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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1891 - Chapter 1900

2010 Chapters

제1891화

이튿날, 아침 여덟 시쯤.박민정이 침대에서 일어나려 하자 유남준은 다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품 안에 가뒀다.“왜 벌써 깼어?”유남준의 나른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지자 박민정은 난감한 얼굴로 그의 팔을 풀려고 했지만 역시나 어림도 없었다.하여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다시 누워 그에게 말했다.“출근해야 하니까 빨리 이것 좀 풀어요.”그러자 유남준은 그녀를 더욱 세게 안았다.“더 자도 돼.”회사 대표가 굳이 제시간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박민정이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잠이 안 와요.”순간 유남준의 눈이 갑자기 번쩍 뜨이더니 벌떡 일어나 한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채 물었다.“그러면 우리 재밌는 놀이나 더 할까?”그의 말에 깜짝 놀란 박민정은 빠르게 다시 눈을 감았다.“아, 아니요. 그냥 잠이나 계속 자요.”그러자 유남준도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다시 누웠다.솔직히 오랜만에 이토록 개운하게 잤다.박민정은 그의 품 안에서 갇혀있는 상태로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지만 유남준이 원하니 어쩔 수 없이 불편해도 참아야 했다.아홉 시 반쯤 되자 박민정은 더는 누워있기 힘들어 유남준에게 거짓말했다.“남준 씨, 나 배고파요.”그러자 유남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러면 아침밥부터 먹자.”“네.”그제야 자유로운 몸이 된 박민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침밥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유남준네 셰프는 요리 솜씨가 아주 훌륭했고 아침부터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었다.박예찬, 박윤우는 이미 학교에 갔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출근했다.박민정이 내려오는 모습을 본 셰프는 재빨리 그들이 먹을 아침밥을 다시 데워줬다.유남준은 그녀가 허겁지겁 맛있게 밥 먹는 모습을 한껏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마디 했다.“체하지 않게 천천히 먹어.”“네.”한창 맛있게 먹고 있던 이때, 갑자기 박민정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에 ‘김인우’라는 이름을 본 유남준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설마 재검사받아야 하는 건가?’박민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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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2화

이지원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말을 들은 유남준은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더니 역시나 믿지 못하는 얼굴이었다.워낙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여자라 분명 이번에도 쇼한다고 생각했다.특히 이런 병은 정확하게 진단해 내기 어렵다.“그래, 같이 가자.”유남준이 단번에 가겠다고 하자 박민정은 순간 장난기가 발동해 그에게 슬쩍 물어봤다.“이지원 씨가 신경 쓰여요?”순간 유남준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에게 되물었다.“뭐라고?”“남준 씨 첫사랑이었잖아요. 바로 가겠다는 걸 보니까 신경 쓰이는 게 아니면 걱정하는 건가?”말하다 보니 박민정도 슬슬 질투가 났다.그러자 유남준은 어이없다는 듯이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답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예전에도 말했잖아, 난 그 여자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다고. 그런데 왜 신경이 쓰이고 걱정해?”박민정은 그의 단호한 발언에 그제야 마음이 살짝 놓였다가 다시 물었다.“그런데 왜 저랑 같이 가보려고 해요?”“단순 호기심.”그가 이런 일로 호기심이 생길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박민정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러고 보니 그녀도 궁금하긴 했다.“빨리 먹고 가요.”“그래.”그렇게 박민정은 아침밥을 다 먹은 뒤 유남준이 운전하는 차에 올라탔다.비록 집에 운전기사가 있지만 유남준은 박민정과 단둘이 드라이브하는 걸 좋아했다.이지원이 지금 입원해 있다는 병원은 집과 살짝 멀었는데 차로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렸다.얼마간 달리다 보니 박민정은 저 멀리 하얀색 건물과 울타리 안에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햇볕을 쬐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그리고 가까이 다가가서야 사람들 속에서 익숙한 한 여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이지원도 흰색 환자복을 입고 있었고 긴 머리는 헝클어진 채 한눈에 봐도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이때 옆에 있던 환자가 갑자기 그녀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자 이지원은 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으나 거리가 너무 멀어 정확하게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입구에 도착해보니 병원 원장이 두 사람을 반갑게 맞이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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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3화

