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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1981 - Chapter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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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1화

한번은 김말숙의 두 손녀가 놀다가 그만 도자기 하나를 깨트렸는데 그 죄를 마침 집에 있었던 박민정에게 뒤집어씌웠다.그러자 김말숙은 자초지종을 들어보지도 않고 박민정을 때리기 시작했다.손바닥이 아프도록 때리다가 그래도 분에 안 찼는지 아예 박민정을 밖에 있는 기둥에 묶었는데 그녀의 간절한 애원에도 못 들은 척 그대로 가버렸다.나중에 박형식에 의해 겨우 구해졌는데 때는 겨울이었고 만약 제때 구해내지 못했다면 진작에 얼어 죽었을 것이다.그러다가 박형식이 누가 그랬는지 CCTV를 확인하겠다고 하자, 돈 많은 사위의 요구를 거역할 수 없었던 김말숙은 그의 말대로 CCTV를 보여줬다.그리고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자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댔다.“내가 오해했네? 그런데 이제 와서 어쩌라고? 내가 두 어린애를 때릴 수 없잖아.”사과는커녕, 오히려 박민정에게 큰소리쳤다.“민정아, 그래도 내가 이 집에서는 제일 어른인데 그냥 무조건 내 말이 맞고 내 행동이 맞다고 생각하면 돼.”그날 이후로 박형식은 박민정을 한씨 가문에 보내지 않았다.“박 대표님, 도착했습니다.”운전기사의 부름에 박민정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네.”그리고 공허한 마음을 애써 달래며 차에서 내렸다.병실에 도착해보니 정수미가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가 박민정을 발견하자마자 손짓했다.“왜요?”“외할머니가 너랑 영상통화하고 싶대.”정수미의 말에 박민정은 빠르게 다가와 핸드폰을 건네받았다.화면 속의 임은숙은 반가운 마음에 활짝 웃더니 이내 스웨터 몇 벌을 꺼내 보여줬다.“민정아, 내가 우리 증손주들 옷을 몇 벌 떴는데 어때?”그러자 박민정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너무 예뻐요!”“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다. 내가 네 스웨터랑 목도리도 떴어.”임은숙은 말하면서 하나씩 보여줬다.“사이즈가 얼추 맞는지 한번 봐봐.”박민정은 한눈에 봐도 자기랑 딱 맞겠다고 생각했다.“할머니, 제 사이즈는 어떻게 아셨어요?”“비밀이지.”임은숙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그렇게 외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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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2화

사실 정수미도 그녀의 말이 옳다고 생각되었다.만약 김말숙이 처음부터 조금이라도 박민정을 살갑게 대해줬다면 그녀가 요구하기도 전에 김말숙을 모시겠다고 했을 텐데 말이다.그러나 이 고약한 늙은이는 박민정을 괴롭힐 궁리만 했고 심지어 김말숙 때문에 죽을뻔했던 적도 있었다.하여 박민정도 굳이 인정을 베풀기 싫었다.“저런 사람한테는 될수록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해. ”“네, 걱정하지 마세요.”역시나 정수미가 우려했던 대로 김말숙은 박민정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고 매일 집 문 앞에 찾아와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처음에는 아무도 그녀를 상대해 주지 않자 흥미를 잃고 가버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김말숙은 갑자기 기자들을 데려와 그들 앞에서 눈물 쇼를 펼치기 시작했다.“비록 민정이와는 피가 섞인 사이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딸이 얼마나 고생해서 키워줬는데요. 그런데 딸마저 죽으니까 저를 아예 모르는 사람 취급하더라고요.”“지금 친엄마도 찾았고 또 대기업의 대표로 되니까 저같이 돈도 없고 늙은 할머니는 눈에도 안 들어오겠죠. 그리고 며칠 전에는 글쎄 저에게 진주에는 외할머니가 따로 없다면서 남처럼 얘기하더라고요.”“누가 무조건 저를 책임지라고 했나요? 그저 딸을 잃은 헛헛한 마음을 가끔 와서 달래주면 된다고 했는데 그것도 무리한 부탁인가요?”김말숙은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자기 딸 한수민만 거론했을 뿐, 다른 두 아들과 손녀, 손자들의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그리고 마치 어릴 때부터 아끼고 사랑했던 손녀한테 버림받은 불쌍한 노인처럼 연기했다.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빠르게 퍼지더니 역시나 네티즌들은 박민정을 나무랐다.[사람이 아무리 배은망덕하다고 해도 정도가 있죠. 지금 돈도 많아지고 살만하니까 키워준 정은 다 잊어버렸다는 거잖아요.][그러게요. 저 할머니가 너무 불쌍하네요. 하나뿐인 딸마저 세상을 떠나니 입양한 손녀는 이제 관심조차 없나 봐요.][지엔 그룹의 대표면 더 말할 나위 없이 부자일 텐데 저런 어르신 한 명쯤은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는 거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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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3화

