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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Author: 류한나
박지연은 조수연도 사람을 시켜 유혜린의 약점을 폭로하려고 했으나 유혜린이 이미 네티즌들에게 온씨 가문에서 별별 모함을 다 할 거라며 그것마저 증거로 결찰에 넘기겠다고 말한 전후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유혜린은 확실히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아이를 잃은 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차에 치인 상처까지 애처롭게 보여주는 바람에 많은 네티즌들의 동정과 지지를 얻었다. 그러다 보니 조수연이 제공한 그 증거들은 별 반향도 일으키지 못했다.

“온 닥터는 널 찾아오지 않았어?”

고은서가 다시 물었다.

박지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에 현석 씨 변호사가 자기 어머니를 고소했을 때도 그 사람은 분명히 그 사실을 알았을 텐데 날 찾지 않았어. 지금 와서 올 리가 없지.”

조수연이 한 짓을 생각하면 온승준은 차마 박지연을 찾을 체면이 없을 것이다. 그가 그때 집안일에 조금만 신경 쓰고 조수연의 행동을 제지했더라면 박지연은 이토록 철저히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고 온씨 가문도 지금 상황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유혜린이 이렇게 큰 소동을 일으키는 게 단순히 화풀이를 하려는 걸까?”

고은서의 의아함에 박지연이 답했다.

“전 병원의 과장이 말하길 유혜린은 지금 업계 내 평판도 좋지 않대. 이번 일을 키운 건 아마 큰돈을 뜯어내려는 속셈인 거 같아.”

고은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유혜린의 아이는 온승준의 아이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그 둘의 결혼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었다. 사람은 잃었지만 재산까지 놓칠 순 없다는 생각은 현실적인 판단이었다.

“이번엔 온씨 가문에서 제대로 한방 먹게 생겼네. 온승준 어머니도 결국 업보를 받았지. 그렇게 고르고 또 골랐던 며느리 손에 당했으니.”

고은서는 약간 통쾌하다는 듯 말했다.

박지연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온 닥터는 조금 안됐어. 남편으로서는 엉망이었지만 의사로서는 훌륭했거든. 지금 이렇게 휘말려서 의사 자격증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고은서는 그 말을 듣고 급히 경고했다.

“지연아, 이런 말은 절대 현석이 앞에서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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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220화

    추운 건지, 아니면 송민준 때문에 큰 충격을 받은 건지 고은서는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곽승재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대답했다.“알았어.”헬리콥터가 서서히 상승했고 지상의 송민준은 어느새 작은 점처럼 보였다.곽승재는 통화를 마친 후 다시 고은서를 품에 안았다.그녀는 기진맥진한 채 곽승재에게 기대어 체온을 느꼈다. 그의 힘찬 심장 소리를 들으니 비로소 몸을 엄습하던 차가운 기운이 조금 사라지는 듯했다.“곽승재, 내가 위험에 처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고은서가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곽승재는 고은서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을 잡았다. 그는 부하 직원에게서 전혜라와 송민준의 관계에 대한 자료를 받자마자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그런데 고은서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고 병원에 있다는 운전기사의 말과 달리 송민아는 그녀가 이미 떠났다고 했고 유일의 동료도 그녀가 호텔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송민아는 또 곽승재에게 송민준이 그녀를 보러 간다고 했었는데 그 역시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곽승재는 즉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알고 사람을 보내 병원의 CCTV를 확인하는 한편 항공 노선을 신청해 X국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고은서가 병원에서 납치당했다는 걸 알게 된 곽승재는 현지의 권위 있는 인사에게 연락해 경찰에 압력을 넣어 최대한 빨리 고은서를 찾도록 했다.그가 X국에 도착했을 때 경찰은 이미 용의자를 찾아낸 상태였다.곽승재도 고은서가 납치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녀가 전날 밤 가여운 모녀에게 돈을 주었는데 그 여자가 물건을 사다가 불량배들에게 현금을 들킨 것이었다.그들은 그녀에게 돈의 출처를 캐물은 후 고은서가 매우 부유하다고 생각하고 그녀의 딸을 잡아 협박하면서 고은서를 찾도록 시켰다.그녀는 고은서가 밤에 다시 병원에 온 걸 알게 되자마자 불량배들에게 알렸고 그들은 고은서를 납치해서 큰돈을 뜯어내기로 했던 것이었다.납치 소식과 고은서와 송민준이 이미 도망쳐서 산골짜기로 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 어게인, 비긴   제12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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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2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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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2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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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1216화