간호사가 문을 열고 대기실 안으로 들어오더니 원장한테 말했다.“원장님, 이지원 씨를 데려왔습니다.”그러자 원장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에서 일어서며 박민정에게 최대한 공손하게 말했다.“저는 이만 나가볼 테니까 편하게 말씀 나누세요.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저를 불러주시면 되겠습니다.”“감사합니다.”그렇게 대기실 안에는 세 사람만이 남게 되었고 유남준과 박민정은 말없이 이지원을 빤히 바라보았다.이지원은 아직 두 사람을 보지 못한 듯 그저 고개를 수그린 채 자기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입으로 계속 뭔가를 중얼거렸다.“오빠, 진짜 나랑 결혼할 거야? 민정이가 알고 날 괴롭히면 어떻게 해?”박민정은 너무 어이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이지원!”이지원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눈앞의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누구세요?”“내가 누구인지 기억 안 나? 나야, 민정이.”그녀의 이름이 들리는 순간 이지원은 순간 겁을 먹은 얼굴로 빌기 시작했다.“민정아,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그런 실수하지 않을게. 나도 많이 반성했으니까 한 번만 봐주라. 더 이상 거짓말도 하지 않을게... 우리 한때는 친구였잖아?”그리고 박민정의 손을 잡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난 윤소현 씨처럼 감옥에 들어가기 싫어.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살고 싶지도 않고. 이제부터 정신 차리고 연예계에서만 활동하면서 살 테니까 제발 나 한 번만 살려줘.”그녀의 간절한 애원에도 박민정의 얼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아직 덜 미쳤나 보네!”이지원은 순간 말뜻을 알아듣지 못한 듯 갑자기 표정이 돌변하더니 박민정을 매섭게 쏘아보며 말했다.“아니야! 넌 지금 나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어. 내가 진짜 박민정이라고!”박민정의 미간이 순간 찌푸려졌다.그러자 이지원은 차갑게 웃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네가 그 피도 눈물도 없는 이지원이잖아!”그리고 당장에라도 눈앞의 박민정을 때리려고 했다.“빌어먹을 X, 널 죽여버릴 거야!”다행히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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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4화

유남준은 그제야 진정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온 뒤 그녀의 머리를 다시 살펴봤다.그러자 박민정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나도 안 아프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그리고 제정신이 아닌 사람을 굳이 상대해서 뭐 해요?”“그래.”유남준은 담담하게 답했지만 속으로는 당장에라도 이지원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사실 박민정도 애써 쿨한 척 괜찮다고는 했지만 방금 눈앞에서 본 이지원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했다.그런 눈빛은 진짜로 미친 사람 외에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될 만큼 충격적이었다.박민정은 돌아가기 전 원장에게 물었다.“혹시 이지원 씨는 평소에도 많이 폭력적이었나요?”그러자 원장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아니요. 여기에 온 이후로는 말도 잘 듣고 다른 환자분들과도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약 그런 환자가 들어오면 오히려 자발적으로 피하더라고요.”박민정은 그제야 뭔가 알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아닙니다. 설마 방금 사모님께 손을 댔나요?”그의 물음에 박민정은 굳이 숨길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안정이 필요해 보이더라고요.”“알겠습니다.”원장은 재빨리 간호사에게 알렸다.“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제 지인도 이쪽 분야의 전문가 의사인데 이런 환자한테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곁에 있으면 좋다고 했거든요.”사실 원장도 진작에 김인우를 통해 이지원이 저질렀던 악행들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하여 박민정의 말이 끝나자마자 빠르게 답했다.“저희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두 사람은 그제야 그곳을 빠져나왔고 원장은 그들이 떠나가자마자 이지원의 병실에 비교적 폭력 성향이 센 환자를 안배해 뒀다.박민정이 차에 올라타자 유남준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에게 물었다.“어때 보였어? 이지원이 진짜로 정신이 이상해진 것 같았어?”그러나 박민정은 대답 대신 그를 한참 동안 빤히 바라보다 되물었다.“남준 씨는 어땠는데요? 뭔가 이상한 점 못 느꼈어요?”그러자 유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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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5화

