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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6 Bab

제1421화

예천우의 단호한 태도에 선우서림은 더 이상 농담을 던지지 않았다. 자칫 과하게 나갔다가는 역효과가 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별다른 말 없이 조용히 예천우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선우서림은 함께 올라가지 않았고 비록 겉으로는 이 집에 자신의 방이 있다고 떠들고 다녔지만 사실 단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예천우가 부인 임완유와 둘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조금 우스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늘 예천우를 도련님이라 부르면서 임완유는 형수님이라 부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선우서림이 보기에 임완유는 어디까지나 형수님에 가까웠다. 예천우의 부인은 오직 임완유 한 사람뿐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집으로 돌아온 예천우는 임완유와 오랜만에 깊고 다정한 시간을 보냈고 다음 날 이른 아침이 되자 그는 이미 공항 앞에 도착해 있었다.임완유 역시 바쁜 와중에 함께 나왔다. 이번 용도로 향하는 여정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그녀도 직감했기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예천우를 배웅하러 온 것이었다.뒤이어 나타난 선우서림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는 조용히 몸을 숨겼다. 그녀는 간단히 변장을 마치고 먼저 티켓을 확인한 뒤 홀로 탑승구로 들어섰다. 예천우가 어떤 상황을 싫어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그녀는 그가 곤란해할 만한 상황은 철저히 피했다.곧 오전 아홉 시가 가까워지자 비행기의 출발 시각도 다가왔고 승객들의 탑승 절차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때 선우서림이 잠깐 멈칫하며 말했다.“도련님, 저기 좀 봐. 저번에 진나비 콘서트에서 봤던 그 여자 아니야?”예천우가 돌아보니 오늘 그녀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마치 신선처럼 우아한 자태로 서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이었지만 차갑고 무심한 표정 때문에 누구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그녀 곁에는 지난번 봤던 소정이라는 어린 소녀도 있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미 봤어. 근데 우리랑 같은 비행기를 타다니... 우연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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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2화

선우서림이 먼저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주변 사람들의 눈길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특히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한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모여 있는 젊은 일행 쪽에서는 남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잠시 후 박민정과 그녀를 따르는 소정까지 비행기에 올랐다. 소정도 평범한 미인은 아니었지만 박민정에 비하면 한참 밀리는 수준이었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걸어오는 박민정의 등장으로 기내 사람들의 시선은 또 한 번 집중되었다.특히 그 젊은 일행 중 두 남자의 눈길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이들 중 앞장서서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의 이름은 예명한이었고 옆에 있는 남자는 하위림, 여자는 그의 여동생 하은별이었다.하위림은 예명의 뒤를 따르는 동생이나 다름없었고 하은별은 오빠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예명한을 좋아하게 됐다. 하지만 예명한은 눈이 높아 그녀에게 별 관심이 없었고 하은별은 여전히 예명한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그녀가 예명한과 결혼한다면 용도의 명문 예씨 가문에 들어가는 것이었다.물론 지금의 예씨 가문은 과거의 지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아직도 용도 4대 가문 중 하나였다. 혹시 나중에 4대 가문에서 밀려난다 해도 슈퍼급 명문 가문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예천우는 예리한 감각으로 이미 그들의 시선을 눈치채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속으로는 또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아, 이럴 줄 알았으면 선우서림을 따라오게 두지 말 걸 그랬네. 또 번거로운 일을 만들겠어.’이번 여정은 특별히 중요한 일이 많아 쓸데없이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자신에게 까불어댄다면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선우서림은 옆에서 예천우의 표정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도련님, 왜 그래? 누가 화나게 했어?”“아무것도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었다. 선우서림은 겉보기엔 조용해 보여도 실제로는 성격이 칼같아서 만약 이 상황을 안다면 먼저 나서서 난리를 칠 게 분명했다.“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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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3화

