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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1921 - Chapter 1930

2018 Chapters

제1921화

하여 진서연과 민서연, 그리고 설인하도 같이 데려가기로 했다.“그런데 파티에 어울리는 옷이 없는데요.”진서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하자 박민정이 냉큼 답했다.“그러면 우리 같이 사러 가자.”같이 가면 모든 준비물을 살 수 있었다.“보스, 감사합니다!”진서연은 문득 자신에게 이런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상사가 있는 게 너무 행복해서 갑자기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그러자 박민정도 활짝 웃으며 답했다.“바보야, 고맙기는.”여태껏 진서연도 박민정에게 많은 도움을 줬기에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맞다, 너랑 민기 씨는 대체 언제 약혼해?”박민정은 요즘 두 사람 사이가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 궁금해서 물었다.약혼 얘기가 나오자 진서연의 얼굴이 삽시에 어두워졌다.“하, 그 돌부처는 아직 약혼의 약자도 입 밖에 꺼내지 않고 있답니다.”진서연은 분명 정민기가 자신을 엄청 사랑하는데 왜 아직 아무 고백도 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민수아나 다른 사람들은 하나둘씩 결혼해서 애까지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데 오직 자기만 제자리걸음을 걷는 기분이었다.박민정은 순간 정민기 같은 사람은 이런 면에서 둔할 것 같아 슬쩍 언질을 줘볼까 고민해봤다.그러다가 혹시나 몰래 준비 중인데 괜히 분위기를 깨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다.“걱정하지 마, 민기 씨는 분명 계획이 있을 거야.” 그러자 진서연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네.”...며칠 뒤, 자선 파티.박민정은 자매님들과 같이 파티에 어울리는 드레스를 맞추러 갔다.그중 설인하는 아무거나 제일 빨리 골랐는데 연한 파란색 치마에 약간 머메이드 모양으로 된 치맛자락이었는데 그걸 입고 걸어 나오니 만화 속 인어공주와 똑같았다.그리고 피부도 엄청 하얘서 이런 애매한 색깔의 드레스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와, 너무 예뻐요!”진서연이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자아내자 설인하는 그만 웃음이 터졌다.“그래요? 저는 그냥 이걸로 결정했으니까 다들 가서 골라봐요.”박민정도 빠르게 하나를 골라 왔는데 아주 심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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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2화

유주아네 집에서는 이번 자선 행사를 진주 시내의 가장 큰 호텔을 빌려 주최했고 또 많은 귀빈들을 초대했다.그러나 이번만큼은 아주 조용하게 이행할 예정이라 언론 기자들이나 외부인들은 모두 출입 금지했다.그렇게 한 명씩 손님들이 도착하기 시작했지만 유주아는 아까부터 오매불망 박민정과 그녀의 친구들이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다가 마침 도착한 그들을 보고 반갑게 손짓했다.“언니!”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알린 뒤, 그가 데려온 사람들을 데리고 유주아에게 다가갔다.“주아 씨.”그리고 자기 친구들을 한 명씩 소개해 줬다.사실 저번에 클럽에서 만난 적이 있었기에 유주아는 아주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아직 시작하려면 멀었는데 제가 여러분들을 위해서 룸 하나를 잡아뒀거든요. 우리 안에 들어가서 얘기 나눠요.”박민정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렇게 한 무리 사람이 룸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모습을 누군가가 멀지 않은 곳에서 아니꼬운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다.유주아는 일찍부터 그들을 위해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뒀다.“뭘 좋아할지 몰라서 조금씩 준비해 봤어요.”그러자 진서연은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했다.“엄청 맛있어 보이는데요? 감사합니다.”유주아는 그중에서도 진서연에게 매우 호감이 갔는데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닙니다. 제가 더 감사해요.”그리고 한껏 기대에 찬 눈빛으로 다시 진서연에게 물었다.“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그때 서연 씨는 어떤 생각으로 그리도 용감하게 그 남자를 때릴 수 있었어요?”그날 심홍원이 진서연한테 호되게 맞던 장면만 생각하면 유주아는 묵은 체가 내려가듯 너무 통쾌하고 시원했다.진서연은 그녀가 준비한 케이크를 한입 먹은 뒤 답했다.“간단해요.”그리고 그날 자신이 어떻게 때렸는지 몸으로 보여줬다.그러자 유주아는 한껏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제 스승으로 모시고 싶은데 저 좀 가르쳐주면 안 되나요?”“저를요?”순간 진서연은 깜짝 놀랐다.솔직히 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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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3화

