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죽기 전엔 못 놔줘: Bab 1901 - Bab 1910

2010 Bab

제1901화

박민정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남자와 말다툼을 벌이는 진서연을 말렸다. 그러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그 남자를 쏘아보며 말했다.“충고하는데 말 좀 가려서 하세요. 누가 여자는 클럽에서 술 마시면 안 된다고 정하기라도 했어요? 클럽에서 술 마시는 여자는 다 나쁜 여자예요?”남자는 연달아 망신을 당하고 박민정에게까지 반박당하자 점점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의 신사적인 태도는 한순간에 사라져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다.“너,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기나 해?”“너희 엄마가 말 안 해줬어?”박민정은 똑같이 되받아쳤다. 그녀의 그 한마디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러나 그 남자의 얼굴은 눈에 보일 정도로 시커멓게 변해갔다.“그래, 좋아. 어디 두고 봐.”남자는 한 마디 내뱉고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박민정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 계속해서 술을 마셨다.그리고 곁에 있던 설인하가 먼저 입을 뗐다.“성원 씨한테 연락해서 대신 처리 좀 해달라고 할게요.”“그럴 필요 없어요. 우린 계속 놀던 대로 놀면 돼요. 여기 사람들도 많은데 그 남자가 더 이상 뭐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박민정은 밖에 경호원도 두고 있었기에 그 남자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박민정의 말에 설인하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했다.곁에 있던 진서연도 한마디 거들었다.“잊지 마세요. 저 싸움 잘해요.”설인하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맞네요, 맞네요. 깜빡할 뻔했어요. 저 인간 꼭 한 번 제대로 손 좀 봐줘야겠어요.”한편, 그 남자는 제자리로 돌아가는 길에 마침, 이 곳으로 놀러 온 유주아와 마주쳤다.순간, 남자는 얼굴빛이 확 변하더니 유주아에게 물었다.“주아 씨가 이런 곳엔 어쩐 일이에요?”유주아의 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그녀와 맞선을 본 남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은 심홍원이었다. 그의 아빠는 확실히 상업계에서 손꼽히는 인물로 유명 항공 그룹의 대표직을 맡고 있었다.유주아의 아빠는 늘 그녀에게 심홍원은 착실한 사람이라고 칭찬했었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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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2화

비록 유주아가 말로는 강하게 나왔지만, 사실 그녀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남자였고, 힘도 훨씬 셌다. 심홍원의 손을 뿌리치려고 해도, 그녀에겐 역부족이었다.“알겠어요, 알겠어요. 화 풀고, 우리 이제 집에 가요.”심홍원의 머릿속에는 못된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유주아처럼 자존심이 강한 여자는 애초에 순순히 말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압적으로 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심홍원이 눈짓을 보내자, 곁에 대기하던 경호원이 곧장 다가왔고, 심홍원은 망설임 없이 유주아의 입을 틀어막고, 그녀를 억지로 끌어안았다.“됐어요, 주아 씨. 다신 이런 데 안 온다고 약속할게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화 좀 풀어요.”심홍원은 마치 유주아와 연인인 척 능청스럽게 연기하며 그녀를 바깥으로 질질 끌고 나갔다. 옆에 있던 경호원도 능숙하게 그를 거들었다.유주아는 여자인 데다 상대는 건장한 남자 둘이었다. 힘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었고, 결국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심홍원이 사람들 눈앞에서 이런 짓까지 벌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었다.그 순간, 박민정 일행이 이 모습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 걸 직감했다.“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네.”진서연이 비아냥거리듯 중얼거렸다.민수아 역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저 여자, 아무리 봐도 저 남자 여자친구 아닌 것 같지 않아?”박민정은 아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나도 그렇게 보여. 우리 따라가 보자.”유주아가 저 더러운 남자에게 무슨 짓이라도 당할까 걱정이 된 박민정은 마음이 급해졌다. 그렇게 박민정, 민수아, 진서연 세 사람은 곧장 클럽 밖으로 나갔다. 조하랑은 그 자리에 남았고, 설인하가 그녀 곁을 지키고 있었다.한편, 제우스 클럽 밖.심홍원은 유주아를 억지로 차에 태우려 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유주아가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고, 그래서 강제로 관계를 맺은 뒤, 언론에 기사를 퍼뜨릴 계획을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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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3화