박민정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계속 본론은 숨기고 쓸데없는 얘기만 하는 모습에 더는 못 참고 그의 말을 끊었다.“나 곧 퇴근해야 하는데 별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누나, 잠깐만! 혹시 뭐 하나 부탁해도 될까?”“뭔데?”“내가 지금 형부 도움으로 회사 하나를 차렸잖아. 얼마 전에 고객 만나러 갔다가 한 여자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얼굴도 엄청 예쁘더라고. 나도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혹시 누나가 중간에서 다리 좀 놔줄 수 있나 해서.”예상치도 못한 부탁에 박민정은 어안이 벙벙했다.여태껏 박민호는 연애는 많이 해봤지만 매번 진지하게 만남을 이어가지는 못했다.그러나 말투가 진지한 걸 보니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누구인데?”“유주아 씨. 유씨 가문에서는 이미 유명한 분이던데 누나도 몰라?”왠지 귀에 익은 이름이라 박민정은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유명훈의 장례식에도 왔었는데 그의 형제분 손녀라고 했고 유남준의 사촌 여동생이었던 걸로 기억했다.그러나 얼굴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았다.“이름은 들어봤는데 얼굴은 모르겠어.”박민정은 솔직하게 답했다.“그러면 도와줄 수는 있는 거야?”“내가 한번 물어봐 줄게.”박민호는 그제야 활짝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고마워, 누나!”“먼저 말해두겠는데 물어봐 준다고 했지, 그 뒤에 일은 네가 알아서 해야 해.”사실 그녀도 현재 박민호의 조건으로 유씨 가문의 여자를 만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그러자 박민호가 빠르게 답했다.“난 누나를 믿어.”그렇게 통화가 끝나자마자 박민정이 회사 1층으로 내려와 보니 유남준의 차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데리러 올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그러자 유남준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차 문을 열어줬다.“퇴근해도 할 일이 없더라고.”박민정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그에게 물었다.“혹시 유주아 씨랑 친해요?”“유주아?”유남준은 한참 동안 고민하더니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왜 갑자기 주아에 대해 묻는 거야? 나랑 안 친해.”유주아는 유명훈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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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6화

“그럼 박민호에게 뭐라고 설명할 건데?”유남준이 물었다.그는 박민정이 요즘 박민호에게 잘하는 것이 박민호 본인 때문이 아니라, 과거 박형식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결국 박민호는 박형식의 유일한 아들이었다.“생각 좀 해볼게요.”박민정은 눈을 감았다. 잠시 눈을 붙였다가 다시 떴을 때 유남준에게 말했다.“이 일은 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먼저 알아봐야 할 게 있어요.”박민호는 꽤 오랫동안 자신을 찾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중매를 서달라니, 박민정은 그 속셈에 뭔가 숨겨진 내막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래, 알았어.”병원 문 앞에 도착하자 차가 멈췄다.박민정이 차에서 내리려는데 유남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깊고 아름다운 눈으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민정아.”“왜요? 또 무슨 일 있어요?”박민정은 영문을 몰라 물었다.“이리 와 봐.”박민정은 이상하게 생각하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남자의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내려앉았다.운전기사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박민정은 어색해하며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별거 아니야. 그냥 이마에 뽀뽀한 거야.”이상하게도 그는 박민정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비록 짧은 하룻밤일지라도 아쉬웠다.박민정의 얼굴은 불타는 듯 붉어졌다. 그녀는 그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여기 사람도 있는데.”“괜찮아. 아무도 못 봐.”유남준은 개의치 않았다.박민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남준 씨 때문에 못 살아.”그녀가 다시 가려고 하자 유남준은 여전히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내가 뽀뽀했으니, 너도 나한테 뽀뽀해 줘야지?”이 사람은 어쩌면 이렇게 뻔뻔해졌을까?자기가 뽀뽀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박민정은 손을 빼내려 했지만 유남준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여 남자의 뺨에 입을 맞췄다.“됐죠?”“응.”유남준은 눈가에 웃음을 머금었다.박민정은 그런 그를 보며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이가 몇인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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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7화