그리고 유주아가 어느새 아래층에 내려가서 부모님과 얘기하는 모습을 봤는데 아까 룸안에서 활기차던 모습과는 반대로 한껏 차가운 얼굴로 그들의 옆에 서 있었다.이때, 조하랑이 장난스레 한마디 했다.“민정아, 설마 주아 씨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그래서 우리한테 관심 있는 건가?”그녀의 말에 박민정은 순간 웃음이 터져버렸다.“무슨 헛소리야. 아직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고.”더구나 지난번에 그런 불미스러운 일까지 터지는 바람에 맞선에 대해 어쩌면 트라우마가 생겼을 수 있다.이 시각, 아래층.유주아는 부모님 옆에 서서 부잣집 사모님들과 나누는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따님은 참 얼굴도 예쁜데 나중에 어떤 복 받은 집안에서 데려갈지 기대가 되네요.”“그러게요. 얼굴도 얼굴이지만 해외 유명한 대학까지 졸업하고 이번에 온 거라면서요?”“아주 뿌듯하겠어요.”최영선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자기 딸을 칭찬하니 너무 기뻐 날아갈 것 같았지만 애써 덤덤한 척 답했다.“그만 띄워줘요. 아무리 능력이 있으면 뭐 해요? 남자 친구도 없는데.”“따님이 너무 훌륭해서 어울리는 남자가 없겠죠.”유주아는 아줌마들 사이에서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이대로 그냥 가고 싶었으나 최영선이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도통 놔주지 않았다.고영란도 오늘 이 자리에 초대되었는데 그녀는 웃으며 최영선에게 말했다.“맞아요, 너무 조급해하지 말아요. 이렇게 능력 있는 아이인데 무슨 걱정이 있겠어요.”그녀도 유남준의 어머니로서 박민정과 같은 훌륭한 며느리를 얻었기에 저런 말도 할 수 있었다.모두가 그녀에게 달라붙어 유주아에 대해 아낌없이 칭찬했는데 정작 당사자는 듣기 거북해 미칠 지경이었다.또한 유주아는 이 모든 게 다 자신을 진심으로 대단하게 생각해서가 아닌 그저 그녀의 집안을 고려해서 인사치레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부잣집인 데다가 외동딸이라면 아들을 가진 집안에서는 모두 욕심을 냈다. “영선 이모.”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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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4화

심홍원의 형, 심홍석이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을 진주시 상류층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여 만약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사람이 심홍석이라고 말하면 한방에 들키게 될 것이고 또한 유주아의 부모님도 두 집안의 혼사를 절대적으로 막으려 할 것이다.그래서 일단 그 사람이 누군지 말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주아랑 심홍석이 자연스레 만나게 한 뒤, 여자 쪽에서 마음에 들어 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심홍석은 외모로나 능력이나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뛰어났다.그러나 안타깝게도 하필 가정 환경도 별로인 데다가 아이도 낳지 못하는 여자랑 결혼했다.“얘, 중매를 서려면 제대로 서야지 왜 갑자기 간을 보고 그래?”“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 일단 두 사람이 만나서 친한 친구로 지내도 괜찮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가 나중에 연인 사이까지 가지 못해도 상관없잖아요.”최현아의 교묘한 잔머리에 최영선도 깜빡 속아 넘어갔다.“그래, 네 말이 맞다.”그리고 싱글벙글해서 다시 말을 이었다.“만약 우리 주아한테 진짜로 좋은 남자를 소개해 주면 내가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게.”“그럼 그렇게 진행할게요.”두 사람은 기분이 너무 좋아 한참 동안 웃고 떠들었는데 옆에 서 있는 유주아의 안색은 그들과 달리 어둡기 그지없었다.그렇게 최현아가 먼저 맞선 자리에 대한 물꼬를 트자 현장에 있던 다른 부잣집 사모님들도 저마다 최영선에게 사윗감을 소개하기 시작했다.유주아는 그제야 자기 부모님은 여전히 자신을 시집보내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알게 되었다.사람이 갑자기 몰려드니 최영선은 너무 정신없는 나머지 유주아를 잊어버리게 되었다.하여 그녀는 이 틈에 몰래 박민정을 다시 찾아갔다.박민정네는 룸 안에 오래 갇혀있다가 너무 답답하기도 하고 유주아를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 이참에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아래층 전시장에는 이미 각양각색의 골동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모든 물건들이 다 진품이고 고가라 촬영을 금지한다며 경비원도 세워뒀다.“보스, 이런 물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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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5화