심홍원은 잠시 당황한 얼굴로 세 여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고 반박했다.“이건 나랑 내 여자친구 사이의 일이에요. 당신들은 참견하지 마세요.”“헛소리 하지 마! 내가 왜 네 여자친구야?”유주아가 발끈하며 소리쳤다.그녀는 박민정 일행을 찬찬히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제우스 클럽 안은 조명이 어두워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에, 이제야 박민정을 알아본 것이었다.하지만 박민정은 유주아를 단 한 번 본 적밖에 없어서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유주아는 박민정이 유남준의 아내라는 걸 알고 있었고, 가족 모임에서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박민정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혹시라도 박민정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사람이란 게 속을 알 수 없는 법이니 먼저 다가갔다가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까 염려됐던 것이었다. 상류사회에선 소문이 빠르게 퍼지기에, 괜히 입방아에 오를 수도 있었으니까.“제발 도와주세요. 저희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유주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히 말했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심홍원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못 들으셨어요? 저 여자가 당신 여자친구 아니라고 했잖아요.”그리고 다시 한번 경고했다.“좋게 말할 때 그만 놓으시죠.”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심홍원은 일이 커지기 전에 유주아를 끌고 차에 태우려 했다.하지만 그때, 진서연이 더는 참지 못하고 팔을 걷어붙이며 다가갔다.그녀는 단숨에 심홍원을 업어치기로 바닥에 메쳤다.쿵!심홍원은 땅에 처박히며 고통에 몸부림쳤고, 그의 경호원이 달려들려는 순간, 박민정의 경호원들이 재빠르게 나서 상황을 제지했다.그 순간, 심홍원의 경호원은 압도당한 듯 움직이지 못했고, 이내 심홍원 곁으로 가서 그를 부축했다.“도련님, 저쪽 인원이 많습니다.”경호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하지만 심홍원은 전혀 이해할 마음이 없었다. 오히려 고래고래 소리치며 경호원을 몰아세웠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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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4화

“그 인간, 단순히 능글맞은 것도 모자라서 범죄까지 저지르려던 사람이에요. 아까 어떤 여자를 강제로 차에 태우려 했다니까요. 누가 봐도 수상했어요.” 진서연이 여전히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한 채 말했다.그 말을 듣고 방성원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누군지 내가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요.”감히 자기 구역에서 이 소란을 피우다니, 방성원은 그 남자가 분명 제정신이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아까 분명 자기 아내에게도 집적거렸던 놈이니, 방성원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방성원은 즉시 호텔 매니저를 불러 CCTV 영상을 확인하게 했다.그리고 그가 호텔에 도착한 지 10분도 채 안 돼 문제의 남자가 심홍원임을 알아냈다.그는 망설임 없이 곧장 심씨 가문에 연락을 취했다.한편, 유주아는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다. 하지만 막상 거실에 들어서자, 부모님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소파에 앉아 있었다.그 모습에 유주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지금 저... 놀리시는 거예요?”그녀의 목소리엔 억눌린 분노가 배어 있었다.“그렇게 안 했으면 네가 순순히 돌아왔겠니?”유주아의 엄마는 못마땅한 얼굴로 딸을 보며 말했다.“어른 와 봐라. 우리가 또 몇 명 골라놨어.”그 말을 들은 순간, 유주아의 머릿속에 심홍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참았던 분노가 한순간에 터져 나왔다.“내가 몇 번을 말했어요? 소개 안 받는다고요! 오늘 제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기나 하세요?”“무슨 일이 있었는데?”그녀의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하마터면 엄마, 아빠가 소개해 준 그 심홍원이라는 남자한테... ”그녀는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그녀의 얼굴엔 수치심과 두려움이 뒤엉켜 있었다.그제야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유주아의 엄마가 급히 딸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레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래? 주아야, 천천히 말해 봐.”유주아는 떨리는 숨을 가다듬으며, 그제야 진정된 목소리로 방금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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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5화