박민정은 예천우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지만 바로 앉지 않고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저를 찾으셨나요?”“네. 앉아서 천천히 얘기합시다.”예천우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서림이 애써 그녀를 데리고 왔으니 이 기회를 그냥 허투루 보낼 순 없었다.박민정은 자리를 한 번 살폈다. 선우서림은 안쪽 창가 쪽에 앉아 있었고 예천우는 복도 쪽에 앉아 일어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예천우 앞을 지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엉덩이를 그쪽으로 돌린 채 몸을 옆으로 비스듬히 돌려 통과할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이런 행동은 순전히 사부님이 준 임무 때문이었다. 사부님은 그녀에게 예천우와 가깝게 지내라고 명령했고 이 정도의 사소한 불편함조차 견디지 못한다면 그가 가진 옥패를 가져오는 임무는 시작조차 할 수도 없게 끝날 것 같았다.예천우는 바로 앞에서 흔들리는 아름다운 실루엣과 눈앞에 가까워진 그녀의 매혹적인 뒷모습에 순간적으로 시선을 빼앗겼다. 앉아 있는 자신의 눈높이와 그녀의 서 있는 높이는 절묘해서 의도치 않게 그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하지만 박민정은 금방 자리에 앉더니 시선을 돌려 무슨 일이 있냐는 듯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는 속으로 빙긋 웃었다. 지금 박민정의 태도는 분명 하나를 증명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접근하고 싶어 하고 어떤 목적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절대 이런 행동을 용납할 리 없었고 지난번 만남처럼 당장 따귀라도 날리고 뒤돌아 가버렸을 테니 말이다.“아, 맞다. 아직 그쪽 이름이 뭔지도 제대로 못 모르네요.”예천우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을 건넸다.“박민정입니다.”“정말 아름다운 이름이네요. 이름처럼 순수하고 정 많은 분이신 것 같아요. 과연 이 세상 어떤 남자가 민정 씨를 얻을 행운을 얻게 될지 모르겠군요.”박민정은 이런 말이 전혀 달갑지 않았는지 냉랭한 표정으로 대꾸했다.“예천우 씨, 제가 여기 온 건 예천우 씨의 그런 빈말을 듣기 위해서가 아닙니다.”“제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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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4화

“장난이라니요?”예천우는 자신이 말한 게 그저 사실일 뿐인데 장난으로 들릴 정도인가 싶어서 잠깐 당황했다.“아닌가요?”박민정은 눈빛이 차갑게 흔들렸고 이어서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만약 예천우 씨가 그런 사람이면 더 이상 얘기할 필요 없겠네요.”박민정은 분명 화가 난 모습이었다. 사실 그녀는 내심 예천우를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아까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더구나 그의 곁에 직접 앉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보니 이 남자는 입만 열면 허풍을 떠는 듯했고 겉으로 보이는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과는 전혀 달라 실망스러웠다. 이상하게도 그 점이 더욱 그녀의 화를 돋웠다. 임무고 뭐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 잊어버릴 정도였다.그녀의 강한 반응에 예천우는 오히려 당황했다.‘이상하네... 내가 한 말이 설령 농담이었더라도 이렇게까지 화를 낼 일은 아닌데. 혹시 내가 잘못 짚은 건가? 이 여자가 나한테 접근하는 게 순수한 호감 때문인 건가?’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작은 일로 화낼 리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표정이나 행동은 연기라고 보기 어려웠다. 평생 무공 수련만 해온 그녀가 이렇게 정교한 감정 연기를 할 리가 없었다.그러나 이대로 가만히 두면 정말로 자리를 떠나버릴 것 같아서 예천우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녀의 손은 무척 부드럽고 섬세했으며 살짝 차가운 감촉이 매우 좋았다. 무심결에 닿은 그녀의 피부에 그는 잠깐 정신이 아찔했다.박민정은 갑자기 손이 붙잡히자 깜짝 놀라 얼굴이 발그레해졌고 황급히 손을 빼내며 부끄러움과 당황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뭐 하는 거죠?”“아, 미안해요. 그냥 농담이었어요. 너무 화내지 말아요.”예천우는 서둘러 사과했다.박민정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잠시 망설이다 결국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냉랭한 어조로 다시 말을 걸었다.“그래서요? 저를 왜 부른 거죠? 본론을 얘기하세요.”“사실 별다른 이유는 없어요. 지난번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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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5화