그러자 유석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맞아. 이 좋은 기회를 우리가 잘 이용해야 할 것 같다.”그리고 사람을 시켜서 박민정의 부정적인 기사들을 더 많이 퍼뜨리게 한 뒤, 지엔 그룹의 주가를 지금보다 더욱 폭락하게 할 심산이었다.그러면 박민정도 망하고 지엔 그룹도 망하겠으니 이게 바로 일거양득이 아닌가!이 시각, 서주에 있는 임은숙과 정근우, 그리고 이모 정보영 세 사람은 이 뉴스를 보자마자 재빨리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민정아, 이렇게 큰 일이 일어났는데 왜 우리한테 말해주지 않았니? 내가 지금 당장 저 인간들 입을 틀어막아 버릴 거야!”그러자 박민정이 다급하게 정보영을 말렸다.“이모, 저한테도 방법이 있으니까 일단 너무 급해 말아요.”“무슨 방법?”정보영은 지금 화가 나 미칠 지경이였다.“곧 알게 될 거예요. 조금 번거로우시겠지만 그때 가서 인터넷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좀 도와주세요.”“그런 건 너무 쉽지.”정보영은 박민정이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되었다.그리고 두 어르신에게도 충분히 혼자 처리할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킨 뒤 전화를 끊었다.박민정은 이미 진서연을 시켜서 김말숙더러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도록 했다.이때, 유남준도 걱정되는 마음에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그에게도 오지 말라고 말렸다.박민정이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보니 김말숙은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도우미에게 이것저것 훈수 두고 있었다.박윤우도 마침 집에 있다가 박민정이 돌아온 모습을 보고는 냉큼 뛰어와 언짢은 얼굴로 투덜거렸다.“엄마, 왜 이렇게 늦게 왔어? 그리고 이 할머니는 누구야? 너무 무서워. 우리 집 도우미 이모들을 보고 거지라고 하고, 나한테는 물 가져오라고 시켰어.”박민정은 그의 머리를 어루만져주며 답했다.“신경 쓰지 마. 원래 트집 잡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아하.”박윤우는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답했다.어릴 때부터 노인을 존중해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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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4화

박민정은 몸에 몰래 카메라를 장착했고 집 안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라이브를 켰다.처음에는 네티즌들도 지엔 그룹의 공식 계정이 왜 갑자기 라이브 방송을 켰는지 호기심에 보고 있다가 김말숙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점점 이해가 갔다.애초에 노인을 공경하지 않는다고 분노에 가득 차 있었던 사람들은 화면 속 김말숙의 진짜 얼굴을 발견한 뒤로 그녀에 대한 태도가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왜 저 할머니가 갑자기 이리 못 돼 보이지?][저도요. 그러고 보면 어렸을 때부터 손녀를 엄청 아껴줬다는 사람이 과연 기자들을 불러 자기 손녀의 실체를 폭로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말끝마다 돈 때문이 아니라면서 지금은 또 자기 아들들을 위해 몇백억씩이나 내놓으라고 하네요?][이게 협박이 아니면 뭐예요? 아들도 있고 손자, 손녀들도 있다면서 굳이 입양한 손녀한테 찾아온다고요?]비록 김말숙의 실체를 간파한 이들도 있지만 아직 중립을 지키는 사람들도 있었다.[아무리 친자식들이 있다고 해도 저 손녀를 찾아간 게 큰 죄라도 되나요? 여태껏 키워줬으면 당연히 보답하는 게 도리죠.][맞아요. 만약 제가 저 손녀였다면 아무리 할머니가 친자식들이 있다고 해도 나 몰라라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냥 양심이 없다고 봐야 하죠.]그렇게 인터넷은 두 개의 관점으로 나뉘어졌다.하나는 김말숙의 일 처리가 너무 도를 지나쳤다고 했고, 다른 하나는 그래도 그녀를 옹호해 주면서 기자들을 불러 모은 게 아무 문제도 없다고 했다.그러나 이 시각의 김말숙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계속 떠들어댔다.“예전에 수민이가 살았을 때도 가끔 네 외삼촌들을 도와주곤 했어. 이제 수민이가 없으니까 당연히 네가 그 뒤를 이어야지.”박민정은 책임이라는 말이 왠지 모르게 가소롭기만 했다.“저는 방금 하신 말씀이 틀렸다고 생각하는데요? 딸이 아들을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는 도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더구나 조카가 삼촌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은 여태껏 들어본 적도 없고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한씨 가문의 돈은 한 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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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5화