‘내가 시킨 일이라고?’터무니없는 말에 박민정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오히려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이 최현아인데 이제 와서 모든 누명을 그녀에게 뒤집어씌우고 있었다.최현아가 평소에도 친구들 앞에서 어떤 식으로 자기 흉을 떠들어댔는지 안 봐도 뻔했다.주이림의 목소리가 너무 컸는지 순식간에 주변에 있던 사모님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리더니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아이한테 시켜서 다른 어린이를 괴롭혔대요. 어떻게 엄마로서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죠?”“저분은 지엔 그룹 정수미 대표의 친딸이고 유씨 가문의 며느님이세요.”“맞아요. 박씨 가문의 평범한 딸이었다가 로또 맞아서 이제 정씨 가문의 사람이 됐다고 들었어요.”“보통 독한 사람이 아닐 거야.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유씨 가문의 며느리 자리까지 꿰찼겠어?”그러나 박민정이 지금 어떤 집안의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아무도 큰 소리로 대놓고 말하지 못했다.박민정은 이대로 모든 죄를 뒤집어쓰기 싫었다.“주이림 씨, 대체 무슨 근거로 제가 그런 일을 했다는 거죠? 증거 있나요?”주이림은 원래 박민정의 성격을 고려해 봤을 때 이대로 참고 넘어갈 줄 알았다.예전에 두 사람이 한 번 만난 적은 있었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있었다.그때의 박민정은 모든 사람이 그녀를 비난하고 손가락질해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그랬던 그녀가 방금 주이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따져 묻는 모습에 순간 당황했다.주이림은 애써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차갑게 답했다.“무슨 증거가 더 필요해요? 지훈이가 입원한 것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어요? 그쪽 아들 때문에 지훈이는 그때 얼어 죽을뻔했다고요.”박민정은 그제야 그때의 일이 생각났다.당시 유지훈은 박윤우를 혼내주려고 일부러 두원 별장에 찾아갔다.그러나 박윤우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유지훈은 자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고 신이 나서 별장 안에 들어가 그에게 손찌검까지 하려 했다.몸이 안 좋았던 박윤우는 어차피 맞을 게 뻔해 보여 재빨리 별장 뒷산으로 도망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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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6화

“윤우가 지훈이를 때렸는지 안 때렸는지는 차치하고요, 지금 윤우 몸 상태로는 또래 아이들과 다툴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아니에요.”박민정은 또박또박, 한 마디 한 마디 힘주어 내뱉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 특히 몇몇 사모님들이 안타까운 듯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어쩌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심한 병을 앓게 된 거예요?”“예전에 병원에서 라이브 방송하는 거 본 적 있어요. 얼마나 얌전하고 순한 아이던데요. 그런 애가 누굴 때렸다는 건, 좀... 말이 안 되죠.”“혹시 그 계정, 유찬이 계정 맞아요?”“맞아요, 맞아. 나중에 알고 보니까 윤우가 형 대신 방송을 했던 거래요. 진짜 너무 귀엽더라고요.”박윤우는 오랜 시간 동안 SNS 활동을 이어온 인기 스트리머였다. 팔로워 수만 해도 수백만에 달했고, 그중 대다수는 이모 팬들이었다.그리고 박민정은 이 상류층 사모님들 모임에 윤우의 팬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박민정은 최현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형님, 그때 다 밝혀진 일 아니었나요? 당시엔 아버님도 살아 계셨잖아요. 설마 그 일 다 잊으신 건 아니시겠죠?”최현아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이 상황에서 인정할 수도, 딱 잘라 부정할 수도 난처한 입장이었다.설상가상으로, 멀리서 고영란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최현아가 혹시라도 부인이라도 했다가는, 고영란이 가만있지 않을 게 뻔했다.“현아야, 너 그때 나한테 뭐라고 했더라? 민정이가 애들 시켜서 지훈이 괴롭혔다고 하지 않았어? 뭘 망설여? 지금 이렇게 다들 있는 자리에서, 박민정이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밝혀보자고.”고영란의 등장에 최현아는 안절부절못하며 거듭 주이림에게 눈짓을 보냈다.입 다물라는 신호였다.그 모습을 본 박민정이 조용히 최현아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며 물었다.“형님, 설마 저에 대해 친구분들한테 그런 식으로 얘기하신 건가요?”바로 그때, 고영란이 도착했다.상황을 대충 파악한 그녀는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현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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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7화

