8화

사람들은 속이 시원하다는 듯 낄낄거리며 아까까지 겁에 질려 반쯤 넋이 나가 있던 동방설아의 어머니를 두고 한마디씩 비꼬기 시작했다.원래라면 동방우성에게 쫓겨날 뻔해 바닥에 주저앉아 벌벌 떨던 여자였다. 그런데 주변에서 자기 흉을 보는 소리가 들리자, 그게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눈이 홱 돌아갔다.‘내가 누군데... 감히 나를 두고 수군대?’동방설아의 어머니는 평생을 센 척하며 살아왔다. 남을 깎아내리는 건 몰라도 남에게 당하는 건 죽어도 못 견디는 성미였다.“뭐라고? 지금 너희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 개자식들아, 너희 담이 얼마나 큰 줄 알아? 그리고 지금 내가 어떤 사람이 된 줄이나 알아?”여자가 턱을 치켜들며 소리쳤다.“내 딸이 조상님의 제자가 됐어. 설아가 천급만 뚫으면 동방 가문의 핵심 인물이야! 한 구역을 맡아 지키는 사람이 된다는데, 너희가 감히 내 앞에서 입을 놀려? 죽고 싶어? 내 딸이 칼 한 번 휘두르면 너희 같은 건...”바로 그때, 누군가 비웃듯 끼어들었다.“아이고, 조금 전까진 배은망덕한 년이라더니? 이제는 자기 딸이 된 거야? 말 바꾸는 속도가 정말 대단하네.”여자는 얼굴 하나 까딱하지 않고 되레 큰소리를 쳤다.“닥쳐! 너희가 뭘 알아? 내가 우리 딸을 왜 그렇게 굴렸는데! 그건 사랑의 매야! 철 좀 들라고, 더 강해지라고 한 거라고! 요즘 말로는 압박 교육이자 충격 요법이라고! 너희 같은 것들이 뭘 알아!”그러자 주변에서 더 노골적인 비아냥이 터져 나왔다.“압박을 잘도 했네. 딸을 잃을 뻔한 압박이지.”“진짜 뻔뻔하네.”여자는 콧방귀를 뀌며 팔짱을 꼈다.“어쨌든 동방설아는 내 배에서 나온 자식이야. 설아가 황제가 되어도 나는 동방설아 엄마다! 그게 변하겠어?”그러고는 손사래를 치며 휙 돌아섰다.“됐어. 너희 같은 것들이랑 말 섞어 봤자 급만 떨어져. 나는 이제 너희랑 같은 급이 아니야. 내 딸이 날아오르는데, 너희가 감히 떠들어?”여자는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세상 모든 사람이 자기 아래인 듯한 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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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9화

이도현이 동방 가문에서 나오자 작별 인사를 해야 할 옛 친구들은 이것으로 거의 정리된 셈이었다. 애초에 친구라는 게 많지 않았다. 손에 꼽을 만큼 했고 떠올려 봐야 고작 몇 명이었다.사람들은 흔히 고수는 외롭다고 말한다. 이도현은 자신을 대단한 고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외로웠다. 아니, 외롭다기보다는... 친구가 없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했다.친구는 많지 않아도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속내를 이해해 주는 사람도 있었고, 곁을 내어주는 인연도 있었다. 그저 친구라는 이름으로 묶을 관계가 많지 않았을 뿐이었다.사실 이도현이 가장 마지막으로 찾아가서 인사하고 싶은 곳은 따로 있었다. 작은 마을, 그 의료관 안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정말 평범한 시골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더 진짜 같았고, 더 마음이 갔다.노문호과 그의 아들, 그리고 욕심 때문에 하마터면 가족을 통째로 무너뜨릴 뻔했던 노영식과 그의 양아들과 양딸, 거기에 이도현의 마음속에서 늘 애매하고 복잡한 자리로 남아 있는 형수님 주현진까지였다.주현진은 이도현에게 친구라고 부르기에는 어딘가 모자랐고, 그렇다고 다른 신분을 붙이자니 그 또한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관계가 어디쯤 와 있는지, 이도현 본인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다만 주현진이 알몸으로 한 번만 더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던 그날 이후로, 두 사람 사이에는 설명하기 힘든 미묘함이 남았다. 감정이라 하기에는 너무 흐릿했고 오해라 하기에는 너무 선명했다. 이도현도 그게 뭔지 딱 잘라 말하지 못했다.그렇다고 이도현이 처음부터 끝까지 딴마음을 품었던 건 아니었다. 이도현은 어디까지나 제정신으로 살려고 애쓰는 사람이었고, 많은 순간은 그저 어쩌다 겹친 타이밍이 만든 묘한 착각에 가까웠다.예를 들면 그날 밤.이도현이 밖에 나갔다가 돌아왔을 때, 주현진이 이도현의 이부자리를 데워 준다고 먼저 이불에 들어가 있었다. 이도현은 당연히 방 안에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습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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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0화

하지만 이도현은 한참을 곱씹다가도, 결국 발길을 돌리기로 했다. 지난번 한 번 다녀온 것만으로도 마음이 괜히 어지러워졌는데, 또 가 봐야 슬픔만 더 얹는 꼴이었다. 괜히 상처만 덧내고 돌아오느니, 차라리 안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주현진이 있는 곳도 가지 않기로 하자, 이도현에게 더는 따로 찾아가 작별할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이도현은 곧장 집으로 향했다.완성의 산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전부 모여 있었다. 큰 선배도 와 있었고, 심지어 천사의 나라에 있던 일곱째 선배까지 도착해 있었다.게다가 야노 요시코도 왔었다. 그것도 가슴이 과할 정도로 큰 두 명의 외국 여자 군인까지 데리고 말이다.다른 사람들은 그나마 얌전했는데 그 두 군인은 이도현을 보자마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눈이 반짝반짝 빛나더니 입을 열었다.“오! 마이 갓!”그러더니 그대로 이도현에게 달려들어 껴안으려 했다.이도현이 재빨리 몸을 피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질식할 뻔했다. 진짜로 눌려 죽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한지음의 것도 크다고는 하지만 저 둘 앞에서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했다. 아예 등급이 다른 수준이었다.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오, 마이 갓... 우리의 영웅, 우리의 전사, 우리의 슈퍼맨! 또 만났네요! 저희는 매일매일 이도현 씨 생각만 했어요. 세상에서 제일 강한 남자였어요!”“오, 나의 전사... 저는 매일 밤 이도현 씨 꿈을 꿔요. 이도현 씨가 제 허리, 엉덩이... 가슴을... 그리고 또...”“그만, 그만해! 더 말하지 마!”이도현이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황급히 끊어 버렸다. 저대로 두면 무도 대륙이고 뭐고, 오늘 여기서 바로 끝날 것 같았다.영강국 사람들은 개방적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건 개방을 넘어선 폭주였다.그러자 옆에서 바로 웃음소리가 터졌다.“후후, 도현아... 그냥 말하게 두지 그래? 네가 남의 꿈속에서도 인기 만점인 줄은 몰랐네. 꿈속의 연인이라는 게 이런 거겠지?”“흥. 꿈속 연인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뭔가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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