    다른 사람의 삶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혹시... 어머니를 미워한 적이 있어?”고은서는 이 질문을 가장 하고 싶었다.어머니로서 왜 아이에게 잘해주지 못했을까?갑자기 찬 바람이 불어왔다. 송민준이 기침을 몇 번 하더니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을 향해 숨을 내쉬기만 할 뿐 고은서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고은서는 자신이 송민준의 상처를 들쑤시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사람마다 부모에 대한 감정은 다르지만 부모의 사랑을 갈망한다는 점은 똑같을 것이다.어린 시절 외할아버지가 그녀를 매우 아끼고 예뻐해 줘서 사랑이 부족한 적은 없었으나 아버지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 물었다가 거절당했을 때 어머니에게 화를 낸 적도 있었다.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다.어머니가 그녀를 낳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었다.송민준이 아무리 완벽하고 강해 보여도 어머니에 대한 감정은 복잡할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조금 전 얘기를 꺼냈을 때 흔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송민준의 어머니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지만 계속 물어보는 건 실례일 것 같아 고은서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면서 구름층 뒤에서 한 줄기 빛이 나타났다. 마치 암흑으로 가득한 하늘에 새로운 길이라도 열어준 것 같았다.비록 아직 선명하게 보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변 환경을 대충 확인할 수는 있었다.이곳은 온통 자갈밭이었고 황량하고 공허해서 이유 모를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고은서는 무의식적으로 송민준을 쳐다보았다. 바닥에 누워 살짝 거친 숨을 쉬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괴로워 보였다.그녀도 온몸에 다양한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지만 송민준보다는 훨씬 나았다.몸을 일으켜 송민준의 이마를 만져보니 여전히 뜨거웠다. 그런데 그는 추운지 몸을 약간 웅크리고 있었다. 감기로 인한 고열은 으슬으슬 춥다가 또 더워지곤 한다.고은서는 전에 송민준에게 줬던 물티슈를 찾아 뜯은 후 그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

  • 어게인, 비긴   제1215화

    평소 다정하고 점잖던 모습과 달리 지금 송민준의 말투에는 조롱과 무관심이 섞여 있었다. 마치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 것처럼.고은서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일단 그를 부축했다.“일단 평평한 곳에 앉아 있어.”송민준을 겨우 부축하여 옆에 눕히고 나니 두 사람 모두 기진맥진했다. 그의 몸 절반이 고은서에게 기대어 있었다.이런 상황, 이런 장소에서 고은서는 송민준을 피하지 않았다. 힘이 없기도 했고 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주머니에 물티슈가 있는 게 떠올라 더듬거리며 꺼낸 다음 송민준에게 건넸다.“땀이라도 닦아.”송민준은 다친 곳이 많이 아픈 듯 물티슈를 쥔 채 꼼짝도 하지 않았고 그의 숨결에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아침부터 몸이 좋지 않은 데다가 밤에는 황량한 산속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기절해 있었다. 게다가 조금 전에 도망치고 구르기까지 했으니 체력이 거의 바닥날 만도 했다.고은서는 이렇게 힘없이 축 처진 송민준을 본 적이 없었다. 아까 송민준이 자신을 비웃듯 목숨이 질기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참지 못하고 물었다.“오빠, 어렸을 때 많이 힘들었어?”송민준의 숨소리가 살짝 멈췄다가 덤덤하게 되물었다.“고은서, 지금 날 동정하는 거야?”고은서가 솔직하게 말했다.“그냥 궁금해서. 대답하기 싫으면 못 들은 거로 해.”송민준은 몸을 옆으로 움직이며 고은서와 거리를 두었다.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던 그때 갑자기 입을 열었다.“나랑 민아는 배다른 남매야.”두 사람의 어머니가 다르다는 사실을 고은서는 이미 송민아에게서 들었지만 그래도 놀란 얼굴로 물었다.“그럼 오빠 어머니는?”열이 심하게 나서 정신이 흐릿한 듯했다.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고은서에게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송민준은 부모님의 사랑으로 맺어진 결실이 아니라 어머니가 어쩔 수 없이 그를 낳은 것이었다.그의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그를 싫어했고 늘 작은 방에 혼자 갇혀 지냈는데 이웃의 도움을 받아야 겨우 밥을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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