예천우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박민정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미세하게 떨렸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사실 처음 그를 봤을 때부터 그녀는 예천우에게 깊고도 강렬한 인상을 느꼈다. 그것도 어딘지 모르게 편안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당시에는 예천우와 다시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나게 되었고 하필 이번 임무의 대상이 예천우라는 걸 알게 되자 박민정은 한동안 혼란스러웠다.만약 처음부터 상대가 예천우라는 걸 알았다면 사부님이 미인계라는 방법을 제시한 순간 그녀는 강력히 반대했을 것이다. 아무리 사부님의 은혜가 산보다 높다 하더라도 이 남자만큼은 그녀의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하지만 태상망정록을 오랜 세월 수련한 그녀답게 이내 평정을 되찾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이미 말씀드렸어요. 수련 외엔 관심 없어요. 특히 남자에게는 더더욱 없어요.”“민정 씨가 남자에게 관심이 없다고 해서 제가 민정 씨를 좋아하는 것도 안 된다는 건 아니잖아요?”예천우가 빙긋 웃으며 받아쳤다.이런 언쟁에서 그녀가 예천우를 이길 리 없었다. 박민정은 짜증이 난 목소리로 대답했다.“더는 말장난하고 싶지 않아요. 별다른 용건이 없다면 돌아가겠어요.”“용건 있어요.”예천우가 급히 붙잡듯이 말했다.“뭔데요?”“이번에 용도로 가는 길이 위험할 수도 있어서요. 민정 씨가 절 도와줬으면 좋겠어요.”“제가 왜 그쪽을 도와야 하죠?”“전 민정 씨가 필요해요.”“예천우 씨,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정말 화낼 거예요.”박민정은 당황하고 짜증도 났다. 아직 평범한 친구 관계조차 아닌데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너무 무례했다.“그게 아니라... 정말로 도와줬으면 해서 그래요. 조건이 있으면 뭐든 말해 봐요. 가능한 일이면 전부 들어줄게요.”예천우는 진지하게 말했다.“정말이에요?”“물론이죠.”“이 말 꼭 기억하세요. 나중에 딴소리하지 마시고요.”박민정은 속으로 잠시 생각했다. 일단 그 옥패만 빌려서 확실히 확인만 해두면 나중에 뺏어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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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6화

예명한은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저 녀석이 어떤 수작을 부리든 상관없어. 저렇게 뻔뻔한 놈은 혼쭐을 내줘야 해!”옆에서 하위림이 급히 나서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미 제대로 준비해 놓았어요. 이번에 형님 확실히 멋지게 보여줄게요. 이렇게 하면 저 미녀들까지 한 번에 사로잡을 수 있을 겁니다. 이제 형님이 미녀들과 즐겁게 지내는 일만 남은 거죠.”이 말에 예명한은 눈을 번쩍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방금 봤던 두 여자는 둘 다 절세미녀였다.‘둘 중 하나라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하늘을 날 듯한 기분일 텐데 만약 두 명을 다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위림은 이어서 여동생 하은별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제 네가 나설 차례야. 확실히 해줘야 해.”하은별은 내심 탐탁지 않았다. 그녀도 역시 예명한과 잘 해보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애매하게 행동했다가는 앞으로 예명한 근처에 접근할 기회조차 잃게 될 수도 있었다.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명한 오빠, 저한테 맡겨주세요!”그녀는 곧장 연결 통로에서 퍼스트 클래스 쪽으로 돌아왔고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 일부러 몸을 흔들며 예천우의 옆자리로 천천히 다가갔다.예천우의 옆을 지나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꺅!”예천우는 어이가 없었다. 선우서림 때문에 저들이 자신에게 접근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뻔하고 흔한 수법을 쓸 줄은 몰랐다.‘이제 뻔하게 날 성추행범으로 몰겠지.’역시나 예상대로 하은별은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소리쳤다.“이 뻔뻔한 변태 새끼야! 왜 날 만져?”예천우는 어이가 없어서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내뱉었다.“웃기지 마. 너 같은 수준 낮은 여자를 내가 왜 만져? 공짜로 줘도 싫어.”이 말을 듣자 하은별은 제대로 폭발했다. 그녀는 길거리의 악다구니를 하는 여인처럼 악을 쓰며 외쳤다.“뭐라고? 이 변태 새끼가 어디서 뻔뻔하게 거짓말까지 해? 날 만져놓고서 적반하장이야!”이때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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