“크윽...!”심홍원은 제대로 피하지도 못한 채 가슴팍을 얻어맞고는 그대로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숨을 헐떡이며 연신 기침을 토해냈다.“켁, 켁... ”아빠의 분노에 심홍원은 한마디 반항도 못 하고 있었다.그는 이 모든 게 억울하기만 했었다. 그는 원래 오늘 밤 자신이 맞았다고 모욕당했다고 제대로 복수를 해달라고 아빠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러 돌아온 것이었다. 그런데 돌아오자마자 오히려 아빠한테 뺨도 아니고 발길질을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 멍청한 놈! 오늘 네가 건드린 사람들, 누군지나 알고 이러는 거냐?”심홍원의 아빠는 이성을 잃은 듯 아들에게 소리쳤다.“네?”심홍원은 얼빠진 얼굴로 되물었다.“그중 한 명은 방성원의 아내고, 또 한 명은 유남준의 아내야! 거기다 김씨 가문의 며느리까지! 너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심홍원의 아빠는 분노로 가슴이 죄어오더니 심근 경색이 발작될 지경이었다.“그중에서도 네가 말한 그 여자, 박민정이라는 여자 말이야. 누군 줄 알아? 바로 지엔 그룹의 대표야! 우리 이씨 집안이 몇 년째 거래하고 있는 지엔 그룹 말이다! 그런 사람을 네가 감히 건드려? 제정신이야!”“뭐라고요?”순간 심홍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생각해 보니, 그 자리의 여자들은 하나같이 남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말투며 눈빛이며 전부 만만치 않은 아우라가 느껴졌고 게다가 빼어난 미모에 대단한 용기까지 가지고 있었다.만약 심홍원이 미리 그 다섯 여자의 신분을 알았더라면 감히 근처에도 가지 못했을 것이었다.“그럼, 저...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그의 아빠는 울화통이 터진 듯, 이를 꽉 깨물고 손가락으로 아들의 이마를 콕 찔렀다.“뭘 어떻게 해?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해!”“우리가 그나마 지금까지 무사한 건 다 네 형 덕분이야. 너 하나만 믿었다면 이 집안은 진작에 말아먹었어.”심홍원은 억울한 듯 입술을 달싹였다.“...아빠는 늘 형만 좋아하시죠. 아빠가 형만 편애하시지 않았더라면 제가 이런 무리수까지 뒀겠어요?”짝!심홍원의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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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6화

유남준이 무언가 더 말하려던 찰나, 차가 병원 입구에 도착했다.“내일 봐요.”“응, 그래요.”박민정은 손을 가볍게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넨 뒤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병실로 들어서자, 간병인이 다가와 말했다.“오늘 사모님께서 한 번도 안 깨시고 푹 주무셨어요.”“그래요?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 이제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네, 고생 많으셨어요.”박민정은 엄마 정수미를 위해 몇 명의 간병인을 고용해 두었고, 이 아주머니는 야간 근무 담당이었다.박민정은 옆방에서 조용히 잠자리에 들었다.이튿날 아침, 박민정은 엄마와 함께 소소한 아침 식사를 마쳤다.그때, 정민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말은 충격적이면서도 어쩐지 예상한 그대로였다. 박민호는 최근 엄청난 빚을 지고 있었고, 유주아와의 결혼만 성사되면 상당한 지참금을 받아 그 빚을 메우려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박민정은 헛웃음을 지었다.‘박민호가 갑자기 성실하게 사업을 한다고 해서 의아했는데, 결국엔 이런 속셈이었구나.’한때 여유롭게 살던 박씨 가문의 재산을 모조리 말아먹은 장본인이 바로 박민호였다. 그런 그가 이제 와서 남의 귀한 딸을 아내로 삼겠다고 하니, 박민정은 헛웃음이 나왔다.“알겠어요. 수고했어요.”짧게 대답한 뒤 박민정은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이쯤에서 박민호에게도 뼈저린 대가를 한 번쯤은 치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안 그러면 박민호는 계속 이렇게 무책임하게 살 것이 뻔했었다. 게다가 유주아 같은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하니, 박민정은 박민호에게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줄 예정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그녀는 그제야 오늘 혼인신고를 하기로 했다는 걸 떠올렸다. 그리고 마침 이번 기회에, 박민호에게 맡겼던 회사의 실권도 유남준에게 전부 회수해달라고 얘기할 참이었다.박민정이 병원 밖으로 나오자, 유남준이 차 옆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유남준은 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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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7화