정수미 역시 박민정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거절하지 않고 체리를 하나씩 입에 넣었다비록 입안 가득 쓴맛이 감돌았지만, 딸이 직접 씻어준 과일을 먹으니 달콤하게 느껴졌다.“맛있다.”정수미가 웃으며 말했다.박민정은 그녀가 또 불편해할까 봐 너무 많이 주지 않았다.조금 먹인 후 박민정은 그녀의 팔을 안았다.이제 두 사람의 관계는 가족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아마 이것이 핏줄의 힘일 것이다.정수미는 박민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민정아, 남준이 일은 어떻게 됐니?”“괜찮아요, 남준 씨가 다 해결했어요.”박민정이 대답했다.“그럼 됐어. 내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잖아. 남준이는 아주 유능한 아이라서 아무에게도 괴롭힘당하지 않을 거야.”정수미가 말했다.“네.”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박민정은 일어나 문을 열자 정호철이 손에 많은 음식을 들고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정호철은 박민정이 지금 여기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지 표정이 약간 어색해졌다.“아가씨.”“호철 아저씨.”박민정이 예의 바르게 불렀다.예전에는 박민정이 정호철을 정 부장님이라고 불렀다. 호칭이 바뀌니 정호철은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아, 정 대표님을 돌보러 오셨군요?”그도 뉴스를 통해 유남준에게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유 대표님은 괜찮으신가요?”“네, 괜찮아요.”박민정이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다행이야.”정호철은 그렇게 말하며 문 앞에 어색하게 서 있었다.박민정은 그가 어머니를 잘 챙겨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어쩔 줄 몰라서 서 있는 것을 보자마자 말했다.“마침 나가서 바람 좀 쐬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오셨네요. 저희 엄마랑 이야기 좀 나눠주세요.”“네.”정호철은 흔쾌히 대답했다. 박민정은 그제야 밖으로 나갔다.그녀가 나가자 정호철은 조심스럽게 병실로 들어가 문을 닫고 정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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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8화

정호철은 그녀가 화를 내자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고개를 들자 그의 눈가가 온통 붉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정수미 역시 그것을 알아채고 마음이 아파졌다.“정 대표님, 화나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저는 정말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더 이상 설득하지 마세요.”정수미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나 때문이지?”정호철은 목이 메었다.정수미는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당신과 살 생각 없어.”정호철은 목에 바늘이 꽂힌 듯 고통스러웠다. 그는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아, 알아요.”“그럼 정말 평생 혼자 살거니?”정수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 분명하게 말했는데도 왜 그렇게까지 마음을 굳게 먹었는지.정호철은 정말 외골수였다. 그는 다시 한번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혼자 사는 게 뭐가 나쁜지 모르겠어요. 대표님이 저를 좋아하지 않고, 함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결혼하지 않는 건 대표님 잘못이 아니에요.”“그리고, 따님과 약속했어요. 대표님 곁을 마지막까지 지켜드리고 나서, 제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요.”정수미는 베개에 기댄 채 숨을 쉬었다.“알겠어. 더 이상 강요하지 않을게.”정호철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리고 또 한 가지.”정수미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민정이가 이전 일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으니 죄책감 느낄 필요 없어.”“안 됩니다!”정호철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당시 제가 따님과 예찬이를 거의 해칠 뻔했어요. 제가 멀쩡히 살아있다면 저 스스로도 용서할 수 없을 거예요!”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한번 결심한 일은 누구도 바꿀 수 없었다.정수미는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 이미 이만큼 나이를 먹었으니, 사람의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알겠어. 하고 싶은 대로 해.”정호철은 그제야 다시 얌전히 앉아 그녀에게 물었다.“의사 불러드릴까요?”정수미는 의아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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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9화