“그 말은, 형님이 아까 주이림 씨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걸 인정하신 거네요?”박민정이 차분하게 되받아쳤다.그 순간, 최현아의 시선이 날카롭게 박민정을 향했다. 눈빛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러나 박민정은 모른 척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냈다. 굳이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최현아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침묵은 곧 인정이나 다름없었다.그제야 주변에 있던 사모님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다들 상황의 흐름을 어느 정도 짐작한 듯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나 저번에 유지훈이란 애 본 적 있어요. 완전 개구쟁이더라고요. 아까부터 이상하다 싶었어요. 그 애 성격에 어떻게 다른 아이한테 맞았겠어요. 결국은 상황이 뒤집힌 거였네요.”“이래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니까. 엄마가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아이가 제대로 클 리가 있나요?”“맞아요. 그 애, 예전에도 어린이집에서 다른 아이 괴롭히고 다녔잖아요. 마치 자기가 왕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했다니까요. 그리고 글쎄, 자기 엄마가 자기는 유앤케이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라고 했다나 뭐라나...”그 말에 몇몇 사모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그건 또 무슨 교육이에요? 그럼, 유남준 대표 아들은 뭐가 되는 거예요?”“그러니까요. 자기가 뭔데 유 대표가 자기 아들한테 회사를 넘겨준대요? 어휴, 뻔뻔하기도 하지.”최현아는 청력도 예민한 편이었다. 자신을 향한 조롱 섞인 말들이 하나하나 고스란히 귀에 들어왔다. 얼굴이 점점 굳어졌고, 분노와 굴욕감으로 붉게 달아올랐지만, 이 자리에서 내색할 순 없었다. 이곳에서 한 번 실수하면, 이후는 더 참혹해질 뿐이니까.“현아야, 너 정말 실망이야.”주이림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을 뱉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최현아를 두고 행사장을 떠났다.사람들 앞에 혼자 남겨진 최현아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창피해 어쩔 줄 몰랐고, 결국 고개를 푹 숙인 채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갔다.하지만 그녀는 행사장을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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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8화

박민정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한 여인을 바라보았다. 바로 유주아의 엄마, 최영선이었다.최영선은 주변을 유심히 둘러보며, 누가 이 목걸이를 낙찰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살피고 있는 듯했다.박민정의 말에 진서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사람을 고른다니, 무슨 뜻이에요?”박민정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유주아 씨 부모님이 이번 기회에 사윗감을 고르려는 것 같아.”박민정은 낮은 목소리로 설명을 이었다.“괜히 아무 남자한테 유산을 물려줄 순 없잖아. 유주아 씨가 아무리 잘나도, 남자 잘못 만나면 인생 망치는 건 한순간이니까. 아마 이번 경매는 상대의 재력을 확인하는 용도일 거야.”진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런 거군요.”“확실하진 않아. 그냥 내 추측일 뿐이야.”“그래도 일리가 있네요.”진서연은 수긍하듯 조용히 대답했다.그 사이, 무대에 선 경매사는 열정적으로 마이크를 잡고 목걸이의 역사와 가치를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었다.“이제부터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하나같이 재력가들이었다.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미 이 경매가 단순한 자선 행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감지하고 있었다.그리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20억.”“25억”“30억.”입찰가는 순식간에 치솟았고, 사람들은 5억 단위로 값을 불러댔다.박민정은 흥미롭게 주변을 살폈다. 어김없이 누군가가 입찰자들의 이름을 메모하고 있었다.역시 그녀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건 단순한 경매가 아니었다.바로 그때,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깜짝 놀라 돌아보니,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환하게 웃고 있는 박민호였다.“누나.”그는 조심스럽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박민정은 인상을 찌푸렸다가 이내 표정을 가라앉히며 물었다.“여긴 어떻게 들어왔어?”“말도 마. 어렵게 겨우 들어왔어. 유주아 좀 보려고.”박민호가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박민정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서?”“누나, 나... 100억만 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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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9화