박민정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맞아요. 속이 좁아서 하마터면 죽을뻔했던 일이 도무지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더라고요.”그러다가 다시 김말숙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맞다, 그리고 그쪽 따님이 생전에 저를 어떻게 대했는지도 잘 알고 계시죠? 제 혼수는 물론이고 패물까지 몽땅 다 가로챈 것도 모자라 나중에 웬 늙은이한테 팔아넘기려고 했잖아요. 그때 저를 한번 살려주는 대신에 평생 한수민 씨한테 빚지는 일이 없을 거라고 분명 말했습니다.”“그런데 제가 명줄이 너무 길어서 그런지 아직 살아 있네요. 그날 우리 두 사람 대화 내용을 녹음해 뒀는데 한번 들어보실래요?”김말숙도 당연히 아는 사실이다.그리고 한껏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이미 다 지나간 일인데 이제 와서 말해 뭐해? 어차피 지금 멀쩡하게 잘 살고 있잖아?”저건 분명 박민정의 말을 인정한다는 소리였다.네티즌들은 그제야 김말숙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저마다 분노에 차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아무리 키워준 은혜를 잊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 할머니랑 따님은 그저 박민정을 돈 벌어오는 기계로 생각하고 입양한 것 같아요.][그러게요. 박민정 씨는 그래도 지엔 그룹의 딸인데 저런 가문에 입양되지 않았어도 충분히 잘 먹고 잘살 운명이라고요.][보아하니 지금 판이 뒤집힌 것 같네요.]저녁에 생중계되었던 영상은 빠르게 인터넷에 퍼졌다.정보영도 관련 영상을 보자마자 아래 직원에게 당부했다.“이 라이브 영상을 당장 홍보팀으로 보내. 난 이걸 실검에 올려야겠으니까.”“네.”얼마 지나지 않아, 이 영상은 순식간에 모든 플랫폼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이렇게 되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대부분 사람들도 이제 이 일을 안다고 볼 수 있다.그리고 저마다 김말숙을 비난했다.그러나 아직 이러한 상황을 알 리 없는 김말숙은 여전히 박민정과 돈을 흥정하고 있었다.“그러니까 내 말대로 먼저 네 삼촌들한테 각각 500억씩 보내주고 앞으로 매년 지엔 그룹의 수익에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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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6화

네티즌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김말숙의 두 아들에 대한 신상 털기가 시작됐고, 금세 두 사람의 회사가 드러났다.하나는 외국과 거래하는 무역업체, 다른 하나는 전국에 간식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회사였다.조금만 들여다봐도 문제점이 속속 드러났다.각종 의혹과 구설이 꼬리를 물었고, 어느 온라인 고수는 두 회사 모두 유동 자금이 바닥나 파산 직전이라는 사실까지 밝혀냈다.사실이 공개되자 여론은 들끓었다.댓글 창과 커뮤니티는 순식간에 분노 댓글로 도배됐다.[그러니까 갑자기 박민정 찾아간 거네. 아들 둘 다 돈 못 버니까, 외손녀한테 뜯어내려던 거잖아.][외손녀라니, 무슨 소리예요. 입양된 거고, 이미 법적으로 연 끊은 지 오래예요. 아무 관계 없어요.][이런 집안에서 하는 사업은 절대 이용하지 맙시다. 보이콧 갑시다!]무역업체를 운영하는 큰아들은 초반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하지만 간식 프랜차이즈를 맡고 있는 작은아들은 금세 직격탄을 맞았다.온라인 고객센터엔 문의가 쏟아졌고, 질문은 하나같이 똑같았다.[거기 사장이 자기 엄마 시켜서 어떤 여자한테 돈 달라고 했다던데, 사실인가요?]판매 중인 제품마다 악성 리뷰가 줄을 이었고, 환불 요청도 줄을 이었다.별점 테러와 수천 개의 악플, 감당할 수 없는 물류비까지... 손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결국 김말숙의 작은아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 허겁지겁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박씨 가문 옛 저택.박민정은 매섭게 눈을 치켜뜨며 김말숙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내 아들 건드리지 마요!”그녀의 눈빛은 매섭고 단호했다.눈빛이 마주치자, 김말숙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움찔하며 손을 뺐다.그러곤 곧 불만을 터뜨렸다.“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네가 너무 각박하게 굴어서 그런 거잖아.”“돈도 그렇게 많으면서, 외삼촌 좀 도와주는 게 뭐가 어때서?”“아무튼, 너 이건 꼭 해줘야 해. 그리고...”김말숙은 손가락을 접으며 하나하나 요구사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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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7화