박민호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외할머니,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그 집은 원래 제 것이었어요. 단지 나중에 경매에 넘어갔고 여러 사람을 거쳐 박민정 손에 들어갔다고요.”“그러면 그 애가 너한테 돌려줘야지. 딸이라니, 게다가 양녀인데 어떻게 박씨 집안의 집을 차지할 수 있어?”김말숙은 집과 재산은 아들에게 줘야 하는 것이지 딸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했다.박민호도 그녀가 나이가 많아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외할머니, 어쨌든 앞으로 그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시면 안 돼요. 지금은 정씨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이고, 유남준 씨의 부인이잖아요. 외할머니 친손자인 저도 그 사람 덕분에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고요!”김말숙은 이 말을 듣고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그래, 알았다. 앞으로 그 애한테 함부로 안 할게. 그런데,”김말숙은 잠시 멈칫하다 말을 이었다.“유씨 집안의 그 아가씨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하지 않았니? 그 애가 결혼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니? 내가 전에 유씨 집안이 갔었을 때 그 부부가 어찌나 얄밉던지.”박민호의 눈빛이 수상하게 변했다.“저희끼리는 안 되겠지만, 누나와 형부라면 분명히 해낼 수 있을 거예요.”그는 자기 주제를 알았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절대 유주아에게 장가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의 누나는 지엔 그룹의 대표이고, 형부는 IM 그룹의 책임자였다. 두 사람이 도와준다면 유주아의 부모도 감히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그러면 다행이고. 그 유주아 부모라는 사람들 너무 거만하더라. 네가 그 집 딸을 데려오면, 나중에 걔네 집안을 아주 제대로 휘어잡을 수 있을 거야.”유주아 역시 외동딸이었다.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낳을 때 사고가 발생해서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유주아와 결혼하는 것은 곧 그 집안의 재산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바로 박민호가 박민정에게까지 부탁한 이유였다.그는 이미 결혼할 나이가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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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0화

제우스 클럽.조하랑도 한걸음에 달려왔다.박민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하랑아, 너 아직 배에 아기가 있잖아. 어떻게 여기 왔어?”조하랑은 그녀의 팔을 붙잡고 애교를 부렸다.“걱정 마. 나 술 안먹잖아. 오랜만에 우리끼리 모이는 건데 나만 빼놓을 수 없잖아?”“그럼 약속한 거야. 조금 있다가 조심해야 해.”박민정은 그녀를 가장 안쪽 자리에 앉히며 사람들이 부딪히지 않도록 했다.“알겠어!”조하랑이 약속했다.그녀는 임신한 후로 사실 별로 불편한 것을 느끼지 못했다. 가끔 입덧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박민정은 그녀를 보호해야 할 동물처럼 여기며 그녀 옆에 앉았다.민수아, 설인하, 그리고 진서연은 신나게 놀았다.진서연은 원래 정민기를 부르려고 했지만, 다른 친구들이 한목소리로 거절했다.“절대 안 돼! 오늘은 우리의 날이니까 남자는 데려오지 마.”“알았어.”진서연은 약간 실망했다.그녀는 요즘 정민기가 점점 더 좋아졌다. 그의 진지한 모습도, 때로는 냉정한 모습도 좋았다. 매일 그와 함께 있고 싶었다.박민정 근처에 미녀들이 모여 있으니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한 부잣집 아들이 다가와 말했다.“다섯 분 미녀분들, 오늘 술값은 제가 전부 쏘겠습니다.”“쏘신다고요?”민수아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남자는 그녀가 자신의 통 큰 모습에 감탄한 줄로 알고 말했다.“네, 마음껏 드세요. 전혀 부담 갖지 마시고요.”남자는 말하면서 시선은 설인하의 얼굴에 머물렀다.솔직히 다섯 명 중에서 설인하가 가장 예뻤다.만약 박민정의 얼굴에 흉터가 없었다면 설인하와 비견될 만했을 것이다.“아름다운 여성분, 저와 춤 한 곡 괜찮으세요?”그는 손을 내밀어 설인하에게 향했다.설인하는 조금 느끼한 그의 손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안 괜찮아요.”남자의 손은 공중에 멈췄다.옆에서 민수아는 그저 웃겼다. 저 남자는 누구지? 방성원 사모님도 못 알아보는 건가? 이곳 제우스 클럽은 바로 방성원의 소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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