두 사람은 함께 구청 민원실에서 혼인신고를 마쳤다.서류를 확인하고 도장을 찍는 순간까지, 박민정은 어딘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진짜 우리가 다시 결혼하는 거구나... ’모든 절차가 끝나고, 유남준이 박민정에게 말했다.“잠깐만. 여기 좀 앉아 있어.”박민정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유남준은 대꾸 없이 곧장 무인민원발급기로 향했다.잠시 후, 그는 한 장의 종이를 들고 돌아왔다. 그것은 바로 혼인관계증명서였다.유남준은 흐뭇한 표정으로 혼인관계증명서를 박민정에게 넘겼다.“이제 다시 진짜 부부가 되었네.”박민정은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 듯 멍하니 서류를 바라보다가, 이내 유남준에게 건넸다.그는 자연스럽게 증명서를 받아 챙기며 말했다.“이런 건 내가 잘 보관할게. 너 또 어디 흘릴지도 모르잖아.”박민정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잃어버리면 또 민원 넣어야 하니까요.”“그것도 그렇지만... ”유남준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이걸 집에 잘 보관해 두면, 네가 쉽게 이혼 같은 소리는 못 꺼낼 거 같아서.”박민정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그걸 위해 이 서류를 보관해요?”“당연하지.”유남준은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다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이제 우리 축하할 겸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유남준은 마치 처음 연애를 시작한 청년처럼 들뜬 표정이었다.박민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맛있는 거 먹고 싶어요.”“그래. 뭐든지 말만 해.”유남준은 박민정을 위해 차 문을 열어줬고, 두 사람은 나란히 차에 올랐다.차에 오른 뒤 박민정은 운전석에 앉은 유남준에게 레스토랑 이름을 말했고, 유남준은 그대로 목적지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도착한 곳은 박민정이 평소에 눈여겨보던 식당이었다.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한 뒤, 박민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아, 남준 씨. 오늘 민기 씨가 알려줬는데, 박민호가 또 상당한 빚을 졌대요. 그리고 유주아 씨랑 결혼하게 되면 지참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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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8화

한편, 유씨 가문의 옛 저택에서는 고영란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유명훈의 동생 며느리, 즉 유주아의 엄마 최영선이었다.전화를 받자, 고영란은 웃으며 말했다.“어머, 영선 언니? 바쁜 줄 알았는데 웬일로 전화를 다 주셨어요?”“영란아, 내가 이렇게 전화를 한 건 네 며느리한테 꼭 직접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 그래.”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최영선의 목소리는 다소 진지했다.“네? 우리 민정이한테요? 갑자기 무슨 감사를 전해요?”고영란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최영선은 어제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고영란에게 설명해 주었다.고영란은 이야기를 들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민정이가 주아를 구했다고요?”“그래. 그때 네 며느리 덕분에 주아가 무사했지. 네 며느리 아니었으면 우리 주아는 정말 위험했을 거야. 그래서 말인데, 혹시 시간 괜찮으면 네 며느리 좀 만나게 해줄 수 있을까? 나랑 주아가 직접 가서 인사드리고 싶어.” 고아랑은 흔쾌히 대답했다.“그럼요, 우리 며느리한테 얘기해 볼게요.”고영란은 흔쾌히 약속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곧장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아가, 할 얘기가 있으니 오늘 저택에서 같이 저녁 먹자. 중요한 일이니까 꼭 와.”마침, 오늘 별다른 일이 없던 박민정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유남준에게 전했다.“오늘 저녁에 어머님께서 저택에 잠깐 들르라고 하셨어요. 따로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 봐요.”유남준은 잠깐 젓가락질을 멈추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응.”고영란 이야기가 나오자, 두 사람은 자연스레 얼마 전 고영란이 유지욱에게 이혼을 요구한 일이 떠올랐다. 비록 고영란은 여전히 유씨 가문 옛 저택에 머물고 있지만, 만약 정말 이혼하게 된다면 앞으로 그녀가 어디서 지내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그 시각, 저택 안. 고영란은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때, 방 한쪽에서 머리를 반듯하게 넘기고 새 양복 차림으로 말쑥하게 차려입은 유지욱이 보였다. 게다가 손목에는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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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9화