김말숙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아들, 네가 말한 그 인터넷 생방송이... 전 국민이 다 볼 수 있는 거 맞지?”“그럼요. 지금 다들 엄마가 우리한테 주려고 사람 협박해서 돈 뜯어낸다고 난리예요. 형 쪽도 곧 터질 거고요. 전 벌써부터 환불 요청이 줄줄이 들어오고 있다니까요. 제가 지금 손해 본 돈이 얼마인 줄 알아요?!”작은아들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원래도 자금이 빠듯했는데, 이러다간 진짜 파산이에요. 완전히 끝장날 수도 있다고요!”아들의 말에 김말숙의 얼굴에도 위기감이 드리우기 시작했다.“그, 그럼 이걸 어떻게 해야 하니...”“방법이 뭐 있어요? 빨리 박민정한테 가서 빌어요. 우릴 좀 살려달라고요.”“그 계집애한테 빌라고? 그게 말이 돼?! 한참 어린 것이, 좀 잘못했다고 어른인 나한테 대들고 말이야!”김말숙은 끝내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그녀는 여전히 ‘어른은 무조건 윗사람이며, 어른이 사과하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그럼 엄마는 진짜 우리 다 망하라고 내버려두겠다는 거예요?!”작은아들은 거의 멘붕 상태였다.처음엔 엄마가 자신과 형을 속여 돈을 빼앗더니, 그 돈을 고스란히 박민호 그 철없는 인간한테 넘겼다.그리고 이제는 박민정까지 자극해 그 화살이 고스란히 자신들에게 돌아온 꼴이었다.하지만 지금의 박민정은 예전의 순한 박민정이 아니다.이제 그녀는 지엔 그룹의 대표다.그런데도 김말숙은 인터넷 여론 하나로 박민정을 무너뜨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정말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다.지엔 그룹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과 형이 운영하는 조그만 회사를 무너뜨리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내가 어떻게 너희를 망하게 할 수가 있겠니. 걱정하지 마라. 내가 가서 민정이랑 얘기해 볼게.”김말숙은 그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다시 박씨 가문 옛 저택으로 발걸음을 돌렸다....같은 시각, 박씨 가문 옛 저택 안.박민정은 조용히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현재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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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8화

김말숙은 두 아들에게 쫓겨난 뒤, 남은 돈으로 겨우 여관방 하나를 잡아 밖에서 머물고 있었다.여관에 막 도착하자마자 두 아들에게서 전화가 연달아 걸려 왔고, 휴대폰 너머로는 거친 욕설이 쏟아졌다.그제야 사태의 심각함을 실감한 김말숙은 뒤늦은 후회에 휩싸였다.“이제 민정이가 날 보려고도 안 하는데... 이걸 어쩌면 좋냐...”“어쩌긴요. 지엔 그룹 본사든 어디든 찾아가서 해결하세요. 이번에도 사고 치고 뒷수습 못 하면, 우린 진짜 엄마 없는 셈 칩니다.”자식 등골 빼먹는 부모도 문제지만, 자식 인생 말아먹는 부모는 정말 드물다.김말숙의 두 아들은 원망이 잔뜩 쌓여 있었다.며느리들은 대놓고 말했다.“그 노망난 노인네, 하는 짓마다 사고야! 그냥 밖에서 늙어 죽게 놔둬요!”전화가 아직 끊기지 않은 상태였고, 김말숙은 며느리들의 저주 섞인 말까지 다 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아무 반박도 하지 않았다.그저 고개를 떨군 채, 잘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고는 조용히 전화를 끊었다.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김말숙은 평생 아들들만 애지중지하며 살았다. 딸 한수민에게는 한 번도 따뜻한 적이 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수민은 혼자 힘으로 무용계의 정상에 올랐고, 박민정의 양부와도 인연을 맺게 되었다.어릴 때부터 친정에 소외당한 수민은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오히려 친정에 돈이며 물건을 보내줬고, 시댁 물건까지 갖다 바쳤다.그런 딸의 헌신에 김말숙은 점점 더 많은 걸 요구했고, 박민정의 도움도 당연하게 여겼다.“수민아... 네가 아직 살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김말숙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제 와서야 딸의 소중함을 느끼는 듯했다.하지만 예전에는 딸이 아파도 한 번 찾아가 보지 않았고, 딸이 세상을 떠났을 때조차 “내가 무슨 딸 제사까지 지내야 하냐?”며 외면하던 사람이었다.지금 그녀가 후회하는 건 딸에 대한 죄책감이 아니었다.딸이 살아 있었다면, 지금처럼 외면당하진 않았을 테니까. 그게 못내 아쉬운 거였다....박민정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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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9화