박민호는 알고 있었다. 지금은 박민정 옆에 있으니 그 덕에 대우를 받지만, 그녀 곁을 떠나는 순간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그는 조용히 박민정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경매 열기로 들뜬 사람들을 바라보면서도, 마음 한편은 불안하기만 했다.결국 그는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전화를 건 상대는 외할머니, 김말숙이었다. 돈을 부탁하려는 전화였다.전화를 받은 김말숙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민호야, 너 지난번에도 수십억 가져갔잖니. 또 무슨 돈이 필요하단 거야?”“할머니, 제발요. 이번 한 번만 도와주세요. 이번 돈만 있으면... 저, 정말 유주아 씨랑 결혼할 수 있어요. 유주아 씨가 제 여자가 되면, 그땐 돈 걱정 안 해도 돼요.”박민호는 간절하면서도 애절한 목소리로 호소했다.김말숙은 손자들 중에서도 박민호에게 유독 마음이 많이 가 있었다. 결국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쉰 뒤 말했다.“알겠어. 잠깐만 기다려 봐. 외삼촌한테 얘기 좀 해볼게.”“정말요? 고마워요, 할머니!”박민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김말숙은 말 그대로 광속으로 돈을 마련했다.박민호의 계좌에는 무려 80억 원이 입금되었다.그 시각, 행사장 안에서 경매 중인 고급 목걸이의 가격은 이미 60억 원까지 올라가 있었다.현장에 모인 이들은 모두 자산가들이었지만, 그들조차도 이 목걸이의 실제 가치는 그보다 낮다는 걸 알고 있었다. 더 이상 가격을 올리는 건 무모한 일이었다.그런데 그 60억을 부른 인물은 바로 최현아의 외삼촌 집안의 장남, 심홍석. 젊은 CEO라 불리며 사업 수완이 뛰어난 그는, 이 정도 금액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이었다.그래서였을까. 사람들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괜히 끝까지 붙었다가 괘씸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심홍석 역시 분위기를 잘 아는 듯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낙찰을 기다리고 있었다.“60억 원! 더 부르실 분 안 계십니까?”경매사가 한 번 더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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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0화

심홍석의 시선이 박민호에게로 향했다. 더는 가격을 부르지 않고, 옆에 앉은 사촌누나 최현아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누나, 저 사람 알아?”최현아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박민호야. 박민정 씨 남동생. 몰랐어?”박민호,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었다. 그러나 정작 얼굴이나 인상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심홍석은 입찰을 계속할지 잠시 망설였다. 그는 박민정을 알고 있었고, 그녀가 지엔 그룹의 대표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심홍석은 괜히 엮였다간 골치 아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다음 물건으로 하자. 이 목걸이는 너무 비싸. 80억은 말도 안 되잖아.”그의 말에 최현아도 내심 동의했지만, 곧 걱정이 앞섰다. 여기서 그냥 포기해버리면 유주아를 순순히 박민호에게 넘기는 셈이었으니.“홍석아, 그냥 이렇게 물러서면 안 돼. 유주아 씨 부모님도 지금 다 지켜보고 있다?”심홍석은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누나도 알잖아. 나 유주아 씨한테 관심 없어. 그리고, 아직 이혼할 생각도 없어.”심홍석의 아내는 평범하긴 했지만, 그는 아직 이혼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그러자 최현아는 한층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설득했다.“네 감정이 중요한 게 아니야. 유주아 씨랑 그 집안은 앞으로 네 사업에 확실한 도움이 될 수 있어. 게다가 유주아 씨, 정말 괜찮은 여자야. 내가 다 알아봤거든. 매년 건강검진도 꾸준히 받고, 아무 문제 없어.”그녀는 진심으로 말하는 거였다. 그녀는 단지 두 집안의 관계가 더 끈끈해지기를 바랐을 뿐, 누군가의 결혼생활이 깨지든 말든 안중에도 없었다.하지만 심홍석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고, 그런 그에게 최현아가 옷자락을 가볍게 당기며 조용히 말했다.“홍석아, 누나 부탁 좀 들어줘. 안 그러면 삼촌이랑 숙모한테 나도 입장이 곤란해져.”부모 얘기에 결국 심홍석은 한숨을 내쉬며 경매 팻말을 들었다.“90억!”“90억 원 나왔습니다!”경매장은 한순간에 술렁였다. 원래 40억 정도로 예상되던 목걸이였지만, 두 남자의 기싸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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