유석진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안 그래도 그는 오늘 아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몇몇 친구들을 만나기로 계획했던 참이었다.유석진이 나간 후, 고영란은 그제야 조금 편안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렇게 저녁 무렵이 되고, 최영선은 유주아와 함께 고영란의 집에 도착했다.유주아는 원래 박민정에게 직접 연락하려 했지만, 결국 박민정의 연락처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화로 인사를 전하는 건 성의 없어 보일까 봐, 이렇게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주아야, 얼른 앉아.”고영란은 그녀를 반갑게 맞이하며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유주아는 두리번거리다가 고영란에게 물었다.“민정 언니는 아직 안 오셨나요?”고영란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응, 지금 오고 있을 거야.”유주아는 대답 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최영선이 대화를 이어갔다.“원래는 주아 아빠도 같이 오려고 했는데,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못 왔어. 다음에 직접 찾아와서 인사드린다고 하더라.”“집안 사람끼리 굳이 그렇게 할 필요 없어요.”고영란은 여전히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그리고 두 사람은 유주아의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심씨 가문 사람이라고 해서 믿었었는데, 심홍원이 그런 못된 놈일 줄은 전혀 생각 못 했어. 하마터면 우리 딸 인생을 망칠 뻔했잖아.”최영선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뗐다.고영란은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까요. 사람은 외모만 봐서는 모른다고, 반듯하게 생겨서는, 심씨 가문 둘째 아들이 그런 사람인 줄 누가 알았겠어요. 언니도 알고 소개해 준 거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요.”유주아도 이제는 걱정을 내려놓은 듯했다.“맞아요, 엄마. 괜히 자책하지 마세요. 이제 저한테 결혼하라고 성급하게 소개해 주지만 않으면 돼요. 결혼은 자연스럽게, 시기가 맞을 때 하는 거죠.”“그래.”이제 유주아의 부모님도 완전히 깨달았다. 너무 서두르면 좋은 사위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고영란은 유주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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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0화

“누가 온 거예요?”박민정이 무심결에 물었다.가정부가 밝은 얼굴로 다가와 두 사람을 맞았다.“네, 손님이 오셨어요. 사모님을 뵈러 오신 분들이에요.”‘나를?’박민정은 순간 어리둥절했다.이 유서 깊은 저택까지 자신을 찾으러 온 사람이 누구일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생각에 잠긴 채 유남준과 함께 안으로 들어서자,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전날 밤 구해준 여자, 유주아가 거기 앉아 있었다.유주아는 맑고 투명한 눈빛으로 박민정을 바라보며 따스하게 웃었다.“민정 언니, 남준 오빠.”곁에 앉아 있던 최영선도 반가운 듯 일어나 두 사람을 맞이했다.“민정 씨, 남준이도 같이 왔구나.”유남준은 자연스럽게 박민정에게 두 사람을 소개했다.“여긴 우리 큰어머니, 최영선 여사님. 이쪽은 내 사촌 동생 유주아야.”박민정은 깜짝 놀랐다.‘어젯밤 그 여자가 유주아였다니, 세상에... ’이런 기막힌 우연이 또 있을까 싶었다.박민정은 정신을 가다듬고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어서 앉으세요. 다들 앉아서 편하게 이야기해요.”네 사람이 모두 서 있는 것을 본 고영란이 얼른 손짓하며 자리를 권했다.모두가 자리에 앉자, 최영선은 군더더기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민정 씨, 어젯밤 정말 고마웠어요. 민정 씨랑 친구분들 덕분에 우리 주아가 무사할 수 있었어요.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박민정은 고개를 저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과찬이세요. 별일 아닌걸요.”“아니에요, 그게 어떻게 별일이 아니에요?”유주아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이며 말을 받았다.“언니, 그날 진짜 용기 있게 나서줬어요. 그리고 언니 옆에 있던 분도 정말 멋졌어요.”그녀는 이내 흥분한 듯 진서연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그 여자분, 어려 보이는데 힘이 정말 세더라고요. 그 덩치 큰 심홍원을 가볍게 업어치기로 넘어뜨리는 거 있죠?”“정말이야?”고영란이 놀란 눈으로 박민정을 바라봤다.“그분이 누구니?”“진서연이에요. 제 비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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