박민호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매니저는 사무실에서 벌컥 뛰쳐나왔다.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그를 향해 주먹부터 날렸다.“네가 무슨 염치로 돌아와?! 돈은 어디 있는데?”분노로 이글거리는 매니저의 눈빛이 박민호를 겨눴다.맞은 얼굴을 감싸 쥔 채 몇 걸음 물러선 박민호는 피하지도, 저항하지도 않았다.오히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급히 물었다.“민아 씨는요? 민아 씨는 어디 있어요?”그 순간, 매니저의 표정이 더욱 싸늘하게 일그러졌다.“너 지금 민아 이름을 입에 올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 민아 부모님이 누구 때문에 돌아가신 줄 알아?!”“돌아가시게 하다니요?”박민호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충격으로 동공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그 표정은 또 뭐야? 민아가 부모님 살리려고 모은 4천만 원, 그걸 네가 꿀꺽했잖아. 그 돈 없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생각도 안 해봤냐?”매니저는 이를 악물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가며 한 글자씩 짓눌러 말했다.박민호는 휘청이며 뒷걸음질 쳤다.“그럴 리가요... 난, 난 그냥 조금만 더 벌어서 민아 씨한테 주려고 했어요. 그렇게 고생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하지만 매니저는 단호했다.“넌 입만 열면 거짓말이야. 됐고, 당장 경찰서 가서 자수해.”박민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안 됩니다. 먼저 민아 씨부터 찾아야 해요. 지금 어디 있는지 알려주세요!”“나도 몰라. 부모님이 그런 일을 당했는데, 여기 남아 있을 리가 없잖아?”매니저는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순간, 박민호의 눈가가 붉어졌다.가슴 어딘가를 바늘로 찌르는 듯한 이런 감정은 난생처음이었다.그는 자신이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인간, 쓰레기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내가 직접 찾아갈 거예요!”박민호가 돌아서려 하자, 매니저와 주변 사람들이 그를 가로막았다.그러고는 누구 하나 말리지 않고 그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그렇게 박민호는 사람들에게 두들겨 맞고 나서야 가까스로 건물을 빠져나올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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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0화

박민호는 웅크린 채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었다. 고개를 떨군 채 얼마나 지났을까,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왔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두꺼운 패딩에 목도리와 모자를 눌러쓴 최민아가 손에 장바구니를 든 채 걸어오고 있었다.박민호는 순간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눈을 비비고 또렷이 쳐다보며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민아 씨... 나 지금 꿈꾸는 건 아니죠?”하지만 최민아는 그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곧장 다가왔다.그녀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다.“날 속인 것도 모자라서, 여기엔 또 왜 온 건데요?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나 이제 돈 없어요. 진짜로, 한 푼도 없어요.”박민호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정말 최민아가 맞다는 걸 실감했다.그는 급히 최민아의 손을 붙잡았다.“민아 씨,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그러나 최민아는 그 손을 매몰차게 뿌리쳤다.“지금 와서 그런 말 무슨 소용이 있어요?”박민호의 손이 허공에 뿌리쳐지더니 ‘툭’하고 떨어졌다. 그는 목구멍에 바늘이 박힌 듯 아릿한 고통이 밀려왔다.지금 그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박민호는 창백해진 얼굴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민아 씨 부모님,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최민아는 쏘아붙였다.“우리 부모님 치료비 들고 도망친 주제에 그걸 물어요? 웃기지도 않아요?”박민호는 숨이 턱 막혔다. 원래는 그 돈으로 열 배, 백 배를 불려 다시 주려 했던 건데... 너무 어리석었던 것이었다.“내가... 뭘 해줘야 조금이라도 나아질까요?”그의 목소리는 떨렸고, 눈빛엔 후회로 막심했다.하지만 최민아는 단호했다.“필요 없어요. 꺼져요!”그녀가 돌아서려 하자, 박민호는 다시 앞을 막아섰다.“꼭 갚을게요. 두 배, 세 배로 다 돌려줄게요. 그리고... 부모님 일은, 정말 미안해요...”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말을 남긴 채 그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최민아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복잡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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